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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까2024-09-09 15:08:40

[JIMFF 데일리] 후대가 선대에게 보내는 알로하

영화 <하와이 연가> 리뷰

고향을 떠나는 삶,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내가 나일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평화와 안정을 벗어나는 일이니까요. 미주 한인들은 그 두렵고도 낯선 길에 발디딘 사람들입니다. 일본, 중국, 포르투갈, 필리핀, 그리고 한국 등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하와이, 그곳의 이민사만큼 집 떠난 자들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는 또 없을 겁니다.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하와이 연가>를 통해 상상조차 쉽지 않은 그 삶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하와이 연가

Songs of Love from Hawaii


 

 

 

Summary 

1902년 조선 땅을 떠난 사람들이 도착한 곳, 하와이. 꿈과 희망을 찾아 떠난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현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들은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떠나온 고국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고 아무도 알고자 하지 않았던 121년 전 우리들의 이야기가 광활한 하와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이진영

 

 

<하와이 연가>는 세 편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입니다. 120년 이민사의 주요 사건을 엮은 '그들의 발자취', 돈을 벌기 위해 하와이로 이주한 남성들과 결혼하기 위해 사진만 보고 고향을 떠난 사진신부 '임옥순'의 이야기를 담은 '할머니의 놋그릇', 하와이에서 추방되어 칼라우파파에서 생을 마감한 '김춘석'의 삶을 좇는 '칼라우파파의 눈물'까지. 한인의 역사가 녹아 있는 하와이 곳곳의 모습을 담은 영상, 역사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아카이브, 한 마디 말보다 효과적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하와이 이민사를 압축하는 친절하고 상세한 기록물이 되어주죠. 

 

 

 

'그들의 발자취'가 하와이 이민사를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 에피소드라면, '할머니의 놋그릇'과 '칼라우파파의 눈물'은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오직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깊이 있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하와이에 거주하며 한인 이민자 후손들과의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는 등 하와이, 그리고 이민자의 삶에 깊은 관심을 두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진영 감독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에피소드들이지요. 

 

 

 

'할머니의 놋그릇'은 빛과 모래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샌드아트를 보는 듯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할머니의 놋그릇을 대대손손 이어받으며 한국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는 후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죠.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는 옛날 이야기처럼, 특별한 스펙터클이 없어도 자꾸만 귀 기울여 듣게 됩니다. '칼라우파파의 눈물'은 집을 떠나온 자들이 제2의 터전에서도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역사를 기록합니다. 칼라우파파는 나병 환자들을 100년 가까이 고립시켜 두었던 공간으로, 57명의 한인들도 그곳으로 추방되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서는 얼핏 아는 바가 있었지만, 칼라우파파의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마치 기록물들을 타고 다크 투어를 떠나는 듯한 기분으로, 역사를 체험하고 경험했습니다. 

 

 

 

하와이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그곳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추방 당해 고립된 칼라우파파 사람들마저도 원망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공동체를 이루고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며 행복하기를 택했죠. 하와이의 인사말인 '알로하'는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존중, 평화, 희망, 사랑을 뜻한다고도 하고요. <하와이 연가>가 담아낸 이민자들의 역사는 '알로하' 그 자체였습니다. 존중, 평화, 희망, 사랑으로 낯선 땅에 존재하며 살아가는 것, 새로운 땅에 터전을 잡아야 했던 1세대 이민자들의 삶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겁니다. 

 

 

 

 

 

이 영화는 후대가 선대에게 보내는 '알로하'이기도 합니다. 다방면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알로하의 마음으로 존재해준 선대에게 보내는 존경과 사랑입니다. 세계적인 뮤지션 리처드 용재 오닐, 김지연, 이그나스 장 등의 한인들은 그 마음을 음악으로 전합니다. 후손들의 연주는 그래서 더 감동적입니다. 그들의 활약이 곧 선대를 빛나게 하는 것이므로.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하와이의 풍경도 가히 장관입니다. 롱숏으로 촬영해 장엄함이 그대로 느껴지지요. 한국, 국제, 음악, 영화의 가치가 모두 녹아있는 작품, 이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되기 제격인 작품이 있을까요? 

 

 

9 6() 19:00 제천시문화회관

9 8() 13:00 제천시문화회관




 

작성자 . 방자까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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