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2024-12-13 14:04:55
단점으로 쏘아 올린 장점
넷플릭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작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리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르물을 다루는데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나 설정들이 있다. 예를 들어 수사물에서는 발바닥에서 땀난다는 말 외엔 묘사할 방법이 없는 형사들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던가. 주인공은 조사를 해야만 하는 세력과의 갈등을 겪으며 숨길 수밖에 없는 비밀을 가진 채 초조해한다던가. 흑막이라고 불리는 최후의 빌런이 나타났을 때 아니 네가!!라는 말이 나오는 반전이 숨겨져 있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장르마다의 특성은 대다수의 사람이 기대하는 점이면서도 식상함을 느끼기 쉬운 포인트이기에, 기본적인 규칙은 지키면서도 작품만의 변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변주로 가득하다고 하기보다는 단점으로만 가득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화면은 어둡고 사건 전개는 느리며 수사물에서 볼 법한 장면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이런 단점을 뒤집어 모조리 장점으로 만들어버린다.
12.3일 이후로 가르마 위치만 달랐지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히틀러의 인기는 스포트라이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두컴컴한 곳의 가장 정중앙에 우두커니 선 채로 그는 마치 자신만이 계시를 받은 듯 밝은 빛 아래에 존재했고. 모두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가운데 반짝반짝 홀로 빛나며 말빨 하나로 군중들을 홀라당 사로잡았다.(아 물론 누구는 그마저도 못해서 전 세계인의 욕만 홀라당 얻어먹었으니 그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이렇듯 스포트라이트는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주지만 수사물에서는 그다지 각광받는 시점은 아니다. 그리고 이 포커싱을 위해서, 극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수(한석규)의 집은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어두워야만 한다는 위험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이 단점을 완벽하게 커버하기 위해. 위대한 배우 한석규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한석규는 허탈함을 표현해 낼 줄 아는 세상 몇 안 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의 진가가 모든 장면에서 발휘된다.
태수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숨결 한 번에. 시청자들은 마음 바닥까지 훑는 듯한 저릿함을 느끼기도 하고, 애처롭게 딸을 쳐다보는 눈빛에서 쏟아지는 태수의 복잡한 심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가가 파르르 떨리기도 한다.
극 중 분위기와 너무도 닮은 태수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침착하고 냉철하며 묵직한 태도를 취하지만. 마치 혼자만 벚꽃을 뿌린 듯 샤랄라 빛나는 군도 속의 강동원처럼. 태수는 자신을 에워싼 어둠에 조금도 잠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좋은 배우를 보는 카타르시스 자체가 스포트라이트가 되어 확실하게 태수를 비춘다.
수사 장르물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속도로 수사가 진행되려면 계엄에서 해제까지의 속도쯤은 되어야 할 텐데, 이 작품은 프로파일러라는 태수의 직업상, 수사의 진척이 마치 국민의 짐 때문에 탄핵이 자꾸 미뤄지는 것만큼 느릿느릿하고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각본의 거의 대부분을 태수와 딸 하빈(채원빈)에게 집중시키는 두 번째 스포트라이트를 씀으로써 흩어지는 이야기를 없애고 극 중에 덩그러니 두 사람만을 남겨둔다.
여러 용의자와 더불어 결국에는 밝혀질 최종 빌런을 이리저리 꼬아 놓으려면 주변에 대한 설명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극을 따라가는 데 있어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과연 이 등장인물이 필요했는가?라는 물음이 생기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떡밥이 완벽하게 설명되지 못해 물음표를 남기거나 실패한 수사물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외롭게 뻗은 두 가지 외에 모든 곁가지를 없앰으로써 극 전체는 긴장감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딸과 아버지 사이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으로 시청자를 단단히 동여맨 채 수사의 방향과 속도를 받아들이게 한다.
행여나 그 와중에도 이탈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이라도 되었던 듯. 작품은 세 번째 트릭을 쓰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버릴 것 하나 없이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형사들의 냄새나는 양말도, 목에서 피맛이 느껴질 것 같은 추격전도. 흠씬 두들겨 맞아 정신이 혼미해지는 폭력 장면도 없다. 오로지 극의 분위기를 십분 닮은 태수의 집이 존재할 뿐이다. 그의 집은 과연 김건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정도가 아니고서야 프로파일러의 월급으로 이 정도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아름답지만. 동시에 어딘가 비밀을 감춘 듯 모든 문이 닫혀 있으며 대척점을 이루는 부녀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듯 그들은 늘 식탁의 끝과 끝에 존재한다.
장면들이 가진 아름다움과 선으로 구분한 상징들은(마치 영화 [기생충]처럼) 배우들과 어우러져 최종적인 장면을 구성한다.
분명 비어있거나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위험요소를 이 마지막 트릭이 완벽하게 없애준다. 덕분에 배우들은 빛나고, 극의 진행 또한 매끄러우며, 비밀을 숨긴듯한 아름다움을 보면서 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었다.
마치면서 (좀 길다)
1. 한석규 베우는 나이에 맞는 역할을 언제나 따박따박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만큼 그의 나이와 시간과 때에 맞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거짓 없이 진실과 진심만으로 뭉친 대배우를 보는 이 마음이 얼마나 감사하면서도 코끝이 찡한 건지 모르겠다.
2. 비질란테로 대변할 수 있는 "사이다"물이 아니지만. 가장 현실적인 마지막을 선사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이런 결말은 한석규 배우가 있었기에 더 진실되었다고 생각한다.
3. 개인적으로는 제목조차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딸만 아버지를 배신한 줄 알았으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관계의 인물들이 서로에게 비수를 꽂다 못해 더 이상 고통을 호소할 수 없을 때까지 서로를 괴롭힌다. 그들의 관계에서 오는 배신감 때문에 모든 장면이 아름답지만 동시에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최근 누군가는 알량한 신뢰를 업고 온 국민을 배신했다.
이 배신이 가진 파급은 너무 커서 열흘이나 지난 지금도 일상에 온전히 발을 붙이지 못하고 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덕분에 불안장애 약을 안 빼먹고 자알 먹는다)
제목이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라는 극 중 대사는 가르마 타는 거 외엔 그 어떤 관심도 없어 보이는 당신에게 선사하는 메시지 같기만 하다.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당신 혼자 빠진 그 망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를 이용했다는 히틀러처럼. 당신 또한 그의 말로를 따라갈 것이니. 그대의 최후가 오거든 단 한 번만이라도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 그대로 보기를 바란다.
당신은 우리에겐 친밀하지는 않았을지언정 배신자였으며. 주지 않은 신뢰마저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을. 앞에 펼쳐진 이 모든 처참함은 당신이 자처한 것임을.
[이 글의 TMI]
1. 도시락 싸놨는데 안 들고 옴
2. 나 잡혀가면 좌표 좀 찍어줘요.
3. 냄비밥 해놓고 깜빡해서 밥 다 쉬었음.ㅠㅠ
#넷플릭스 #영화리뷰 #OTT리뷰 #이토록친밀한배자 #munalogi #한석규 #신작리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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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감옥, 만덜레이
도그 빌에서의 참극을 맞이하고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벗어나지 못한걸까요.
다소 슬픈 그레이스의 두번째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덜레이 입니다.
억압과 동시에 벗어나지 않으려는 딜레마에 갇힌.
도그빌 마을의 사건 이후에 그레이스는 만덜레이라는 마을에 도착하게 됩니다.
노예제가 폐지 되었지만 여전히 악습이 팽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에 말이죠.
이상주의자인 그레이스는 자유가 억압된 그 모습을 두고보지 못합니다.
도그빌에서 겪었음에도 아직 같은 생각인걸까요.
그렇게 그레이스는 주인마님이 사라진 이 곳, 만덜레이에 자유를 쥐어주게 됩니다.
하지만 70년간 없었던 자유에 준비되지 않았던 그들은 기뻐하지도 고마워하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모습인데도, 그 모습은 그레이스에 있어서 당연하지 않은가봅니다.
약간은 몰입감이 떨어지지만 여전히 오만한 영화의 의미가 참 독특했습니다.
비관적이면서도 주인공의 뚝심을 지킨다는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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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찬 상영중] 기생충
[김태혁의 ‘절찬 상영중’ – 기생충]
이것은 빈부격차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파이프(로 보이는 물체)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놓음으로써 많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 <이미지의 반역(배반)>이라는 그림이다. 정말 그럴까? 이 그림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의 사유를 차용해 물질적 속성을 따지자면, 이 이미지는 '그림'이라기보다는 <이미지의 반역(배반)>이라는 '그림'을 스캔한 '컴퓨터 파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철학자' 르네 마그리트는 언어와 대상, 대상과 대상을 재현한 이미지, 언어와 이미지의 연결은 자의적이므로 얼마든지 단절되거나 자유롭게 재구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대상이 통념상 있음 직한 공간을 벗어난 생경한 장소에 위치하고, 현실에서라면 한 프레임 안에 있는 것이 불가능한 대상들이 공존하는 그의 그림들은 나태한 사고를 깨부순다. 생각의 한계를 무너뜨린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회화는 당대를 뒤흔들었고, 후대의 다양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블랙코미디, 스릴러, 가족 드라마 등 하나의 영화 안에서 함께 존재하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뒤섞여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영화 <기생충>을 본 후, 현실의 경계를 파괴하는 파격적 미학을 선보인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반역(배반)>이 떠올랐다. 르네 마그리트가 회화 예술의 관습을 격파했듯이 봉준호 감독은 영화 장르의 틀을 붕괴시켰고, 언뜻 누가 보아도 빈부격차가 핵심인 것 같은 <기생충>에 빈부격차 자체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가정 형편이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두 가족이 등장한다. 두 가족은 사는 곳이 정반대다. 잇따른 자영업 실패로 궁지에 몰린 기택(송강호) 가족은 누추한 반지하집에 살고, 성공한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 가족은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대저택에 산다. 햇빛이 잘 들어올 리 없는 기택의 반지하집은 대낮에도 어둑하고, 채광이 끝내주는 박사장의 대저택은 실내에 있어도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을 만큼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온다. 기택 가족은 고기는커녕 한끼 제대로 챙겨 먹기도 힘들지만, 박사장의 부인 연교(조여정)는 짜장 라면에 한우 채끝살을 넣어 먹는다. 박사장 집에 사는 강아지들이 기택 가족보다 영양 상태가 훨씬 더 좋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 두 가족 간의 극심한 격차는 영화 플롯의 변곡점이 되는 비 오는 밤 시퀀스에서 극적으로 표현된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기택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수직적 계급 사다리가 연상된다. 가난한 자는 달동네처럼 높이 올라가야 하거나, 반지하처럼 깊이 내려가야만 하는 곳에서 자신의 거처를 마련할 수 있다. 물론 부자도 지대가 높은 곳에 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자는 가난한 사람처럼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지 않고,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 승용차에 앉아 잘 닦인 도로를 따라 집에 도착한다.
이처럼 빈부격차를 확실하게 드러내는 설정과 상징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기생충>이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빈부격차가 아니라는 생각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기생충>에는 부자와 빈자가 함께 등장하는 영화라면 으레 기대할만한 부자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없다. 영어를 섞어서 말하는 박사장의 부인 연교와 기택에게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박사장이 재수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경제적 계급 격차를 다룬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자들처럼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부를 일군 사람들이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돈을 지급하고, 속마음은 다를지 몰라도 최소한 겉으로는 예우한다. 기택의 부인 충숙(장혜진)이 술에 취해 박사장 가족의 인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돈이 다리미야.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줘.”라고 말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기생충>은 빈부격차의 ‘현상’ 자체는 실감 나게 보여주지만, 빈부격차를 타파하고 경제적으로 더 평등한 사회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는 아니다.
돈을 매개로 엮인 박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의 관계는 빈부격차를 문제시하기보다 빈자와 부자 간의 상호의존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박사장 가족은 굳이 자신들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될 출퇴근 운전, 집안일, 자녀 교육을 자신들보다 더 잘 처리해주는 사람에게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다. 박사장 가족에게 귀찮고 시간 낭비에 불과한 일들을 대신해주는 기택 가족은 요긴한 존재다. 한편, 박사장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임금은 기택 가족이 당장 먹고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돈이다. 박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다.
이렇게 본다면, 영화의 제목인 '기생충'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과연 박사장의 재력에 의지한 기택 가족만 누군가에게 기생한 것일까? 부자의 일상을 누리기 위해 허드렛일을 대신해줄 누군가가 꼭 필요한 박사장 가족도 기택 가족에게 기생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 중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택 가족의 사업이 잘 풀렸다면, 기택 가족이 누군가를 고용해 잡일을 맡겼을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기생충>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줄 따름이다. 강한 신분 상승 욕망을 지닌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가 자신의 계획대로 부자가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기우는 박사장만큼 주름지지 않은 부자로 살 수 있을까? 혹시 나쁜 인간이 되지는 않을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내면의 꿈틀거리는 욕망과 콤플렉스를 잘 살펴보라고 영화 <기생충>은 우리 앞에 거울을 들이민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태혁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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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추천 TOP 5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추천 TOP 5
요즘 교양 유튜브나 다큐멘터리에 푹 빠져있답니다. 원래는 집에서 영화 볼 시간이 부족해서였는데 어느 순간 푹 빠졌답니다. 보통 한 시간에서 90분 정도로 영화보다 짧아서 봤는데 제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또 한 번 체감합니다. 그 반성의 의미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추천 TOP 5>을 올립니다. 그리고 BGM은 2020년 베스트 펑크 록 음악인 <Grounds>을 올립니다.
■미국 헌법 수정 제13조 (13th·2016)
-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다큐멘터리상
<셀마>를 만들었던 여성 감독 에바 두버데이가 수정헌법 13조 통과에 따른 소수 인종의 대량 투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다른 소수 인종의 광범위한 투옥을 초래한 것은 단지 뿌리 깊은 문화적 인종주의만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BLM 운동의 배경은 이토록 자본주의라니 대단히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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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The Last Dance 2020)
10부작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에 푹 빠져들기 위해 굳이 농구를 사랑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기기 위해 일생을 바친 한 남자의 매혹적인 연대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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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팩토리 (American Factory 2019)
-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노조 설립과 최저임금 상승을 정책적으로 밀어붙였던 버락과 미셸 오바마가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중국 후야오 공업에 인수된 오하이오 주 데이튼 시의 GM 공장을 관찰한다. 숙련된 미국 노동자들이 중국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러스트 벨트가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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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The Edge Of Democracy·2019)
권력을 장악하는 가장 손쉬운 길은 사법·언론·군부·재계 등 기득권에게서 충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의 특권이 지나치게 커지는 순간 국가는 쇠락한다. 이것이 국가가 멸망하는 가장 큰 원인이자 개혁이 실패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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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 캠프: 장애는 없다 (Crip Camp·2020)
미셸과 버락 오바마가 두 번째로 제작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아메리칸 팩토리>보다 어떤 면에서 더 우월할지 모른다. 우리는 장애우를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 아니라 ‘장애를 극복할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자'라고 독립과 연대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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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시대의 무의식을 직설적으로 엮다
[DMZ Docs] 시대의 무의식을 직설적으로 엮다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 리뷰
감독] 이태웅
시놉시스] 지금은 사라진 영화사인 남아진흥이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사이에 제작한 영화 60여편의 파편들을 이어 붙여, 영화의 장면장면에 반영된 냉전 시기이자 고도성장기를 살아내는 한국인의 내면 풍경을 한 편의 '영상 믹스테이프'로 만들어 감상한다. [출처 :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https://www.youtube.com/watch?v=ouAh_75Oqi0
#스포일러 유의
은유의 미학을 직설적으로 섞어내다
사실 한국영화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 파편화되어 있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를 보며 과연 공감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부분이 있었다. 이미 알고있는 작품들이라면 파편화된 장면들을 보면서 그 작품의 내용이 떠오르기도 하고, 현재 모아진 장면들끼리 연결성을 생각하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텐데 그러한 배경 지식 없이 보다보면 지루하거나 이해를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과거 영화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굉장히 소주제로 분류가 잘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편한 작품이었다.
사실 이러한 믹스테이프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에는 감독의 덕후적인 기질이 잘 드러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에게는 너무 쉬운 작품들이고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작품이어서 어쩔 때는 상당히 불친절하게 내용을 엮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감독의 덕후적인 뾰족함은 드러내면서도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꿈이라는 파트를 예로 들자면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가 상을 타는 장면을 넣어 그녀가 꿈을 이뤘고, 앞으로도 그 꿈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서 집을 가지고 싶은 꿈, 가정을 이루고 싶은 꿈 등 각각의 영화 속에서 캐릭터들이 가진 꿈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과거 시대 속에서 가졌을 꿈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영화는 은유의 미학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 은유 덕분에 예술 영화가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좋은 작품들이 화제성 없이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과거 영화라는 장르 속에서 보여주었던 그 미학들을 직접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현대의 사람들이 과거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시대의 무의식을 엿보다
영화의 배경과 캐릭터가 현실을 담지 않고 있을 수 있다. SF영화이거나 이세계를 다룬 작품이거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거나 등등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아닌 다른 것을 담은 영화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 중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현실을 살아가면서 어쩔 때는 현실의 도피처로, 다른 때는 현실의 문제에 답을 구하러 등 결과적으로는 현실과 매개되어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소비라고 하더라도 그 영화의 내용이 현실 속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수록 영화에 더욱 공감을 하게 되고, 여운이 짙게 남아 평이 좋게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30년간의 대한민국의 시대를 엿볼 수 있었다. 장남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 이로인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가부장적인 분위기, 그로 인해 도구적인 장치로서 등장하는 여성, 이에 도전하는 급진적인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는 듯 하지만 결국 남성과 사회에 순응하게 되는 시퀀스 등 1960~90년대 사회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던 시대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특히,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배우의 납북과 관련된 내용의 경우에는 당시 반공의식가 강했던 터라 그들이 돌아왔을 때는 환영의 분위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8년간 북한에서 17편의 북한의 체제를 수호하는 영화를 만든 그들을 향해 굉장히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던 분위기였는데, 그들을 대하던 방식과 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면 반공의식이 남아있던 시대의 무의식 속에 그들은 납북을 당했다 도망쳐온 사람이 아닌 북한의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이미지가 더 강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현재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매체는 그 시대의 무의식을 어김없이 반영한다는 것을 잘 느끼게 해준 포인트 였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한국 영화의 과거 작품들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사람으로서 영화 코리안 드림 : 남아진흥 믹스테이프는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상을 가지고 발전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었던 좋은 스터디케이스가 되었다.
<상영시간표>
2024. 9. 28. (토) 17:00 메가박스 킨텍스 4관
2024. 10. 1. (화) 19:30 메가박스 킨텍스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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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좌수사 이순신 그의 난중일기
책 한 권을 빌렸다. 바로 호란과 임진왜란에 대해 조사한 책이었다. 갑자기 자타공인 역덕이 되고 싶은 나. 냅다 깊게 파는 나의 역사덕후적 호기심이 빛을 발한다. 아니. 역사 이야기 능수능란하게 푸는 사람들 멋있지 않아? 어느 년에 뭐가 일어났고 어떤 것 때문에 발생했고 이런 거 줄줄줄 설명하면 왠지 모르게 멋지다. 역사가 약하다는 말은 사실 거의 모든 것이 약점이라는 말을 한 누군가의 명언이 생각난다. 그래. 맞는 말인 것 같아. 왠지 이 부분을 파면 다 잘 풀릴 것 같다.
풀릴지 안 풀릴지는 미래의 내가 아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나 싶다. 어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굴러다니는 짤들 보다 책으로 읽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이지 아닐까? 반지성주의가 판치는 이 시대 지성에 그나마 다가가는 것이 민주사회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믿는다. 이 영화라는 문화예술도 사실 이 '지성'이라고 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를 봐도 역사적 맥락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시대극 만들기 좋다. 위대하고 극적인 인물이 많이 나와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이 시대극 만들기 좋은 한국사를 소재로 했다. <외계+인> 1부에 이은 여름 대작 두 번째, <한산 : 용의 출현>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다음 1달 후의 조선으로 가보자.
해저 괴물 복카이센
문제가 뭘까? 다 알 것도 같았다. 일본의 장수 와키자카는 해저 괴물 거북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전쟁. 이웃나라 조선은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었다. 전쟁에 대한 대비가 단 조금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답답함이 아쉽다. 갑자기 느닷없이 나타난 이순신이라는 존재에 머리가 아프다. 와키자카는 해저 괴물 복카이센이 전장을 휩쓸고 있다는 말에 여러 번 생각을 되뇌인다. 할 수 있어. 전염병 같은 두려움만 이긴다면.
‘해저 괴물 복카이센’을 이끌던 장수의 관점으로 돌아간다. 전쟁 중이었던 해전. 거북선이 일본의 배에 부딪혔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조선의 거북선. 일본의 배와 조선의 거북선이 붙은 상태에서 백병전이 열렸다. 거북선에서 배를 이끌던 장수 나대용은 방패 하나와 무기를 들고 들이받은 배의 일본 장수 둘을 제거하려 배의 위로 올라간다. 조총이 빗발치던 전장. 방패로는 한계가 있었다. 왼쪽 허벅지에 총알이 박힌 나대용. 위기의 순간, 일본 장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날아온 화살이 나대용을 구해줬다. 나대용을 구한 사람은 이순신이다. 처절한 전투 끝에 부하를 구한 이순신. 그렇게 임진왜란의 어느 전장을 보여주고 카메라는 1달 후를 비춘다. 이순신은 전투에서 생포한 포로들을 심문하다 왜나라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예감한다. 이순신은 열세의 전장을 뒤집어 조선을 구할 수 있을까?
자주 봤었지
사실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은 다들 알고 있다. ‘우리에겐 12척의 배가 있소’부터 시작해서 우리 역사에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낸 이순신 장군. 우리나라의 위대한 전쟁영웅 하면 늘 들어가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순신 장군이라는 소재는 적지 않게 사용됐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들어갔던 것이 <명량>이다. 또 내 나이 또래라면 다들 기억하는 <불멸의 이순신>도 있다. 굳이 영상매체가 아니더라도 한능검이나 교과서에서도 임진왜란 이야기는 자주 본다.
전쟁영웅의 이야기라 봐도 봐도 좋은 이야기겠지만 이는 곧 창작의 어려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떻게 관객에게 어필하지?를 생각해보자. 여러분과 내가 각본가라고 해보자. 이야기를 2시간가량으로 구성하고자 하면 뭔가 신선한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1)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명분 없는 침략전쟁을 일으킴 2) 한산도, 노량, 명량 해전에서는 조선이 승리한다" 같이 두 결론을 내고 논리관계를 만든다는 것 자체도 충분히 어렵다. 근데 이에 틀어맞게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난이도가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 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거 또 봤던 이야기 하는 거 아닌가? 또 전작 <명량>에서 흔히 말하는 ‘국뽕’ 마케팅은 이런 우려에 부채질을 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런 단점들을 적당히 잘 보완했다.
좋은 기획
일단 영화는 조선의 관점에서 풀지 않는다. 전적으로 일본 장수 와키자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영화의 간단한 배경과 결말은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바로 한산도 대첩은 조선의 압승으로 승리한다는 것이다. 보통 어떤 일의 긴장감은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느껴진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에서 버키와 캡틴이 맨몸액션을 벌인다. 둘 다 호각세의 능력자들이기 때문에 합을 주고받는 것이 어떤 결론으로 향할지 예상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 ‘결과를 알 수 없음’의 서스펜스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 대신 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을 위해 최대한 반대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니까 이순신 장군이 기획하고 싸운 전쟁영화임에도 주인공이 두 명이 되는 셈이다. 그것도 물리적인 분량은 와키자카 쪽이 더 많다.
이렇게 되면 갖는 이점이 생긴다. 앞에서 썼듯 왜 나라의 관점에서 이순신의 지략가적 면모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 덕에 같은 소재의 전쟁영화가 있더라도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보다 신선하다고 느끼기 쉬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써보자면, ‘반전’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일어나는 게 반전이다. 당시 일본의 관점에서는 이 전쟁이 불가사의했다. 조선은 거의 준비가 안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는 대사도 나온다("전쟁은 금방 끝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전쟁 준비 잘해간다. 이를 일본 관점에서 풀어가니 그 준비성이 더 도드라진다. 그렇게 일본 장수 와키자카의 관점에서 철저한 전쟁 서사를 묘사하면 '와 이걸 어떻게 이기지?'싶은 의문점이 든다. 또 이순신에 대한 정보가 일본 내부에는 거의 없다 보니 와키자카에 몰입하게 된다. 마치 <어벤저스> 시리즈의 '타노스'같은 느낌? 영화 전체적으로 이순신을 깨러 가는 느낌이 강하다. 영화는 이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하는 의문과 이순신에 대한 미스테리를 후반부의 해전 신을 위해 쓰고 있다. 이야기 구성에 있어 보다 신선한 접근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초중반까지 일본 내부의 권력투쟁과 첩보 대결만 봐도 이야기 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는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이 영화가 전작 <명량>과 다른 지점이 있어 비교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 이 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 '의'를 표현하기 쉬운 것도 이 영화의 형식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일본 관점에서 전개해야 내적 논리의모순을 관객이 알 수 없다. 이를 통해 일본의 입장에서도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용이하다. 일단 영화 초반부에 왜 '의'가 중요한지 제시된다. 다른 측면에서 우리는 이 전투의 결과를 알고 있다. 이 '의'라는 것이 어디 쪽에 있는 걸까? 쉽다. 이순신에겐 있고 일본의 장수들에게는 없는 것이 이 '의'일 것이다. 흰 종이에 붓 한번 살짝 찍어보자. 그럼 그 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의와는 거리가 먼 일본 내부의 상황을 조명하다가 조선을 쨘하고 보여주면 두 나라의 내부 상황이 대조적으로 보일 것이다. 일본 장수들이 하는 말을 잘 보면 거의 명분이 없다. 누가 싫거나. 그냥 꼴 보기 싫어서. 아래 군사들 죽든지 말든지 알바 아니니까. 거의 이런 식이다. 그러니까 의가 없는 왜의 명분과 이에 물든 일본 장수들의 냉정함이 더 도드라지는 것이다. 전작 <명량>이 민족주의(속칭 '국뽕')를 위해 영화 전반적인 장면을 희생한 것과는 다르게 뾰족한 기획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특별한 무언가를 위한 발상이 아니라 '이런 영화를 만들 거야!'라는 아이디어에 기반한 좋은 선택이었다.
이를 위해서
이 신선한 방식의 이야기를 위해서라면 역시 배우들이 영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일단 박해일-변요한-김성규-박지환 네 배우의 극 이해도가 굉장히 뛰어났다. 일단 박해일 배우는 한국영화의 지난 역사를 말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할 때 그 '기라성'을 담당하고 있는 박해일 배우. <살인의 추억>, <국화꽃 향기>, <연애의 목적>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그중 올해가 그의 경력 중 최고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영화에서도 그의 전성기를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상대역의 변요한 배우가 섬뜩한 연기를 워낙 잘해서 좀 심심하다고 느끼는 분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박해일 배우가 연기를 잘했다고 느낀 것이, 1) 가벼워 보이지도 않으면서 2) 뭔가 고뇌하고 있는 내면을 묘사하고 있으며 3) 조선 내부의 상황으로 인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심리상태까지 극의 배경이 되는 좋은 연기를 수행했다. 비교적 와키자카에 비해 물리적 비중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의 존재감이 후반부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박해일 배우의 눈빛, 표정, 발성이 이 영화에 잘 어울리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헤어질 결심>과 <명량>까지 참 좋은 배우다.
다음은 변요한 배우다. 앞 문단에서도 썼듯 이 와키자카가 영화의 진주 인공이다. 물리적으로 분량이 아마 제일 많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박해일 배우는 잔잔한 파도처럼 극을 이끈다. 이와 대조적으로 변요한 배우는 감정적으로 화려한 연기를 보여주머 이야기를 전개한다. 일단 갖고 있던 감정선이 다양했다. 전쟁 준비는 또 착착 잘 되어가고 있다. 근데 반대쪽에서 승전보를 울렸던 이순신에게 묘한 열등감을 품고 있다. 또 이순신이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다. 자신감까지 있다. 선조의 입장 변화를 위시한 조선의 내부 상황이 시끄럽기 때문이다. 또 일본 내부에서 권력 교통정리가 안 됐다. 이를 묘사하는 연기까지 해야 한다. 이렇게 전반부의 감정연기를 넘어가면 하이라이트가 있다. 중반부가 넘어가서 이순신과의 한바탕에서 이 사람의 처지는 여러 번 바뀌게 된다. 이때 분출했던 감정표현들이 선명해서 기억에 남는다. 자기가 주체로 이끄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던 한 인간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데 변요한 배우는 정말 열 일했다. 아마 이 배우의 최고작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김성규-박지환 배우도 기억에 남는 연기를 했다. 두 배우는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조연이다. 이 역할을 살리는 좋은 연기였다. 일단 김성규 배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범죄도시> 시리즈였다. 그리고 <악인전>에서도 봤었다. 이 두 작품만으로도 연기 정말 잘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악인전>에서는 뭔가 난잡한 이야기 톤 사이에서도 빛났던 기억이 있다. 이때 단순히 연기만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건 똑똑한 배우라는 점이다. 이 준사라는 캐릭터는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임진왜란이 왜 일어났고, 어떤 점에서 이순신이 전투를 승리할 수 있었는가?를 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리액션 연기가 좋아야 한다. 몸짓 하나, 눈빛 하나가 무언가 외롭고 상처받은 사람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박지환 배우 역시 뛰어난 연기였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장이수 캐릭터로 유명한 이 박지환 배우. 솔직히 영화 보면서 '내 아임다' 생각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영화는 전반적으로 이 캐릭터를 경제적으로 활용한다. 이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연기만 딱 잘라서 보여준 느낌? 이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았던 게 아닐까 싶었던 캐릭터 연출법이었다.
단점이 없지는 않아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에 시사회 평을 몇 개 봤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명량>의 단점을 극복했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기대 좀 하고 갔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극복하긴 했다'다. 영화에는 엄청 큰 단점은 없다. 그 대신 아쉬운 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는 역시 극 중에서 옥택연-김향기 배우가 연기하는 임준영-보름 역의 서사 전부다. 난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일단 영화 안에서 스파이가 있어서 얻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이 스파이가 단지 <명량>의 프리퀄이라고 해서 이런 이야기를 할당받는 게 그게 완성도에 도움이 되는가? 는 의문이다. 조선 측의 특정 인물과의 대비를 이루기 위해? 굳이? 일본의 스파이가 있는 것까지 대칭을 이룰 필요가 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중반부까지 이순신-와키자카의 전략적 선택이 재밌다가 임준영이 나오면 산만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배우의 퍼포먼스와도 연관이 있다. 음.. 잘 모르겠다. 이 배우를 캐스팅한 게 좋은 선택인지. <외계+인> 1부의 썬더가 생각나는 연기였다.
그리고 후반부 하이라이트 해전 신에서 CG 티가 난다. 아마 바다와 실제 배에서 찍으면 다칠 수도 있으니 그랬던 건 이해한다. 그런데 사람이 없는 신 정도는 실물로 찍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초중반부는 일본의 관점에서 전개하지만 중후반부는 조선의 학익진과 거북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전반부의 살짝 느리더라도 신선한 템포가 후반부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오잉? 호기심이 가는 이야기가 식상한 촬영기법으로 치환되니 뭔가 김샌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영화 전반적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질척임이 있다. 분명 전작에서의 '국뽕'요소를 많이 뺀 것도 안다. 불필요한 사족 많이 쳐냈다. 근데 살짝 유치하고 예전 느낌이 나는 연출법이 장면 장면마다 보인다. 완성도에 치명타를 가하는 것은 아니나 확실히 아쉬운 지점이다.
그래도 좋았어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영화 좋다. 잘 만들었다. 일단 두말할 필요 없는 후반부 해전 신은 쾌감이 대단하다. 부분 부분마다 꼼꼼하게 동선을 잘 짜 놔서 보는 맛이 있다. 이 액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운드와 표정이 될 것이다. 적의 변수에 당황하는 일본군, 급변하는 전쟁 상황, 포격 소리까지 CG를 많이 사용한 만큼 소리에 집중해야 현실감이 든다. 이 현실감은 유효하게 작용한다. 후반부 전투 신에서 우리나라 말도 자막처리를 할 정도로 집중했던 소리 연출은 러닝타임의 반을 할애한 만큼 제 몫을 다한다. 티켓 가격이 많이 오른 극장가 이 액션신만 봐도 가격 값을 한다.
또 영화에서 묘사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극에서 나오는 군사집단은 이순신의 수군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중반부를 넘어가면 특별한 존재들이 조선의 땅을 지키며 왜적과 항전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주인공이 이순신 장군인 것도 맞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을 말하는 것도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을 전개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제목이 한산이다. 이 한산도대첩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워온 만큼 이들을 조명하는 것도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좋은 방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가볍지 않은 톤으로 배우들의 연기까지 깔끔하니 임진왜란의 무게감에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극장가, 두 번째 여름 대작으로 부모님과 함께 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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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와 광기가 만든 지옥에서, 진짜 죄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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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Hell Bound, 2021)
개봉일 : 2021.11.19. (넷플릭스 공개)
감독 : 연상호
출연 :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김도윤, 김신록, 류경수, 이레
공포와 광기가 만든 지옥에서, 진짜 죄를 묻다.
인간들이 풀지 못한 미스터리한 존재들을 초월적인 존재 또는 인간 사회를 벗어난 초자연적인 존재라고 한다. 우리는 항상 인간 세계를 초월한 어딘가에 있을 존재와 우리의 힘으로는 풀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반복해서 묻는다. 과연 인간을 초월한 존재, 신은 존재하는지, 존재하고 있다면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지, 보고 있다면 어떤 눈빛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맹목적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만일 존재한다면 그는 어떤 존재일까. 궁금할 뿐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신에 대한 궁금증 또는 불신을 품고 있는 인간들이 초자연적 현상을 마주하게 된 후 나타나는, 지독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들은 신의 심판이란 행위를 보며 고뇌한다. 신이 바라는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이 초자연적인 현상은 신이 내린 심판이 맞는 건가. 신은 과연 옳은 심판자인가. 우리는 이 심판을 피해 가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지옥>의 세계관 속 인간들은 맞설 수 없는 공포 아래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하며 분해된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중심을 지키는 인물들을 무너트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른다.
드디어 공개된 시즌 1, 더 넓어진 연상호 유니버스
시즌 1은 화당 50분대의 러닝타임, 총 6화로 이루어져 있어 주말 하루를 투자한다면 무리 없이 정주행 가능할 만큼의 분량이다. 주제 특성상 다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특히 반복되는 폭력과 이해할 수 없는 범위로 튀어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불쾌감이 쭉쭉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주제에 맞는, 당연한 연출들이었지만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절대 정주행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할 정도였다. (개인적으론 1부에 해당하는 1-3화가 특히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지옥>의 제작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원작을 접했을 때 느꼈던 신선함과 충격을 영상을 통해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되다니, 거기에 박정민 배우님이 캐스팅되다니! 말 그대로 ‘지옥 공개까지 존버 모드’였다.
<지옥>의 원작자(스토리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님은 <돼지의 왕>, <창>, <사이비> 등의 애니메이션 영화와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을 통해 ‘연상호 유니버스’를 차근차근 쌓아왔다. 조금 슬프게도 최근에 발표한 <염력>, <반도> 같은 경우엔 호불호가 꽤 강하게 나뉘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옥>은 그 호불호를 절반 이상 뒤집어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배우 등 탄탄한 필모를 쌓아온 배우들과 원진아, 김신록, 류경수, 이레 배우 등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배우들로 구성된 라인업과 지옥의 사자들을 구현한 묵직한 CG, 그리고 신선한 스토리라인까지. 딱, 연상호 감독님이 담아내고 싶었던 것들을 욕심껏 밀어 넣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시즌의 엔딩을 보면서 웹툰의 스토리를 넘어 이 세계관을 더욱 크게 펼쳐나갈 시즌 2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지금 작품에 대한 반응도 뜨거우니 감독님이 더 욕심내서 시 즌2를.. 꼬옥 제작해서 ‘연상호 유니버스’를 더 넓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공포를 마주한 인간들의 군상과 믿음의 충돌
<지옥>은 신에 대한 궁금증을 따져 묻는 작품이라기보단 신이 행했을 거라 추정되는 초자연적 현상 앞에서 만들어지는 인간들의 여러 모습에 주목한다. 그리고 신이 행하는 심판의 기준, 공포 앞에서 가진 믿음의 무의미함, 집단이 만들어낸 그릇되고 폭력적인 믿음에 대해 반복해 질문하고 이야기한다.
이 반복되는 질문을 던지는 인물과 폭력적인 믿음을 가진 인물들이 충돌하며 여러 군상을 만들어내고, 시간이 지나 <지옥>속 세상은 인간들이 그토록 피하고 싶어 하는 지옥의 모습과 가까워진다. 몇몇 인물들은 신이 만든 세상이 아닌 이전과 같은 인간들의 세상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마침내 아주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에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희망, 누군가에게는 단단히 쌓아올린 믿음을 무너트릴지도 모르는 걸림돌. 지켜보는 입장에서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하지만 문득, 내가 <지옥>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명확한 방향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공포에 둘러싸인 채, 어딘지 그럴싸한 그들의 교리를 들으면서, “난 어찌됐든 속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없다. 당장 내가 시연을 당할지도 모르는 공포스러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신의 교리를 외치는 사이비에게 홀리지 않을 자신이라... 그래서 이 작품이 이토록 찝찝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말하는 죄와 우리가 만든 심판 방식이 무조건 올바르다고, 잘못됐다고 말할 순 없다. 인간의 법 아래서 교묘하게 이득을 보는 나쁜 인간도 있고,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리는 인간도 있고, 그에 도움을 받은 인간도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주 혹여라도, 아주 적은 확률로라도 완전한 존재인 ‘신’이 질서를 잡는데 개입한다면 인간 세계에 무조건적인 선과 질서가 찾아올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선과 악, 그에 대한 심판에 대한 100% 올바른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 각자의 삶이 다할 때까지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살아야 한다. 어느 날 무거운 발자국 소리를 울리며 나타날 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고민하고 선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지옥 시놉시스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지옥> 1부, 지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다.
지옥은 크게 1-3화에 해당하는 1부, 4-6화에 해당하는 2부로 나뉜다. 1부에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첫 시연이 일어나고, 새진리회의 1대 의장인 정진수가 세상을 향한 경고장을 날리며 시작된다. 20년 전에 받았던 고지를 숨기고, 마치 지옥에 떨어진 듯 공포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정진수는 세상을 뒤집고 시연을 통해 죽음을 맞이한다.
1부의 주요 인물들은 정진수 의장, 이동욱(화살촉), 민혜진 변호사, 진경훈 형사와 그의 딸 희정, 박정자로 구성된다. 정진수 의장은 ‘죄를 지은 사람은 지옥의 시연을 받는다’, ‘인간들을 심판하기 위해 신이 나섰다.’는 교리를 펼치며 공포에 질린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한다. 그에 대립하는 인물은 민혜진이며 정진수의 교리에 아이러니를 더하는 인물이 진희정과 박정자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 내려지는 심판은 과연 공정한가, 죄에 대한 심판은 누가 내릴 수 있는가
진경훈은 몇 년 전, 끔찍한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자신만의 지옥에서 살아왔다. 진경훈과 그의 딸이 다스리기 힘들 만큼 큰 고통과 분노에 쌓여있을 동안,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은 심신미약 판정을 받고 6년을 복역해 사회로 돌아온다. 범인은 모든 걸 잊고, 속 편하게 소주 한 병을 비우면서 그렇게 하루를 살아간다. 인간들이 만든 법으로, 인간들이 내린 심판으로 그의 죗값을 치르기엔 턱없이 모자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 순간, 정진수는 그의 죄를 심판하는 신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정진수는 희정의 범인을 잡아 불에 태워 사자들의 시연과 비슷한 모습의 시체를 만든다. <지옥>속 세계에선 새진리회의 말이 법이고, 그 집단을 이끄는 정진수는 신과 같은 존재다.
새진리회가 말하는 교리의 아이러니
정진수는 죄를 지은 사람들만 받는다는 시연의 순간을 맞이한다. 신과 가장 가깝다고 믿었던, 가장 순결한 존재로 비치는 정진수 또한 새진리회의 믿음과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외부로 퍼져나갔다면 새진리회의 교리는 순식간에 무너졌을 텐데, 다음 의장 정칠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 사실을 꽁꽁 숨긴다.
새진리회는 ‘죄를 지은 사람을 다스리기 위해 신이 개입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파고들어가보면 그들은 맞는 말을 하는 게 아닌, 자신들의 말을 믿도록 상황을 꾸며내고 있을 뿐이다.
죄가 없는 박정자가 시연을 당할 때, 사람들은 시연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온갖 추측을 내놓으며 그것을 기정사실화 시켜버린다. 모든 방송매체가 죄 없는 죄인을 화면 가득 담아낸다. 진짜 죄를 저지른 살인범의 모습은 피해자의 가족인 희정도 모를 만큼 꽁꽁 숨겨놓고, 초자연적인 현상이 개입되었다는 이유로 죄 없는 박정자의 얼굴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 만큼 널리 퍼져나간다. 진짜 죄인은 정진수의 손에 죽고, 죄를 저지른 적 없는 박정자는 시연을 받는다. 그리고 2부에 들어선 영재와 소현의 죄 없는 아기마저 고지를 받는다. 새진리회가 말하는 신의 심판이란, 정말 타당한 심판이 맞는 것일까.
공포 앞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인간들. 그들이 만든 지옥
새진리회는 시연이 시작되고 겁에 질린 대중들이 약해진 틈을 타 말도 안 되는 교리를 퍼트린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처음 겪는 현상 앞에서 사람들은 중심 없이 팔랑팔랑 흔들리게 된다. 그로 인해 광신도들이 생겨나고, 이들은 인간들이 앞서 정해둔 법의 선마저 가뿐하게 침범하지만 아무도 새진리회와 화살촉을 말리지 못한다. 그들이 가장 신에 가까운 존재들이고, 그와 동시에 미쳐버린 존재들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이 세상 존재들이 아닌 사자들에 대한 공포와 시연 대상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인간들을 ‘인간답게, 죄를 짓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끄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느 날 억울하게 일어난 사고처럼, 이유도 모르고 고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밀고, 그들을 욕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배척시킨다. 정진수가 휩쓸고 간 세상은 어느새 지옥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신의 심판이 어그러지는 순간
이 공포의 시연과 새진리회의 교리에 반하는 인물은 민혜진 변호사와 배영재 PD, 그리고 그의 아내 소현이다. 화살촉 때문에 어머니를 잃고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민혜진은 소도의 일원이 되어 새진리회의 교리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1부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확 바뀐 모습으로 등장한 2부에선 이 영화의 액션과 흐름을 책임지는 큰 역할을 해낸다.
애초에 새진리회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던 배영재 PD는 선배의 죽음을 목격함과 동시에 자신의 아이가 고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소도와 민혜진에게 도움을 청한다. 신은 대체 무슨 이유로 갓 태어난 아이에게 죄가 있다고 하는 걸까. 원망과 분노에서 시작된 이들의 물음은 결국 지옥 같은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을 틔우는 커다란 빛이 된다.
영재와 소현은 서로를 껴안고 아이를 시연으로부터 지켜낸다. 시연을 고지 받은 아이는 살아남고, 고지를 받지 않은 부모가 지옥으로 갔다. 이쯤 되면 신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과연 시연이란 것이 ‘죄인을 골라내기 위한’ 심판의 순간이 맞는 걸까? 심판이라기보단 랜덤하게, 아무에게나 들이닥친 초자연적인 사건에 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신은 실수하지 않는다는 절대성과 믿음이 깨져버리는 순간이다.
공포로 만들어낸 선
우리는 모두 선을 행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들 나름대로의 선과 악의 기준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살기 위해 노력한다. (아닌 악인들도 많은 세상이지만..)
새진리회의 1대 의장 정진수는 20년 전 받은 고지를 통해 공포를 느꼈고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바르게 살았다고 말한다. 그는 신이라는 절대적인 공포가 있어야만 사람들이 선을 행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의 심판인 시연이 시작된 인간들의 세상은 전보다 더한 지옥이 되어있었다. 무자비하게 사람을 폭행하는 화살촉, 사람의 죽음을 생중계하는 방송과 그 앞에서 시청률을 챙기며 웃고 있는 새진리회 사람들. 시연자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사고사와 자살을 선택하는 피해자들.
이것이 과연 정진수가 말하던 ‘선으로 가득 찬 세상’이란 말인가. 아니 이게 선으로 가득 찬 세상의 모습이라니. 말도 안 된다.
결국 심판을 내릴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새진리회는 자신들이 신의 말씀을 전하는 존재라 말하며 사람들을 홀린다. 실상은 있지도 않은 권한을 부여한다며 정수리를 연속으로 쳐대고, 말의 앞뒤조차 맞추지 못하는 집단이지만 인간들은 처음 겪는 공포 앞에서 이성을 잃는다.
자신들이 말하는 신의 의도와 전혀 관련 없는 시연은 숨기고, 또 사람들을 탄압하며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던 그들은 ‘신의 심판’을 증거 삼아 부정한 짓을 저지른다. 내가 만든 원칙이 있어야만 세상이 돌아간다고, 마치 자신들이 신인 것처럼 우기던 정칠의 모습에 치가 떨린다.
정칠과 새진리회가 주장하던 교리들은 결국 언젠간 탄로날 거짓말이었다. 사자들의 등장이 없었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하찮은 거짓말. 새진리회는 심판을 내릴 자격이 없다. 또, 시연을 하는 초월적인 존재들조차 인간에게 심판을 내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시연자가 지옥에 가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없으니까.
민혜진이 아이를 안고 올라탄 택시 기사의 한마디가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한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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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순간 소오오오름이 쫙! (๑⊙ロ⊙๑)
#마블 #MCU #명장면
#아이언맨
SF, 액션, 드라마, 판타지│미국│125분
감독 존 파브로│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테렌스 하워드#아이언맨2
SF, 모험, 액션│미국│125분
감독 존 파브로│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토르: 천둥의 신
판타지, 액션, 모험, 드라마│미국│112분
감독 케네스 브래너│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액션, 모험│미국│123분
감독 조 존스톤│출연 크리스 에반스, 토미 리 존스#어벤져스
액션, SF, 모험│미국│142분
감독 조스 웨던│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리뷰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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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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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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