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4-10-01 10:28:43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가족 이야기, 영화 <위국일기>
영화 <위국일기> 리뷰
<위국일기(違国日記)>는 갑작스럽게 함께 살게 된 이모와 조카가 서로를 이해하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일본 영화입니다. 소설가 마키오는 소식을 끊고 지내던 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합니다. 그곳에서, 고아가 된 조카 아사를 두고 ‘버려진 대야 같은 신세’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모습을 본 마키오는 충동적으로 아사를 맡기로 결심합니다.
‘위국일기(違国日記)’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어긋난 나라의 일기’입니다. 이 제목은 이모와 조카의 태생적 거리감과 서로의 성격과 생활방식이 달라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두 사람이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같은 제목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가족과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차분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주연을 맡은 아라가키 유이(이모 역)와 하야세 이코이(조카 역), 카호(이모 친구 역)의 섬세한 연기는 마치 그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감독의 서정적인 연출 역시 이들의 일상을 조용히 담아냅니다.
씨네랩의 영화 크리에이터로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받아 좋은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위국일기>는 일상 속에서 각자가 품고 있는 외로움과 상처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모와 조카의 복잡한 감정선과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을 담아낸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Relative contents
-
- 5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그녀가 죽었다>는 변요한과 신혜선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개봉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섰습니다. 관음증 스토커, 노출증 SNS 중독자 그 속을 파헤치는 영화!
장기흥행을 이어가는 <범죄도시4>를 꺾고 1위에 올라설 수 있을까요?
<범죄도시4>가 개봉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습니다. 신작들의 개봉 소식에도 1위를
유지하며 <범죄도시3>의 최종 스코어인 1,068만 명을 뛰어넘을 전망입니다.
한편 신혜선, 변요한 주연의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는 개봉 이후 첫 주말을 맞아 24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위에 올랐으며,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15만여 명을 동원하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신작 <이프: 상상의 친구>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를 연출한 존 크래신스키, <데드풀> 시리즈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조합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3500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매출액 1억 달러를 기록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2위, <스트레인저: 챕터 1>이 3위를
기록했습니다.
-
- 금기에 도전하는 쾌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60대 여성 '낸시(엠마 톰슨)'. 교직에서 퇴직하고 아이들마저 성인이 되어 자신을 떠나 홀로 남게 되자 그녀는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인생의 숙원이었던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이 없으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갖기로 한 것. 그런 그녀의 앞에 젊고 매력적이며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맥)'가 나타난다. 마침내 버킷리스트가 현실이 되려는 찰나에, 긴장해서인지는 몰라도 낸시는 리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리오도 유려하게 답하며 그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대화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두 남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생의 방향성을 둘러싼 고민에 직면한다.
8월 11일에 개봉하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다.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익숙한 대배우 엠마 톰슨이 처음 노출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자, 성매매자들의 이야기를 양지에서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고, 성을 사는 이가 중년 여성이고 파는 이가 청년 남성이라서 거듭 예상을 빗겨나가는 영화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도 선정적이고 논란으로 가득한 영화일 것 같다고 느낌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첫인상만으로 평가받기에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를 관통하는 주제의 가치가 눈에 밟힌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매수자와 성매매자가 네 차례에 걸쳐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상 밖의 사람을 만나 수십 년간 자신을 감싸고 있던 금기라는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오는 부화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목적이 단지 성적인 만남을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낸시와 리오의 첫 만남에서부터 두드러진다. 카메라가 리오 그랜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낸시가 아니라, 서비스의 존재 자체에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평생 사회의 규칙을 충실히 따른 인물이다. 은퇴한 60대 종교 교사였던 그녀는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과 스페인에서 예술을 하는 딸을 하나씩 두고 있고,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했으며, 자신의 오랜 커리어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그런 그녀는 리오의 서비스를 예약하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러면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반응을 보인다.
낸시는 우선 섹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섹스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담대하고 솔직히 드러낸다. 그간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 대신 남편의 쾌감만을 우선시했던 그녀는 경험한 상대방의 수나 다양한 체위에 대해 물어본다. 리오의 청산유수 같은 대답을 들으면서 그녀는 완벽해 보이던 자신의 삶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리오보다 오랜 기간을 살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그래서 공허한 것들이 많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만약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녀를 감싸고 있던 알과 껍질들은 더 강해졌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리오 그랜드를 만나면서 낸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새롭게 눈을 뜬다. 그래서 그간 억압된 삶을 살던 그녀는 리오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크게 변하기로 결심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섹스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리오를 궁금해한다. 낸시는 수십 년간 자신의 삶을 구성한 원칙과 신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리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더 알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리오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서는 용기와 결함이 동시에 느껴지고, 깨달음만큼이나 깊은 고정관념과 편견도 함께 드러난다. 낸시는 리오가 숨기려 했던 사적인 정보를 캐내고, 호텔방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고 착각하며, 당당하게 직업을 밝히며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보라고 말한다. 정작 그녀가 모범적인 삶을 사는 아들을 지루해하고 정반대로 열정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딸을 골치 아파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조언은 리오에게 모순적이다.
이는 모든 갈등이 끝난 뒤, 호텔방이 아닌 호텔 커피숍에서 리오를 만난 다음에야 낸시가 난생처음 오르가슴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리오와의 섹스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마치 그녀가 섹스로 상징되는 스스로를 향한 억압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타인에게 지닌 고정관념과 편견마저도 떨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한 단계 성장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섹스와 성매매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트리거에 불과할 뿐, 성을 비롯한 다양한 금기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개인들이 비로소 금기를 깨고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영화는 진정으로 그려내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그렇기에 리오에게 이별을 고한 낸시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바라볼 수 있다. 단순히 섹스라는 금기에 갇혀 있지 않고, 60여 년간 살아온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마저 되돌아보는 것이다.
낸시의 섹스 파트너인 리오 그랜드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사실 상당히 신선한 캐릭터다. 열의를 다해 감정적으로 건강한 쾌락을 주고자 하는 파트너는 스크린에서 쉽게 만나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건강한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낸시에게 진정한 섹스의 의미를 알려준다. 그는 섹스, 접촉, 쾌락의 관점을 모든 소통으로 확대한다. 섹스는 언제나 대화의 일부이며 친밀감과 교감을 향한 갈망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되짚어 준다. 비록 그의 직업은 윤리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섹스를 바라보는 리오의 시각만큼은 교과서적으로 건강하고 개방적이다. 그 덕분에 수치심을 느껴야 하고 통제해야 하고 몸을 가꿔야 한다는 규칙 하에서 살던 낸시는 자신의 신체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뀐다. 사실 리오는 가족들에게 석유 회사에 다니면서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석유 탐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놨는데, 이는 리오의 직업과 일맥상통하며 꽤나 섹슈얼한 알레고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그조차도 낸시와의 만남 이후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또 다른 억압과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세대가 다르면 섹스와 쾌락에 관한 이해도 다른데, 영화는 이를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 낸시와의 네 차례에 걸친 만남과 대화, 그리고 갈등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분기점이 된다.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에게 문란한 모습을 보인 후 가족과 의절하며 성적인 수치심을 겪은 바 있는 리오. 이처럼 어머니와 연관된 깊은 상처는 자기 일을 잘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쾌락을 개방적으로 탐색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오에게 낸시와의 갈등과 말다툼은 또 다른 기회가 된다. 그는 본래 자신의 과거사를 고객에게 절대 밝히지 않는다. 다름 사람과의 다양한 육체관계와 소통을 즐기면서도 그 선을 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하지만 낸시를 만난 그는 때로는 규칙을 어기며 인간적 교류를 하고, 그 과정에서 그가 낸시에게 알려주었듯이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해서 완전히 단절되었던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펼치고, 리오 그랜드라는 가명 대신 그의 진짜 이름을 알아낸 낸시를 다시 만나며, 본인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한다.
이처럼 두 남녀가 진정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호텔 방이라는 한 공간에서 진행되기에 더욱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질감이 느껴지는 푸른 카펫과 소파, 베개처럼 관능성이 느껴지는 가구들의 배치가 눈길을 끈다. 또 그 방 안에서도 나뉘어 있는 공간들의 기능도 흥미롭다. 호텔 방 안의 공간은 크게 소파, 침대, 거울, 화장실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소파에서는 낸시와 리오가 서로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침대에서는 모험에 나선 낸시의 과감한 도전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한편 화장실은 잠시 그들이 호텔 밖 현실을 만나는 공간이자 순간이다. 딸에게 걸려 온 전화를 낸시가 화장실에 받는 사이에 어떻게 하면 더 섹시해 보일까 하고 고민하는 리오의 짧은 고뇌를 담아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거울에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마인드의 변화를 새삼 깨닫는 낸시의 사색과 해방의 쾌감이 담겨 있다.
하지만 눈길은 이내 방의 한쪽 면을 모두 차지하는 창문으로 향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더라도, 넓디넓은 창문에 담기는 조명과 풍경의 변화는 마치 외부 세계의 이야기들을 실내 공간 안으로 미묘하게 끌어들이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만남에서는 맑기 그지없었던 창문 속 날씨는 선을 넘은 낸시와 개인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리오가 다툼을 벌일 때 비로 가득하다. 이처럼 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은 마치 낸시와 리오의 몸에 대한 비유 같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투사하느냐에 따라 호텔방은 대화의 공간이었다가 도전하는 공간이고, 갈등하고 싸우는 장소였다가 쾌감으로 가득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몸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보면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참으로 스마트한 영화라고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물론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그 자체로 논란일 작품이다. 소재이자 발단인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의 연장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들을 둘러싸고 구매자가 판매자의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성은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남성과 달리 남성의 성을 구매하는 여성은 자신이 구매자이지만 판매자인 남성에게 우위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과 젠더 권력의 우열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성매매에 대한 전통적인 문제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신선하다. 사실 여성의 신체는 남성의 신체보다 자주 스크린에 전시되고 소비된다. 그런데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남성의 성과 신체를 판매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문화적 서열을 역전시킨다. 덕분에 성매매를 둘러싼 옹호와 부정 사이에서 성매매를 매개로 만난 두 남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난다. 물론 시작점이 성매매이기에 그 관계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는 것은 여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불호를 이유로 눈길을 안 주기에는 금기 내지는 성역이라 여겨지는 소재를 이용해 보편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도전적인 스토리텔링의 맛이 찰진 것도 사실이다. 소피 하이드 감독이 데뷔작 <52번의 화요일>로 제30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은 이유가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발칙한 소재를 끝까지 끌고 가는 뚝심이 빛난다
-
- ? 7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해양 범죄 활극 <밀수>외 개봉을 앞둔 영화 총 4편을 소개합니다.
같이 시작해볼까요~?
밀수
Smugglers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29분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개봉: 2023.07.26.
배급: ㈜NEW
시놉시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 먹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김혜수)는 바다 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린 해녀 '진숙'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고 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물길을 아는 자가 돈길의 주인이 된다!
CINE PICK!
7월 18일 진행된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밀수>는 한국의 최고의 액션영화를 만들어낸 류승완 감독의 수중액션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하지만 뚝심있는 스토리와 찰진 대사, 재치있고 촘촘한 연출, 뛰어난 영상미 등 ‘충무로 액션 키드’라고 불리는 류승완 감독의 2년만의 복귀작입니다!
헌티드 맨션
Haunted Mansion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판타지, 코미디 | 미국 | 123분
감독: 저스틴 시미엔
출연: 킨스 스탠필드, 티파니 해디쉬, 오웬윌슨 등
개봉: 2023.07.26.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뉴올리언스의 대저택으로 이사 온 ‘개비’와 아들 ‘트래비스’. 겉모습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엔 알고 보니 999명의 유령이 살고 있다. 유령들을 내쫓아 달라는 ‘개비’의 요청에 저택으로 모여든 겁 없는 유령 전문가들. 하지만 호기로움도 잠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에 사투를 펼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유령들을 쫓고 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집에 함께하시겠습니까? 출구는 없습니다!
CINE PICK!
<헌티드 맨션>은 999명의 유령이 살고 있는 뉴올리언스 대저택으로 이사 온 개비와 아들 트래비스, 그리고 이들을 내쫓기 위해 저택으로 모여든 겁 없는 유령 전문가들의 기상천외한 사투에 대해 다룬 공포 코미디 영화입니다. 디즈니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헌티드 맨션>은 디즈니 테마파크에 있는 동명의 어트랙션을 새롭게 각색한 영화이며 이미 지난 2003년 동명의 제목으로 제작된 이력이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Greenhouse
ⓒ 네이버영화
개요: 번죄 | 한국 | 100분
감독: 이솔희
출연: 김서형, 양재성, 안소요 등
개봉: 2023.07.26.
배급: ㈜트리플픽쳐스
시놉시스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문정’은 아들과 함께 살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 위해 간병인 일을 한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화옥’을 돌보다가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병원에 연락을 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울리는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문정’은 아내의 시체를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모르는 시각 장애인 ‘태강’을 속이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CINE PICK!
단편영화 제작후 연출부를 거쳐 <비닐하우스> 장편영화 데뷔를 한 이솔희 감독은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왓챠상 cgv상, 오로라미디어상을 차지하였는데요 출연하기만 하면 열연을 보여주는 김서형 배우가 요양보호사 ‘문정’역을, 최근 <더 글로리>에서 피해자 역할로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안소요 배우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순남’역을 맡게되었다고 합니다. 김서형 배우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뉴스에 나오는 안타까워했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맞닥뜨리고 싶지 않고 회피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붉은사막
Red Desert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이탈리아, 프랑스 | 117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출연: 모니카 비티, 리처드 해리스 등
재개봉: 2023.07.26.
배급: 일미디어
시놉시스
이탈리아 북부의 공업도시인 페라라에서 남편과 아들과 평범하게 살아가던 줄리아나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정이 불안해진 줄리아나는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에 문제를 느낀다. 그리고 남편의 직장 동료인 코라도를 만나 육체적 관계에 빠져드는데…
CINE PICK!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첫 컬러 영화로 의도적으로 선명도를 떨어트리고 현대 문명의 낯선 풍경을 드러내며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환경 오염문제를 드러낸 작품입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영화 <정사>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대 영화 최우의 거장이라고도 불립니다.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에서 모두 최고상을 거머쥔 감독이며 <붉은 사막>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을 26일 재개봉으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
BL Metamorphosi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18분
감독: 카리야마 슌스케
출연: 아시다 마나, 미야모토 노부코 등
개봉: 2023.07.26.
배급: 홀리가든
시놉시스
인간관계에 서툰 17세 여고생 ‘우라라’. 방과 후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바로 BL만화를 보는 것이다. 남편을 떠나보낸 후 혼자가 된 75세 할머니 ‘유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예쁜 그림체에 홀려 집어 든 만화책은 다름 아닌 BL만화였다. 마음을 적시는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로 58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 급속도로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고, 은밀한 덕질 라이프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게 되는데… 덕심으로 대동단결! 덕톡으로 꽃 피어난 세대초월 영혼의 덕질 메이트가 찾아온다
CINE PICK!
우연히 BL 만화책을 구입한 할머니와 서점 직원의 따뜻하고 순수한 우정을 엿볼 수 있는 영화로 남편의 죽음뒤 외롭게 살고 있는 75세 여성 유키와 수줍은 많은 17살 고등학생 우라의 묘한 우정을 쌓아가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
- [BIFAN 데일리] 영화적 상상력에 담긴 한국 사회의 못난 민낯
Summary
예진은 20대의 외모를 지녔지만 실제 나이는 70대 중반이다. 원폭 피해를 당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후유증으로 ‘늙지 않는 병’을 앓고 있는 예진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영생인’으로 불리며, 사회적 차별을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예진은 모델 일을 하며 당당하게 사회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고자 하고 가상의 일본 방송국 ‘메이지TV’는 그런 예진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다.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Cast
감독: 김상훈
출연: 강서하, 안주영
유한한 인생을 타고난 인간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삶과 죽음, 영생과 불멸, 전생과 환생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저를 한 방에 녹 다운시키는 필살기 소재입니다. 인간의 유한함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영화적 상상력이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영생인>이라는 제목에도 끌리지 않을 수 없었던 거겠지요. '영생과 관련된 영화' 하면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열연한 <인 타임>이라는 작품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인 타임>에서는 부자일수록 영생을 누리는 세상을 그렸는데, 한국 감독은 '영생'을 소재로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 <영생인>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 ⊙ ⊙
<영생인>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입니다. 일본 방송의 한 다큐멘터리 팀이 한국에서 모델로 일하고 있는 '예진' 씨를 취재하러 한국에 찾아왔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하죠. 영화는 정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일본 방송의 양식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일본어 자막도 달려있고, 내레이션도 모두 일본어입니다. 처음엔 놀랍도록 진지한 이 고증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그것이 알고 싶다' 에피소드 한 편을 볼 때처럼, 이야기에 푹 빠져든 저 자신을 발견했죠.
평범한 청년처럼 보이는 '예진'은 사실 '영생인'입니다. 얼굴은 20대지만, 실제로는 1945년에 태어나 나이가 70세를 훌쩍 넘었습니다. 영생인은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한국인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간접피폭자, 즉 돌연변이였습니다. '예진'과 같은 사람들의 특징은 일반 사람보다 성장 및 노화 속도가 지극히 느리다는 것. 아직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영생인'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영생인들은 '비정상적인' 자신들을 향한 눈초리를 견디며, 괴물, 흡혈귀라고 혐오 당하는 일상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일본 다큐멘터리 팀이 취재하는 '예진'은 차별과 핍박에 맞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영생인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취재하면 할수록 '예진'은 동정과 연민을 일부러 자아내는 듯한데요.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을 따라 흘러가는 영화는 그녀의 동생이 등장하며 절정에 치닫습니다.
⊙ ⊙ ⊙
(※스포일러 주의) 극의 후반부에서 '예진'은 사실 불쌍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영생인이 아니라 영생인 집단의 꼭대기에서 정부의 지원금을 가로채고 다른 영생인들을 억압해 온 악독한 리더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예진'은 비난의 시선을 보내는 다큐멘터리 팀을 향해 모두가 편견인 줄 알았던 영생인의 진실, 흡혈귀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영생인들을 폭력과 억압으로 제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속사정을 토해냅니다.
이 지점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영생인>은 객관적 진실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극 중 다큐멘터리 PD는 사회에서 배척되어 공동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예진'과 영생인 집단을 좌지우지하는 악독한 리더로서의 '예진', 그리고 그것이 흡혈귀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하는 '예진'을 모두 편집 없이 방송에 담기로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객관적 진실인지 감히 단정할 수 없다면서 말이죠.
이런저런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때로 저게 과연 진짜 진실일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픽션 영화와 달리 현실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는 리얼리즘 장르입니다. 그렇기에 관객은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전적으로 사실이라 믿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야말로 사람들의 믿음을 발판 삼아 진실을 교묘하게 조작하기 용이한 장르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다양한 사실을 포착해 종합했다고 해서 그게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을 종합한 사람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진실을 완전히 알고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요? 과연, 진실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 ⊙ ⊙
<영생인>은 '영생'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고질병들을 꼬집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이상성, 정상성만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 같은 것들이죠. 자신과 다르다면 아예 부정해 버리는 것이 속 편하다는 듯, 괜히 지지했다가 사회적 고립을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듯, 사람들은 영생인을 모질게 괴롭힙니다. 하물며 영생인이 괴물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정부는 영생인을 40년이 넘도록 산속 어귀 수용소에 가둬둡니다.
평범하더라도 다수는 힘을 갖고, 부러워할 법한 능력(영생)을 갖추고 있더라도 소수는 쉽게 배척당합니다.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엄연한 존재하는 사람들을 쉽게 지워버리는 다수의 횡포는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년 퀴어 축제가 개최될 때마다 바로 앞에 서있는 성소수자의 얼굴에 대고 혐오 발언을 퍼붓는 우리 사회의 모습처럼요.
그 밖에도 <영생인>에는 한국의 사회 문제들이 속속 숨어있습니다. 공론화는 되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각종 인권 문제, 저임금 일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조선족의 노동 실태, 고작 1.5평 남짓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한국만의 주거 형태인 고시원의 빈곤 문제까지. 또 일본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한국인 피폭 피해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뿌리 깊은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절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영생인>은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창조한 '영생인'이라는 집단과 엮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끄집어냅니다.
⊙ ⊙ ⊙
역시 '이상해도 괜찮'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걸맞은 영화입니다. 만화 작가 출신 감독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매 장면이 더 흥미로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젠가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영생'을 소재로 하는 색다른 시선을 담아낸 이 작품에 관해 더 많은 분과 함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Schedule in BIFAN2023.06.30(금) CGV소풍 4관 16:302023.07.04(화) CGV소풍 11관 17:002023.07.06(목) CGV소풍 5관 13:30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 06월 29일 - 07월 09일
-
- 우연의 운명성 속에서 흩어지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진심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3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영화 <우연과 상상>은 그 제목에 걸맞게 생각지도 못한 우연에 기대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연한 사건’은 영화에서는 물론 실제 삶 속에서도 종종 중요한 구심점이 된다. 다만 이야기 속의 우연은 압축된 시간의 흐름 안에서 필연적인 운명의 속성을 띤다. 대화와 우연을 동력으로 흘러가는 3개의 이야기 속에서 진실 혹은 진심은 흩어지는 듯하나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간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우연과 상상>을 통해 진실과 소통에 대한 낯익은 주제의식을 가볍고 다채롭게 변주한다.
비밀에 부친 진심의 유출
영화 속 인물들이 숨기고자 했던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고 공개된다. 공개되는 대상과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도 꼭꼭 숨겨진 비밀은 없다.
<제1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에서 패션 모델인 메이코(후루카와 코토네)는 함께 일하는 츠구미(현리)에게 한 남자와의 이야기를 듣고 기시감을 느낀다. 츠구미와 애무와도 같은 깊은 대화를 나눈 상대는 메이코의 전 남자친구 카즈아키(나카지마 아유무)였다. 메이코가 숨기고자 한 진심은 영화 속 인물이 아닌 관객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나고야 만다.
<제2화 문은 열어둔 채로>. 아이를 낳고 뒤늦게 대학에 입학해 동성 친구가 없는 나오(모리 카츠키)는 사사키(카이 쇼우마)와 비밀리에 섹스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깐깐한 세가와(시부카와 키요히코) 교수 때문에 장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사사키는 나오에게 세가와 교수를 함정에 빠트리라고 지시한다. 나오는 세가와 교수의 아쿠타가와 수상을 핑계로 교수실로 향한다. 교수실의 문은 열려 있었지만 꽤 선정적인 이들의 대화는 나오의 휴대폰에 고스란히 녹음된다. 이 녹음 파일은 작은 실수로 잘못 전해지고 만다.
<제3화 다시 한 번>은 20년 동안 전하지 못했던 진심에 관한 이야기다. 20년 만에 동창회에 나간 나츠코(우라베 후사코)는 도쿄로 돌아가려는 찰나 보고 싶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 하지만 20년 동안 전하지 못했던 감정과 진심 어린 말은 당사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여기저기로 흩어져 버리는 진심들을 보고 있자면 안타깝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이미 <해피 아워>(2015)와 <드라이브 마이 카>(2021)를 통해 진실한 소통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바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 <우연과 상상>은 소통과 이해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진실 혹은 진심 그 자체인 듯하다. 세상에 비밀이 있을 수 있을까. 진심을 숨길 수 있을까. 비밀에 부치고 싶었으나 본의 아니게 드러나게 되는 진실 혹은 진심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우연과 상상을 통해 진심들은 그들이 가야 할 곳을 향해 움직인다.
우연의 운명적 속성
앞서 말했듯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번에도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극을 이끌어 간다. 메이코와 츠구미는 택시 뒷좌석에서 바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수실에서 나오와 세가와 교수는 소설에 대한 대화를 한다. 나츠코는 친구와 손을 마주 잡고 대화한다. 두 인물 간의 대화에 정신없이 빠져들다 보면 사건은 어느새 일단락 된다. 세가와 교수는 자신의 소설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말이 그것을 원했”다고. 말이 말을, 글이 글을 불러오는 말과 글의 영화다. <우연과 상상> 속에서 말은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있다는 듯이 움직인다. 말과 글로써 퍼지고 흩어지는 비밀들로 우연은 예정된 예언처럼 한발 앞서 이들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관객은 우연의 몇 발자국 앞에서 이를 예감하게 된다.
각 이야기의 인물들은 자신이 바라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기대했던 상상은 수많은 우연으로 인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메이코는 말한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을 믿어볼 생각 있”느냐고. 그건 본인조차 종잡을 수 없는 메이코 자신의 마음이기도 하고, 우리 앞에 펼쳐진 우연이기도 하다. 우연은 그렇게 운명처럼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연이라기보다 운명에 가까운 관계들이 나오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이를 우연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눈앞의 우연을 운명이라고 명명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처럼 제3의 눈으로 보아야 마침내 그것이 운명이었음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이들은 말 그대로 전지적 시점으로 우연이라는 것의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진심과 진실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된다. 기록은 인간이 순간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메이코는 자신의 마음을 사진을 찍음으로써 기록한다. 나오는 녹음으로 둘의 대화를 기록한다. 아야와 나츠키는 일종의 역할극을 통해 기억에 각인한다. 어찌 되었든 진심을 담을 곳을 찾아 남기는 것, 그것이 기록이다. 기록은 순간을 포착하고 남김으로써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남는다.
세번째 이야기 <다시 한 번>은 ‘제론’이라는 소프트웨어 바이러스에 의해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가 유출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 이야기 속 두 사람은 역할극을 통해 기억을 새롭게 재현한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추억을 새롭게 기록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기록은 앞선 기록과는 사뭇 다르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 시절로 회귀한 시대에서 두 사람은 진심이라는 정보를 서로에게 공개해 버린다. 물질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서로의 마음에 기록한 진실은 마침내 마음의 깊은 구멍을 메우게 된다. 우연에게 길을 내어주고 진심을 막지 않고 손을 맞잡음으로써 끝내 자유로워진다.
-
- 비극적인 여성의 삶은 반복되는가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마지막에서 두번째 황후)인 엘리자베트의 삶은 오스트리아의 관광 상품이자 미디어에 끊임없이 소환되는 소재다. 당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는 극한의 미와 함께 비극적인 삶의 궤적은 많은 예술가들을 설레게 했을 테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tv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을 탄생시켰다. 귀족 혹은 왕족의 삶 자체가 서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호화롭고 화려하지만 자유를 빼앗긴 채 불행하게 살아간다는 서사는 실화 기반일 경우 그 비극이 극대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끊임없이 스크린으로 소환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의 인물인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삶은 영화 <다이애나>, <스펜서>를 통해 이미 두 차례나 영화화되었고 앞으로도 수많은 영화 산업가들의 영감으로써 활동할 예정일 테다. 그런데 <코르사주>를 통해 영화화된 엘리자베트의 삶은 마치 <다이애나>와 <스펜서>를 섞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엘리자베트의 삶 자체가 다이애나의 삶과 평행이론을 이루기라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창작자들의 게으름이 기저에 놓인 탓일까.
20세기의 인물인 다이애나와 달리 엘리자베트는 19세기의 인물이기에 영화에 오스트리아 궁정을 화려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진다. 영상 매체에서 영상미를 뽐낼 수 있는 시대는 창작자의 구미를 자극한다. 이에 더불어 극단의 체중 관리로 인해 큰 키에 깡마른 몸매를 유지한데다 임신기간 이외에는 항상 코르셋을 착용한 탓에 암살당했을 때조차 칼에 찔린 줄도 몰랐다는 엘리자베트의 일화는 영화 미술팀을 설레게 하는 소재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클리셰적이게도 영화 제작자들은 이런 화려하고 아름다운 삶 뒤에 숨겨진, 자유를 빼앗긴 채 정신질환에 시달린 소녀감성의 소유자 황후를 소환하고 싶어한다. 근친에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자라면 더 좋다. <스펜서>의 다이애나는 헛것을 끊임없이 보고 <다이애나>의 다이애나는 진실한 사랑을 꿈꾸며 다른 남자의 품을 찾았다. 엘리자베트와 다이애나 모두 실존 인물이고, <스펜서>가 상당 부분 각색에 기대고 있긴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감안할 때 영화화 방식이 아닌 삶이 반복되는 것이라는 변명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트와 다이애나는 분명히 별개의 인물이다. 두 인물의 일대기를 비교해 볼 때 다이애나비와 엘리자베트는 결코 평행이론에 등치시킬 수 없는 삶을 살았다. 부모로서는 실격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엘리자베트와는 달리 다이애나는 자신의 아이들이 유모와 더 친해지는 것을 싫어해 유모를 해고한 적이 있을 정도다. 아이를 낳은 후로는 남편에게 정부를 들여주고(영화에 이 장면이 등장한다) 호화로운 여행을 다녔던 엘리자베트와는 달리 다이애나는 이혼 후에도 자선 활동을 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19세기의 인물인 만큼 20세기의 인물인 다이애나보다는 폐쇄적인 삶을 강요당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트와 다이애나를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폐쇄적인 황실에서의 삶과 비극적인 죽음, 세간의 관심(특히 외모에 치우쳐진)을 제외하면 사실상 엘리자베트와 다이애나는 상당히 다른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트와 다이애나를 다루는 미디어의 방식은 놀라울 만큼 흡사하며, 방식을 떠나 미디어가 집중해온 삶의 시기마저 비슷하다.
다이애나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이혼, 그리고 수많은 염문들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며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가 <다이애나>다. 혹평 세례로 마무리되었던 이 영화는 불행했던 다이애나비의 삶에서 한 줌의 위안을 주었던 비밀 연인을 다룬다는 점에서 <코르사주>의 엘리자베트가 사촌과 승마 친구 등과 바람을 피우는 장면에 등치된다. 감독의 상상력이 많이 덧붙여지긴 했지만 영국 황실의 비합리성(
추운 겨울에도 그놈의 전통을 들먹이며 애들도 있는데 난방도 안해준다든지..)을 폭로하며 다이애나비의 불행했을 황실에서의 삶을 묘사한 영화가 <스펜서>다. <다이애나>와는 달리 호평받았고 주연으로 열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가 특히 찬사를 받았지만 호화로운 삶 뒤에 숨겨진 다이애나비의 불행한 삶을 묘사하는 데 정신질환을 이용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는데 이는 평생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며 정신병동의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코르사주> 속 엘리자베트의 모습과 겹친다. 20세의 나이로 결혼해 아이를 둘 낳을 때까지 아이들만을 바라보며 혼인 생활을 유지했고, 결코 놓아줄 것 같지 않았던 영국 황실을 떠난 후에도 자선 활동을 이어갔던 다이애나비의 행적을 고려해 볼 때 정신질환을 앓을 만큼 다이애나비가 나약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펜서>는 불행한 다이애나비의 삶을 그리기 위해 다이애나가 낡은 스펜서 저택에서 헛것을 본다는 쉬운 설정을 선택했다.왕족 혹은 귀족 출신으로 자유를 박탈당한 여성들의 삶을 그려내는 데 있어 영화들이 지겨울 만큼 비슷한 전략을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이들은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조차 여성의 신분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불행 포르노를 취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어머니로서의 위치를 거부하고(자식들 입장에서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이유겠으나) 경호원 하나 없이 시녀들만을 거느린 채 자유롭게 여행을 다녔다는 엘리자베트나 스펜서 가문의 부와 엄청난 이혼 위자료를 갖고도 자선 행적을 보인 다이애나비의 삶은 다채롭게 그려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위시한 온갖 미디어는 이들의 불행에만 포커스를 맞춘다. 하지만 왕족과 귀족이 아니라도 사람의 삶은 행복과 불행의 집합체다. 그 중에서 무엇을 골라 집중할 것인지는 온전히 창작자의 역량이며, 여성 인물들이 유독 불행에 포커스가 맞춰진다면 그 진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화려한 왕실을 떠나 다양한 세상을 구경한 엘리자베트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세상에 사랑을 전하려 했던 다이애나비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소환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여성 작가들의 전기를 그릴 때 유독 로맨스나 어머니로서의 삶에 포커스가 맞춰져온 것처럼(<비커밍 제인>, <메리 셸리>, <아스트리드>) 여성 귀족들의 삶은 화려함과 불행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꽂힌다. 하지만 우리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실은 매우 검소한 왕비였으며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다른 인물을 놓고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창작자들은 자신의 창조력을 의심해야 하며,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중들은 역사 교육을 의심해야 한다. 엘리자베트도 다이애나비도 결국은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했으며, 그 인간의 삶은 깊고 넓은 행복과 불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머리칼을 자르고 자유롭게 춤을 추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을 대체 역사로 선택한다고 해서, 결혼 전 성인 스펜서를 자의로 선택하는 다이애나비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해서 창작자의 나태가 가려질 수는 없다.
*본 리뷰는 씨네랩 시사회 초청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 다우렌의 결혼 - 완성도보다는 힐링과 성장에 집중하다
-
입봉을 꿈꾸며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조연출 ‘승주’. 하지만 현지의 고려인 감독 ‘유라’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예정된 결혼식을 놓치게 되며 다큐멘터리 촬영에 문제가 생긴다. 한국에서는 연출을 해서라도 다큐를 완성해 오라는 압박을 가하는데... 이때 ‘승주’의 다큐멘터리 촬영을 돕던 ‘유라’ 감독의 삼촌 ‘게오르기’는 가짜 신랑, 신부를 구해서 결혼식을 찍자고 하며 ‘승주’가 신랑 ‘다우렌’이 된다. “지금부터 가짜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다큐 찍는 게 맞나…?
-
- ?씨나병의 영화정보 #2? ?언론 배급 시사회가 궁금하다고?!?
?씨나병의 영화정보 #2? ⠀ ?두번째 주제? ⠀ ?언론 배급 시사회가 궁금하다고?!⠀
-
- 영화 <퍼펙트 스틸> 30초 예고편
비슷한 일상에 지쳐 있는 국선 변호사 ‘캐시’.
어느 날, 그의 클라이언트인 ‘리아’가 찾아와
경매에 나온 수상한 SUV의 이야기를 해준다.
SUV에는 1,500만 달러 어치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것.
이에 ‘캐시’는 아무도 모르는 새에 마약을 챙기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데…
-
-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티저 예고편
“나도 쿨해질거야 이제!”
3년 동안 지지고 볶은 남자친구 ‘정민’에게 가.짜. 이별 통보를 한 지
30분 만에 한 개의 캐리어와 함께 집에서 쫓겨난 밀.당.실.패 취준생 ‘하늘’.
이별 1일차, 갈 곳 없어 무작정 쳐들어간 친구 ‘봉식’의 옥탑방에서
헤어진 연인과 쿨하게 밀당을 이어보는데…
“내가 하는 건 다 힙해!”
BJ를 하며 번 돈으로 플.렉.스.하며 원룸보다 작은 옥탑방을 명품샵으로 꾸미고
‘마흔 전에 죽기’를 목표로 세운 채 오늘만 사는 자.유.영.혼. 힙스터 ‘봉식’.
썸 1일차, 연애 따윈 필요 없다고 다짐 또 다짐했건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썸남에게 자꾸만 눈이 가는데…
쿨하고 힙한 청춘들의 하이텐션 썸머 로맨스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