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22 16:33:30
가족과 함께 보기 딱 좋은 영화 8선
진짜임 아무튼 진짜임;

긴 연휴가 시작되기 전!
여러분을 위해 가족과 함께 보기 딱! 좋은 영화 8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진짜입니다 아무튼 진짜예요)
이 영화를 본 사람: 너무 무서워...









Relative contents
-
- 더 이상 <웬디>는 없다.
피터팬 탄생 110주년, 어린 시절 애정하는 소설 중 하나였던 피터팬. 어른이 되어 다시 본 피터팬은 또 다른 시선으로 의문과 불편함을 만들어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 어린이들의 낙원 네버랜드로 날아가는 웬디와 친구들의 모습은 종종 꿈꾸는 환상으로 남아있었다. 전작 <비스트>(2012)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고, 가장 큰 독립영화제 선댄스 영화제에서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 대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에 노미네이트된 벤 자이틀린 감독이 '피터팬'이 아닌 '웬디'를 주인공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거기에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휩쓴 <노매드랜드>(2021)와 <캐롤>(2015)의 제작진이 더해져 <웬디>를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날 수 있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팅커벨과 째깍째깍 시계를 울리는 악어는 어떻게 보여주었을까.
앞서 언급했듯, 전작 <비스트>로 큰 주목을 받은 감독인지라 전작의 연출 스타일과 비교하며 보게 되었다. <캐롤>의 제작진이 함께한 덕분일까, 영화 <캐롤>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들에서 '기차'는 훌륭한 메타포를 지닌다. 동시에 매우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하기도 한다. <웬디>에서또한 벤 감독은 기차를 다가오는 거대한 모험으로 보여준다. 흔히 공포물 혹은 괴수물에서 대상을 공포스럽거나 미지의 존재로 그려낼 때 대상의 전체가 아닌 일부의 모습만 클로즈업샷으로 보여준다. <웬디>에서도 기차가 웬디를 부를 때, 웬디의 시선에서 그 대상인 기차의 일부만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파악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 궁금한 모험과 같던 기차, 그리고 웬디는 그 부름에 응답하고 거대한 기차는 멈출 수 없는 모험의 세계로 웬디를 데려간다. 이제는 다른 삶을 살기에 예전의 꿈을 이제는 잊었다는 말을 들으며 나이듦(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웬디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존재인 시간을 마주하듯, 한번 출발하면 멈출 수 없는 기차를 올라타고 ‘시간(나이듦)’이라는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차는 웬디를 네버랜드로 데려가 '나이듦(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전작 <비스트>와 마찬가지로 감독은 어머니의 존재를 자연(주로 대지)으로 표현하며 아이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존재로서 작용시킨다. 원작 '피터팬'에서 각색된 부분이자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분명하게 보이는 지점이다. 또한 웬디에게 모성애를 요하던 원작과 달리 리더십이라고는 볼 수 없는 피터와 쌍둥이 오빠인 더글라스와 제임스의 문제를 해결로 이끄는 웬디의 모습에서 벤 감독은 웬디를 온전히 어린이로 만들어준다. 덕분에 강요받지 않은 '어른다움'에서 웬디는 온전히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게 된다. 피터팬의 세계에서 '빌런'으로 그려지던 후크 선장에게서 또 다른 캐릭터와 서사를 부여한다. 단순 '빌런'이 아니라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해결해야 하는 방법을 모르는 몸만 큰 어린이의 존재로 보여준다. 또한, <웬디>에서 흑인 배우가 ‘피터팬' 역할인 ‘피터'를 연기한 것뿐만 아니라 비전문배우들로 구성하였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는 배우가 아닌 실제 인물들로 연기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노매드랜드> 제작진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렇듯 스토리라인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별 섬세한 설정부터 비전문배우를 연기자로 쓴 대담함까지 벤 감독이었기에 <웬디>를 통해 관객들을 ‘현실판 네버랜드'로 초대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내가 기대했던 장면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허구의 환상보다는 벤 감독의 네버랜드를 통해 어떻게 ‘나이듦’이라는 시간을 마주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때론 몽환적이지만 또렷한 색감의 이미지로 보여주는 자연이라는 존재는 시각적 만족을 넘어 감독이 전달하고자하는 바에 일조한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듯한 여아 웬디의 클로즈업된 손으로 시작하여 ‘Prison’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기차 위에 올라 그 자그마했던 팔을 펼치는 웬디를 볼 때 느껴지던 해방감까지, 지금 어른이 된 이들의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벤 감독에 의해 다시 꺼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영화이다.
*사진출처 하이스트레인저**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 '영화'예술의 헌사를 담아낸 작품 8선
"촬영장 가본 적 있나? 알게될거야. 세상에서 가장 마법 같은 곳이라는걸"
-<바빌론> 대사 중-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헌사, 혹은 과거 영화제작의 향수를 담은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LA의 선셋 대로에 위치한 대저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수영장에서 한 시나리오 작가가 총에 맞은 채 죽어서 물에 둥둥 뜬 채로 발견된 것. 경찰이 출동한 가운데 세상 사람들은 이 사건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는 사건이 일어나기 정확히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명 시나리오 작가 조셉 길리스는 원고마다 퇴짜를 맞으며 벌이가 좋지 않아 차까지 압류당할 위기에 처한다. 도망치던 조셉은 우연히 선셋 대로에 위치한 대저택에 숨어들어 차를 안전하게 숨겨 놓는데, 그 과정에서 관리인 맥스와 저택의 주인이자 과거 무성영화 시절 스타인 노마 데스몬드를 만나게 된다.
조셉이 시나리오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노마는 조셉에게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유혹한다. 이후 그는 저택에서 먹여주고 재워 주는 조건으로 노마의 시나리오를 손본다. 손 볼 곳이 너무 많음에도 불구하고 노마는 자신이 나오는 부분은 수정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여전히 화려한 과거에 도취된 노마는 더 과거에 집착한다. 거실을 자신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과거 자신의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등 거의 광기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유명 영화감독으로 활약 중인 토토는 고향 마을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사망소식에 3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어린 시절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 토토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관객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그만 화재 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천국’의 영사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후에도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알프레도는 청년이 된 토토가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의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하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권유하고 토토는 고향을 떠나게 되는데...
지난 2001년도 차이밍량의 작품 <거기는 지금 몇시니?>에서 배경으로 사용되었던 낡고 오래된 복화극장이 이 작품에서는 주연으로 등장한다. 내일이면 문을 닫을 복화극장의 마지막 상영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 상영작은 호금전 감독의 [용문객잔]이며, 몇 안되는 관객중에는 마오티엔이 있다. 차이밍량 영화에서 늘 아버지로 출연하는 그의 데뷔작이 바로 [용문객잔]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날은 다리를 저는 여자 매표원과 젊은 영사기사가 만날 수 있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폭우를 뚫고, 젊은 일본 남자가 동성애 파트너를 찾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개미 한 마리 없이 텅 빈 듯한 극장. 그러나 사람들이 있었으니…이들은 정말 사람일까? 아니면 이승을 떠도는 혼령일까?
난생 처음 극장에서 스크린을 마주한 순간부터 영화와 사랑에 빠진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 아빠 ‘버트’(폴 다노)의 8mm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담기 위해 열중하던 새미는 우연히 필름에 포착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진실을 비추는 필름의 힘을 실감한 새미에게 크고 작은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의 응원으로 영화를 향한 열정은 더욱 뜨거워져만 가는데… 영원히 간직하고픈 기억, 영화의 모든 순간과 사랑에 빠진다!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
냉소적이고 신랄한 사회 비평가이자 알코올 중독자인 시나리오 작가 허먼 J. 맹키위츠가 훗날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과정을 통해 1930년대의 할리우드를 재조명하는 영화.
시나리오도 있다! 돈도 있다! 그런데 주연배우가 없다? 1950년, 할리우드 최대 무비 스캔들을 해결하라! 올해 최고 대작 ‘헤일, 시저!’ 촬영 도중 무비 스타 ‘베어드 휘트록’이 납치되고 정체불명의 ‘미래’로부터 협박 메시지가 도착한다.
‘헤일, 시저!’의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비.상.상.황! 영화사 캐피틀 픽쳐스의 대표이자 어떤 사건사고도 신속하게 처리하는 해결사 ‘에디 매닉스’는 할리우드 베테랑들과 함께 일촉즉발 스캔들을 해결할 개봉사수작전을 계획하는데... 영화는 반드시 개봉시켜야 한다!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감독(송강호)은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 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 그는 딱 이틀 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
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회장(장영남)은 촬영을 반대한다.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를 설득한 김감독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하지만, 스케줄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다. 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과연 ‘거미집’은 세기의 걸작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
- 우리는 화학물질로부터 대탈출 중
2019년에 우리는 괜찮은 코미디 영화들을 많이 만났다. 연초에는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이었고, 중반에는 이상근 감독의 <엑시트>였다.
<엑시트>라는 영화는 대학생 때 산악 동아리에서 이름 좀 떨쳤지만 이제는 만년 취업준비생인 용남과 용남의 옛 짝사랑이자 용남 어머니의 칠순 잔치의 웨딩홀에서 일하고 있는 의주가 알 수 없는 유독가스를 피해 탈출하는 영화다. 장르는 액션과 코미디. 분명히 무섭고 진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나가는 감독님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유독가스는 '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이라는 말이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공업용으로 쓰이는 것들을 화학물질이라고 부르지만 말이다. 화학물질의 결합이나 화합을 통해 발견된 대표적인 물질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셀룰로스에 질산과 황산을 가해서 얻어진 물질이기 때문이다.
온 도시를 유독가스로 뒤덮은 범인은 어떤 기업의 연구자였고, 연구 결과를 빼앗긴 것에 대한 일종의 복수 행위로 가스를 살포한 것이었다. 실제로 악덕 기업에서 연구자의 특허권을 빼앗든지, 연구 결과를 훔쳐 가는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영화에서 유독가스라고 불리는 그 화학물질은 호흡을 곤란하게 하고 피부에 기포를 생기게 했으며 종례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아주 독한 물질이다. 우리는 이런 화학물질을 '유해화학물질'이라고 부른다. 유해화학물질은 독성이나 발암성을 띠고 있어서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화학물질인데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아서 노출되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직접 닿거나 섭취하였을 때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유출되어 공기 중의 물질과 반응하여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끝까지 이 물질의 정체는 나오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부분은 아주 현실적인 부분이다. 왜 현실적일까?
많은 기업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화학물질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화학물질들을 혼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생각보다 우리나라에는 화학물질과 관련된 법들이 많이 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 관리법」 이 두 가지 법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간단히 '화평법', '화관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래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이었는데 2012년 휴브글로벌의 불산(불화수소산) 가스 누출사고와 2013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법을 분리하여 관리하게 된 것이다. 화평법은 국내에 들어오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정보를 만드는 것이고, 화관법은 화학사고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시행 이후에도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엑시트>에 나오는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화학물질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2만여 개의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5억 5천만 톤을 유통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화학산업이 세계 2위 규모이고 국내 최대 수출 분야로서 매년 400여 종의 새로운 신규 화학물질이 제조되고 수입될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에 반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은 점차 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화학단지 대부분이 7~80년대 가동되기 시작해서 적게는 20년, 많게는 50년 이상 가동된 시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2014년에서 2020년 4월 사이에 발생한 화학 사고의 522건 중 취급시설 관리를 소홀하게 해서 발생한 사고가 전체 화학사고 중 46%나 차지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고의로 살포한 것이었지만 노후 시설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 노후시설을 관리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고의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이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 없는 것은 정말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곳은 환경부와 그 산하기관인데 화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의 수, 규모, 업종 등 전체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이 바뀌면서 영업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시설이 정기 검사와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영업 허가가 면제된 시설은 신경 쓰지 않고 있기도 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정기검사를 받지 않는 곳이 39%나 되었고 정기검사를 받지 않고 영업하다가 적발된 곳도 있었다. 사업자가 영업허가를 신청하지 않는 이상 영업허가가 면제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해 정부도 지자체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원주의 경우도 문막 공단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약품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원주시에 문의하면 강원도와 원주지방환경청에 문의하라고 민원을 돌린다. 하지만 돌려받은 두 곳도 대답해 주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강릉의 수소 폭발 사고가 있었을 때는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기도 했다. 이처럼 유해화학물질과 관련해서 법적으로는 명확한 관리 주체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사고가 터지면 책임 공방을 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영화는 사람을 구조하는 중에 끝이 났지만 이런 현실이 있기 때문에 과연 도시가 회복될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정말 모르기 때문인 이유는 또 있는데 이는 기업의 '영업비밀' 때문이다.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다루는 회사에서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 공개하면 문제가 터졌을 때 빨리 대비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영업비밀로써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인들이나 다른 회사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공개 시 정말 영업상 손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에까지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가 있다니… 우리나라는 기업의 이득과 국민의 안전을 동일 선상에서조차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그 물질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탄올 대신 '메탄올'을 사용하여 실명한 노동자들에 대해 뉴스를 통해 보신 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고가 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 2020년에 들어서야 사업장의 잘못이 인정되었다. (참조: KBS 뉴스7, '메탄올 실명' 파견노동자들 4년 만에 손배 인정..."안전관리 방치 책임")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치는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도 마주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화학물질은 하나의 물질일 때는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다른 물질과 만나서 반응하면서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하루하루 새로운 화학물질이 나오고 있고, 현시점에 있는 모든 화학물질의 특성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정말 조심히 다뤄야만 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불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바로 화학물질이다.
<엑시트>에서 유독가스로부터 피해를 받는 존재는 '인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사람이 그렇게 죽을 정도라면 나무와 동물은 분명한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불산 누출의 피해가 있었던 동네의 사진을 보면 나무들이 붉은색으로 모두 죽은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아주 힘겹기는 하지만 사람은 두 다리가 있어서 도망이라도 갈 수 있는데 나무는 그러하지 못하니 얼마나 애석했을까.
그리고 걱정이 되었던 것은 하천이었다. 영화에서 유독가스는 결국 물을 뿌려서 잡는다.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진 수용성 화학물질이었던 것이다. 물과 비로 눈에 보이는 가스상 화학물질을 잡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화학물질의 성격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될지는 정말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떼죽음 맞을 수도 있고, 시간이 걸려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도 있고, 식수로 활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고, 눈에 보이는 위험이 사라졌다고 해서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낙동강에서 과불화화합물과 1.4-다이옥산이 검출되어서 식수로서의 기능을 의심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화학물질로부터의 위험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공단이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만 사고가 일어난다는 법은 없고, 우리의 삶의 모든 곳에 화학물질과 유해화학물질이 있으니 말이다.
-
- 기억해라, 너희 둘은 반드시 단 하나다
서브스턴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왕년의 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이다. 카메라 앞의 엘라지베스. 체조복을 입고 율동 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 “Pump it up!”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덧붙이는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던 대배우다. 압도적인 연기력과 고혹적인 비주얼로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엘리자베스. 지금은 인기가 한 풀 꺾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어느 날. 엘리자베스의 유일한 일거리였던 에어로빅 쇼 진행자 역할에서 해고당한다. 해고만 당하면 모르겠는데 쇼의 총책임자 하비(데니스 퀘이드)의 험담마저 듣게 된다. “아카데미고 나발이고. 걔(엘리자베스)는 이제 끝났다고.” 심지어 면전에다가도 “50 넘은 여자는 끝났다”라는 막말까지 듣는다. 외로운 엘리자베스. 분명 세상 사람들이 날더러 아름답다고 해줬는데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겉돌던 엘리자베스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정밀검사를 받는 엘리자베스. 큰 문제는 없었지만 외상보다 그녀 마음에 있는 상처가 엘리자베스에게 더 치명적이다. 그런 그녀를 눈여겨보던 남자 간호사. 그녀의 코트 주머니에 ‘서브스턴스’라는 것을 밀어 넣는다. ‘잘 되길 바랍니다’라는 쪽지와 함께 달려있던 usb. 엘리자베스는 집으로 돌아와서 그 USB에 있는 영상을 재생해 본다. USB에 있는 영상은 허무맹랑했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내 안에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뭔 소리야? USB를 버리는 엘리자베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머릿속에선 왕년에 잘 나가던 내 모습이 반복재생되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 필요해. 다시 USB를 주섬주섬 꺼내는 엘리자베스. 서브스턴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육체의 이미지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육체의 이미지다. 육체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는 영화의 주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와 추, 두 가치는 과연 별개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경계를 구분하는 행위의 타당성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 스파클이 체조를 하는 영상은 단순한 신체적 움직임을 넘어선다. "아름다운 육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시각적으로 던지기 위함이다. 이는 반대편에 서 있는 수 역시 체조 같은 안무를 통해서 스파클과 대비되는 것을 택한다. 이들이 비슷한 의상과 동작을 반복하며 대조를 이루는 과정에서, 카메라는 두 인물의 신체를 클로즈업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둘 중 무엇이 더 아름다운가?*를 판단하게 만든다. 이러한 판단은 영화 후반부와 결말로 이어지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한다.
또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적나라하게 몸을 보여주는 영화기도 하다. 특히 스파클과 수의 관계를 보여주는 특정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서 두 인물을 카메라가 어떻게 비추는지가 영화의 후반부를 위해 중요하다. 카메라는 어떤 장소를 탐구하듯 인물들을 다룬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를 보여주듯 여기저기 자세하게 찍는다. 이 호기심을 형상화한 카메라 워킹이 두 인물의 처지를 동격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수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스파클이 사실상 인간으로서 같은 처지에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나체의 인물들을 서서히 쌓아 올린 영화는 엔딩부에서 강력하게 폭발하며 그 모든 에너지를 분출한다. 두 인물이 나타내는 나이 듦과 젊음이 특정 인물의 핵심과도 닮아있다는 점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할리우드
이 영화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이 영화의 첫 장면. 스파클이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순간이다. 글쓴이 같은 사람들에겐 인스타그램 릴스로만 볼 수 있는 별로 된 시그니처가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한다. 스파클이 단지 '이런 사람이었어'를 보여주려고만 묘사하는 장면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스파클은 아직도 엔터테이너 산업의 현역으로 뛰고 있고 하비와 함께 일하고 있다. 이 기본적인 설정을 중심으로 영화의 플롯이 정확히 할리우드의 룰 따라 움직인다. 이 장면들이 익숙하기도 하지만 두 인물 간의 처지를 극단적으로 대비시켜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부각하기도 한다. 두 인물의 엇갈린 희비가 '원래 연예계란 그래'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좋은 것만 보는 연예계'와 '그를 뒷받침하는 할리우드의 룰'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설정이기도 하다. 수많은 스캔들이 할리우드를 오고 간다. 그 스캔들을 따라 수많은 팬들이 스타를 공격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깔려있는 무언가를 생각해 볼 필요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면을 보고 스타를 지지하는 걸까? 엔터테이닝 산업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깊은 이해를 방해하는, 그러니까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 아닐까? 예쁜 것과 잘생긴 것 말고 나머지를 고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할리우드 아닐까? 하는 질문을 영화가 던진다.
실제로 이 질문을 받아들이는 관객의 역할이 흥미로웠다. 글쓴이는 이 영화를 보면서 미의 기준을 판단하게 만드는 것을 전적으로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에서 시점쇼트가 등장하는 장면이 이야기 상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주제로서나 이야기 전개상으로나 영화 안에서 밑줄 쫙 그 여질 때마다 영화 안의 판단을 유발하는 장면에 시점쇼트가 등장한다. 마치 '이 건 어떤데?'라고 관객에게 묻는 것처럼. 이 관객을 판단 대상으로 끌고 들어오는 연출은 엘리자베스와 수가 고르는 모든 선택을 인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와 관련 있다. 엘리자베스와 수 역시 이 할리우드 시스템의 일부분으로서 그 룰을 철저하게 따른다. 이 선택이 영화에서 폭발하는 연기력, 또 야자나무로 대표되는 할리우드의 힙한 이미지와 함께 인물들을 틀 안에 가두는 하나의 장치로 작동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엘리자베스와 수가 별개의 인격처럼 느껴진다는 설정은 영화 안에서 공-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둘이 기억을 100% 공유한다고 생각해 본다. 이미 이 영화와 모순된다. 왜? 이 영화는 아름다움과 추함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영화니까. 어떤 것을 배격하고자 하는 태도와 이어지지 않는다. 또 이 영화에 존재하는 수많은 객체들과의 연결성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 똑 떼고 두 사람만 이어진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 수와 엘리자베스로 국한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후반부로 대표되는 한 인물과 그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상 동격으로 묘사됐다. 애초부터 별개로 설정했기 때문에 비유가 엄밀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장면에서는 이 할리우드를 비판한다는 아이디어가 좀 얄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약물을 어떻게 만들 수 있나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아예 차치하기로 한다. 중요한 건 이 약물의 존재로 인해 나타나는 인물들의 행동이다. 엔딩으로 전력질주하는 영화의 에너지에 후반부의 전개가 보는 데 있어 큰 무리가 아니다. 연출의 통일성으로도 잘 살렸고, 논리적으로 어그러지는 연출도 아니며 감정선을 잘 탔다. 그런데 인물들이 1차원적이다. 특히 수의 내면이 그랬다. 나이가 엘리자베스에 비해 어려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엘리자베스에게 몇 장치를 부여한 것 치고 수는 빈약하다. 또 어떤 장면들은 여성의 성상품화를 목표로 짠 장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폭력을 고발하면서 오히려 인물을 폭력적으로 대한다는 모순을 지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영화 밖의 세계를 비판하고, 내적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천천히 쌓아 올린 이미지를 폭발시키는 영화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자기혐오다. 이 영화는 자기혐오의 근원을 질문해 ‘당신은 당신과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나요?’라고 묻는 영화다. 이 영화가 이 질문을 보여주는 방식은 역시 연출력 덕이다. 영화 템포가 초반부부터 폭주해서 사운드와 카메라 숏으로 자극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템포를 늦출 때는 늦춘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어떻게 보면 이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두 장면이 등장한다. 첫 장면은 초반부에 나온다. 이제 역사의 뒤안길이 된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가 바라는 것은 다시 거대한 명예를 되찾는 것이었다. 아니 사실 그런 줄 알았다. 이 영화의 사실상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 나타난다. 이 장면이 후반부로 돌아와서 극 중에서 가장 관객들의 마음을 깊게 찌른다. 동시에 이 인물과 장면들은 영화가 배태하고 있는 거대한 질문과도 이어진다. 과연 우리는 아름다움과 추함 사이 어디에 화려하게 쿵쿵쿵거리며 잔인한 장면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 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감독의 연출도 훌륭했지만 이것을 뒷받침하는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의 연기가 압도적이었다. 마가렛 퀄리가 수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아노라>에서의 미키 매디슨이 슬쩍 겹쳐지기도 했다. 왜? 영화 후반부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연기가 서서히 등장한다. 납작한 캐릭터의 수를 마가렛 퀄리의 개인기가 살렸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마가렛 퀄리보다 더 강력한 존재감을 펼치는 건 역시 데미 무어다. 데미 무어의 연기는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데미 무어의 모습 그 자체다. 또 조디 포스터 같은 무어의 또래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와는 색달랐다. 특히 혼란스러워하는 연기가 압도적인데, 이 영화가 감정적으로 다가왔던 관객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영화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연기를 감독과 폭넓은 논의로 구현한 데미 무어의 역량은 충격적이다. 글쓴이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양자경이 키 호이 콴과 <화양연화>를 오마주 하던 장면이 생각났다(물론 데미 무어의 본작에서의 연기와 양자경의 연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간단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깔려있는 복잡하고 어두운 내면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구현했다. 아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너희 둘은 반드시 단 하나다
이 영화에 대한 글쓴이의 총평은 ‘나는 과연 어떤가’라는 반문이었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사람을 볼 때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글쓴이 같은 사람이 비단 나만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나도 마음 한 구석에 인정하는 사실이 있다. 아름답다에는 정의가 없다는 것이다. 100만큼 예쁜 사람. 1000만큼 예쁜 사람. 30만큼 예쁜 사람이라고 수치화를 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장원영 씨가 예쁜 건 장원영처럼 예쁜 거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내가 이 기준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누구는 예쁘고 누구는 안 예쁘고 선을 그으며 타자화를 하는 순간 인간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고 문득 들었다. 이 비극을 돈으로 환산시킨 산업이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 영화 산업의 일부일지도 모르고. 이런 씁쓸한 성찰을 이면에 깔고 하드고어와 코미디 사이에서 내내 광폭하게 질주해 우리 모두가 엘리자베스와 수가 되게끔 만드는 충분한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서브스턴스>다.
-
- 1963년, 1974년, 2023년의 임신중지
1963년, 1974년, 2023년의 임신중지
〈앵그리 애니〉
아래로
6★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 《사건》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레벤느망〉에서 주인공 안은 두 번의 임신중지를 시도한다. 뜨개질바늘을 사용해 혼자서 한 번, 불법 시술소에서 또 한 번. 〈레벤느망〉은 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비껴가지 않는다. 안의 거친 호흡과 고통스러운 신음, 날카로운 시술 도구가 안의 몸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럼으로써 ‘불법’이라는 추상적 규범이 초래하는 위험과 이것이 우리에게 남기는 수치심을 고발한다.
〈레벤느망〉의 배경은 1963년의 프랑스다. 〈앵그리 애니〉는 그로부터 10년 후의 일을 다룬다. 두 아이가 있는 엄마 애니는 임신중지가 가능한 곳을 수소문해 한 서점을 찾는다. 서점 직원은 찾는 책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혹시 모임에 온 것이라면 커튼 뒤쪽으로 가 보라고 말한다. 커튼 뒤에는 ‘불법이지만 비밀은 아닌’ 일이 이뤄지는 중이다. 그곳에 모인 여성들은 임신중지가 필요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누군가가 그들에게 사려 깊은 태도로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임신중지에 어떤 도구를 활용할지 하나하나 일러주고, 모든 궁금증에 상냥히 응대한다. 겁에 질려 그곳을 찾은 여성들의 긴장이 조금씩 풀린다. 그들은 MLAC, 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의 활동가다.
이제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시작된다. 애니는 임신중지를 위해 침대에 눕는다. 의사 한 명과 활동가 둘이 애니 곁에 있다. 그들은 애니에게 거울로 자궁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자기 몸의 아름다움을 긍정하기 위함이다. 의사는 애니가 불편함을 느끼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활동가는 애니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내내 곁을 지킨다.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끝났다고요?” 임신중지가 마무리되자 애니가 깜짝 놀라 묻는다.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애니에게는 이토록 쉽고 간단하고 안전하게, 심지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임신중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레벤느망〉의 임신중지 장면과 달리, 〈앵그리 애니〉의 임신중지 장면은 심지어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두 영화가 임신중지를 재현하는 방식의 차이는 여성의 임신중지 경험이 어떤 환경과 맥락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극적으로 대비한다.
MLAC 덕에 공포가 안도로 바뀐 애니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경험에 계속 잊히지 않는다. MLAC의 도움으로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은 안전하고 믿음직한 환경에서 임신중지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기부금 형식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됐다. 그들의 활동이 자신에게 가져다준 커다란 평온에 감명받은 애니는 순수한 호기심이 인다.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불법 행위를, 심지어 비밀리에 진행하지도 않는 이들은 모두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데, 애니는 그런 그들에게 마음이 움직인다.
그러던 중 애니에게도 각성의 순간이 온다. MLAC 조직이 여러 곳에서 활동하긴 했어도 임신중지를 원하는 모든 여성을 돕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즉, 여전히 많은 여성이 위험한 환경에서 임신중지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여성이 이 과정에서 죽었다. 애니의 이웃도 마찬가지였다. 애니는 본격적으로 MLAC 활동을 시작한다. 활동을 통해 자신의 편견을 조금씩 수정해나가고, ‘생명 파괴’ ‘문란함’ 등의 낙인 때문에 여성들이 임신중지에 얼마나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도 직접 대면한다.
애니가 MLAC 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영화의 질문은 확장된다. 〈앵그리 애니〉는 그저 임신중지의 합법화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더 크고 깊은 질문이 담겼다. MLAC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활동가, 의사만으로는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오랫동안 단체에서 의사를 돕던 활동가들이 직접 임신중지 시술을 집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주로 남성으로 구성된 MLAC의 의사들이 반발한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전문가만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여성들은 의사 없이 임신중지보다 훨씬 더 위험한 출산을 인류의 탄생 때부터 서로 도우며 해왔고, 시술법이 발전한 덕에 임신중지의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MLAC 여성 활동가들은 여성들의 느끼는 공포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었다.
이는 남성/국가/전문가 집단이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독점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야 애니는 화를 내는데(‘앵그리 애니’), 그 이유도 이 때문이다. MLAC의 활동이 큰 이슈가 되어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으나 합법화가 의료 기관이 그 권한을 독점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MLAC에서 가능했던 여성들 간의 연대, 여성 경험의 가시화 등은 배제된 채(즉 MLAC에서 여성들이 쌓아 온 역량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채) 여성이 다시금 남성/국가/전문가의 수동적 객체로 위치지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애니는 화가 난다.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후 병원에서의 임신중지는 위험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여성을 다시금 외롭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MLAC 활동을 하며 애니가 가족에 ‘소홀해지는’ 과정과 이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을 통해서는 여성이 가사노동의 책무 때문에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는 상황을 짚기도 한다. 〈앵그리 애니〉는 단순히 낙태죄 폐지가 진보·정답이 아님을, 여기에는 이를 초과하는 다양한 결의 질문과 고민이 동반되어야 함을 보인다. 임신중지에 관한 단편적 이해와 서사를 넘어, 여기에 무수히 많은 이슈가 결합되어 있음을 보이는 이 영화는 낙태죄가 페지된 이후에도 여전히 아무런 후속 입법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무책임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임신중지 이슈에 관한 필람작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패션이라는 노동의 세계
#디올 #오트쿠튀르 #라프시몬스
먼저 자기반성? 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패션에 관심이 있었지만 패션에 탐닉할 정도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이란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은 가져야 하지만 그 정도가 명품에 대한 탐닉으로 이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었다. 그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면 사람을 천박한 허영심의 노예로 바라보게 된다고 믿어왔다. 결국 나는 명품 브랜드라는 존재에 대해서 하나쯤은 갖고 싶지만 사람의 허영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으로 폄하하면서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디올 앤 아이,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명품 브랜드에 관한 상반된 감정 중에서 전자, 브랜드에 대한 동경 때문에 내면 속 허영심을 자극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낯선 인물이 등장한다. 라프 시몬스. 패알못은 주섬주섬 핸드폰을 들어 라프 시몬스를 검색한다. 오호, 질 샌더 디자이너였군. 그럼 질 샌더는 무슨 브랜드이지? 패션에 대해서는 정말 1도 모른다는 사실을 통감한 채 검색을 포기하고, 영화를 계속 본다. 보다보니 이 영화, 잘 골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 오트쿠튀르의 정신
Ready to wear, 남자 기성복만을 만들어온 라프 시몬스에게 디올 오뜨꾸뛰르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Haute Couture, 고급 맞춤복을 만드는 컬렉션을 기성복을 만드는 과정과 결코 같을 수가 없다. 귀족, 부르주아 상류층을 위해 존재해왔던 오뜨꾸뛰르가 산업 혁명을 거쳐 일반인들을 위한 패션, 즉, 대량생산이 가능한 패션인 기성복 라인과는 옷을 만드는 목적과 방식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라프 시몬스의 작업 방식은 영화 초반까지도 "For only one"을 위한 의상이 아니라 "For every people"이었기 때문에 수석 디자이너가 고객 때문에 파리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날아가는 상황을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나의 개인에게 특별함을 부여해주는 오뜨꾸뛰르의 정신은 돈을 많이 써주는 고객에게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예술성을 추구하지만 수익을 포기할 수는 없는 아이러니를 포함하고 있다. 한 고객이 쓰는 어마어마한 돈에는 오뜨꾸뛰르가 제공하는 익스클루시브, 특별한 대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대우 속에는 '당신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유일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오뜨꾸뛰르의 예술성을 누리기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일반인들을 왕따시키는 개념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인식 속에서 라프 시몬스가 해맬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2. 오뜨꾸뛰르의 원동력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디올 하우스의 수많은 직원들은 진정 예술가로 인정받을 만하다. 모든 컬렉션을 총괄하고, 구상하는 역할은 라프 시몬스가 담당했지만 라프 시몬스가 구상한 옷을 물리적으로 표현해주는 사람들은 디올 하우스의 수많은 재봉사들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이 2D의 그림을 3D의 현실로 구사해내는 과정을 보면, 신의 손은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컬렉션이 끝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디자이너에게 쏠리게 되지만 실제적인 노고는 그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의문점이 들었던 것이, 그들은 자신만의 디자인을 표현해내고 싶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디올의 오뜨꾸뛰르 작품들은 라프 시몬스만의 디자인이 아니라 디올 하우스의 모든 직원들이 감성이 표현된 작품이라는 알게 된 이후부터는 그 궁금증이 사라지게 된다. 작업 과정 중에서 개개인의 감각이 녹아있는 옷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디올 하우스가 유지되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디올 하우스의 직원들이 디올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은 정말 존경할 만하다.
3. 크리스찬 디올과 라프 시몬스
이 영화 속에서 나레이션으로 크리스찬 디올의 자서전의 대목들은 라프 시몬스의 상황과 묘하게 일치한다.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 총괄자로서 직원들을 채찍질해야 하는 라프 시몬스의 상황이 아주 오래전 크리스찬 디올이 느꼈던 감정과 일치하곤 한다. 이런 감정은 이 둘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모든 창작자들의 감정과도 동일시될 것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자신의 "샴 쌍둥이"라고 표현한 내면적 자아와 사회적으로 드러나 있는 자아로 자신의 자아를 분리시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영화 속 라프 시몬스의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내면적인 자아와 디올이라는 브랜드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교계 인사로 남아야만 하는 상황을 대비시키다 보면 이 상황은 결국 예술가들이 맞이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도 이런 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얼핏 보면 크리스찬 디올과 라프 시몬스 둘 만이 비슷한 고뇌를 공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내 진짜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좀 더 특별한 직업을 가진 것일 뿐.
하지만 비싼 가방을 드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듯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이용한 마케팅의 노예가 되는 것은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명품 브랜드는 비싸다는 이유로 종교처럼 신봉하는 사람들이나 비싸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사람들 모두 하나의 옷을 만드는 데에 드는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느껴보라고 권유하는 의미에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명품에는 사실 크게 관심없고, 저렴하고, 알뜰한 쇼핑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사실 이 영화 안 봐도 될 것 같다. 눈 호강하겠다는 의미로 본다면 또 모르겠는데, 눈 호강은 사실 막판 10분 정도가 전부라서 크게 재밌는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샤넬, 디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이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은 마케팅을 탓해야지 디자이너를 비롯한 아뜰리에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그들만의 예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컬렉션 작품을 볼 때,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보듯 해석해보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듣는 예술, 보는 예술, 먹는 예술을 넘어 입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입는다는 생각을 하면, 하나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 드는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오뜨 꾸뛰르 아뜰리에에서 요구하는 비싼 가격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저는 늘 생각해요. 디올 하우스에서 디자이너들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아뜰리에라고. 디올 하우스의 모든 보배가 모든 소중한 뿌리가 아뜰리에에 남아있죠. 40년 또는 44년 동안 여기서 일하신 재봉사들도 계십니다. 함께 어울리고 서로 소통하고 그렇게 풍요로워지는 거죠."
디올 앤 아이 중에서
-
- ? 실화 서울의 봄 - 이 영화에 담긴 감정 ?
-
?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오늘은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이 영화는 1212 사태를 배경으로 한, 역사적인 사건을 극화한 작품입니다. ?
? 영화는 전두광과 이태신이라는 두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감정의 격동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전두광의 탐욕과 이태신의 분노, 그리고 국민의 허탈감까지, 이 영화는 다양한 감정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 황정민과 정우성의 연기는 각각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군사반란과 그로 인한 국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이 영화가 갖는 감정적 가치를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서울의 봄'을 꼭 관람해보세요. 감독 김성수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여러분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 '서울의 봄'에 담긴 감정들을 직접 경험해보세요.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면, 저희 채널을 구독하고 다음 리뷰를 기다려주세요! ?
-
- 고개 드세요 연상호씨, 당신 아직 죄인 아닙니다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 영화에 대한 비난이나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영화 '염력'을 개봉하자마자 관람했습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신선한 시도였기에, 많은 호불호가 갈릴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염력의 장단점과 캐릭터 특징을, 2분 안에 주관적으로 압축하여 빠르게 정리해봤습니다. (이 때문에 영상 편집 퀄은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영상 속에 아기자기하게 많은 재미요소가 들어가있으니 재밌게 감상해주세요 :)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왓챠에서 '진상명' 팔로우 하시면 빠른 평 업데이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염력 #연상호 #류승룡
-
- 영화 <F20> 30초 예고편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아들을 둔 엄마 ‘애란’은
군 생활을 떠났던 아들 ‘도훈’에게
조현병이 발병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완벽했던 자신의 일상을 빼앗길까 두려운 ‘애란’은
아들의 병을 숨긴 채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그러나,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그녀의 삶에
유일한 비밀을 알고 있는 ‘경화’가 나타나자
‘애란’의 불안은 점점 광기로 변해가는데…
가장 날카롭고 충격적인 영화가 온다!
-
- 영화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 메인 예고편
"보여줘, 우리가 누구인지." 11월, 다시 시작될 '와칸다'의 위대한 여정 마블의 2022년 피날레를 장식할 압도적인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메인 예고편 최초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