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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존 인물을 스크린으로 소환하는 이유
죽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다룬 영화는 끊임없이 제작된다. 많은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왕세자비이자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인물인 다이애나는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다. 나오미 왓츠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기했던 <다이애나>가 제목으로 왕세자비의 이름을 써버리는 바람에 이후 제작되는 영화들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름 자체가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인물의 전기영화는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도 타이틀에 이름을 넣지 않을 수 없는데 스티브 잡스의 경우 <잡스>, <스티브 잡스>라는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부인 재키의 삶을 다루며 타이틀을 <재키>로 잡았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제목을 가지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왕실에서의 답답한 삶을 견디며 결혼 전의 삶을 그리워했을 다이애나를 상상하며 결혼 전의 삶 자체를 상징하는 결혼 전의 성 스펜서가 영화 제목이 되었다. 영화 내내 스펜서라는 성의 등장 빈도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지만 나올 때마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든 누구든 간에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존 인물을 다루는 영화는 기실 그 인물에 대해 영화인들이 상상을 더해 재해석한 결과에 가깝다.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 분)가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왕실 가족들과 나누는 대화나 상황은 온전히 작가와 감독의 상상일 뿐 실제 이런 대화가 오갔다는 증거는 없다. 영화 <스티브 잡스>가 개봉한 이후에도 잡스의 지인들은 영화를 놓고 사실과 가깝다 아니다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나 영화가 갖는 본질적인 한계는 그 인물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인물을 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다이애나>에서 다루었던 다이애나의 러브스토리는 진정 다이애나의 감정을 반영한 것인가? 실화 바탕의 영화를 보았다고 해서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관객은 더 잘 알게 되는가? 그런 게 아니라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갖는 의의는 무엇일까? 실존 인물을 다루거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본질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그 한계를 어떻게 돌파해 나가느냐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실존 인물을 다룰 때 가장 기본은 인물과 최대한 유사한 외양의 배우를 섭외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영화 <잡스>는 영화 공개 전부터 어느 쪽이 스티브 잡스이고 어느 쪽이 애쉬튼 커쳐인지 분간이 안되는, 얼굴을 반씩 붙인 사진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반면 <스티브 잡스>는 관객의 눈에 너무나도 뻔하게 스티브 잡스를 연기하는 것이 마이클 패스밴더라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잡스>가 스티브 잡스를 더 충실하게 구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인물의 행적을 온전히 구현하는 것이 인물에 대한 영화의 이해도를 꼭 높인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의 경우 키가 작은 나오미 왓츠가 키가 큰 다이애나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항간의 비판이 있기도 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영화에서 다이애나비의 외양을 충실하게 재현함으로써 몇몇 장면에서는 알아보기 힘들 만큼 멋진 모습을 구현해냈다. 하지만 관객의 평가는 스튜어트가 재현한 외양이 아니라 연기에 방점이 찍힌다. 왕실의 결혼 생활로 무너져가는 다이애나비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그의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같이 숨이 막히게 만든다. 여기서 스튜어트의 연기가 뛰어났다고 평가하는 것은 스튜어트가 다이애나비의 성격을 구현했다는 데 있지 않다. 어차피 관객의 대다수는 다이애나비의 실제 성격을 모르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다이애나비가 겪어야 했던 영국 왕실의 답답한 생활과 피로감 그리고 결혼 전의 삶을 그리워하며 무너져가는 한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데 방점이 찍힌다. 실제 다이애나비가 스펜서라는 성에 애착이 더 있었는지, 스펜서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는지 관객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스튜어트의 연기를 통해 영국의 왕실 생활이 얼마나 관습에 얽매여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의 내면을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뜨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식사마다, 행사마다 갈아입어야 할 옷이 정해져 있고 자신의 곁에 둘 사람마저 선택할 자유가 없는 영국의 왕실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내부의 사람들을 조금씩 좀먹는다. 세상 화려한 음식을 매 끼니 먹을 수 있지만 다이애나는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먹고서 토해내며 일반 사람들은 평생 한 벌 사기도 힘든 명품 옷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을 수 있지만 다이애나는 입고 싶지 않아한다. 영화는 마치 다이애나비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영국 왕실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화려한 영국 왕실은 모순투성이다. 화려한 음식과 의복, 실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음에도 전통에 얽매여 난방 온도조차 올리지 않으며 타이트한 의복을 제공하면서 크리스마스 기간 일정 몸무게 이상 찌우도록 강요한다. 다른 구성원들은 문제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리와 윌리엄조차 다이애나비와 이야기를 할 때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넌지시 보여준다.
결국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얼마나 다이애나비를 충실히 재현했느냐가 아니라 왕실 생활이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했냐에 평가를 받는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은 어차피 배우가 아닌 각 부문 담당자의 몫이다. 스튜어트의 연기는 다이애나비에 대한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왕실의 모순을 관객이 목격하도록 만든다. 크리스마스 행사에 홀로 지각한 다이애나는 단순히 몸무게를 재는 것부터 반감을 드러내는데 이 장면까지만 해도 관객이 다이애나에게 연민을 느끼기는 어렵다. 모든 건 정해져 있고 고문을 하는 것도 아닌데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을 다이애나는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적대감을 드러낸다. 자신의 집인 스펜서 저택에까지 출입이 금지되는 장면에 이르러 관객은 왜 그토록 다이애나가 왕실 생활을 답답해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다이애나가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타 떠나며 자신의 이름을 스펜서라 말하는 대목에서 일순간이나마 관객은 다이애나의 해방을 맛본다. 물론 다이애나의 비극적인 삶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관객 대다수는 알고 있지만 상상의 이야기를 통해 다이애나가 느꼈을 자유와 행복으로 위안받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의 각색은 비난받아야 하는가, 존중받아야 하는가. 어차피 두 시간이라는 영화의 러닝타임은 한 인물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지나치게 짧다. 아무리 제작진이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해도 한 인간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그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는 있다. 다이애나비의 비극은 결국 한 사람을 왕실의 소모품으로만 봤던 영국 왕실의 문제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스펜서>는 다이애나비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도 삶의 비극을 탁월하게 묘사해 냈으며 관객은 <스펜서>를 통해 다이애나비를 다른 방식으로도 애도할 수 있게 됐다.
* 본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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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불안함 속을 헤매는 난민의 현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영화제에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삶을 대변하는 불안한 장면들
토리와 로키타는 벨기에로 넘어온 아프리카 난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로 누나 로키타와 동생 토리 두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에서 로키타는 체류증을 받아서 벨기에에 가사도우미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체류증을 인정받은 토리와 남매 사이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하고 복잡한 규정에 맞춰 많은 함정 질문을 피해가며 본인이 꼭 체류해야 하는 난민임을 입증해야 한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두 남매는 극도로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 환경은 쉽게 벗어날 수도 없고 점점 더 위태로운 환경으로 이들을 내몬다. 이러한 상황들은 영화 속에서 반복되어서 등장한다.
초반부부터 로키타는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면서 약을 먹는데, 체류증을 받기 위한 거짓말을 하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공황을 겪는 모습에서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후 아프리카에 있는 엄마에게 돈을 보내라는 독촉 전화를 받을 때에도, 동생과 강제로 떨어지게 되었을 때에도 로리타의 불안함과 공황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은 동생 토리이다. 영화는 난민의 불안한 삶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우정을 주요하게 표현하는데, 로키타가 토리를 아끼는만큼 토리도 로키타에게 큰 위안이 되어준다. 영화 속에서 토리가 로키타의 체류증을 거부한 담당자에게 “누나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죠?”라고 말하는데 이 장면에서 이 남매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복선을 통해서 관객이 조마조마 하도록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이들이 불법적인 마약거래를 한다는 것과 밀입국 브로커로부터 주기적인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언제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암시를 꾸준하게 준다. 특히 로키타는 체류증을 받지 못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마약 제조 공장에 들어가서 일하게 된다. 대마초를 기르는 공장은 밖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구조로 불이 나면 비상 버튼을 누르고 전원을 내리라고 안내받는다. 그러자 로키타가 그러고나서 어떻게 탈출하냐고 물어보니 불이 옮겨 붙지 않는 벽이니 기다리면 열어줄 것이라고만 알려주는데, 이는 마치 언제든 불이 나서 로키타가 잘 못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간다는 불안감을 관객에게 심어준다. 이후 비슷하게 불안한 복선은 계속 등장하는데 이러한 환경들은 로키타와 토리가 자초했다기 보단 어쩔 수 없이 살아가기 위해 하는 선택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목숨의 위협들이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그럼에도 살아가는 남매의 우정
이런 불안한 환경 속에서 불법적인 현재와 내일이 그려지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서로의 우정이다. 로키타는 토리를 위해서 더 위험 속에 뛰어들어 돈을 벌고 토리만은 어떻게든 학교에 보내며 잘 때 외롭지 않도록 자장가를 불러준다. 토리 역시 학교에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그리라는 숙제에 로키타를 그리고 힘들게 일하는 로키타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전해주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서슴없이 위험 속에 뛰어든다. 이 둘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최선이 언제나 스스로를 더 큰 위험에 노출시켜야 상대를 안전한 영역에 남겨둘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영화 속에서 둘은 함께 노래하면서 힘을 얻고 교감하는데, 이들이 함께 노래하는 건 처음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부르는 장면과 이후 불안한 밤에 잠들기 전, 그리고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로 나뉜다. 상황은 점점 안좋아지지만 둘의 노래는 언제나 즐겁다. 그것이 이들이 함께 있을 때는 위험한 외부의 환경을 잊을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잘 드러내준다.
다르덴 형제 감독님 인터뷰
[영화 <토리와 로키타> 감독님 사진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영화를 만드신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님과 뤽 다르덴 감독님께서 이번에 국내에 처음으로 내한하셔서 영화 상영 후 GV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모두 적기엔 너무 긴 관계로 일부 내용만 서술하도록 하겠다.
토리와 로키타는 두 감독님들이 15년 전 작성했던 시나리오를 수정하여 만드신 작품으로 최근 3, 4년 전 음지에서 체류증을 받지 못한 난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해당 시나리오를 떠올려서 각색 후 제작하게 되셨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는 엄마와 두 아이의 이야기였고, 엄마만 본국으로 송환당하는 이야기였으나 기사 내용과 난민 업무 관계자분들을 인터뷰하면서 실제로는 마약과 관련된 범죄에 연루된 난민들은 해당 범죄 조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실종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현실적인 방향과 둘 간의 우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비극적인 남매의 이야기로 수정되었다고 한다.
주인공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비전문 배우이며 오디션을 통해서 캐스팅 되었고 로키타 역 배우는 오디션 현장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어서 캐스팅 되었고, 토리 배우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찾기 힘들었으나 오디션 마감 2일 전에 뛰어난 운동신경과 작고 마른 체구를 가진 토리 역할 배우를 찾게 되어서 캐스팅 했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두 배우 모두 뛰어난 노래실력을 가진 것도 주요한 요인이었다고 한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GV 현장 / 출처: 직접 촬영]
재밌었던 일화로 두 감독님은 의견 대립이 없는지 물어본 질문에 의외로 한번도 의견 대립을 겪어본 적 없다고 말씀하셨다. 두분이서 45년간 영화를 함께 만들어 오셨는데 대립이 있었으면 그렇게 하지 못하셨을 거라고… 이와 같은 말씀을 하시면서 농담으로 “우리가 머리 둘 달린 괴물은 아닙니다”라고 말씀하셨다. GV를 하면서 종종 재치있는 농담을 섞어서 답변해 주셨는데, 바로 답하기 힘든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는 프랑스 속담으로 “제 혀를 고양이에게 주겠습니다”(답변하기 어려울 때 쓰는 속담)라고 대답하셔서 통역하시는 분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셨다.
두 분이 얼마나 오랜 시간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지 체감할 수 있었던 건 어느 날 뤽 다르덴 감독님께서 현장에 나갔는데 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아 오늘은 영화 촬영하는 날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두 분이 함께 있지 않은 촬영 현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건 두 분은 한명이 흰색 영화를 떠올리고 다른 사람이 검은색 영화를 떠올리면 맞춰서 회색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닌 둘다 자연스럽게 같은 색의 영화를 떠올리고 만든다고 말씀하셨는데 두 분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건지 모르겠다고 하실만큼 신기하게 잘 맞는 형제이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작업은 뼈대를 함께 작업한 후에 뤽 다르덴 감독님이 주로 진행하신다고 하셨고 영화 속에서 리듬감을 살리기 위한 방향의 편집이나 연출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답하셨다.
극중에서 토리와 로키타가 부르는 아프리카 노래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10만 명 정도만 남은 부족민이 쓰는 언어로 된 노래로 엄마가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의 일종이라고 한다. 해당 노래만 자막으로 번역되지 않았는데 이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위한 장치라고 답하셨다.
끝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응원의 한마디 씩 남기셨는데.
“모험을 즐기고 뛰어드시길 바란다. 스스로를 믿고 직감을 믿고 하고 싶은 이야기로 영화를 만드셔라. 성공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스스로 솔직하게 질문하고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토리와 로키타>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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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만난 시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단 하나의 선택
컨택트 (Arrival, 2016)개봉일 : 2017.02.02 (한국 기준)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 에이미 아담스, 제레미 러너, 포레스트 휘태커, 마이클 스털버그
새롭게 만난 시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단 하나의 선택
2021년 하반기, 최대 기대작 <듄>의 개봉을 한 달쯤 앞두고 앞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을 찾아보던 중, 이 영화를 만났다.
<컨택트>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블레이드 러너 2049>, <그을린 사랑>등 언젠가 관람해 봤거나 화제작이라는 소문을 한 번쯤 들어봤을 커다란 존재감을 가진 작품들로 가득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색다른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는 소재만 생각한다면 SF 장르처럼 보이지만 SF 장르의 큰 특징인 환상적인 비주얼과 쾌감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조금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SF보단 드라마<컨택트>는 다소 잔잔하고 느리게 흘러가며 처음 미지의 외계 생명체를 마주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시각적 자극은 크게 없는 편이다. 인물들이 격렬한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도 없으며 살 떨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마주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에 아주 천천히 말려들어갔다. 주인공 루이스의 결단과 함께 나도 외계 생명체에 대한 경계를 한 꺼풀 내려놓고 나니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선 이것이 선물인지 재앙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컨택트>의 원래 제목과 뜻
이 영화의 원제목은 도착, 도착한 자, 도입 등의 뜻을 갖고 있는 Arrival다. 이야기는 어느 날 전 세계 곳곳에 커다란 비행 물체가 도착하며 시작된다. 위협을 느낀 지구인들은 이것이 어디서, 왜 나타났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비행 물체에 접근한다. 지구인들과 다른 행성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온 외계 생명체들은 짐승과 같은 소리를 내며 지구인들의 물음에 답한다. 지구인들은 외계 생명체들이 내는 소리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연구하기 위해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와 과학자 이안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구인과 외계 생명체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루이스는 그들에게 지구의 언어를 학습시키며 소통하려 노력하고, 이안은 루이스의 행동에 힘을 싣는다. 루이스는 보호막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외계 생명체를 조금씩 이해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시간을 공유하게 된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들에게 지구의 언어를 가르치는 건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서툰 언어의 전달 중에 생긴 오해는 지구인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서로 다른 모양새의 언어가 다른 문명을 이해하는 초석이 될 수도 전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루이스는 이해를 택하고,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그가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 시간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끝을 안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외계 생명체가 가져온 변화는 선물인가, 또 다른 고통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컨택트 시놉시스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쉘)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등장했다.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아담스)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제레미 레너)를 통해 외계 비행 물체(쉘) 접촉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18시간마다 아래쪽에서 문이 열리는 외계 비행 물체(쉘) 내부로 진입해 정체 모를 생명체와 마주하게 되고, 이들은 15시간 내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밝혀내야 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생명체를 경계하며 방호복을 입는 지구인들과
지구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리벽을 친 외계 생명체들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가 지구 상공에 나타났다. 그들은 어떠한 물질도 전파 같은 것도 뿜지 않고 아주 조용히 그 자리에 떠있다. 그리고 마치 지구인들을 환영한다는 듯 18시간마다 문을 열고 유리 벽 앞에서 그들의 방문을 기다린다.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꽤나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구인들은 유리벽을 보며 어쩌면 외계 생명체들이 외계 공기를 내뿜지 않기 위해 쳐놓은 ‘지구인을 위한 보호막’이 아닐까 추측한다.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며 지구인들에게 줄 선물을 들고 왔다는 외계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유리벽의 존재는 외계 생명체들을 위한 게 아닌 지구인들을 위한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외계 생명체들과 반대로 지구인들은 처음 보는 물체와 생명체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고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면역 주사를 맞고, 여러 겹의 방호복을 껴입는다. 경계와 불신, 긴장감 등으로 가득 찬 방호복은 퍽 무거웠고, 그 무게는 비행 물체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어색하게 만든다.
벽으로 막혀있는 우주선의 밑부분에서 이뤄지는 만남. 외계 생명체에게 질문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루이스는 그간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대범한 선택을 한다. 그는 “날 보여줘야 돼요.”라고 외치며 망설임 없이 방호복을 벗고 지구인의 그대로의 모습으로 외계 생명체들을 마주한다. 외계 생명체들과 지구인 사이에 있는 경계의 막(방호복)한 겹이 사라지고, 루이스는 처음으로 유리벽에 손을 맞대고 외계 생명체들과 인사를 한다.
경계를 내려놓고 이해를 시작하다
루이스는 미지의 생명체를 경계하기보단 그들이 살아가는 시간과 문명, 언어를 이해하려 한다. 그는 이안과 함께 아직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생명체들에게 애봇과 코스텔로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루이스와 이안은 반복적으로 지구의 언어를 교육하고, 애봇, 코스텔로가 내뿜는 단어들을 기록하고, 이름을 부르며 그들에 대해 알아간다.
대화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코스텔로의 손을 통해 언어를 직접적으로 전달받은 루이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억에 시달리다가 이내 코스텔로가 남긴 말을 이해하고 자신이 보고 있는 건 기억이 아닌 미래의 일이란 걸 깨닫게 된다. 외계 생명체들은 문장의 앞, 뒤 규칙이 없는 특징을 가진 언어를 사용하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처럼 앞, 뒤 구분이 없는 시간을 살아간다. 원하면 미래를 볼 수도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이들은 3000년 후 지구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지구인들에게 이 특별한 능력을 선물하기 위해 지구에 도착한 것이다.
그들의 시간을 선물받다
유일하게 선물을 받게 된 루이스는 딸 한나와 함께하는 미래를 보게 된다. 눈물 나게 행복한 시간들이 이어지고, 행복했던 만큼 버거웠던 이별의 순간까지. 루이스는 결국 때 이른 비극으로 끝날 미래를 알면서도 한나를 만나기 위해 이안과 가정을 이루는 선택을 한다.
HANNAH. 앞부터 읽어도, 뒤부터 읽어도 똑같은 대칭어 한나. 코스텔로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한 첫날부터 시작된 한나와의 기억. 루이스는 행복했던 기억의 끝에서 다시 첫날로 돌아와 똑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그는 시간의 끝에서도 한나를 선택할 것이고, 기억이 시작된 시점(영화의 마지막)에서도 한나를 선택한다. 시작과 끝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루이스는 당연하게도 똑같은 미래를 선택한다. 이르고 슬프게 끝날 걸 알면서도 행복을 위해 커다란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 사랑이고 인생인 걸까.
루이스는 새로운 모습의 언어로 전한 시간의 흐름을 통해 미래를 보고 섕 장군을 설득해 커다란 전쟁을 막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나와의 비극적 마지막을 함께 보게 된다. 외계 생명체가 전해준 시간의 흐름은 선물일까 아니면 슬픈 미래를 미리 알게 만드는 새로운 저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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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분업화와 전문화
작년 22년에 개봉해 1,269만명을 기록한 <범죄도시 2>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넘겼다.
이에 해당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 "마동석"은 "7편까지 예정되었다"라는 말과 함께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시리즈를 예고했다.
하지만, 시리즈에서 3편은 가장 어려운 숫자이다. - 2편이 전작에서 가져온 장점만 확대한다고 해도 3편부터는 정체성이 진부함으로 바뀔 테니까!
일단, 이번 <범죄도시3>는 개봉 일주일 만에 600만명을 넘기는 데에 성공했다. - 이미, 4편의 촬영은 끝났고 5·6편의 각본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1. 잘 짜인 공식대로 움직이는 깔끔함
앞서 말했듯이 시리즈에 있어 가장 어려운 숫자는 '2'가 아니라 '3'으로 신선하게 여겼던 요소들이 속편으로 갈수록 진부하게 느껴짐을 말한다.
물론, 장점 혹은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겠지만 이에 대한 인내심은 2편까지가 한계이다.
그래서, 많은 시리즈들이 3편에서 변화를 시도하는데 <범죄도시3>도 "석도"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의 교체와 세부적인 설정들에 변화들이 엿보인다.
그중에서 액션에서 이런 모습들이 엿보이는데, 영화에서 "석도"의 출신에 "20살까지 복싱을 했다"라는 설정을 부여한다.이외에도 빌런으로 등장하는 "리키"는 "일본도"를 가져오는 등. 액션 스타일을 고정시킨다.
이는 전작들에서 선보인 처절한 느낌의 "브롤러(Brawler)"스타일 일명, 막싸움과는 다른 깔끔한 액션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캐릭터들에서도 "초롱이"처럼 웃음만을 주는 캐릭터들의 활약까지 <범죄도시3>는 군더더기가 없다.
모두가 제 역할을 해주니 영화는 재밌게 돌아가지만 전작들만큼의 인상을 주진 못하는 이유는 뭘까?흔히, '누가 누가 더 잘하나?'에 대한 질문에 대한 고민은 많은 스포츠 팬들이라면 해봤을 생각거리다.
하지만, 야구를 비롯해 초창기 프로 스포츠의 분위기는 "나오는 선수만 나온다"라는 분업화가 되지 않았고 이런 과정에서 많은 선수들이 짧은 선수 생활을 뒤로한 채 은퇴를 선언했지만, 스타성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야구만 하더라도, 한 명의 투수가 경기를 끝내는 "완투"를 기록한 선수들의 대부분 상위권들은 80·90년대에 한정되었다. - 최근 162승으로 단독 2위가 된 "양현종"은 13번으로 77위에 이름을 올렸다.2. 낭만을 위하여...
실력에서는 편차가 있을지는 몰라도, 공식이 정립되지 않았기에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했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실례로, 1편에서의 "장이수"는 "장첸"에게 희생당하는 빌런으로 소비되나 퇴장하기 전까지 "마석도"와 함께 보여준 티키타카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런 가능성은 2편에서의 코믹스러운 조연으로 포지션 변경까지 소화하며 시리즈를 대표하는 마스코트가 되었다.앞서 말한 군더더기 없이 잘 짜인 공식은 깔끔하나 캐릭터의 한계를 명확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를 택한 이유에는 시리즈가 더해갈수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쌓여가는 주인공 캐릭터의 서사에 맞추기에는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설명이 길어지고 지루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초롱이"와 같이 역할이 한정된 분량에만 그칠뿐더러 무엇보다 포스터에 쓰여있는 "주성철"의 능력에 "지능"을 언급하는 데에 긴 서사를 부여하지를 않았다.이런 기조에서 '메인 빌런'의 자리를 2명으로 나뉘었고,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마석도"의 금고 장면까지 '매력을 뽐낼 수 있을지?'부터 물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 tmi. 1 - 쿠키 영상은 1개로 마스코트의 등장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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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 금지된 곳이라서 낙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에는 기쿠지로가 정확히 마츠리 날 밤에 죽었고 그 후 소년 마사오는 천사들 귀신들 도깨비들(을 방불케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친절한 어른들)과 한껏 즐거운 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 패싸움 후 이상한 꿈을 많이 꾸는 마사오의 도깨비 꿈, 최고로 많이 다치고 해진 기쿠지로의 모습, 그리고 천사의 종을 열심히 울려댄 오후 덕에 더 굳게 믿었다.
영화를 다시 보니 기쿠지로는 굳이 그 마츠리가 아니라 어디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찻길 위에서 히치하이크하려다 뺑소니 차에 치었을 때든, 호텔 수영장에 빠졌을 때든, 싸움난 길거리(들)에서든, 훔친 택시에서 운전 미숙으로 연기가 났을 때든, 심지어 경륜으로 한탕하고 아가씨들 있는 술집에서 진탕 퍼마신 여행 첫날밤이든.
<탑건 : 매버릭>의 오프닝에서 마하 10을 넘긴 매버릭이 바로 그 사고에서 이미 죽었고, 나머지 2시간은 그의 아름다운 인생을 기리는 주마등이라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같은 간편하고 모호한 표현을 끌어오지 않고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단호히 가정한) 김병규 평론가의 글처럼. <기쿠지로의 여름>도 초반부 새벽 풀밭에 세워진 택시와 거기서 사람이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장면이 너무 피안 같아서, 혹시 이전에나 이후에 기쿠지로가 이미 죽은 건 아닐지 계속 의심했다.
그러니까 이건 언제 어디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기쿠지로가 “너도 나와 같구나”를 말하더니 소년을 어떻게든 엄마에게로 또 집으로 데려다주려고 애쓰는 얘기. 자기는 엄마를, 유년기를, 제대로 된 인생을 되찾는 데에 실패했지만 소년에겐 조금 이른 화해를 선물해주려고 하는 얘기. 그렇게 기쿠지로는 어른이 된다, 마사오를 아이로 만들어주기 위해.
그래서 이 영화가 ‘마사오의 여름’이 아니라 ‘기쿠지로의 여름’일 거란 걸 새삼 느꼈다.
또 예전엔 마사오를 놀아주는 후반부가 다소 지루할 만큼 길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왜 마사오를 놀아주려 하는지는 알았지만 왜 자기들이 더 신난 것마냥 그렇게 필사적으로 분장까지 해가며 온몸으로 놀아주는지는 몰랐고, 그래서 더 그들이 명계에서 온 상상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알 것 같다. 오프닝부터 여름 방학을 맞이한 마사오가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아이는 축구교실을 친구들 집을 길거리를 찾아다니지만 모두 돌봐줄 가족이 있고 저만 혼자다. 엄마가 정말 돈을 벌러 갔다면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방학 중 하루도 못 빼고 가게에서 일할 것까진 없었을 텐데. 어쩌면 엄마가 새살림을 들었단 것까지 마사오는 어른스레 다 직감하고 있었을 테고…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된 엄마를 처음으로 보면서 애가 (불쌍하게도) 별로 안 놀라보였으니까.
놀아주는 어른들이 생겼기에 ‘무슨 애가 저렇게 울상이냐’던 마사오는 히힛 히힛 밝게도 잘 웃는 애가 된다. 애어른 아니고 진짜 애. 마사오가 달려갈 때마다 하늘에서 지켜봐준 누군가도 더이상 걱정되지 않을 만큼 해맑은 애.
왜 마사오가 얼마나 외로운지 예전에는 제대로 몰랐을까? 어떤 시기는 완전히 지나오고 나서야 그게 남들 눈에 어때 보이는지 알 수 있어서겠지.
그보다도 정말 미치겠는 건 기타노 타케시의 표정들.
피를 닦아주는 마사오에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처음 말하는 표정
요양원에 모셔둔 괴팍한 어머니를 창 너머로 바라보던 표정
소년 마사오를 그러니까 소년 기쿠지로를 보내주던 마지막 표정
(그러니까, 우두커니 선 기타노 타케시의 얼굴이란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도 하나비에서도 소나티네에서도 왜 이렇게 사람을 울리는가. 더이상 마사오의 엄마가 아닌, 더이상 스기모토가 아닌 요시무라 사토코를 멀거니 바라볼 때에도. 사고 때문인 건 알지만 기타노 타케시의 파르르 규칙적으로 떨리는 왼쪽 눈마저도 마사오 대신 울기 위한 것 같다.)
현실의 타케시란 폭력적이고 자주 막말하고 틀린 구석도 있는 노인네란 거 알지만. 어떤 사람의 얼굴은 타인의 슬픔을 너무 깊이 너무 깊이 깊이 깊이 이해하고 있어서, 그걸 대신 짊어져주고 있어서 도무지 미워할 도리가 없다는 거..
바로 이런 얼굴
그리고 또 하나의 마음에 걸리는 얼굴 - 마사오가 올려다본 밤하늘 별자리에 비친, 옛사람 혹은 도깨비 정도로 분장한 기타노 타케시의 표정. 딱 세 컷 지나간 그 얼굴이 이전에도 이상하게 계속 오래 남았었는데, 전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이제는 좀 알겠다. 곱게 화장하고 자신만만하게 눈을 치뜨는 그 얼굴이 너무 자부심에 가득찬 희극인의 것이라 그랬나보다.
봐주는 사람 없어도 계속 뭘 새로 배우고 연습하고 선보이던 기쿠지로. 수영과 탭댄스와 저글링, 맹인 흉내와 직접 고안한 그 모든 놀이까지.
어쩌면 이건 세상을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보는 뼛속까지 예능인(‘게닌’ 비트 타케시)의 자기충족적 실험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친숙하고 가장 순진하며 가장 날카로운 관객인 어린아이를 데려다놓고 한 극 무대에서의 실험. 그리고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난 그 표정으로 유추해보건대 다케시와 눈에 익은 극단 출신 후배 배우들은 성공한 무대에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마사오라는 아이 자체도 기타노가 자기 유년기에 보내는 연민의 상징물이나, 성숙으로의 관문보단 ‘곧 내(창작자)가 될 너(관객)’와의 합일을 위해 심어둔 것 아닌가? 싶지만. 그러니까 이 극이 그려내는 좋은 어른이니 성장이니 우정이니 하는 것에 계속 집중하기보다도, 끝에는 ‘감독으로서의 나’를 우위에 두는 메타영화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질 법도 한데 끝까지 그래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결국 예술품이 다룬 무언가 중 어떤 게 가장 귀중한가를 따질 때, 그 무엇보다 시간에 구애받는 영화라는 매체는 어느 씬에 얼마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는가로 일차적 판단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마사오의 감정 묘사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한 - 걸 넘어 오로지 그 감정을 매만져주고 위로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마냥 애쓰는 - <기쿠지로의 여름>은 정말이지 모범적으로 다정한 성장 동화다.
물론 기쿠지로는 여자를 사고 팔고 사람을 갈취하고 패고 죽이는 일을 여전히 우습게 아는 전직 야쿠자일 테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선 기쿠지로가 저지르는 모든 폭력, 절도, 강탈, 사사로운 시비까지도 아이인 마사오를 저 멀리에 두고 진행된다. 기쿠지로는 언제나 마사오에게 “꼬마야 저기 가있어”라고 하는 대신 “꼬마야 여기서 기다려”라고 말하고 자기가 (카메라 프레임 바깥의) 폭력의 자리로 돌아가서 일을 해치우고 온다. 그것이 어른의 태도니까.
물론 마사오도 종종/영영 세상의 잔혹함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러나 영화는 살면서 한 번도 안 겪어보는 게 무조건 나을 끔찍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 네가 그 일을 겪지 않게 해주겠다고 말하듯 든든한 보호자처럼 개입한다. 여행 초입 보호자 기쿠지로가 잠깐 취한 사이, 소아성애자 대머리 중년을 만나면서 중학생 형들보다 훨씬 위험한 폭력에 노출된다. 그때 영화는 현실은 이런 거야,라는 듯이 뻐기며 폭력의 정밀 묘사에 공들이지 않는다. 또한 폭력적 응징의 과정에도 전혀 관심이 없어보인다. 굳이 너의 상처를 훈장 삼을 일도 없고, 세상의 가장 어두운 쓰레기장이 얼마나 끔찍한지 입 아프게 말 얹을 것도 없단 듯한 태도.
사실 이 영화에서 폭력은 대부분 무자비하게 생략/압축된 슬랩스틱 코미디의 결과물로서 소비될 뿐이다. 다케시는 아이에게 좋은 웃음을 선물하고 싶었던 어른-코미디언의 태도로서 그정도가 딱 적절하다고 여긴 것 같다.
그러니 다시.. 예전에는 기쿠지로가 죽었다고, 단지 마사오를 안전히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유령처럼 남아있었던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기쿠지로를 마사오에게 딸려보낸 그 이웃집 친절한 여자는 갑작스레 남편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면 좋나 괜히 걱정도 됐는데.
다시 생각해봤더니 혹시 기쿠지로가 죽었더라도 부인은 그냥 잘 살아갔을 것 같다. 그 사람도 기쿠지로가 어디서 어떻게 죽든 어쩔 수 없단 것쯤 알고 살았을 것이다. 세 번째 결혼이기도 했고… 남자들의 사라짐에 그냥 그렇구나 할 것 같은 어른.
그리고 그보다 먼저 기쿠지로는 안 죽은 것 같다. 소리도 없고 그림자도 없고 발자국도 없고 미련도 없어보여서 마치 귀신같고 이상한 움직임이 줄곧 나왔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기쿠지로다, 빠가야로 라고 해줬으니까.
건강하라고, ‘다음에 또’ 엄마 찾으러 가자고 말해줬으니까,
그리고 멀어지는 기쿠지로가 아니라 힘차게 달려가며 멀어지는 마사오가 막의 마무리를 장식했으니까.
귀신이고 도깨비고 천사고 꿈이고 뭐고 .. 그냥 안 죽었을 것 같다 그냥.
마사오에게 다 큰 마사오가, 기쿠지로에게 어린 기쿠지로가 함께 노는 일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게 영화의 목적지였으니까. 그게 전부였으니까. 그리고 삶은 결국, 출입금지인 풀밭에 연못에 밭에 해변에 마구 헤집고 들어가더라도 함께 있는 순간의 재미를 찾아내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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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한번 쯤 기대해 봤을 법한 사랑이야기
당신에겐 마음속에서 품고 있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가? 난 있다. 근데 그게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26년의 삶이 무색하게 난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말이 맞다. 내 인생은 더 잘 풀릴 구석이 있는 게 맞는 것이다. 내가 그냥 좋은 사람이 아니고 너무 좋은 사람이랜다. 근데 그거에 걸맞지 못한 20대의 추억이 없으니 내가 봐도 참 통탄할 일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 마음속에 있는 일은 후회와 미련에 관한 이야기다. 왜 그랬어야 했나. 과거의 나를 때려죽여서라도 혐오해서 현재의 나에게 정당성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내가 놓쳐버린 수많은 것들이 다시 떠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할 수 있다. 이렇게 다짐하지 않으면 뭔가 일상에서 생기는 기대가 없어진다. 미련하다고? 사람들에게 날것의 무언가를 보여주면 부담스러워 도망간다는 것도 30분 전에 안 나는 너무나도 바보라서 이런 식이 아니면 하루를 살 수가 없다. 이 웃기고 창피한 생각들을 마무리하는 방법은 하나다. 그 사람들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다. 또,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그런 흔적들을 상회하는 더 멋진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정신승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꿈이다. 잠깐 달콤하게 꾸다 말 것이다. 그런 희망사항 일어날 확률 0.01% 정도 됐었다. 나의 이기적인 행동에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은 하늘이 두쪽 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병 때문이라니 트라우마 때문이라니 헛소리를 해도, 나 변했다고 세상에게 소리 질러도 그럴 일은 없다. 당연하다. 그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때 먹은 마음가짐이 사람을 성장시켜준다는 것 빼고는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 젠장.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면 참 좋을 텐데. 현실성이 있을 법하다가도 그런 건 없다는 걸 자각하면 마음에 구멍이 생긴다. 이렇게 생긴 그 구멍을, 홍콩의 영화감독 왕가위가 그리움과 재회라는 키워드로 채워주려고 하는 것 같다. 1994년의 홍콩, 그리고 왓챠로 달려가 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영화는 두 개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형 로맨스 영화다. 이 두 에피소드에 나오는 경찰 두 명이 있다. 금성무가 맡은 하지무/양조위가 맡은 경찰 663이다. 또 이 둘에겐 두 명의 여주인공이 있다. 임청하가 맡은 금발의 여인/왕페이가 맡은 페이다. 따끈따끈하게 여자 친구에게 차인 하지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 모으지만 나름의 삶이 있는지라 전부 다 거절당한다. 전 여자 친구가 좋아했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하루에 하나씩 먹고, 1달이 지나고 나서도 연락 오지 않는다면 깔끔하게 잊기로 한다. 그렇게 30캔을 먹은 4월 30일. 만우절 때 차였던 경찰 하지무는 4월 30일이 된 날 아무 술집에나 들어가 처음 만나는 여자를 사랑하기로 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이 경찰이 술집에서 만나는 여자와의 일화를 담았다.
두 번째. 경찰 663의 이야기다. 경찰 663 역시 따끈따끈하게 여자친구에게 차였다. 663의 전 여자친구는 그가 자주 가던 음식점에 663의 집 열쇠와 편지를 맡겨놓는다. 열쇠와 편지를 맡겨놓은 음식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페이. 페이는 사실 663을 마음에 두고 있다. 누가 봐도 전 여자 친구인듯한 느낌에 호기심이 생겨 편지를 열어본다. 열쇠가 있는 것을 확인한 페이.
엄격하게 따지면 무려 경찰 집에 무단침입을 한 셈이지만그녀는 663의 집에 들어가 그의 전 여자친구가 남긴 흔적을 서서히 지워나간다. 페이의 이런 이중생활은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두 번째 에피소드는 페이의 이런 비행에 대해 다룬 영화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흔적을 제삼자가 등장해 쨘! 하고 지우는 이야기 인 셈이다. 영화의 두 에피소드는 이것들을 소재로 삼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간단하다. 희망을 심어주는 영화다.
이 글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당신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는 어떤 것이 있나요?라고 물으면 <이터널 선샤인> <500일의 서머>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등등이 나올 것이다. 물론 앞에서 쓴 세 단어는 무지 좋은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난 이 <중경삼림>도 앞에서 쓴 세 작품과는 살짝 다른 결이긴 하지만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실제로 그렇게 여기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이 영화는 도입부에서 쓴 소재, 그러니까 그리움과 재회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말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우리는 가끔 그 사람들과의 재회를 꿈꾼다. 근데 거의 그럴 일 없다. 이에 대한 근거가 수많은 사랑노래라고 생각한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이라는 가사도 있지 않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소망이 되어서 간절한 그리움이 되는 것이다. 이게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감정이니 예술작품이 되어 사람에게 다가간다. 이런 우리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공감하게 된다. 그 사람 역시 언젠가 변한 나를 보고 마음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때 내가 갖고 있던 악습들 다 뜯어고쳤으면 언젠간 오겠지. 예술이 사람의 삶 이면을 때리는 아주 진부한 클리셰다. 이 영화 역시 이 막연한 기대에 관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절대 진부하지 않다. 줄거리는 많은 로맨스들과 크게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현실적으로 환상적인 왕가위식 미장센이 덧붙여졌다. 이 덕에 그리움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기분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한다. 오래 남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어. 이 영화처럼 그 추억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는 거지. 이 영화처럼.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2번과도 이어진다. 첫 번째. 왕가위식 미장센이다. 보통 이 감독의 특성이 반영된 연출 방식으로 <화양연화>나 <해피 투게더>를 뽑는 사람이 많다. 난 근데 그의 미장센 연출 능력이 이 둘에 못지않은 것이 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임청하가 맡은 의문의 금발 여성을 보자. 그녀는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는다. 이 종류의 의류가 있는 분들이라면 베이지가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살짝 탁하게 어두운 노랑이다. 그리고 그녀는 가발을 쓰는 듯한 묘사가 나온다. 근데 그 가발이 금발이다. 또 립스틱은 비비드 한 빨강으로 배치한다. 또 신발은 흰색 계열이다. 그러니까 이 '의문의 여성'은 노랑머리-황색 피부-베이지색 의류-빨간색과 검은색이 들어있는 선글라스-빨강 입술-흰색 구두로 코디한 사람인 것이다. 패션디자인과 학생이 좋아할법한 3색 배치에 요즘 말로 하면 톤인톤 코디를 보여주는데, 이거 쉬운 것 같지만 고려해야 할게 많은 연출 방식이라 생각한다. 이 인물의 큰 특성은 세 가지다. 멀끔한 미녀처럼 보이지만 범죄자라는 것이다. 또 가발을 쓰는 것과 같이 타인을 속여야야 만 한다는 것이다. 또 눈빛을 보여주면 안 된다. 그냥 일 있으면 후다닥 달려갈 사람인데 뭐하러 처음 보는 남자랑 연애를 하나? 이 세 가지 캐릭터 설정을 코디 안으로 축약해놨다. 멀끔함(트렌치코트를 활용한 톤인톤) - 타인을 속여야 함(가발) - 의외로 뛰어다녀야 하고 무려 범죄자임(이동이 불편한 신발 '흰색 구두')의 요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 뿐인가? 어쩐지 좀 탁한 영화 전반적인 색조까지 있으니 우리가 흔히 쓰는 아날로그 카메라로 영상을 찍은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가 그냥 예쁘니까 올드하고 그런 거 없다. 오히려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연출이 숨어있는 것이다.
두 번째. 명대사다. 아마 <중경삼림> 하면 생각나는 대사는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 년으로 하고 싶다'일 것이다. 난 솔직히 이 대사가 그렇게 멋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조명하고 싶은 대사는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사람은 변하니까'다. 왕가위는 캐릭터 설정에 능하고 그런 성격이 있을 법한 사람의 말을 잘 만들어내는 감독이라 생각하는데, 이 사람의 이런 특성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세 번째. 양조위다. 90년대 중후 반생이라면 한번쯤 봤을, 영화사에 남는 663의 첫 등장신을 볼 수 있다. 사진으로 몇 번 봤다고? 그래도 다시 보는 걸 추천한다. 이건 알고 봐도 너무 멋있다.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멋있다. 그리고 엔딩신에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하는 표정연기 역시 어마어마하다. 딱 홍콩의 그 시절 감성을 축약한 느낌. 외롭고 고독한 역할이 걸핏하면 중2병으로 보일 수 있는 극의 맹점을 채우는 훌륭한 퍼포먼스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아니오! 무난한 영화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2-3에서 양조위의 연기에 대해 썼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양조위만 좋은 퍼포먼스고 나머지는 구렸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난 페이 역을 맡은 왕페이의 연기도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난 한국인이고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영화라 이 사람이 이게 두 번째 데뷔작이고 본업이 가수라는 것을 몰랐다. 이걸 나중에야 알 만큼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없다. 그냥 무난하게 볼 수 있는 로맨스 영화다. 아. 사람 일은 모르니까 미리 적어놓는다. 만약에 기적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왕가위 특별전이 열린다는 기사가 뜬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한다. 왕가위 미장센은 극장에서 봐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모바일 환경에서 보는 거지 뭐.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봐도 큰 무리는 없다.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홍콩 영화 좋아하고. <샹치 : 텐 링즈의 전설>에서 양조위에 눈빛에 치였고. 로맨스 영화 좋아하고. 마음속에 기다림을 품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각본의 이음새가 완벽한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전부 마음에 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계속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가 생각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오래 남는 영화의 기억과 마음속의 그리움이 나란히 걷는다는 것도 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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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영상은 홍보마케팅사를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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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을 내돈내산 나홀로라이프로 즐기려 했건만 이놈의 몸이 말썽!
오랜만에 외아들 종욱의 방문 탓에 팔이 부러지고,
이 사고로 요양보호사 미선을 들이게 된다.
엄마 걱정에 CCTV까지 들이는 아들과는 마음과 다르게 모진 말만 오가고,
요양보호사는 어쩐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영 맘에 안 든다.
그렇게 마찰과 화해를 반복하던 중 종욱 가족이 불쑥 찾아온 명절날,
묻어두었던 관계의 갈등이 터져버리는데….
가족이 뭐 별거야? 이제 함께 살 테니 “우리 말임씨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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