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09 18:49:57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 여배우들, 한 곳에 모인다면 누가 이길까
산 독기 독기야~ 독기 품은 여성 캐릭터 모음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 강렬한 여성 캐릭터들! 이 다섯명이 한 곳에 모인다면 누가 이길까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정신병원의 싸이보그 ‘영군’
“싸이코가아니라 싸이보그에요”
<헤어질 결심> 타지에서 갖은 고생을 한 ’서래’
“한국에서는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친절한 금자씨> 죄를 뒤집어 쓰고 독기 품은 ‘금자’
“언니 이제 밥도 많이먹고 약도 많이먹고 빨리죽어”
<박쥐> 시모, 남편 뒤치다꺼지와 학대까지 당하다 뱀파이어로 변신한 ‘태주’
“저 부끄럼 타는 여자 아니에요”
<아가씨>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엄격한 보호아래 살아가는 귀족 ‘히데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박찬욱 감독의 거의 모든 영화에서 여성캐릭터가 핵심적으로 등장합니다.
위의 영화들 말고도 <스토커>, <리틀 드러머 걸>에서도 여성이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이끌어가죠.
박찬욱 감독의 신작에는 손예진 배우가 출연한다고 하는데요.
또 어떤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보여줄지 너무 기대됩니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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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루프를 벗어나는 기발한 방법
씨네랩의 초청 시사로 개봉 전 영화를 관람하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하루하루를 지나다 보면 문득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같은 사람을 만나서 비슷한 업무를 하고 늘 먹는 음식을 먹다보면 어느 덧 하루가 금새 지나가 있다. 그래서 특별한 변화가 없는 일상 속에서 권태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특히나 자신이 하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고 여러 사람과의 관계에 실망하고 지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런 권태감에 빠지기 쉽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을 거란 생각은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고 그저 한 자리에 계속 머물게 만들어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렵게 한다.
영화 <팜 스프링스>는 같은 하루에 갇혀 반복되는 하루를 살고 있는 나일스(앤디 샘버그)의 이야기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과거 빌 머레이가 주연을 맡았던 <사랑의 블랙홀>과 유사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팜 스프링스>는 한 남자가 하루를 반복하며 산다는 설정에 그 하루를 똑같이 반복하는 다른 사람들을 넣어 변주하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나일스가 하루의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된 과정을 먼저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나르시스트처럼 조금은 무력해 보이고 괴상하게 보인다. 나일스는 이미 무수한 오늘을 몇 번이고 반복했고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를 해오다 이제는 그 반복되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작은 변화가 생긴다. 나일스가 참석하게 되는 결혼식 신부의 여동생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가 하루가 반복되는 무한루프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애초에 이 무한루프가 왜 만들어졌는지는 모른다. 나일스는 혼자 하루를 반복하다가 중간에 남자 하객인 로이(J.K.시몬스)를 끌어들였고 이후에 세라까지 무한루프에 참여시키면서 이 세 명에게는 무수한 하루가 반복되게 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 하루를 기억못하지만 이 세 사람에게 반복되는 모든 기억은 그들의 기억속에는 남는다.
이 영화에서 최초에 하루를 반복하던 나일스는 유일한 변수였다. 나머지는 자고일어나면 리셋되어 버리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상황을 변주할 수 있는 건 나일스 자신 뿐이었다. 그런데 로이가 그 루프에 들어오게 되면서 작은 변수가 생긴다. 하지만 로이와는 거리 상으로도 멀리 떨어져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고, 나일스에게 악감정을 가지게 된 인물로 각자의 삶에서 변수가 되지만 서로의 루프에서는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더욱 큰 변수가 되는 건 세라의 등장이다. 새라가 무한루프의 하루를 같이 하게 되면서 나일스는 자신의 삶에 조금은 가까운 동반자가 생긴다.
그 무한루프를 벗어나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쓰는 세라를 바라보는 나일스는 자신이 시도했던 여러 노력들이 쓸데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매번 한다. 나일스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리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포기한 인물이다. 여자친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더이상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은 그를 더욱 그 하루에 안주하게 만들었다. 새롭게 무한루프에 들어오게 된 세라도 마찬가지로 그 결혼식에서 우울한 인물 중 하나였다. 동생의 남편이 될 사람과 바람을 피고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그가 반복되는 하루로 들어오면서 그 우울감을 잠시 잊어버린다.
영화의 두 인물은 삶에서 가장 우울하고 자기 자신을 좋아할 수 없는 시점에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게 되었다. 그 하루는 그들에게 최악의 하루였고 외롭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그런 두 인물이 같이 하루를 반복하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주해나가는 모습은 꽤 유쾌하다. 어쩌면 그들이 자신들의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하루 안에서 그들은 여러가지 모험도 해보고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
기존에 하루를 반복하던 나일스가 그 하루를 벗어나는 것을 이미 포기했는데, 그 이유는 그 하루가 최악의 하루이기 때문이다. 세라 또한 계속 그 하루를 벗어나려 애쓰는데 그 이유 또한 그 하루가 최악의 하루이기 때문이다. 나일스는 그 최악의 하루 속에서 그저 자잘한 변주로 재미를 느끼고 그 삶에 안주하려는 인물인 반면 세라는 어찌되었든 조금은 다른 내일을 꿈꾸는 인물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 두 인물의 관계는 흥미로운데 두 인물 모두 연인 관계에 있는 인물들이 모두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인물이 아니다. 즉 그 관계는 비정상적인 관계이거나 함께 미래를 볼 수 없는 관계다. 그렇게 우울함 속에 있는 인물들이지만 둘이 만나 같이 생활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다. 특히 세라가 그 하루를 벗어나려 무던히 노력하고 나일스를 설득하는 여러 장면들은 미래로 가고자 하는 의지가 주변의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내일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은 불확실하느 것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그저 오늘 편안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비롯해 주변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고 여러가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든다. 영화 속 인물인 로이는 얼핏 나일스에 대한 분노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는 현실에서 그의 아내와 자녀들을 보면서 나름 행복한 순간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의 오늘만 볼 뿐 미래의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에 무척 안타까워한다.
비슷한 일상의 챗바퀴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것은 한 편으론 편안한 길이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상을 만들면 그 챗바퀴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내일을 만들 수 있다. 영화 <팜 스프링스>는 기존의 타임루프 영화들과 비슷하면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일스와 세라는 이야기 안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을 만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오늘' 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내일'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들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 한 발 더 내딛는다.
나일스 역을 맡은 배우 앤디 샘버그는 드라마 시리즈 <브룩클린 나인 나인>으로 이름을 알린 코미디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 꽤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번 영화의 제작까지 맡아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팜 스프링스>는 지난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 코미디 부분 최우수 작품상을 타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맥스 바바코우 감독은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꽤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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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년전 오늘의 영화] 인어 공주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저번 주에 처음 시작한 시리즈죠!
바로 N년 전, 오늘 개봉한 영화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오늘은 18년 전에 개봉한 박흥식 감독의 <인어 공주>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네이버 영화
영화 <인어 공주>는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천국의 아이들>, <해어화>의 감독인 박흥식 감독의 영화입니다.
<인어 공주> 속 주인공 '조연순'은 바로 감독의 어머니 성함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나영과 연순을 연기한 전도연 배우와 진국을 연기한 박해일 배우의 풋풋한 리즈 시절의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인어 공주>는 백상예술대상에서 감독상을 받았으며, 디렉터스 컷 어워즈,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한민국 영화대상 등 유수한 영화제에서 수상하였습니다.
영화 <인어 공주>는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웨이브, seezn, U+모바일tv에서 대여하여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인어 공주>의 T.M.I
1. 전도연 배우의 노력
ⓒ 네이버 영화
전도연 배우는 해녀 역을 소화해 내기 위해 약 2개월간 물질을 배우며,
수중 촬영 장면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촬영에 임했다고 합니다.
2. <인어 공주> 촬영지
ⓒ 네이버 영화
영화 <인어 공주>의 80% 이상의 장면이 바로 우도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오래된 집 한 채를 빌려 연순이 사는 집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땅콩밭을 사고, 간판을 바꿔 보건소를 우체국으로 만들고, 우체국의 내부는 노인회관으로 개조해 제작하였습니다.
3. 오해받은 전도연 배우
ⓒ 네이버 영화
전도연 배우는 촬영 기간 중 운동을 하기 위해 모자를 눌러 쓰고 선글라스를 쓰고 나갔는데 주민들이 이를 오인해 경찰의 검문에 응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4. 박해일 배우의 노력
ⓒ 네이버 영화
배우 박해일은 영화 크랭크인 전부터 우도에 내려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에게서 '진국'이라는 캐릭터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5. 전도연 배우와 박흥식 감독
ⓒ 네이버 영화
박흥식 감독과 전도연 배우는 2001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작업했고,
이후 3년이 지난 2004년 <인어 공주>에서 재회하였습니다.
<인어 공주>와 비슷한 작품
<인어 공주>와 비슷한 소재를 가진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주연의 영화 <클래식>.
<클래식>은 <인어 공주>와 비슷하게 엄마의 첫사랑의 이야기를 딸이 보게 되는 소재이며,
두 영화 모두 엄마와 딸 역할을 한 배우가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클래식>은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U+모바일tv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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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의 당당함과 성장한 아이들의 처연함
'어른'이라는 단어는 '얼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남녀의 육체적 사랑을 뜻하는 '얼다'라는 결국 어른이란 결혼을 맺은 남녀 성인을 의미하게 한다. 이에 유추해 본다면 '어린이'란 곧 결혼을 맺지 않은 나이가 다소 낮은 아이를 뜻한다. 현대 사회로 넘어와 어른과 어린이의 의미적 구별은 단순히 성교 여부로 나뉘지 않는다. 나이를 기준으로 표현을 달리하지만, 그 안에는 의식과 지적 성장 그리고 성숙도가 함축된다. 우린 흔히 어른을 어린이보다 더욱 성숙한 존재라 생각하고 그렇기에 어린이를 종속의 대상 혹은 피교육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소위 몸만 큰 어른', '전혀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라는 말이 있듯 숫자만으로 성숙도를 판단하기란 모순이다. 어쩌면 개구리의 문제의 답을 아는 건 높이 뛰지만 결국 듬성듬성 찾는 개구리보다 낮은 자세로 꼼꼼히 찾아다니는 올챙이일지 모른다.
영화 <이사>는 이혼한 가정이 겪을 가정의 불화를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어떠한 사유로 별거를 시작했고, 이혼하게 되었는지가 아니라 그렇게 별거된 상황 속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어른들의 비굴한 모습을 비춘다. 그러면서 여껏 어른의 결정만이 정답이라 생각했던 우리의 편협했던 지난 생각들을 반성하게끔 한다.
삼각형 테이블에 모여 식사 중인 주인공 가족을 비추며 영화는 시작한다. 보통의 영화들이 한 가정의 식사 장면을 촬영한다면 아버지 역할의 남성을 테이블의 중앙에 위치시키거나 혹은 대개 어른을 상석에 위치시킨다. 그러나 영화 <이사> 속 중앙 자리는 주인공 '렌'으로 채워져 있고, 양옆으로는 엄마와 아빠가 자리한다. 영화는 구도로서 갈등이 해결될 방식과 방향을 넌지시 제시하는 듯하다. 작품은 식사 장면 이후로 아내와 남편의 관계가 좋지 않아 별거를 택하게 된 상황과 그 상황 속 렌의 태도를 비친다. 영화는 별거와 이혼의 구체적 사유를 거의 말해주지 않는다. 작품의 초/중반부, 렌을 임신했을 때의 불화를 언급하긴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안 알려준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상황 속 렌의 자세이다. 영화는 부모의 선택과 결정에 그저 따르기만 하는 온순한 아이가 아닌 천방지축에 사고도 잘 치는 것 같지만 주체적이면서 생각이 깊은 아이인 렌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엄마와 단둘이 생활하게 된 상황 속 엄마가 집안 규칙을 설정하지만, 렌은 본인이 함께 제작한 것이 아니기에 인정할 수 없다며 찢어버린다. 이전 장면 속 외식 후 술에 취한 엄마를 부축한 렌의 모습에서도 그렇듯 그녀의 의젓함이 영화 전체를 뒤덮는다.
영화는 어른들의 미성숙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어린이들의 성숙함을 비추며 대조시킨다. 서로를 가장 아끼고 의지해야 할 부부관계의 불화와 폭력성을 비추면서 어린이 간 우정 속에서 의지와 화해 그리고 위로를 표현한다. 또한 결국 그렇게 무너진 가정 속 아이들이 겪을 심리적 고통과 혼란함을 비춘다. 특히 어떠한 상황에서도 울지 않던 렌이 끝내 몇 방울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과 이후 너무 당연한 듯 자신의 가정이 이혼했음을 말하는 학급 친구를 보여주는 장면은 아이들의 의젓함이 오히려 처연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오히려 고래 싸움인 것일까. 아니면 베어진 물 밑으로 상처 입은 생태계를 우리가 간과한 것일까. 결국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의 규모다. 그 피해가 싸운 당사자들에게만 발생한다면 그건 그들이 감당해야 할 문제이겠지만 제삼자에게도 발생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렌은 틀어져 버린 가정을 다시 봉합하기 위해 두 팔을 걷는다. 아빠를 찾아가기도 하고 삼자(三者) 간의 월간 식사 자리도 주최하며 가족의 추억 장소인 '비와 호수'로 여행을 가기 위해 렌은 숙소를 직접 예약한다. 작품의 초반부가 대부분 가정 내에서 이루어졌다면 작품의 후반부는 비와 호수라는 지역에서 대부분 이뤄진다. 호텔에 도착한 순간 아빠가 도착해 대화가 치러진다. 이전 장면에서 스스로 무언가 깨달은 게 있다며 아빠는 다시 가정을 합치자고 말하지만, 이때 렌은 마치 어른들의 이런 독단적 결정에 현기증이 나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정처 없이 헤매던 와중 아들을 잃은 노인과 그의 딸이 있던 집에서 한숨 자게 되고, 노인과 지역 축제를 보던 와중 엄마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달리다 산과 호수까지 다다르게 된다. 정처 없이 헤매다 볏짚 불태우기 행사가 한창이던 현장을 보게 된 렌은 잠시 눈을 붙이게 되는데, 눈을 뜬 순간 호수 위로 무언가 떠오른다. 마치 지난 가족 여행 속 한순간을 회상하는 것만 같은 연출이 이어지던 와중 그 장면 속 렌과 현실의 렌이 서로를 마주하며 포옹한다. 그리고 렌은 불타는 조형물과 이를 따라가는 엄마, 아빠 형체에 대며 연거푸 '축하합니다'를 외친다.
영화 전반에 걸쳐 불에 대한 묘사가 빈번히 등장한다. 불꽃놀이, 볏짚을 불태우는 기념행사, 렌이 던져 불이 난 알코올램프 등이 작품의 불이다. 오토바이에 렌과 함께 타며 불타는 볏짚을 본 아빠는 그다음 날 생각의 변화를 겪게 된다. 렌이 알코올램프를 던져 불이 나게 된 이유도 과거와는 달리 이혼한 가정에 대한 렌의 인식 변화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불꽃놀이를 본 렌은 무언가 성장한 듯 혹은 답을 찾은 듯 환영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영화는 불을 성장의 촉매제로 사용하는 듯하다.
그럼 불타는 호수의 조형물과 이를 따르는 엄마와 아빠의 환영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흥미로운 것은 해당 장면 이후 엄마는 렌을 찾게 되고, '축하합니다'가 새해맞이 개그냐며 말을 거는데, 이때 렌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웃음을 짓는다. 결국 '축하합니다'라는 엄마의 생각처럼 단순한 개그용 대사가 아닌 일련의 사건과 모험을 통해 성장한 렌이 내린 가정의 불화에 대한 정답이다. 영화는 이후 렌의 가정이 재결합했는지 아니면 아직 별거 중인지 알려주지 않고, 또한 이에 대한 렌의 구체적인 자세를 비추지 않기 때문에 정답의 뜻을 유추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정답에 대해 엄마, 즉 어른은 결코 이를 알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다. 결국 영화는 어른의 무능함과 오히려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의 문제를 바라보고 이에 따라 성장해 가는 아이의 모습을 담아낸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으로 나무에 가려짐에 따라 옷이 바뀌며 웃는 얼굴을 한 렌을 비추며 끝나게 된다. 저 웃음 뒤로 어떠한 고통과 시련 그리고 혼란이 있었을지 감히 예상하기 힘들다. 그 과정으로 어떠한 성장을 할 수 있었는지 또한 감히 추측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자신이 더 위일 것이라는 어른들의 오만한 편견을 깨며 어린이의 모습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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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말하지 못한 것들
*스포가 있습니다.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 은 더 이상 은유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이란 정부의 폭력, 가부장제의 착취, 신정체제의 억압을 한 가정이라는 무대에 그대로 올려놓는다. 카메라는 한없이 사실적이며, 시선은 철저히 여성의 고통과 그 응시에 집중되어 있다. 이 영화는 목격이 아니라 직면의 영화다.
주인공 ‘이만’은 테헤란 혁명수비대 법원의 수사판사로 임명된, 독실하고 ‘성실한’ 가장이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집을 넓히며 중산층의 안정된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은 국가의 수사권을 행사하는 권총과 함께 붕괴된다. 이만이 수사판사로서 서명하는 수많은 사형 선고는 단지 국가의 명령이 아니다. 그것은 가정 내에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가장의 권위’로 변모한다.
영화는 이 권위의 사유화 과정을 정밀하게 포착한다. 권총을 잃어버린 후, 이만은 가족을 의심하고, 통제하고, 고문하고, 감금한다. 그가 총을 휘두르지 않아도 ‘권위’는 총과 함께 집 안을 배회한다. 이 총은 국가의 총구이자 가부장의 상징이다. 이만은 점차 스스로를 ‘국가 권력의 대리자’로 여기며, 가정을 법정으로 만들고, 가족을 피고인으로 전락시킨다.
이 영화는 한 가부장의 몰락이 아니라, 한 여성들의 각성을 따라간다. 특히 어머니 나즈메의 변화가 눈에 띈다. 처음엔 남편의 출세를 기뻐하고 가족의 안위를 위해 침묵하던 그녀는, 시위에서 다친 딸의 친구를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전선을 넘는다.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던 그녀는, 점점 무너져 가는 남편을 보며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체제를 체감한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두 딸이다. 그들은 SNS를 통해 외부 세계를 접하고, 친구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점차 체제에 반응한다. 큰딸은 거짓 자백으로 가족을 지키고, 작은딸은 그 고리를 끊어내며 직접적인 구조 행위를 수행한다. 이 연쇄적 행동은 ‘페미니즘적 연대’이자, ‘다음 세대 여성의 행동’ 그 자체이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더 이상 희생자도, 관찰자도 아니다. 그녀들은 결단하고 구조하며, 제도를 넘는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픽션이지만, 장면 곳곳에 실제 히잡 혁명의 시위 장면이 삽입된다. 그러나 영화는 그것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큐적 삽입과 극적 전개 사이의 긴장이 영화의 가장 날카로운 지점을 형성한다. 이른바 정치적 리얼리즘이다.
감독은 카메라를 고정하고, 인물 간 거리와 시선을 세심하게 조율한다. 가족이 함께 앉은 식탁에서조차 긴장은 감지된다. 감금 장면에서는 캠코더의 시점이 삽입되어, 권위의 시선과 카메라의 시선이 분리되고 충돌한다. 이 장치는 이만의 권력이 외부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영화는 철저히 연출된 세계이지만, 이 세계는 오늘날 이란 여성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무섭게 평행한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전장이 ‘가정’이며, 전투는 ‘삶 그 자체’다. 주체는 여성이고, 그들의 감정은 두려움과 책임, 그리고 연대의 용기다. 이 영화는 관계의 전복을 이야기한다. 여성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존재이며, 이 싸움은 더 이상 사적인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사실상 국외 도피 상태에서 비밀리에 완성된 영화다. 감독 모하마드 라술로프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 이후 반정부 발언과 정치적 활동으로 인해 수감되었다. 이후 당국으로부터 여권을 압수당하고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고, 그 상태에서도 이 영화를 촬영했다.
놀랍게도 영화는 여러 감독과 활동가, 스태프의 협력과 은닉, 그리고 디지털 편집 및 파일 전송을 통한 비밀 유출 방식으로 마무리되어, 2024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개되었다. 감독은 영화 공개 직전, 극비리에 이란을 탈출하여 독일에 망명했다. 이 영화는 단지 하나의 극영화가 아니라, 제작 과정 자체가 정치적 저항의 행위였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그 어떤 다큐보다 구체적이고, 그 어떤 픽션보다 절실하다. 이란의 억압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종종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라는 명분으로 침투한다. 그러나 영화는 여성의 연대가 그 거대한 가부장제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 영화의 씨앗은 단지 이란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 모든 여성의 것이며, 한국 사회 또한 그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이제, 그 씨앗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감독 모함마드 라술로프
개봉 2025.06.03.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독일
러닝타임 167분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씨네랩 초청으로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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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과 인간의 운명, 야누스란 이름의 괴물
욕망이란 구덩이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간, 그리고 그 구덩이에 빠져버린 이카로스
욕구란 생존이라는 본능에서부터 발생한 모든 생명체들이 추구하는 목표 혹은 소망입니다. 하지만 모든 욕구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한 법, 어떠한 수를 쓰더라도 절대로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공간에서 욕망이라는 감정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 감정은 어떻게든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고자 하며,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결과물이 극히 미미하고 빈약한 양일지라도 끊임없이 반복하여 빈 공간을 채워나가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게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빈 공간을 인정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또는 그 동기로부터 발생한 새로운 동기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 그 공간을 채우는 행위의 의미가 180도로 달라지게 됩니다. 즉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욕망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인 존재입니다. 이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는 인간의 채울 수 없는 욕구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특히 약점으로서의 욕망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 욕망에 관련된,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탈출이 불가능하다시피 한 미궁 라비린토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이카로스에게 밀랍으로 만든 날개라는 무기와 동시에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새로운 동기를 가지게 하였습니다. 이는 태양이란 신적이고 경외의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새로운 욕망을 낳았고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조언과 경계를 무시하게 되었으며, 결국 추락이라는 날로 바뀌어 스스로를 베고 맙니다. <나이트메어 앨리>의 스탠턴 칼라일은 여러모로 이카로스와 닮은 점이 많은 주인공입니다. 서커스의 독심술사 피트로부터 독심술을 배우고 싶다는 그의 욕망은 부자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새로운 욕망을 낳았습니다. 그 욕망은 더욱 많은 돈을 갈망하도록 만들었으며, 종국에는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하게 됩니다. 특히 칼라일이 탐내는 독심술에 관한 전문가이면서 그 모든 내용을 담은 공책의 소유자이자, 칼라일의 독심술에 대한 욕심에 대해 경계와 염려를 하는 피트의 모습을 통해, 그는 신적인 경외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다이달로스와 대응되는 존재임을 인지하게 해 줍니다. 다만 칼라일은 이카로스와 달리 욕망에 사로잡혀 자신의 스승이면서 경외의 대상을 살해했다는, 선을 넘었다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욕망이란 선을 넘느냐 마느냐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으니, 그 선을 넘어버린 칼라일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괴물, 그 이름은 인간. 야누스란 이명을 가진
욕망에 사로잡힌 칼라일은 독심술을 적극 활용하여 쇼에 참석한 관객들을 쥐락펴락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사탕발림으로 상담을 해 주는 척하면서 농락합니다. 스탠턴의 겉모습과 행보만 본다면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고 당당한, 뚫을 수 없는 강인한 갑피로 둘러싸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실상 그 속은 누구보다도 가냘프고 연약하기만 합니다. 반대로, 몰리 혹은 릴리스와 같이 나약해 보이거나 강인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인물들의 내면은 그 누구보다도 강인하거나, 더 나아가 잔인함이 담겨 있기도 했습니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인간의 욕망과 더불어, 이러한 인간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인 야누스에 관해 다루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먼저, 영화 중간중간에 첫 시작의 배경이었던 낡은 집에서 칼라일의 늙은 아버지와 관련된 컷들을 반복하여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해당 상황을 끊임없이 상기시킵니다. 이를 통해 칼라일의 욕망을 쫓는 행위는 아버지와 관련된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도망을 치는 듯한 정반대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극단주 클렘의 수집품 에녹과 괴인을 찾으러 들어간 유령의 집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문구들을 통해서 구체화됩니다. 출산 과정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에녹의 이마에 박힌 눈은 관찰자를 따라다니는 것만 같다는 클렘의 대사와, 자신의 죄를 비추라는 거울 위에 쓰인 문구를 통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을 상기시킵니다. 죄책감은 칼라일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으며 그는 죄책감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암시합니다. 화술로 사기를 치는 겉모습과 달리,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두려워하고 도망치려는 본모습을 통해 칼라일도 사기의 대상이 된 인간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어떨까요, 클렘과 에즈라를 비롯해 릴리스는 외강내유라고 할 수 있는 칼라일과는 정반대에 위치해 있는 인물들입니다. 세 인물들은 모두 정상적이고 평범하거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수수께끼로 둘러싸인 채로 영화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셋 모두 공통적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인물임이 밝혀집니다. 아편을 이용해 사람을 나락으로 빠트리고 그 사람을 극단의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과정을 아무렇지 않게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클렘, 아내를 잊지 못하는 듯했지만 수많은 여성들을 폭행하고 살해하기까지 한 에즈라, 칼라일의 본질을 꿰뚫고 자기 자존심을 짓밟은 대가로 천천히 나락으로 끌어당긴 릴리스. 이들 역시 겉과 속이 다른 야누스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묘사를 통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들에서 항상 등장해 왔던,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존재가 인간이라는 주제는 <나이트메어 앨리>에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 협의의 괴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음에도 말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야누스, 비단 칼라일뿐만이 아닌 대다수의 등장인물들이 야누스에 속한다. 그 속에 숨기고 있는 게 괴물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그 외의 은유, 황홀한 미술과 함께
마지막으로 칼라일, 그의 아버지, 그리고 피트 사이를 운명이란 주제로 관계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세 인물 간에는 술이 중요한 매개체로 사용됩니다. 칼라일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로, 어머니가 가족을 버리고 전도사와 떠나게 하며 그 전도사는 칼라일을 성추행까지 함에도 아들을, 가족을 보호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기만 했음을 대화를 통해 드러냅니다. 칼라일은 그러한 아버지를 추위 속에서 얼어 죽도록 내버려 두고, 그의 시체를 구덩이에 묻고 집과 함께 불태우고 떠납니다. 칼라일이 극단에서 일을 시작한 후 스승 혹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었던 피트 역시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그에게서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보였기에, 메틸알코올이 어떤 상자에 담겨 있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메틸알코올을 피트에게 가져다 줌으로써 그를 살해합니다. 이후 릴리스에게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을 것임을 당당하게 이야기했던 칼라일 본인조차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였고, 점차 무모한 결정들을 내리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종국에 다다라, 클렘이 알려줬던, 괴인을 길들이는 방식을 그대로 언급하면서 일자리를 제안받았음에도 "자신은 그 연기를 위해 타고났다"라고 말하는, 완전히 술의 노예가 되어버린 칼라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아버지가 걸어왔던 길을 걷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에는 그 악몽의 길을 똑같이 걸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술을 통해 표현되었습니다. 특히 이 운명을 깨닫고 체념한 듯 웃는지 우는지 파악이 힘든 표정을 통해 가장 충격적이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가히 인상적인 결말이라 할 수 있는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로 영화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여러모로 감독의 전작 <셰이프 오브 워터>와 많은 부분에서 대척점에 위치해 있는 영화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성이 가득 차 있는 <셰이프 오브 워터>와 달리 <나이트메어 앨리>에서는 그러한 감성은 1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한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는 청록색이 영화를 상징하는 색이었다면 <나이트메어 앨리>는 청색과 더불어 주황색으로 대표되는 불빛의 색깔이 영화를 대표하는 색입니다. 불빛이라 하면 따뜻함이란 인상이 따라오기 마련이지만 <나이트메어 앨리>에서의 불빛은 전혀 따뜻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1940년대 시골 배경이 가져다주는 음침한 기운과 함께 건조하고 메마른 느와르 장르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용도로 사용될 뿐입니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던 겉과 속이 다른 야누스적인 모습을 칼라일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푸른빛과 주황빛이 각각 반쪽을 비추는 연출을 통해 묘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 시대상을 담아낸, 고전적이지만 우아함이 살아있는 복식과 배경은 황홀감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과연 거장의 비주얼을 가지고 노는 솜씨는 여전하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예술이었습니다.
아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운명, 술.
전혀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불빛, 과연 기예르모 델 토로 답다
두말하면 입 아픈 배우진, 아쉬운 점
액션이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느와르 장르, 심리극은 배우들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은 이전의 리뷰들을 통해 끊임없이 강조했었습니다. 당연히, <나이트메어 앨리>의 출연진들을 확인해 보면 연기력을 걱정한다는 게 말도 안 될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나이트메어 앨리>의 주인공들 중에서도 가장 두껍고 중요한 줄기인 칼라일을 섬세하고 완벽하게 연기해 냈습니다. 앞서 말했듯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 연기로 정점에 다다른 피날레를 당연히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 외에 순수하고, 그렇기에 두려움에 빠져 있는 루니 마라의 몰리,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자만감, 그것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오만함과 도도함을 가진 케이트 블란쳇의 릴리스 등등, 모든 배우들이 영화를 구성하고 받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이트메어 앨리>는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느껴지지 않고,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 영화입니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많은 메타포와 은유를 내포하고 있는, 치밀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기에 이를 분석하고 곱씹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스토리는 정말 단순하고 전형적인 이야기이기에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새로운 맛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나이트메어 앨리>는 150분이란 긴 러닝타임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없이 꽉 차있는 영화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이 없다는 건 그만큼 몰입감이 강하다는 의미이지만, 이는 긴 러닝타임으로 인해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는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극단 파트가 불필요하게 길고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감상평을 한 관객들이 대다수인 부분에서, 극단 파트의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방식이 달랐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영화를 꽉 채우고 받쳐주는 명배우들의 연기 향연
그리고 아쉬운 러닝타임과 극단 파트의 진행 방식
감독의 전작 <셰이프 오브 워터>에 비할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나이트메어 앨리>는 충분히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곳곳에 담긴 요소들을 파헤치고 느꼈던 모든 내용들을 글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표현력으로 인해 여기까지가 제 한계였습니다. 올해, 아니 그동안 작성했던 리뷰들 중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글임에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네요. 완벽하게 느낀 영화의 리뷰보다 긴 리뷰라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설명할 거리가 많다 보니 이렇게 된 느낌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글에 담지 못한, 더 많은 내용을 따로 작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여하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매력에 더 빠지게 만드는 정말 좋은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였습니다.
I was born for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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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명작] 그때의 악마들은 여전히 지금도 존재한다.
캐서린 비글로우, 디트로이트 소요사태로 우리를 안내하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여성감독이지만 그 누구 보다 긴장감 있는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다. 그가 감독한 허트로커(2008) 를 보면 그가 긴 호흡으로 숨막힐 것 같은 긴장감을 잘 끌고 가는지 보인다. 후속작인 제로 다크 서티(2013)에서도 그런 능력을 잘 보여주며 긴 호흡의 영화를 사실감있게 묘사한다. 특히나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때 벌어진 군사 작전이나 상황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 같은 연출에 재능이 있는 감독이다. 그만큼 사실감 넘치는 상황 묘사로 영화를 체험시킨다.
이번에 비글로우 감독은 디트로이트 소요 사태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1967년 7월에 벌어진 이 흑인 폭동은 시내의 주점을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을 다른 흑인들이 목격하며 시작된다. 작은 항의로 시작된 이 사태는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며 과격해지고 불을 내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 혼란이 심화된다. 미국 정부는 결국 공수부대를 파견하고 그 상황을 통제하려고 하고 결국 36명이 사망하고 무수한 사상자를 낳았다. 영화 디트로이트는 초반에 이 사태의 시발점을 차근차근 보여주고 어떤 상황 속에 주요 등장인물들이 처해있는지 보여준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건조하게 설명되는 도입부는 실제 그 당시의 사진과 뉴스 영상 자료가 더해져 사실감을 더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건의 도입을 설명하고 미시적인 관점으로 전개되는 영화
거시적인 관점에서 디트로이트 소요사태의 도입부를 다루던 영화는 알제 호텔에 우연치않게 모이게 된 등장인물들에게 벌어진 사건을 보여주며 미시적인 관점으로 영화의 관점을 변화 시킨다. 영화 초반부에서 마치 역사 공부를 하던 느낌으로 진행되다 그 현장 속으로 관객들을 끌고 들어간다. 모텔에 모인 등장인물도 다양하다. 흑인 일반 남자, 흑인 전역 군인, 여자 백인, 백인 경찰, 군인, 주 경찰, 흑인 경비원 등이다. 흑인 남자들과 여자 백인들을 제외하면 모두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공권력에 무기를 소지 하는 것 까지 포함하면 흑인 경비원도 작은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된다. 흑인 경비원 맬빈(존 보예가)은 일반 흑인들과 백인 사이에서 피해를 최소화 시키고자 노력하는 인물로 영화 내내 중간 위치에서 사건을 관찰하며 인물 주변을 맴돈다. 래리 리드(알지 스미스)와 프레드 템플(제이콥 라티모어)는 흑인 가수를 꿈구는 친구들인데 우연히 모텔에 왔다가 사건에 개입된다. 백인인 줄리(한나 머레이), 캐런(케이틀린 디버)도 모텔에 여행왔다 이 상황에 개입되고, 흑인 전역 군인 그린(안소니 마키)도 개입된다. 백인 경찰인 필립(윌 폴터)와 그 동료 2명은 이 영화에서 명백한 악마로 등장하여 주요 인물들을 괴롭힌다. 이런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하나의 장소에 고립시켜 숨막히는 상황을 체험하게 한다.
장난으로 시작된 모텔에서의 상황은 극단적인 인종차별 주의자들인 백인 경찰들에 의해 공포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백인 우월 주의자의 모습을 보이는 백인 경찰 필립은 도망치는 무방비의 흑인을 죽이고 정당방위로 위장하고, 모텔에서도 칼(제이슨 밋첼)을 죽이고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인물을 하나하나 심문하며 총을 쏜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여기에 실제로 총을 쏜 사람은 없다. 단지 칼이 소리나는 장난감 총으로 창문 밖을 향해 쐈을 뿐이다. 이런 장난을 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소리로 인해 군인과 주 경찰, 디트로이트 경찰이 모두 모텔로 오지만, 디트로이트 경찰이 주도권을 잡고 그 상황을 이끈다. 실제로 경력이 2년, 4년 등 경험이 많지 않은 디트로이트 경찰이 주도권을 잡고 흑인들과 여성들을 벽에 일렬로 세우고 취조를 시작한다. 주변부에서 그 상황을 보던 군인들과 주 경찰은 그 상황에 개입하지 않고 회피해 버린다. 복잡한 일에 개입하여 골치아픈 것 보다는 모르는 척 외면하는 방식을 택한 그들 중 일부는 내부의 인물을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폭압적인 상황을 외면한다.
다른 입장 속에 있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모습
흑인 경비원 맬빈의 존재는 그 당시 흑인과 백인의 간극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5번째로 큰 디트로이트는 공업단지가 많아 공장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실제로 맬빈도 낮에는 공장에서 일한다. 맬빈은 소요사태 이후 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 출동한 군인들에 최대한 맞추려 애쓴다. 공격당하는 흑인을 도와주며 그는 ‘오늘은 살아야지, 오늘은 넘기자’ 라고 이야기 한다. 꼭 소요사태가 아니더라도 하루하루를 잘 넘겨야하는 블루칼라들에게는 백인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조용하게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맬빈은 최대한 모텔의 사태를 진정시키고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지만,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그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버린다. 그의 관찰자 혹은 중재자로서의 무기력함은 영화 후반부의 재판까지 이어져 끝까지 이어진다.
현재도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대하는 관찰자로서의 우리
우리는 여전히 인종차별을 주변에서 접한다. 특히나 미국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여전히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유럽에서도 특정 인종에 대한 추방이다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아시아 권에서도 동남아나 이슬람 쪽의 인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다. 여러가지 인종차별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는 분노 하게 된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또는 중간적 입장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영화 속 맬빈과 같이 차분하게 그 일을 관찰하면서 벌어지는 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간접적으로 노력하지만 변화는 요원하다.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67년에 있었던 악마들은 존재하고 있고, 때로는 과격하게 행동한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그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진행 중
인종차별 뿐만 아니다. 영화 디트로이트에서 피해 받는 사람들은 흑인과 여성이다. 최근 흑인과 여성인권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이들을 무시하는 시선들이 많고, 사회적 임금과 대우들은 차별적이다. 또한 공권력에 의한 폭압도 문제가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백인 경찰 들은 경찰이라는 이유로,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흑인과 여성을 멸시하고 공격한다. 결국 영화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현재 다른 모습으로 계속되고 있다. 물론 그때보다 과격함은 많이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차별과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싸움은 다른 형태로 계속되어야 한다.
영화 속 가수 지망생인 래리는 결국 가수를 하지 못한다. 그가 부르는 노래를 백인들이 같이 즐기는게 싫었고, 무엇보다 공연 등의 외부 할동에 백인 경찰들이 찾아오는 것이 두려워서 주로 교회 찬송가를 부르는 일을 하며 지냈다. 그는 그 사건이 진행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체험한 생존자다. 그가 보고 느낀 사회에서 그가 꾸던 가수라는 꿈은 무의미해진다. 사회는 공평하지 않고 그건 일반 사회에서도, 재판에서도 똑같다. 그런 불공평함은 여전히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잘못을 한 사람이 법을 피해 처벌을 받지 않거나 적은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그 범죄자가 하던 차별은 계속된다. 래리는 그것을 피해 교회로 숨어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주변의 악마를 인지하게 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긴장감으로 몰아세우면서 그때의 끔찍함을 체험하게 한다. 디트로이트의 소요사태가 이렇게 까지 커질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일이 이렇게 커진 데에는 그간 쌓였던 흑인들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어쩌면 미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던 작은 인종차별의 모습들이 쌓이고 쌓여 이렇게 폭발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무수한 배우들은 아주 심각하게 그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으며, 절망적인 그 상황에 반응하는 개인의 모습들을 너무나 잘 연기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가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가 우리 주변에 여전히 존재하는 악마들을 사라지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여전히 그들은 우리 주변에 있고,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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