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2-08-15 14:50:18
[JIMFF 데일리] 도덕과 기회, 그사이에 선 우리
한국경쟁 섹션 영화 ‘그 애와 나랑은’ 리뷰
도덕과 기회, 그사이에 선 우리
한국경쟁 섹션 영화 ‘그 애와 나랑은’ 리뷰
감독] 임진희
출연] 박수연, 정혜자
시놉시스] 밴드에서 작사를 하는 해온은 할머니의 시를 가사로 써 방송 오디션에 합격한다. 그리고 그날, 할머니의 시가 다른 노래 가사를 표절한 표절 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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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요계에서 들끓고 있는 표절 문제. 그동안 많은 사람이 쉬쉬해왔던 표절 문제가 한 번 크게 터지면서 연쇄적으로 여러 가수 및 뮤지션들의 표절과 도덕성 문제에 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표절의 문제에 이번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한국경쟁 작품인 ‘그 애와 나랑은’은 어떤 입장에 있을까?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아?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문제를 그냥 넘어가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의 도덕적인 문제에서는 사소한 것에도 트집을 잡지만 나 자신에 관해서는 조금 더 편하기 위해 더 알아보기 귀찮다는 이유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영화 ‘그 애와 나랑은’은 작사가이자 보컬로 활동하는 해온에게 닥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사가지만 제대로 된 작사는 아직 해보지 않은, 그래서 경연에 나갈 곡의 작사를 할머니가 노인 대학에 다니며 집필한 ‘그 애와 나랑’을 활용한다. 할머니의 뛰어난 시구에 손녀인 해온은 할머니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고, 할머니는 노래 하나를 불러보라고 시킨다. 해온은 아이유 노래의 ‘분홍신’을 부르고, 할머니는 그 가사를 시로 옮겨적으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할머니의 시들이 가사를 베낀 표절 시라는 것을 깨달은 해온은 그토록 원하던 방송 오디션 본선 진출이라는 기회를 포기하고, 팀원들을 설득한다. 팀원들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할머니 이름을 작사가로 올리면 화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방송 출연을 고집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을 지며 해온은 방송 오디션에 출연하지 않는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도덕적 책임을 지려는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 역시 자신이 이장희의 노래를 표절한 것이라며 노인 대학에서 고백하고 반성한다. 과연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있을 때 사소한 문제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두 가지 갈림길에서 모두가 도덕적인 올바름을 선택할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17분이었다.
실수를 딛고 일어날 수 있기를
작사가이자 보컬인 해온은 스스로 아직 작사를 할 수 없어 고뇌에 빠진다. 조금 더 멋진 가사와 노랫말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심과 열망에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것이다. 해온을 보면서 처음에는 실수를 할 수 있고, 서툴 수 있다는 점을 아직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의 표절 사건으로 인해서 해온은 자신의 꿈이었던 오디션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힘없이 살아가고 있었고, 할머니는 해온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도덕적인 문제를 바로잡고 다른 이의 가사가 아닌 자신만의 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자신의 첫 자작시를 해온에게 선물로 주는데, 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해온은 처음으로 자신의 노트를 펴 가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하는 것에 실수를 할 수 있고,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실수와 무지를 받아들이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발전을 거듭해 나가면 된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과 잘못의 인정이라는 태도를 할머니를 통해 배운 해온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가사를 써 내려가는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17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과연 우리는 얼마나 도덕적으로 떳떳한가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전하고 있었던 영화 ‘그 애와 나랑은’. 그저 뮤지션들의 도덕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해왔던 표절이라는 소재를 현실의 우리 역시 그 갈림길에 언제든지 놓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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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13 10:30
CGV 제천 1관
207
2022-08-15 10:30
메가박스 제천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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