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6-17 11:50:26
6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인사이드 아웃2> 개봉 5일만에 200만 관객수 돌파
“어른이 된다는게 이런건가봐 기쁨이 줄어드는거”
어른들이 뭉클한 마음을 안고 나온다는 <인사이드 아웃 2>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 5일만에 200만 관객수를 돌파했습니다.
전편 <인사이드 아웃1> 기록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200만 명을
돌파하며 픽사 애니메이션 최고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북미 개봉 후 사흘간 2150억원의 티켓 수입을 기록하며
애니메이션 영화 중 두 번째로 높은 개봉 첫 주 수입을 기록했으며
픽사의 29년 역사상 2위에 올랐습니다.
쏟아지는 극찬 후기로 지난해 700만 관객을 넘게 모은
<엘리멘탈>까지 뛰어넘을것으로 보입니다.
�<인사이드 아웃1> 이후 9년만의 후속작
�주인공 라일리가 13살이 도고 사춘기에 접어들자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 등장하면서 큰 변화를 겼는다.
'This film is dedicated to our kids. We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PIXAR-
<인사이드 아웃 2 > 줄거리
디즈니·픽사의 대표작 <인사이드 아웃> 새로운 감정과 함께 돌아오다!
13살이 된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매일 바쁘게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그러던 어느 날, 낯선 감정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본
부에 등장하고,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제멋대로인 ‘불안’이와 기존 감정들은 계속 충돌한다.
결국 새로운 감정들에 의해 본부에서 쫓겨나게 된 기존 감정들은 다시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하는데… 2024년, 전 세계를 공감으로 물들인 유쾌한 상상이 다시 시작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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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연한 두려움이 일으킨 불안감의 파도.
- 500일의 썸머에 나왔던 그 영화를 보았다. 그 문제작(?)인 '졸업'은 1967년 마이크 니콜스의 미국 영화인데, 원작 찰스 웨브의 '졸업'을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썸머가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과 톰이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 겹치지 않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다. 톰이 이 영화를 오해하며 자랐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썸머는 '졸업'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울고 톰은 우는 그런 썸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영화의 결말은 정말 톰이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극복한 운명적인 사랑의 영화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벤자민은 주변의 기대와 막연함으로 인해 내면의 불안감이 휘몰아친다. 그렇게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던 그는 고민에 빠질 새도 없이 1차원적인 쾌락에 빨려 든다. 잘못됐다는 생각은 어느새 그 욕망에 잠식되어 소거된다. 대화 없이도 충분한 잘못된 만남은 언젠간 거리를 두어야 할 테지만 익숙해진 시간으로 인해 전과 다를 바 없는 수동적인 삶의 형태는 지속된다. 금단의 관계는 그의 일부분이 얽히게 만들며 동시에 벗어날 수 없게 한다.
허비한 시막 간으로 인해 삶의 방향성을 잃고 물 위에 부유하던 벤자민은 일레인을 만나며 서서히 변화를 맞이한다. 매번 선택의 순간의 기로에 놓이며 '사랑'과 연관된 일레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의지를 통해 표현할 수 있었다. 끝내 쟁취하고도 벤자민의 공허한 표정과 그를 바라보는 일레인의 모습을 통해 계속해서 펼쳐질 흔들리는 불안함을 500일의 썸머의 '썸머'는 그 감정을 느꼈기에 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수동적으로 자라왔던 이들에게 처음으로 졸업이라는 묵직함으로 다가온 순간을 목도한다.
그의 방황에 휩쓸린 이들에게 밀려오는 불안감의 파도는 청춘이라는 막연함으로도 덮을 수 없었다. 세대를 막론한 진정한 '졸업'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인생은 정해진 답이 없는 큰 시험지 같다. 영화의 동화같은 이야기와 현실적인 이야기가 잘 버무려진 영화였다. 약간의 아쉬움은 분명히 있지만 청춘의 막연함을 물에 비유한 방식이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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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베테랑2>가 개봉 2주차 만에 누적 관객수 56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주말 동안 91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주말 동안 4만 4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이와 함께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3위 자리에 안착했습니다.
한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트랜스포머 ONE>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누적 수익 약 3000억 원을 기록,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트랜스포머 ONE>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2위에 머물렀으며,
<스픽 노 이블>이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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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상한 척 하는' 영국을 빵 터뜨린 윤여정 배우
4월 11일 (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개최된 ‘2021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BAFTA)에서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미국 배우 조합상에 이어 일주일 만에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수상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윤여정 배우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배우 윤여정입니다.”(Hello Britain, I’m Korean actress Yuh-Jung Youn)로 시작한 수상 소감에서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이번엔 특히 ‘고상한 척 한다고’(Snobbish) 알려진 영국인들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수상 소감을 전해 그날 밤 가장 큰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최근 작고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 공에 대한 애도까지 잊지 않으며, ‘완벽한’ 수상소감을 전한 그녀는 시상식 이후 진행된 Variety지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은 그녀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지만, 안 좋은 의미가 아니라 밝히며, 그들의 이러한 모습은 긴 역사로부터의 자긍심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녀 자신은 한국에서는 ‘배우로서’ 꽤 오랫동안 활동해왔기에, 자국에서는 유명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아니었다. 지금 자신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으니, 묻지 말라며 그녀 다운 멘트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I don’t know anything about Oscars or BAFTAs. In Korea I’ve been in this business such a long time, I’m very famous domestic-wise, not internationally. I don’t know what’s going on now, I don’t know what’s happening to me. So don’t ask me!”)
이번 시상식에서 윤여정 배우 외에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4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노매드랜드>의 4관왕이다.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여우주연상) 특히, 이번 시상식 기간 동안 윤여정 배우와 함께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감독 ‘클로이 자오’는 2010년 <허트 로커>로 감독상을 수상한 캐서린 비글로우 이후 이 상을 수상한 2번째 여성 감독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노매드랜드’의 또 한 명의 히로인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SAG에서 놓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는데,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같이 이름을 올린 ‘비올라 데이비스’(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캐리 멀리건 (프라미싱 영 우먼), 안드라 데이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가 BAFTA에는 노미네이트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미 예견된 수상 결과였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결과이다.
또한, 1971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시작으로 ‘찰리 채플린’, ‘스티븐 스필버그’, ‘헬렌 밀러’와 같이 매년 영화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운 영화인에게 수여되는 평생공로상을 올해는 대만 출신의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이 수상하며 고상한 영국 리그에서 아시아인들이 역대 가장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앞서, 2018년 BAFTA에서, 영국 소설 ‘핑거 스미스’를 각색한 <아가씨>로 박찬욱 감독이 외국어 영화상을, 2020년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이 외국어 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21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
- 작품상
더 파더
모리타니안
★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작품상 (영국)
종말
더 디그
더 파더
그 남자의 집
림보
모리타니안
모굴 모글리
★ 프라미싱 영 우먼
어느 소녀 이야기
세인트 모드
- 감독상
어나더 라운드 - 토마스 빈터베르그
베이비티스 - 섀넌 머피
미나리 - 정이삭
★ 노매드랜드 - 클로이 자오
쿠오바디스, 아이다 - 야스밀라 즈바니치
어느 소녀 이야기 - 사라 가브론
- 데뷔작품상 (영국)
★ 그 남자의 집 - 레미 위크스
림보 - 벤 샤록
모피 - 올리버 헤르마누스
어느 소녀 이야기 - 사라 가브론
세인트 모드 - 로즈 글래스
- 남우주연상
사운드 오브 메탈 - 리즈 아메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채드윅 보스만
화이트 타이거 - 아르다시 구라브
★ 더 파더 - 안소니 홉킨스
어나더 라운드 - 매즈 미켈슨
모리타니안 - 타하르 라힘
- 여우주연상
어느 소녀 이야기 - 벅키 바크레이
더 40 이어 올드 버전 - 라다 블랭크
그녀의 조각들 - 바네사 커비
★ 노매드랜드 - 프란시스 맥도맨드
그 남자의 집 - 운미 모사쿠
클레멘시 - 알프리 우다드
- 남우조연상
★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다니엘 칼루야
종말 - 베리 케오간
미나리 - 앨런 김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 레슬리 오덤 주니어
Da 5 블러드 - 클락 피터스
사운드 오브 메탈 - 폴 라시
- 여우조연상
종말 - 니암 알가르
어느 소녀 이야기 - 코사 알리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 마리아 바카로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도미닉 피시백
카운티 라인스 - 애슐리 매더퀴
★ 미나리 - 윤여정
- 각본상
어나더 라운드 - 토비아스 린드홈 외 1명
맹크 - 잭 핀처
★ 프라미싱 영 우먼 - 에머랄드 펜넬
어느 소녀 이야기 - 테레사 이코코 외 1명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아론 소킨
- 각색상
더 디그 - 모이라 버피니
★ 더 파더 - 플로리안 젤러 외 1명
모리타니안 - 로리 헤인즈 외 2명
노매드랜드 - 클로이 자오
화이트 타이거 - 라민 바흐러니
- 편집상
더 파더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 사운드 오브 메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촬영상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모리타니안
뉴스 오브 더 월드
★ 노매드랜드 - 조슈아 제임스 리차드
- 음악상
맹크
미나리
뉴스 오브 더 월드
프라미싱 영 우먼
★ 소울
- 음향상
그레이하운드
뉴스 오브 더 월드
노매드랜드
소울
★ 사운드 오브 메탈
- 의상상
암모나이트
더 디그
엠마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맹크
- 분장상
더 디그
힐빌리의 노래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맹크
피노키오
- 특수시각효과상
그레이하운드
미드나이트 스카이
뮬란
더 원 앤 온리 이반
★ 테넷
- 프로덕션디자인상
더 디그
더 파더
★ 맹크
뉴스 오브 더 월드
레베카
- 외국어영화상
★ 어나더 라운드
친애하는 동지들!
레 미제라블
미나리
쿠오바디스, 아이다
- 다큐멘터리상
콜렉티브
DAVID ATTENBOROUGH: A LIFE ON OUR PLANET
더 디시던트
★ 마이 옥토퍼스 티처
소셜 딜레마
- 단편애니메이션 작품상
더 파이어 넥스트 타임
★ THE OWL AND THE PUSSYCAT
더 송 오브 어 로스트 보이
-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 소울
울프워커스
- 단편영화 작품상
EYELASH
리자드
럭키 브레이크
미스 커비
★ 더 프레젠트
- 캐스팅상
종말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미나리
프라미싱 영 우먼
★ 어느 소녀 이야기
- 신인상
★ 벅키 바크레이
콘래드 칸
킹슬리 벤-아딜
모르피드 클락
솝 디라이수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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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선택했지만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줄평 : 인간이 만든 도덕적 기준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신의 선택
▷영화 : 콘클라베(Conclave), 2025.3월
‘하나님의 선택’,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 ‘열쇠로 걸어 잠글 수 있는 방’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주1는 그렇게 불린다.
신적 대리인으로서 최고 권위를 가지는 교황을 뽑는 성스러운 과정으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콘클라베에 참여하기 모여든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묵는 '성 마르타의 집'과 선거 장소로 사용되는 '시스티나 성당'은 외부와의 통신조차도 차단된다.
외부에서 이곳의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성당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의 색깔뿐이다. 하얀 연기는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표시이다.
교황 선출 결과를 보기 위해 모여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의 수많은 군중과 전 세계 TV들은 이 굴뚝만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다.
종교 권력은 그렇게 철저히 성(聖)과 속(俗)을 구분해낸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콘클라베 장면(2013.3.12~13, 이틀에 걸쳐 총 5회 투표로 선출) /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cpbc)
그러나 영화 <콘클라베>는 교황 선출 과정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며,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거침없이 허문다.
유명 여행지를 찾은 관광객처럼 캐리어를 끌며 숙소로 모여드는 107명의 추기경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다 흩어진 자리에 남겨진 담배꽁초들,
그리고 손에 아이폰을 쥔 채 대화를 나누는 모습까지 - 이 모든 장면은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보여준다.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향하는 추기경들과 바닥에 나뒹구는 담배꽁초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결국 사람을 통해 성취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정치 행위다. 이 과정에서 교황이 되고자 하는 이는 자신이 적임자임을 설득해야 하고, 지지 세력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최고 권력을 향한 욕망이든, 세상을 자신의 신념대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종교적 이상이든, 가톨릭교회의 정점에 도달하고 싶은 열망이 없을 리 없다.
오랜 세월 추기경으로서 교회 정치에 깊이 관여해 온 이들에게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욕구일 것이다. 이를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로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이곳에 모인 추기경들은 가톨릭 교회의 최고 지도자로서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뿐이다.
그런 베일에 싸인 콘클라베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선택은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갑작스러운 교황의 선종으로 이번 콘클라베를 주관하게 된 토머스 로런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의 첫날 연설은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담아낸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다양성이고,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의심 없는 확신은 관용의 가장 치명적인 적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것은 의심과 함께 걸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믿음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영화 <콘클라베> / 토머스 로런스(레이프 파인스)어쩌면 주인공 토머스 로런스(Thomas Lawrence)는 예수의 부활을 의심했던 열두제자 중 한 사람인 도마(Thomas)를 모티브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요한복음 20장) [27절]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28절]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29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좌)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이번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토머스(Thomas) 로런스 추기경, (우) 카라바조(1573년~1610년)의 <의심하는 도마(Thomas)>
무엇을 믿는다는 것은 맹목적인 ‘확신’이 아니다. 오히려 믿음은 의심에서 비롯된다.
도마가 예수의 옆구리 상처에 손을 넣어본 뒤에야 부활을 믿게 되었듯이, 역설적이게도 진정한 믿음은 내가 본 것이 틀릴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한 것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의심’으로부터 출발한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가 무오(無誤)한 존재가 아님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심’은 나를 변화로 이끄는 출발점이며, ‘확신’은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영화 <콘클라베>는 신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한 본질을 탐구하며, ‘의심’으로 가득 채운다.
과연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교황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말이다.
이 의심의 실체를 확인하고, 확신으로 바꿔야 할 책임이 토머스 로런스 추기경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감춰져 있던 아픈 과거도 드러나고, 세속적인 정치적 모략과 술수가 난무해진다.
교황청이라는 신성한 공간에서조차 세상 정치판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걱정은 이르다. 세상의 모든 조직이 그러하듯,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72명, 즉 투표인원의 3분의 2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엄격한 규칙 아래, ‘의심’은 반드시 ‘진실’로 귀결될 것이라는 당위성만은 변함이 없다.
이 제한된 시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선택의 과정은, 결국 하나님의 섭리가 깜짝 놀랄 방식으로 드러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후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이번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토마스 로런스 추기경
영화 <콘클라베>는 토마스 로런스의 시선을 따라 끊임없이 ‘의심’의 과정을 추적해 간다.
선거는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 것이라는 경구는 교황 선출 과정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런 선거에서는 예의 보수, 중도, 진보 성향의 진영 다툼과 각 진영을 대변하는 후보를 승리하도록 돕는 세 결집을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네 명의 유력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기니 경합을 벌인다.
사회적 보수주의자인 나이지리아의 조슈아 아데예미(루시언 음사마티), 온건주의자인 캐나다의 조지프 트랑블레(존 리스고),
진보주의자인 미국의 알도 벨리니(스탠리 투치), 확고한 전통주의자인 이탈리아의 고프레도 테데스코(세르조 카스텔리토)이다.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콘클라베 투표 특성상 참석한 추기경 중 한 명은 교황으로 선출되어야 한다
우선 초반 제3세계 국가의 추기경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유력한 1순위로 치고 나가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조슈아 아데예미 추기경이
30년전 저질렀던 수녀와의 성 추문이 드러나면서 자연스럽게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또 한 명의 유력 후보였던 조지프 트랑블레 추기경은 성직매매 비리가 드러나면서 교황 자리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유력한 두 후보가 가시권에서 멀어지면서 이제 남은 것은 진보진영의 알도 벨리니 추기경과 강경 보수파인 고프레도 테데스코 추기경.
내심 진보 성향인 토머스 로런스는 강경보수파인 고프레도 테데스코 추기경이 교황 자리를 차지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같은 진보진영의 알도 벨리니 후보가 있지만 세 결집이 미약하다.
이런 연유로 기도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은 결코 교황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주인공 토마스 로런스는 어느새 교황의 자리를 욕망하게 된다.
‘의심’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던 주인공이 그 '의심'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격이다.
그 순간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발생한 이슬람 세력의 폭탄 테러는 이 모든 상황을 반전시킨다.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테러와 종교전쟁에 대한 토론은 추기경들의 가치관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강경 보수파인 고프레도 테데스코는 이때다 싶어 이런 이슬람 테러가 '상대주의 교리의 결과물’이라고 전임 교황의 정책을 비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 전쟁과 저 짐승들과 싸울 전쟁을 이끌 지도자다'라고 극단적인 발언을 퍼붓는다.
이에 대해 그동안 조용히 투표에 참여해 오던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멕시코인 추기경인 빈센트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방금 전쟁이라 하셨는데, 여러분이 전쟁에 대해 무엇을 알고 계신지 궁금하다. 카불에서 선교를 하면서 수많은 크리스천과 무슬림들의 시신을 보았다.
방금 우리가 싸워야만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진정 싸워야만 하는 것은 오늘 아침 이 사건을 일으킨 것처럼 그런 망상에 빠진 사람들이 아닌, 우리 각자의 마음속이다.
우리는 지금 증오에 굴복하고 편을 가를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과 남성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영화 <콘클라베> / 빈센트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
급격히 합리적 평화주의자로 보이는 빈센트 베니테스 추기경으로 표가 쏠리고, 최종 투표 결과 그가 교황으로 선출된다.
이제 토머스 로런스의 ‘의심’은 해소되었고, 바라던 교황이 선출되었다.
흡족해하며 토머스 로런스는 빈센트 베니테스를 향하여 교황 수락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
‘당신을 교황으로 선출하는 것을 받아들이십니까?’ 영화 <콘클라베>/ 토머스 로런스(레이프 파인스)
이제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공표를 앞둔 시점, 토머스 로런스는 빈센트 베니테스 추기경에게 과거 제네바의 한 의료원을 방문했던 이유를 묻는다.
그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의심’을 완전히 지우고 싶었던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인터섹스(간성)’임을 고백한다.
신학교 시절에도 그는 다른 남성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맹장수술을 위한 건강검진에서 자신의 몸에 자궁과 난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임 교황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의심’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는 신임 교황 인노첸시우스(‘순수한’ 또는 ‘정결한’이라는 뜻)의 선출에 환호하는 성베드로 광장의 함성소리와
성 마르타 집의 평화로운 창문 밖 풍경을 보여주며 황급히 막을 내린다.
비로소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음을 선언해 버린 것이다. 신은 그를 교황으로 선택한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스크린을 보고 있노라니 슬며시 화가 났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 여전히 지금까지도 그 ‘의심’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의심을 거둬들일지는 온전히 관객들의 몫으로 남았다.
과연 ‘우리는 그/그녀를 교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영화 곳곳에 ‘소수자’의 그림자를 남겨 놓았다. 이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 참조자료(YouTube)
1. [cpbcTV가톨릭콘텐트의모든것] 하느님의 선택, 콘클라베
https://youtu.be/DXdxzv4ayz8?si=4vkhBO5R9QRTtBEL
202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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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램덩크' 원작 잘 모르는데 이 영화 봐도 될까요
봄날은 바로 지금
영화의 카메라는 북산고와 산왕고의 토너먼트로 향한다. 땀냄새나는 코트. 10명의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전력적 열세인 북산고. 그렇지만 이번 경기에서 모든 걸 다 걸어야만 한다.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다섯 명의 학생들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전국제패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전력 차를 극복하는 것 같다. 경기 초반, 비등하지만 앞서 나가고 있는 북산고. 의외로 별로 차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이대로만 가면 되겠는데? 이렇게 가만히 있을 산왕고가 아니다. 산왕고의 벤치가 뭔가 심상치 않다. 전략을 바꾸는 산왕고. 전략을 새롭게 도입하며 경기의 흐름을 바꾸려고 한다. 고전하는 북산고. 특히 강백호와 송태섭은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특히 태섭의 얼굴 표정에는 비장함이 서려있다.
무언가 놓고 온 게 있었나. 다른 선수는 안 그랬나 싶지만 유독 태섭이 승리를 원했던 이유는 색다르다. 태섭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었다. 가장이 없어진 집안. 남은 것이라곤 형 송준섭과 동생 송태섭, 그리고 여동생과 어머니다. 농구선수였던 형 준섭. 준섭이는 농구를 놓을 수 없다. 농구선수로서의 출세를 꿈꾸던 준섭.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어선을 탔다. 태섭은 눈물을 흘린다. "나랑 같이 농구 한 판 하기로 했잖아!" 배를 타기 전에 형의 손을 잡을 수 있었지만 화가 난 마음에 거절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준섭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혼자 남은 태섭. 형이 남기고 간 농구공을 잡아, 새로운 무언가를 향한 도전을 꿈꾸려고 한다. 이제 태섭이가 코트에 우뚝 설 일만 남았다. 영화는 태섭의 이야기와 산왕전을 엇갈리게 제시하며 그가 왜 절실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원작 보고 가야 되나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시간이 없다면 인물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이 좋다'다. 글쓴이는 영화 중반부까지는 잘 집중이 됐다. 그러나 중후반부 즈음에 살짝 졸아서 밖에 나갔다 왔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흥미롭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산왕전의 결과가 궁금했다. 송태섭을 처음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 서사와 산왕전이 엇갈리는 영화의 형식이 가끔 흐름을 깬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송태섭 서사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봤던 것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소담한 감성이 중심이긴 하다. 이런 연출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은 송태섭 서사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걸 잔잔하게 받아들인다면, '특정 인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템포를 확 바꾸지는 못한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중후반부 이야기 전개를 통해 '왜 이렇게 영화를 보여줬는지' 다 설명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불친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글쓴이는 사실 원작을 보고 가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채치수, 송태섭, 안 선생님이 누구인지, 산왕고는 극 중 어떤 위치인지 정도는 무조건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글쓴이는 90년대생 중에 슬램덩크 짤 단 한 번도 안 본 사람 1만 명도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살짝의 배경지식은 다들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원작을 봤던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받아들일 부분이 많다. 만화에서, 영화 주인공인 송태섭은 존재감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인물의 특성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작을 많이 봤던 팬들이라면 송태섭이 다른 북산고 멤버들과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를 테니 이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강백호와 서태웅이라는 슬램덩크 시그니쳐들과는 다른 이미지에서 극을 시작한다는 점이 아는 이야기를 좀 더 다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또 원작 이야기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영화가 살짝 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팬들 입장에서야 송태섭 서사가 신선하지 모르는 관객들 입장에선 그냥 다 똑같은 농구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 송태섭 이야기로 만든 가족드라마와 스포츠 영화는 기존에도 있었다. 글쓴이는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도 <스텐바이, 웬디>와 <족구왕>이 생각난다. 이뿐인가? 이 두 작품 외에도 이와 유사한 영화들은 수도 없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슷한 서사가 많다고 해서 이야기 흐름을 바꾸기엔 위험부담이 있다. 자기가 만든 만화를 뒤엎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전개에 있어 좀 다른 방식으로 아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주인공을 바꾸는 게 제격이다. 같은 일을 받아들이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인간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다.
질감과 운동
영화 전반적으로 '참 따뜻하다' 싶었던 것은 극의 색감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무조건적으로 화사하진 않지만 따뜻한 색감을 잘 활용했다. 가령 이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시퀀스는 태섭이 형 준섭과 이별하는 장면이다.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센 장면을 배치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를 보다 보면 '왜 태섭의 이야기를 영화에서 엇갈리게 제시했을까' 의문이 든다. 초반에 이 인물이 이것에 대해서 그렇게 깊은 의미부여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바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뭔가 따로 노는듯한 송태섭의 서사를 고립되어 있는 공간감과 살짝 탁한 색감으로 소화한다. 러닝타임동안 태섭에게 이 상실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연출로 잘 보여준 셈이다. 혼자 있어 외롭고, 어두운 세상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관점을 영화언어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극후반부 엔딩과 대비된다. 글쓴이는 엔딩 신과 초반부의 장면 색감이 좀 차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첫 장면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한 인물의 입장 변화를 색감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송태섭 서사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산왕전이다. 살짝 잔잔한 톤으로 전개되는 송태섭 서사와는 반대로 산왕전은 인물들의 농구경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 중요성과는 반대로 산왕전의 초반부를 볼 때 뭔가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약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보는 느낌? 그런데 초중반부를 넘어가면 극 이해에 큰 문제가 없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운동능력에 대한 큰 동선을 잘 잡았다. 스포츠에 정답은 없다. 공 갖고 하는 운동이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와도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흘러간다. 당연히 농구에서도 리바운드나 덩크슛 같은 상황이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 이를 잘 이해하듯 영화 내적인 이야기에서 인물들의 상황에 맞게 움직임을 잘 짰다. 이 덕에 농구경기라는 영화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생동감이 생긴 것이다. 그중 제일 좋았던 운동 묘사는 산왕고의 전략 변경이다. 산왕고가 경기를 다르게 운영함으로써 북산고 멤버들이 어떻게 느낄지를 잘 표현해서 영화의 생동감을 살렸다.
영화여야만 해
글쓴이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또래들이 좋아하는 <원피스>나 <나루토>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다. 당연히 이 <슬램덩크> 시리즈 역시 보지 않았다. '불꽃남자 정대만' '강백호'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하나도 성장하지 않았어'같은 유행어들은 알았지만 그게 슬램덩크 것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하도 좋아서 표 예매하기 20분 전에 부랴부랴 인물들에 대해 읽어본 게 전부다. 영화 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이 '이거 좀 전형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금세 티켓값 10000원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냥 원래 계획대로 안 보는 게 나았나?
글쓴이는 영화를 보기 잘했다고 느낀다. 이유는 이 영화는 영화여야만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원작의 연장선상? 만화를 본 분들이라면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핵심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어떤 대사를 한다. 질문의 형식이다. 이 대사가 영화의 핵심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작품 형식에서 이 문장에 힘을 빡 주는 연출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 작품 자체의 오리지널리티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 영화가 갖고 있는 다른 핵심 소재는 용서와 화해다.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용서/분노/혐오를 조금씩을 갖고 있는 듯하다. 강백호나 정대만도 양아치였던 시절이 있고, 서태웅과 강백호는 라이벌이다. 이런 식으로 각자가 마음속에 어떤 마음을 품고 있다. 이 마음속의 응어리를 농구경기를 통해 해소한다는 점에서 '왜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가'에 대한 답변이 된다고 생각한다. 왠지 모르게 영화의 엔딩을 보고 나서 내가 농구경기를 다 뛴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에 많은 분들이 언급하는 '그 청각효과'때도 마찬가지다. 극장이 고요한 느낌이 <드라이브 마이 카> 이후 오랜만이었다.
물론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만큼 행복한 기억이 없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이제 '톰스파'가 아닌 다른 두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이제 스포일러가 아니다. 이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짧은 기간에 3명의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탑건 : 메버릭>이 36년 만의 후속작을 낸 것과는 대비된다. 이렇게 짧은 기간으로 인물들을 찍어냈기 때문에 시리즈 내적으로 다른 스파이더맨과의 차이점을 만들어야 한다. 이 차이점은 관객에게 하여금 '이 스파이더맨을 볼 때 내가 어떤 상태였지'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영화는 이렇게 추억팔이가 갖는 힘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채치수 등 주요 인물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 농구공을 건네는 듯하다. 어린 시절 만화를 보던 그 때에서 시작해 그동안 잘 지냈구나 싶은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자, 원작 만화와 영화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긴 시간 동안 품어온 여러분의 미련은 무엇일까? 태섭이가 질문하고 있다. 답할 준비가 됐다면 코트로 달려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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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먼지임을 인정하지 않고 '나대는' 인간의 이야기
이 영화의 배경은 비교적 간단하다. 사람들을 선동하는 정치적 세력이 있고, 그 세력과는 관계없는 삶을 살았지만 돈에 쫓겨 우주로 도망온 한 남자가 있다. 그저 사채업자에게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설명서를 읽지도 않고 매일 같이 죽는 선택을 하게 되는 미키, 여기서부터 그의 삶이라고 할 수도 없는 삶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죽음으로서 새로이 시작한다는 아이러니, 그를 보고 있자면 0이라는 숫자는 없다는 뜻도 될 수 있지만 다시 새로이 시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키는 제로베이스의 인간의 표본 같았다. 그의 제로베이스 인생은 그의 제로에 가까운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삶을 이렇게 생각없이 사는 인간도 있다니, 참으로 놀랍기 그지 없었다.
1.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에
미키가 자신의 생명을 팔아 도망간 우주 행성을 가는 과정도 참 험난했다. 행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수많은 마루타 실험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의 쳇바퀴같은 죽음을 통해 그는 매일 새로이 태어난다. 그는 관념적 인간의 삶으로서는 죽은 것이 맞지만 과학기술이 너무 발전하다 못해 인간을 복제하는 기술까지 생겨버린 것이다. 그의 정신은 죽었지만 육체는 복사할 수 있게 되어 복사한 육체에 데이터화된 정신을 주입시켜 하나의 멀쩡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기억은 일종의 메모리와 같은 것이고, 몸은 프린터기에 복사되는 그런 개념인 것이다. 그런 개념으로 인간을 다시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의 존엄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일이면 다시 태어날 것이기에 죽음이 더 이상 슬프지 만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당장 내가 차에 치여 죽더라도 내일이면 나의 삶은 다시 시작될 것이기에, 하루하루 삶도 대단히 소중해지지도 않고, 매일 매일이 가지는 의미 또한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삶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시간의 유한성이다. 세상의 시간은 무한하지만 인간의 삶 속의 시간은 유한하다. 나의 육신이 다할 때까지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기 때문이다. 미키처럼 내일 죽어도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다면 지금 아니면 안되는 일 같은 건 없어진다. 삶에 대한 간절함과 기한이 사라지니 삶을 사는 낙이 없어질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무형의 가치들이 의미가 없어진다면, 인간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그저 존재로서 의미가 있지 않고, 미키처럼 도구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에 미키를 보면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한다. 애초에 미키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뜻인데, 인간성이 상실해가는 인간의 세상에서는 상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니 케네스 마샬과도 같은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던 것이겠지. 선동과 옐로우 저널리즘이 판을 치는 그런 세상 말이다.
2. 연극적인 설정, 하지만 그래서 더 명확한, 하지만 그래서 더 진부할 수도 있는
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가진 나름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보여주는 세상 속 캐릭터들은 굉장히 단면적이다. 생각보다 입체적인 심리를 그리는 작품을 하는 감독이라기 보다는, 모든 인물이 존재 이유가 명확하다 못해 단편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는데, 항상 그 지점을 인지하면서도 영화를 보는 중에도 내가 그걸 단점이라고 인지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미치자, 왜 그럴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본다면, 그의 영화는 일종의 연극을 보는 것과 같아서, 캐릭터들의 깊은 심리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서사 안에서 역할이 가진 존재 이유가 명확하다. 빌런은 처음부터 끝까지 빌런으로 남고, 주인공은 자신의 퀘스트를 깨는 것에 집중한다. 모두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마치 하나의 잘 짜여진 정말 각본 그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는 선인은 선인으로서 존재하고, 악인은 악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답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매사 서사의 이유가 깔끔하니 의심할 필요도 없었고, 감정이입을 하면 되는 타이밍에 그저 느끼기만 하면 되는, 소위 어렵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 데는 특화되어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항상 그의 영화에 흥미를 느껴왔었고 진부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공식이 따로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방식이 반복되다 보니, 분명히 재밌게 잘 보고 나왔고, 후련한데 뭔가 아쉬운 느낌이 남는 것은 이런 감독의 공식이 내 머릿속에 박혔기 때문일까. 이건 확실히 관점의 차이인 것 같다. 분명히 재밌게 보고 나왔음에도 한 켠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감독의 스타일을 간파하게 되었다는 나의 오만 때문일까. 이 생각을 하는 내가 오만하긴 한 것 같지만서도 어딘가 아쉬웠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총평
인간이 가장 악한 이유가 이 영화에 다 있다. 어딜가든 인간이 가장 깨끗하다고 생각하며 다른 행성에 가서도 침입자인 주제에 원주민을 더럽게 생각하는 그 오만, 하층민은 다이어트시키면서도 상류층은 스테이크를 먹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계급주의 가스라이팅의 향연, 이걸 보면 인간은 이렇게 모두가 종잡을 수가 없어 아직까지 살아남은 것 같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면 인간이 종교에 빠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은 자신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줄 절대자를 언제나 찾아왔던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정성을 해소시켜준 사람 혹은 이전에 해소시켜줬다는 전해지는 사람 등의 말을 잘 믿어버리고 이들이 구원해줄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절대자의 말을 맹신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삶을 구원할 수 밖에 없는 건 본인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며 그 우주선에 탄 사람들은 모두 사이비종교에 홀린 사람들 같았고 그 중 미키의 여자친구와 같은 반란세력은 그 종교의 허점을 알고 비로소 자신을 삶을 주체적으로 보기 시작한 세력 같았다. 마치 사이비종교의 실체를 알고 도망치는 사람처럼. 다만, 이들의 경우 우주선은 타버렸고 지구도 별반 희망을 걸 게 없으니 지도자는 몰아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겠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항상 몇 가지 키워드가 생각나는데 하나가 해학이다. 그의 작품은 사회현상을 해학적으로, 재치 있게 다룬다. 이번 영화도 그랬다. 그래서 다음 영화도 개봉하면 보러는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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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도 재미있지만, 이 영화도 진짜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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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돈 가방과 함께 시작되었다.]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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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申 것을 탐하게 되는 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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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금업자 박사장,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 불법체류자 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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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돈 냄새를 맡은 짐승들이 움직인다!-스태프
장르: 스릴러, 범죄
감독: 김용훈
각본: 김용훈
원작: 소네 케이스케의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작: 장원석
촬영: 김태성
미술: 한아름
음악: 강네네
편집: 한미연
출연: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외
제작사: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급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촬영 기간: 2018년 8월 30일 ~ 2018년 11월 30일
개봉일: 2020년 2월 19일
상영 시간: 108분#지푸라기라도잡고싶은짐승들리뷰 #지푸라기리뷰 #지푸라기짐승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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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악녀 크루엘라, 패션계를 접수하다!
101달마시안을 새롭게 재해석한 디즈니 영화 크루엘라가 상영중이죠.
엠마 스톤이 크루엘라 역을 맡아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려서 너무 멋지고 또 이상하게도 보이기도 해요.
과거 영화와는 다르게 악녀의 길을 가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조금은 다른 길을 가려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크루엘라의 머리가 흑과 백으로 딱 나뉘어 있는 것처럼 기묘하게 균형감이 살아있는 영화에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 하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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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낫아웃> 메인 예고편
고교 야구부 유망주 광호는 프로야구 드래프트 선발에서 탈락한다.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원하는 광호.
하지만 광호의 선택은 동료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만들고,
기댈 곳이 없어진 광호는 친구 민철과 함께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는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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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유기 : 재세요왕> 메인 예고편
삼장법사에 의해 오행산 기슭에서 구출된
‘손오공’은 과오를 뉘우치고 경전을 배우기 위해 서역으로 길을 떠난다.
긴 여정의 길, 배고픔을 주체하지 못한 ‘손오공’과 친구들은
만년의 한번씩 열린다는 인삼과 열매를 몰래 따먹게 되고
설상가상 신선수라 여기는 인삼과 나무를 파괴해 버리자
나무 아래 봉인되어 있던 요괴의 왕 ‘원체’가 깨어나고만다.
세상은 혼란에 휩싸이고, 요괴들은 날뛰기 시작하는데..
‘손오공’, 전설에 맞서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