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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1-19 14:25:51

개미도 밟으면 존버한다고 했지! <덤 머니>

주식으로 대동단결!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 전쟁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이젠 이 말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개미도 밟으면 ‘존버(존중하며 버티기)’한다고. 우스갯소리냐고?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이 말은 더 이상 농담 섞인 말이 아니다. 2021년 ‘게임스탑’ 사건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원상 복귀시킬 정도로 힘을 갖고 있다. 영화 <덤 머니>는 ‘게임스탑’ 사건을 다루며, 어떻게 이 말이 그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믿기지 않는 그러나 지금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기적의 힘을 스크린에 투영한다. 

 

 

 

평범한 가장이자 보험회사 직원인 키스 길(폴 다노). 하지만 지하실에 마련된 PC를 켜면 그는 주식 관련 유튜버 ‘표효하는냥’이 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집안 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인생 떡상을 위해 노력하는 그는 게임 아이템 오프라인 판매처 ‘게임스탑’을 주목한다.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가 좋지 않지만, 평가 절하됐다는 확신에 그는 모든 자산을 여기에 쏟아붓는다. 그리고 주식 시장에 따른 자신의 자산 변동 추이를 유튜브와 온라인 게시판 ‘레딧’에 올린다. 믿음이 통했던 것일까? 게임스탑은 지속해서 호가를 치고,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게임스탑 대규모 공매도를 이끈 게이브 플롯킨(세스 로건) 이하 대형 헤지펀드사들은 돈을 쏟아부으며 공매도 판을 키운다. 이에 질세라 키스 길과 개미들은 ‘존버’라는 연대를 무기로 피 튀기는 전장에 참여한다.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은 말 그대로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2021년 1월, 게임스탑 주식을 놓고 키스 길과 한 배를 탄 미국 개인투자자들 WSB(월스트리트베츠)와 대규모 공매도 세력이 매일 전쟁을 벌였다. 당시 하루에 130% 올랐다가 60%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438달러까지 오르다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금전 롤러코스터는 한 달 동안 이어졌다. 결국 승자는 WSB. 이 공매도를 이끈 주인공인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 창립자 게이브 플롯킨은 수십억 달러를 잃고 폐업한다. 이 싸움은 미국 경제를 뒤흔들었다. 그만큼 미국 주식 시장이 생긴 후 처음 있는 일로, 금융계의 프랑스 혁명, 금융 봉기 등으로 불린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다룬 <덤 머니>의 첫인상은 깔끔하다. 주식을 알든 알지 못하던 간에 이 이야기에 금방 빨려 들어간다.(필자는 주식의 ‘주’자도 모른다.) 그만큼 주식이란 진입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는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의 매력 지분은 이야기의 뼈대인 다윗과 골리앗. 힘없는 소시민들이 작은 희망을 품기 위해 주식에 넣지만, 결국 이익과 이들의 희망까지 갈취하는 건 돈 넣고, 돈 먹기의 달인인 헤지펀드사, 월가 놈들이다. 야바위 꾼은 아니지만, 대대손손 돈 넣고 돈 먹기의 노하우와 부를 축적한 이들의 만행은 다시 한번 자본주의의 폐해를 직시하게 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반기를 든 표효하는냥과 WSB의 봉기는 충분한 공감과 당위성을 갖는다. 그리고 진격한다. 주식 때문에 돈 때문에 눈물 흘린 사람이라면 쉽게 동참이 가능하다. 

 

영화는 자칫 이 사건이 그들만의 리그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 당시 영화의 배경인 2021년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 경제 하락, 가계 위기, 생과 사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노고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 등을 키스 길의 가족사는 물론, 홀로 아들들을 키우는 워킹맘 간호사, 돈이 필요한 게임스탑 직원,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대학생들을 통해 전한다. 이렇게 힘든 상황과 대조적으로 자신의 배만 불리려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부각하는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키스 길의 이유 있는 존버에 박수를 보내게끔 한다.

 

 

 

꽤 단단한 도약판을 마련한 영화는 기존 시스템에 대항한 개미들의 떡상 실화를 시각적으로도 돋보이게 하며 상승곡선 이룬다. 당시 유행한 인터넷 밈을 최대한 활용하고, 사건을 다룬 뉴스와 비대면 청문회 장면, 다양한 힙합 음악들이 제대로 된 영향을 미친다. 이 활용을 통해 영화는 고착화된 기존 주식 시장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킨 이 사건의 시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되었다는 점, 그 안에 담긴 자유분방한 의견과 연대가 모인 결과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더 나아가 새로운 커뮤니티의 힘을 보여준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서의 힘은 커졌지만, 그 반대로 스테레오 타입의 무난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아쉬움은 있다. 결국 긍정적인 생각을 지닌 다윗들이 존버를 통해 승리한 이야기로 귀결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그 힘은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주식 시장을 소재 자본주의가 가진 명과 암을 다양한 방향으로 모색했던 <빅쇼트>보단 시각의 넓이가 작고, 생각의 깊이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의미를 가지는 건 연대가 지닌 ‘희망’이다. 아무리 작은 힘이라도 뭉치면 살 수 있다는 진리가 바로 그것. 극 중 키스 길 역을 맡은 폴 다노의 얼굴은 평범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길을 오롯이 가는 뚝심이 보인다. 그 뚝심이 길어 올린 결과물은 거대한 투자 이익이 아닌 골리앗을 이겼다는 자신감과 경험이다. 이는 키스 길 외 게임스탑으로 힘을 모았던 개인투자자들도 함께 같은 결과물을 받는다.  

 

 

영화 속 키스 길은 빈 운동장을 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균형이 맞춰진 운동장에서 그는 계속 뛴다. 주식이든 뭐든 모든 패(정보)를 다 까놓고 정정당당히 경쟁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스탑 사건 이후 월가도 개미들도 사고의 변화를 겪었다. 개미도 밟으면 존버하는 세상. 주식 시장의 운동장의 기울기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그린나래미디어 

 

평점: 3.5 / 5.0

한줄평: 주식으로 대동단결!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 전쟁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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