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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두codu2021-10-19 21:56:54

엄마는 어릴 때 어떤 아이였어?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쁘띠 마망>(2021) 리뷰

 

 

셀린 시아마 감독의 지난 주인공들이 성적 끌림을 발견하고 내면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쁘띠 마망>은 엄마와 딸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자신이 어떤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눈뜨기 전부터 형성된 '엄마와 딸'의 관계는 여자의 생애에 근본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

<톰보이>(2011) 속 로레를 자신의 관점에 맞추려는 어머니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속 가부장적 시선을 재현한 어머니를 지나

<쁘띠 마망>에 이른 셀린 시아마 감독의 어머니는 딸과 정면으로 마주하여 소통을 시도한다.

 

 

쁘띠 마망


 

 

넬리(조세핀 산스)는 엄마를 보고 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시골집에 온 엄마 마리옹(니나 뫼리스)이 무척 슬퍼 보이기 때문이다. 마리옹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혼자 도시로 돌아간다. 밖에서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넬리는 우연히 동갑내기 친구를 마주친다. 마리옹(가브리엘 산스)은 엄마와 같은 이름을 쓰고, 예전 엄마처럼 오두막을 짓고 있다. 처음 만났지만 익숙한 친근함을 느끼며 넬리와 마리옹은 빠르게 친해진다. 

 

넬리는 집이 정리되는 대로 돌아가야 하고, 마리옹은 다리 수술을 위해 3일 후면 병원으로 가야 한다. 헤어짐이 예견된 두 친구의 짧은 만남은 "진짜 얘기"와 그들만의 놀이로 채워진다. 영화 <쁘띠 마망>은 관객의 눈높이를 여덟 살에 맞춰 그들만이 말할 수 있는 진실을 그들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가장 사랑스럽고 순수한 방식으로 세대와 세대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닮은 듯 다르지만


 

 

넬리는 주로 파란 옷을 입는다. 잠옷이며 이불, 점퍼까지 파란색이다. 반면 마리옹은 붉은 점퍼를 즐겨 입는다. 넬리는 낱말퍼즐을 잘하고 철자도 잘 알지만 마리옹은 철자에 약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 마리옹은 배우가 되고 싶고 넬리는 연기를 잘한다. 다르다고 친구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조금씩 다르기에 그래서 서로가 궁금하고 그렇게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나와 다른 상대방의 '다름'이 궁금하지조차 않다면 그들은 친구가 될 수 없다.

 

넬리와 마리옹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궁금해한다. 두 친구의 협업은 그래서 빛이 난다. 마리옹은 오두막의 골조를 튼튼하게 세우고 넬리는 낙엽과 천으로 장식한다. 우유를 가득 부어 이리저리 튀겨도 그럴듯한 케이크를 만들어낸다. 형사와 백작부인이 나오는 연극의 배역 분배는 어떤가. 분량이 많은 백작부인을 연기하는 마리옹은 넬리에게 훨씬 많은 배역을 배정한다. 소꿉놀이는 양보와 배려 창의력이 없으면 안 되는 놀이다. 사랑과 죽음이 담겨 있는 이 놀이는 현실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어느 정도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렇게 서로를 닮은 배역과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두 아이 간에 재현되면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엄마의 우울은 딸의 숙제


 

딸을 향한 엄마의 마음에 죄책감과 사랑이 섞여 있다면 엄마를 향한 딸의 마음은 그보다 간절한 사랑이다. 외면받는 딸의 사랑은 때로 모성애보다 강해진다. 마리옹은 다정하게 아이를 챙긴다. 하지만 영화는 넬리가 엄마를 아껴주는 방식에 주목한다. 간식 시간이 되자 운전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과자 세 번과 음료 한 번을 먹여주는 장면으로도 넬리의 배려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두 모녀는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한다. 그런데도 엄마를 향한 딸의 사랑이 짝사랑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마리옹은 이른 나이에 배우의 꿈을 접고 넬리를 낳았다. 엄마의 우울의 이유가 자신 때문인 것 같다고 느끼는 넬리의 감정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작은 마리옹은 "너 때문은 아니야"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만, '엄마의 우울'은 언제나 딸의 숙제로 남는다.

 

 

 

눈을 맞추면 보이는 것


 

 

넬리의 부모님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아빠는 넬리에게 담배를 피워도 될지 묻고, 면도를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이 아이를 위해 무릎을 굽혀주지 않으면 이들의 시선은 정확하게 맞닿을 수 없다. 식탁에서 넬리는 엄마를 올려다봐야 하지만 마리옹과는 바로 옆에서 수프를 가지고 장난치며 눈을 맞추고 웃는다.  두 아이는 눈을 맞추고 어른과 아이는 나눌 수 없는 "진짜 얘기"를 나눈다. 두려움에 대한 얘기다. 놀랍게도 어른이 눈높이를 맞춰주면 어른이 아이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른을 이해하게 된다. 넬리는 엄마의 마음이 아니라 마리옹을 이해하게 되었다.

 

넬리는 엄마가 무서워했다던 흑표범을 본다. 그 심장소리를 듣는다. 마침내 두 사람의 주파수가 맞추어져 태초의 하나였던 심장소리로 돌아가듯이,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작성자 . 코두codu

출처 . https://brunch.co.kr/@codu/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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