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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kseol2021-05-06 12:09:20

[지브리 정주행 특집 ③] 코쿠리코 언덕에서 (From Up on Poppy Hill, 2011)

- 지브리 정주행 특집 세번째 영화 -

 

 

 

"오래 됐다고 없애는 건 과거의 기억을 버리는 거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 죽는 걸 무시하는 거라고!"

코쿠리코 언덕에서, 2011

 

 

과거에 남겨져있는 우리들의 낭만을 위하여!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도 낭만으로 기억되는 걸까?

 

<코쿠리코 언덕에서>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Synopsis

 

바닷가 마을, 코쿠리코 언덕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우미'는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매일 깃발을 올린다.

그리고 '슌'은 매일 아침 등교하는 배에서 언덕 위 깃발을 바라보며 답신을 하듯 따라 깃발을 올린다.

한편,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에서는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학교에서는 낡은 동아리 건물의 철거 명령이 내려오고, 우미와 슌 그리고 학생들은 역사와 추억이 담긴 동아리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운동을 벌이고 청소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우미와 슌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가던 중, 우연히 우미의 사진첩을 보다가 서로의 아버지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감정을 이대로 계속 키워가도 좋을지, 고민하고 혼란에 빠진다.

 

 

▶ Review

 

1. 우리들이 사랑했던 그때 그 선배...?

 

 

 

 

개인적으로는 <귀를 기울이면>의 세이지보다 이 작품 속 슌이 첫사랑의 이미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기 많은 선배 st...

학교 동아리 건물에서 필사를 하다가 우미를 돌아보는 장면이랑 롤러로 드사판을 밀어 신문을 복사하는 장면은 첫사랑 기억을 조작하기 충분했다.

 

 

2.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꿈꾸는 우리들

 

 

 

 

극 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낡고 오래된 동아리 건물!

학교 이사장은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겠다고 하는데,

깨어있는 학생들은 과거가 있어야 현재도 미래도 있다며 철거 반대 운동을 한다.

 

나는 일상에서 등장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하는 편이다.

다시 말해, 배경도 인물도 전부 현실적인데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나는 것들.

예를 들면 아주 운명적인 인연이라던가... 아주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고 사는 집이라던가...

이 작품에서는 이 동아리 건물과 동아리부 학생들이 그랬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임하지 않았고

그저 하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또는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 정도에 불과했다.

이 작품에 나오는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에 아주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동아리 건물도 다닥다닥 상점마냥 붙어서는 각각의 특성을 자랑하는 게 꽤 매력적이었다.

철거를 반대하기 위해 다같이 애정을 가지고 힘을 모아 동아리 건물을 청소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꽤 판타지스럽게 다가왔다.

어떤 일이든 어떤 분야든 열정을 가지고 빠져드는 건 너무나 매력적인 것 같다.

 

그리고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겉으로 보기 좋은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우리는 항상 그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때 각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

 

 

3. 막장 아닌 막장? 그때라서 그럴 수 있었던 오해들

 

 

 

 

이 작품에서는 막장 아닌 막장 요소가 나오는데, 바로 막장드라마의 단골 요소인 '이복남매' 설정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이복남매가 아니었는데

항해를 하다 죽은 친구를 위해 친구의 아이를 대신 키워주게 된 데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일부러 그렇게 그린건지는 몰라도 우미와 슌 두 사람 굉장히 닮았다...!!)

 

우리나라만 해도 예전에는 아이가 바뀌는 일이 흔하게 일어났고,

친구들이나 이웃끼리 교류가 많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을 생각했을 때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히)한국인에게는 굉장히 익숙하고 진부한 설정인지라 보면서 읭??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아버지 세대의 세 사람의 우정은 보기 좋았다.

 

p.s 사실 보면서 읭??하게 되는 요소는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한국전쟁에 대한 언급이 잠깐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우미의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문에 죽은 피해자로 나오는데

사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내용이 나오는 게 불편한 건 사실이다.

단 한 마디 대사일 뿐이고 그 이상의 언급이 없긴 했지만 보면서 이미 찝찝해진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 Best Quotes

 

1.

오래됐다고 없애는 건 과거의 기억을 버리는 거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 죽는 걸 무시하는 거라고!

새로운 것에 매달려 역사를 무시하는 너희들에게 무슨 미래가 있지?

소수자 의견을 듣지 않는 너희들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어!

 

2.

내가 매일 깃발을 올리면서 아빠를 불렀기 때문에

아빠가, 아빠 대신...

선배님을 보내주셨다고 생각해요.

 

3.

- 자네들은 여기서 뭐하고 있나?

- 네! 10년간 태양의 흑점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 오호, 10년이라... 그래서 뭐 좀 알아냈나?

- 태양의 수명은 길고! 인간의 인생은 짧고!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작성자 . nokseol

출처 . https://blog.naver.com/nokseoll/22207020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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