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7-30 09:30:10
디즈니 어트랙션이 영화로! <정글 크루즈>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할 수 있을까?
북미 기준, 30일 금요일 개봉을 앞둔 디즈니의 <정글 크루즈>가 박스오피스 1위에 손쉽게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판타지 모험 <정글 크루즈>는 주말 동안 4200개의 북미 지역에서 최소 2,500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매체는 3,000만 달러의 수익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제작비에만 2억 달러가 투입된 영화로서는 ‘쾌조의 출발’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글 크루즈>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극장 흥행 수익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영화가 디즈니 플러스에 프리미엄 가격과 함께 동시 개봉하는 만큼, 디즈니 스튜디오는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소비자 지출’에 대한 부분도 감안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디즈니 플러스 프리미어 액세스에서는 엄선된 영화를 월 30달러에 구입하며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 입장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상륙이 지연되었기에 그림의 떡과 같을 수 있겠네요.
디즈니는 7월 초, <블랙 위도우>를 통해 디즈니 플러스에서 첫 주말에만 6,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공개했습니다. 이는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와 관련된 재무 수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첫 사례였는데요. 이러한 점으로 보아, <정글 크루즈>의 디즈니 플러스 판매량도 공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은 서비스 초기 단계이기에, <정글 크루즈>가 디즈니 플러스에서 어느 정도의 수치를 달성할지는 불확실합니다. 디즈니 테마파크 놀이기구를 기반으로 한 이 PG-13 영화는, 마블 영화를 따르는 충실한 팬들과 같은 팬덤이 없기에 <블랙 위도우>를 필적할만한 결과를 보여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디즈니 플러스와 극장 동시 개봉을 진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과 <크루엘라>를 통해 창출한 수익은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글 크루즈>는 코로나로 인해 몇 번의 개봉 연기를 끝으로, 크고 작은 영화관에 상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코로나 유행이 다시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영화 상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죠. 이러한 가운데, <정글 크루즈>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영화 <정글 크루즈>는, 영국에서 온 용감한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와 그녀의 제안을 받아 함께 모험을 시작하게 된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커뮤터>와 <언더 워터>를 감독한 자움 콜렛 세라가 이 영화를 연출했는데, 현재 <정글 크루즈>는 엇갈린 평을 받으며 로튼 토마토 평균 66%를 기록하고 있죠.
국내 29일 기준,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한 <정글 크루즈>는 <모가디슈>와 <보스 베이비 2> 그리고 <방법: 재차의>까지 다양한 작품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 중인데요. 8월 4일 개봉하는 제임스 건 감독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과연 <정글 크루즈>가 박스오피스 경쟁 속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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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올해 좋았던 영화들
어느덧 2021년도 곧 끝나가네요. 올해도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했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OTT로 공개된 영화들도 많은 것 같아요. 후반기 들어 꽤 많은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했었지만 대부분 큰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이 볼 기회는 더욱 줄어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인디 영화들은 더욱 상영관이 줄어들어 한정된 관객을 제외하고는 뻗어나가지는 못한 것 같아요. 올해는 어떤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을까 하고 살펴보니 생각보다 아주 좋게 본 영화가 없더라고요. 물론 정말 재미있다 싶은 영화들은 있었는데, ‘우와’라고 감탄할만한 영화를 만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로는 더욱더 그런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래 2021년에 제가 좋게 본 영화들은 저 나름대로 좋게 본 영화들이에요. 아마 다른 분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2021년도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아래는 좋게 본 순서대로는 아닙니다. ㄱㄴㄷ 순서대로 나열했어요.
<듄>
SF 원작 소설을 화면으로 옮긴 드니 빌뇌브 버전의 <듄>은 사실 일반 영화의 기승전결에 맞지 않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그렇게 구성하기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요. 그러니까 이번 <듄>1편은 그야말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만 담겨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나 화면, 음악이 그 행성의 분위기와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죠. 이런 SF 분위기를 제가 참 좋아합니다. 이야기보다는 그 외적인 요소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영화입니다. 반면에 원작 소설을 전혀 모르거나 이 세계관을 전혀 모른다면 이 영화를 좋게 보기는 쉽지 않죠. 앞으로 3부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 편에는 이야기가 잘 정리가 되었을지 기대가 됩니다.
<모가디슈>
올해 제가 본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중 하나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더 실감 나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제 상황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죠.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내내 가슴 졸이며 보기도 했어요. 또한 신파나 감동 코드가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무엇보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벌어지는 카체이싱 장면이 압권이었습니다.
<미나리>
아카데미 수상으로 관심을 받았던 <미나리>도 참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미국 이민자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겪는 시행착오나 감정적 어려움을 잘 표현한 영화죠. 특히나 영어가 서투른 외할머니와 한국말이 서투른 외손주들의 관계에서 많은 관객들이 동질감과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개울가에서 부르는 미나리 송도 인상적이었죠.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좋고요.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그냥 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예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사실 마블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기존 마블의 팬들은 많이들 실망하셨던 영화예요. 하지만 저에게는 꽤 괜찮은 영화로 기억됩니다. 할리우드 식으로 가공되긴 했지만 과거 중국 무협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격투 장면들이 꽤 들어가 있었거든요. 적어도 저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양조위와 장멍얼이 연기했던 웬우와 샤링의 러브스토리가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가 되겠죠. 무척 사랑스럽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러브스토리입니다. 양조위가 이런 분위기의 대부분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죠. 앞으로 <샹치> 시리즈가 어떤 식으로 마블 유니버스에서 전개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국 무협 스타일(여전히 CG떡칠이긴 하지만…)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느낌의 액션이 이 유니버스에 포함되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소울>
죽은 이후의 영혼과 사후 세계의 모습을 이렇게 독창적으로 그린 영화나 애니가 있었을까요? 삶과 그 안에 각자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담겼어요. 올해 초에 이 영화를 보고 독특한 화면에 꽤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신의 꿈에 몰입하는 영혼에 대한 표현이나 진정한 꿈을 이루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어요. 귀여운 영혼 22가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이 영화를 올해 빠트려선 안 되겠죠. 연말 내내 화제작이었고, 지금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저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 제가 가진 추억과 뭉클한 감정을 완전히 끌어올릴 수 있었죠. 무엇보다 나이 들었지만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앤드류 가필드와 토비 맥과이어가 나올 때 소리를 지르며 박수도 치더라고요. 현재 마블은 팬심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를 아주 잘 아는 제작사인 것 같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2>
이 영화의 전편도 무척 좋아합니다.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주는 긴장감이 정말 대단하죠. 한 가족의 이야기로 출발한 이 세계관의 두 번째 시리즈 역시 가족에 집중합니다. 이번에는 생존+성장이 이 테마가 되죠. 소리가 나면 나타나는 괴수의 무서움도 여전하고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 방법을 찾으려는 주인공의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죠. 아마도 세 번째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정말 괴수를 물리치는 이야기만 남은 것이죠.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는 넷플릭스에 공개가 되었죠. 네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누구를 중심으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영화의 해석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서부극이지만 총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하죠.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나 훌륭해서 정말 몰입하면서 봤던 영화였습니다.
<페어웰>
이 영화도 미국 이민자의 영화죠. 한국에서는 <미나리>에 가려졌지만 중국계 이민 가족의 이야기예요. 할머니가 곧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이 정작 할머니인 본인에게는 곧 죽는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일이죠. 손녀가 할머니에게 알리려고 고민하는 과정이 담겨있어요. 여기에 미국 이민을 간 사람을 중국 본토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보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겨있죠. 결말까지 다 보고 나면 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인 아콰피나가 코믹한 연기도 잘하지만 잔잔한 마음이 담긴 연기도 잘한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예요.
<피어스트리트 파트1>
마지막으로 저는 이 영화를 뽑고 싶었습니다. 올해도 몇몇 공포영화들이 나왔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피어스트리트> 시리즈는 다른 영화들에 피해 관심을 못 받았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가 예전보다 인기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피가 튀기고 약간은 엉성해 보이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크게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유행하던 미국 슬래셔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파트 1에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파트 2와 3으로 가면서 조금 산으로 이야기가 흐르기는 하지만 파트 1은 꽤 재미있는 공포 영화였던 것 같아요. 범인이 누군지, 저주를 푸는 과정을 찾아내는 것도 흥미롭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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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드라마 후기] '종이의 집'으로 보는 거짓말.
종이의집으로 보는 거짓말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거나 왜곡하여 말하는 것이 거짓말이다.인간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먼 과거의 아우구스티누스에서부터 소크라테스, 볼프, 칸트 등등 많은 철학자들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고찰되어 왔다. 하루에도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숨기고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명쾌하게 진실만을 이야기하면 답답함 없이 시원하게 흘러갈 텐데 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걸까?
나에게 이 드라마를 소개해준 친구가 한 말이 있다. "너는 이 드라마를 보고 암에 걸릴지도 몰라. 진짜 답답하거든."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정말 암에 걸릴 것 같아 3화까지 본 후 포기했다. 그 이후 시즌 3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드라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이 드라마를 포기했던 이유가 이제는 다시 보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이 드라마를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로 보았다. 드라마의 내용은 한 천재 교수가 8명의 범죄자를 데리고 조폐국을 장악해 유로를 엄청나게 찍어댄 후 경찰을 피해 도망가려고 하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스토리와 예고편만 보면 도둑들이나 오션스일레븐 같은 범죄 영화류로 보기 쉬운데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앞서 소개한 영화들처럼 계획에 맞춰 시원시원하게 돈을 훔치고 재기 넘치는 기술로 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못한다. 종이의 집에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거짓말들로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어긋나게 만들고 임무를 힘겹게 수행해 나간다.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한 "암에 걸릴지도 몰라"라는 말은 "거짓말 때문에 열받아"라는 말과 같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거짓말 때문에 시원한 스토리 전개(예상)에서 힘겨운 스토리 전개(현실)로 변한다. 우리가 암에 걸릴 것 같다는 말도 예상과 다른 현실. 진실과 다른 거짓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의 중심인물들은 8명의 범죄자 그리고 교수, 경찰, 인질들이다. 물론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도 무시하기에는 비중도가 높지만 드라마에서 계속 비추어 주고 있는 인물들이 8명의 범죄자와 교수, 경찰, 인질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등장인물들은 처음 시작부터 혹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과거에 했던 거짓말을 실토하기도 한다. 거짓말은 범죄자들뿐만 아니라 인질들, 경찰도 한다. 가령 경찰과 인질 중 한 명은 자신의 가족에게 거짓말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인질 중 한 명은 사랑의 감정을 이용하여 남을 속인 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당연히 범죄자들은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계속 거짓말을 한다. 등장인물들의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에서 남보다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거짓말, 감정에 의한 거짓말, 양심 때문에 한 거짓말까지 다양하다. 이 거짓말들이 다양하기에 어떤 범주로 나누기는 힘들지만 결국 이 모든 거짓말은 자신을 위한 거짓말이다. 물론 이타적이라고 느껴지는 거짓말도 있겠지만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이타심을 발휘하여 하는 거짓말은 없다. 이곳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이 불편할까 봐 혹은 자신의 기분이 찜찜해질까 봐 거짓말을 한다. 그 결과가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되거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만 결코 이타심 때문에 한 행동이 아니다. 거짓말을 할 때 진정 타인을 위한다면 그 거짓말은 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내가 했던 거짓말이 진정 타인을 위했던 것인가? 아니면 나의 감정과 양심에 생채기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가?
"왜 그래? 내가 네 목숨을 구했는데 불쾌하게 굴 것 없잖아"
"날 구했다고요?"
"그래"
"어떻게요?"
"아우슈비츠의 유대인처럼요? 나치가 가스실 행렬에서 열외 시키는 것처럼요?"
"난 나치가 아니야 네가 속옷에 핸드폰을 숨기는 바람에 널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잖아"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했는데요 거절했어요? 저항했어요? 아니잖아요 내 다리를 쐈잖아요.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요. 그리고 이렇게 가두었죠. 숨도 못 쉬고 화장실도 못 가요.
그리고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치 중 가장 착한 나치라고 해도 나치는 나치니까요."
- 종이의 집 시즌 1 中 -범죄자 중에 가장 착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범죄자는 범죄자인 듯. 거짓말 중에 가장 착한 거짓말이라 해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이 드라마는 재밌는 장치를 하나 두었다. 가면이다. 가면인즉 거짓말이다. 범죄자들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당연히 가면을 쓰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인질들도 가면을 쓴다. 인질들이 왜 가면을 쓰지?라고 생각하면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이유를 든다. 첫 번째로 인질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 인질과 범죄자 간에 구분을 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 범죄자와 인질이 구분되지 않는다면 경찰은 섣불리 범죄자들을 제압할 수 없다. 때문에 범죄자들은 인질들에게 자신들과 같은 달리 가면을 쓰게 한다. 동시에 범죄자들은 인질과 범죄자를 구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외부와 소통이 될 만한 순간에서 인질들에게 범죄자처럼 하도록 코스프레를 시킨다. 그리고 보통 영화와 다르게 이 드라마에서는 범죄자들은 인질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리지 않고 모두 보여준다. 외부와의 단절된 순간. 조폐국 내부에서 인질들과 범죄자들만 소통할 수 있는 순간에 범죄자들과 인질들은 가면을 벗고 서로의 맨 얼굴을 보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결국 외부에만 거짓을 들어낼 뿐 내면에서는 자신의 맨 얼굴을 드러내고 진짜 모습 보인다. 내면과 외면이라고 따지면 페르소나까지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을 텐데 여기까지 나아가면 머리가 너무 아프기 때문에 차치하도록 하자.
극 중 제일 재밌는 장면으로 뽑으면 인질 한 명이 부상을 당해 외부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고립된 조폐국으로 들어오는 장면이다. 이때 범죄자와 인질들은 같은 복장과 가면을 쓰고 총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위협한다. 이 들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표정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극대화 시킨다. 이 장면만 보면 다 같은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범죄자인지 누가 인질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장면으로 극은 가면(거짓말)을 범죄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인질)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 거짓말 혹은 범죄라는 것은 악인과 평범한 사람 구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즉 보통 거짓말을 나쁜 것으로 규정했을 때, 범인(犯人_죄를 저지른 사람)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범인(凡人_평범한 사람)도 거짓말을 한다. 누구나 다 거짓말을 한다.
극의 전개는 시간이 갈수록 완벽한 계획과 거짓말이 뒤섞여 혼란스럽게 흘러간다. 극 중 범죄자들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가 계속 거짓말을 하는 범죄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도대체 왜 계획대로 하지 않는 거야? 그렇게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한 거야?" 범죄자 중 하나는 답한다."너에게는 계획이 있지. 하지만 지금 당장 돈이 들어온 것은 아니잖아" 이것을 거짓과 진실로 치환하자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왜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거야?" 답한다. "진실은 있지.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 좋을지 안 좋을지 모르잖아."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거짓말에 대한 정의들을 점점 더 흐릿하게 만들고 알 수 없게 뭉게버린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과연 나쁘다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진실이 꼭 좋은 것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지. 도통 알 수 없다.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거짓말이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드라마의 답이 어디에 다다를지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거짓말에 대한 답을 어디까지 생각할 수 있을지는 이 드라마의 끝을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각자의 몫.
"난 나치가 아니야 네가 속옷에 핸드폰을 숨기는 바람에 널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잖아"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했는데요 거절했어요? 저항했어요? 아니잖아요 내 다리를 쐈잖아요.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요. 그리고 이렇게 가두었죠. 숨도 못 쉬고 화장실도 못 가요.
그리고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치 중 가장 착한 나치라고 해도 나치는 나치니까요."
"미안해.."
-종이의 집 시즌 1 中-그래도 한 가지 이 드라마에서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앞서 소개한 대화에서 뒷부분에 범죄자가 하는 대답이다. "미안해.." 내가 한 거짓말이 상대방을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라도 상대방이 그 거짓말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다면 그땐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종이의 집이 시즌 3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나의 궁금증이 거짓말에 대한 물음이 시즌 3쯤에는 답을 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누고 싶은 것들.
1. 거짓말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2. 거짓말이 들키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인가?
3. 가장 최근 한 거짓말은 무엇일까?
4. 이타적인 거짓말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5. 어린아이의 거짓말과 성인의 거짓말은 어떻게 다른가?
6.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7.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8. 내가 최초 했던 거짓말은?
9. 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까?
10. 거짓 없이 진실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까마구의 까망책방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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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음악의 거장에게 바치는 찬사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포스터 [출처: 씨네랩]
영화 음악의 거장을 기리는 영화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는 영화 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전기 영화이다. 그의 영화 같은 삶과 함께한 영화 음악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가장 마지막까지 영화 작업을 함께하고 대표작인 <시네마천국>을 함께 만든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제작했다. 그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마지막 유언에 언급했을 만큼 나이를 뛰어넘은 친구이자 형제 같은 사이였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엔니오 모리꼬네 본인을 비롯하여 다수의 음악계 영화계 유명인사들이 출연하여 그가 살아온 삶과 그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일대기를 보다 보면 엔니오 모리꼬네를 모르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경외감이 들기 마련이다.
나 역시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지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들을 만드셨는지는 잘 몰랐는데, 노래로 들어보면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많이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넬라 판타지아'로 잘 알려진 영화 <미션>의 OST나, 황야의 무법자의 휘파람 소리를 들을 때 모두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외에도 일평생 400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의 음악들을 작업하셨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렇게 압도적인 작업량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능력에 기반한다. 앉은자리에서 악보를 작성하고, 피아노 앞에서 건반만 바라보고 작곡을 했다는 주변 지인들의 증언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려준다.
심지어 엔니오 모리꼬네는 다소 실험적인 방법이나, 감독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분위기의 곡들을 기가 막히게 영화에 연결시켰는데, 처음에는 그의 말에 반대했던 감독들도 결과물을 보고 나면 엔니오의 음악이 가장 완벽한 곡이었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 점에서 감독조차 생각 못한 것들을 음악으로 그려낸다는 것이 가장 경이롭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스틸 컷 [출처: 씨네랩]
기록의 가치에 집중한 영화
영화는 감독이 5년 동안 진행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엔니오 모리꼬네의 어린 시절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순간부터 가장 마지막 대규모 투어까지 그의 음악 인생 모두를 2시간 30분 동안 그려냈다. 아쉬웠던 점은 내가 클래식 음악이나 영화 음악 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나오는 전문적인 이야기들이나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업한 음악들의 가치를 정확하게 느끼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그가 영화 작업을 시작한 게 1960년대라서 대부분 처음 보는 영화들이라는 게 영화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해당 영화는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을 생각한다면 엔니오 모리꼬네에 대해서 알아감에 있어서 가장 최적화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영화 음악을 좋아하거나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그가 만든 작품들을 많이 본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롭고 경이롭게 감상 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스틸 컷 [출처: 씨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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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회가 연결해 준 두 남녀의 끝
삶은 늘 의도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으로 가려고 애쓰지만 그것은 조금씩 틀어져 어느 정도의 시점이 지나고 돌아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위치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다. 그때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애써도 그 방향은 잘 틀어지지 않는다. 정말 운이 좋다면 방향을 틀어 조금 더 자신이 바라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여러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그 자리에 머무르거나 혹은 더 안 좋은 일들을 경험하며 더욱 위축되게 된다. 이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한 모습이다.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삶의 방향을 바라보고 현재의 삶을 지탱해가지만 어떤 시점에서는 실패를 각오하면서 바라보는 방향을 바꿔야 하는 때가 온다.
그렇게 자신이 어떤 방향을 바라보는 그때, 옆에는 가족이 있다. 힘든 시기를 지날 때 가족은 그것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리고 그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게 해주는 것도 가족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기운을 주는 그 가족 앞에서는 어려움을 감추고 웃는다. 그렇게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바라보는 삶의 방향이 비록 어려울지라도 나아갈 동력이 생긴다. 그래서 더욱 가족을 지키려 하고 자신이 하는 일과는 분리시키려 한다. 그렇게 삶과 일을 분리하면서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모습일지 모른다.
영화 <낙원의 밤>은 누아르 장르를 통해 삶의 방향이 완전히 틀어져 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태구(엄태구)는 한 조직에서 꽤 오래 일을 해온 인물이다. 조직 내에서 중간 정도의 계급으로 보이는 그가 병원에서 누나(장영남)와 조카를 만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가족을 만나고 맞이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가족을 아끼는지 볼 수 있다. 조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을 치는 그는 퉁명스러운 누나의 태도도 잘 받아주면서 따뜻한 태도를 유지한다. 어떤 질병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은 누나에 대한 연민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가진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런 따뜻함을 불러왔을 것이다. 비로소 누나와 조카가 차를 타고 출발했을 때, 그의 얼굴은 어둡게 변한다. 그 표정이 바로 그가 일을 처리하고 대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어두운 일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철저히 그의 일과 가족을 분리시키면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병원에서 집으로 가던 누나와 조카가 차량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그가 보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어져 버린다. 그렇게 그에게는 일만이 남았고 그것이 조직싸움 과정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가 보는 삶의 방향은 완전히 틀어져 버린다. 영화 속에서 태구가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는 장면은 매우 건조하고 빠르게 연출되었다. 즉 이 영화가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복수를 한 이후 태구가 받는 여러 가지 리액션을 보는 것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태구가 속한 조직과 관련하여 양사장(박호산)은 태구가 지지하는 중간보스이며 그 대척점에 서있는 마이사(차승원)는 태구가 피해야 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복수가 마무리된 후, 태구는 제주도의 무기밀매상 쿠토(이기영)와 그의 조카 재연(전여빈)의 집에서 머무르게 되는데 태구의 목적은 이제 조직의 일에서 벗어나 한국을 떠나는 것이다. 쿠토의 집에서 만나게 되는 재연은 태구의 누나와 비슷하게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 걸려 곧 죽음을 맞이하는 시한부 캐릭터다. 그는 태구를 환영하지는 않지만 아주 밀어내지도 않는 인물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제주도에서 도피생활을 하는 태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제 자신이 바라보는 삶의 방향이 없는 듯 그저 공허한 눈빛으로 제주를 돌아다닌다. 시한부 소녀 재연과 태구가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게 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 같다. 재연과 그의 삼촌 쿠토는 서로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으로서 서로를 굉장히 의지한다. 무기밀매 일을 하고 있는 쿠토가 못마땅하지만 재연은 한 편으로는 삼촌을 잃을까 걱정을 하는 인물이다. 쿠토는 조카의 질병을 낫게 하려고 해외의 유명 병원에서 수술을 시키려 무던히 애쓴다. 이 가족에게 갑자기 나타난 태구는 어찌 보면 불청객이다. 반대로 태구가 재연을 볼 때는 누나와 조카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시한부였던 누나처럼 재연도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삼촌의 일은 싫어하지만 삼촌을 의지하는 재연의 모습에서 태구의 어린 조카가 떠오른다.
영화 <낙원의 밤>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건, 태구와 재연의 관계다. 전혀 연결점이 없을 것 같은 그들이 서로 만나 대화하면서 상대방에게 가족의 모습을 본다. 물회는 영화 안에서 꽤 의미 있는 음식이다. 삼촌과 함께 생활하면서 먹게 된 물회는 재연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며, 태구에게도 어릴 적 엄마가 해줬던 음식이어서 엄마의 맛이 담긴 음식이다. 그래서 그들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물회 집에 가서 음식을 먹으며 가족의 맛을 느낀다. 그 맛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작은 연결고리가 생긴다. 어찌 보면 태구와 재연은 연인의 감정보다는 삼촌과 조카의 모습을 서로에게서 보는 것 같다.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연결된 감정은 더욱 강해지고 서로를 유사가족처럼 느끼고 서로에게 기대도록 만든다.
영화 전반적으로 밤에 벌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영화의 제목이 <낙원의 밤>인 것은 휴양지인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나쁜 일들을 담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우리가 아는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면에 거의 비추지 않는다. 그저 바닷가 어딘가의 휴양지라는 느낌이 강하다. 태구와 재연은 가족의 맛이 나는 음식을 먹고 바닷가 옆의 휴양지에서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들의 삶에 더 이상 밝은 낮은 없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 태구의 삶도, 재연의 삶도 더욱 어두운 밤으로 계속 빠져든다. 태구는 질병으로 인한 시한부는 아니지만 외적인 영향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그의 눈빛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다소 어둡고 정적으로 촬영된 제주도의 풍경은 이런 두 주인공들의 비극을 느낄 수 있게 깨끗하고 조금은 건조하게 찍혔다.
영화 <낙원의 밤>은 범죄 조직에서 일하는 한 남자가 겪는 일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조직에서 발생한 범죄, 복수극을 기본적으로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초반 이후 태구와 재연의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비추고 있어 누아르 장르의 분위기가 많이 퇴색되었다. 또한 비극적인 상황에 두 사람을 넣어 감정적인 부분을 관객에게 전달하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영화 속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의미 있는 관계가 되지만 관객에게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완전히 전달되지 않아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또한 범죄물과 복수 물이라는 긴장감 역시 잘 전달되지 않아 결말부에 다다를 때까지 영화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모든 인물이 알고 보면 각자의 접점이 있어 연결되고, 영화의 말미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되지만 그런 정리의 깔끔함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조직 내에서 태구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은 양사장이라기 보다는 마이사일 것이다. 마이사는 양사장의 계획 때문에 태구를 죽여야만 하는 그 상황에 대해 계속 투덜대는데, 정작 영화에는 양사장을 죽일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으면서 조직에서 큰 힘이 없는 태구를 희생시켜서 얻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마이사가 영화에 등장하는 중반부터 영화에 긴장감을 넣으려 애쓰지만 그것이 크게 효과적으로 발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드는 배우 차승원의 연기는 그동안 관객들이 많이 보아왔던 차승원의 농담 반 진담 반인 예능 캐릭터와 겹쳐 보인다. 그래서 오히려 얄미운 역할을 맡은 배우 박호산의 연기가 더 악독하게 느껴진다.
주연을 맡은 배우 엄태구의 연기는 좋지만, 그가 가진 특유의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처럼 대사를 하는데, 이 대사가 너무 작아, 관객들에게 한 번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재연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은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 결국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고 마는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은 데뷔작 <신세계>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VIP>, <대호>, <마녀> 등의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고, 이번 신작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상황이어서 향후 연출작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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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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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레틱(Heretic, 2025)>, 종교는 거들 뿐인 밀실 탈출 스릴러
A24에서 또 한 번 강렬한 공포 영화를 내놓았다. <유전>, <미드소마>, <톡 투 미>와 같은 특유의 신선한 호러 감각이 이번엔 종교를 만났다. 외딴 집을 찾은 신앙심 깊은 두 소녀의 믿음이 흔들리는 이야기, <헤레틱>이다. *필자는 지난 3월 27일, 씨네렙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를 통해 <헤레틱>을 미리 만날 수 있었다.
'헤레틱'은 영어로 '이단'이라는 뜻이고, 바로 내일(2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 기본 정보
제목: 헤레틱 (2024)
감독: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출연: 소피 대처, 클로이 이스트, 휴 그랜트
장르: 공포, 스릴러
러닝타임: 111분
국내 개봉일: 2025년 4월 2일
제작/배급: A24
줄거리: 어느 눈 오는 날, 몰몬 선교사 자매인 반스(소피 대처)와 팩스턴(클로이 이스트)는 전도를 위해 한 남성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집 주인 리드(휴 그랜트)는 이들을 호의적으로 맞이하며 날씨가 궂으니 잠깐 안으로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규칙상, 여성이 있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지만 '아내가 있다'는 말에 두 자매는 의심 없이 문을 넘는다. 하지만 아내는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고, 남자의 대화는 점차 묘하게 불편한 질문들로 이어지는데... 자신들이 이 집에 꼼짝없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은 두 자매는 탈출을 감행한다.
1. 믿음과 의심 사이의 긴장감
최근 공포 영화는 점프 스케어보다 서스펜스와 심리적 긴장감으로 관객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헤레틱>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낯선 남자의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긴장감을 점진적으로 쌓아올린다.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에는 '종교'라는 소재가 있다. "신이 존재한다면 무섭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섭다"는 역설적인 명제를 중심에 두고, 영화는 관객을 믿음과 의심 사이 긴장으로 이끈다. 궤변 같으면서도 논리적인 시험 속에서, 관객은 주인공들과 함께 끊임없이 무엇을 믿어야 할지 시험대에 놓인다.
물론 영화가 처음부터 이 철학적 긴장감만으로 공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궂은 날씨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외딴집, 그 안에 두 젊은 여성이 중년 남성과 함께 있다는 상황만으로 관객은 익숙한 불안을 감지한다. 이 상황 속에선 성별에 따른 물리적 힘의 위계가 힘의 비대칭을 만든다. 이는 남성이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끔찍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본능적인 불안을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여성, 그리고 관객이 처음으로 의심하는 것은 바로 남성의 정체이다. 중년 남성 리드가 정말로 겉모습처럼 선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곧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문제이다.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이 역할에 ‘노팅 힐’로 유명한 휴 그랜트를 캐스팅했다. 그는 젠틀하고 따뜻한 미소의 리드를 연기하며, 두 여성이 기꺼이 스스로 낯선 남자의 집 안으로 향하게 만든다. 물론 그들이 의심 없이 안으로 들어간 결정적인 이유는 리드가 ‘집 안에 아내가 있다’고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리드는 부인이 낯을 가린다며 계속해서 그녀의 등장을 지연시킨다. 리드라는 인물에 대해 신뢰를 거둘지에 대한 판단은 영화 초반부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두 자매는 이러한 의심 속에서도 그들의 본래 목적대로 리드에게 전도를 하려 한다. 하지만 대화의 주도권은 점차 리드에게 넘어간다. 그는 점점 종교적 신념을 정면으로 겨누기 시작하고, 미묘하게 불편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리드는 계속해서 두 여성의 신념을 흔든다. 그리고 두 여성은 점점 그가 만들어낸 심리 게임의 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이 모든 과정을 따라가는 관객 역시 자연스럽게 리드의 질문에 동참하게 되고, 함께 시험을 받는 듯한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헤레틱>은 단순히 종교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존적인 위협에 기반한 상황을 통해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믿음에 관한 심리 게임을 풀어나간다. 영화에서 긴장과 불안을 조성하는 방식은 매우 치밀하며,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 설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2. 치밀한 설계
영화는 상당히 치밀히 짜여져 있다. 결말에서 치밀한 설계는 단순히 장르의 플롯을 넘어서 주제의식으로 발현된다. 동시에 관객으로서 이 치밀함 덕분에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도 준다. 먼저 캐릭터의 균형이 잘 맞춰졌다고 생각했다. 팩스터와 반스는 모두 독실한 몰몬교 신자이다. 그들은 속옷마저 교회가 규정한 의상을 입고, 교회의 공동체에 기반하여 생활한다. 반스는 현실감이 없이 순진한 전형적인 신자처럼 보인다. 반면, 팩스터는 상대적으로 눈치가 빠르고 현실 감각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팩스터는 리드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반박할 수 있는 논리적 인물이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 덕분에 일방적으로 리드에 의해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닌, 맞서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고 탈출의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또한 인물들이 상당히 실행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의심이 거두어진 순간에 망설임 없이 행동한다. ‘저건 믿으면 안 될 거 같은데’하는 답답함이 들 때쯤, 타이밍 좋게 인물들도 움직여준달까. 그런데 그 순간마다 절묘하게 새로운 변수나 불가항력적 상황이 또 던져진다. 결국 그들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치밀하게 설계한 덕분에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빈틈 없다고 느낀 부분은 대사이다. 감독들의 전작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설정 아래 대사를 최소화하며 긴장을 유도했다면, <헤레틱>은 그 정반대 지점에서 대사로만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감독들 역시 이런 극적인 대비를 하나의 창작 실험으로 삼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대사는 '말맛'이 살아있는 그 자체로 즉흥적인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대신 모든 대사가 계산된 구조 안에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예를 들어, 초반부 리드가 반스에게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말하자 반스는 ‘스파이더맨’이 말한 것이라고 받아친다. 리드는 이를 ‘볼테르’가 말한 것이라 정정한다. 처음 이 장면에서 이 대사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흘러갔기 때문에, 자그마한 유머라고 생각하고 웃고 넘겼다. 그러나 이후 영화가 반복적으로 원형과 복제, 신념의 계승과 변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앞선 대사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대화를 통해 서서히 분위기를 조이고, 이후 그 대사들이 퍼즐처럼 맞물려 돌아올 때 강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심지어 음악마저 아무 의미 없이 삽입되지 않고 있다. 이런 지점들이 감상 이후 곱씹을수록 서늘함을 안겨준다.
3. 총평
<헤레틱>은 스릴러 장르 특유의 긴장감을 정교하게 설계한 작품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직 대화만으로 긴장을 구축하는 연출이 인상 깊었고, 이야기 자체도 흡입력이 있어 몰입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극의 대부분이 대사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부 장면에서는 다소 과하게 설명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리드라는 인물의 특성상 몇몇 장면은 마치 신학 강의를 듣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대사의 길이나 논리적 구성이 그러한 인상을 더욱 강화한다. 다시 보면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 이 ‘강의 장면’들 때문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게다가 리드가 주도하는 그 ‘강의’가 실제로는 힘의 위계와 물리적 위협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그의 논리에 대한 신뢰를 흔든다. 앞서 언급한 실존적 위협은 장르적으로는 훌륭한 장치지만, 영화가 내세우는 주제적 메시지(믿음과 확신에 대한 탐구)와는 결이 어긋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인물들이 마주하는 상황은 믿음에 대한 철학적 시험이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몸부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 때문에 미묘한 뉘앙스만 주던 초반부에서 다소 노골적인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영화의 매력이 한풀 꺾인다. 결말 또한 만족스럽다고 하긴 어렵다. 여러 버전의 결말을 놓고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덧붙인 듯한 인상을 준다. 믿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해답을 끝내 찾지 못한 채, 결국 캐릭터가 가진 ‘선(善)’의 속성에 기대어 마무리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믿음을 의심하는 리드가 실은 누구보다 믿음을 갈구하는 인물처럼 마무리되는 아이러니도 다소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배우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휴 그랜트는 로맨틱 코미디의 상징과도 같던 자신의 이미지를 이번 작품에서 기민하게 비틀었다. 그가 완전히 다른 역할로 변신한 것은 아닌, 기존의 친근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미묘하게 왜곡해 섬뜩한 설득력을 만들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당신이 알고 있던 '로맨틱한 휴 그랜트'의 잔상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팩스턴을 연기한 소피 대처는 어딘가 낯익은 인상이다 싶었는데, 제나 오르테가와 안야 테일러 조이를 반씩 섞은 것 같다. 실제로 과거 몰몬교 신자였다고 하는데, 그런 배경이 캐릭터의 미묘한 디테일을 풍부하게 만든 것 같다. 최근 개봉한 <컴패니언>에서도 색다른 연기를 보여줬는데, 배우에 관심이 생겼다면 해당 작품도 꼭 보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컴패니언>에서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반스를 연기한 클로이 이스트는 <파벨만스>에서도 얼굴을 비췄던 배우다. 그녀 역시 몰몬교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흥미롭게도 "다른 삶을 살았으면 자매 선교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소피 대처와 클로이 이스트 모두 2000년생으로 비교적 어린 배우들이다. 실제 나이와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지며, 두 사람의 호흡도 매우 자연스럽다. 전반적으로 캐스팅이 탁월하게 어우러졌다는 인상을 준다.
아무튼, 재밌게 감상했다. 필자는 종교에 큰 관심이 없어 처음엔 관람을 망설였지만, 막상 보고 나니 종교적 맥락보다는 심리 스릴러로서의 완성도와 장르적 매력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종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한정된 공간과 인물 간의 긴장감이 주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반대로 말하면, 종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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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티 크라이스트> - ‘성경의 실수를 되짚는 이브의 광기’
안티 크라이스트 (Antichrist)
개봉일 : 2011.04.14 (한국 기준)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윌렘 대포, 샤를로뜨 갱스부르, 스톰 아체체 살스트롬
‘성경의 실수를 되짚는 이브의 광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올해의 가장 폭력적인 경험을 한 영화는 <사울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흐리게 처리되긴 했지만 충분히 폭력적이고 충격적이었던, 영화를 통해 경험한 그 시대의 한 조각이 내 마음을 흠씬 후려 팬 영화였다. 근데, <안티 크라이스트>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 올해.. 아니 어쩌면 내 20대의 가장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영화는 이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영화의 뜻과 장점들을 제외하고 온전히 ‘영혼에 입은 대미지’만 따진다면 <안티 크라이스트>가 1등이다.
지난여름이던가, 메가박스에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전을 할 때, 이 감독님의 작품에 입문을 해볼까 고민했다. 그때는 ‘마니아층은 있으나 호불호가 극히 나뉘는 스타일의 감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과감하게 다른 기대작들을 먼저 감상하고, 감독전을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다시 생각해 보니 현명한 결정이었다 싶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다면 더 큰 대미지를 입고 울상으로 집에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미드 소마>를 보고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멘탈인데.. <안티 크라이스트>는 힘들었다. 유리 멘탈이신 분들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를 피해 가시라고 경고하고 싶다. 궁금하다고 막 볼만한 작품 색은 아닌듯하다.
음울함이 감도는 색들을 한계점 없이 풀어놓은 영화 <안티 크라이스트>는 제목처럼 반기독교적인 요소가 있는 영화다. “성경은 말도 안 돼!”라는 식의 반감을 표했다는 건 아니고,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성스러운 그 이야기에 눈치채지 못한 또 다른 힘이 있지 않았는지.. 결함이 있진 않은지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아담과 이브가 아니지만 두 사람이 갈등하는, 고통으로 가득 찬 장소의 이름은 ‘에덴동산’이다. 고통을 모두 정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그와 마녀가 되어버린 그녀는 에덴동산에서 각자 다른 방법으로 고통과 삶을 정의하려 한다. 이들은 실존에 의미에 맞서고 또 무너진다.
욕망으로 인해 시작된 고통 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어두움에 눈을 뜨고 욕망의 시작점을 잘라내려 한다. 그는 그녀의 고통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하고 억제하기 위해 손에 더 강한 힘을 준다. 실존하는 고통, 욕망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 그리고 결국엔 폭력적이고 일방적으로 끝을 맺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써 내려간 에덴동산의 이야기. 여전히 해석되지 않는 부분도, 상당히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언젠가.. 새로운 질문이 떠오르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한 번쯤은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안티 크라이스트 시놉시스
눈발이 아름답게 흩뿌려지고 있는 깊은 밤, 그와 그녀는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들의 어린 아들은 잠에서 깨어나 열린 창가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다 창밖으로 추락하고 만다. 아들을 잃은 그녀는 깊은 슬픔과 자책감으로 점점 병들어 가고 그는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그들의 '에덴'으로 함께 떠난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현대판 아담과 이브의 애증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경악스러운 결말이 그들 앞에 펼쳐지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그와 그녀가 격렬하게 사랑을 나눈다. 마치 성스러운 의식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이 흘러가고, 잠에서 깬 아이가 엄마 아빠의 눈에서 벗어나 집안을 누빈다. 책상을 지키고 있던 PAIN, GRIEF, DESPAIR. 고통, 슬픔, 절망의 이름을 가진 3개의 장식품을 손으로 밀어낸 아이는 창밖으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비탄에 잠긴다. 그는 슬픔과 비탄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을 낚아채 모두 괜찮아질 것이라 포장한다. 슬퍼하는 그녀를 비추던 카메라는 그가 슬픔의 무력함을 강요할 때마다 그의 힘에 강제로 이끌리듯 시점을 바꾼다. 심리 치료사인 그는 슬픔에 빠진 그녀를 치료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가족은 치료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며 그의 치료를 은근히 거부하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두려운 게 뭔지 모르겠어.”
슬픔에 빠져있는 그녀에게 그가 묻는다. 무엇이 가장 두렵냐고. 쉽게 특정 대상을 떠올리지 못하던 그녀는 아이와 함께 머물며 논문을 준비했던 ‘에덴동산’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꼽는다. 그는 두려움을 깨 부셔야만 그녀의 슬픔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에덴동산으로 데려간다.
그녀는 에덴동산에 머물며 논문의 주제인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마녀사냥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면, 여자의 본성도 악할 것이다.’라는 결론을 얻는다. 그녀는 그렇게 에덴동산에서 악에 물들고 미쳐간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에 손을 댔던 이브처럼.
그녀는 고통, 슬픔, 절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들이 오면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죽음과 동시에 고통, 슬픔, 절망을 모두 떠안게 된 그녀는 점점 병들어가고 다음으로 다가올 죽음의 제물을 고르듯 그를 속박한다. 그녀는 그가 숨어들어간 나무뿌리를 미친 듯 파헤치고 발목에 무거운 돌을 단다. 그리고 아이를 죽게 만들고 고통, 슬픔, 절망을 불러온 욕망의 시작점(성기)을 짓이기고 잘라내며 광기를 표출한다.
“혼돈이 지배하리라.”
고통, 슬픔, 절망.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쏟아낸 강요와 폭력. 에덴동산에 머물던 그와 그녀는 광기와 폭력에 휘청이다 결국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모든 것이 파멸한다. 그는 결국 그녀를 목졸라 죽이고 마녀를 처리하듯 화형을 진행한다. 슬픔으로 인해 먼저 미쳐가기 시작한 건 그녀였지만 슬픔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는 그녀에게 슬픔으로부터의 도주를 강요하고 결국 마지막까지 자신의 뜻대로 그녀의 운명을 정리한다.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무신론자)으로서 성경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여전히 배우고 따를만한 점들이 많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성경을 근거로 행해지는 폭력들도 있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의 이름을 걸고 폭력을 정당화했던 십자군 전쟁과 성경 구절의 예언서를 기준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죄 없는 여성들을 화형 시켰던 마녀사냥. 그리고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성 억압과 동성애 혐오 등.. 예수에 대한 그릇되고 광적인 믿음으로부터 발생한 폭력들을 언제까지나 부정할 수만은 없다.
<안티 크라이스트>는 에덴동산에 떨어진 그와 그녀를 통해 이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마녀사냥이라는 여성 폭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악한 감정을 품은 그녀를 마녀처럼 화형 한 그와 에덴동산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얼굴 없는 여성들, 나무뿌리 밑에 깔려있는 수많은 손들을 보며 완벽할 것만 같았던 성경의 오류를, 그로 인한 죽음을 한 번 더 되짚어본다.
우울하고 기운 빠지는 색채와 그녀의 광기에 휩쓸려 무릎을 꿇고 있다가 마지막 불꽃이 타오를 때가 돼서야 희미하게 정신이 들었다. 찾아보니 <안티크라이스트>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작품 중 그나마 약한 축(?)에 속한다는데.. 대체 약하지 않은 작품은 어느 정도일지 기대되고 두렵다. 솔직히 연달아 볼 만한 작품들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충격이라..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멘탈이 짱짱하게 회복되었을 때 그의 다른 작품에 슬쩍 발을 담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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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기 전 봐도 좋은 영상"이 영상 그대로 여사친에게 설명해주면
여친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근데...난 여사친조차 없넹......이게 나라냐!!!!!"
- 테넷 과학 리뷰 제작 후기 by 건데
- 테넷 스태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 크리스토퍼 놀란, 에마 토머스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외
장르: 액션, 스릴러, SF, 첩보[2]
제작사: 신카피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촬영 기간: 2019년 5월 19일 ~ 2019년 11월 12일
개봉일: 2020년 8월 26일
음악: 루드비히 고란손
주제곡: 트래비스 스캇 - The Plan
편집: 제니퍼 레임
촬영: 호이트 반 호이테마
개봉 포맷: 2D · 4DX (2.20:1)[A]
Dolby Cinema (2.20:1[A] Dolby Vision|Atmos)
IMAX (1.90:1 / 2.20:1) 용산 IMAX 레이저 로고 (1.43:1 / 2.20:1)
상영 시간: 150분
제작비: 2억 500만 달러-시놉시스
당신에게 줄 건 한 단어 ‘테넷’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테넷리뷰 #테넷해석 #테넷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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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괴물 복싱 챔피언과 견자단의 대결 시간 순삭 무술 액션의 끝판왕 엽문2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엽문2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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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메인 예고편
모두가 행복한 사랑을 바라는 ‘아카리’(하마베 미나미)와
한 발 뒤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유나’(후쿠모토 리코).
서로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된 둘.
고등학교 첫 학기가 시작되고
‘아카리’와 ‘유나’에게도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상대가 생겼다.
“너도 내 마음과 같을까…?”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로 가는 길
열일곱, 우리들의 성장형 청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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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태일이> 메인 예고편
1970년 평화시장,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웠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