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8-03 11:25:28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타임 루프물 모음
<팜 스프링스> 개봉 기념!
안녕하세요. 씨나병입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재밌는 타임 루프만 잔뜩 모아~모아 왔습니다!
씨나병처럼 넷플릭스 고르다가 유튜브로 넘어가지 않게! 씨네픽이 재밌는 영화만 PICK! 했습니다 :-)
엣지 오브 투모로우 (2014) - 더그 라이만
스릴러 | 15세 관람가 | 88분
SF와 타임루프의 만남! 톰 크루즈의 죽어야만 더 강해지는 타임 루프!
"가까운 미래, 미믹이라 불리는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인류는 멸망 위기를 맞는다.
빌 케이지(톰 크루즈)는 자살 작전이나 다름없는 작전에 훈련이나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로 배정되고 전투에 참여하자마자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
그가 다시 그 끔찍한 날이 시작된 시간에 다시 깨어나 다시 전투에 참여하게
되고 다시 죽었다가 또 다시 살아나는 것.
외계인과의 접촉으로 같은 시간대를 반복해서 겪게 되는 타임 루프에 갇히게 된 것이다.”
ARQ (2016) - 토니 엘리엇
스릴러 | 15세 관람가 | 88분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임루프 영화! 레이첼 테일러 주연!
“어느 날 새벽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납치 당한 헨튼과 그의 여자친구는 이상한 연구소에 갇혀 반항하다가 총에 맞게 된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납치 당하기 바로 전 아침, 그렇게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에 갇힌 렌튼은 반복되는 시간이 자신이 개발한 무한동력기인 아크(ARQ) 때문에 생긴 문제임을 깨닫게 되는데..."
트라이앵글 (2009) – 크리스토퍼 스미스
공포,미스터리,스릴러,드라마 | 15세 관람가 | 99분
멜리사 조지, 리암 헴스워스 주연의 공포/스릴러 타임루프 물!
“친구들과 요트 여행에 오른 싱글맘 제스.
갑작스러운 폭풍을 만나 일행 모두 바다에 표류하지만
운 좋게도 호화 유람선을 발견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승선한다.
하지만 배 안에는 사람의 흔적만 느껴질 뿐 아무도 보이지 않고 바다 위,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거대한 크루즈 안에서 일행들은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끝을 알 수 없이 계속 반복되는 죽음과 공포의 순간, 정해진 운명의 패턴을 바꿔야만 탈출에 성공할 수 있는데... 과연 제스는 반복되는 시간의 고리를 끊고 운명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소스코드 (2011) – 던칸 존스
액션,SF,스릴러 | 12세 관람가 | 93분
주어진 시간은 단 8분!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타임 루프의 정석 영화
“도시를 위협하는 열차 폭탄 테러 사건 해결을 위해 호출된 콜터 대위. ‘소스 코드’에 접속해 기차 테러로 희생된 한 남자의 마지막 8분으로 들어가 폭탄을 찾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이 임무가 성공해야만 6시간 뒤로 예고된 시카고를 날려버릴 대형 폭탄 테러를 막을 수 있다. 그는 모든 직감을 이용해 사건의 단서와 용의자를 찾아야 하는데……”
어바웃 타임 (2013) – 리차드 커티스
멜로/로맨스, 코미디 | 15세 관람가 | 123분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 로맨스+타임루프 = 환상 !
"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것이 비록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는 없지만,
여자친구는 만들어 줄 순 있으리..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팀.
어설픈 대시, 어색한 웃음은 리와인드! 뜨거웠던 밤은 더욱 뜨겁게 리플레이!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이 완벽해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어떠한 순간을 다시 살게 된다면, 과연 완벽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
+ <팜 스프링스> - 맥스 바바코우
2021.08.19 개봉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 무한 타임 루프 로코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씨네랩 에디터 Ria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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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심'에 집중한 새로운 배트맨
어떤 피해를 받으면 그것에 대한 앙갚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 피해나 감정적 손실이 크던 작던,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그 상처를 다시 돌려주는 복수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고대 사회에는 이런 사적 복수가 공공연하게 행해졌다. 그러다 점차적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법이 제정되면서 공적으로 벌하는 형태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다툼이 커지기 시작하면 법적인 형태로 고소나 고발을 하기도 한다. 상대가 범죄자라면 경찰과 검찰, 법원 같은 공적기관을 통해 상대의 죄에 대해 벌을 받게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잘 구성된 법 체제 안에서도 모든 감정이 다 치유되지는 않는다. 개인 간의 작은 피해들은 다시 크고 작은 복수로 돌아오기도 하고, 큰 범죄의 가해자라고 할지라도 법의 구멍을 잘 파고들면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도 있다. 그렇게 발생한 억울한 피해자들은 분노의 감정을 더욱 느끼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 피해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무척 애쓰게 된다. 그렇게 복수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시야는 좁아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 복수를 위해 사회 시스템의 눈에서 벗어난 복수를 택하기도 한다. 그건 안전하지 않은 범죄지만 복수에 눈이 멀어버리면 그것을 똑바로 보기 어렵다.
새로운 배트맨이 가진 강력한 감정, '분노'와 '복수심'
영화 <더 배트맨>은 개인적인 복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심과 분노를 다룬다. '공포'라는 감정은 이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트릴로지인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이 시리즈에서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은 어릴 적 박쥐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고, 그 공포심을 극복하면서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배트맨이 가진 힘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러니까 '공포'는 그에게 내재된 힘이자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무기로 변경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리부트 된 <더 배트맨> 속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이 가진 강력한 감정은 '분노'와 '복수심'이다.
영화 속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 활동을 한 지 2년 정도 된 초보 히어로다. 과거 시리즈의 배트맨이 그렇듯, 그는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상대방의 공포를 이용해 상황을 장악하고 주도한다. 그는 고든 형사(제프리 라이트)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고담시의 범죄를 해결하는 일종의 탐정 역할을 하고 있다. 브루스 웨인이 이렇게 고담시의 범죄 소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복수심'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하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바로 고담시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범죄를 소탕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그는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쓰고 난 이후, 사적인 복수의 감정을 공적인 일에 쓰고 있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공적인 일을 행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개인적 복수를 하기 위해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복수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회 주요 유력인사에게 테러를 하는 리들러(폴 다노)는 아주 직접적으로 배트맨을 향해 수수께끼를 내기 시작한다. 리들러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그 수수께끼는 배트맨의 과거를 향한다. 이 리들러의 수수께끼는 다음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추리하게 만들고 그것의 단서가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이 행했던 활동과 연관되어있다. 그래서 리들러를 추적하면 할수록 배트맨은 더욱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놓인다. 리들러는 배트맨의 복수심과 공포를 역으로 이용하여 시종일관 그를 자신의 게임에서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리들러의 연쇄살인과 브루스 웨인의 과거가 함께 얽히면서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긴장으로 가득 찬 추리극으로 진행된다.
빌런 리들러가 던지는 수수께끼가 몰고 온 혼란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복수'라는 감정을 문제적으로 제시한다. 사건 추적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셀리나 카일/캣우먼(조 크라비츠)은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그만의 추적을 한다. 전형적인 사적 복수를 행하려 하는 셀리나를 막는 배트맨은 그 자신이 행하는 '복수'의 행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셀리나와의 관계와 셀리나의 행동을 보는 배트맨은 자신도 하고 있는 복수라는 행위의 목적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하게 된다. 그가 가진 분노가 복수라는 것을 행하게 만들었고 그 복수가 공적 시스템을 이용해 진행하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를 시종일관 생각한다. 단순히 분노에 사로잡혀 복수라는 사적 행위를 완성하는 것보다 자신이 들어간 사회 시스템 안에서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행해야 하고 분노를 어떤 방향으로 해소시켜야 할지가 이번 배트맨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모든 배트맨 시리즈가 그렇듯 고담시는 사회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틈은 온갖 범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펭귄(콜린 파렐)과 팔코네(존 터투로)다. 이들은 고담시의 음지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배트맨이 시종일관 상대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이 모든 악당을 비롯해 배트맨조차 리들러의 게임 안에서 자신들조차 모르게 이용당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서 악당 리들러는 그만의 방식으로 고담시의 음모를 파헤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자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3시간을 꽉 채운다. 일반적인 액션 히어로 영화와는 다르게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근본적인 고민으로 다시 돌아간 영화는 액션보다는 추리에 좀 더 방점을 찍으면서 악당 리들러가 벌이는 연쇄살인을 해결하는 배트맨의 추적 과정을 찬찬히 보여준다. 긴 상영시간 동안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은 배트맨이 가진 고민과 매끄럽게 맞물리며 그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펭귄, 팔코네 같은 악당 캐릭터들이 리들러의 게임 안에서 소비된 느낌이 있다. 하지만 펭귄과 팔코네를 일종의 ‘사회 틈을 파고들어 이득을 취한 존재’로 활용하면서 고담시 전체 시스템에 대한 고발을 하는 듯한 메시지를 준다. 여기에 배트맨의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더해지면서 리들러의 범죄의 큰 틀이 군더더기 없이 담겨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과거 배트맨과 차별화시키며 탄생시킨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영화를 연출한 맷 리브스 감독은 세 시간이 넘는 영화안에 브루스 웨인이 가진 고민을 담고 리들러의 살인 게임을 통해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까지 담아내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과거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나 <혹성탈출:종의 기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더 배트맨>에서도 전반적인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캐릭터의 심리적인 고민을 잘 담아냈다. 특히나 과거 시리즈의 배트맨이 했던 고민과 겹치지 않게 '복수심'을 활용하여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복잡한 사건이 연달아 이어지지만 이 모든 것이 적절하게 이야기 속에 배치되면서 영화의 집중도를 흐리지 않도록 연출되었다.
마이클 키튼, 크리스찬 베일에 이어 세번째로 배트맨 솔로 영화의 주연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은 젊은 배트맨에 무척 잘 어울린다. 그가 가진 조금은 유약하고 퇴폐적인 이미지는 그가 겪는 영화 속 브루스 웨인의 혼란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캣우먼 역을 맡은 조 크라비츠도 배트맨과 좋은 케미를 보여주며 그만의 캣우먼이 가진 당당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리들러 역을 맡은 폴 다노는 아주 선한 이미지지만 약간 정신 나간 듯한 미소를 보여주며 영화에서 강력한 악당 연기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배트맨의 '복수'는 가야 할 방향을 보기만 했을 뿐 어떤 식으로 배트맨이 그것을 행해야 할지를 명확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아마도 브루스 웨인 이라는 인물이 배트맨 역할을 하는 동안에 계속 하게될 질문이자 고민이 될 것이다. <다크나이트>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언젠가는 벗어야할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번 <더 배트맨>은 분노심을 가지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성장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 좀 더 젊어진 브루스 웨인은 아마도 향후에 이어질 다음 시리즈에는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사이에서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금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웨인의 고민을 확인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그가 행하는 '복수'에 대한 생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극장에서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더 배트맨>
https://www.youtube.com/watch?v=bYZ_a7_aw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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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개봉 예정, 숨겨진 기대작 5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20년 겨울 극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여, 역대급 박스 기록을 갈아치울 거라 전망되었는데요. 특히 1월, 최고의 골수팬을 지닌 시리즈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 이어, 전쟁 영화 <1917> 그리고 윌 스미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 포에버>까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였고, 2월에도 역시 DC의 <버즈 오브 프레이>, 짐 캐리의 <수퍼 소닉>, 그리고 공포 스릴러 <인비저블맨>까지 박스 기록을 이어나가며 2019년 대비 10% 정도 높은 매출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영화 시장이 역대급 불황 속에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러던 4월, 한국의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로 오스카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극장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수상 소식에 CGV를 비롯한 크고 작은 극장에서 곧바로 기획전을 진행하는 등 확실히 활기차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리고 드디어, 오래 기다려온 액션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5월 19일 개봉을 확정 지으며 극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고, 뒤이어 공포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팝콘무비 <킬러의 보디가드 2> 그리고 디즈니의 <크루엘라>까지 개봉을 확정 지었지만, 아직 국내 대작들은 개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중 가장 높은 관객 수를 보이는 여름 시장에서 국내 상업 영화의 빈자리를 숨겨진 기대작들이 채우며 극장을 다채롭게 해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올여름! 극장을 찾아줄 다양성 영화 중,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숨은 기대작들을 씨네픽이 엄선하여 준비해 보았습니다!
잇츠 CINE PICK!!
트립 투 그리스 (The Trip to Greece, 2020)
코미디, 드라마 | 영국, 그리스 | 10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마이클 윈터바텀 | 출연 :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IMDB : 6.6/10 | Rotten Tomatoes : 87%그리스에서 맛있는 음식과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각자의 인생철학을 공유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두 남자의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씨네pick :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은 그리스 미식여행. 시리즈 지속이 어려운 다양성 영화임에도 꾸준히 관객을 유지하며 무려 11년을 이어온 작품인 만큼 기대되는 영화인데요. 유서깊은 그리스의 역사부터 오감자극 음식은 물론, 가슴 뻥 뚫리는 자연 풍광까지. 역시 시리즈 피날레는 놓치면 안 되겠죠?팜 스프링스 (Palm Springs, 2019)코미디, 멜로/로맨스 | 미국 | 87분 | 등급 미정
감독 : 맥스 바르바코우 | 출연 :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
IMDB : 7.4/10 | Rotten Tomatoes : 95%‘팜 스프링스’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한 남녀 ‘나일스’와 ‘세라’가
매일이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씨네pick : 믿고 보는 “선댄스 영화제" 진출작이자 <기생충>의 북미 배급을 맡은 제작사 Neon의 작품입니다. ‘폭력과 외국어, 그리고 논픽션에 대해 반감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설립 목적에 맞게 다양성 영화 중에서도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배급해왔는데요. 타임 루프 로맨스물을 절대 뻔하지 않게 만들어낸 올해 가장 통통 튀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웬디 (Wendy, 2020)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1분 | 등급 미정
감독 : 벤 제틀린 |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IMDB : 5.7/10 | Rotten Tomatoes : 38%어른이 되기 싫어했고 언젠가 피터팬이 찾아와 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었던 벤 제틀린 감독의 어린 시절 추억과 어느 순간 이미 어른이 된 것을 깨닫게 되며 순수했던 동심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색다른 판타지 영화
씨네pick : 믿고 보는 '선댄스' 작품이 또 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환상 동화 <웬디>는 명작 [피터팬]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데뷔작부터 칸 영화제 '카메라상'을 수상한 감독 특유의 색채가 아주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유명 배우가 아닌 아이들을 주연으로 내세웠기에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레타 툰베리 (I Am Greta, 2020)다큐멘터리 | 스웨덴 | 101분 | 등급 미정
감독 : 나탄 그로스만 | 출연 : 그레타 툰베리
IMDB : 6.7/10 | Rotten Tomatoes : 79%기후 변화 법안 마련 촉구를 위해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며
의회 앞에서 홀로 시위를 시작한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
그녀가 쏘아 올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데…
평범한 10대 소녀에서
어른들의 무감각한 환경 의식에 일침을 가하는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가 되기까지! 700만을 움직인 그녀의 외침에 주목하라!
씨네pick :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른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의 다큐멘터리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 추천 기대작이기도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인물과 문제를 다룬 극인 만큼 더욱 기대되는 작품입니다.너의 결혼식 (가제) (My Love, 2021)멜로/로맨스 | 중국 | 115분 | 등급 미정
감독 : 티안 한 | 출연 : 허광한, 장약남
IMDB : 5.3/10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공식에 관한 영화로, 한 남자와 여자의 첫 만남부터 15년 간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영화
씨네pick : 한국에서 대히트를 거둔 첫사랑 멜로 영화 <너의 결혼식> (2018)의 중국 리메이크작으로, 요즘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배우 [상견니]의 배우 '허광한'이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개봉과 동시에 예매율 1위를 달성하고, 노동절 연휴 5일 동안 1100억의 매출을 올렸다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작품입니다.다섯 편 중 특히 기대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최고 기대작은 어떤 작품인가요?
영화에 대하여 더 알고싶으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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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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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에 고립된 우주 비행사처럼 길을 잃어버린 '더 문'
이 먼 우주에 나 혼자
영화의 첫 장면은 2029년의 우주 어딘가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황선우는 우주 한가운데에서 동료들과 함께 공중에 떠 있다. 우주 비행사는 세 명이다. 세 사람이 있는 공간, 그러니까 우주선에 문제가 발생했다. 결함이 생겼으니 고쳐야 한다. 선우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이 우주선 외부에서 수리 중이다. 비행사 내부적으로는 연료가 문제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연료 탱크 쪽으로 움직이는 두 비행사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게 발견됐다. 지지직. 연료 팩이 뭔가 이상하다. 갑자기 이상이 생긴 우주선. 불똥이 비행사들에게 튀었다. 한 비행사는 우주 깊은 곳으로 떨어졌고, 다른 사람은 우주복에 즉각적으로 핏자국이 드러날 정도로 생명에 지장이 생겼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다. 선우는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기로 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포기한 선우의 선임 비행사. 선임 둘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말이 무색하게 둘은 선우의 곁을 떠났다. 선우 일행의 비행에 부처의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에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모니터링하고 있다. 비상상황에 처한 건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연료에도 문제가 생겼고, 그 무엇보다 선우는 혼자가 됐다. 도움을 청하는 과학기술통신부. 연락이 닿은 곳은 김재국 박사의 연구소다. 과연 김재국 박사는 구원투수가 되어 선우의 무사귀환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K-드라마 권위자
이 영화를 만든 김용화 감독은 한국형 드라마에 특화된 인물이다. 전작 ‘신과 함께’ 시리즈는 한 사람의 일생을 반추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영화가 모성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감동을 주려고 했던 기획의도와 맞물린다. 영화의 핵심과 원작의 형식이 잘 맞아떨어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설정을 공감대가 생길 수 있는 보편적인 선에서 잡고 그 가운데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에 힘을 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신과 함께 : 죄와 벌>에서 예수정 배우의 연기가 그 예시다. 이 캐릭터는 선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상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방점을 다 찍었다. 모성이라는 무기가 영화의 무기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미녀는 괴로워> 같은 경우도 전신성형이라는 극단적인 설정 아래 외모지상주의/진정한 사랑의 존재 유무를 대비시켰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무기는 여러 가지다. 첫째로 제목이 ‘더 문’인 만큼 우주의 디테일을 잘 살렸다. 누리호와 달을 구현한 방식, 중후반부에 발생하는 이야기의 가장 큰 위기까지 시각적으로 충분히 풍부하다. 이외에 주인공 도경수 배우가 보여주는 액션 역시 구체적이다. 주인공에 그렇게까지 몰입이 잘 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액션 시퀀스 하나만큼은 인물에 이입할 수 있다. 비단 시각효과뿐만 아니라 이야기에서 감정적으로 진한 순간이 있다. 선우의 곁을 떠난 두 명의 우주비행사와 관련된 부분, 선우와 재국의 관계, 재국과 문영의 관계, 선우가 왜 이 프로젝트에 집착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우주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휴먼드라마에 힘을 준 부분이 분명히 있다. 기존 김용화 감독의 작품들을 우호적으로 생각했던 분이라면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볼 요소가 충분하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괜찮지'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황선우를 구해라'다. 선우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거나 감정적으로 이입하고 있다. 이 과정 중에 영화의 서스펜스가 만들어진다. 가령 선우의 동료들이 초반부에 사고사하는 일 자체나 후에 제시되는 특정 몇 사건들이 그렇다. 이 사건의 나열에서 영화가 시각화에 중점을 두었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여기서 디테일한 묘사에 실패하면 이야기의 감정적 공감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 문>은 이 관점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의 기본 틀 자체가 무너진다는 점은 이 영화의 성취가 과연 큰 의미가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영화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예술이다. 당연히 서사예술의 측면에서 ‘서사’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서사의 흐름을 잡지 못했기에 뛰어난 시각화 수준이 별로 들어오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황선우를 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문제들을 계속 욱여넣는다. 기본적으로 이 누리호 프로젝트를 나라차원에서 준비한다고 가정하면 베이스가 너무 부실하다는 허점이 있다(심지어 과학기술부 장관에 대한 설정을 어물쩍 넘기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조직이 나라가 아니다 하더라도 인물들은 이걸 열심히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철저하지 않으면 후반부 인물의 선택이나 감정적인 하이라이트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사전준비의 측면이 아니더라도 사건이 벌어지고 난 다음의 대처도 감정적으로 임팩트를 주기 위해 인물들이 짜 맞춰져 진 것처럼 행동한다. 분명히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여론이 형성될 만큼 국가에 영향이 큰 사건인데 사람들이 깊게 고민하는 티조차 나지 않는다. 그냥 무턱대고 울면 그만인가?
깊지 않은 고민
영화 전체적으로 얕은 깊이가 얕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이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찾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신파’다. 보통 인위적으로 인물을 괴롭혀서 관객에게 눈물을 유발하는 것을 신파라고 부른다. 최근 한국영화를 두고 많은 관객과 평론가들이 비판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어느 정도는 이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감정을 쥐어짠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범죄도시’ 시리즈나 <공조 : 인터내셔날>처럼 시원한 액션이 들어가 있는 영화가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최근에 <인생은 아름다워>나 <드림> 정도가 아니면 신파코드가 있는 한국영화를 찾기 어려웠다.
이 영화는 쉬운 수만 골라서 택한다. 대표적으로 선우의 곁을 떠난 두 선임 비행사에 관한 몇 장면은 편의적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불쌍하지?’ 질문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틈입한다. 또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위기가 있다. 이 부분에서 재국의 동료가 취한 선택지가 구체적이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 이 이야기에서 국수주의적인 장면이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IF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기도 하고,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과 직관적으로 맞아떨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왜 이게 들어갔을까 생각해 보면 그냥 감정적으로 고양시키고 관객을 자극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만큼 이런 것들을 받쳐줄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누수가 생긴 테크닉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CG 시각화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단점은 작품의 기술적인 부분이다. 음향은 영화에 이입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다. 일단 러닝타임 내내 들리는 삽입곡은 영화가 촌스럽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결정적으로 대사가 잘 안 들려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특히 설경구, 김희애 배우의 분량에서 두드러진다. 두 배우는 연기력으로는 충무로에서 검증이 끝난 분들이다. 이 영화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유령>의 설경구 배우, <윤희에게>나 <부부의 세계>에서 건재함을 보여준 김희애 배우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촬영 역시 아쉽다. 이야기에서 같은 구도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황선우가 무슨 문제가 생긴다? 그럼 조단역 캐릭터 중 아무나 자리에 앉아서 운다. 이 장면이 한 번만 들어가면 모르겠는데 반복되는 점은 영화가 갖고 있는 큰 아이러니다. 시각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영화에 기술적인 부분이 단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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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가 상실된 시대, 여전히 부재중
"고액의 연금을 수령하는 노인들이 청년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총성이 울리고, 피에 젖은 남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비슷한 노인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플랜 75' 정책이 시행된다.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백만 원으로 일주일을 지내다가 안락사하도록 권유받는다. 영화 내에서의 사회는 노인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참 이상하게도 영화에 나오는 어떤 노인도 청년 세대를 갉아먹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젊어서 나라에 헌신했던 그들은 여전히 성실히 근무지에서 일을 하고, 집 근처의 쓰레기를 주우며, 낡은 집에서 홀로 삶을 연명하고 있다. 연금을 수령해서 호화롭게 사는 노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노인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청년층이 문제일까? 하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청년 중에 그 누구도 주변의 노인에게 증오의 감정을 품지 않았다. 그들은 멍하니 앉아있는 노인에게 라멘을 건네거나, 외롭고 쓸쓸한 노인을 일부러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지속적으로 노인 혐오 범죄를 보도한다. 정작 현실에는 몇 없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은 문제만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 말은 '플랜 75'라는 정책이 결국 그 누구에게도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노인도, 청년도, 이 정책에 수혜를 받는 자는 아무도 없다.
미치 씨는 함께 일하던 친구가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자 집에 찾아가 본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식탁에 엎드린 싸늘한 시체. 노인에게 죽음은 현재의 공포다. 미치 씨는 마찬가지로 독거노인인 자신 역시 언제 고독사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집은 철거 대상이고, 아무리 뛰어다녀도 일자리는 구할 수 없고, 2년 치 집세를 낼만큼의 경제적 자유도 없다. 미치 씨는 죽음이 자기 코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을 너무도 비참한 방식으로 알게 된다.
플랜 75 정책에 의해 일자리를 제공받은 청년들은 노인들의 공포를 먹고 자란다. 물론 나도 늙으면 언젠가 이런 식으로 죽음을 강요당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도 존재한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그보다 더한 공포는 노인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 수 없다는 지독한 현실에 대한 공포이다.
미치 씨의 전화 상담사였던 요코는 고객과의 마지막 전화를 끊고 규정까지 어겨가며 개인 휴대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본다. 아무리 신호가 가도 받지 않는 전화. 뻔히 휴대폰 기종과 맞지 않는 케이스를 끼우고 있는 것이 너무도 거슬린다. 더 이상 요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미치 씨를 직접 만났던 요코는 알고 있다. 그녀가 마지못해 플랜 75를 신청했으며, 아직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러나 휴대폰에 맞지 않는 케이스처럼,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이 정책에 자신을 끼워 맞출 뿐이다. 이 상황을 가만히 두고 방치해야 하는 자신, 그리고 더 많은 젊은이들과 눈을 마주친다. 그녀의 눈동자는 묻고 있다.
노인을 죽이고, 죽여야만 한다고 주장한 일본 정부의 정책은 노인 혐오 범죄와 무엇이 다른가?
노인 혐오 범죄에 대한 해결책이 되었는가?
한편, 외국인 노동자인 마리아는 필리핀에서 심장 치료를 받는 딸을 살리기 위해 죽은 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된다. 죽은 자들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마리아는 비싼 시계를 건네받는다. 손사래를 치지만 같이 작업하는 사람은 한사코 시계를 마리아에게 쥐여준다.
"죽으면 이것들은 다 쓸모없어. 쓸모 있으려면 누군가가 써야만 해."
어차피 그들은 기억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이 물건을 내가 쓴다는 사실조차 모를 테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노인들과 함께 불태우느니, 산 사람이 유용하게 쓰는 것이 낫다.
미치 씨와 함게 호텔에서 일하던 친구는 우리 모두 플랜 75를 신청해서 편하게 여생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정작 호텔에서 해고된 이후에 걸려온 미치 씨의 전화를 귀찮아한다. 당연했다. 그녀에겐 돌아갈 가족이 있었으니까. 이제 내겐 돌봐야 할 손녀가 있고, 용돈을 주는 딸이 있으니까. 그런 사람에게 미치 씨는 그저 타인일 뿐이다.
마리아는 능숙하게 일본어를 하며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등, 완전히 일본 사회에 귀속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교류하고 도움을 받는 것은 함께 고국을 떠난 외국인 노동자들뿐이다. 우리는 마리아를 자연스럽게 타인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노인을 살처분해서 얻은 여유로 누군가를 돌본들,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노인을 쫓아내고 얻은 방에서 덜 늙은 노인을 재우는 것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이 정말 당연한 일일까?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타인이고 남일뿐이다. 길에서 마주친 사람이, 자신은 곧 죽을 것이니 이 시계를 가져가라고 하면, 당신은 받을 것인가? 백범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의 시계와 자신의 것을 기꺼이 바꿔 들었던 것은, 둘 사이가 의미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책임지라고 하기 이전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그 후에야 책임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마리아는 결국 유품 속에서 돈뭉치까지 발견하게 된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주었지만, 누군가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죽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절실한 건 돈이나 무조건적인 책임이 아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돈을 함께 쓰고 싶은 누군가이자, 의미 있는 시간이다.
영화에는 미치 씨 말고도 한 명의 노인이 더 등장한다. 바로 히로무의 삼촌이다.
인생 마지막 만찬이 될 평범한 식사를 차멀미에 게워낸 노인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너무도 초라하다. 그는 미치 씨와는 달리 어떠한 저항도 없이 죽음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눈을 감는다. 그가 수십 장의 헌혈증을 미련 없이 버리듯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조카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기억해 줄, 이제는 세상에 남게 될 유일한 사람을 만났기에.
미치 씨가 모든 걸 내려놨다고 생각한 마지막 순간에, 죽음을 거부한 이유는 정확히 그 반대일 것이다. 정기적으로 노래방에 갈 정도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씻어내면 물기를 꼭 닦아내는 습관이 있으며, 볼링장에서 처음 만났던 두 번째 남편과의 추억을 회상해 줄. 그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두려웠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런 자그마한 것들을 더 많이 기억해 줄 누군가를 찾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진정 사회가 개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것은 안락한 죽음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 잊히지 않고 기억해 줄 가족과 같은 존재. 그런 존재들을 지켜주어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울타리.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회다. 지금의 사회는, 국가는, 부재중이다.
히로무는 20년 만에 만난 삼촌에게 플랜 75의 신청서를 받아든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에 그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히로무는 안락사 당한 노인들의 시체가 쓰레기 처리장에 버려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안다 한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고작해야 삼촌과 함께 밥을 차려 먹고, 살아온 삶에 대한 대화도 나누며 찜찜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 전부. 이미 숨이 멎은 삼촌의 시체를 직접 화장하기 위해 모시는 것이 최선.
히로무와 요코는 제재를 받고 있다. 3촌 이내 가족의 사무는 담당해선 안 되며, 전화 상담사가 고객을 실제로 만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감정적 동요의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노인들이 죽지 않길 바라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과정에 대한 접근은 없이 결과를 해결하기 위해 급급한 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영화는 그야말로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청년들은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 노인들은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의지를 가진 사람이 없다. 이러한 의지의 상실은 사람들에게 무기력증을 선사한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의지가 없는 것은, 선택인 것일까?
우리에게서 상실된 의지는, 정말 우리가 원해서 상실한 것일까? 아니라면 어떠한 부재로 인해 '상실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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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알고리즘] 어른들을 위한 동화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다룰 작품은 웨스 엔더슨, 기예르모 델토로, 팀 버튼, 헬리 셀릭이라는 네 명의 거장이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어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네 편이다. 공포와 코미디, 슬픔과 행복, 차가움과 따뜻함까지 그들의 영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지금부터 그 영화들에 담긴 연결고리를 알아보자.길을 지나다가 발견한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영화 포스터. 포스터를 본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조른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스토리가 진행되자, 아이는 영화의 기괴함과 공포스러움, 그리고 잔인한 현실에 깜짝 놀라 눈물을 흘린다. 엄마, 아빠에게 영화관에서 나가자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아이의 말을 못 들은 것인지 엄마와 아빠는 영화에 몰입했고, 그들의 눈가는 눈물로 젖어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아이들의 눈물과는 다를 것이다. 지금부터 어른들을 울린 동화 같은 이야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나보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Stop-Motion Animation)’이란?
영화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스톱모션’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스톱모션은 애니메이션의 한 기법으로, “물체를 아주 조금씩 움직여서 매 프레임을 촬영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이처럼 프레임을 연결하면 물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스톱모션은 캐릭터를 만드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질감을 묘사하는데 용이하다. 클레이나 목재, 플라스틱, 고무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촉각적 심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질적 대상을 만들어서 촬영하므로, 다양한 카메라 구도로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고유의 아날로그적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톱모션은 제작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게 들고,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한 기법이라 많은 제작사가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해외의 ‘라이카 스튜디오’나 ‘아드만 스튜디오’, 국내의 ‘콤마 스튜디오’와 같이 스톱모션 기법을 고집하는 제작사들도 존재한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다른 기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비단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뿐 아니라 실사영화나 광고 등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럼 지금까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으니, 네 편의 영화들에 대해 알아보자.
<유령신부 Corpse Bride >
- 영화: 유령신부 (2015)
- 감독: 팀 버튼, 마이크 존슨
- 출연진: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에밀리 왓슨 外
‘죽음과 삶 따윈’
어느 유럽 마을 생선 가게 졸부의 아들인 ‘빅터 (조니 뎁 分)’. 그는 신분상승을 원하는 부모님에 의해 몰락한 귀족의 딸인 ‘빅토리아 (에밀리 왓슨 分)’와 결혼을 약속한다. 서약 내용을 외우기 위해 숲속에 간 빅터는 너무나 몰입한 나머지 땅 속에 있던 ‘에밀리 (헬레나 본햄 카터 分)’의 손가락 뼈에 반지를 끼우게 된다. 빅터가 자신에게 청혼했다고 생각한 에밀리는 빅터를 사후세계로 데리고 간다. 사후세계에 간 빅터는 에밀리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동정하게 된다. 그러나 빅토리아가 자꾸 생각나는 빅터. 결국, 에밀리를 속여 현실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빅터는 빅토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이때,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은 에밀리는 빅터를 다시 사후세계로 데리고 간다.
에밀리는 빅터의 청혼이 실수였음에 좌절하는데, 그를 위로해주는 빅터로 인해 그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사라진 빅터로 인해 갑부 ‘바키스 (리처드 E. 그랜트 分)’와 결혼하게 된 빅토리아. 그 소식을 들은 빅터는 독약을 먹고 자신도 죽어 에밀리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바키스가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것을 알게 된 빅토리아는 교회로 도망치고, 그 곳에서 빅터와 에밀리의 결혼식을 보게 된다. 에밀리 역시 빅토리아를 보게 되는데 그들을 위해 자신이 빅터를 놓아주기로 한다.
그 순간 빅토리아를 찾아온 바키스. 빅터와 바키스는 치열한 결투를 하게 되고, 결정적 순간 에밀리가 빅터를 구해준다. 사실 바키스는 오래전 에밀리를 죽인 장본인이었고, 다시 한번 에밀리를 모욕한다. 하지만 독약을 와인으로 착각하고 마신 바키스. 결국 악당 바키스는 유령들에게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빅터와 빅토리아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에밀리는 나비가 되어 그들의 행복을 빌며 하늘로 돌아간다.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
팀 버튼 감독은 실사영화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지만, 그의 기괴하고 독특한 상상력은 스톱모션에서 더욱 빛났다. 그의 첫 작품이었던 <빈센트> 역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었고,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나 <프랑켄위니>와 같이 대중과 비평가 모두를 만족시킨 훌륭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팀 버튼 감독은 이번 <유령신부>에서도 특별한 연출들을 선보였다.
유령신부에서 잘 나타나는 연출은 먼저 두 세계의 색감 대비이다. 작품의 색감을 살펴보면 현실세계와 사후세계의 색감이 너무나도 대비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빅터에게 있어 현실은 자신이 무엇 하나 결정할 수 없는 수동적이고 억압된 공간이다. 반면 저승은 자신이 선택하고 이에 따라 온전히 행동할 수 있는 주체성과 자유가 강하게 나타나는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숲이나 집과 같은 현실 속 공간은 회색이나 갈색 등 차분하고 낮은 톤의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반해 사후세계의 공간들은 청록색이나 보라색과 같이 화려한 색으로 활기차게 묘사된다.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로 빅터의 부모님, 빅토리아의 부모님, 바키스와 같이 현실세계의 부정적 캐릭터들은 무채색의 색감을 가진데 반해, 에밀리와 벌레 친구, 유령들은 형형색색의 색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에밀리가 일반적인 유령의 색인 회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파란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색감을 통해 해당 캐릭터의 성격을 의도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이처럼 유령이나 괴물 등 인간이 아닌 대상에게 오히려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모습을 부여하는 것은 팀 버튼 감독의 다른 영화인 <비틀쥬스 시리즈>나 <가위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스톱모션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에밀리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의 표정 역시 세밀하게 묘사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특유의 질감을 활용해, 얼굴 근육이나 눈동자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이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에밀리나 빅터, 빅토리아와 같이 길쭉하고 빼빼 마른 캐릭터들이나 해골들은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속 ‘잭 스켈링턴’과 마찬가지로 스톱모션과 만났을 때 더욱 시각적 재미를 준다. 작품 초반 사후세계에서 유령들이 에밀리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춤을 추는 장면이나, 작품 후반 빅터와 바키스의 결투 장면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체형은 스톱모션으로 인해 시원시원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희생’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놓아 줄게”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되고, 역설적으로 들릴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 내내 빅터만을 사랑했지만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놓아준 에밀리. 그녀의 마음은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온전히 이해하고 느끼게 된다. 삶과 죽음이라는 비유가 너무나 극단적이라고 할지 몰라도, 사랑이나 꿈 등을 무언가가 갈라 놓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 너무 좌절하거나 매달리지 말자. 멍이 들 만큼 꽉 쥔 손도 조금은 놓아보면 어떨까.
<개들의 섬 Isle of Dogs >
- 영화: 개들의 섬 (2018)
- 감독: 웨스 엔더슨
- 출연진: 브라이언 크랜스턴, 에드워드 노턴, 란킨 코유 外
‘개와 인간’
가까운 미래, 일본의 한 도시 ‘메가사키’ 그곳에서는 시민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 그 병은 바로 ‘개 독감’ 즉, 개가 전염병의 원인이었다. 그러자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메가사키의 시장 ‘고바야시 (노무라 쿠니치 分)’는 도시의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내쫓는 도그노포비아 정책을 실시한다. 하지만 고바야시의 입양아 ‘아타리 (란킨 코유)’는 아버지와 다르게 개를 사랑했고, 자신의 개 ‘스파츠 (리에브 슈러이버)’를 찾기 위해 쓰레기 섬, 일명 개들의 섬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아타리는 ‘치프 (브라이언 크랜스턴)’를 비롯한 개들을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아타리와 치프 일행은 스파츠가 코바야시 연구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아타리를 잡으러 로봇견과 사람들이 나타나 그들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그 순산 스파츠가 나타나 아타리와 치프를 구해준다. 그러던 와중 처음에는 아타리에게 적대적이었던 치프가 너무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소년인 아타리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스파츠와 치프가 형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어느덧 새로운 무리의 리더이자 아버지가 된 스파츠. 스파츠는 아타리의 경호견 자리를 치프에게 넘겨준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고바야시 시장이 쓰레기 섬의 개들의 안락사 조건으로 재선에 성공하였고 파티를 열고 있었다. 파티와 동시에 개들에게 겨눠지는 와사비가 든 총. 그 순간 아타리와 개 백신의 혈청을 가진 ‘트레이시 (그레타 거윅 分)’가 나타나고 그들은 치프에게 혈청을 주입한다. 개들을 살리자고 연설하는 아타리. 아들의 연설에 고바야시 시장은 마음을 바꾸고 안락사 계획을 취소하려 하는데, 그 순간 고바야시 시장의 집사가 공격을 하며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결국, 아타리 일행은 승리하나 아타리와 스파츠는 크게 다친다. 다친 아들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준 고바야시 시장. 결국 아타리는 깨어나게 되고, 메가사키의 새로운 시장이 되어 스파츠와 치프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털 하나부터 도시 전체까지’
미장센하면 뺄 수 없는 웨스 엔더슨 감독답게, 이 미장센을 위해 <개들의 섬>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해 탄생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자체가 수많은 돈과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이번 영화는 일반적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넘어섰다. 영화를 만드는데는 2년이 넘게 걸렸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퍼펫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봉제인형)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개들의 섬을 위해, 개 캐릭터 퍼펫 500개, 인간 캐릭터 퍼펫 500개 총 1000개의 퍼펫이 만들어졌다. 또한 캐릭터 하나당 총 다섯 가지의 사이즈가 제작되는등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양적 노력 말고도 질적 노력 역시 병행되었다. 질적 노력의 대표적인 것이 퍼펫의 소재였다. 작품 속 개들의 털 질감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테디베어 공장에서 사용되는 알파카 털과 메리노 양털이 사용되었으며, 인간 캐릭터의 피부 생기를 살리기 위해 반투명 수지 점토를 사용했다. 또한 실제 같은 표정을 구현하기 위해 얼굴 교체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표정변화를 표현할 수 있었다.
캐릭터 말고 배경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커다란 규모의 세트장을 만들었고, 진짜 도시처럼 곳곳에 쓰레기를 배치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했다. 또한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아날로그 제작 방식을 통한 디테일을 중시하는 웨스 엔더슨 감독답게, 구름 하나하나 강물 하나하나까지 만들었다. 화면 속 구름은 솜으로, 강물은 샌드위치 포장지로 된 컨테이어 벨트로 만들었다. 또한 작품에 기괴함과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는 기법인 ‘On Ones (1초당 24프레임)‘가 아닌 ‘One twos (2초당 24프레임)’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누가 봐도 웨스 엔더슨의 영화임을 알 수 있게 만드는 그의 대표적 특징, 대칭적 구도와 균형. 속도의 조절을 통해 만들어진, 정적인 표현과 동적인 표현의 오고 감. 적절한 유머와 만화를 보는 듯한 이펙트와 편집은 스톱모션의 매력을 잘 살렸으며, 작품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저항의 미학’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만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들개>나 <7인의 사무라이>를 오마주한 구도가 나오는가 하면, 일본의 다양한 문화가 아름답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어가 작품 내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작품은 일본과 너무나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작품은 개봉 직후, 서양인의 관점에서 보는 동양(일본)에 대한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갖고 있다고 논란이 되었다. 그 이유는 작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스테이시’ 일본 사회의 비랍리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백인 구원자의 서사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어가 자막 없이 등장한 것도 관객의 상상의 자유와 전체적 스토리의 집중을 위해서라는 감독의 설명과는 다르게, 인종차별 논란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과 별개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낸 훌륭한 비주얼과 믿고 듣는 음악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또한 개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파시즘과 환경파괴에 대한 경계, 다수에 대한 소수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어린 소년과 그의 개가 만든 우정, 그리고 그들이 함께하는 투쟁과 이야기는 너무나 작고 절실하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
-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 마크 구스타프슨
- 출연진: 이완 맥그리거, 데이비드 브래들리, 그레고리 맨 外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한 노인이 거대한 소나무를 깎고 있다. 노인의 이름은 ‘제페토 (데이비드 브래들리 分)’. 노인이 만든 것은 비행기 폭격으로 죽은 자신의 아들을 닮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 (그레고리 만 分)’였다. 피노키오를 만든 그날 밤, 제페토가 잠든 사이 숲 속의 ‘푸른 요정 (틸다 스윈튼 分)’이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피노키오는 생명을 갖게 된다. 살아난 피노키오를 본 제페토는 충격을 받으나 이내 피노키오를 자신의 아들처럼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유랑극단의 ‘볼페 백작 (크리스토프 발츠 分)’은 피노키오를 이용하기 위해 데려간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다시 찾은 제페토와 볼페 백작. 그들이 싸우다가 피노키오는 교통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불사의 몸이었던 그는 이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다. 볼페 백작의 부당한 계약서의 내용을 본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위해 극단에서 일하게 된다. 점점 인기를 얻게 된 피노키오는 어느덧 총통 ‘베니토 무솔리니 (톰 케니 分)’를 위해 공연하게 되는데, 피노키오는 공연을 일부로 망친다. 결국 무솔리니의 경호원에 총에 맞아 죽은 피노키오. 이번에도 역시 피노키오는 이승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피노키오는 불사의 몸의 활용가치를 인정받아 군사훈련을 하게 되는데, 훈련 중 공습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공습에 살아남은 피노키오의 앞에 볼페 백작이 나타나고 피노키오를 죽이려고 한다. 버로 그 순간, 피노키오의 친구가 된 볼페 백작의 원숭이 ‘스파차투라 (케이트 블란쳇 分)’이 그를 구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바다로 떨어지고, 바다괴물의 뱃속에 들어온다. 거기서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 제페토와 세바스티안(이완 맥그리거 分)과 재회한다. 그리고 그들은 괴물이 재채기하는 틈에 다행히 탈출하지만, 그 순간 기뢰가 터져 모두가 위험에 빠지고 피노키오는 죽게 된다. 한시가 급한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영생을 포기하고, 영속의 모래시계를 깨버린다. 결국, 목숨이 하나 남은 평범한 목재인형이 된 피노키오. 그는 제페토와 스파자투라, 세바스티안 모두를 구하고 목숨을 다한다.
그 모습을 본 세바스타안은 피노키오를 올바른 길로 이끌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며, 그를 돌려달라고 푸른 요정에게 애원한다. 푸른 요정은 그의 말을 인정하고, 세바스티안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며 피노키오는 다시 살아난다. 제페토는 피노키오에게 사랑한다고, 네 모습 그대로 살아달라고, 피노키오는 제페토에게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말한다. 제페토, 피노키오, 세바스티안, 스파자투라는 한 집에서 서로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살아가며 영화는 끝난다.
‘나무와 동화 ’
앞서 본 작품의 감독들 역시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와 개성이 있지만, ‘기예르모 델토로’ 역시 잔혹하고 기괴하지만, 또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어찌 보면 ‘팀 버튼’ 감독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필자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세계가 팀 버튼 감독보다도 진중하고, 잔혹하며 무겁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내내 깔려있는 찝찝하고 불쾌한, 하지만 어딘가 따뜻한 분위기. 이번 작품에서 이 분위기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의 질감이다. 작품의 주인공 피노키오만을 두고 보더라도 정말 나무로 만든듯한 질감이 가히 예술이다. 목각인형 특유의 질감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그 거칠고 불완전한 질감은 피노키오의 아직 완성되지 못한 미숙하고 순수한 자아와 거기서 오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스톱모션 특유의 연출을 통해 물리적 질감이 잘 드러났다. 또한 수많은 크리쳐 디자인을 만들어온 기예르모 델 토로답게 ‘푸른 요정’의 날개나 ‘장의사 토끼들’의 털, ‘바다 괴물’의 피부 등은 사실적이진 않지만, 기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잘 전달했다.
피노키오의 움직임과 카메라 움직임 역시 스톱모션의 특징과 어울러져 특유의 느낌을 만들었다. 목각인형이라는 피노키오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법은 단연 스톱모션일 것이다. 사람과 다르게 유연성이 없는 딱딱한 나무처럼 걸어다니는 피노키오의 움직임은 스톱모션만이 주는 정지된 느낌과 맞물려 절묘하게 작용한다. 카메라 움직임 역시 피노키오를 위주로 다이나믹하게 따라가거나, 공습이나 바다괴물 장면처럼 위험한 상황에서는 정말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더욱 쉬웠다. 이 외에도, 전쟁 중인 이탈리아 마을의 모습이나 바다, 숲 등의 배경을 충실히 구현해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동화의 느낌을 살렸다.‘세상 끝에서 나와’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그의 작품 <악마의 등뼈>나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같이 전쟁이나 냉전시대의 혼란함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곤 했다. 이번 작품 역시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 상황을 바탕으로 동화 피노키오를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다. 피노키오는 작품 내내 제페토에게 그의 죽은 아들 ‘카를로’의 대체재 느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고 피노키오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피노키오는 카를로가 아닌 제페토의 아들 피노키오 그 자체가 된다.
전쟁이나 인신매매, 죽음 등 비도덕적이고 고통스러워서 인간이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 피노키오뿐 아니라, 제페토 역시 성장한 것이다. 순수하지만 따뜻한 피노키오. 이제 필자도 어느덧 자라, 아이가 아닌 어른의 시점에서 피노키오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피노키오를 바라보니,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함을 가진 그가 부러워졌다. 부디 피노키오는 가슴 속 그것을 영원히 잃지 않기를 바란다.
<코렐라인: 비밀의 문 Coraline>
- 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
- 감독: 헨리 셀릭
- 출연진: 다코타 패닝. 테리 해처, 존 호지맨 外
‘꿈 속으로, 꿈 속에서’
새 집으로 이사온 ‘코렐라인 (타코타 패닝 分)’ 그녀에게 새 집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한 이웃들에 찝찝한 풍경, 거기에 계속되는 부모님의 무관심까지. 심심한 코렐라인은 수맥 찾기 놀이를 하다 검은 고양이와 이웃집에 사는 ‘와이비 (로버트 베일리 주니어 分)’를 만나게 된다. 집에 돌아온 코렐라인은 집을 돌아다니다 막혀있는 작은 문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날 밤 어떤 쥐가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고 코렐라인은 따라가게 된다. 코렐라인이 통로를 지나 들어간 곳은 ‘다른 세계’였다. 그곳에는 단추 눈을 가진 ‘다른 엄마 (태리 해처 分)’와 ‘다른 아빠 (존 호지맨 分)’가 있었고, 그들은 너무나 친절했다. 그렇게 다른 세계에 빠져버린 코렐라인은 그곳과 현실 세계를 왔다갔다하게 된다. 그러나 코렐라인에게 그 세계는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웃들과 고양이. 하지만 코렐라인은 이를 무시한다.
평소처럼 다른 세계에 있던 코렐라인. ‘다른 엄마’는 코렐라인에게 이 곳에서 살고 싶다면 눈에 단추를 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 두려움을 느낀 코렐라인은 얼른 잠을 자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 하지만, 눈을 뜨니 여전히 다른 세계였다. ‘다른 아빠’의 말실수로 코렐라인은 다른 세계가 ‘다른 엄마’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녀가 마녀라는 것을 알게된다. 결국 코렐라인은 탈출하려 하나, 다른 엄마가 이를 막아서고 코렐라인이 계속해서 반항하자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코렐라인을 거울 감옥에 가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눈과 생명을 빼앗긴 3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다른 와이비의 도움으로 겨우 현실 세계로 돌아온 코렐라인. 하지만 코렐라인의 부모님은 마녀에게 잡혀간 상태였다.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다시 다른 세계로 돌아간 코렐라인. 그녀는 자신의 눈과 부모님을 걸고, 마녀와 내기를 하게 된다. 세 개의 눈을 찾아야 하는 코렐라인. 그녀는 마녀의 방해에도 세 개의 눈을 모두 찾아낸다. 그러나 내기에 졌지만 마녀는 인정하지 않았고, 코렐라인은 마녀가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문을 열게 유도해, 부모님과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열쇠를 찾기 위해 현실세계로 찾아온 마녀의 손. 코렐라인은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지지만 와이비의 도움으로 마녀의 손을 무찌른다. 결국, 평화를 되찾은 그들. 코렐라인과 와이비 그리고 부모님과 이웃들은 함께 파티를 하고 정원을 가꾸며 영화는 끝난다.
‘이곳에만 있는 너’
‘헨리 셀릭’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는가? 물론, 위에서 만나본 3명의 감독에 비해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가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위대한 애니메이터이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의 연출을 맡기도 했으며, <코렐라인: 비밀의 숲> 말고도 2022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웬델 & 와일드>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실사영화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오고가며 작품 활동을 하던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스톱모션 외길인생을 살아온 헨리 셀릭. 그가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자.
해당 작품 역시 상당한 정성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른 세계’의 환상적인 모습을 위해 많은 풀잎들을 모두 인조털로 만들거나 하나하나 색을 칠해 꾸몄으며, 40 그루의 나무를 직접 만들었다. 또한, 주인공 코렐라인 인형은 28개가 제작되었는데, 10명의 스태프가 3, 4개월의 시간 동안 1개의 인형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머리카락을 표현하기 위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최초로 합성 모발을 사용하는가 하면, 55km가 넘는 촬영장소에 52개의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 130개가 넘는 세트장을 짓는 등 대규모 촬영 구역을 만들었다.
영화 속 장소를 보면, 같은 장소라도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가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대비를 보여주기 위해 각각 다른 거대한 규모의 세트를 만들었다. 특히 작품 속, ‘보빈스키 (이완 멕쉐인 分)’의 서커스와 ‘미스 스핑크 (제니퍼 손더스’), ‘미스 포서블 (돈 프렌치)’의 뮤지컬 공연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300명이 넘는 스텝들이 일주일간 작업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74초 정도만 등장하지만 말이다. 이번 영화도 앞서 소개한 <유령신부>와 마찬가지로 두 대조적 세계를 색감을 통해 강조한다. 현실 세계와 그곳의 인물을 회색과 무채색으로, 다른 세계와 그곳의 인물을 화려한 색으로 묘사한 것이다.
또한 다른 세계에는 따뜻한 조명을 사용해 그 공간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코렐라인이 다른 세계의 숨은 진실을 알아갈수록 그곳의 전체적인 색은 안개가 낀 것처럼 탁해진다. 작품을 촬영할 때 사용된 카메라는 실사 영화에서 쓰이는 카메라였는데, 이로 인해 실사영화와 유사한 구도로 촬영이 가능했으며 극적이고 다양한 촬영기법들이 가능했다. 특히 작품 속 카메라 앵글은 어떤 상황에서, 왜곡되고 비대칭적으로 사용되어 다소 과장되고 극적인 효과를 준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와 비교되는 다른 세계의 기괴함과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화면을 삐딱하게 잡거나, 인물의 신체를 갑자기 꺾어버리는 등 다양한 연출을 시도했다.
‘나와 우리를 찾아서’
영화는 주인공 ‘코렐라인’이 마녀로 대표되는 두려움에 맞서 싸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게 된다. 또한 환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의 차이를 느끼며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내면에 숨은 가치를 발견한다. 마지막에 가족과 친구, 이웃들과 소박하게 파티를 하는 코렐라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쩌면 그녀가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에게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혼자 있는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모아 함께 식사를 하는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바라왔던 순간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만 성장하고 진정한 나만을 찾으려고만 애쓰는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큰 가치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찾았다면, 이제는 내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자. 그들이 있어야 우리가, 우리가 있어야 내가 되는 것이다.
동화와 스톱모션
특유의 질감과 분위기로 특별한 느낌을 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을 보다보면, 어른이 된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어보는 듯한 느낌이 난다. 어른의 생각과 어른의 느낌으로 동화를 보자, 단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생각과 기분이 드는 것처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도 그러하다. 수많은 노력의 날들이 만들어낸 두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한 편. 그 한 편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따뜻함은 동화처럼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4편에 대해 알아보았다. 처음과 마지막에 소개한 영화 <유령신부>와 <코렐라인: 비밀의 문>에 대해 더욱 알고 싶다면 ‘온더플로어’의 팟캐스트 ‘펀치 드렁크 무비’를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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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 리뷰
감독] 윌 베처, 리처드 펠런
출연] 저스틴 플레쳐, 아멜리아 비테일
시놉시스] 먼 우주에서 길을 잃고 지구에 오게 된 꼬마 외계인 ‘룰라’! 우연히 양떼목장의 비글비글 사고뭉치들 ‘숀’과 친구들을 만난다. 달콤한 젤리와 초콜릿이 가득한 지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룰라’를 위해 집을 찾아 주기로 하는 ‘숀’과 친구들! 우주에 가기 위해 ‘룰라’가 잃어버린 UFO를 찾아 나서고 한편 수상한 비밀요원 ‘에이전트 레드’ 일당이 ‘룰라’를 추적한다. 과연, ‘룰라’는 무사히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스포일러 유의#
대사가 없는 영화는 20년 만에 처음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가 애니메이션 작품이라는 것만 알고 방문한터라 당연히 대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단한 착각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5분이 지나도록 효과음, bgm이 다 나오는데 대사가 없어서 친구와 함께 ‘왜 말들은 안해,,, 대사가 없는건가? 말이 없음 어떻게 내용을 이해하나~’라고 얘기를 나눌 정도였다. 너무 어른의 사고방식이었다. 대사가 한마디도 없고, 심지어 등장 캐릭터들이 다 동물이어서 표정이 제대로 드러나지도 않았지만 엄청난 내용전달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텔레파시를 통해 대본을 내 머리 속에 주입시키는 느낌이었달까? 영화의 모든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이 경험이 20년만에 처음 느끼는 새로운 경험이어서 신선했다.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할 때부터는 대부분의 시청각자료에서는 ‘음성’이 가장 많은 정보를 주곤한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본이 8할은 먹고들어간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는 히히히히, 룰라룰라, 메헤헤헤 온갖 의성어만 난무할 뿐 대사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는 하나도 없다. 캐릭터들의 몸짓, 발짓을 통해 그리고 주어진 상황들을 통해서 각 캐릭터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관계를 파악한다. 게다가 이를 어린이와 어른이라는 서로 다른 세대를 동시에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그 표현이 어려웠을텐데 이 작품은 아이와 어른의 공감을 모두 이끌어냈다. 정말 룰라 우주선이 망가지고,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도 없어졌을 때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눈물이 다 날 뻔했다. 대사 한마디 없이도 이렇게 집중해서 본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관계의 변화를 그리다
영화 속 외계인 룰라는 우주 저멀리 다른 행성에서 엄마와 아빠가 자고 있던 사이 우주왕복선 키를 만지작 거리다가 지구에 불시착한다. 이미 여기서부터 사고뭉치라는 가장 느낌적인 느낌이 들 것이다. 피자의 맛있는 냄새에 홀려서 숀을 만나게 되고, 숀가 양들과 함께 재밌게 지내다가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우주선을 찾으러 길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숀은 양들 내에서 사고뭉치였지만 자신보다 레벨이 다른 사고뭉치를 만나면서 룰라의 보호자가 되어 문제가 되는 상황들을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하고, 집으로 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그렇게 처음 불시착한 장소를 찾아낸 룰라와 숀. 하지만 그곳을 기어코 찾아낸 양치기 개 비처. 그들의 앞에 레드요원들이 등장해 우주왕복선을 통째로 기지로 옮겨버린다.
숀과 비처는 항상 앙숙같은 관계였지만 일단 이 기지를 빠져나가기 위해 합심을 하고 룰라와 숀, 비처는 무사히 기지를 찰출해 룰라의 고향으로 방향을 튼다. 하지만 룰라 앞에서는 의젓했던 숀이 비처가 등장하면서 비처가 조작기를 이리저리 누르는 사이 배가 고프다며 스위치를 누르다가 결국 다시 우주선의 방향이 바뀌고, 지구로 불시착하게 된다. 그 충격으로 우주선은 그만 불타고 만다. 룰라의 엄마와 아빠가 담긴 사진도 날아가고, 우주선도 다 타버리고, 룰라의 능력마저 제대로 못쓰는 상황이 되어버리자 룰라는 좌절하고, 숀은 이 상황이 꼭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 양들의 도움을 받아 룰라의 집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파마겟돈의 연극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 숀과 룰라, 그리고 비치와 양들은 힘을 모아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송신기를 위로 올려보내고, 레드요원의 방해에도 결국 송신에 송공하면서 룰라의 엄마아빠가 룰라를 구하러 지구로 날아오는데 성공한다. 룰라는 지구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간다.
숀과 룰라, 그리고 비처의 관계를 보면서 어린아이들의 관계에서 항상 고정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 보였다. 한없이 철이 없을 것 같던 숀도 자신보다 미성숙한 룰라에게는 어른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비처가 나타나면 다시 천방지축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학교를 전학가거나, 이사를 가는 등 새로운 곳으로 이동을 할 때도, 그 이동을 지켜보는 경우도 생길텐데 한 곳에서 좋은 친구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또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자연스러운 이별의 모습도 담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영화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는 여름의 끝자락, 야외에서 잠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상영시간표>
2024. 9. 7.(토) 20:00 롯데몰 9층 잔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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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빈곤층에서 헐리우드 최정상까지, 스칼렛 요한슨 (블랙위도우)
#블랙위도우 #스칼렛요한슨 #어벤져스
2021. 07. 0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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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MCU 첫 여성 히어로
00:50 미국의 빈곤층, 스스로 찾은 꿈
02:53 전환점이 된 배역, 블랙 위도우
04:52 헐리우드 최정상이 되기까지
07:14 3번의 결혼, 그리고 딸
08:29 블랙 위도우 & 페미니스트
09:36 나타샤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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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메인 예고편
아이들의 낙서가 사라져 붕괴 위기에 처한 낙서왕국은
낙서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지구 침공을 시작한다.
낙서왕국의 위험한 작전을 막기 위해
지상의 용사로 선택 받은 짱구는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미라클 크레용’을 얻게 된다.
쓰윽 쓰윽~ 그려 그려~!
짱구가 미라클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자
브리프, 가짜 이슬이 누나, 부리부리 용사가
스케치북 밖으로 튀어나오는데..!
과연, 크레용 용사 짱구는 낙서 용사들과 함께
위험에 빠진 떡잎마을과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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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장미맨션> 메인 예고편
"사라진 언니, 이 곳의 모두가 수상하다"
현실밀착 미스터리 스릴러 <장미맨션> 5월 13일 대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