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1-02-27 00:00:00
원석끼리 부딪친 스파크
<귀를 기울이면> ⭐⭐⭐
5번째 지브리 영화는 <귀를 기울이면>이다. 지브리 특유의 따뜻한 작화가 학교나 지하철 등 일상적인 풍경 장면에 많이 묻어 나와 가슴이 포근해지는 기분이 든다. 판타지 장르가 아닌 하이틴 장르로 만든 영화라서 다른 지브리 작품과 다른 분위기를 내뿜는 영화다. 게다가 붉은 노을과 웨스트 배경이 떠오르는 노래 "Take me home country road"가 영화에 흘러나올 때마다 영화 배경과 잘 어울리는 곡을 선정했다고 느낄 만큼 영화와 시너지가 좋은 곡이었다. 지브리 영화들은 주로 멜로 판타지 요소가 많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면>은 일상 하이틴 요소로 인해 평범한 고등학생에 풋풋한 첫사랑을 느낄 수 있다. 시즈쿠와 세이지가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은 서툴지만 천천히 좋아하는 감정으로 다가가는 귀여운 10대 하이틴 모습을 보여준다. <귀를 기울이면>은 단순히 10대의 사랑을 보여주지 않고, 10대들이 느낄 수 있는 고민과 격려를 보낸다. 바이올린을 만들고 싶어 하는 세이지처럼 시즈쿠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은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을 공감하게끔 만들어준다. 그리고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시즈쿠는 학업까지 내팽개치고 자신만의 소설을 완성해가며, 세이지의 할아버지께 소설을 전한다. 그러나 시즈쿠도 안다. 자신이 적은 소설이 뒤로 갈수록 엉망이고, 글을 쓰면서도 부족한 실력에 대해 자신에게 실망한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세이지의 할아버지는 소설의 완성도보다 시즈쿠만의 원석을 발견했다는 점에 시즈쿠를 칭찬한다. 투박하고, 뭉툭한 원석처럼 완벽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을 테지만, 자신만의 노력과 열정으로 원석이 아름다운 보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격려를 전한다. 현실의 '시즈쿠'같은 사람들에게 같은 효과를 전한다. 그리고 처음에 단순한 흥미나 선호로 시작하여 무언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앞으로 발전해나가고픈 시즈쿠의 열정은 10대 때 혹은 자신이 처음 무언가 좋아하는 것으로 느낀 순수했던 열정을 떠오를 수 있게 만드는 영화다. 시즈쿠와 세이지라는 원석이 부딪치며 사랑과 꿈을 향한 노력이라는 스파크를 내보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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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퀸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7가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패션 블로거 BIGSEOUL입니다.
얼마 전 최근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는데요.
오늘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전설적인 가수 퀸에 대해서 우리가 몰랐던 7가지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1.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역을 맡은 라미 말렉은 영화에서 프레디의 치아를 본뜬 틀니를 착용했다.
저는 라미 말렉이 실제로 이가 튀어나온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프레디의 치아처럼 만든 틀니를 꼈다고 합니다.
라미 말렉은 처음에는 그 틀니(?)를 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영화를 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정이 들었다고 해요.
음악사에 길이 남을 전설 프레디 머큐리의 역을 맡을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기에 이를 기념하고자 저렇게 gold grill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2.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실제 프레디의 목소리가 아니다.
네! 영화 속 퀸의 노래들에서 프레디의 목소리는 따지고 보면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배우 라미 말렉의 목소리와 캐나다 가수 마크 마텔의 목소리, 그리고 실제 프레디의 목소리가 합쳐진 것인데요.
마크 마텔은 2011년 로저 테일러가 주최한 퀸 트리뷰트 공연을 위한 오디션에서 보컬파트를 맡았던 가수입니다.
그리고 라미 말렉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모든 노래를 실제 본인이 불러야했다고 해요.
더불어 퀸의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서 더욱 영화에서 노래가 생생했던 것 같습니다.
3. 퀸은 실제로는 멤버들 간 싸움으로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가장 실제와 차이가 나는 부분인데요.
영화에서는 프레디와 멤버들이 프레디의 솔로 계약으로 불화를 겪어서 잠시 해체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 10년간의 월드 투어로 모든 멤버가 지쳐있어서 퀸으로서의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각자의 솔로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해요.
하지만 영화와 달리 서로 연락을 꾸준히 했고, 그 해 말부터 그룹 활동을 위해 작업을 같이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역시 재결합한 뒤 급하게 준비한 것이 아니라 리허설을 잘 하고 갔다고 하네요.
4. 프레디 머큐리는 엄청난 고양이 덕후였다.
프레디 머큐리도 고양이 앞에서는 집사에 불과하죠.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엄청난 냥덕후입니다.
자신의 첫 솔로 앨범 <Mr. Bad Guy>의 헌정사로 아래와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답니다.
"This album is dedicated to my cat Jerry - also Tom, Oscar and Tiffany, and all the cat lovers across the universe. Screw everybody else!"
(이 앨범을 나의 고양이 제리에게 바친다. 톰, 오스카와 티파니 그리고 세상의 고양이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은 다 꺼져!)
5.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관객들의 목소리는 실제 전 세계의 퀸 팬들이 직접 부른 목소리를 합친 것이다.
Bohemian Rhapsody | "Put Me In Bohemian" - Mixing in the Vocal | 20th Century Fox
엄청난 수의 관객임을 실감할 수 있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실제 공연 영상을 보면 감동이 더하더라구요.
그 많은 사람들이 하나되어 퀸의 음악을 즐기는 모습에서 음악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영화에서 팬들이 따라부르는 목소리는 실제 팬들의 목소리를 사운드 감독이 직접 가져와서 합친 거라고 합니다.
정성스럽고 디테일한 연출에 감동이 더해지는 것 같네요!
6. 실제로 퀸은 첫 앨범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퀸이 차를 판 돈으로 녹음한 첫 앨범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그려지죠.
하지만 실제로는 첫 앨범 Queen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지도 못했고 그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후 Mott the Hoople이라는 락커의 오프닝 공연에서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기 위해 프레디 머큐리가 독특한 옷을 입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그때 그들을 봐두었던 기획사 EMI가 퀸에게 연락을 했고, 그렇게 녹음한 두번째 앨범이 큰 히트를 친 것이라고 합니다.
7.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글 발매를 반대한 기획사 사장 '레이 포스터(Ray Foster)'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글 발매를 반대하며 실패할 것이라고 하던 기획사 사장, 기억하시나요?
라이브 에이드 공연 중 We are the champions 장면에서 퀸을 놓친 그의 쓴 표정이 비춰져서 다들 기억하실텐데요.
사실 Ray Foster는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이 캐릭터는 EMI의 사장인 Roy Featherstone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캐릭터와 달리 Roy Featherstone은 보헤미안 랩소디가 싱글로 나오기엔 너무 길다고 생각은 했지만 여전히 퀸의 엄청난 팬이었다고 해요.
* 본 콘텐츠는 블로거 BIGSEOUL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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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유목민 '다바'는 정착할 수 있을까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 (The Wolves Always Come at Night)
개브리엘 브레이디 Gabrielle BRADY
Mongolia, Australia, Germany | 2024 | 98min | Color | Hybrid | 전체 관람가 | Korean Premiere
시놉시스
젊은 커플이 기후 변화로 발생한 파괴적인 폭풍으로 집을 떠나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가 아는 몽골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실제 오늘의 몽골은 어떤 모습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오늘날의 몽골이 맞다.영화에서 보던, 우리에게 친숙한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사막에서 유목을 하며 너무나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게르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것도 잠시, 지역 회의를 통해 곧 폭풍이 몰아칠 것이고, “사막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역시, 이 폭풍으로 인해 주인공 가족 역시 여느 유목민들처럼 울란바토르의 외곽 ‘게르촌’으로 이주하게 된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이편이 나을 것이라고 애써 위로해 보지만, 인생의 전부였던 곳을 떠나 “정착지”라고 불리는 이 게르촌에서 ‘다바’ 가족은 새롭고도 위태로운 삶을 시작한다.
‘몽골’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는 같을 것이다. 초원, 고비 사막, 그리고 게르. 광활한 자연 덕분에 청정구역, ‘별’을 보기 좋은 나라로 잘 알려진 ‘몽골’은 사실 모스크바보다 추운 전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가 있는 나라로, 이로 인해 겨울에는 혹한기(조드)로 인해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며,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에 “직면”한 나라이기도 하다.
몽골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 ‘울란바토르’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별이 쏟아지는 게르’ 대신 서울 도심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며, 한국을 벤치마킹한 데다가 한류의 영향을 크게 받아 한국 편의점, 노래방, PC방은 물론 포장마차까지 있는 신도시이다.
출처 : Zurich Film Festival
여행객들에 의하면, 한국 신도시와 다를 바 없는 이 도시의 화려한 중심지를 벗어나 여행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면 이내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게르촌’이 펼쳐진다.
가축의 떼죽음 등으로 인해 이주한 유목민 대부분이 거주하는 이러한 도시 내 게르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은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작이었던 <차라리 겨울 잠을 자고 싶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는데, ‘울란바토르’의 외곽 게르촌을 살아가는 가족을 그려낸 두 작품 <밤이 오면 늑대가 온다>와 <차라리 겨울 잠을 자고 싶어>는 비슷한 삶의 모습을 다른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후자는 작은 온기를 통해 ‘희망’을 기대해 보게 한다면, 올해 상영작인 전자는 혹독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려 한다. 호주 출신의 감독이 담아낸 몽골 배경의 영화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필름’으로 다바 가족의 실제 경험을 담아내었으며, 다바 부부가 연기는 물론 각본에도 참여하였는데, 덕분에 이러한 현상이 ‘다바’ 가족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닌 현재 몽골이 처한, 아니 전 세계가 맞닥뜨릴 “현실”임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피해는 항상 약한 사람부터 갉아먹는다. 환경 오염의 경우, 자연과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동식물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심한 폭풍이 올 것”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내일의 지구는 오늘의 지구보다 더 아플 것이고, 이 변화는 급진적일 것이다.
놀랍게도 이 작품에 양을 잡아먹는 ‘늑대’는 등장하지 않는다. 삶을 송두리채 잡아먹는 ‘재앙’이 올 뿐.
월드시네마 -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스케쥴
2024.05.01(목) 17:00 | CGV전주고사 8관 (150)
2024.05.04(일) 10:30 | CGV전주고사 1관 (403) *GV
2024.05.05(월) 23:59 |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2관/3관 (1120/1121/1122)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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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7일 동안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개최하였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국내 최대 성소수자 국제영화제로서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의 구분 없이 영화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영화제다. 본 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성소수자의 삶을 담아내는 다양한 작품들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국내단편 비경쟁 4>와 이후 GV까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국내단편 비경쟁 4> GV
<푸시업>
감독: 류호철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6분
푸시업을 못하는 신우는 같은 반 은희를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신우는 푸시업을 알려주겠다는 은희를 밀어내고, 피하고 싶었던 기억을 마주친다.
여름내 나는 푸른 색감과 함께 10대의 청춘과 사랑을 담고 있다. 머리끈을 통해 둘의 관계를 암시하는 장치는 여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는 도구다. GV에서 류호철 감독은 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소지품 중 머리끈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고 싶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는 영화에서 둘의 관계를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심장 소리와 매미 소리가 둘의 사랑을 숨기는 듯 드러내듯 한다.
푸시업은 팔을 밀어서 일어서지만, 팔을 구부리며 다시금 중력에 몸을 맡겨야 한다. <푸시업>도 은희가 신우를 억지로 밀었지만, 다시금 자신의 진심에 몸을 맡긴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안녕의 세계>
감독: 정연지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20분
학년 말의 어느 날, 단짝 친구 준희가 오래 결석을 하는 가운데 영신은 준희와의 시간을 회상한다. 학교는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듯해도, 자살자에 관한 이야기, 사실을 알 길 없는 추문으로 혼란하고 이는 영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영신의 과거가 플래시백 한다. 준희와 영신이 방과 후에 함께 놀았던 기억과 그렇지 않은 현실의 대립은 영신에게 혼란과 불안을 준다. 심지어, 준희의 안 좋은 소문까지 생긴다. 영신은 준희에게 의지하고, 그녀를 항상 생각한다. 하지만, 3학년 학생들이 창밖으로 날리는 종이비행기 속 쪽지를 읽은 영신은 다시 마음을 잡는다. 학창 시절 우정만큼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 영화는 친구의 부재로 인한 불안과 그리움의 정서를 잘 표현한다. 그리고 마치 준희가 영신에게 주는 종이비행기 쪽지는 그녀에게 자유를 주는 희망을 선사한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나의 우상>
감독: 이준희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20분
우상은 아버지를 잃고 교내 육상부마저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모두가 현실을 받아들이라며 우상을 걱정하는 가운데, 재민만이 조용히 그의 곁에 다가온다.
우상과 재민의 관계는 퀴어보다 과분한 응원에 가깝다. 아버지의 부재와 설상가상으로 교내 육상부마저 해체된다. 정신적으로 힘든 우상에게 재민은 그를 응원하고 챙겨준다. 재민은 우상을 남몰래 동경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우상은 재민을 사랑한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우상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조력자 그 이상으로 보인다. GV때 이준희 감독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응원과 관심을 받는 사람은 행운이라고 말했고, 영화에 잘 녹여낸다. 한편, 우상이 대회를 뛸 수 있는 기준인 22초를 엔딩크레디트에 보이는 연출은 과연 우상이 합격할 수 있는지 끝까지 관객들에게 집중감을 준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아무도 모른다>
감독: 허하연
장르: 애니메이션
러닝타임: 8분
두 할머니는 평생을 함께 한 부부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부부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 노부부와 다르지 않지만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소박하고 따듯한 일상을 보내는가 하면 밖에서는 손을 잡는 일도 쉽지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쓰러지게 된다. 법적인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두 할머니에 삶에는 균열이 생긴다.
관람한 단편작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동그란 작화는 따스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남의 눈치를 챙겨볼 수밖에 없는 동성애 노부부는 죄지은 일상처럼 갑갑하다. 법적인 제도와 사회적 시선으로 상처를 받는 부부의 모습은 관객에게 연민을 준다. 할머니가 쓰러지며 보호자의 관계를 적는 장면에서 할머니는 배우자라고 적는다. 법적인 제도에 소극적이나마 개인의 저항이자 둘의 진정한 관계를 드러낸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탄신>
감독: 최범석
장르: 스릴러
러닝타임: 20분
고등학생 초은은 친구 온과 함께 있던 아지트에서 빛을 본다.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배가 불러오고 초은은 이상증세를 보인다. 의사는 초은이 임신을 했다고 하고 초은은 사라진 온을 찾아 나선다. 초은은 온이 기다리라고 한 아지트에서 신의 아이를 낳으러 가야 한다는 남자에게 쫓긴다. 지수의 도움을 받아 피하지만 곧 지수는 칼을 꺼내 뱃속에 있는 괴물을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GV에서 감독은 난생설화를 영화에 접목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공포나 오컬트 요소와 융합하여 영화에 담아낸다. 고등학생인 초은이 급식실 구석에서 반찬을 주워 먹는 장면이나 출산의 과정은 공포감을 조성한다. 한편, 초은이 나은 신의 아이는 태아가 아닌 알이다. 온은 알과 함께 문 밖으로 나가면 된다고 말하지만, 초은은 알을 바닥에 내팽개친다. 알의 정체는 보여주지 않으며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감독은 깨진 알의 정체를 담은 컷도 있었지만, 영화 흐름에 맞는 지금의 방향으로 선택했다. 만약 깨진 알의 정체를 영화에 담아냈다면, 날개가 돋아있는 흉터 모습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에서 태아는 중요하지 않다. 출산, 임신에서 생기는 불안한 과정과 신성시 여기는 장면들이 중요하게 보여준다. 한편, 집으로 도망간 초은에게 생긴 마크가 여동생에게 새겨지는 결말은 임신과 출산의 되물림과 끝나지 않은 저주의 연속을 표현한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몽마르뜨 공원에서>
감독: 손모아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9분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 세 명이 몽마르뜨 공원에 간다.
세 명의 일상 대화를 옆에서 듣는 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답게 친했던 시간과 떨어졌던 시간의 격차와 함께 대화가 이루어진다. 친하지만 어색한 기류 속에서 뜸해지는 시간을 커피 마시는 시간으로 할애하는 카페 장면에서 몽마르뜨 공원으로 나아가는 장면은 자연스럽다. 몽마르뜨 공원으로 가는 길과 공원 속 정취와 잔잔한 일상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며 우정과 추억을 상기한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몽마르뜨 공원 배경과 잘 어울린다.
출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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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7월 셋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7월 넷째 주에는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의 시작이라고 합니다.다들 더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외계+인 1부>의 개봉주 주말의 관객 수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외계+인 1부> (NEW)▶ 개봉 전부터 화려한 라인업과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이 7년만의 신작을 낸다는 사실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죠. 다채로운 개성을 가진 캐릭터와 과거·현대·미래를 오가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말 동안 (7월 22일~7월 24일) 관객 수 63만 9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91만 1,33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줄거리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2. <미니언즈2> (NEW)▶ 7년 만에 돌아오는 <슈퍼배드>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인 <미니언즈2>. 북미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2022년 북미 개봉 애니메이션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팬덤이 형성된 삼총사 '케빈', '스튜어트', '빕'과
더불어 새로운 캐릭터인 '오토'가 합세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7월 22일~7월 24일) 관객 수 59만 9,22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3만 2,31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줄거리
세계 최고의 슈퍼 악당을 꿈꾸는 미니보스 ‘그루’와 그를 따라다니는 미니언들. 어느 날 그루는 최고의 악당 조직 ‘빌런6’의 마법 스톤을 훔치는데 성공하지만
뉴페이스 미니언 ‘오토’의 실수로 스톤을 잃어버리고 빌런6에게 납치까지 당하는데...3. <탑건: 매버릭> (▼2)▶ 둘째 주에 유일하게 순위가 올라갔던 <탑건: 매버릭>이 셋째 주에는 기대작의 개봉으로 순위가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관객 수가 둘째 주와 비교했을 때 약 8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보아, 아직 한국에서는 <탑건: 매버릭>의
열풍이 여전히 뜨거운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7월 22일~7월 24일) 관객 수 44만 7,65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50만 1,05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10회 예측 이벤트는 7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외계+인 1부> 의 7월 22일, 7월 23일, 7월 24일의 관객 수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외계+인 1부>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49%, 여성 51%로 다른 영화에 비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동일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외계+인 1부>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10대 후반 남성과(635,725명)과 30대 후반 여성(653,077명)이었습니다.
또한 <외계+인 1부>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0.3%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외계+인 1부>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토르: 러브 앤 썬더> (▼2)▶ 기대작이었지만 생각보다 낮은 평점을 받으며, 아쉬운 성적을 보이고 있는 <토르: 러브 앤 썬더>.
지난 시리즈와 달리 코믹의 비율이 증가하며 호불호가 많이 갈리게 된 것 같습니다. 주
말 동안 (7월 22일~7월 24일) 관객 수 44만 7,65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50만 1,05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범죄도시 2> (▼2)▶ SNS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는 화제의 영화 <헤어질 결심>. 좌석 판매율이 지난과 비교했을 때 약 3배가 증가하였으며,
누적 관객 수는 150만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7월 22일~7월 24일) 관객 수 13만 4,93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50만 1,10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Nope>이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면서 7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순위에 있던
영화 모두 한 단계씩 하락하게 되었고, 5위였던 엘비스는 순위권 밖으로 하락하였습니다.
주말 동안(7월 22일~7월 24일) <Nope>의 매출액은 44,000,000 (한화 약 577억)의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7월 22일 ~ 2022년 7월 24일)1. <놉> 4,400만 달러 (누적 4,400만 달러)2. <토르: 러브 앤 썬더> 2,210만 달러 (누적 2억 7,622만 달러)3. <미니언즈2> 1,771만 달러 (누적 2억 7,622만 달러)4. <Where the Crawdads Sing> 1,033만 달러 (누적 3,833만 달러)5. <탑건: 매버릭> 1,000만 달러 (누적 6억 3,556만 달러)...씨네픽의 7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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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왜 아파트를 지키는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울을 뒤집어엎은 대지진이 발생한다.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한강까지 메마른 가운데 황궁 아파트 103동만은 굳건하다. '민성'(박서준)과 '명화'(박보영) 부부를 비롯한 수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이, 소문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도 하나 둘 황궁 아파트로 몰려든다.
하지만 늘어나는 외부인들을 보면서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아파트 주민들. 폭력 사태에 화재 사고까지 발생하자 그들은 결단을 내린다. 외부인들을 모두 내쫓기로. 새 주민 대표로 뽑힌 '영탁'(이병헌)을 외부인들의 아파트 출입을 금지하고, 새 규칙을 만들어 내부 결합을 다진다. 그러나 명화는 영탁에게 한 번 품은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아파트를 떠났던 주민 '혜원'(박지후)이 등장하면서 황궁 아파트에는 균열이 생겨난다.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이유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소재나 장르는 새롭지 않다. 디스토피아 영화라는 점은 <반도>와 닮았다. 부동산을 중점으로 다룬 재난 영화라는 측면에서는 <싱크홀>을 떠올릴 수 있다.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군상극은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부산행>을 연상시킨다.
주제 의식이나 메시지도 익숙하다.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다룬 작품은 많다. 언뜻 <기생충>도 보인다. 가볍게 웃기는 전반부, 블랙 코미디 성격을 드러내는 중반부, 긴장감을 고조하며 메시지를 명확히 전하는 후반부라는 구성과 전개가 유사하다.
그렇다고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아류작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레퍼런스가 될만한 영화가 뇌리를 스치지만, 그뿐이다. 영화에 몰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철저히 소재에 집중한 덕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에 담긴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우직하게 펼쳐 놓으면서 관객을 세계관 안에 가둔다.
오프닝이라는 블랙홀
오프닝은 일종의 블랙홀이다. 이 몽타주는 대한민국 아파트의 역사를 훑는다. 그 순간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의 관찰자가 아니라 영화의 일부가 된다.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남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은 아파트에 거주한다. 또 아파트 하나를 갖는 게 꿈인 세상을 살아왔고, 살아갈 예정이다. 즉, 한국 아파트의 역사는 관객 개개인의 개인사와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빠져나올 구멍도 없다. 오프닝 직후 등장하는 젊은 부부가 출구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민성과 명화는 큰 빚을 지고 간신히 아파트 하나를 장만하는 데 성공했다. 집이 생기고 나서야 자녀 계획도 세우면서 조금씩 가정을 꾸려 나가는 중이다. 이 부부는 누군가의 현재이자, 과거였고, 미래일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러니 관객은 자연히 아파트에 대한 각각의 상황과 사정을 영화에 투영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오프닝 시퀀스와 그 이후 5분이 지나면 관객은 황궁 아파트 주민과 외부인 중 한 사람이 된다. 지진을 버티고 간신히 살아남은 아파트 한 동을 보는 순간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에 빨려 들어간다.
어떻게 보면 오프닝은 리트머스 종이이기도 하다. 오프닝이 끝날 때 이 세계관에 몰입하지 못하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흠이 많은 재난물에 불과하다. 이후 이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는 과장된 풍자극에 가깝지, 재난물적 요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누가 외부인을 만드는가
관객을 세계관에 가둔 후,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곧장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처음에는 피난 온 외부인을 막지 않던 황궁 아파트 주민들. 그러나 외부인과 다툼 끝에 화재가 발생하고 부상자가 나오자 생각을 바꾼다. 그들은 불을 끄는 데 몸을 아끼지 않은 영탁을 임시 동대표로 뽑고, 외부인들을 아파트 밖으로 몰아낸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며.
주민들의 행보는 시간이 흐를수록 과격해진다. 아파트 주변에 방벽을 세워서 아파트와 바깥세상을 분리한다. 몰래 외부인을 숨기고 보살피는 주민들도 인민재판에 넘긴다. 더 폭압적으로 변해가지만 내부의 문제제기나 비판은 허용하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 자원을 탐색하는 작업이 약탈로 변질되는데도 이를 합리화한다. 왜곡된 사고와 집단적 폭력이 강해진다. 그 결과 유토피아는 점점 나치 독일 마냥 변해간다.
이 상황은 단지 디스토피아 속 판타지가 아니다. 현실이다. 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은 문은 점점 높아진다. 택배 기사나 배달원이 들어가지 못하는 건 예삿일이다. 외부인 자체의 왕래를 막는 경우도 잦아졌다. 같은 아파트 단지라 해도 급을 나눈다. 임대 아파트에 사느냐 분양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차별받는 일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과장된 화법은 이 불편한 현실을 관객에게 되돌려준다. 아파트 정비 사업을 보여 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외부인을 모두 내쫓은 뒤 주민들은 모두 순수하게 웃으며 그들의 유토피아를 즐긴다. 하지만 이 모습은 마냥 기쁘지 않다. 배경 음악 때문이다. 오페라 아리아 같은 클래식 음악은 분명 아름답지만, 형식이나 음정에서 묘한 불협화음을 내며 화면에 불쾌감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황궁 아파트 주민들이 추구하는 유토피아가 정녕 아름다운 사회상인지 묻는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선도 희미해진다. 더 이상 영화 안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 묻지 않는다. 현실에서 어떻게 살고 행동할 것인지 묻는다. '당신이 아파트 주민이라면 임대 아파트 주민을, 외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고. 이 영화는 사실상 현실의 거울이다.
아파트를 지키는 이유
한국에서 유독 아파트가 중시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아파트가 사회적 계층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산이 비금융자산에 몰려 있고, 그중에는 부동산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즉, 아파트 소유 여부는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아파트를 갖으려고 노력하고, 입주민이 되면 자기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배타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작중 영탁의 존재감이 유독 두드러지는 이유다. 그는 이 모순된 열망이 의인화된 결과물이다. 급매로 황궁 아파트 103동 902호에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사기를 당해 가족까지 잃은 그. 민성이 한국인이 대부분 거쳐야 하는 삶의 한 단계를 보여준다면, 영탁은 민성처럼 살고 싶은 열망을 가장 격렬하게 표출하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 캐릭터는 누구보다도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하고, 이병헌의 연기력도 돋보일 수 있다.
이 열망은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아파트에서 사는 삶에 대한 선망을 갖고 있다. 재난 속에서 선망은 선민의식이 된다. 꿈꾸던 삶을 손에 쥐었다가 놓칠 뻔했으니, 다시 찾아온 기회를 기어코 잡으려 한다. 실제로 그는 외부인을 내쫓고 생필품을 약탈할 때 그 누구보다도 주도적이다.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자기가 꿈꾼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그 이상향에 내포된 모순을 간과했다.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가 결국 악역인 이유다.
그래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영탁도, 그에게 동조한 만성도 아닌 명화에게 마무리를 맡긴다. 그녀는 처음부터 외부인을 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실천에 옮겼다. 유일하게 영탁을 의심한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그녀의 손을 들어준다. 수직적인 황궁 아파트와 달리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세계를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이 대표적이다. 옆으로 무너진 대형 아파트가 누구에게나 삶의 터전이 되어주는 모습은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듯 보인다.
과장되거나 부자연스럽거나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블랙 코미디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크다. 각본의 필요에 따라 편의적으로 새로운 상황극으로 전개하기 때문이다. 지진의 원인이나 규모, 바깥 상황에 대해 의도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또 영화가 하고 싶은 얘기를 갑자기 끝내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도 있다.
과장된 연출로 미묘한 경계를 잘 감추기는 했다. 특히 음악과 화면의 불협화음을 활용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공익 광고를 패러디하거나 오페라를 보는 듯한 장면은 밝지만 으스스한 분위기를 살려내며 블랙 코미디의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초반부에 몰입하지 못할 경우 감독과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바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 경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전체적으로 엉성하고, 과하고, 얕다.
캐릭터 활용도 아쉽다. 주제와 메시지에 직접적으로 맞닿은 영탁과 민성의 감정선이 강렬학 묘사된 반면, 몇몇 캐릭터는 도구적으로 느껴진다. 명화만 하더라도 군상극에 꼭 하나 정도 있어야 하는 이상적이고 원론적인 캐릭터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작가의 바람과 희망을 품은 캐릭터라는 사실이 일찍이 드러나다 보니 중요도에 비해 서사가 밋밋하다. 문혜원 활용범도 문제다. 그녀는 반전을 주고 곧장 퇴장한다. 클라이맥스를 유도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소모되는 캐릭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볼거리가 부족하다. 작중 스펙터클이라면 지진 장면을 꼽을 수 있는데, 그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다. 민성이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전부다. 액션씬도 적다. 후반부에 백화점에서 생필품을 챙겨 돌아오던 중 아파트 주민과 외부인이 벌이는 소규모 교전이 정점일 정도다. 여름 텐트폴 영화, 블록버스터 영화로 홍보한 점을 고려하면 이 단점은 꽤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첫 주 주말에 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한국 영화 빅 4 중 두 번째 생존자가 됐다. 극장 수입만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2차 수익까지 고려하면 손익분기점(410만 명)은 달성할 수 있을 듯 보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선전은 <밀수>의 흥행과는 다른 이유로 반갑다. 앤데믹 시장에서 영화 흥행은 확실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지식 재산권(IP)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관객은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작품, 특히 시리즈물에 몰리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흥미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이 영화는 2023년 여름을 겨냥한 단순한 텐트폴 영화가 아니다.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한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시발점이다. 속편 제작도 많지 않았던 한국 영화계에서 꽤나 파격적인 시도다. 그래서인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흥행은 향후 프랜차이즈의 확장과 발전, 그로 인한 파급 효과를 더 기대케 한다.
Acceptable 무난함
'아파트' 세 글자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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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펜서 (2021)
** 본 리뷰는 <스펜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스펜서 (2021)
감독: 파블로 라라인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등
장르: 드라마
개봉일: 2022.03.16
러닝타임: 111분
다이애나 스펜서의 지옥 같은 성탄절
영국 왕실의 크리스마스 기간을 함께하기 위해 '다이애나 스펜서(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홀로 차를 몰고 왕실 소유의 저택, 샌드링엄 하우스로 향한다. 이곳은 '스펜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의 고향이기도 하다. 영국 왕가가 한자리에 모인 그곳엔 화려한 드레스, 방을 가득 채운 크리스마스 선물들, 그리고 수석 셰프 '대런(션 해리스)'가 고급 식재료들로 완성한 만찬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임에도 길을 잃고 지각을 한 다이애나에겐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득하다. 저택에 들어선 순간부터 왕실을 모시는 '그레고리 소령(티모시 스폴)'은 왕실의 전통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몸무게를 재고, 3일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어야 할 드레스가 정해져 있어 그녀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미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는 중인 남편 '찰스 왕세자'는 다이애나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왕실의 모든 수하인들은 허울 뿐인 왕실에 충성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옥죈다. 결국 다이애나의 울분은 인내심의 끝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그녀는 마침내 해방을 좇아 한없이 질주한다.
창살 없는 감옥, 자유를 향한 갈망
<스펜서>는 '다이애나 스펜서'의 비극적인 삶을 모티브로 상상을 가미하여 쓴 허구의 이야기다. '다이애나 스펜서'의 삶이라면 '이 정도의 사건쯤은 벌어질 수 있었겠지'라는 생각으로부터 발현된 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보통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지만, <스펜서>는 오로지 왕실의 크리스마스 파티 기간인 단 3일의 시간만을 다룬다. 따라서 사건의 발생이나 줄거리의 기승전결보다는 오로지 '다이애나'의 심리적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따라서 그 복합적인 심리를 선명하게 표현해야 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 영국 왕실을 위한 식재료를 배달하는 차들이 지나가는 길 위에 죽은 꿩 한 마리가 쓰러져 있다. 이는 마치 자유를 좇아 영국 왕실을 벗어나는데 성공했지만, 끝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다이애나'를 상징한다. 시작부터 미장센을 통해 극에서 다이애나의 불행과 슬픔이 그려질 것을 예고하며 극의 분위기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끔 만든다. 극중 꿩들은 왕실 사람들의 사냥 연습을 위해 길러지는데, 마치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왕세자비의 역할에만 충실할 것을 요구받는 '다이애나'의 삶과 닮아있다. 영국 왕실은 다이애나에게 창살 없는 감옥과 같았으며 그녀는 사냥용 꿩들처럼 꼼짝없이 갇힌 채 자신의 역할과 자유를 향한 갈망 사이에서 끝없는 감정의 충동을 겪는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인생연기
<스펜서>는 오로지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의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위한 작품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그의 뛰어난 연기력이 빛을 발한 영화다. 실제로 외모적인 싱크로율이 높기도 하지만, 극 중반부터는 배우가 '다이애나 스펜서'라는 실제 인물에 빙의했다고 보일 정도로 역할에 혼연일체 되어 소름돋는 연기를 펼친다.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온갖 신경이 곤두선 예민한 상태, 자신만큼이나 소중한 두 아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우울과 압박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왕실 사람들에 대한 분노 등 복잡한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특히나 주변의 모든 것이 다이애나를 옥죄어 올 때의 폭발하는 처절한 괴로움과 심리적인 압박은 관객에게 감정을 전이시킬 정도다.
특정 사건 전개가 아닌 다이애나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이기에 배우의 연기가 가진 파괴력이 핵심이 되는 작품인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대치를 넘어 몇 배로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과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인생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다.
스펜서의 불행을 극대화한 연출
<스펜서>는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작품 중 하나인 <재키>와 많은 면이 닮아 있다. 대칭 구도의 촬영 기법, 뿌연 화면의 질감과 부드러운 색감의 활용, 과거의 시대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그레인 필름, 그리고 외로운 삶을 살아야 했던 상류층 여성의 삶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오래된 동화 같은 영상미와 다이애나의 파스텔톤 의상이 가진 러블리한 색감, 왕실의 온갖 화려한 장식들과 음식들은 다이애나의 시커먼 불행과 대비되어 그녀의 외로움과 답답한 심정을 극대화한다.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다이애나의 모습은 누구보다 아름다웠기에 드레스를 입은 채 자해를 시도하고, 화장실 변기를 붙잡으며 구토를 해야만 했던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그토록 괴로움을 터뜨리는 그녀 곁에는 지원군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단순히 다이애나와 그의 가족들의 크리스마스 파티 3일의 시간을 그렸을 뿐이다. 하지만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 마치 30년의 긴 세월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지옥 같은 하루하루는 끔찍하게 길었다. 공포스러운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현악기의 연주, 진주목걸이의 찰랑거리는 소리 등의 청각적 요소가 다이애나의 불안과 공포를 선명하게 대변한다. 매일 같이 이러한 상태를 겪었다고 가정하면, 이혼을 바라고 왕실을 뛰쳐나오는 게 당연한 결과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가 진정으로 바랐던 건
물론 픽션이겠지만, 결말부에 다이애나는 두 아들을 사냥장에서 구출해 차를 타고 맘껏 도로를 달리며 자유를 만끽한다. 수석 셰프가 만든 최고급 음식을 모두 토해낸 그녀가 찾아간 곳은 패스트푸드점 KFC였고, 드라이브 스루 주문을 하며 마침내 자신의 이름 '스펜서'를 당당히 외친다. 극 초반부터 고향집을 향해 마구 달려가고, 허수아비에 걸린 아버지의 낡은 자켓을 가져와 소중히 걸어두는 것을 보면 그는 영국 왕실이 다 앗아갈지도 모르는 자신의 뿌리이자 자신의 자아 그 자체를 지키려 했던 것 같다. 왕실은 자신에게 두 가지 역할을 요구했지만, 결국 그 중 하나인 '다이애나 스펜서'로서의 모습은 사라져만 갔고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불행의 늪에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국 왕실의 모두가 그녀의 품행을 비판했을지는 몰라도, 허울 뿐인 전통 속에 사로잡힌 왕가의 그 어떠한 사람들보다 그곳에서 자신을 해방시킨 스펜서의 삶이 가장 고귀하고, 혁명적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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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 다시 돌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매트릭스 시리즈의 4편인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했습니다.
마지막 3편이 나오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들어지게 된건데요.
거의 완벽히 이야기의 결말이 지어진 시리즈에 더 할말이 있었을까요?
센세이셔널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과거 시리즈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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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rix Resurrection, the fourth part of the Matrix series, has been released.
After a long time, the last three films were released, and it was made again.
Was there anything else to say about the series that almost perfectly ended the story?
Can we continue the glory of the past series, where sensational action scenes were impressive?
Please check out the video for detailed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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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수호전 - 백호당 임충> 예고편
수호지, 그 첫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북송 시기, 80만 금군의 장군인 임충은 소원을 빌기 위해 찾은 사당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희롱하는 고아내를 혼쭐내 준다. 이에 앙심을 품은 고아내는
임충의 지기인 육겸을 꼬드겨 임충을 없애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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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로호> 티저 예고편
갑자기 사라진 기억과 어느 날 찾아온 정체불명의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