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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영2021-07-26 20:27:12

<알고 있지만>, 정성스런 섹스 장면의 비밀

찰나의 아름다움 즐기기

<알고 있지만>을 보고 있자니, <브리저튼>이 떠올랐다. 

 

우연히 고른 두 컷인데, 여자가 살짝 미소지으며 다른 곳을 응시하고, 남자가 바로 옆에서 뜨거운(?)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것도 비슷하다. 

 

주인공들의 관계 구도, 캐릭터의 속성이 참 비슷한 것 같다. 

 

사랑에 서툰 '유나비'와 '다프네'

<알고 있지만>의 유나비, <브리저튼>의 다프네 

 

사랑에 너무 능숙한(?) '박재언'과 '사이먼'

<알고 있지만>의 박재언, <브리저튼>의 사이먼 x

 

두 작품의 핵심적 공통점, 

두 사람 간의 '애정씬'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는 것! 

섹스 장면을 아주 길~고 아름답게, 정성들여 보여준다는 것! 

 

누구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것처럼 보이기만 했던 주인공들은,

사실 하나같이 자신의 진짜 소망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상태이다. 

사랑에 서툴었던 이도, 사랑에 능숙했던 이도. 

그들은 당당하고, 당차고,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그 자신감의 원천에는 '가짜 소망'이 자리잡고 있기 쉽다.(그래서 무너지기도 쉽다)

 

나 조차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나의 진짜 소망이 무엇인지 스스로 모르고 있거나, 속이고 있기 때문에.

위장된 가짜 소망을 진짜 소망이라고 우기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섹스' 장면은 더없이 중요하다! 

두 작품 모두 19금이어야만 했던 이유!

두 작품 모두 정성스럽게 섹스 장면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이유! 

 

<알고 있지만>, <브리저튼> 모두에서

주인공 간의 애정씬은 양쪽 모두에게 '진짜 자신의 소망'을 발견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진짜 자기 자신을 탐색해 보는 시간! 

 

'몸'의 반응은 '말'보다 솔직하다.

 

주인공들은 서로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는다. 

진짜 자신의 소망은, 진짜 자신의 욕망은 교묘하게 감추고,

자신 조차 자신의 마음을 속이면서,

상대에게 진짜 마음을 들키기라도 하면 크게 패배라도 하는 것 마냥 두려워하면서, 

포장하고 또 포장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감추고 감추는 과정에서, 나조차 내 진짜 마음을 모르게 된다. 

 

결국 내가 내뱉은 말에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 스스로 내 마음을 속이고 내뱉는 말들은, 되려 나를 공격하게 된다. 

 

그것이 아이러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내세운 방패가 오히려 내 살을 짓누르게 된다는 것! 

나를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 상처받고 발목을 잡히는 것은 나라는 것.

 

<알고 있지만> 속 애정씬 

그러나 '몸'의 반응은 '말'보다 솔직하다. 

순간의 떨림과 흥분, 설레임, 기쁨, 환희는 감출 수 없다. 

나의 모든 방패가 내려지는 순간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의 소망을 제대로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진짜 소망이 무엇인지! 

 

가짜 소망과 진짜 소망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며, 진짜 자신의 모습을 탐색하는 인물들! 

'연애인듯, 연애아닌, 연애같은 관계', 가짜인듯 진짜같은, 애매모호 경계선에 놓인 인물들! 

이 경계선을 무너지게 할 수 있는 강력한 한방, 꼭 필요했던 장치, 바로 섹스 장면!

 

'가짜 소망'이 아니라 '진짜 소망'에 기반한 '나만의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 

 

이 중요한 계기를 나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변하는 것, 움직이는 것, 찰나'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 고정된 것, 영원한 것에 대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마치 두 사람 간에 '키스'를 하면, 그 관계를 보다 고정시켜야만 하는 것 아닌가라고 기대하는 '유나비'처럼.

이러한 유나비에게 박재언은 말한다. "왜 꼭 그래야 해?"

 

변하는 것, 움직이는 것, 찰나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여기면, 

나의 진짜 소망을 제대로 탐색하기 어렵다. 

왜곡되기 쉽다. 위장되기 쉽다. 

실상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게 된다. 

 

다프네와 사이먼은, '계약 관계' 를 거치면서 안전하게 자신들의 감춰진 진짜 소망을 발견하게 된다. 

'진짜가 아닌 가짜 관계'가 이들에겐 꼭 필요했다! 안전하게 진짜를 탐색할 수 있는 가짜 판! 

그러나 진짜를 발견하는 순간 가짜판은 더이상 가짜가 아니라 새로운 진짜가 된다!

 

유나비와 박재언도, 

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관계'를 거치며, 그들의 진짜 소망을 꼭 발견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19금은 필수이겠지! 앞으로도 정말 공들여 만든, 정성스러운 애정씬이 기대된다! 

작성자 . 나지영

출처 . https://brunch.co.kr/@tjcnjy/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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