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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다이애나 스펜서의 슬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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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 아이가 사람들의 손을 타면 안 좋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누구나 너무 예뻐하고, 예쁘다고 쓰다듬고 한 번 볼 걸 두 번 보게 되는 아이는 명이 짧다나. 그리고 그들은 익명의 죽은 아이들이 얼마나 예뻤으며 주변에서 얼마나 예쁘다고 난리였는지 회상했다.
이제는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는가. 우리는 그런 케이스들을 자주 확인했다. 영화를 보면서 몇몇 사람들을 떠올렸다. 관심이라는 포장을 씌우면 비수도 무디어지는지 모를 일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영국에서는 당연하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평범한(사실 귀족 출신이지만) 유치원 교사 여자가 왕자님과 결혼하는, 말 그대로 신데렐라와 같은 러브스토리로 비추어졌다. 레이디 다이애나의 결혼식부터해서 패션까지 유행했고 그 스타일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한편으로는 모나코 공국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와도 비교할 수 있겠다. 그들은 다 떠났는데 디올의 레이디백, 에르메스의 켈리백은 아직까지 사랑받는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사흘간의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이다. 다이애나는 기사도 없이 별장으로 향한다. 지도를 보아도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내비게이션은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다). 한참을 헤매다 보니 어릴 적 살던 동네이다. 아버지의 외투로 만든 허수아비를 발견하고서야 깨닫는다. 그걸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여왕보다 늦게 별장에 도착한 다이애나는 별장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삐걱거린다. 크리스마스를 즐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별장에 들어왔을 때의 몸무게와 나갈 때 몸무게를 재는 것.
이 관습은 단지 '재미'로 시작되었다. 몸무게를 다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몸무게의 족쇄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람뿐이다. 대상화되지 않는 쪽, 관찰자인 쪽이다. 관찰자는 누구인가.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이다. 영국의 제레미 벤담이 설계한 판옵티콘처럼, 보는 자는 권력을 쥔 자이다.
웨일즈의 공주, 왕세자비, 신데렐라인 레이디 다이애나는 안타깝게도 언제나 대상화되었다. 궁 안에서는 궁의 예절와 법도를 어기지 않는지 감시받아야 했고, 궁 밖에서는 파파라치들의 카메라에 비친 관찰자였다. 어디를 가도, 무엇을 해도 기자들과 파파라치들이 따라붙는 삶, 매일 얼굴이 신문 1면에 대문짝하게 나오는 삶, 뭘 입고 뭘 했는지 모두가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자신은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삶이란 얼마나 끔찍한가.
그때 한 명이라도 자기의 편이 있다면, 아주 작은 진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거기에 기대어 살겠다. 다이애나에게 남편 찰스 왕세자가 그 역할을 해주었어야 했으나 찰스는 그럴 수 없었다. 그에게는 다이애나와 결혼하기 전부터 만나왔고, 결혼 후에도 정리하지 못한 여자가 있었으니, 아내는 그저 왕실에 맞는 허울을 뒤집어 쓴 껍데기에 불과했다. 심지어 내연녀와 똑같은 진주목걸이를 선물받았다는 걸 아는데도 그 목걸이를 크리스마스 내내 걸어야 하니, 지옥이 달리 지옥이 아니다.
다이애나도 그렇지만, 왕실 역시 다이애나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인들의 모든 관심은 다이애나에게 쏠려 있었다. 왕자인 찰스가 가장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찰스 왕자의 비(妃) 다이애나'가 아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남편 찰스가 되어버린 꼴. 게다가 딱딱하고 절제되어 있던 왕실의 분위기와 다이애나의 다정한 이미지 사이의 괴리 때문에 영국 사람들은 다이애나에게 더욱 열광했다.
영화에서 찰스의 역할은 미미하다. 찰스뿐만 아니라 왕실의 누구도 돋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악역도 없고 다이애나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하지만 가장 나쁜 것은 방조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을 쳐다보지만, 왕실에서 다이애나는 있으면서도 없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 이브 밤,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에서 '엄마는 왜 슬픈지' 묻는 큰아들 윌리엄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먹은 것을 다 게워내는 다이애나에게, 남편 찰스는 위로는 커녕 요리사들을 생각해서 토하지 말라는 말을 할 뿐이다. 그나마 다이애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시종 매기까지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자 다이애나의 불안은 극에 달한다. 사방에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다이애나는 앤 불린의 책을 읽으며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앤 불린은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이다. 숱한 여자들과 바람을 피운 헨리 8세는 오히려 앤 불린에게 외도의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앤 불린은 참수형으로 죽는다.
다이애나는 아마도 앤 불린에게 자신을 투영한 것 같다. 정작 바람은 본인이 피우고 있으면서도 다이애나를 단속시키는 찰스의 모습은 헨리 8세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그러지 않아도 다이애나는 임신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몇 번의 자해가 있었고, 거식증과 폭식증도 있었다. 그럴 때 누구라도 다이애나의 곁에 있어주었더라면 사정이 좀 나아졌을까.
먹지도 못하고, 행사에 참여도 하지 못하던 다이애나는 자꾸만 어릴 때 살던 집으로 가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저지당한다. 기어코 폐허가 된 옛날집에 들어갔을 때, 다이애나의 눈앞에 유년시절이 환영처럼 떠오른다. 웨일즈의 공주, 왕세자비, 레이디 다이애나가 아닌 '다이애나 스펜서'로서의 삶.
크리스마스 연휴 마지막날에는 꿩 사냥이 관습인가 보다. 꿩은 아름다운 깃털을 가졌지만 사냥용으로 길러질 뿐이다. 죽임을 당하기 위해 사는 존재. 작은아들 해리는 아직 꿩 사냥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왕실의 법도에 의해 꿩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애나는 꿩 사냥터에 나타난다. 그리고 아들들을 데리고 별장을 떠난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최고급 셰프가 만든 복숭아 수플레가 아닌 KFC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KFC 점원이 주문자의 이름을 묻자 다이애나는 말한다. '스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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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삶을 새롭게 써보고자 했다. 다이애나에 관한 영화는 이미 몇 편 나와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다이애나의 사랑, 안타까운 이별 등이 아니라 왕실의 일원으로서 다이애나의 슬픔과 불안, 우울 등의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비운의 왕세자비' 같은 타이틀 말고, 인간 다이애나 스펜서에 관하여.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이혼 후 활발하게 사회운동을 해나간다. 아프리카 빈민구조, 지뢰제거, 적십자 활동 등을 해나가며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혼 후에도 파파라치의 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파파라치를 피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즉사가 아니었음에도 파파라치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 죽고 말았다. 영국 국민들은 슬픔에 잠겼으나 왕실은 끝까지 냉정했다. 그러다 블레어 총리까지 추모를 할 것을 촉구하여, 왕실장으로 장례식을 치른다. 그때 윌리엄, 찰스 왕자는 고작 10대 초중반이었다. 엄마가 죽었는데도 왕실의 법도를 따르며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그 심정을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은 어쩌면 현대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뻣뻣한 왕실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리 왕자와 결혼한 매컨 마클은 신문사의 횡포에 참지 않고 사생활침해 소송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왕실의 인종차별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모두의 관심 속에 사는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한두 사람의 사랑이 지지대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는 관심이라는 무기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보냈다.
관람 포인트
* 다이애나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목소리와 발성이 거의 다이애나 그 자체였다. 영화 상영 전에 잠시 크리스틴의 인터뷰를 보여주는데, 다이애나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목소리도, 제스추어나 표정도 옛날 다이애나비의 영상 속의 그 모습 같다. 영화를 보기 전후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영상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찍은 클레르 마통이 촬영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도 보여주었지만 그가 보여주는 미술적 감각은 정말 아름답다. <스펜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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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 명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대작 모아보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호러무비 명가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가 개막을했습니다!!
27회를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는 21년부터 내건 슬로건'이상해도 괜찮아'를 유지하면서 비주류의 재능을 응원하는 장르영화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터 잭슨, 크리스토퍼 놀란, 대런 아로노프스키, 기예르모 델 토로, 장준환, 나홍진의 작품이 BIFAN을 통해 발견되고 소개되었습니다. 블루무비특별전을 비롯한 도발적인 특별전으로 검열에 대해 문제 제기했고, 쇼브라더스 무협영화와 볼리우드특별전으로 팬커뮤니티를 형성하였습니다. 권력의 교체에 따라 부침을 겪기도했지만 BIFAN의 쉼 없는 에너지는 26년 동안 새로운 감성과 풍부한 상상력, 개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국내외 게스트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이상해도 괜찮아’를 모토로 비주류의 감성에 환호하고 변방에 밀려난 재능을 발견하고 용기를 주는 영화제입니다
비주류는 곧 주류가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시각의 작품들을 같이 만나보아요개요: 모험_개막작 | 미국
개봉: 2023.07.05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호아킨 피닉스, 패티 루폰, 네이단 레인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네 가지의 독특한 챕터로 구성된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아리 에스터의 세 번째 장편영화로 충격적인 비주얼과 영리한 코미디가 균형 있게 갖춰진, 자기 발견에 대한 독창적인 이야기다. 영화는 모자관계에 대한 물음과 한 사람이 독립을 위한 몸부림치는 과정을 보여주고, 보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연이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맞서 싸우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연기를 한다. 앞으로 수년간 논란의 여지가 있을 법한 충격적인 결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개요: 공포 | 영국
개봉: 미정
감독: 조 린치
출연: 헤더 그레이엄, 쥬다 루이스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H.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조 린치의 〈악의 육체〉는 각본가 데니스 파올리, 책임 프로듀서 브라이언 유즈나, 프로듀서이자 조연 배우인 바바라 크램톤을 포함한 많은 러브크래프트의 총아들을 모이게 했다. 하지만 이 매혹적이고 복잡한 영화는 모두 감독인 린치에 의해 모아지고 구성된다.
단단한 연출과 예측 불가능한 도착적인 톤의 사용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엘리자베스 역의 헤더 그레이엄과 그의 어린 환자 역에 주다 루이스 등의 강렬한 캐스팅은 에로틱한 스릴러와 바디호러의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이코트로닉의 걸작을 만들었다.
개요: 공포 | 호주
개봉: -
감독: 조시아 앨런, 인디아나 벨
출연: 조던 카원, 엘레나 카라페티스, 브렌던 록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네버 파인드 미〉는 조시아 앨런과 인디아나 벨의 인상적인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두 주인공 사이의 불안과 불확실성이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여주인공 조던 코완과 노인 역의 브랜든 록이 훌륭히 연기해낸 서로를 의심하는 편집증은 점차 고조된다. 이는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말로 치달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개요: 공포 | 일본
개봉: -
감독: 오에 타카마사
출연: 오치아이 모토키, 아노, 요코다 마유, 오니시 아야카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드라이브 마이 카> (2021)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인 오에 타카마사의 <고래의 뼈>는 디지털 세계의 잔상에 불과한 존재를 추앙하고 목숨까지 내던질 정도로 빠져드는 대중심리를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펼쳐 보인다. “작은 생물들이 심해에 가라앉은 고래의 뼈에 붙어 영양을 흡수하며 밤거리의 등불처럼 빛을 점멸하다가, 다 먹어 치운 뒤에는 생물들도 빛도 사라진다.”는 서두의 말처럼, 추앙받는 자는 추앙하는 자들을 통해서만 빛나는 잔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개요: 공포_폐막작 | 일본
개봉: -
감독: 시미즈 다카시
출연: 호시 토모코
프로그램 노트 [부천국제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비밀스러운 마케팅으로 관객의 궁금증을 일으켜온 J-호러의 대명사 시미즈 타카시의 신작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사운드 호러와 아이돌을 소재로 엮어낸 시미즈 타카시의 <모두의 노래>는 스멀거리는 긴장감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드는 시미즈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후크송”이 귀에 맴돌듯 나도 모르게 저주의 가락을 흥얼거리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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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되어가는 마블의 유통기한
일단, 전작 <블랙 팬서>의 약력부터 읊어보자!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주제가상 - 음향효과상 - 음향편집상"에 이름을 올렸고, "미술상 - 의상상 - 음악상"은 수상에 성공했다. - 이는 '슈퍼히어로 장르'로는 첫 작품상 지명이자 'MCU'로는 첫 수상작이다!
흥행 또한 <아바타, 2009>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5> 다음으로 세 번째 북미 박스오피스 7억 달러를 기록했다! - 이후 <어벤져스: 엔드 게임, 2019>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21>, 그리고 <탑건: 매버릭, 2022>이 달성했다.
이외에도 두 팔을 가슴에 엑스(X)자로 하는 특유의 포즈가 "BLM 운동"의 상징으로 작용했으니 안 나올 수가 있을까?근데, <블랙 팬서: 와칸타 포에버>는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한다!
주인공을 맡은 "채드윅 보스만"의 사망과 극 중. "슈리(최고의 과학자이다...)"를 맡은 "레티티아 라이트"가 음모론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이외에도 현저하게 떨어진 관객들의 반응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 공교롭게도 영화는 위기에 빠진 와칸다를 구해야 한다.1. 홍철 없는 홍철 팀
일단, <블랙 팬서: 와칸타 포에버>에 직면한 문제는 "채드윅 보스만의 부재를 어떻게 채워나갈지?"이다.
단독 작품으로는 전작 <블랙 팬서, 2018>뿐이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8 - 엔드 게임, 2019>까지 총 4편에 출연했을 만큼 그만큼 이미지와 서사적으로도 각인되었기에 단순하게, "슈트"를 입힌다고 해서 관객들이 "블랙 팬서"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 흰 나시와 콧수염만 있다 해서 "프레디 머큐리"가 아니다!
그렇기에 161분이라는 기나긴 분량을 할애했지만, 그마저도 "슈퍼히어로"라는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결국, "슈퍼히어로"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는 장르로 가볍고 무엇보다 이해하기가 쉬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 <와칸다 포에버>의 이야기를 본다면 어린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엔 어렵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국왕 "티찰라"의 죽음에 따른 "블랙 팬서"의 부재는 세계열강들과의 "비브라늄(자원)" 경쟁, 그리고 새로운 국가 "텔로칸"과 국왕 '네이머'의 등장은 "제국주의"라는 케케묵은 개념을 꺼내든다. - 엄마, 아빠 뭐야???2. 설명은 되지만, 공감은 안된다.
단적으로 "석유"만으로 한 국가의 행적이 떠오를 테지만, 영화는 좀 더 오래된 이야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남미 정벌 역사를 가져온다.
이 당시 유럽에는 "가격혁명"이 일어났을 만큼 금과 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원주민들은 "천연두"로 죽거나 살았아도 "노예"가 되었을 만큼 아픈 기록이 있다.
이는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네이머"의 동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설명되지만, 문제는 관객들의 감정적 공감에 끝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이런 부분들이 새로운 블랙 팬서로 거듭나는 "슈리"에게도 지적된다.
결국, "네이머"와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데에 하나의 사건을 제시하고는 예상치 못한 인물을 등장시킨다.
전작을 보았다면, 해당 캐릭터의 사상이 이번 "슈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는 것에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행한 행동에 앞서 말한 문장으로 '설명은 되지만, 문제는 관객들의 감정적 공감을 이끄는 데에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반복하게 만든다.3. 이젠, 확답을 내려야 할 때!
이런 이유에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집중하지 못한 것이 크다!
속편의 입장이긴 하나 <와칸다 포에버>는 결국, 새로운 "블랙 팬서"의 탄생을 다룬 작품으로 그만한 동기에 힘을 실어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레퍼토리로 진행되는 탄생기는 관객들의 관심을 떨어트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리리 윌리암스(aka. 아이언 하트)"의 등장시켰지만, 이야기의 큰 영향이 없을 만큼 "사족"으로 느껴져 "굳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무엇보다 "인피니티 사가"로 불리었던 "타노스"와 같은 공공의 적이 아직, 이번 페이즈에 코빼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어벤져스, 2012>의 마지막 쿠키 영상에 나타난 "타노스"는 <아이언맨, 2008>을 시작으로 <퍼스트 어벤저, 2011>까지 총 5편의 영화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속한 "페이즈 4"는 각각 7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소비될 만큼 변죽만 올리고 있다. - 이젠, 속 시원하게 말해야 할 때이다.· tmi. 1 - 쿠키 영상 1개가 곧장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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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찰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레이'님의 콘텐츠입니다. 출처는 하단의 주소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일반 관객이 이해할 수 없는 범주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멈추는 카메라는 현실과 극의 경계에 머물며 관객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도달한다. <언노운 걸>, <소년 아메드>와 같은 영화들은 다르덴 형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도, 극중의 배경에 대해 몰라도 이해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다. 대단히 일반적인 관객을 상정하는 이들 카메라는 그러면서도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선에 머문다. <토리와 로키타> 속 토리(파블로 실스 분)와 로키타(졸리 음분두 분)에게 벌어지는 폭력은 유혈사태와는 거리가 멀고 로키타를 클로즈업하여 폭력을 가리거나 로키타에게서 거리를 둠으로써 폭력을 간접적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로키타를 향한 폭력은 토리에게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거나 폭력의 사후에 발견된다.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 그리고 피해자의 감정적인 모습을 포착하지 않으면서 관객에게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고단수의 관찰은 한편으로는 폭력으로부터 관객을 무감각하게 유리시키기도 한다.
성폭력을 위시한 폭력을 묘사할 때 묘사자는 2차 가해와 폭력 포르노로부터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해야 한다. 폭력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내지만 때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되기도 하고 모방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폭력을 묘사하기 위해 진행된 촬영 과정에서 재연 배우가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에서 카메라는 결코 포르노의 선을 넘지 않지만 관객의 다소 냉담한 반응을 감수해야 하기도 한다. 영화상 로키타가 겪는 첫 성폭행은 대단히 간접적으로 묘사되기에 일부 관객은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마저 있다. 흥미롭게도 로키타가 겪는 성폭행에 대한 묘사는 서사가 진행되며 직접적인 묘사로 나아가는데(그러면서도 카메라는 로키타에 대한 섹슈얼한 시선과는 거리가 멀다), 관객의 시선과 토리의 시선이 일치해간다. 일부 둔한 관객은 알아차리기조차 쉽지 않은 첫 성폭행 장면에서 토리는 아예 배제되어 있다.
토리와 로키타의 현 상황에 대해서만 묘사하던 카메라는 영화 초중반이 되어서야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드러낸다. 토리에게는 발급된 체류증이 로키타에게는 발급되지 않았고, 따라서 토리와 로키타는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로키타가 체류증을 정말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인지, 이 둘이 친남매가 맞기는 한지, 로키타가 돈을 부친다는 부모는 친부모인 것인지 카메라는 현실적인 영역에는 결코 들어서지 않는다. 카메라의 관심은 오직 합법적으로 벨기에에 머물 수 없는 로키타와, 로키타와 헤어져야 하는 토리가 겪는 폭력적인 상황 뿐이다. 즉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정치적인 영역으로 전력을 다해 발을 내딛지 않는다. 체류증이 발급되지 않은 로키타와 헤어져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토리의 질문은 로키타를 향한 온정적인 시선을 요청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로키타의 상황은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토리의 질문은 로키타에 대한 그리움으로써 묘사될 뿐 로키타의 체류증에 대한 당위성으로 이용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체류증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인가, 이들을 둘러싼 역사적인 혹은 현실적인 문제들인가. 카메라는 이들 중 어디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오직 약자를 이용하려는 가해자의 뒷모습만을 끊임없이 쫓아 들어간다. 토리와 로키타는 합법적인
앵벌이노동이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너무나도 쉽게 불법적인 아르바이트에 동원된다. 이들이 발을 들인 공간은 애초에 불법이므로 그보다 더한 폭력이 발생하더라도 공권력의 개입은 도리어 위협이 된다. 이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 토리와 로키타가 경찰을 보자 오히려 피하려고 하는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카메라는 사실은 폭력의 막다른 골목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카메라가 관객의 온정적인 시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합리적이다. 일반인의 온정이 아닌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토리와 로키타의 상황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언뜻 정치적인 선으로 넘어가지 않으려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시선은 사실은 가장 정치적인 상황을 상정한다. 토리가 질문을 퍼붓는 면접관조차도 이들을 돕고 싶어하지만 규정이 변경되지 않는 이상 로키타는 체류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 특히 <언노운 걸>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의사 제니(아델 에넬 분)가 진료 시간이 끝나 더 이상 진료하지 않아 발생한 의료사고는 제니의 잘못으로 치부될 수 없다. 언뜻 개인의 잘못들로 점철된 것만 같은 사회는 사실은 집단적인 오류에 기반하고 있으며,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역설적으로 가장 개인적인 곳으로 렌즈를 들이대어 이를 폭로한다.
한쪽 다리를 다쳐 토리와 함께 모래 언덕을 하강하는 로키타의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신체의 일부만을 다쳤을 뿐이지만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진 로키타에게 남은 선택지는 토리만을 보내거나 토리와 함께 급속도로 하강하는 것이다. 로키타와 하강하기를 선택한 토리에게는 아직 두 다리라는, 즉 체류증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스스로 도망칠 수 없는, 즉 체류증이 없는 로키타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이들을 비추는 카메라는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관객의 시선을 대변할 뿐이다.
*본 리뷰는 씨네랩의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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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시즌 2가 기다려지는 드라마
인류학자 캐롤 코니한은 자신의 저서 《음식과 몸의 인류학》(갈무리, 2005)에서 힘·권력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군림하고 강압하는 힘이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절대적 자원을 독점하여 타인을 통제하는 힘을 말한다. 두 번째는 영향력이다. 남들에게 베풂으로써 생겨나는 책임감과 유대감이 두 번째 힘의 핵심이다.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시기, 국가가 탄생하기 전 부족 연맹의 시기를 바탕으로 하는 판타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이 두 가지 힘 중 무엇이 더 센지를 묻는다. 타곤(장동건 배우)은 첫 번째 힘의 화신이고, 은섬(송중기 배우)은 두 번째 힘의 가능성을 체화한 자다. 연맹장 타곤은 공포로 군림하는 왕을 꿈꾸고 은섬은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선의의 공동체를 꿈꾼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컷 ⓒtvN두 주인공이 힘을 정의하는 방식의 차이는 각자의 서사가 펼쳐지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타곤의 주 무대는 여러 부족장과 대제사장이 모여 있는 아스 땅 한복판이다. 타곤과 그의 연인·동지인 태알하(김옥빈 배우)는 교묘한 술수와 탁월한 계략으로 경쟁자들을 제압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이들이 펼치는 고도의 두뇌 싸움과 심리전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정치 드라마가 될 수 있을 정도이다.
반면 타곤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긴 와한족의 은섬은 타곤으로부터 부족민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나 결국 노예로 팔려간다. 은섬은 서로를 외면하고 핍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노예 세계에서도 와한족의 가르침인 베풂과 믿음, 연대의 가치를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끝내 운명의 시험을 통과하여 아스달이 아직 점령하지 못한 아고족의 우두머리로 거듭난다.
〈아스달 연대기〉 시즌 1은 타곤과 은섬이 각자의 세력을 결집해 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타곤과 은섬의 대결이 자아내는 긴장감은 힘과 권력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하기 위한 둘의 싸움이 21세기에도 끝나지 않았다는 데서 나온다. 타곤과 은섬의 시절이 그러했듯,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자들은 여전히 타곤의 계승자들이지만 은섬의 뜻을 잇는 자들도 치열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시대에 따라 다른 사상과 권력 체계를 무기 삼아 벌여온 타곤과 은섬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컷 ⓒtvN
한편, 〈아스달 연대기〉에는 힘과 권력을 정의하는 관점 말고도 정치적 의미를 해석할 만한 장면이 꽤 많이 나온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정치적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무리 사이의 괴리였다. 타곤과 은섬은 서로 다투지만, 이 둘은 모두 ‘지도자’다. 아스달의 연맹인과 아고족은 거의 언제나 타곤과 은섬이 벌이는 정치적 이벤트의 철저한 수용자로만 재현된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없다. 어떤 소문이 돌면 우르르 몰려갔다가,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 또다시 법석을 떨며 되돌아오는 식이다.결국 타곤과 은섬의 대결은 피지배층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타곤과 은섬은 피지배층의 마음이 주인 되는 정치를 상상하지 못한다. 이들은 정치가 합리적 이성의 결과물이라는 허상을 보기 좋게 깨버리고 마음과 감정이야 말로 정치가 작동하는 근본 원리임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마음과 감정을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만 봤다는 점에서 둘은 똑같다. 다만 다스림의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를 ‘현실적 재현’으로 볼 수도 있고, ‘상상력 부재’로 볼 수도 있다. 내겐 후자가 더 그럴듯했다. 다만 〈아스달 연대기〉의 정치적 상상력 부재는 제작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 시대 정치적 상상력의 한계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모략을 일삼는 정치인, 약자를 보듬고 챙기는 정치인은 참고할 대상이 많다. 하지만 피지배층을 정치의 주인으로 만드는 정치/인은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아스달 연대기〉가 탁월한 상상력을 서사, 세계관, 비주얼뿐만 아니라 정치적 가능성에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어찌 됐든, 〈아스달 연대기〉는 매우 빼어난 드라마다. 정치적 메시지의 한계가 있지만 이 조차도 또 다른 가능성을 사유하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놀라운 비주얼을 입혀 설득력 있게 구축한 시도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극 초반의 지루한 전개와 떨어지는 대사 전달력은 흠이지만, 이 고비(?)를 넘으면 웅장한 서사시가 펼쳐진다. 코로나 19로 후속 시즌 제작이 중단된 〈아스달 연대기〉의 속편이 하루빨리 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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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일의 밤> - '악과 운명의 족쇄를 끊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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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일의 밤 (The 8th Night)
개봉일 : 2021.07.02 (넷플릭스 공개)
감독 : 김태형
출연 : 이성민, 박해준, 김유정, 남다름, 김동영, 이얼
악과 운명의 족쇄를 끊어내다.
번민하는 검은 악마의 눈과 번뇌하는 붉은 악마의 눈이 만나는 순간, 세상은 지옥이 된다. 각기 다른 사리함에 봉인된 두 눈은 지옥의 문을 열 순간만을 기다린다.
<제8일의 밤>은 끝없이 이어지는 문을 지키는 자의 운명과 문을 열려는 악의 욕망, 그리고 문을 열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7개의 징검다리가 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7월 2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반응은 꽤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내에서 통용되는 소재 자체는 좋았으나,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 결국 불필요해진 감정들이 아쉬웠다.
결국 악을 물리칠 수 있는 건 대가없는 희생과 선함뿐인 건가. 악에 잠식당한 사람들에게 남는 커다란 구멍과 그 틈을 넘나드는 붉은 눈의 괴기함이 나에겐 완전한 공포보다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악이 원하는 지옥은 무엇이기에 무력한 사람들을 이토록 끈덕지게 괴롭히려 하는 걸까. 개인적으론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이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진 못하는데, 걱정보단 덜 공포스러웠기 때문일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식은땀이 날 만큼의 공포는 아니다. 보는 이를 놀라게 하거나 악몽을 걱정할 만큼 잔혹한 공포 같은 것에 집중했다기보단 선과 악의 대립, 악마와 지옥문을 지키는 선한 자의 대립. 그리고 어리석은 사랑에 묶인 운명과 그 또한 감싸 안는 선한 자가 내미는 손과 주어진 숙명. 이런 주제들에 더 집중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죽죽한 장마철을 내쫓을 서늘해질 만큼의 공포 영화를 찾고 있다면 아쉽게 느껴질만한 공포랄까. 그래도 전하려고 한 메시지와 의도, 배우진들의 연기가 좋아 한 번쯤은 감상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제8일의 밤 시놉시스
붉은 달이 뜨는 밤, 봉인에서 풀려난 ‘붉은 눈’이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 자신의 반쪽, ‘검은 눈’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제8일의 밤, 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면 고통과 어둠만이 존재하는 지옥의 세상이 될 것이다.
북산 암자의 ‘하정 스님’(이얼)은 2년째 묵언수행 중인 제자 ‘청석’(남다름)에게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에 관한 전설을 들려주며, ‘선화’를 찾으라고 유언을 남긴다. ‘청석’은 주소지만 적힌 종이를 들고 길을 떠나던 중 사리함을 잃어버리고 그곳에서 정체모를 소녀 ‘애란’(김유정)을 만나게 된다. 한편, 괴이한 모습으로 죽은 시체들이 발견되고, 강력계 형사 ‘김호태’(박해준)와 후배 ‘박동진’(김동영)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괴시체들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수사를 이어간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때가 되었구나. 전해라… 놈이 왔다”
사리함이 박준철 교수에 의해 발견된 2005년. 정밀 감식 결과 사리함은 최근에 합성된 ‘가짜’라는 결론이 나고 교수는 고고학을 50년쯤 퇴보시킨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기꾼. 교수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는 의심이 아닌 인정을 받고 싶었고 자신의 말이 진짜임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 가득 차 번뇌의 붉은 눈 사리함에 제물들의 피를 붓는다. ‘번뇌’ 근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 박준철 교수의 현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욕망이다. 악마는 그의 욕망과 제물들의 피를 받아 세상에 깨어나고 지옥문을 열기 위해 징검다리를 밟는다.
지옥의 문을 열려는 악마. 그리고 징검다리 마지막에 서있는 문을 지키는 자. 하정 스님이 타계하고 그의 운명을 내려받은 진수(선화 스님)과 청석. 징검다리를 두고 악마와 지키는 자는 대립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 사람들이 주고받는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녀 보살은 자신의 마지막 징검다리가 될 운명을 사주가 같은 동진에게 넘기고, 북산에 있는 지키는 자들(스님)은 자신의 명이 다할 때쯤 다음 사람에게 지키는 자의 운명을 넘겨준다.
진수와 청석은 청석의 어머니가 낸 사고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다. 청석의 어머니가 낸 교통사고로 진수는 아내와 딸을 잃는다. 그리고 청석의 어머니는 죗값을 갚겠다며 자살을 택한다. 하정 스님과 진수는 홀로 남겨진 어린 청석을 북산으로 데려온다. 그 순간부터 청석은 ‘지키는 자’의 운명을 내려받을 인물이 된다. 청석은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적이 없지만 사고를 내고 자살한 어머니, 스님들에 의해 운명을 부여받는다. 2년이 넘도록 묵언 수행을 하고 있는 청석의 목에 걸린 ‘묵언’ 목걸이를 걸어준 하정 스님. 그 목걸이를 끊어내고 새로운 신발을 신겨준 진수. 두 사람은 청석의 운명을 결정하고, 다시 바꾸는 인물이다. 하정 스님이 타계하고 청석의 묵언수행이 끝이 나고 새로운 신발을 신게 된 건 청석이 새로운 운명, 지키는 자의 운명을 받게 되는 순간임을 암시한다.
호태는 물에 빠져 죽었어야 할 동진의 운명을 바꾼 인물이다. 호태와 동진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동진이 일을 하던 중 어떠한 사고로 인해 다리와 눈을 다쳤고, 호태는 그로 인해 깊은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된다. 모두가 호태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호태는 동진에 대한 죄책감으로 어떻게든 동진을 돕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가 살려낸 동진은 결국 악마의 마지막 징검다리가 되고, 호태는 동진의 몸에 들어간 악마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등장인물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주어진 운명이란 것은 변하지 않고 이들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을 뿐이다.
<제8일의 밤>에서는 끊어내지 못한 운명과 숙명을 발목에 묶인 족쇄로 표현한다. 애란은 학대받던 자신을 구해준 새아빠 준철을 위해 악마를 소환하는 제물이 된다.
“그리고 항상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아무리 어리석어도 그냥 믿고 싶어져.”
준철은 악마를 불러내겠다며 어리석은 꿈을 꾸지만 애란은 자신의 전부인 아빠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그렇게 애란의 발목엔 무거운 족쇄가 채워지고 애란은 그것을 끊지 못한다.
진수는 악마를 유인하기 위해 덫을 치며 자신의 발목에 단단히 끈을 묶는다. 이미 사리함을 열 운명이 청석에게 내려졌음을 모르는 그는 자신이 마지막 징검다리이며 청석이 나를 죽이면 악마도, 지키는 자의 운명도 끝이 날것이라 예상하고 발목에 끈을 묶는다. 그가 희생을 감수하고 발목에 끈을 묶은 건 지금껏 외면해왔던 ‘귀신을 천도해야 한다’는 숙명을 이제야 단단히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북산을 떠난 순간 청석에게 지키는 자의 운명이 돌아갔음을 알게 된 진수는 발목에 묶인 끈을 힘껏 내리쳐 덫을 벗어나 청석을 따라간 악마의 뒤를 쫓는다. 발목에 묶인 끈을 끊어낸 진수는 결국 자신을 희생해 ‘마지막 징검다리인 청석을 통해 악마가 부활할 것’이라는 운명을 바꿔놓는다.
내 아내와 딸을 죽인 가해자의 아들. 진수는 모두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그 존재를 용서한다. 진수는 청석의 목을 조르려 했지만 포기하고 북산을 떠난다. 그리고 번뇌와 번민이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던 진수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어왔던 죄책감을 털어내고 청석을 용서한다. 사실 아이에게 죄가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아이를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는 사고 날부터 제8일의 밤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운명의 족쇄를 끊어내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
다시 봉인된 사리함과 남게 된 지키는 자 청석. 청석에게 지키는 자의 운명을 내려준 스님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그에겐 새로운 숙명이 생겼다. 애란의 서글픈 눈을 바라보며 먼저 손을 내밀던 그의 선함이 오래도록 지옥의 문을 단단히 누르고, 덮어주길. 누군가는 지옥의 문을 지켜야 하는 운명. 그것은 이 세상의 악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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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액션, 스릴러
감독 | 각본: 필감성
제작: 강혜정
출연: 황정민
제작사: 외유내강
배급사: 대한민국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촬영기간: 2019년 5월 15일 ~ 2019년 8월 13일
개봉일: 대한민국 2021년 8월
제작비: 8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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