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양예슬2021-11-19 13:58:04

치마면 여자, 바지면 남자? : 셀린 시아마의 <톰보이>

<톰보이> 리뷰

2021년 한국, 아무도 여자는 무조건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치마든 바지든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으면 된다고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 이분법이 정말로 없어진 것일까? 통계청은 2020년 한국의 혼인 건수가 21만 4000건이라고 발표했다. 식을 올린 결혼 중 여자가 드레스를 입고 남자가 턱시도를 입은 비율은 얼마나 될까? 혹은 여자와 남자 모두 정장 바지를 입은 결혼식은 몇 건이나 있었을까? 화장실 표지판은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픽토그램으로 구성되어있다. 흑백으로도 알아볼 수 있는 치마를 입은 사람과 바지를 입은 사람이다. 교복을 입는 중‧고등학생 중 바지 교복을 입는 여학생은 몇 퍼센트일까? 치마 교복을 입는 남학생은 얼마나 있을까?

<톰보이>의 주인공 로르는 두 자매 중 언니이며 머리가 짧고 바지를 즐겨 입는 소녀이다. 이사를 자주 다니던 로르의 가족은 파리의 한 지역에 정착한다. 로르와 마주친 소녀 리사가 이름을 묻자, 로르는 잠깐의 망설임 끝에 자신의 이름이 미카엘이라고 답한다. 또래 아이들이 로르의 외모를 보고 로르를 남자아이라고 오인했고 그 무리에서 리사가 여자라는 이유로 겉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동생 쟌을 돌보는 자상한 언니인 로르는 친구들과 노는 자리에 쟌을 데려가고, 쟌을 밀친 남자아이와 몸싸움을 한다. 이 때문에 화난 남자아이의 어머니가 집에 찾아와 로르가 남자아이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것이 들통난다. 로르는 아버지에게 다시 이사를 가고 싶다고 울먹인다. 로르와 쟌은 어른들의 사정에 따라 정착하지 못하고 이사를 다녔지만, 셋째가 곧 태어날 로르의 가정은 아이의 사정을 위해 이사를 가지는 않는다. 대신 어머니는 벌을 주듯이 로르에게 파란 원피스를 입힌다. 로르가 여자아이라는 것을 폭로하기 위해서다. 리사의 집에서 틀었던 노래처럼 ‘언제나 로르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손에 강제로 끌려가 로르는 자기가 때린 남자아이의 집과 자기에게 키스한 여자아이의 집에 원피스를 입고 방문하는 굴욕을 겪는다.

숲에 원피스를 벗어 걸어둔 로르는 또래 무리로 돌아가지만, 친구라고 생각하고 어울렸던 아이들은 로르의 성기를 확인해야겠다며 로르를 사냥하듯 뒤쫓는다. 로르가 소녀라는 사실을 폭로하는 소년은 로르가 ‘치마를 입었기 때문에’ 여자애라고 말하며 부정하고 싶다면 옷을 벗어보라고 요구한다. 앞서 축구를 하고 수영을 할 때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며 로르는 쉽게 상의를 벗어던지고 풀밭에서 오줌을 누는 등 거리낌없이 신체를 노출해왔지만, 여성임을 확인받기 위해 탈의할 것을 요구받는 순간 노출은 수치가 된다.

<톰보이>는 프랑스라는 구체적인 장소성을 가지고 있으나, 톰보이 로르의 이야기는 많은 나라와 사회에서 통용될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어째서 신체적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는 이른 나이부터 여자는 운동을 하다 상의를 벗을 수 있는 특권을, 아무데서나 소변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치마를 입지 않을 자유를 박탈당하는가? 아직까지 여자는 바지를 입을 수 있으나 치마를 벗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작성자 . 양예슬

출처 . 미다지_주드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