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08-31 10:40:26
영화 <겨울왕국2> 여성 캐릭터의 변화와 한계점, 하지만 넘버는 너무 좋아!
디즈니를 사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 <겨울왕국>. 시즌 1에 이어 <겨울왕국2> 역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역시 디즈니답게 화려하고 섬세하게 풀어냈고, 너무나도 넘버들이 좋았던, 하지만 한계점은 분명히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겨울왕국2> 시놉시스
내 마법의 힘은 어디서 왔을까?
나를 부르는 저 목소리는 누구지?
어느 날 부턴가 의문의 목소리가 엘사를 부르고, 평화로운 아렌델 왕국을 위협한다. 트롤은 모든 것은 과거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며 엘사의 힘의 비밀과 진실을 찾아 떠나야한다고 조언한다.
위험에 빠진 아렌델 왕국을 구해야만 하는 엘사와 안나는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찾아 크리스토프, 올라프 그리고 스벤과 함께 위험천만한 놀라운 모험을 떠나게 된다.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운명을 만나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겨울왕국2>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라캉과 함께 떠나는 엘사의 기원 여행
엘사는 자신이 왜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됐는지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또한 위기에 처한 아렌델을 구하기 위해 ‘아토할란’이라는 곳을 찾아간다. 자신이 다섯 번재 정령임을 깨달으면서 show yourself를 부르며 얼음동굴로 들어가는데 이 부분이 라캉이 말한 실재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캉은 사람이 언어를 배우면서 상징계로 편입되고 태어나는 순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실재계로부터 괴리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엘사는 아토할란이라는 곳으로 돌아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의 기원을 찾고 상징계를 벗어나 실재계와의 만남을 이룬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초로 돌아가 자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고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서 상징계의 세계 속에서 억눌려 있던 자신의 능력을 실재계로 들어와 회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디즈니 이데올로기
겨울왕국 시리즈가 기존의 디즈니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공주님이 잘생기고 멋진 왕자님을 만나 결혼하는 전형적인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엘사는 결혼이 아닌 정령이 되면서 혼자 자립을 했고, 안나는 멋진 왕자님이 아니라 자신을 정말 사랑해주는 크리스토프를 만나 결혼을 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달라진게 없다. 그저 표면적으로 여자 주인공이 자립을 했고, 그저 멋진 왕자님과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만 다를 뿐 결국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라는 디즈니식 결말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성 캐릭터에 대한 한계 역시 드러났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엘사에게 투영시키고, 발랄하고 천방지축인 캐릭터를 안나에게 부여했다. 그렇게 열심히 모험을 떠나고 달려가는 중에도 힐과 치마를 고수하는 우리의 공주님들. 겉으로 보기에는 주체적인 여성처럼 보였지만 그 캐릭터를 딱 두 가지로 분류하고 여성의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그래도 ost는 너무 좋다
비판할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겨울왕국2>는 좋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비판할 것은 비판한 거고 재밌는 건 재밌는거다. 가장 좋았던 넘버는 show yourself와 안나가 올라프를 잃고 부른 the next right thing이었다. 이 두 가지 넘버가 정말정말 좋았다. 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7080 뮤직비디오 감성으로 회귀시켜버린 크리스토프의 문제작 lost in the woods.
정말 노래만 듣다가 이렇게 웃어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기획진이 영혼을 갈아 넣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배꼽빠지게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올라프의 겨울왕국 1편 요약해설장면과 쿠키 영상으로 나오는 겨울왕국2편 요약해설장면. 가히 명장면이다. 이 두 장면만 보러 겨울왕국2를 봐도 굉장히 만족스러울 것이라 확신한다.
영화 <겨울왕국2>는 비판점과 한계점이 정확하게 드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스토리와 넘버 만큼은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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