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11-11 13:37:54
발레와 드가가 녹아있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작
영화 <비뚤어진 집> 리뷰
언제나 한결같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책이 진리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영화는 꼬박꼬박 보며 실망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책에서의 그 심리와 스릴러를 영화에서는 쫄깃하게 풀어내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안타깝지만 그래도 영화 <비뚤어진 집>은 발레와 드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분석과 해석의 여지를 남겨준 작품이었다.
영화 <비뚤어진 집> 시놉시스
“나를 죽인 범인은 집 안에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 최고의 작품! 탐욕, 복수, 사랑… 진짜 살인 동기는?
갑작스럽게 사망한 대부호 애리스티드 레오니디스. 타살임을 직감한 손녀 소피아는 사립 탐정 찰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레오니디스의 대저택에 도착한 찰스는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고,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서 살인 동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곧 저택에서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겉으론 우아하고 화려하지만 속은 전혀 알 수 없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비뚤어진 집>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
전형적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색을 볼 수 있었던 작품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한결같은 매력이 있다.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 심지어 조사를 나온 탐정까지 용의선상으로 올리게끔 구조를 짜서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구미를 당기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근데 이게 또 모든 사람을 의심하겠구나 하고 알고 보니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범인은 한 사람이 될테니(물론 오리엔탈 특급열차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초반 수사하는 장면들을 너무나도 지루하게 편집을 해 놓아서 아니 무슨 수사를 아무리 탐정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느긋느긋 모델하우스 구경나온 사람처럼 하는지 아주 졸음이 쏟아지던 초반부였다.
드가의 '스타'와 발레로 이어지는 추리물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들이 모든 등장인물을 용의선상으로 끌어올리지만 이 작품은 그 형식을 지키면서도 유력 용의자를 둘로 추려낸다. 바로 큰손녀 소피아와 막내 손녀 조세핀이다. 영화 <비뚤어진 집>은 찰스가 저택에서 수사를 하기 위해 소피아의 집 소개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와중에 아버지를 인터뷰하면서 드가의 '더스타' 작품이 비뚤어진 채 걸려있는 것을 소피아가 발견하고 이를 조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드가의 '스타' 작품은 파스텔로 그려저서 역동적인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지만 뭔가 불안정하고 분열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발레를 했었던 소피아와 발레를 하고 싶어했던 조세핀의 관계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아했던 소피아의 춤을 좋아했던 할아버지는 소피아가 발레를 하는 것을 응원했지만 막내 손녀 조세핀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대를 한다. 비뚤어지게 걸린 드가의 작품은 그런 불안정하고 할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조세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고 이를 조정한 소피아는 끝까지 자신의 동생을 보듬어주고자 했던 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복선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비뚤어진 조세핀의 마음
할아버지를 죽인 조세핀. 자신이 좋아하는 발레를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지고 조세핀은 할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린 유모를 죽이기에 이른다. 발레에 대한 집착적인 조세핀의 해동에는 평소에도 일반 신발이 아닌 발레 슈즈를 신고 다니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이 모두 완성되자 할아버지의 초상화 앞에서 발레를 선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해당 장면에서 선보인 장면은 지젤의 비극적인 시퀀스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와는 반대로 깔리는 배경음악은 굉장히 밝고 성공적인 느낌을 자아내서 그 모순이 굉장히 인상깊게 느껴졌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은 할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비뚤어진 조세핀의 모습을 보며 안타깝기도 했고, 어린아이가 저렇게까지 악랄할 수 있을까 놀랍기도 했다.
영화 <비뚤어진 집>은 발레와 드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분석하는 재미를 선사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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