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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로진2021-08-20 12:03:36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 리뷰

스포가 있습니다.

*


상상력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컨택트>, 그리고 장강명의 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제목이 너무 길어, 이하 '그믐'>을 나란히 놓고 보자.

인간이 외계생명체를 만나면 시간을 초월하는 초능력을 얻는다.

<컨택트>에서는 미래를 볼 수 있게 되고, <그믐>에서도 역시 그렇다.

 

 

외계인의 침공으로 멸망을 맞게 된 인류.

세계연합군 육군 소령 빌 케이지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있다.

재입대의 악몽이 현실이 된 것. 심지어 소령이 아닌 이등병으로.

 

장교 사칭 혐의와 탈영 혐의를 받는 그는 범죄자들이 득실한 J부대로 편성된다.

안전장치를 푸는 법도 배우지 못한 채 실전에 투입된 그는 어떻게든 해 보려 하지만, 가슴에 부상을 입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계생명체의 체액을 뒤집어 쓴다. 

죽은 줄 알았는데 또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끌려 간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또 죽는다. 그리고 또 태어난다.

 

전투 경험도 없던 그였지만,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니 경험치가 쌓여 이제 언제 어디서 외계인이 나타나서 자신을 쥐어팰지 다 외워버렸다.

전장에서 병력을 해변에서 빼내기 위해 리타에게 접근하다가, 죽을 뻔한 리타를 구한다.

그것도 몇 차례 반복된다.

어느 순간 안 봐도 척척 위험 상황을 빠져 나가는 케이지를 보고, 리타는 자기를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지루한 죽음과 깨어남 끝에 리타를 찾아간 케이지.

리타는 어디 이등병 따위가 날 찾아왔냐는 눈빛으로 그를 본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리타는 자신도 그 능력이 있었고, 죽지 않고 살아남아 수혈을 받았더니 그 능력이 사라졌단다.

수없이 죽고 또 죽어 케이지는 점점 더 외계인의 정체에 가까이 간다.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오메가'의 존재도 함께. 

자신이 타임루프를 할 수 있는 이유은 외계인 중 고위 개체인 알파의 체액이 몸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인 거다.

어차피 외계인들은 인간이 무슨 선택을 할지 다 알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으니까.

 

인간에게만 시간은 순차적이지 4차원으로 한 차원만 올려도 시간은 왜곡되고 구부러진다.

우리는 4차원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감각적으로만 알 뿐이다.

아마 4차원의 나는 내가 이 글을 어떻게 쓰고 마무리할 것인지 다 알고 있을 터.

 

수많은 실험이 지루할 정도로 계속 반복된다.

매순간 죽었다 살아나야만 하는 케이지도 지루했을까.

이 영화 역시 무간지옥으로 빠지는 것만 같다. 죽지도 못하고 다시 살아나서 그 고통을 또 감내해야 한다.

 

무수한 시간을 반복하고 반복하다 방법을 찾은 그는 J분대를 이끌고 루브르박물관(오메가가 있는)으로 향한다.

분대원의 희생으로 리타와 둘만 살아남은 케이지.

수류탄과 함께 오메가 쪽으로 몸을 날린다. 참으로 헐리웃스러운 연출이다.

 

푸르른 액체가 케이지의 몸을 휘감고, 케이지는 죽는... 줄 알았지만 또 살아나, 다시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깬다.

자, 영화가 끝날 무렵의 톰 크루즈의 눈빛을 봐야만 하니 여기까지 이야기하도록 하자.

 

<컨택트>에서는 외계인의 문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된다.

있지도 않은 딸의 죽음. 그 고통은 주인공에서 현실인 것처럼 생생하다.

 

<그믐>에서는 이런 부분이 있다.

너 참 타이밍 기가 막히다. 여자가 겨우 웃으며 말했다. 이게 우연인 것 같지? 남자도 웃었다.

'우주알'이라는 게 소설 속 남자의 몸에 들어가는 바람에 남자는 시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라는 대사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란 한없이 낭만적인 존재여서, 끝없는 타임루프 끝에도 한 사람을 사랑한다(그런 스토리가 사랑받는다).

그러고 보니 <어바웃 타임>과도 비슷하다.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만났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끝없이 죽고 다시 태어났는지도.

 

고작 사랑 때문에, 라고 말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한심하게도 거의 모든 일이 사랑 때문이었다.

그러나 끝이 없는 천국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

작성자 . 김로진

출처 . https://brunch.co.kr/@delivery-k/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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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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