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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파로2021-11-02 21:12:10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서부시대 어떤 이들의 우정

영화 퍼스트 카우 리뷰

 

 

제8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NYFCC) 작품상 수상과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후보를 포함,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24회 수상 및 143회 노미네이트를 했고 봉준호 감독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답고 시적이다”라는 찬사를 보내며 강력 추천했던 영화 〈퍼스트 카우〉 리뷰입니다. 국내에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정적인 스타일로 자연과 인물을 관찰하며 페미니즘적인 주제의식과 노동자 계급 등 비주류 사회를 주목해 온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켈리 라이카트의 7번째 장편 연출작이죠. 그녀의 작품 중 처음으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 제26회 BIFF에 초청되어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좋은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했는데, 기존 19세기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흥미롭게 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찾으신다면 추천드리고 싶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퍼스트 카우〉 줄거리 정보

쿠키에게는 우유를, 인간에겐 우정을

“새에겐 새집이, 거미에겐 거미집이, 인간에겐 우정이(The bird a nest, the spider a web, man friendship)”라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와 함께 화면이 밝아지고, 커다란 증기선 한 척이 허드슨강을 지나가며 시작됩니다. 그 옆으로 강아지와 함께 강변을 산책 중이던 한 소녀, 진흙으로 뒤덮인 땅에서 나란히 누워있는 두 개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시간은 그들이 살았던 1820년대로 전환됩니다.

 


모피 사냥꾼들의 식량 배급을 담당하며 어느 마을을 향해가던 요리사 쿠키는 여느 날과 똑같이 주변 식재료를 수집하던 중 벌거벗은 채 추위에 벌벌 떠는 중국인 킹 루를 만나 일행 몰래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 줍니다. 이후 마을에 도착하고 우연치 않게 다시 마주한 두 사람, 지낼 집이 없는 쿠키에게 루는 자신의 허름하고 좁은 집에서 지낼 것을 권하고 그렇게 함께 지내게 되죠. 그리고 곧이어 그의 베이킹 실력을 확인한 루는 마을의 권력자 팩터 대령이 소유한 유일한 젖소로 부터 우유를 몰래 짜 빵을 만들어 팔자는 계획을 제안하는데...

예고편│ Trailer

https://tv.naver.com/v/23281940 

영제 : First Cow│감독 : 켈리 라이카트│원작 : 조나단 레이먼드의 2004년 단편 소설 〈The Half Life〉│각본 : 조나단 레이몬드, 켈리 라이카트│출연진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토비 존스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22분│개봉일 : 2021년 11월 4일│국가 : 미국│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8.5, 왓챠피디아 예상 3.8, 로톤 토마토 신선도 96% 팝콘 63%, IMDB 7.1, 메타 스코어 89점│수상 내역 : 85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작품상)│시청 가능 서비스 : 11월 4일 극장 개봉

 

 




감독의 세계관

마초적인 남성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며 혈투를 벌이는 야만적인 19세기 서부극을 흔히 떠올릴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같은 시대가 배경이지만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로 여성들의 비주류 사회를 비추던 감독이 이번에는 확실한 남성 중심의 시대를 선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고정된 사고를 깨부수는 변주를 보여주고 있죠. 백인이지만 언제나 사회로부터 떨어져 있던 유대인, 그저 생존이라는 위대한 도전을 이어온 중국인, 이렇게 힘의 논리로 지배되던 사회의 약자에 속한 그들을 통해 기존의 사고를 무너뜨립니다. 그렇게 옛날 서부극의 공식을 뒤엎는 평범한 일상 속 두 인물 사이의 대화만큼이나 견고해가는 우정과 연대에 대한 서사를 잔잔한 강물처럼 보여줍니다.

 

 

 

〈퍼스트 카우〉는 이러합니다.

예술 영화의 잔잔함

백인 주류의 서부 세계에서 두 사람은 바깥에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의심하기보다는 우정이라는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으로 더욱 가까워집니다. 벌거벗은 채 쫓기는 자신을 감싸준 친절에 혼자 지내기도 좁은 집으로 불러 함께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존재는 미약할지언정 결코 불안하거나 외롭거나 흔들리지는 않죠. 그렇기에 폭력이 난무하며 자본주의로 치닫는 사회에서 그들의 관계는 어쩌면 목숨이 오가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강렬함이 느껴지는 연기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도, 드라마틱한 액션도 없고, 기존과 다른 1.37:1 화면비의 35㎜ 필름으로 프레임은 작고, 카메라는 고정돼 있으니 동적인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어쩌면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오래 바라보아야 가치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이 작품 역시 두 인물의 인종을 넘어선 우정에 집중하다면 “우리들의 집은 우정이 있는 곳이다"라는 감독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잔잔한 드라마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리며,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한 줄 평 :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서부시대 어떤 이들의 우정

작성자 . 모모파로

출처 . 네이버영화,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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