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10-05 11:41:52
시간에 대한 철학과 제약회사의 음모는 어울리지 않아, 영화 <올드>
해골과 사람의 다리가 반반으로 처리된 이 기이한 포스터를 보고 검색 한 번을 안해봤을 사람이 어디있을까? 그리고 해변에서 순식간에 나이가 들어버린다는 설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기대감을 가지고 본 영화 <올드>. 하지만 기대에 무색하게 안타까움이 짙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올드> 시놉시스
평범한 가족여행이 시작된다. 아내는 약국에서 경품에 당첨돼서 리조트 숙박권을 얻게 된다. 가족들은 리조트 측의 배려로 다른 팀과 함께 리조트에서 벗어난 외딴 곳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휴양을 떠난다. 하지만 그 해변은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해변을 나가려고 시도를 할 때마다 정신을 잃고 다시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기절한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6살, 11살이던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성장하여 성인이 되고, 아이를 갖고, 출산을 경험하기에 이른다. 아름답지만 이상한 해변에서의 시간 30분이 원래 세계의 1년과 같다는 것을 주인공들은 뒤늦게 깨닫고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이 이후로는 영화 <올드>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잘 표현하다
영화를 다 보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었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부분은 카메라 무빙이 굉장히 좋았다는 점이다. 친구와 함께 이 영화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며 산책을 하면서도 둘다 동의를 했던 부분이 카메라 구도를 정말 잘 잡았다는 것이었다. 등장인물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잘 느껴지도록, 급박하고 위급한 상황임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흔들리는 컷들을 배치하단던지 수평이 맞지 않는 구도를 취한다던지 시각적으로 불편하게끔 만들어서 등장인물의 혼란스러움과 암담함을 굉장히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방법이 매번 쓰이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관찰자적인 시점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순간이 그들의 감정에 확 몰입할 수 있도록 밀당을 잘해서 더더욱 그 혼란스러움을 배가 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에 대한 철학을 스릴러로 풀어낸 것인줄 알았지
제목이 올드(old)였기에 늙어감에 대해,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감독의 철학적인 시각을 다룬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M. 나이트 샤말란의 특징답게 이러한 교훈을 스릴러라는 소재를 잘 활용해서 굉장히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느낀 감정은 이것이 스릴러가 맞던가..? 그냥 ‘30분이 1년이다’라는 설정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어디가 스릴러이지..? 당황스러웠다.
전작 23아이덴티티에서 학대에 대한 아픔을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내서 그 연결고리가 굉자이 이질적이면서도 설명이 가능했기에, 그리고 스릴러의 요소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서 쫄깃한 맛도 있었다. 하지만 올드는 아니었다. 스릴러의 요소가 부각이 되지도, 그렇다고 시간이 빨리간다는 새로운 소재도, 이를 통해 풀어내고자 했던 시간에 대한 철학도 제대로 풀어내질 못했다. 다 하다가 만 느낌이었다. 그저 그래서 영화의 주제에 대한 큰 울림을 받지는 못했다.
이렇게 급발진 하기 있기?
영화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후반부에 너무나도 다이나믹하게 급발진을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가족들은 왜 아름답지만 무서운 저 해변으로 끌려갔으며 호텔 지배인은 왜 그들을 보내고 감시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그저 신약 개발을 위한 제약회사의 잘못된 선택!!이라는 사회 경제적 음모로 퉁쳐버린다. 그래서 서로 다른 주제의 영화를 갑자기 합쳐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영화 중후반까지 열심히 끌고가던 시간에 대한 탐색적인 자세가 갑자기 제약회사의 음모로 치환이 돼서 굉장히 시시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원인과 결과를 설명해주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심에 대해 집중하고 그 변화에 초첨을 맞춰나갔더라면 이렇게까지 큰 실망을 안겨주진 않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영화 <올드>는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내재된 작품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어찌보면 포장을 참 잘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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