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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2021-02-22 00:00:00

더 디그 (The Dig, 2021)영화 후기

필멸에서 영생으로

넷플릭스 영화 <더 디그>는 존 프레스턴의 2007년 발간한 소설이 원작이다. 그는 영화의 등장인물인 마거릿 ‘페기’ 프레스턴(릴리 제임스)의 친조카이다. 그녀는 로마 유리 보석을 소개해서 명성을 떨치게 되고, 이탈리아인 남편의 성을 따라 ‘마거릿 귀도’로 불리게 된다. 영화는 제목처럼 ‘발굴’이야기다. 2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9년 영국 동부 해안의 서포트 서튼(Sutton Hoo) 지역의 미망인 이디스 프리티 부인(캐리 멀리건)이 발굴가 바질 브라운(랄프 파인즈)을 고용하여 그녀의 사유지에 있는 둔덕을 파헤치고 거대한 유물을 발견하게 되는 실화를 다뤘다.

 

 

 

​노동자 계급의 바질 브라운은 비록 학위는 없지만, 로마 유적 발굴 작업에 호출될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이디스는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고고학자들이 여타 작업에 바빠 의뢰를 거절한 가운데 브라운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그렇게 이디스와 바질은 6세기 경 유물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영국 고고학계에서 학위가 없는 그를 학자로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영박물관에서 파견한 고고학자 찰스 필립스(켄 스탓)와 제자 피콧 부부까지 참여하면서 판이 커지게 된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더그>의 매력은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감동 드라마에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빛을 발한다. 영화의 주제는 ‘마이너리티의 가치’다. 이 글을 읽는다고 절대 유추할 수 없게 설명하자면,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한계를 갖고 있다. 심장판막 이상증을 앓고 있는 이디스 프리티, 학위가 없어 명성을 전부 필립스에게 뺏긴 바질, 어머니를 지키고자 하는 아들 로버트 프리티(아치 반스), 징집 대상이 된 로리 로맥스(조니 플린), 동성애자이지만 숨겨야 했던 스튜어트(벤 채플린)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마이너리티를 집중 조명한다. 즉 미망인과 아마추어 발굴가의 노력은 6세기의 미지의 역사뿐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마이너리티도 모두 기억해야 할 역사라는 것이다. 결말부의 자막에서 이런 감독의 의도가 확실해진다.

 

 

 

영화에서 가장 뭉클했던 부분은? 가방끈이 짧은 바질 브라운이 학계에서 외면받는 부분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모자관계에 눈길이 더 갔다. 아들 로버트가 어머니를 지켜주고 싶다는 대사에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엄마를 지켜주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그 어린 꼬마가 그것을 잊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를 도리어 위로하는 대목에서 어찌나 짠하던지 가슴이 아팠다. 이디스 본인도 아픈 아버지를 돌보느라 결혼을 뒤로 미뤘던 것에 비쳐볼 때 그 마음이 오죽하랴!

 

 

 

캐리 멀리건이 <인사이드 르윈>에서 보여준 탄탄한 연기와 어린 나이에도 씩씩하게 역할을 소화한 아치 반스의 케미스트리는 진짜 엄마와 아들 같아 보여서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덧붙여 로버트가 '공상과학(SF)'을 좋아하는 설정이 붙어있다. 뜬금없이 보이겠지만, E.H. 카가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 것을 들어본 적 있는가? 고고학이란 유물을 통해 그 시대를 그럴싸하게 추론하는 학문이다. 이때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는 과학에서 가설 연역 모형을 구상할 때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단지 그것을 수학으로 표현한 것 뿐이다. 이렇듯 영화는 촘촘하고 사려 깊게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더 디그>는 이디스와 로버트의 사랑을 통해 필멸자의 숙명을 그리지만, 그들이 나눴던 모자의 정은 죽고나서도 잊히지 않음을 말한다. 이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과거의 유물을 제대로 보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사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고려해보면 이 해석을 더욱 유력하게 만든다.

 

 

 

 

 

 

작성자 . test

출처 . https://blog.naver.com/teruloved/22224807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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