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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주2025-10-01 20:53:13

소년 소녀의 여정 • <수학영재 형주>

<수학영재 형주> 리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녀의 일기장을 가지고 친부를 찾아 떠난다는 설정은 다분히 <맘마미아!>를 떠올리게 하지만, 감독 자신은 <맘마미아!>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수학영재 형주>의 큰 테마 두 가지는 음악과 수학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중 음악도 겹친다. 하지만 <맘마미아!>의 그림자는 철저히 플롯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 드리워지는 것이고, 두 영화는 다르다. 대구와 경주, 포항이라는 배경이 지중해 마을 그리스와 너무 다른 탓도 있겠다.

 

감독은 배우의 얼굴과 탁 트인 가을 풍경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는 것은 영화에 나온 모든 인물들의 얼굴이다. 마치 사진을 두고 꼼꼼히 들여다 본 것처럼 기억이 난다. (지수는 아래를 쳐다보며 셔터를 누르는 카메라로 형주와 아빠(후보)들을 찍는다.) 캐릭터에 집중해서인지, 큰 줄기가 조금 의아하다. 형주가 수학천재이며 모든 면에서 수학적임을 중시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재미있는 설정이다. <빅뱅 이론>의 쉘든, <셜록> 시리즈의 셜록처럼 숫자와 과학, 원리에 집중하는 캐릭터는 늘 매력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유전병이 자신에게도 적용될까봐 걱정하는 상황에서는, 꼭 수학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숫자를 따지게 될 것이다. 형주에게 친부란 자기가 유전병에 걸렸을 때 유전자가 동일하여 알맞은 신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앞서서 친부를 찾으러 다녀야 할 것 같은 형주의 주변 사람들(민규와 고모)가 형주를 말리는 것은 좀 이해되지 않는 설정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소년 소녀 커플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수학영재 형주>의 사랑스러운 느낌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존재론적 고민에 들어간 형주 옆에 ‘너 왜 나한테 고백 안 해?’ 물으며 제멋대로 함께 여행에 참여하는 지수가 있다. 형주에게 이 여행은 아빠를 찾으러 가는 목적이지만 지수에게는 ‘우리 둘이’ 처음으로 함께 하는 여행이다. 형주네 방에서 거실의 큰 소리가 새어 들어올 때 두 사람의 몸 기울임이나, 찜질방에 함께 누워있을 때, 그리고 두 사람이 어디든지 함께 걸어다닐 때 간지러운 느낌이 든다. 

 

최창환 감독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보았을 때 <문라이즈 킹덤> 같았고, 중산층 이상의 아이들이었다고 했다. 최 감독은 그런 이야기를 다룰 수 없었기에 지금의 <수학영재 형주>를 만들었다. 그 선택이 참 잘 된 것 같다. 인물의 대사나 의상을 최대한으로 소박하게 절제함으로써 경주와 포항의 가을 풍경이 맛깔나게 보인다. 당장 거기 가서 서 있고 싶을 정도로. 영화의 톤도 도발적이고 아기자기하다기 보다는 차분하고 귀엽다. 심지어 이디엠이 울려퍼지는 나이트와 껍데기에 소주 나눠 마시는 감성이 등장하는데도 미소 지어질 정도로 사랑스럽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인디뮤지션 김일두 등 등장하는 카메오들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다.

작성자 . 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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