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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inx2021-09-09 01:27:00

나에게 확신이 없을 때, 정성을 담은 영화 한 편

[영화 리뷰] 영화 '그대 너머에(2021)'

*이 글은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참고해 주세요 : )

 

유난히 힘들고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다. 하루를 곱씹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스스로를 향한 의심이 파고든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일까?'
'내일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누군가 슬퍼할까?'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피곤에 지친 눈은 초점을 잃는다. 애써 노력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심이 해결될 때까지 질문하고 파헤치는 방법도 있다. 영화 <그대 너머에>는 꼬리를 무는 의심을 통해 답을 찾으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그대 너머에>

 

영화 <그대 너머에>는 무명의 영화감독 '경호(김권후)'가 첫사랑이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인숙(오민애)'과 그녀의 딸 '지연(윤혜리)'을 만난 후, 기억의 미로에 빠지는 내용을 담았다. 기억과 망각을 소재로 세 명의 등장인물이 인간관계와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영화의 철학적 주제와 실험적인 연출을 인정받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영화는 자칫 신파로 흘러갈 법한 소재를 독특한 창의력으로 풀어낸다. 전체적인 구조부터 장면 하나에 이르기까지 허투루 만든 부분이 없다. 일단 영화의 구조를 살펴보면 전반부와 중반부가 '경호'의 기억이 되풀이되는 듯 반복된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전반부와 똑같이 행동하지만, 현재의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기계처럼 움직인다. 마치 '경호'의 존재와 상관없다는 듯 잘 짜인 연극 같이 보인다.

 

이러한 구조의 대비는 장소에서도 나타난다. 영화의 전반부는 모든 가능성이 열린 야외에서 시작해서 '경호'의 집인 실내에서 끝이 난다. 이야기가 중반부로 들어설 때, '경호'는 실내에서 다시 야외로 이동한다. 충격에 빠진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의'지연'을 따라가는 골목길은 주인공들의 복잡한 기억을 상징한다.

 

 

영화의 장면 하나에도 각각의 의미가 숨어있다. 특히 좁은 골목길에서 촬영된 롱테이크 장면과 360도 VR 촬영처럼 다양성 영화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개미의 초근접 접사는 자연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섬세하게 묘사된 개미 장면은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특수렌즈로 살아있는 개미를 직접 촬영해서 만들어졌다.

 

영화 <그대 너머에>의 '박홍민' 감독은 개미 장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거리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개미를 관찰하는 마음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영화 제작에 임했다.'라고 답했다.

 

 

감독의 말처럼 개미 장면은 <그대 너머에>라는 제목의 의미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그대'는 사전적 의미로 듣는 이를 높여 이르는 2인칭 대명사로, 세 명의 인물 중 누구를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또한 제목에는 그들이 각자가 가진 슬픔과 답답함 너머를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갔으면 하는 응원이 담겨 있다. 영화 속 개미는 장애물에 막히고 넘어지지만, 계속 앞으로 전진한다.

 


Q. 지금 당신의 모습에 의심이 생기나요?

 

영화 <그대 너머에>는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 한 통 같다. 영화를 보게 될 평범한 존재들을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웠을 창작자의 고뇌와 순수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매 장면마다 담긴 정성스러운 질문을 보며 스스로의 답을 생각하게 된다.

 

영화 <그대 너머에>를 예고편으로 미리 만나보세요▼

 

영화 속 세 사람도 나름의 답을 내린다. 딸을 기억하지 못하던 '인숙'은 '딸'이라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지연'을 찾아낸다. 그들은 과거에 '경호'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며 편안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다.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경호'는 세상을 초월하여 영원히 시나리오를 쓰는 존재가 된다.

 

그들의 답이 꽉 막힌 해피엔딩이나 완벽한 답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의심 끝에 찾은 답도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답을 찾아본 사람만이 자신을 가로막은 장애물 너머로 향할 수 있다.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 삶의 방향을 잃을지라도 다시 전진할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렇게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리라 믿는다.

 

그러니 당신이 너무 많이 울거나 자책하지 말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좋겠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좌절과 버티기 위한 희망을 고민하는 밤은 생각보다 다정할 테니까.

 



 

* 제가 참석한 시사회에는 감독과 배우분들의 무대인사가 있었는데요.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걸 보고 정성스러운 영화라는 확신을 가진 것 같아요.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 '박홍민 감독님의 인터뷰를 함께 올립니다!

작성자 . jadeinx

출처 . https://brunch.co.kr/@jadeinx/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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