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2021-09-04 23:23:52
진실하게 일상을 담는 카메라
<박강아름 결혼하다> 리뷰
남자 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던 박강아름은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었다. 촬영 중 성만과 인연이 닿아 부부로서의 삶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아름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싶었고 성만은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프랑스에 적응한 아름과 다르게 성만은 낯선 타지에 적응하지 못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사 노동뿐이었다. 결국 주부 우울증이 생긴 성만을 위해 아름은 집에서 운영하는 ‘외길식당’을 제안한다. 외길식당을 찾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아름에게 결혼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게 했고 자신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금 카메라를 든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싱글을 졸업한 박강아름 감독이 가족으로서 새 출발을 담고 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시작한 새 출발이지만 매번 즐거운 일만 있을 순 없다. 특히 사적 다큐멘터리를 다루는만큼 박 감독의 작품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한다.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카메라의 담는 그녀의 모습에서 영화는 솔직함을 넘어선 진실함을 느끼게 된다.
박강아름 감독은 <박강아름 결혼하다>로 30대의 자신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자녀 보리와 반려견 슈슈의 이야기인 ‘슈슈와 보리’라는 차기작 또한 준비하고 있다.
Relative contents
-
- 생존 앞에 놓여진 신념과 불신의 선택
‘밀실과 공포’라는 조합으로 A24가 신작 공포영화 <헤레틱>을 선보였다. 영화는 초반부터 불길한 기운을 형성하며, 제한된 공간 속에서 캐릭터 간의 대화를 통해 점점 더 깊이 파고든다. <유전>, <겟아웃>과 같은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서서히 조여오는 긴장감과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종교와 믿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야기의 시작은 두 명의 모르몬교 선교사 소녀가 한 남자의 집을 방문하면서 모든 사건이 전개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방문과 포교 활동을 넘어, 신념과 믿음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들은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왔지만,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신념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영화는 초반부부터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가며, 각자가 가진 믿음의 논리가 어디까지 밀고 당겨질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리드는 이 영화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하며, 두 소녀의 믿음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험한다. 그는 논리적인 반박과 심리적 압박을 통해 이들이 신앙을 지키려는 의지를 흔들어 놓는다. 마치 체스 경기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대화 속에서, 관객들은 리드의 말에 이끌려가면서도 동시에 두 소녀가 이를 어떻게 반박하고 견뎌낼지를 지켜보게 된다. 믿음이 단순한 확신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영향을 받을 때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방식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공포라는 장르적 틀을 넘어,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한다. 우리는 두 소녀가 리드의 질문에 맞서며 자신들의 신앙을 더욱 굳건히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동요와 불안을 감지하게 된다. 종교적 믿음을 가지고 있든 없든, 관객들은 이들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믿는 종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리드가 던지는 질문들이 신앙을 가진 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반응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리드의 도발적인 언행이 일종의 철학적 논쟁처럼 다가오기도 했고, 그 안에서 두 소녀가 어떻게 반박하고 대응하는지를 보며 점점 그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밀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은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인물들은 물리적으로 탈출할 수도 없고, 심리적으로도 점점 궁지에 몰린다. 조명과 음향, 카메라 워크는 이러한 폐쇄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며, 영화 내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극적인 순간마다 침묵이 흐르며, 그 안에서 오고 가는 대화가 더욱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공포스러운 장면 때문이 아니라, 관객들이 인물들의 심리 상태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헤레틱>은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신념이 시험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 변화와 논리적 충돌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A24 특유의 철학적 깊이가 살아있는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믿음과 인간 심리에 대한 강렬한 질문이 숨겨져 있다. 단순한 무서움이 아니라, 불안과 의심 속에서 점차 깨닫게 되는 본질적인 질문들. 이것이야말로 <헤레틱>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일 것이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드디어 마블이 오답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최근 마블 스튜디오 성적이 부진했던 것, 특히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개봉하는 작품들 거의 모두 마블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영화를 좋아하는 씨네필들에게도, 평단에게도 실망감을 선사한 것은 통계적으로도 볼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억지스러운 PC주의, PC주의가 들어간 영화는 무조건 실패한다.'와 같은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마블이 새로운 장을 열면서 전과는 또다른, 조금 더 깊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PC주의를 영화 속에 넣은 것으로 추측되나, 의도가 어찌되었든 모든 이들에게 실망감을 사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마블의 이러한 연이은 실패의 이유에 PC주의에 대한 무분별한 탓, 무조건적인 비난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마블이 지금처럼 부진한 성적을 받고 있는 데엔 '설득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단순 우주에서 다중 우주로 뻗어져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설득 못 시켜서, 세대 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배우,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서 설득하지 못해서, 영화팬들에게 영화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OTT 서비스를 사용해서 자신들의 이야기 템포를 따라와줄 것을 설득시키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마치 마블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고, 오답노트를 작성하면서 본인들의 과오를 하나씩 수정해나가는 영화로 보인다.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그 점을 보완하고, OTT 서비스를 무조건적으로 강요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고 싶게 만드는, 마치 마블의 영광스러웠던 시대의 희망 의 뿌리를 보는 것 같은 작품이었다.
영화의 이야기는 물론 마블 시리즈의 한 작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작들의 이야기에서 이어지고,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작품들에서도 이어진다. 마블 스튜디오 또한 영화 <아이언맨1> 개봉 이후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동안 쌓여왔던 작품들이 꽤 많고, 또 그만큼 이야기가 매우 깊어졌다. 이에 더해,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가 가세해 마블 스튜디오의 전반적인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있어 그 양은 갈 수록 비대해졌다. 그렇기에 최근 많은 이들이 마블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설레는 기대보다 "전작들 못 봤는데, 못 따라가면 어떡하지? 돈 낭비하는 거 아니야?"라는 우려 섞인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 점을 과소평가했던 것인지, 실제로 최근 마블 스튜디오는 이런 점에서 날 선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를 드디어 깨달은 것인지,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작품 내에 전작들의 설정들을 친절하고, 설득력있게 제시했고, 전작들을 보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도, 전작들을 모두 섭렵한 관객들에게도 꽤나 만족스러운 작품을 제시했다. 또한 이전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까지도 불어 넣어, 이전 작품들에 대한 반성문만이 아닌 개선과 포부가 담긴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 액션 영화에 비법 양념을 더해 마블만의 맛을 내다.
장르가 액션인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울 때는 바로 액션마저 별로일 때이다. 액션 장르 영화에서 이야기가 아무리 엉망이어도 액션이 수준급이라면, 최악은 면할 수 있는 것이 액션 장르의 힘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전에 먹어봤던 맛있는 맛의 액션에 새로운 맛을 한 숟갈 더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이전 작품들의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이 아니라 "팔콘"의 캡틴이기 때문에, 전작들의 시원하고 파워풀한 액션씬보다는 윙슈트를 이용한 화려한 곡예비행과 날개 및 기타 파츠들을 이용한 볼거리 많은 액션을 보여준다. 또한 빌런으로서 2008년 작품,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 등장한 "사무엘 스턴스"와 "썬더볼트 로스"이자 "레드 헐크"를 등장시키는데, "캡틴 아메리카"의 아쉬운 파워풀한 액션을 "레드 헐크"가 채워준다는 데에서 빌런과 히어로이지만 작품의 깊이감을 위해 상보적인 존재로서 장면들을 만들어간다. 또한 '서펀트 소사이어티'라는 새로운 집단을 등장시키면서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을 선보이기 위한 발사대로서 꽤 좋은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는 또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스파이물, 추리물과 같은 장르적 특징을 띄기도 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억울한 이의 누명을 벗겨주어야 한다는 "캡틴 아메리카"의 사명감과 친구와의 의리로 임무를 수행하는데, 여느 스파이 장르 영화가 그렇듯 정부와의 갈등을 보여주게 된다. 또한 단순 빌런과 입체적인 면을 지닌 빌런을 공존시키고, 빌런의 등장을 지속적으로 암시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더해갔다. 이 과정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슈트를 입지 않은 채 맨몸 액션을 선보이는데, 별다른 초능력은 없지만, 영웅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강력한 악당들에게 맡서는 한 인간의 의로운 모습을 영화는 강조한다.
마블 시리즈 내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인물들은 많지만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액션을 펼치고, 임무를 수행했던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그동안 못했던 한을 푸는 것인지, 고공 액션을 굉장히 훌륭하게 선보이고, 그의 슈트를 최대한 활용한 액션씬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마블의 창의력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액션의 화려함, 그 창의성을 더욱 돋보이기 위해 중간 슬로우 모션을 활용하였는데, 이 또한 멋있으면서 재밌게 다가왔고, 이를 남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었다 보여진다.
'팔콘'의 "캡틴 아메리카"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팔콘과 윈터솔져>에서부터 비롯되었는데, 그때부터 그가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걱정거리였다. "갈수록 강력했지는 빌런들을 아무리 방패와 최첨단 윙슈트가 있다고 한들 한낱 인간에 불과한 영웅이 이길 수 있을까?" 영화는 이런 의문을 부정하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맞서 싸운다. 영화 속엔 '혈청 맞을걸'와 같은 대사가 빈번히 등장한다. 작품 내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스스로도 자신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아 그 한계에 아쉬움을 표하고, 영화 자체적으로도 그의 갈비뼈가 부려졌다는 대사를 빈번히 사용하거나, 팔에 깁스를 한 것을 보여주면서 히어로 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히어로의 신체적 아픔을 드러내는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을 히어로에 대한 응원과 공감으로 승화시키고, 힘이 강력해서 영웅인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영웅이기 때문에 영웅인 인물에게 그를 기대하게 한다.
- 마블이 생각했던 '영웅이란', 소를 잃은 후에야 설득의 시간을 가지다.
앞서 이야기 했듯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를 강력한 영웅일 때에는 멋지고, 힘쎈 인물처럼 묘사하지만, 슈트나 방패가 없을 때엔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굉장히 의도적이고,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심지어 영화의 종반부 마지막 액션씬에선 "레드 헐크"에게 붙잡혀 날개를 뜯기는 "캡틴 아메리카"는 영웅에게 좀처럼 들기 힘든 감정인 '불쌍함'이 생각났다. 영화는 영웅의 어쩌면 나약해보일 수 있는 장면을 과감하게 보여주면서 단순히 힘이 세거나, 무술을 잘하거나, 최고의 기술력이 있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직접적으로 응한다.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의 캡틴 아메리카를 비교하면서 앞선 이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희망을 주었다면, 그는 사람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는 대사를 통해, 본인들이 해석한 "캡틴 아메리카"를 관객들에게 설득시킨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의 불굴의 의지를 언급하면서 그가 영웅인 이유를 대사를 통해 설명하는데, 이 또한 관객들의 우려와 걱정을 아주 말끔하게 씻어내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마블은 앞선 작품들에서 관객들의 걱정과 우려를 어찌 보면 이해해줬으면 하는 식의 태도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은 만들고 싶은 세계관을 만들테니 이를 그저 관객들이 이해하고, 따라만 와줬으면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말이다. 하지만 본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이해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을 설득시키고, 그들의 손을 붙잡고 세계관을 안내시켜야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영화는 또한 이야기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의 플롯을 곁들였다. 영화 <이터널스> 이후 등장한 새로운 광물을 두고 세계 강국들이 이를 차지하기 위해 협의하고, 조약을 맺으려 하며, 광물 때문에 전쟁까지도 이어질 뻔했던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을 제시하는데, 이는 실제 강국들의 석유와 석탄을 두고 경쟁했던 시기를 다루는 것 같아 서사의 깊이감이 더해졌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눈치싸움, 비자금을 사용했다는 정황 등의 이야기들을 히어로 영화에 접목시켰으며, 이를 "캡틴 아메리카"가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직접 투입하여 몸을 던져 싸우기도 하면서 동시에 작중 빌런이자 누구보다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인물의 입체적인 면을 덧붙여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이 묘미는 단순히 나쁜 이가 세상을 어지럽히자 조국의 영웅이 무찔러 해결한다는 데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기본 바탕에 '친구', '가족', '스파이', '신념과 의지' 등을 붙인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본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을 통해 친구를, "썬더볼츠 로스"를 통해 가족과 최종 빌런의 묘략에도 조국에 대한 신념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것이다. 빨리 시작하길 바란다."라는 개그맨 박명수의 명언 모음집 중 하나가 생각난다. 어쩌면 마블은 정말 늦은 것일지 모른다. 너무 많은 팬들이 등을 돌렸고, 팬 유망주들 또한 너무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나서지 못하고 있고, 평단마저 더이상 마블 영화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필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을 달리 생각한다. 잃었더라도 똑같은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고치는 점에 위안을 보낸다는 입장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완벽히 장점만을 지닌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속도가 너무 빨랐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그 메시지들이 너무도 의도적이라 부담스러우면서 동시에 그 나머지 점들을 챙기지는 못했다는 장점이자 단점도 있었고, 영화의 종반부를 너무 성급하게 끝낸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럼에도 본 작품을 통해 그들이 드디어 외양간을 고치려는 의도를 볼 수 있었고, 스스로 오답노트를 작성하면서 곧 있을 최종장을 향해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 또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필자는 마블에게 희망을 걸고, 그들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어느날 친구가 필자에게 아직도 마블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냐고 물어본 적 있다. 이에 필자는 아직 머리를 밀봉하기 전이라고 대답했다. 아직 필자는 머리를 밀봉하고 싶지 않다. 마블의 그간 행보가 맘에 들어서도, 그들의 연이은 악수를 무조건 응원해서도 아니다. 그저 마블 스튜디오 작품엔 필자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고, 함께 성장해나갔다는 생각에 메타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블은 이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아직 필자와 같은 팬들이 남아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이 팬들을 더이상 실망시키지 않아줬으면 한다. 그들의 행보를 꾸준히, 계속해서, 아직까지도 응원한다.
-
- 제76회 칸 영화제 한국 초청 영화 '7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5월 16일 (화) ~ 5월 27일 (토)까지 진행되는 칸 영화제! 시작과 동시에 전 세계 영화인들과 셀럽들이 모여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올해 칸영화제는 총 '7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되었습니다!
어떤 작품일지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비경쟁 부문 초청
(1) 장편영화
화란
Hopeless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요: 느와르
감독: 김창훈
출연: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
개봉: 2023 예정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소개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
issue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 송중기의 첫 칸 진출작이자 김형서(비비), 홍사빈이 함께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신세계', '무뢰한', '아수라', '헌트' 등을 통해 강렬한 재미를 담보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선보여온 사나이픽처스의 신작인 점에서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더욱 기대를 높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화란>은 희망 없는 세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탄탄한 드라마와 밀도 높은 연출로 그려낸 깊고 강렬한 누아르 드라마로 올해 개봉 예정입니다.
잠
Sleep
ⓒ롯데엔터테인먼트
개요: 미스터리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 이선균
개봉: 2023 예정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소개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issue
제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 영화 <잠>.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신인 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 카메라상 후보에 올랐으며
특히 배우 이선균은 <기생충>이후 4년 만에 또 한번 공식 초청된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 <잠>은 올해 가을 개봉 예정입니다.
거미집
COBWEB
ⓒ㈜바른손이앤에이개요: 드라마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개봉: 2023 예정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바른손이앤에이
소개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영화
issue !
제76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거미집>.
영화 <밀정> <악마를 보았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달콤한 인생>, <장화, 홍련>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입니다.
특히 '밀정'과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에서 함께 호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
<장화홍련> 이후 다시 만난 배우 임수정이 합류해 더욱 기대감을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 <거미집>은 폐막 직전인 25일 밤 월드 프리미어가 편성 돼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전망입니다.
탈출: PROJECT SILENCE
(PROJECT SILENCE)
ⓒCJ ENM
개요: 스릴러
감독: 김태곤
출연: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김태우, 박희본, 박주현, 김수안
개봉: 2023 예정
배급: CJ ENM
ⓒCJ ENM
소개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연쇄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issue
제76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은 액션, 스릴러, 공포 등 장르적 색채가 뚜렷한 작품을
상영하는 칸 국제영화제 공식 프로그램으로 장르물로서의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기생충> 이선균과 <신과함께> 시리즈 주지훈, 천만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것을 비롯해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김태우, 박희본, 박주현, 김수안까지
세대 불문,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합류해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개봉일은 2023년 예정입니다.
우리의 하루
PROJECT SILENCE
ⓒMichele Tantussi / Reuters
(포스터 추후 공개 예정)
개요: -
감독: 홍상수
출연: 김민희, 기주봉, 송선미
개봉: 2023 예정
배급: -
소개
-
issue !
홍상수 감독의 신작으로 제76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선정!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으로 줄거리는 추후 공개될 예정입니다.
라 시네프 부문
(1) 단편영화
이씨 가문의 형제들
Issi gamunui hyeongjedeul
ⓒ센트럴파크
개요: 드라마
감독: 서정미
소개
할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인 시골집이 장손에게 넘어갔다.
이 소식을 듣게 된 엄마는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issue
영화학교 학생들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라 시네프 부문에 초청된 영화 <이씨 가문의 형제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서정미 감독의 졸업작품이며
서 감독은 '소영의 영화'로 제40회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습니다.
홀
hole
ⓒkafa
개요: 스릴러
감독: 황혜인
소개
신입 사회복지사가 점검 차 방문한 남매의 집에서 커다란 맨홀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
issue !
영화 <홀>은 한국영화아카데미 황혜인 감독의 작품으로 라 시네프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라 시네프 섹션의 아티스틱 디렉터 디미트라 카르야(Dimitra Karya)는 <홀>에 대해
“매우 잘 연출되고 절제된, 설득력 있는 스릴러 ”라며 극찬을 표해 더욱 기대가 되는
단편 영화입니다.
이렇게 총 7편의 한국영화 초청작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추후 더욱 유익하고 재미난 영화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
- 리더의 외로움, 그녀를 향한 지지자
리더의 외로움, 그녀를 향한 지지자
영화 <디베르티멘토> 리뷰
감독] 마리-카스티유 망시옹-샤르
출연] 울라야 아마라, 리나엘아라비
시놉시스] 1995년, 파리 교외의 이민자 가정 출신인 ‘자히아 지우아니’는 지휘자의 꿈을 안고 파리 한가운데 있는 명문 음악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다. 이민자 출신의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높은 장벽을 마주하지만 지휘에 대한 열정으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눈에 든다.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자히아는 다양한 출신의 친구들을 모아 특별한 오케스트라를 결성한다. 일명 ‘디베르티멘토’. 오직 손끝으로 세상을 움직인 17살 마에스트라의 감동 실화가 지금 바로 시작된다!
#스포일러 주의#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의 중요
영화 디베르티멘토는 재능적으로도 타고나긴 했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지우아니 자매는 각각 비올라/지휘와 첼리스트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우아니 자매에게는 자신들을 열렬히 지지해주는 부모님과 남동생 그리고 서로가 있었지만 그들은 이민자에 파리 외곽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파리명문 음악고등학교에서 배척당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히아는 화를 내거나 움츠러들지 않는다. 그저 평온하게 친구들을 대할 뿐이다. 과연 그녀에게 있어서 또래 집단의 무시로부터 견딜 수 있는 힘을 무엇이었을까? 이는 아마도 이 집단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자신을 충분히 지지해주는 또 다른 집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그 지지대가 되어주는 곳이 있었기에 자히아는 배척이 심했던 명문음악고등학교에서도 또래집단의 따돌림에도 계속해서 다가가고, 자신을 실력으로서 증명하며 친구들의 마음을 돌리기 시작한다.
세계적인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특별 수업에서 그의 눈에 띈 자히아를 본 친구들은 그녀를 지휘자로서 조금씩 인정해주기 시작했고, 그녀의 음악 열정에 공감한 친구들은 자히아가 있는 파리 외곽까지 매주 가면서 그녀가 만든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의 일원으로서 참여한다. 친구들의 마음을 얻은 자히아의 앞길은 행복한 나날만 될 것 같았지만, 그토록 원했던 지휘자 콘테스트에서 떨어지고 만다. 피아노 2중주 지휘를 하는 것이었는데 음악에 심취한 자히아는 피아노 2중주 지휘 속에서 오케스트라를 상상하며 피아노가 아닌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버리는 실수를 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이 일을 계기로 많은 실망을 하게 되고, 연이어 자신의 스승 세르주 첼리비다케에게 계속해서 꾸중을 듣자 점점 스스로를 지휘에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좌절을 한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세상으로 이끌어준 이들은 그녀의 지지자들이었다. 집에서 나오지 않는 그녀를 위해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집 앞에서 '볼레로'를 연주하기 위해 대기한다. 자히아가 지휘봉을 들고 지휘를 하기 전까진 볼레로의 첫마디를 그저 도돌이표를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자히아가 지휘봉을 움직이는 순간 음악은 시작되고, 공원을 아름답게 소리로 물들인다.
리더의 외로움
영화 속에서 자히아는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서 현재 단 4%밖에 되지 않는 여성 지휘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자히아를 믿어주고 응원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동경하면서 더 많아질테지만 그 이면 속에 한 오케스트라의 리더로서 그 외로움을 담고 있어서 너무나도 큰 공감이 되었다.
자히아는 어린 나이지만 스스로 디베르티멘토라는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면서부터 리더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저 학교의 소속으로서, 어린아이들의 비올라 선생님으로서 자히아는 혼자 결정하고 책임을 지어야 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나서부터는 지원이 없는 현실에 맞서야 했고,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부시장과의 대담을 하기도, 스승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오케스트라의 존재의 이유를 납득시킬만한 실력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히아는 리더의 외로움을 오롯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수준으로는 발전해나가는 과정이기에 그리고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이 음악인으로서는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겠지만, 당장 시설 지원이 어려워지면 팀을 해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리더로서는 빠른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리더와 음악인 사이의 간극을 자히아는 혼자 더 느낄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지휘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오자 더 큰 좌절을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히아라는 인물이 리더로서 겪는 외로움과 결국에는 그 외로움과 슬럼프를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응원을 통해 극복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감동과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대할 때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면서 과연 요새의 나는 저런 열정을 쏟아내는 무언가가 있을까 생각하며 그 열정을 서스름없이 표현하는 자히아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절로 났던 작품이었다.
-
- 정신없는 포장지 속에 담긴 깊은 사랑
정신없는 포장지 속에 담긴 깊은 사랑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시놉시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시사회 초청을 받았지만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아서 보러가지 못했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 시간이 지나도 입소문을 타면서 꽤 오랜 시간동안 영화가 내려가지 않기에 이건 봐야하는 작품이구나 하고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불친절한 설명 속 빠져드는 영화의 이해
지금까지 경험한 멀티버스 중 가장 정산만한 작품이었지만 이렇게나 이해가 잘됐던 작품은 드물었다. 멀티버스라는 소재가 사실 다른 차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이를 설명하고 풀어내는 것이 조금은 어렵게 진행될 수도 있고, 기존의 마블에서는 마블이라는 세계관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멀티버스라는 세계를 이해하기엔 진입장벽이 있는 소재였다. 그러나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는 기존의 다 멀티버스 작품과는 다르게 가벼우면서도 그 멀티버스만의 매력을 굉장히 잘 풀어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역할이 바로 에블린 양자경에게 멀티버스의 존재를 알려준 남편 웨이몬드 키 호이 콴이 아닐었을까 싶다. 웨이몬드는 에블린에게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굉장히 압축적인 시간 내에 랩을 하듯이 빠르게 전달한다. 그 세계의 기술 상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객 역시 에블린과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움 속에서 이 영화의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 영화에 더욱 집중하면서 간간히 전달되는 정보를 조합해서 양자경과 함께 이 난해하고도 정신없는 멀티버스를 점차 이해해나간다. 어쩌면 이렇게도 불친절한 멀티버스라는 배경 설명 덕분에 관객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를 이해하려 집중을 하고, 빠져들면서 멀티버스를 경험할 수 있었던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순간 나는 널 구할꺼야
정신없이 영화가 진행되며 B급 감성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순간 속에서도 이 작품에 대해 환호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주제를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에웡 올 앳 원스>는 엄마가 자녀를 이해하고 구하는 엄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굉장히 뻔하고도 교훈적인 이야기여서 영화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왜 이렇게 명작이라고 평가받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뻔한 이야기를 B급 감성으로 풀어내면서 완력 조절을 제대로한 S급 영화다.
그저 평범하면서도 바르게 자라기만을 바라는 엄마와 엄마의 평범과는 다른 길을 가고 싶은 딸 이라는 현 시대의 캐릭터를 다른 멀티버스에서는 모든 세계를 없애버리려는 거대악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으로 등장시키면서 딸과 엄마와의 갈등을 조금 더 고차원적으로 연결시킨다. 그저 개인적인 한 가정의 이야길 풀어내지 않는다. 엄마는 이런 거대악이 된 다른 차원의 딸과 싸우면서 자신이 어떤 편견에 쌓여 있었고, 자신이 결국 원하는 것은 딸 행복과 같이 함께 하는 것을 깨닫고, 거대악와 딸을 향해 외친다. "모든 순간 나는 널 구할거야."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정말 이러한 코미디와 B급 정서의 작품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멀티버스를 통해 탄탄하게 쌓아올린 엄마의 사랑이 가슴이 와닿아 감정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정신없고 혼란한 포장지 속에 엄마의 사랑이라는 선물이 담겨 있었던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새롭게 풀어낸 사랑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 작품이다.
-
- 캔디맨, 캔디맨, 캔디맨, 캔디맨… 캔디맨
1992년과 2021년의 〈캔디맨〉 포스터
*글에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이다. 명확한 형태를 지니지 못한 채 부유하던 ‘그’는 호명을 통해 꽃이라는 구체적 물질성을 부여받는다. 누군가의 이름을 공들여 불러주면 추상적인 것이 물질이 되고, “무엇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지닌 존재('그')의 욕망은 현실이 된다. 호명은 존재를 소환하는 정치적 행위다.
영화 〈캔디맨〉은 호명과 주체성의 문제에 흑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 폭력 문제를 결합한 미스터리‧공포 영화다. 1992년에 처음 개봉한 후 두 편의 후속작이 나왔고, 올해는 흑인 문제와 미스터리 장르를 성공적으로 결합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조던 필 감독(〈겟 아웃〉, 〈어스〉 연출)이 각본을 써 새로 만들어졌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캔디맨2〉, 〈캔디맨3〉은 제외하고, 1992년과 2021년에 같은 이름으로 개봉한 두 〈캔디맨〉의 궤적을 따라가 보자.
두 영화의 핵심 소재는 모두 도시 괴담이다. 거울을 보고 캔디맨의 이름을 다섯 번 부르면, 손목이 잘려 피가 뚝뚝 흐르는 팔에 갈고리를 꽂은 캔디맨이 나타나 이름 부른 자를 잔인하게 살해한다는 게 괴담의 내용이다. 흑인 빈민가였던 카브리니 그린이 재개발된 후에도, 캔디맨 괴담은 끊이지 않고 전승되었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처음에는 캔디맨 괴담을 믿지 않다가, 호명을 통해 캔디맨을 소환한 후, 하락 혹은 상승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여기에 윤리, 정치가 결합된다.
1992년 〈캔디맨〉의 주인공 헬렌 라일
먼저 1992년의 〈캔디맨〉이다. 도시 전설에 관한 논문을 쓰는 헬렌 라일은 캔디맨 괴담에 흥미를 느낀다. 그녀는 도시 전체가 일상적 공포를 전설적 존재 탓으로 돌리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는다. 때문에 캔디맨 괴담을 연구하면 사람들이 괴담을 믿는 구조적‧실제적 원인이 드러날 거라 생각한다.
헬렌은 캔디맨 괴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흑인 빈민가로 향한다. 그런데 그녀가 캔디맨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피가 낭자한 잔혹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데, 현장에는 늘 정신을 잃은 헬렌이 있다. 헬렌을 걱정하던 사람들은 점차 그녀를 의심하고, 결국 그녀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기에 이른다.
헬렌이 사회와 멀어질수록, 캔디맨과는 더욱 가까워진다. 캔디맨은 수시로 나타나 자신과 함께 불멸의 존재가 되자고 속삭인다. 헬렌은 자신을 둘러싼 절망적 상황에 휩쓸려 캔디맨의 제안을 수락하지만, 그의 말이 거짓임을 깨달은 후에는 캔디맨이 희생물로 삼으려 납치한 어린아이 앤소니를 구하는 윤리적 선택을 내린다. 그러나 한순간이나마 캔디맨의 제안을 수락한 대가는 가혹했다. 앤소니를 구하는 과정에서 끔찍한 부상을 당한 헬렌은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캔디맨이 되어 도시를 부유한다.
어린 앤소니를 구하는 헬렌(1992)
이번엔 2021년의 〈캔디맨〉이다. 주인공은 앤소니다(헬렌이 캔디맨에게서 구한 그 앤소니가 맞다). 그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내는 남성 화가로 성장했다. 괴로워하던 앤소니는 캔디맨 괴담을 듣고 예술적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어 낸다. 작품의 이름은 〈Say my name〉이다. 사람들이 장난 삼아 캔디맨을 '호명'하라는 작품의 요청에 따르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파국이 시작된다. 앤소니는 무시받던 자신의 예술이 캔디맨의 부활과 더불어 화제가 되자 묘한 쾌감을 느낀다. 그런데 캔디맨이 활보할수록 앤소니에게도 변화가 생긴다. 앤소니가 캔디맨과 연결된 존재임을 암시하는 증거가 점차 늘어만 간다. 혼란 끝에 앤소니는 자신이 캔디맨의 희생물이 될 운명이었음을, 미친 여자라는 오명으로만 남아 있는 헬렌 덕에 살아남았음을 알게 된다. 앤소니는 결국 캔디맨이 되어 예정된 운명에 굴복한다.
2021년 〈캔디맨〉의 주인공 앤소니
1992년의 헬렌은 앤소니를 캔디맨으로부터 구해줬다. 그러나 2021년의 앤소니는 이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캔디맨이 되었다. 왜 앤소니는 헬렌이 목숨을 걸고 그의 운명을 바꿔줬음에도 이를 되돌리려 하는 걸까? 캔디맨이 되는 것이 ‘윤리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앤소니의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선 캔디맨 괴담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알아야 한다. 1992년 영화에도 캔디맨이 어떻게 탄생했는지가 나온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캔디맨이 뿜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자원으로만 활용한다. 하지만 2021년의 영화는 캔디맨의 탄생을 더 적극적으로 독해하여 영화의 주제로 가져온다. 1992년의 영화가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앤소니를 구해 내는 헬렌 개인의 윤리에 집중했다면, 2021년의 영화는 캔디맨을 흑인이 감당해 온 폭력의 계보에 맥락화시킴으로써 불합리한 인종 폭력을 고발한다.
최초의 캔디맨은 흑인 화가였다(앤소니의 직업도 화가다). 그는 지역의 저명한 백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했는데, 그러다 한 유력 백인의 딸 ‘헬렌’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맡는다. ‘불행히도’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임신을 한다(1992년의 영화에서 캔디맨이 같은 이름을 가진 연구자 헬렌에게 집착하는 이유다). 헬렌의 아버지는 격분하여 흑인 화가에게 잔혹한 응징을 가했다. 그의 팔을 자른 후 갈고리를 박아 넣었고, 온몸에 꿀을 발라 벌에게 쏘이게 했으며, 괴로워하는 그를 불에 태웠다. 즉 최초의 캔디맨은 흑인 남성에 가해진 린치의 희생자였다.
캔디맨이 죽지 않은 건 흑인 린치가 중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캔디맨’이란 이름은 아이들에게 칼날이 든 사탕을 나눠준다는 누명으로 린치를 당한 흑인 남성의 사례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린치를 당한 흑인 남성들은 분노, 공포, 원한을 응집한 캔디맨으로 다시 태어나 무차별 복수를 감행한다. 캔디맨의 살인을 흑인 대상 린치에 '균형을 잡는 폭력’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헬렌을 협박‧유혹하는 캔디맨(1992)
1992년의 영화는 캔디맨이 형체 없이 소문, 꿈, 공포로만 존재한다고 말하며, 2021년의 영화 속 캔디맨은 거울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그런 캔디맨이 물리적 공간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건 사람들이 캔디맨을 믿고 그를 호명할 때, 즉 그의 추상성에 물질성을 부여할 때다. 사람들이 여전히 그의 이름을 잊지 않고 불러주기에 캔디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람들이 캔디맨을 잊지 못하는 건 여전히 흑인이 린치를 당하기 때문이다. 흑인의 생명값이 백인보다 낮게 매겨져 하찮게 여겨지는 한, 캔디맨은 영원히 죽지 않고 ‘호명’되어 ‘복수’를 이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내 얘기를 모두에게 전해”라는 2021년 캔디맨의 마지막 말은 흑인 린치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흑인 린치가 멈추지 않으면 캔디맨도 멈추지 않는다. 흉흉한 도시 괴담은 흑인을 향한 물리적 폭력이 중단될 때에야 사라질 수 있다.
폭력에 대항하는 원한적 주체로서의 캔디맨이라는 호명은 주류사회에 포섭되지 않은 소수자의 경험‧분노가 왜 미스터리‧공포의 영화 장르로 이어졌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해되지 못하는’ 소수자의 감정은 ‘이해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 우리 주변을 횡행한다. 소수자가 겪는 폭력이 이해 불가능한 미스터리로 남는 한 캔디맨은 불멸이다. 캔디맨을 향한 공포는 인종차별 사회의 자업자득이다.
캔디맨, 캔디맨, 캔디맨, 캔디맨… 캔디맨. 다섯 번의 호명 이후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는 도래할까?
-
- ?씨나병의 영화정보 #9? ?영화 제공이 궁금하다고?!?
?씨나병의 영화정보 #9? ⠀ ?아홉 번째 주제? ⠀ ?영화 제공이 궁금하다고?!⠀
-
-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 / 안보면 후회 / 우리가 사춘기를 지나며 잃어버린 것들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인사이드 아웃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캐스팅 소개에 1개, 엔드크레딧 후에 1개 있습니다.
-
- 디즈니 + <에코> 메인 예고편
절대 악에 맞서 스스로 괴물이 되다! ?시청주의? [에코] 메인 예고편 대공개!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에코] 1월 10일 디즈니+ 모든 에피소드 단독공개?
-
- 영화 <왕을 찾아서> 런칭 예고편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친구가 불시착했다!" 1980년 강원도, 특별한 존재가 마을에 찾아왔다! 2024년 최고의 화제작! '왕을 찾아서' 2024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