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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2025-03-31 00:16:52

생존 앞에 놓여진 신념과 불신의 선택

미리 본 <헤레틱> 리뷰

 

밀실과 공포라는 조합으로 A24가 신작 공포영화 <헤레틱>을 선보였다. 영화는 초반부터 불길한 기운을 형성하며, 제한된 공간 속에서 캐릭터 간의 대화를 통해 점점 더 깊이 파고든다. <유전>, <겟아웃>과 같은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서서히 조여오는 긴장감과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종교와 믿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야기의 시작은 두 명의 모르몬교 선교사 소녀가 한 남자의 집을 방문하면서 모든 사건이 전개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방문과 포교 활동을 넘어, 신념과 믿음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들은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왔지만,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신념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영화는 초반부부터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가며, 각자가 가진 믿음의 논리가 어디까지 밀고 당겨질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리드는 이 영화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하며, 두 소녀의 믿음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험한다. 그는 논리적인 반박과 심리적 압박을 통해 이들이 신앙을 지키려는 의지를 흔들어 놓는다. 마치 체스 경기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대화 속에서, 관객들은 리드의 말에 이끌려가면서도 동시에 두 소녀가 이를 어떻게 반박하고 견뎌낼지를 지켜보게 된다. 믿음이 단순한 확신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영향을 받을 때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방식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공포라는 장르적 틀을 넘어,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한다. 우리는 두 소녀가 리드의 질문에 맞서며 자신들의 신앙을 더욱 굳건히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동요와 불안을 감지하게 된다. 종교적 믿음을 가지고 있든 없든, 관객들은 이들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믿는 종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리드가 던지는 질문들이 신앙을 가진 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반응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리드의 도발적인 언행이 일종의 철학적 논쟁처럼 다가오기도 했고, 그 안에서 두 소녀가 어떻게 반박하고 대응하는지를 보며 점점 그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밀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은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인물들은 물리적으로 탈출할 수도 없고, 심리적으로도 점점 궁지에 몰린다. 조명과 음향, 카메라 워크는 이러한 폐쇄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며, 영화 내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극적인 순간마다 침묵이 흐르며, 그 안에서 오고 가는 대화가 더욱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공포스러운 장면 때문이 아니라, 관객들이 인물들의 심리 상태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헤레틱>은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신념이 시험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 변화와 논리적 충돌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A24 특유의 철학적 깊이가 살아있는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믿음과 인간 심리에 대한 강렬한 질문이 숨겨져 있다. 단순한 무서움이 아니라, 불안과 의심 속에서 점차 깨닫게 되는 본질적인 질문들. 이것이야말로 <헤레틱>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일 것이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 o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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