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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의 초상화 밖으로 뛰쳐나간 여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코르사주>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이름을 날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비키 크립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플로리안 테히트마이스터)' 황제는 인형과도 같은 황후의 역할만을 요구한다. 이에 엘리자베트는 답답한 코르사주(코르셋)를 조인 채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며 그저 우아하게 앉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부터 그녀는 아들인 '루돌프(아론 프리즈)' 황태자의 경고도 무시한 채 여행, 불륜, 마약에 손을 대며 한 명의 여성이자 개인의 삶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202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고,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오스트리아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된 영화 <코르사주>. <코르사주>는 흔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마지막 황후이자 ‘시씨’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사실 엘리자베트 황후의 이야기는 뮤지컬 '엘리자베트(엘리자벳)'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는 자유분방한 소녀였지만 황후가 되었고, 전통과 관습이 지배하는 궁정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아름다운 미모로 전 유럽 사람의 찬사를 자아냈지만, 미모를 관리하던 중 거식증에 걸리는 등 온갖 고초를 거쳐야 했다. 그러면서도 궁전을 벗어나 자유를 갈망한 비운의 황후였다. 마치 다이애나 스펜서의 선배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르사주> 속 엘리자베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영화는 그녀의 일대기를 그려내는 대신 '마흔이 된 황후 엘리자베트’의 변화에 주목한다. 특히 그녀가 어느 시점부터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왜 그러한 선택을 내렸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렇게 영화는 황후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한 인간 엘리자베트의 얼굴을 세상에 내보인다.
영화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숨을 참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목욕을 마친 그녀는 코르사주로 허리를 동여맨다. 준비를 끝내고 황제와 함께 미술관 개장 행사에 참여한 그녀는 코르사주를 지나치게 세게 묶은 나머지 돌연 정신을 잃고 기절한다. 하지만 그 후로도 그녀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계속해서 아름다운 인형으로 남아야 한다. 일례로 그녀의 식단은 만찬과 연회 중에도 철저한 관리 대상이다. 그녀는 남들이 먹는 화려한 음식들에 손조차 댈 수 없다. 황후에게는 황제 옆에 서서 인형처럼 웃는 것 외에 다른 일이 없으므로, 조금이라도 인형의 외관에서 벗어나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마흔 살 생일을 맞이하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진다. 황실 소속 화가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자 주치의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마흔이니 더 각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오프닝은 엘리자베트라는 역사적 인물의 삶을 빌려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지를 명확히 암시한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아름다움'이라는 미적 기준이 개개인을 억압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들며, 수동적인 존재로 격하한다고 비판한다. 이전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권리가 보장되었는데도 여전히 아름다움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엘리자베트를 구속한 악습이 오늘날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탈코르셋’(탈코) 운동처럼도 보인다. 사회구조적 외모 강박 혹은 여성성 강요에 저항하려는 목적으로 화장이나 긴 머리, 여성적 옷차림 등 ‘사회적 여성성’을 부정하는 시도가 엘리자베트의 삶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한 개인으로서 엘리자베트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선택과 황후로서 엘리자베트가 자신을 옥죄는 규범을 어기며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을 같이 위치시킨다. 그녀는 코르사주를 벗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단발로 잘라버린다. 동시에 황제의 부인이라는 지위를 거부한다. 황제에게 정부를 소개하고, 영국인 승마 선수 조지 베이나 사촌 루트비히 2세와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관계를 유지한다. 한편으로는 황후로서 참석해야 할 공무를 외면한 채 자유를 즐긴다. 또 고정된 이미지로 남아야 하는 초상화 작업은 거부하지만 자유롭게 들판을 거니는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동영상 촬영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황후의 삶을 포기하고 여성으로서의 자유를 추구하는 엘리자베트의 노력은 그녀가 갖고 있던 또 다른 가능성 때문에 더 인상적이다.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린 자기 경험을 투사하며 정신병 치료와 정신병원 시설 개선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림을 그리는 예술적인 면모도 지녔고,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발칸반도 진출과 관련해 전황을 판단할 줄 아는 식견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만약 그녀가 미모를 가꾸는 데 열중해야 했던 시간과 노력을 다른 데에 투자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의 지향점을 생각하면 꽤 의미심장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는 황실의 모습을 비추면서도 화려한 궁전 내부를 기대보다 자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각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칙칙하고 어두운 통로들을 더 자주 비춘다. 마치 겉보기에는 화려하나 실제로는 생기가 없는 엘리자베트의 외관과 내면을 한 공간에 담기라도 한 듯이. 또 그렇기에 <코르사주>가 완성한 황후 엘리자베트의 새로운 초상도 인상적이다. 황후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바닷속에 몸을 던져 자유를 얻는, 비극적이면서도 엄청난 해방감을 선사하는 결말의 순간에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숨 쉬고 있는 엘리자베트를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인과 황후라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엘리자베트의 변화를 <코르사주>가 과연 적절히 전달하는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엘리자베트라는 실존 인물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만 부각해 원하는 인물상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마리 크로이쳐 감독은 "영화적 내러티브로 전환하면서 내용과 형식적으로 많은 자유를 부여했다"면서 "이야기하거나 묘사하는 것에 있어 모든 역사적 ‘실수’는 모두 예술적 결정이었다. 나는 멋지고 깔끔한 전기 영화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코르사주>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 또한 조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선택은 그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황후라는 지위가 얼마나 부담되고 무거운 자리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엘리자베트의 고난과 시련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쇠락기에 접어든 제국이었다. 1866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오스트리아를 통치하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제국이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헝가리의 요구를 일부분 받아들여 1867년에 오스트리아 황제가 곧 헝가리의 군주를 겸임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군주제 체제를 구축했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나름 동등한 위치로 제국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제와 황실의 존재는 붕괴 위기에 빠진 제국을 지탱할 몇 안 되는 도구 중 하나였다. 마치 엘리자베스 2세와 영국 왕실이 영국이라는 국가와 영연방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 유지한 것과 유사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즉, 당시 황제와 황후, 그리고 황실은 서로 다른 민족과 국가를 하나로 묶는 상징이자 실질적 제도로서 기능해야 했다. 실제로 엘리자베트의 막내딸 발레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제국의 통합을 상징하는 공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황후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미모를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무거운 책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나 맥락을 알 수 있는 장치는 많지 않다. 특히 오스트리아 관객이 아니기에 더욱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엘리자베트가 겪은 여러 어려움은 그저 막연하다. 짐작하고 동조할 뿐, 설득될 수가 없다. 황후로서 역할이 얼마나 막중했는지, 그녀의 역경이 얼마나 큰지, 또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강한지 명확히 드러날수록 해방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큰 쾌감이 느껴질 것이고, 그녀에게 자유가 의미하는 바가 더 절실히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왜 승마를 그토록 사랑했는지, 왜 그토록 손쉽게 마약에 빠져들 수박에 없었는지 그 동기와 계기도 더 잘 설명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다음처럼 이해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엘리자베트가 황후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전자를 누릴 뿐, 후자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배경이 어떻든 간에 작중 엘리자베트가 결국 무책임한 인물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이 약한 막내딸을 굳이 새벽에 외출시켜서 감기에 걸리게 하는 것, 그토록 엄중한 상황에서 자신의 스케줄을 마음대로 거부하는 것, 평생 여행을 다니며 황후의 역할을 회피하는 것도 마냥 동정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제목인 코르셋(코르사주)이라는 상징에 담긴 <코르사주>의 메시지는 여전히 시의적절하다. 그 메시지를 현현한 엘리자베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부적절한 것도 사실이며, 그 결과 과연 이 영화가 원하는 대로 수용되거나 해석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코르사주>는 황후와 여성 사이에서 길 잃은 엘리자베트만큼이나 모호한 인상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평범한 여성이 되고 싶었던 황후. 실존적 불안과 치기 어린 불평 사이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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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하고 따뜻하게 꿈틀거리는 관계의 성장통
뉴욕 맨해튼. 도그는 혼자인 게 외롭다. 누군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다른 동물을 보며 부러워한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은 무료하게 반복되고 그럴수록 도그의 외로움도 커진다. 여느 때처럼 소파에 늘어져 TV를 보던 어느 날이었다. TV에 반려 로봇 광고가 나오고, 도그는 홀린 듯 로봇을 주문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한 로봇은 도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다. 둘은 함께 산책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게임을 하며 차곡차곡 우정을 쌓아 나간다. 그럴수록 둘의 행복도 함께 커진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바닷가로 향한다. 역시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뜻밖의 사고가 생긴다. 바닷물이 로봇의 몸을 굳게 만든다. 도그는 하는 수 없이 내일 다시 와 녹이 슬어 움직이지 못하는 로봇을 데려가기로 한다. 하지만 다음 날 다시 찾은 해변은 폐장 안내와 함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도그는 몰래 해변 진입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경찰에게 가로막히고, 로봇을 되찾기 위해 시에 민원을 넣어보지만 끝내 출입을 반려당한다. 몇 개월 동안 둘은 떨어져 있어야만 한다.
둘은 몸과 마음을 다해 서로를 무한히 그리워한다. 기분 좋게 재회하는 꿈, 어렵게 찾아갔더니 버림받는 꿈……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와 원치 않는 이별을 했을 때 겪을 법한 감정의 파고가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작화에 담긴 감정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이 '부조화'가 오히려 이별의 아픔을 증폭한다. 원치 않는 우정의 단절이 주는 감정으로 힘든 시간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자칫 이야기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만큼 섬세하게 도그와 로봇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좇는다.
영화는 누군가를 간직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네가 없더라도 삶은 어떻게든 이어진다. 그러나 결코 이전과는 같을 수 없다. 일상의 모든 곳에서 너의 흔적을 떠올린다. 공연히 빈자리를 그리워한다. 심지어는 네가 없다는 데 화가 나기도 한다. 새로운 관계를 꾸려 또 다른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에도 불현듯 옛 기억과 현재가 겹친다는 자각에 움찔할 때도 있다. 요컨대,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겠지만 그 모든 것에는 너의 흔적이 남아 있다. 길고 긴 그리움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로봇은 도그를 찾는다. 둘은 이전처럼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서로를 그리워한 이들의 마음은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질까?
대사 하나 없이 감정을 차곡히 쌓아 올리는 영화는 깜짝 놀랄 만한 결말로 나아간다. 아마도 영화의 메시지를 더 강렬하기 부각하기 위한 선택인 듯하다. 아니,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꽤 여운이 남는 결말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봄 직한, 그로 인해 조금은 더 성숙해졌을 관계의 성장통이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금 꿈틀거린다. 비인간 존재들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때로는 잔혹하기도 한 인간관계의 또 다른 측면은 잠시 잊게 된다. 그저 따뜻하고 다정한 우정이라는, 어쩌면 판타지일지도 모르는 관계에 몰입하게 된다.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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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극장가는 할리우드 오리지널 시리즈 VS 스핀오프 열풍!
2021년 극장가는 인기만점의 할리우드 오리지널 시리즈와 다채로운 스핀오프 영화들이 대거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시리즈와 스핀오프 작품 모두 전작의 인기와 팬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어느정도의 흥행 성적을 예상하고는 하는데요. 이번엔 과연 어떤 작품들이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믿고 보는 오리지널 시리즈 !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킬러의 보디가드 2>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먼저, '소리 내면 죽는다'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설정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속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오는 6월 16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편에 이어 일상의 작은 소음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더 넓은 세계관과 확장된 스케일 강력해진 서스펜스와 액션으로 무장해 예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또한 <분노의 질주> 9번째 시리즈인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5월 19일 전 세계 최초 국내 개봉해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 특유의 통쾌하고 짜릿한 쾌감과 함께 전작의 기록을 뛰어넘은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컨저링>시리즈 중 가장 거대한 규모로 제작된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6월 3일 개봉해 더위를 날릴 역대급 공포를 선사할 예정이며, 이밖에도 6월 23일(수) 개봉을 앞두고 있는 <킬러의 보디가드 2>를 통해 개성만점 캐릭터와 찰진 유머를 선보였던 전편에 이어 한층 강력한 웃음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익숙한 듯 새로운 매력의 스핀오프 !
<스파이럴>
<크루엘라>
<블랙 위도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한편, 오리지널 시리즈 열풍에 맞서 쟁쟁한 스핀오프 영화들 또한 극장가를 찾아올 예정입니다. 지난 5월 12일(수) 개봉한 '쏘우'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 <스파이럴>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다양한 이스터에그로 관객들에게 쫄깃한 긴장감과 함께 '쏘우'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어 5월 26일(수) 개봉한 디즈니 라이브 액션 <크루엘라>는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 등장한 빌런을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 영화로 차별화된 스토리와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매력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7월 개봉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2021년 첫 액션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군단의 히어로 '블랙 위도우'의 솔로무비로,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해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더욱 높일 예정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여고괴담> 시리즈가 12년만에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로 새롭게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는데요. 시리즈물과 스핀오프 작품 모두 어느정도의 기대와 재미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전작의 향수 또한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의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는 6월,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되신다면 올 상반기 극장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에너지 넘치는 시리즈물&스핀오프 작품들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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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폭발이 불러온 감정의 분열
자신이 한 일이 복합적인 방향으로 뻗어나갈 때,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양한 결정을 하고 그것은 당연히 최선의 고민 끝에 나온 결과여야만 한다. 당연히 그것은 그 모든 주변 상황 속에서 얻은 최선의 결과일 것이고 그렇게 생각해야 그 성취감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결정이 다른 방향의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분명히 그것은 내 안위를 위한, 주변 사람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것으로 인한 피해를 받게 된다.
전쟁이라는 소용돌이는 그런 아이러니를 무수히 만들어낸다. 국가를 위해 전쟁에 참전한 여러 일반인들은 최전선에 투입되어 목숨을 걸고 적군에게 총을 겨눈다. 상대 적군으로 참여한 병사도 마찬가지다. 서로 총구를 겨누고 명령에 따라 상대방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그 결정하나만으로도 우리 병사가 쏜 총탄은 평화를 위한 것이지만 상대방에게는 죽음의 총탄이 된다. 이렇게 곳곳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는 전쟁 속에서 무수한 결정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합적인 고민과 감정을 만들어준다.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 팀장 오펜하이머의 이야기
영화 <오펜하이머>는 핵개발 연구였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결국 핵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일 그리고 일본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나치가 원자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상황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고,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오펜하이머라는 물리학자를 중심에 세워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나치에 퍼부울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영화는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 개발을 한 이후 정보 열람권을 놓고 작은 청문회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과거 회상을 섞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다른 한 편으로는 미국 원자력 협회 소속인 스트라우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장관 후보 청문회 과정을 보여주면서 오펜하이머에 대한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이미 역사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기록이 있다. 영화가 맨해튼 프로젝트의 초창기부터 원자폭탄 개발 성공의 과정을 대부분 보여주긴 하지만, 정말 이 영화가 관심이 있는 건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의 감정과 생각이다. 그래서 오펜하이머의 복잡한 심경을 풍부한 음향과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그가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감정들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필자는 영화 <오펜하이머>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것보다는 영화 속 오펜하이머의 변화되는 감정을 생각해 보면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오펜하이머는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기 전과 후 꽤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원자폭탄 개발 과정에서 많은 물리학자와 군인들을 설득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했고, 서로 다른 의견들을 한 곳에 융합해 내기 위해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여러 트러블이 있었음에도 그는 그 압박을 이겨냈다. 원자폭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난 직후 오펜하이머의 모습에선 잠시나마 안심이라는 감정을 볼 수 있다.
오펜하이머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면 보이는 것
하지만 그 안심은 오래가지 못한다. 일본에 수많은 일반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것은 조금씩 오펜하이머의 마음을 조여왔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는 경전의 말을 그 자신도 인용하듯,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사용 이후 정치인들이 자신이 개발한 무기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서 꽤 불안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영화 속 그가 아인슈타인에게 나쁜 연쇄반응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가 가진 불안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오펜하이머는 정치인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국가를 위해 최고의 무기를 만들었지만 그는 메카시즘 광풍에 희생당하는 처지가 된다. 과거 공산당의 이론에 관심이 있었고, 동생을 비롯한 주변 사람이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어 결국 정치적으로 희생당하고 각종 권한을 모두 박탈당한다. 그 당시 오펜하이머는 왜 그렇게 정치적인 논쟁거리 속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저항했을까. 자신의 지위를 보존하는 데에 조금은 부족한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건 오펜하이머가 스스로 만들어낸 악마 같은 무기의 통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방어함으로써 신무기에 대한 정보와 권한을 가지길 원했고, 심지어 그 당시 트루먼 대통령(게리 올드만)을 만나 손에 피를 묻혔다는 말을 하며 그가 개발한 핵무기의 위험성을 전달하려 했다. 비록 인류 모두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했지만 그 자신은 그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세계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는 청문회 이후 가지고 있던 지위를 모두 박탈당하면서 그 자신의 자신감이나 뿌듯한 감정도 분열되어 조금씩 사라져 버리고 만다.
크리스토퍼 놀란식으로 만들어진 파워풀한 전기 영화
이런 감정의 큰 변화는 그의 개인 연애사에서도 볼 수 있다. 오펜하이머는 결혼 전 진 태트록(플로렌스 퓨)과 깊은 연애를 했다. 서로 무척 사랑했지만 감정적으로 불안정했던 진과는 결국 헤어지게 된다. 마치 원자폭탄을 개발하듯 엄청나게 깊게 빠져들었고, 원자폭탄이 폭발하듯 터졌던 두 사람의 감정은 그 모든 과정이 끝난 이후 파멸을 맞는다. 진은 이후 감정적인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했고, 오펜하이머는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다.
그는 그의 아내인 캐서린(에밀리 블런트)과 결혼한 이후에도 진을 완전히 잊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진에 대한 죄책감이 평생 남은 것처럼 그가 주도해서 만들었던 원자폭탄과 폭탄 투하에 대한 죄책감 역시 평생 가지고 남은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영화는 그런 그가 짊어진 죄책감을 다양한 영상효과와 편집으로 표현해 낸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묵직하고 건조한 이야기의 시간 구조를 교차로 구성하여 영화적 흥미를 높인다. 특히나 오펜하이머의 반대편에 서서 안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오는 스트라우스의 청문회 장면과 서사는 흑백으로 처리되어 그 당시 메카시즘이 행해져 흑백으로 나눠졌던 상황을 잘 보여준다. 다르게 보면 스트라우스의 서사와 오펜하이머의 서사가 충돌하는 듯한 느낌도 주는데, 결국 두 사람의 간접적인 충돌과 원자폭탄이 터진 이후에 오펜하이머의 주변부가 폭탄처럼 분열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번 영화에는 음악과 음향이 큰 역할을 한다. 다양한 방식의 교차편집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건 영화음악이다. 이번 <오펜하이머>의 음악감독은 루드비히 고란슨이 맡았다. 그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한스 짐머가 도맡아 했지만, 그가 다른 영화 음악 작업일정으로 인해, 이번 신작에서는 루드비히에게 넘어갔다. 루드비히는 2019년 마블 영화 <블랙 팬서>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은 바 있으며, 이후 <테넷>, <베놈> 시리즈의 음악도 작업한 바 있다.
다른 무엇보다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킬리언 머피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복합적인 내면을 가진 오펜하이머의 감정을 잘 전달하고 있고, 그가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고 영화의 주인공 역할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킬리언 머피의 필모 중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 외에 스트라우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나 레슬리 역의 맷 데이먼, 진역의 플로렌스 퓨, 캐서린 역의 에밀리 블런트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최고작은 아니지만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 인물의 대한 이야기를 놀란 식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영화다. 다양한 교차편집과 힘 있는 음악으로 가장 무섭고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냈던 인물이 겪었던 일과 느꼈던 감정이 지루하지 않게 전개된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면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된다. 원자폭탄이 개발되고 투하된 이후, 전 세계에 뻗어나간 원자폭탄에 대한 복합적인 생각과 다양한 일들을 보며 오펜하이머는 어떤 생각들을 하며 남은 생을 살았을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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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켄 로치는 끝끝내 희망을 길어냈지만…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
United Kingdom, France, Belgium/2023/113
켄 로치 감독/‘아이콘’ 섹션
나눌 게 고통과 슬픔뿐인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켄 로치는 〈나의 올드 오크〉가 이러한 질문을 고민하는 영화라 말한다. 영국의 한 폐광촌.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집값은 나날이 떨어진다. 어떤 회사는 방문 한 번 하지 않고 수 채의 빈집을 사들인다. 주민들의 박탈감은 커져가고, 자신들이 정부와 자본에게서 버려지고 발로 차이는 삶을 산다고 여긴다. 그런 마을에 모처럼 새로운 사람들이 온다. 그러나 그들은 환대받지 못한다. 그들이 시리아 난민이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은 마을이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며 분노하고 영국 정부의 허가로 마을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들은 그들의 눈치를 보며 위축된다. 긴장이 감돈다.
밸런타인은 광부의 아들로 오랫동안 마을에서 펍을 운영해왔고, 야라는 따뜻한 마음씨에 똑똑한 머리를 가진 젊은 여성이다. 약자들을 돕는 자선 봉사활동을 해왔던 밸런타인은 친구들이 야라에게 저지른 무례에 유감을 표하며 그녀와 친구가 된다. 그러나 적대 관계가 자리 잡은 마을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건 기존 친구를 잃는다 의미다. 밸런타인은 옛 친구와 새 친구 사이에서 점점 난처해진다.
영화는 시리아 난민에 적대적인 마을 사람들을 무턱대고 비난하지 않는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 무엇도 제공받지 못하는 마을 주민의 분노·박탈감은 시리아 난민들이 모든 인간이 누려 마땅할 권리를 최소한으로나마 누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당하다. 다만 분노의 방향이 잘못되었을 뿐이다.
켄 로치는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능숙하고 촘촘한 솜씨로 서로 다른 두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저항, 연대의 계기를 모색한다. 밸런타인과 야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난당하고 파괴되는 모두를 위한 식사 모임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공론장은 이미 무너졌다. 그럼 희망은 어디서 길어올 수 있는가? 켄 로치는 두 공동체가 가진 공동의 경험에 카메라를 갖다 댄다. 대처 시대의 광부와 망명을 선택한 난민에게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연대를 해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을의 청소년이나 난민의 자식들이나 사회적 관계망을 상실한 채 집에만 머물며 우울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문제는 서로의 공통된 경험에 접속하게 해줄 계기다. 영화는 말한다. 거창하거나 혁신적인 답은 없다고. 몸을 부대끼며 타자를 향한 적대적 감정을 성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다고. 켄 로치는 이번에도 ‘연대’의 내용을 단단하게 채워 넣으며 희망을 말한다.
절망의 시대에 이토록 품위 있는 인간애를 여전히 고수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이 말은 그가 그려내는 희망이 절망보다 더 작아 보이기도 한다는 의미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절망의 순간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결말부의 희망은 다소 극적이다. 영화가 그려내는 희망이 작위적이거나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처럼 쉬이 도래할 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수치심을 잃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리가 그 정도로 성찰할 수 있는 존재라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과연 이런 모습일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물론 켄 로치는 그가 잘하는 것을 이번에도 잘해냈다. 다만 그의 영화를 보는 나의 감각이 지난 몇 년간 바뀐 듯하다. 나는 더 이상 그가 말하는 희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는 비단 나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과연 절망 속에서도 켄 로치가 끝끝내 길어낸 희망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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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비티>의 사운드 미학
영화 <그래비티>(2013)의 우주 비행사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우주 쓰레기 잔해 충돌로 인해 동료로부터 멀어진다. 우주에서의 고립은 무인도에서의 조난과 매우 다르다. <캐스트 어웨이>(2000)의 무인도 속 조난자에겐 소통의 대상이 있다. 살아 있지 않아도 괜찮다. 배구공에게 얼굴을 그려주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 소통하면 된다. 이상해 보이겠지만 적어도 그 조난자에게 배구공은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다. 세상과 분리된 채 경험하는 철저한 고립, 완벽한 배제는 개체의 삶을 파괴시킨다. 그래서 <그래비티>의 우주는 무서운 공간이다. 스톤이 떠다니는 공간은 배구공은커녕 그 어떤 것도 없는 황량한 무(無)의 상태다. 이때 스톤이 의지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몇몇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스톤이 소리에 반응하는 몇몇 중요한 지점들이 있다.
홀로 남은 스톤이 모든 걸 포기하려는 때마다 등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동료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의 목소리다. 우주 쓰레기 파편이 휩쓸고 지나간 뒤 혼자 남은 스톤이 좌절에 빠질 때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스톤을 붙잡는다. 프레임 중앙으로 멀어져 가는 스톤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 즈음 지지직대는 소음과 함께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삽입된다. 코왈스키의 목소리, 이어서 그에 반응하는 스톤의 격양된 목소리는 깜깜한 우주 공간을 보며 희미하게 일렁이는 스톤을 찾으려는 관객이 그 순간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이고 명확한 음향 표지이다. 이때 피어나는 스톤의 안도감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전이된다.
스톤이 연료가 바닥난 소유즈에서 우주 관제 센터와 교신을 시도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이때 스톤은 교신에 성공하지만, 상대는 우주 센터가 아닌 지구의 이누이트 통신사 아닌강이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스톤과 아닌강은 소통에 실패한다. 하지만 스톤은 개 짖는 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일지라도 이런 소리는 특징적인 표지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때 스톤과 아닌강은 불완전하면서도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특별한 소통을 경험한다. 영화를 보는 상당수의 관객이 아닌강의 언어보다는 스톤이 구사하는 영어에 익숙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객은 스톤처럼 아닌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지만, 개 짖는 소리나 아기의 울음소리는 관객들도 역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렇게 <그래비티>는 우주에 고립된 스톤과 지구 어딘가에서 그와 교신하는 아닌강 간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유대감을 사운드를 매개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다시 코왈스키의 목소리다. 코왈스키는 스톤을 다시 한번 구해낸다. 아닌강과의 교신 이후 산소를 줄여 죽으려 했던 스톤은 정신을 잃어가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이후 제시되는 코왈스키의 환영과 스톤의 대화 신이 끝나는 지점은 스톤을 부르는 프레임 바깥에서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이다. 극중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내재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프레임 바깥에서의 외재적인 음향으로 자주 동원된다. 처음 스톤이 고립된 상황에서도 같은 내재 공간인 우주 속 어딘가에 있는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외재적 음향 표지로 등장해 스톤이 처한 고립된 상황을 강조하고 다음 플롯으로 넘어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스토리 공간 속의 인물이 내는 소리를 내재적/외재적으로 적절히 변주하는 방식은 관객이 스톤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서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을 강조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래비티>는 이처럼 사운드가 유발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보인다.
평자와 대중들은 공통적으로 <그래비티>가 훌륭한 우주 체험 영화라고 말한다. 우주 공간을 그려낸 수많은 영화와 <그래비티>를 비교했을 때, <그래비티>만의 영상미, 시공간 묘사와 촬영 기법 등은 분명히 이 영화를 매력적인 우주 체험 영화로 가공한다. 이때 여기에 사운드가 빠져서는 안 된다. 내가 말하는 사운드는 삽입된 사운드트랙, 작곡된 스코어, 믹싱으로 첨가된 음향 효과, 녹음된 인물의 대사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코왈스키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트는 팝송이나, 고증이 완벽하게 된 효과음 등도 물론 중요하고 우주의 공간감을 살리는 특수한 스코어나 음향 효과 역시 영화를 지탱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는 서사 전개의 스타일적 패턴이나 도구로 극을 이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사운드 미학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그래비티>는 사운드만으로 관객이 인물과 시공간적 배경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음향이 영화에 어떤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래비티>는 매력적인 사운드가 존재감을 뽐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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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4. 21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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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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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샹치 예고편 공개
00:43 익숙한 그림과 냄새들
02:24 다양한 성공&실패 예시들
04:18 기대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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