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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your bunny2021-08-02 15:21:02

<리멤버 미>, 진득하게 배어 있는 누군가의 체취들

타일러의 삶 속에 담긴 다양한 체취들에 대한 이야기

 

 

우리의 삶은 누군가 묻혀놓은 체취들로 가득하다.

그 누군가는 우리의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또한 다른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체취를 남긴다.

그 체취는 제법 여운이 짙다. 진득하게 배어 있다.

개인적으로 <리멤버 미>는 '타일러(로버트 패틴슨)'의 삶 속의 다양한 체취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형의 자살, 부모의 이혼, 아버지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내면에 깊은 상처가 있고, 자주 깊은 사색에 잠기곤 하는 타일러에게는 타인의 체취가 유난히 더 깊게 배곤 한다. 그리고 타일러는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진한 체취를 남기고선 떠난다.

 

 

 

 

 

"아등바등 사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열심히는 살아야 한다."

형에게 쓰는 편지이자, 타일러의 독백이다.

 

 

 

- 형이 전에 그랬지. 누군가 묻혀놓은 체취들이 우리 삶에 배어있다고.

누구에게나 그럴까?

아니면 그럴싸한 말일 뿐일까?

타일러에게는 아직 자살한 형의 체취가 진득하게 배어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삶에도 진한 체취를 남겨놓고 간 사람이 있다.

이 체취는 평생 남아있을 것 같다. 안 지워질 것 같다. 그리고 문득문득 생각나겠지.

 

 

 

 

 

항상 형과 함께 가서 아침을 먹던 식당,

형이 자살하던 날 마지막으로 그를 본 곳,

형이 떠난 후에도 꾸준히 가서 형에게 편지를 쓰는 곳,

자신처럼 마음 속에 상처를 지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형에게 들려주러 가는 곳,

형의 체취가 진득하게 배어 있는 그런 곳.

 

- 생각보단 덜 갔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말이 내 마음 속을 후벼파는 것 같다.

왜 떠난 이의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는 걸까.

왜 그가 남긴 체취는 날이 갈수록 더 짙어지는 걸까.

 

 

 

 

 

타일러가 아버지의 컴퓨터 화면에서 발견한 가족 사진들.

자식들에게 무관심하고, 무심하다고만 생각한 아버지는 사실 모든 자식들을 보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 더 이상 나이가 들지 않고 멈춰 있는 형 '마이클'.

먼저 떠난 이의 체취는 유난히 더 짙고 무겁게 느껴지곤 한다.

아마 타일러와 그의 가족에게 마이클의 체취는 제법 묵직했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하고 있었고, 형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당연한 사실을 타일러는 이 화면을 보기 전까지 몰랐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표현을 안 했으니까. 알 턱이 없다.

나는 가족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바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최근에 더욱 절실히 느꼈고, 선명하게 깨달았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서로의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이 정도만이라도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해는 또다른 오해를 낳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남기게 되니까.

 

 

 

 

 

 

 

- 아등바등 사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열심히는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소중한 인생이니까.

누가 우리 인생에 들어오면 우리 반쪽은 말한다. 넌 준비가 안됐다고.

하지만 다른 반쪽은 말한다. 영원히 네 것으로 만들라고.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단체에 의해 자살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이 공격을 받았다.

이 순간, 타일러는 아버지의 회사인 이 건물에 있었다.

타일러는 씁쓸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사랑한다고.

너무 보고 싶다고.

그리고 용서한다고."

이제는 타일러의 인생에 들어왔던, 남은 이들이 간직할 말들.

왜 용서한다는 말을 타일러가 했을지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자살한 형을 미워했던 것에 대한 용서라고.

형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텐데,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일텐데. 더이상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영화의 초반에 나왔고, 영화를 마무리하며 나왔던 타일러의 독백은 마음을 참 아프게 만드는 것 같다. 마음 속을 후벼파는 것 같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사람인 타일러의 끝이 참 허망하기 그지없어서 더 슬펐다.

영화를 보며 참 많은 영화 속 인물들의 끝을 지켜보았지만, 타일러의 마지막은 유독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너무 아파서.

타일러가 그 누구보다 속이 깊은 사람이라는걸 알기에 이제 이 영화를 생각하면, 그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911 테러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아파했을 생각을 하니 더 씁쓸해졌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영화를 곱씹을수록 마음이 많이 무겁다.

'리멤버 미',

남은 이들의 몫은 그를, 그가 남겨놓고 간 체취를 기억하는 것.

작성자 . I am your bunny

출처 . https://blog.naver.com/meyou_saline/22245276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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