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ive contents
-
- N년전 오늘의 영화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볼까 하는데요.
바로 N년 전, 오늘 개봉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오늘은 무려 17년 전에 개봉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영화 <러브레터>의 감독으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러브레터>와 같은 느낌을 생각하고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보신다면 조금은 놀라실 수도 있는데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이와이 슌지의 작품들 중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들을 통칭하는 '블랙 이와이' 계열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는 평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상하이 국제 영화제에서 2관왕을 달성했으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와 요코하마 필름 페스티벌에서도 수상하였습니다.
최근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에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오마주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웨이브, 티빙,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극장 아트나인과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상영 및 상영할 예정에 있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T.M.I
1. 왕페이의 공연
ⓒ 네이버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홍콩에서 왕페이의 공연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 구상하게 됐다고 합니다.
2. 릴리 슈슈?
ⓒ 네이버 영화
이와이 슌지 감독이 '릴리 슈슈'라는 가상 가수를 만들고, 릴리 슈슈의 홈페이지까지 만들며 그곳에서 릴리 슈슈의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출판했습니다.
즉, 독자 참여형 소설을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제작된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가 바로 동명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입니다.
3. 촬영
ⓒ 네이버 영화
영화는 대부분 아시카가 시와 오타 시에서 촬영했으며, 오키나와에서도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핸드 헬드 촬영한 컷이 나오는데 이는 이와이 슌지 감독이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에게 직접 핸드 헬드 촬영을 배우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또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일본 영화계 최초로 촬영부터 상영까지 모든 방식을 디지털로 작업한 영화입니다.
4. 20주년 기념 인터뷰
ⓒ 岩井俊二映画祭チャンネル 유튜브
일본 기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개봉 20주년을 맞이해 이와이 슌지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만나 스페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는 아래 유튜브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qfneUlLxi8&t=315s
5. 쿠엔틴 타란티노
ⓒ 네이버 영화
<킬빌> <펄프 픽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좋아하는 2000년대 아시아 영화 중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에는 릴리 슈슈의 곡인 '회복하는 상처'를 삽입곡으로 쓰기도 하였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와 비슷한 작품
<릴리 슈슈의 모든 것>과 비슷한 결의 영화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주연의 영화 <파수꾼>.
<파수꾼>은 기태, 동윤, 희준 등 3명의 친구들의 시점으로 각자의 현재와 과거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죽은 친구의 아버지가 사건을 쫓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 는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내 복수를 위한 한 어린 칼춤
김은숙 작가님의 드라마가 다시 돌아왔다. 신데렐라가 아니라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사실 소재에 이끌려 작가님의 전작을 보긴 했지만 지루함에 이탈했었는데 이번 드라마는 왠걸 한 순간의 정지 없이 봤다. 그만큼 흡인력 있었다는 얘기다
김은숙 작가님의 강점 중 하나를 꼽는다면 다양한 세상에서 살 법한 신데렐라를 그려 여자들의 환상을 자극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배경과 인물만 달라질 뿐 비슷한 스토리 포맷은 지루함을 낳는다. 전작 '더 킹: 영원의 군주'가 그 지루함의 한계에 도달했던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작가님은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점에 제대로 한 방을 선사해 주셨다. 아직까지 작가님의 작품 중 인생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이지만 이 작품도 못지 않은 멋있는 작품이다.
1.신데렐라 스토리에서 한 단계 발전한
주인공 동은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다. 고데기로 지져진 그녀의 몸이 폭력의 증거였기에 동은은 자신의 몸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자신을 괴롭혔던 범인들을 처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손쉬운 방법들을 포기하고 동은은 돌고 돌아 18년을 기다린다.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폐부를 찌르기 위해서.
이번 드라마는 로맨스가 뒤로 빠져 있는 복수극이다. 로맨스보다는 복수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기승전 '왕자님의 도움으로 동은이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전개가 아니다.
작가님의 시그니처인 왕자가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동은에게 왕자와 같은 주여정은 동은에게 관심이 있지만 '칼춤 추는 망나니'가 필요한 동은을 위해 망나니가 되기로 한다. 이번 드라마 에서는 왕자가 주인공에게 조력자로 기능하는 것이다. 따라서 왕자가 주인공의 삶에 등장해 로맨스를 강제 주입시키지는 않는다.
2. 남자 캐릭터들의 매력 대결이 예고된 다음 시즌
다음 시즌에도 동은의 왕따 주동자 박연진의 파멸은 자명해 보인다. 더 비참해질 것이다. 하지만 다음 시즌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캐릭터가 있다면 하도영이다. 하도영은 동은의 조력자인지 악인인지 스탠스가 명확하지 않다. 동은을 보호할 만한 모습이 드러나긴 했지만 동은을 공격할 만한 요소도 갖춘 양면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정의 감춰진 폭력성이 다음 시즌의 드러날 것으로 예고되어 그 폭력성이 동은을 위해 쓰여지긴 할지. 쓰여진다면 어떻게 발현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만큼
다음 시즌은 동은의 이야기에 가려져 소극적으로 보였던 남자 캐릭터들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남자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것은 작가님의 주무기이기에 기대가 된다.
하지만 이들의 매력 대결이 동은의 복수의 의미가 퇴색되는 방향으로 흘러가진 않았으면 좋겠다.
3. 남성상의 변화
확실히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남성상이 바뀌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결혼의 현실을 겪어내면 '동화 속 왕자는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어도 여전히 내 남자에게서 끝까지 나를 보호해주는 왕자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포기하지 않으시며 우울을 느끼는 기성 세대 분들을 꽤나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확실히 세대가 바뀌며 왕자는 환상의 결합체임을 인지하고 조금은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왕자가 등장해야 한다면 나를 보호하고 간지럽게 사랑해주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캐릭터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처럼. 그 사랑의 표현 방식이 폭력, 살인이더라도 상관없다. 결국 여자 캐릭터의 삶의 방향을 제멋대로 바꾸지 않는 '최소한의 매너'를 보이는 캐릭터라면 환호를 받는다.
이런 남성 캐릭터의 다각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매너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생각도 좋지만 어떤 일을 하지 않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매너의 한 부분임을 상기시키며.
사설이 길었다. 하여간 사이다 전개의 통쾌함, 다음 시즌을 향해 기대감 혹은 긴장감 등 꽤나 다채로운 매력이 많은 드라마인 만큼 한 번쯤 볼만하다. 바둑이 등장하는 점도 매력적인데 바둑이 침묵 속 치열한 암투를 보여주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한 명의 전사와 같은 동은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해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
-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 月老, 2021
2012년에 개봉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8년 <몬몬몬 몬스터>까지 작품들의 텀은 길어도, 완성도를 생각하면 납득하게 만드는 "구파도"감독이 신작을 가지고 왔습니다.
앞서 6년이었던 텀을 이번 영화에서도 그대로 가져왔지만, 그 사이에 "각본"에 참여한 작품들도 있어 마냥 작업을 안한 건 아닙니다.
그저, 연출까지 도맡는 그의 온전한 작품을 기다려온 팬으로서 이번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 거는 기대감은 컸습니다. - 그도 그럴 것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개봉에 앞서 '대만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하는 등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데요.
그렇게, 보게 된 이번 작품은 어떠했는지? -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잠시, 비를 피하려던 남자는 벼락을 맞고 그만 죽고 맙니다.
이내 자신이 지옥에 떨어진 것을 알고서, 저승사자는 자신의 일을 도와주면 "인간"으로 환생을 약속하는데요.
그렇게, 몇 가지 시험을 통과한 남자는 사람들의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노인"의 일을 하던 가운데 한 여자를 보고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리고 남자는 잊고 있던 생전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는데...만년이 지나도 재밌을 영화가...?
1. 성공적인 큰 그림 스케치
앞서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 기대치는 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작품의 감독과 각본을 맡은 "구파도"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가진동"과 함께 했으니 그만한 "로맨스"도 나올 거라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줄거리에서도 보듯이 저를 비롯한 많은 관객들의 기대치에 부합되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초반 전개는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정신없는 건 여전하네?
줄거리에서 "지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듯이 '사후세계"라는 판타지를 적용한 작품이라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설명이 중요한 작품입니다. - 추후 이야기의 개연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문제는 설명만 한다면,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지루해질 수 있어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에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영화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신나는 음악, 그리고 교차편집까지 속도감 있게 보여줘 이를 타개하는데요.
정신이 없다면, 한없이 어지럽지만 늘어지거나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소기의 목적은 해냈다고 생각합니다.2. 이것도 보여주고 싶고, 저것도 보여주고 싶고
이렇게, 세계관을 소개하는데 마친 해당 작품은 저를 비롯한 관객들이 기대했고 간절히 원했던 "로맨스"를 꺼내듭니다.
그렇게, 캐릭터들은 울지만 정작 관객들은 덤덤한데요.
이런 이유에는 앞서, 번잡하게 뻗혀진 이야기와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에도 있습니다.
전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만 보더라도, 이들에게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쌓아가는 이야기의 설명 순서도 있었거든요.보여줄게 많구나?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사후세계"를 살펴보면, 남자 "샤오륜"과 그의 파트너 "핑키"를 먼저,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들이 맡는 "월하노인"외에도 "염라"와 그를 보좌하는 부하, 그리고 "악귀"와 같은 여러 군상들을 보여줘 이야기의 스케일을 가늠케 합니다.
그렇기에 해당 작품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샤오륜"과 연인 "샤오미"의 이야기는 설명은커녕 꺼내보기도 힘든데요.
결국, 기억이 떠오르고 나서야 뒤늦게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이마저도 이들에게 몰입하기는 어려웠습니다.3. 벌려두기만 하면 뭐 하나?
영화는 "샤오륜"과 "샤오미"의 이야기를 "플래시백"으로 말하지만, 이게 몰입하기가 어렵습니다.
똑같은 시점과 시간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몰라도,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의 이 방식은 뭔가 그때마다 넣어주는 "땜질"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애절함"보다는 "없는 게 없네"와 같은 만물상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의 긴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 자유 갈래로 뻗어나간 이야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느낌도 강합니다.앞서 설정은 뭣 때문에 말씀하셨나요?
이야기에서 "샤오륜"과 그의 파트너 "핑키"가 착용한 팔찌는 인연을 맺어주는 실을 만드는 능력이 주로 나오지만, 이는 환생을 결정짓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남아있는 하얀 구슬로 "환생 대상"을 정하기도 하지만, 전부 까매진다면 곧장 지옥으로 떨어져 환생의 기회조차 박탈됩니다.
어찌 보면, 이야기의 후반부를 쫀득쫀득하게 만들 장치로 예상되나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습니다.
이보다 "악귀"의 행패를 "윤회"를 통해서 진정시키는 이야기로 바꿔 후반부를 보여줍니다.4. 신령님, 진정하세요.
전생애에 걸쳐 쌓인 업보, 그리고 은혜 등으로 이야기를 선보이는데 이마저도 앞서 언급한 "샤오륜"과 "샤오미"처럼 "플래시백"으로 말합니다.
지적되는 문제가 새로운 이야기에도 동어반복적으로 되감아지니 128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임에도 그 부족함을 지울 수가 없으며, 피곤하기까지 하네요.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는 그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저희가 보고 싶었던 건 절절한 로맨스뿐인 나무꾼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쿠키 영상 1개가 있습니다.
본 원고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첨받아 참석해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 낭만으로 가득한 비현실적인 세상
-비전문가의 개인적인 감상 및 해석
-영화 <무드 인디고> 스포일러 포함 / 기억에 의지해 쓰느라 실제 영화와 다른 부분이 존재할 가능성 있음.치즈 (CHEEZE) - 무드 인디고 (Mood Indigo)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인만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무드 인디고는 색감과 독특한 연출로 감정을 전달한다. 알록달록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가득하던 나날이 흑백으로 변해버린다거나. 뭐 그런. 내 기준에서 이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무드 인디고의 세상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존재한다. 스케이트를 타다 간단한 이벤트에서 우승하기 위해 몸이 풍선인형처럼 길어져도, 말하는 새가 이벤트를 담당해도, 음악을 틀어놓으니 방이 둥글게 변해도, 어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다리가 고무마냥 길어져 마음대로 움직여도, 다리 달린 자명종이 사방을 기어다녀도 신경 쓰지 않는다. 보는 이들의 비현실이 곧 그들의 현실이기 때문에. 그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우리의 자명종이 움직이지 않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팔과 다리가 마구잡이로 길어지지 않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서다.
무드 인디고는 낭만을 이야기한다. 인연의 시작과 슬픈 끝까지 그토록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수가 없어서 오히려 끝맛이 씁쓸하다.
폐에 핀 수련. 수련을 죽이기 위해 필요한 꽃들. 몸에 대고 있는 것만으로 시들어버리는. 수련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 콜랭이 불량품을 만들어낸 일자리까지. 영화의 후반부에는 온갖 비현실적인 것들이 가득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나는 콜랭의 옆에 서 있었다. 어떤 영화는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보는 이를 내쫓는다. 개인적으로 무드 인디고는 그렇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내가 스스로 콜랭의 곁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영화였다. 콜랭과 클로에, 시크 그리고 나. 나는 인물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나의 내면을 살펴본다. 어떤 영화는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클로에와의 첫만남에서 콜랭은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공감성 수치를 느끼다 못해 영화를 중간중간 멈추면서 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에게 이끌렸고, 다음날 데이트를 했다.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낭만적인 데이트를. 공사 현장에서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둘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현실과 가장 동떨어져있으면서 인물들의 행복을 잘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들이 구름 모양의 무언가를 탄다는 걸 알았기에, 이 장면을 봤을 때는 가장 먼저 반가웠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두 번째.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고민하는 게 마지막. 나는 영화의 끝까지 무드 인디고의 독특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영상미에 시선이 빼앗겨 홀린 것처럼 영화를 보다가도 의미를 찾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했는데도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많다.
실제로 초중반부는 꽤 지루하다. 영화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면서 봤고, 또 이야기가 이렇게 됐는데 이 정도가 남았다고? 라는 생각도 종종 했다. 그러나 색을 잃은 후반부는 나름 몰입하면서 봤다. 내가 콜랭이 된 것처럼 찌푸려진 미간이 펴질 생각을 않더라.
시크와 알리즈에 대해서도 몇 마디 얹자면 보는 내내 시크는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우상을 좇느라 현실을 뒤로 하고, 그 현실에 속한 알리즈는 상처 받고. 그럼에도 둘은 사랑을 했다. 시크의 우선순위가 우상이었을 뿐. 알리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싶은 건지 뭔지 돈이 생기면 있는 족족 그 우상한테 부어버리는데 어떻게 계속 만났지?
시크가 죽는 장면... 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돌려봤다. 총을 맞은 시크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꽃과 비슷한 무언가가 되는 연출이 좋았다. 알리즈는 자신을 위해 파르트르를 죽이고, 시크는 파르트르에 의해 죽는다. 딱 봤을 때는 죽은 줄 알았던 파르트르가 튀어나와 의문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자아의 실존성'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알리즈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시크의 죽음 이후 알리즈는 어떻게 살았을까. 감옥에 들어갔을까? 아니면 시크의 뒤를 따라갔을까. 그것도 아니면 지금 알리즈는 무엇을 하고 살까.
영화를 다 보고 일상을 살아가던 중 문득 책에서 본 구절이 생각났다. 내가 처음으로 책에 밑줄을 그은 문장이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문장. 무드 인디고와 결이 비슷한, 사랑에 대한 프레드릭 베크만의 정의. 솔직히 이 책과 맞지 않아 읽다 관뒀는데, 다시금 문장을 곱씹으니 책을 끝까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나면 처음부터 도전해봐야겠다.
생각이 나는 대로 막 쓰다보니 가독성도 떨어지고 내용도 별로인 리뷰가 되어버렸다. 세상 어딘가에는 이런 리뷰도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다음에 볼 영화를 찾아야겠다.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싶은데 보다가 울 거 같아서 고민 중.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 中-
에디터 : 고삼_한국코알라
-
- 라이언 쿠글러의 야심, 미쳤다!
<씨너스: 죄인들>을 보지 않는 자 모두 죄인!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 진심이 담겨있다. 올해 상반기 영화 중 가장 매력적인 영화라고 자부한다. 이토록 오감을 자극하며 이야기 자체에 빨려들어간 경험은 참 오랜만이다. 내 자신이 놀라웠다. 그도 그럴것이 이 영화는 미국 작품이면서 인종차별이 심했던 1930년대 흑인 인권 역사를 그린 작품 아닌가. 외국인에게도 극 중 이야기를 설득시킬 정도니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연출력은 대단하다. 놀라웠던 건 감독이 비로소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야심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쓴 오리지널 작품으로.
1932년,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은 시카고 갱단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미시시피로 돌아온다. 그리고 과거 운영했던 제재소 건물을 사들여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춤을 출 수 있는 술집을 연다. 이들의 컴백에 들뜬 건 음악 천재 사촌 동생 새미(마일스 케이턴). 목사인 아버지의 만류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형제가 운영하는 술집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곧바로 술집을 개시하고 백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마친 흑인들은 삼삼오오 이곳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들도.
<씨너스: 죄인들>의 장점은 너무나 많다. 이 말도 안되는 호러, 갱스터 액션 장르의 혼합, 그 안에 담긴 미국의 역사, 더불어 이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한 블루스 등의 음악이 너무나 잘 믹싱되어있다. 마치 섞일 것 같지 않은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처럼 잘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것들을 혼합한 감독의 재주는 가히 상상이상이다.특히 주목하고 싶은 건 앞서 말했던 야심이다. 영화를 다보고 나왔을 때 생각난 감독이 있었는데, 바로 조던 필이다. 조던 필 감독도 <겟 아웃> <어스> <놉> 등 호러 장르를 통해 미국 내 암울했던 흑인 역사를 길어올렸다. 특히 <놉>에서는 SF 장르와 호러를 혼합해 할리우드 영화 역사 속 알려지지 않았던 흑인들의 역사를 스크린에 투영했다. 그 노력은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과 잘 부합시키면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흑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보여줬다. 그만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마음 속 품고 있었더 야심을 드러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영화로 이 미국이란 땅에서 살고 죽은 흑인들의 대단한 역사를 꼭 보여주고 말겠단는 그 마음이 보였다.
그리고 3년 만에 라이언 쿠글러도 비슷한 야심을 드러낸다. 백인 경찰의 강압 수사에 목숨을 잃은 실화를 담은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를 시작으로, <크리드> <블랙 팬서> 시리즈 등 어떻게든 블랙 무비를 멋들어지게 만들어 낸 인물 아닌가. 드라마, 스포츠, 히어로 장르 영화를 거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비로서 자신이 하고자 했던 영화를 만든 느낌이었다. 중요한 건 이 감독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면서 그 영역을 점차 넓혀왔다는 점이다. 마치 그동안 쌓았고, 영역 확장을 해왔던 경험을 이번 영화에 쫙 풀어놓은 것처럼.
음악 활용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음악을 매개체로 끈적하고도 소울풀한 블루스 음악은 극중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각 인물들의 감정선과 상황까지 전달한다. 특히 극 중 새미가 부르는 블루스는 모든 걸 초월한다. 인종과 시간, 문화의 벽을 허물고, 모든 게 다 혼재되어 있는 그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에서 뱀파이어가 나타난 이유도 바로 새미의 블루스 음악 때문이다. 뱀파이어 무리들 또한 아일랜드 민요를 부르며 등장하는데, 이들은 새미 혹은 블루스를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극중 블루스나 아일랜드 민요는 각각 흑인과 아일랜드 이민자들을 대변하는데,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음악이 아닌 고통을 잊게 하는 노동요이자 저항심과 희망, 자신의 정체성이기 때문. 두 민족 모두 미국이란 땅에서는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백인 계열인 아일랜드인들은 도리어 흑인을 차별하고 공격하며 가해자가 되어 그들의 것을 빼앗으려고 한다. 이런 사회 역사적 부분을 음악으로서 구현해 낸다는 점은 영화의 의의를 더한다.
이 밖에도 <씨너스: 죄인들>은 매력이 많은 작품이다.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B. 조던의 1인 2역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전환에서 빚어지는 당혹함과 흡입력, 귀를 열고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음악 등등 알고 보면 더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장르적 재미와 철학과 역사, 메시지까지 모두 얻을 수 있는 영화. 어찌 보면 영화 매체가 힘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다. 점차 상영관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만약 이 작품을 보고 싶다면 아이맥스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아이맥스로 보지 못해 지금도 후회한다 ㅜㅜ)
덧붙이는 말: 감독 만큼 음악을 담당한 루드비히 고란손의 OST는 미쳤다. 특히 극 중 새미가 부르는 ‘I Lied to You’는 대단하다. 블루스 음악의 힘은 물론, 이 음악이 퍼지면서 시공간의 문이 열리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영상이 구현된다. 마치 음악이 주는 마법의 순간을 구현한 것처럼 말이다. 그 하나됨은 정말 홀리하다. 당시 악마의 노래라 부르던 블루스라서 오히려 더 영적으로 들린 건가?
사진 출처: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평점: 4.5 / 5.0
관람평: 라이언 쿠클러의 야심! 미쳤다.
-
- [BIFAN 데일리] 애정의 물성, 물성의 애정
감독] 서원태
출연] 정윤철, 임필성, 임대형 등
프로그램 노트] 뉴욕에 5만 5천 점이 넘는 방대한 보유작을 자랑하는 ‘킴스 비디오’의 김용만 대표가 있다면, 광주에는 비디오 5만여 점과 책 5만여 권을 평생 수집해온 ‘호모 시네마쿠스’ 조대영 광주 동구 인문학당 디렉터가 있다. 그는 방위병으로 복무하던 1991년, ‘굿펠라스’라는 영화동아리를 결성한 이래 30년 넘도록 광주 지역 영화 운동에 몸담아왔다. 조대영의 방대한 VHS 비디오 수집품 중 약 2만5천 점을 2022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다. 이른바 ‘시네필’ 문화가 싹텄던 1990년대, 남한에서 VHS 비디오는 서구 시네마테크의 셀룰로이드 필름을 대체하는 물리적 지지체였다. 〈원초적 비디오 본색〉 전시를 계기로 제작된 〈일시정지〉는 함께 모여 필름 대신 비디오를 보았던 또 다른 ‘굿펠라스’들이 들려주는 ‘비디오 본색’에 대한 이야기다. (신은실)
이 영화는 비디오를 처음 틀었을 때의 컬러 화면으로 시작한다. 순간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장면인지 얼떨떨한 동시에, 저 이미지 자체가 진작에 지난 세기의 것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비디오라... 유치원 시절을 떠올린다. 유치원이 마치면 차량 한 대가 아이들을 동네 별로 나누어 1호차, 2호차, 3호차 순서대로 태워 날랐고, 3호차를 탔던 나는 1호차와 2호차로 먼저 떠나는 아이들이 다음 장면을 궁금해할 때 느긋하게 앉아 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주로 디즈니 영화나 <호호아줌마> 같은 걸 봤고, 매일 유치원의 일상을 마치는 순간은 어떤 비디오를 틀지 고르는 시간이었다. 이따금 흥미 없던 로봇 만화 같은 것을 무감하게 보았던 기억도 난다. 일시정지를 눌렀을 때 화면에 은색으로 실금처럼 그어져 올라가던 노이즈도. 되감기, 빨리감기, 같은 글자와 그때의 소리들도.
생각해 보니 제목인 ‘일시정지’는 아직 존재하지만 영문 제목에 들어간 ‘rewind’, 되감기라는 단어도 이미 사라진 것 같다. “10초 앞으로” 혹은 “30초 뒤로”가 있을 뿐이다. 시간의 흐름은 그렇게 모든 것을 멀리 보낸다. 신기술은 옛 것이 되고, “첨단 사업 전람회장”을 담은 뉴스는 꼭 박물관에서 미디어 아트로 틀어줄 것만 같다. 비디오도 이미 그런 존재가 되어 있다.
이 영화는 비디오 세대를 기억하는, 통사적인 관점에서 비디오 시대를 말해줄 수 있는 여러 명의 감독 인터뷰를 꼼꼼하게 담았다. <말아톤>, <대립군> 등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었다. (옛날 이야기 맞지만.)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OTT 경쟁 시대인 지금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갖고 사는 게 당연하지만, 당시만 해도 사적인 상영 공간이란 부재하는 개념이었다. 80년대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는 집이 하나둘 늘어나고, 90년대에는 급부상한 비디오 플레이어와 함께 비디오 렌탈점이 성행한다.
비디오와 영화는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성장한다. 비디오가 영화 필름의 질감을 담으려 노력했던 시절이 있는데, 필름과 필름 사이 자신의 무언가를 밀어 넣던 사람들의 노이즈 자글자글한 예술 세계가 있었는데… 이제 어디서 필름 생산을 멈췄다더라 하는 소리가 들려오다 못해 캠코더조차 ‘레트로 감성’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계에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인터뷰어들이 비디오에, 비디오 가게에 품은 그리움 또한 흥미로웠다. 유튜브만 뒤져도 전문가의 영화 추천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지금과 달리, 당시엔 비디오 가게가 장르적 추천 기능을 했고, 좋은 영화를 많이 추천해 주었다는 아르바이트생의 존재는 마치 ‘무림고수’처럼 느껴져 재미있었다. 영화 모임 기록도 있고. 서로의 영화 리스트를 직접 볼 수 있고, 얼굴을 맞대며 알 수 있었으니 사실 요즘의 모임들보다 더 솔직하고 흥미로웠을 것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키워내기 딱 알맞은 자리였을 것이다. 좋은 영화를 서로 추천하고, 복제하고, 나눠 보고… 그러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태동했을 것이다. 1980년 광주 관련 영상물이나, 아직 일본 문화가 개봉되기 전의 <러브레터>도 그렇게 번졌다.
과거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이 영화가 과거를 위무하는 데만 그쳤다면 아쉬웠을 것이다. 과거를 위무하는 마음은 이후 세대에게 필연적으로 위화감을 남기기 때문이다. 인터뷰어들의 말에서도 나로서는 조금 위화감을 느꼈다. 90년대 ‘에로 영화’와 맞물렸던 비디오 문화의 성행을 말하면서, 에로 영화 사장 이유로 페미니즘과 성 인지 감수성만을 언급했지만, 매체의 변화와 궤를 같이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성 인지 감수성과 페미니즘이 이유였다면 포르노 시장, 끔찍한 디지털 성범죄가 없었을 테니까. 우리 사회 성 인지 감수성이 뭐 얼마나 높다고 이럴 때만 “아쉬움”의 사유 자리에 놓이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불어 인터뷰어들 말대로 에로 영화 소비층의 존재가 기술의 발달에 기여한 점도 분명 있겠지만… 양으로만 기능할 수 있나? 음으로도 기능했다. 언급된 마틴 스콜세이지 같은 헐리우드 감독에 비해 과거 우리 나라 영화 감독을 디깅하는 문화가 잘 정착되지 않은 이유는, 과거 한국 영화의 이미지 브랜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성 인지 감수성”을 비롯해 다양한 감수성이 낮은 영화들과 맞닥뜨리거나, 그걸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아쉬움 타령 듣는 건 별로 재미있지 않아서.
그런 위화감도 잠시, 영화는 과거의 낭만과 풍요를 말하면서도 과거의 낭만만을 그리지 않고 나아간다. 유해환경 정화를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대통령의 “헌법적 능력”까지 써서 “불량 비디오”를 금지했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청소년 보호구역에 성인 비디오 가게가 횡행하는 일은 지양해야 옳지만, 이외의 사적인 비디오에 관해서라면, 과연 관에 의해 이렇게 쓸어버리는 형태가 옳은가 하는 질문은 남는다. 미풍양속은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것이나, 관이 쓸어버리는 형태도 아름다운지.
그것도 다 옛 일이다. 이제는 물성으로 소유하는 것이 약해진 시대. 책도 영화도 모두 손에 잡히는 물성을 잃고 구독 경제의 사이클로 들어가 버렸다. 언제든 스크린에 띄워 볼 수 있지만, 구독을 해지하는 순간 스크린에 띄울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구독 경제에 저항감이 있었으나, 지금은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과 영화를 소유하지 않고도 언제든 볼 수 있으니, 구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이득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실제로는 ‘찜’, ‘보고 싶어요’만 바삐 눌러 놓으면서도.
그래서 이 영화의 메시지가 충격이었다. OTT에서 내려가면 그 영화를 더 볼 수 없고, OTT의 큐레이션은 대체로 작품성과 다양성보다는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의 이득을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갈수록 자극적이 되어 가는 데 반해 인간에 대한 고민은 옅어져간다고 느꼈던 어떤 작품들을 떠올렸다.) 기술 발전만 보면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 올려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현실은 오히려 물리 매체로 영화를 보던 시절에 비해 영화의 다양성이나 폭이 더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외로 그 사이 사라지는 영화들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은 내게 충격이었다. 그렇지. 기술의 발전이 꼭 우리의 발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 한복판에 살고 있으니, 자본의 논리를 완전히 제하고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영화 또한 자본 없이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자본의 논리가 파도처럼 거세게 밀려오는 세상에도, 지켜야 할 무언가는 있지 않을까. 비록 마이너해도, 많은 사람의 사랑과 선택을 받지 않아도, 자극적인 맛 하나 없이 슴슴하다 못해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그런 작품들의 자리를 작은 섬처럼 빼꼼 내어줄 필요 있지 않을까. 그 자리에서 안온하게 쉬어 갈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사람들이 또 있을 테니까. 인터뷰 중 나온 말처럼, 맥락 속에서 아카이브는 살아있을 것이다.
물성 없는 시대, 여전히 애정은 물성에 어린다. 비디오가 없는 시대는 굿즈 포화의 시대이기도 하다. 나는 영화 굿즈를 꼬박꼬박 모으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굿즈들은 집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 영화와 눈 맞춘 시간을, 영화가 내게 와 닿고 나를 바꿔준 지점을 기억하고 싶어서. 영화는 스크린 위를 흘러가고, 장면은 짧게 눈 맞춘 후 멀어지지만, 굿즈는 내 손에 남아 있으니까. 이 찐득한 애정을 물성으로 만져보곤 한다…고 얼마 전에 일기처럼 쓴 적이 있다. 언젠가 먼 훗날, 이들이 비디오를 추억하듯 나도 굿즈를 만지작거리며 애정의 물성을 이야기하게 될까.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상영시간표
7월 2일 20:00-21:02 CGV소풍 8관 (상영코드 443)
7월 5일 17:00-18:02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 (상영코드 722)
-
- 베니가 어릴 적 만났던 괴물 [몬스터 콜과 BENEE의 Monsta] (가사/해석/lyrics)
매일 밤 우릴 찾아오던 괴물,
어쩌면 우리가 부른 게 아닐까?
A Monster Call X Monsta FMV
*source
Benee - Monsta
몬스터 콜 (2016)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채널입니다.
*추후 수익 발생 시 원저작자에게 돌아갑니다.
-
- 영국의 전설적인 왕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킹아더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 영화 <타인의 친절> 메인 예고편
모두가 꿈을 안고 찾아오지만,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는 뉴욕.
그곳에서 서로를 발견한 여섯 사람의 이야기
-
- 영화 <다이노 마이 프렌드> 메인 예고편
용감한 다이노 특공대, 과거로 출동~!
공룡 세계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어드벤처가 시작된다!공룡 연구를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난 뒤 사라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용감한 인턴 요원 ‘우디’가 출동한다.
최강 초식 공룡 스테고사우루스부터
무시무시한 지배자 데이노니쿠스,
공룡의 제왕 티렉스까지 모인 그곳!
신세계를 발견한 기쁨도 잠시, 뜻밖의 위기에 빠진 ‘우디’는
꼬마 공룡 ‘샤샤’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하며 둘은 친구가 된다.
한편, 초식동물 마을을 탐내는 포악한 공룡 ‘디에고’의 등장으로
모험을 떠난 ‘우디’와 ‘샤샤’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맞닥뜨리는데..
과연, 두 친구는 위기에 처한 공룡 마을을 지켜내고
‘우디’는 무사히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