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지2021-11-28 22:33:23
1996년과 2021년 사이의 간극
<세 친구> 영화 리뷰
영화 세 친구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세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 갖고 있는 취미도 가정환경도 다르기에 나는 이들에게서 당시의 어떤 사회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 셋은 영화 내내 서로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 분명 각자 이름이 있을텐데도 많이 언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엔딩크레딧에서도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기재됐기 때문이다.
무소속인 친구는 그림을, 삼겹은 먹는 것과 비디오 감상을, 섬세는 미용 기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들이 각자 갖고 있는 모습이 당장 생산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렇게 점차 정상성에서 벗어나 변방으로 내몰린다.
96년 작품인 이 영화는 당시 여성이 남성에게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되고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성희롱에 노출되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그러나 이 명칭은 당시 제대로 된 이름으로 명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사회가 얼마나 약자들의 존재와 현실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보여준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그 문제와 심각성을 어느정도 인지했으나 아직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인식과 해결과정이 얼마나 더디게 성장하는지를 꼬집어볼 수 있었다.
90년대 후반 평범한 세 남성을 통해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봄으로써 2021년인 오늘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그 화두를 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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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형사와 함께 펑펑 터져볼래?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범죄도시 2>가 개봉했다! 1편이 거의 나의 취향저격이었기 때문에 2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목 빠지게 기대하고 있었다. 이 시리즈 1편이 처음 개봉할 때는 영화를 지금같이 딥(?)하게 파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알던 정도였다. 근데 분명하게 알던 건 마동석 배우 특유의 캐릭터였다. 2015년에 <부산행>과 2016년 <베테랑>이 개봉했다. 여기서 나왔던 마동석 배우는 모두들 알다시피 싸움 잘하는 아저씨였다. 근데 싸움만 잘하냐? 아니다. 그 마초스러운 이미지에 귀여운 애교까지 장착하기 시작했다. 외적으로는 이랬고 또 배우의 본업 내적으로도 성과가 좋았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부터 <부당거래>까지 든든한 조연으로 필모그래피를 하나, 둘 씩 쌓아놓고 있던 터라 그가 잘 되는 건 그냥 시간문제였다. 아무튼, 이 영화 <범죄도시>는 이 배우의 유명세에 기름을 부은 작품이 됐다. 나 역시 마동석표 액션이 재미있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치에 힘입어 이 작품은 대박이 났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나 하얼빈의 장첸이야!!!!'나 '어 싱글이야'같은 유행어들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는 건 아마 모두들 기억하실 것 같다. 나도 영화가 한참 유행할 때 보진 않았음에도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중에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된 나. 요즘에서야 책도 어느 정도 읽었고 영화도 보고 있지만 내가 나의 취향을 어림잡을 수 없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한국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저씨>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최애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에 든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나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시리즈의 후속작을 엄~청 기다렸고, 정식 개봉일인 19일보다 며칠 일찍 극장에 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K-슈퍼히어로였다! 2008년의 대한민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일이 있고 4년 후
장첸과의 한바탕이 있었던 4년 후. 금천구 강력반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경찰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게 공을 세웠는데도 뭔가 처우가 개선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 금천구에 사건이 일어났다. 정신병동을 탈출한 남자가 여대생 하나와 가게 주인을 데리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었다. 홍석과 상훈, 동균은 상황에 어쩔 줄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석도의 행방을 찾는 금천구 강력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쿵쿵 걸으며 마석도가 등장했다. 흉기를 휘두르는 남자를 손쉽게 기절시킨다. 그런데 기절시키다 못해 일이 벌어졌다. 남자가 주먹 한방 맞고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은 것이다.
전일만은 금천구 강력반의 반장이다. 상관에게 불려 가서 와장창 깨졌다. 윗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었던 업무 지시사항을 마석도에게 전하게 된다. 그 지사사항은 '베트남에 가서 범죄자 하나를 인도해와라'였다. 듣자 하니 무슨 자수를 했다고 한다. 오케이. 그럼 휴가 쓰는 셈 치고 가지 뭐. 전일 만과 마석도는 더듬더듬 영어실력과 함께 베트남 비행기에 탑승한다. 어렵지 않게 베트남 영사관 쪽 담당자와 연결하고, 그 자수했다던 놈을 심문하기 시작하는 둘. 둘은 베트남에서도 진실의 방을 만들며 하나하나씩 정보를 얻기 시작한다. 뭔 베트남에서 베트남에서의 연쇄살인사건과 강해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기 시작한다. 장첸과는 다른 부분으로 악랄한 강해상. 이 강해상은 극악무도한 범죄수법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는데,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나쁜 놈을 때려잡는 마석도의 이야기가 영화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데 익숙해서 웃겨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그 이유인지 전작에 대한 오마주가 몇 개 보인다. 초반부 마석도가 등장하고 칼을 휘두르는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의 구도만 봐도 1편를 차용한 느낌이 난다. 또 예고편에서 나왔던 장이수 캐릭터 활용법도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또 정인기 배우의 지역 경찰 계급 서장 캐릭터나 휘발유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도 전 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팬서비스 차원에서 만족할만하다. 엔딩부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날 것 같다.
근데 이런 전편에 대한 오마주가 단순히 캐스팅에서 짠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실 어찌 보면 뻔하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봐도 웃기다. 예고편에도 나오지 않나? "넌 뭐야?" "까불인데요" "까불고 있어"식의 말장난이 극에서 자주 나온다. 이런 유머 방식은 1편에서 많이 쓰였다. "혼자 왔니?" "어 싱글이야"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 이런 유머 포인트가 1절 만하고 딱 끝나는 선이 아니라면 좀 식상해지기 쉽다. 그냥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같은 패턴의 유머를 반복해서 하는 사람을 보면 딱 느껴지지 않나. 진짜 재미없어서 말도 걸기 싫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르다. 뭐 말장난식 유머만 재밌는 게 아니다. 초반부 반장의 존재 유무도 재미있다. 또 반장이 서툰 영어를 구사하는데, 이거 2007년에 <무한도전>에서도 봤던 유머인데도 웃긴다. 뻔뻔하게 재미있는 영화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근데 또 막상 웃기기만 한건 아냐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기고 재밌고 이런 것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촬영이다. 이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장면에서 영화는 베트남의 풍광을 묘사한다. 베트남에서의 이야기와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무게감이 살짝 다른데, 어쩌면 난잡해질 수도 있는 영화의 톤을 나름의 영상미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해외 로케이션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타지의 모습과 범죄의 잔혹성이 매치가 잘 되니 연출의 승리였다. 그냥 자연스러운 풍광만 예쁜 것이 아니다. 베트남의 한 경찰서, 협소한 아파트, 봉고차 안, 식당까지 그냥 단순히 인물이 거기에 있어서가 아닌 소재를 활용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적절한 촬영은 베트남에서만 적용되는 부분이 아니다. 가령 중후반부의 마석도 혼자 걸어가는 장면, 최후 반부의 특정 신은 감독이 이 장면에는 '관객이 이런 걸 느껴야 해!'를 생각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아. 촬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롱테이크 신이 있다. 이 부분은 그냥 직접 보시라. 아마 올해의 베스트 신 TOP 3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당연히 액션이다. 액션 연출이 좋았다. 초반부 마석도가 흉기를 든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마석도기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을 보면 무슨 돌로 사람을 머리 찍는 소리가 난다. 난 이걸 처음 들을 때 솔직히 작위적이라고 생각한다. 뭐 내가 적응을 해서인지 이 사운드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가 전개될수록 맞은 인물들의 리액션이 나오는데, 이거랑 잘 맞는다. (이거 외엔 할 말이 없다. 극 중에서 마석도가 성장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퍽 퍽 때리는데 역시 뛰어난 연출이 극의 생동감을 부여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사운드 연출이 아니더라도 맨몸 액션 자체가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었다. 초반부를 지나 한 30분쯤 됐을 때 마석도의 액션신이 나오는데, 뭐 사람 하나몇 대 연속해서 때리지 않아도 이 사람이 얼마나 센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맨몸으로 두들겨 패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장소마다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는 모습까지 있으니 몰입에 도움이 된다.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보다 인물 연출이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마석도 캐릭터만 액션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강해상 캐릭터의 액션 연출도 탁월했다. 강해상 (일당)은 민첩성이 좋다. 이 인물은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람을 습격하는 방식의 캐릭터다. 앞에서 썼던 소리 연출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조용하다가 쉭쉭 나타나서 공격하는데 그냥 간단하게 인물 액션만 보여주고서는 이런 디테일을 살릴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인물 설정을 십분 발휘했던 액션신도 기억에 남는다. 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요 재미 포인트는 무서운 빌런이 한몫할 텐데, 장첸과는 다른 연기 역시 보는 맛이 있었다. 주인공과 악역 액션 설정만 좋았냐? 아니다. 예고에서도 나왔던 장이수의 카체이싱, 다른 경찰 캐릭터들의 액션까지 전작 1편에서 너무 마석도에게 집중되는듯한 분량을 인물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방식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역시 이상용 감독이 인물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난다.
사실 손석구 배우 작품 처음 봅니다
요즘 <나의 해방 일지>인가? 손석구 배우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드라마는 사실 손이 잘 안 가는 나. 그의 활약상을 잘 보지 못했다. 목소리도 아예 처음 들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좀 놀랐다. 이 배우가 엄청나게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물론 지금도 충분히 잘 나가고 있는 배우지만 이 사람은 <베테랑>의 유아인처럼 여기서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장첸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빌런이었다. 뭐 강해상 역시 감정을 참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뭔가 절제하고 여유 있는 살인마였다. 이때의 강해상이 입에 품고 있는 미소 + 왠지 모를 자신감 + 꼼꼼한 성격까지 다방면의 특성을 가진 인물을 소화해냈다. 전작에서 윤계상-김성규-진선규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임팩트가 커서 아마 이 셋의 악역을 지울 수 있을까 싶은 분도 있을 텐데, 아마 이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셋의 존재감을 캐릭터 설정과 좋은 연기로 잘 틀어막았다.
통통 튀는 조연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조연들이다. 물론 마동석의 마석도, 손석구의 강해상의 카리스마는 탁월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이 둘이 빛나기 위해 조연들이 배경을 깔아주다시피 했다. 인물들은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며 이야기에서 적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는데, 감독의 인물 설정을 알맞게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작 1편에서 장이수 캐릭터가 살짝 허무했다고 생각한다. 흑룡파 3인방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을 줄였다고 하면 사실할 말은 없다. 물론 극에서 장첸에게 한방 먹이기에는 성공하지만 이것 말고는 좀 끌려다니는 느낌이 강했다. 가리봉동의 대표 조폭 아니었나? 장첸의 카리스마에 찍소리도 못하는 게 사실 좀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이수가 2편에서는 단순히 유머 소재로만 쓰이지 않는다. 이 인물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쌓아놨던 성격과 서사가 극에서 경제적으로 잘 쓰인다. 이런 인물 설정은 다른 조연들에게도 적용된다. 전일만-오동균은 전편이나 지금이나 마석도의 응원단장 같은 느낌이다. 사실 당연할지도 모른다. 장첸이나 강해상이나 싸움 자체는 잘한다. 그래서 이 둘과 전면전을 붙으면 영화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각각의 특정 시점을 지나가면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 홍석-상훈 둘에게 액션신을 준 것도 이 둘이 그냥 나이가 비교적 어리고 무력이 약하다고 해서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둘은 다른 부분에서도 주체적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한 특정 인물에 대해 쓸 수는 없지만, 이 시리즈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했다. 후반부는 거의 이 인물 덕에 극이 전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캐릭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가 좋을 것이다.
그냥 재밌는데 어떡해
사실 길게 이 영화의 장점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 영화는 그냥 재미있다. 한 줄 요약. 잘 만든 영화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기대작들이 개봉이 많이 밀렸다. 이제 6월이 되고 나서야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하나, 둘씩 잡히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이 레이스의 좋은 스타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놀러 가서 봄 극장 나들이 하기 딱 좋은, 그런 잘 만든 킬링타임 영화다. 부럽다! 안 본 사람이 있어서! 이 시리즈의 3,4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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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꿈 속에서의 일이 현실에서도 영향을 미친다면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상영작을 고르면서 한 가지 목표로 했던 점은 애니메이션 한 편을 반드시 봐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른 작품 영화 <드림 빌더>. 다양한 작품이 있었지만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배리어프리’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도 편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자막과 함께 작품의 요소들을 내레이션으로 다 설명해주는 작품이었는데,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동안 유추를 했던 영화 속 지문들을 직접적인 설명을 통해 들으니 영화가 더욱 이해가 잘되었다.
영화 <드림빌더> 시놉시스
내 꿈을 만드는 누군가가 있다?
모두가 잠든 밤,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꿈의 세계가 펼쳐진다!
자상한 아빠, 귀여운 햄스터 '비고'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소녀 '미나'는 새로운 가족 ‘제니’의 등장으로 평온하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오고 급기야 ‘비고’를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우연히 꿈속 세상을 발견한 ‘미나’는 그곳에서 마치 영화처럼 꿈을 만드는 드림빌더를 만나게 되고, 소중한 반려 햄스터 ‘비고’와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깜찍한 계획을 세운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드림빌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꿈을 이용하다
누구나 꿈을 통해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하지 못할 일을 해보기도 하는 약간 일탈을 경험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잠자면서 이뤄본다든지, 본인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면박을 주는 등의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드림빌더>는 꿈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미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미나는 이 꿈이 꿈 속에서 살아가는 드림빌더에 의해 시나리오대로 자신이 꿈을 꾼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아직 나이가 어린 미나는 이 꿈 조작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도 하고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게된 새로운 가족 제니와의 불화를 겪으면서 제니를 이 집에서 내쫓을 방법으로 꿈에서 제니가 가장 무서워하는 거미를 등장시키면서 제니에게 위협을 가한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었고, 감정 절제가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자신에게도 위협으로 다가오는지 아직 모르는 미나의 무모한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안타까운 감정이 들면서도 정말 실제로도 저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꿈에서 무언가를 좋아하게 만들면 실제 현실에서도 그 대상이 좋아지고, 싫어하게 만들면 더욱 반감이 들게끔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꿈을 이용하고 조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떻게 흘러갈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다
이토록 무모한 미나였지만 자신 때문에 현실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제니를 보면 자책하던 미나는 다시 꿈 속으로 들어가 제니를 찾기 위해 본인 스스로 꿈폐기장으로 들어간다. 자신 역시 되돌아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제니를 어떻게든 다시 현실로 돌려놔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꿈폐기장으로 들어가 제니를 찾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면서 어린 나이지만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이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 역시 다시는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다시 원상복귀를 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아이도 저렇게 책임을 지고 있는데 현실에서의 나는 얼마나 내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지 생각을 하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를 대체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렇게 살아돌아온 현실에서 제니와 미나는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미나를 놀리고 조롱했던 제니는 자신을 반성했고, 미나는 꿈 속에서 제니를 공격해 죽음 직전까지 가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서로를 용서했다. 이렇게 친해진 둘을 보는 미나의 아빠와 제니의 엄마는 흐믓해한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끝나가던 도중 나의 머리를 치는 충격적인 발언이 나온다.
“미나 너의 엄마 신곡나왔던데, 같이 들어볼까?” 서로를 자매로 받아들이면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딸 2명으로 가족이 재탄생했구나 라고 느꼈는데, 미나의 엄마라는 존재를 소환하면서 ‘눈 앞에 새로운 엄마가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친엄마를 언급한다고?’하면서 혼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미나의 친엄마의 신곡을 들으면서 다함께 춤을 추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 장면을 보면서 가족 구성원이라는 것이 꼭 엄마와 아빠를 대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비스트 오브 아시아 -새엄마>를 보면서도 똑같이 느꼈던 부분이었는데, 각자의 엄마와 아빠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자리를 대체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위치의 가족으로서 서로를 보듬어주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가족구성원이라는 것이 다양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어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꿈이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매력적으로 해석한 영화 <드림빌더>. 꿈을 통해 우리 원하는 바를 이루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었고,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꼭 기존의 존재를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전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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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훈함이 곧 트렌드
사실 이 드라마 처음 풀렸을 때, 나만 볼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글을 쓰는 작품의 기준은 인기가 있든 없든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싶은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기란 결국 흐름을 알 수 없는 파도와 같은 것이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기가 있지도 않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 방영 첫 주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니,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그래서 아주 뿌듯하다. 뭔가, 내가 좋은 작품만 보고 다니는 사람인 것 같아서....... 하핫. 이 드라마가 인기있는 이유 그리고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 메시지는 무엇일까.
1. 판타지와 현실이 교묘히 섞인
처음에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자폐인 변호사의 천재적인 모습을 배우가 잘 구현해내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대한 상승 효과로, 박은빈 배우의 인기는 고공행진했다. 장애가 없는 사람이 장애우들을 이질감없이 표현해내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어려워보이기 때문이다. 배우의 호감도와 배우의 능력치에 대한 인정이 합쳐져 큰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있다. 최근 잘 되는 플롯은 확실히 훈훈한 내용인 듯 하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쟁, 현실적인 인간관계 등등을 드라마에서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 만큼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쿨하고 멋있는 상사(정명석), 매너있고, 공사구분 확실한 남자주인공(이준호), 장애에 대한 차별 없이 츤데레처럼 챙겨주는 동료(최수연) 이런 캐릭터들은 실제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렇게 훈훈한 인간 관계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그저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캐릭터가 이 드라마의 지나친 판타지화를 막고 있다. 권모술수 권민우 캐릭터, 이 캐릭터가 있어 이 드라마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법정드라마가 되었다. 그만큼 중요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소중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드라마 판타지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게 도와주고,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트위터 주내..ㅠ^^
하지만 그래서인지 온갖 커뮤니티, 트위터 계정에서 그를 위협하는 짤이 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현실 속의 밉상들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이다 보니........하하.
2. 매화 미묘하게 다른, 하지만 같은 방향의 메세지
이 드라마는 그저 장애우 변호사의 사회생활 고군분투기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각 에피마다 짠한 포인트가 있다. 사람들이 장애우를 바라보는 시선, 장애우 가족이 바라보는 시선, 학교 안에서의 시선, 그리고 영우가 변호사로서 가진 핸디캡. 그로 인해 알게 모르게 고립된 영우, 이모든 복합적인 요소들이 매화에 조금씩 녹아있다. 이 드라마를 보며, 나를 돌아본다. 나는 장애우를 그저 동정만 한 건 아니었는지, 그리고 그 동정을 통해 나의 멋있음에 취해본 적은 없는지.
장애우를 챙겨주는 것은 단돈 얼마를 기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장애우라고 해서 배려라는 명목 하의 왕따를 한 적이 없는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아니, 바빠죽겠는데, 한 번 더 생각해가며 행동할 시간이 어딨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변해가는 사회의 가치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어 왕따시켜야 한다. 대단히 멋있어 보이게 장애우를 도와주는 것보다 그저 밥먹을 때 소외시키지 않고, 길가에 차가 올 때 알려주는 소소한 행동만으로도 장애우를 위할 수 있다. 그런 소소함은 장애우가 아니더라도 할 수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준호 캐릭터, 수연 캐릭터, 명석 캐릭터가 빛나는 것 같다. 마치 우리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 드라마는 영우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장애우에 대한 태도를 가다듬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3. 증인 그리고 우영우
이 드라마의 작가가 영화 증인의 작가 분이라고 한다. 자폐 소재에 관심이 많으신 작가분이신 것 같은데, 증인도 굉장히 잘 만든 영화여서 브런치에 리뷰에 올렸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 두 스토리는 비슷한 듯 하지만 명백히 다르다.
영화 속에서는 자폐가 증인으로서 영향력이 있는 증언을 하는 존재인지에 대해 증명해내는 내용이었다면, 드라마에서는 자폐인을 변호사로 그려, 조금 더 주체적인 캐릭터로 그린다는 차이가 있다. 자폐아의 말은 믿을만한 말인지 고민하는 플롯과 자폐인을 전문직으로 그려 공신력있는 사람으로 대우하는 내용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훨씬 하나의 사회인으로 인정받을 만한, 인격체로 대우받는 존재로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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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플릭스 신작
넷플릭스 2022년 2월!
신작 추천5편
모럴센스
할말은 하고 사는 홍보팀 사원 정지우
부서 이동 후 모든 여직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잘생긴 대리 정지후
이름만 비슷할 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
잘못 배송된 택배로, 지후의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성적 취향을 알게 된 지우는
점점 그에게 관심이 생겨간다
감독: 박현진
출연: 서현, 이준영, 이엘, 서현우, 김한나, 안승균, 이석형, 김보라
장르: 로맨스 코미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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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사람들
성실한 기상청 예보관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동료
이들에게 기상청안에서의 사랑은 날씨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데
열대야보다 뜨겁고 국지성 호우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
크리에이터: 차영훈, 강은경, 선영
출연: 박민영, 송강, 윤박, 유라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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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
지방법원 소년부의 엄정한 판사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다루며,
소년범에 대한 반감, 정의와 형벌에 대한 굳건한 신념사이에서
군형을 잡아간다
크리에이터: 홍종찬, 김민석
출연: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장르: 범죄, 법정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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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항상 서로의 곁을 지키는 절친 3인방
마흔을 코앞에 둔 그녀들이 삶과 사랑,
상실을 경험하며 함께 걸어가는데...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
크리에이터: 김상호, 유영아
출연: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연우진, 이무생, 이태환, 안소희, 강말금
장르: 로맨틱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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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맞선
친구를 대신해 맞선 자리에 나간 하리
남자가 겁을 먹고 퇴짜를 놓게 할 작정이지만
맞선남이 하리가 다니는 회사의 CEO!
계획은 엉망이 되고 게다가 청혼까지 하게 되는데...
얼굴 천재 능력남 CEO와 정체를 속인 맞선녀 직원의 스릴 가득
‘퇴사 방지’ 오피스 로맨스
크리에이터: 박선호, 한설희, 홍보희
출연: 안효섭, 김세정, 긴민규, 설인아, 이덕화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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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사를 바라보는 성찰의 태도
과거사를 바라보는 성찰의 태도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파이의 아내>는 NHK에서 방영된 TV 드라마를 영화의 형식으로 다시 제작한 영화다. 일본의 어두운 과거를 폭로하고 성찰하는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공영방송 NHK의 제작지원 하에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본래 8K 카메라로 촬영되고 NHK 자사의 4K/8K 채널에 한정적으로 방영 예정이던 드라마는 베니스 영화제 극장 상영을 위해 재작업하는 과정에서 화면비 변경(1.78:1->1.85:1)과 색보정 작업 등을 거쳐 2K로 변환됐다. 8K의 선명한 화질이 2K가 되면서 그 선명도가 떨어진 것임은 분명할 것이나 이 영화가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고, 예산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라도 둘 사이의 화질 차이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를 만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으며 이 영화는 더욱 회자되었고, 영화화는 잘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모던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이 생각은 영화를 볼수록 독특한 영화라는 판단으로 확대됐다. 이 영화는 분명 1940년대 고베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고, 인물들의 연극적은 대사 톤과 당시대를 옮겨 놓은 듯한 세트, 인물의 동선을 팔로잉하는 연극적인 촬영 방식 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가 이 영화가 전통적인 역사 내지 시대극의 형식이나 스파이 장르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물론 이 말이 이 영화가 과거 사실을 왜곡하거나 어떠한 관점에 편향된 영화라는 말은 아니다. 이 영화가 구성되는 방식에 독특한 지점이 있다는 뜻이다.
먼저, 이 영화의 방점은 어디에 찍혀있나. 보통의 정통 스파이물과는 다르게 이 영화의 방점은 제목대로 스파이보다도 '아내'에 찍혀있다. 보통의 스파이물이라면 범인 찾기 혹은 범인이 범인임을 들키느냐 마느냐 하는 데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스파이가 누군지를 초장부터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의 초점 자체가 스파이가 아닌 그의 아내 사토코에게 맞춰져 있다. 영화는 대부분 사토코의 시점을 따라가고, 관객은 사토코의 심정에 이입을 하며 극을 따라가게 된다. 유사쿠가 스파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둘은 섬유무역회사를 운영하며 유복한 생활을 즐겼다. 이들의 집 내부를 보면 유사쿠가 서양의 문화를 동경하고 그에 매료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둘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고,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은 다가오는 전쟁과 함께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날 유사쿠는 전쟁이 더 심해지기 전에 만주를 보고 오겠다며 급히 만주로 떠나고, 이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만주에서 돌아온 유사쿠는 달라져있다. 이상함을 눈치챈 사토코는 그를 추궁하고, 그가 만주에서 일본군이 병균으로 생체실험했고, 그로 인해 죽은 수많은 주검을 목격하고 그 증거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미국으로 가져가 폭로하려는 그의 계획을 듣는다. 헌병대장이 되어 돌아온 사토코의 옛 친구 야스하루의 존재가 부각되는 건 이 시점부터다. 세 인물이 서로를 의심하며 빚어내는 갈등은 이 영화의 서스펜스를 지탱해나간다. 야스하루는 유사쿠를 의심할 만한 정보를 일부러 그녀에게 흘리고,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풀리지 않는 그의 행동에 점점 의심을 갖게 된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가지기도 한다.
자신은 '코스모폴리탄'이라며 세계시민을 자처하는 유사쿠는 자국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려 하고, 사토코는 지금까지 유사쿠의 곁에서 누린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사토코는 처음엔 그를 배신한다. 남편의 금고에 있던 노트를 야스하라에게 가져가 조카 후미오가 체포되게 만들고, 자신의 남편 또한 의심받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사랑하는 남편을 택하고, 남편이 스파이라면 자신은 스파이의 아내다 되겠다 선언한다. 그녀를 움직인 것은 '진실'을 밝힌다는 대의보다 사랑이었고, 그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유사쿠였다. 그러나 대의가 동기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녀는 남편이 만주에서 가져온 필름을 영사해 그가 보고 들은 만주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목격하고, 그를 돕기로 마음을 굳힌다.
그러나 미국으로 떠나는 날, 사토코는 유사쿠에게 배신당한다. 누군가 사토코의 행방을 고발해 미국으로 가는 배 안에 숨어있던 사토코는 일본군에게 발각되고 붙잡힌다. 사실 그녀가 맞이하는 결말은 암시됐다. 그녀가 유사쿠, 후미오와 함께 찍은 필름에서. 바로 이 필름, 영화 안의 또 다른 영화 안에서 사토코는 연인의 금고를 털다가 연인에게 들키고, 연인은 그녀가 쓰고 있던 가면을 벗겨 배신자가 자신의 연인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달아나는 연인 사토코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사토코는 그 총알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 연인은 죽은 사토코를 안고 슬퍼한다. 이 필름은 영화 마지막에 가서 다시 상영된다. 많은 일본군들 앞에서. 관객은 그때서야 사토코가 봤던 만주의 참상을 담은 영상을 재촬영한 필름의 일부를 보게 되며, 또한 거기에 입혀진 유사쿠의 필름을 다시 보게 된다.
필름이라는 매개의 의의는 사실상 이 영화의 핵심이다. 관객은 만주에서 벌어지는 생체실험을 직접적으로 목격하지 못하고, 유사쿠가 만주에서 가져온 실험노트와 영상을 찍어온 필름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게 된다. 진실을 밝히고 전달하는 수단으로써 기능한다. 또한 필름은 사토코가 유사쿠를 적극 지지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단순 전달을 넘어 새로운 의의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사쿠가 만주에서 가져온 필름은 그가 그곳의 참상을 직접 보고 들으며 찍어온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영상물을 재촬영한 결과물이다. 그곳의 진실은 필름 안에 다시금 담겼고, 누군가가 그것을 그 매개를 통해 간접적으로 목격하고 진실을 알게 되도록, 그것에 대한 직시와 판단을 가능토록 만들었다. 유사쿠가 사토코와 함께 찍은 필름이 덧입혀진 필름을 일본군이 다 같이 보게 되는 것 또한 반대의 의미에서 이 영화의 중요 씬 중 하나다.
덧입혀진 필름에 당황하던 사토코는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주 훌륭하다"며 실성한 사람처럼 웃는다. 이어서 배를 타고 떠나며 유유히 손인사를 하는 유사쿠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을 배신했던 연인을 역으로 배신한 인물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으나, 이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는 수감된 사토코에게로 다시 초점을 맞춘다. 패전의 그림자가 고베에까지 드리웠을 때, 사토코가 불바다가 된 조국을 바라보며 뱉는 대사는 당시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미친 나라에서 미치지 않은 사람은 미친 사람이 되고, 미친 사람은 미치지 않은 사람이 된다. 정상적이지 않은 조국의 패전은 그 비정상의 무너짐에 있어서는 기쁨이 되겠지만, 조국의 패배라는 면에서는 슬픔이 된다. 바닷가에 가 그제야 울분을 토하는 사토코의 모습은 그런 조국을 둔 개인이 결국 맞닥뜨리게 된 피할 수 없는 비극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 과거사를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금의 일본이 가져야 할 양심과 반성 의식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전쟁 중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시대물을 작업해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자유와 행복이 어떤 것인지를 보이고, 국가 안 개인이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국가에 의해 어떻게 빼앗기게 되는지 그려낸다. 감독의 반성적이고 성찰적인 양심선언처럼도 느껴지는 이 영화는 군국주의의 잔재 속 극우주의가 만연한 일본에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같다. 지식인이자 예술인의 입장에서 자국의 과거사를 드러내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작금의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묻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성찰적 태도는 일본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새로운 물결 중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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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째 주 OTT신작 추천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주말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매 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OTT 플랫폼의 신작 소개를 하는 시간!
2월 넷째 주의 씨네랩의 추천 신작은 무엇이 있을지 다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소년심판, 넷플릭스
드라마 | 넷플릭스 오리지널 | 총 10부작
감독 : 홍종찬 | 출연 :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넷플릭스 공개일 : 2022년 2월 25일 (금요일)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관전 포인트* :
1.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프> 등에서 사회 저변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연출해낸 홍종찬 감독의 신작.
2. 기존의 법정드라마와는 차별화된 소재로 '촉법소년'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3. 배우 김혜수의 연기 인생 중 처음으로 판사역할을 맡은 것뿐만 아니라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배우의 판사 캐릭터로 참여할 예정이라서 이들의 연기호흡이 기대됩니다.
4. 특히 배우 이연을 필두로 한 극 중 소년범들의 캐릭터들은 실제를 실감케하는 리얼한 연기로 극의 몰입감을 더해줄 예정입니다. 중죄를 짓고 법원에 선 다양한 소년범들의 강렬한 연기로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예정입니다.
2. 프렌즈(Friends) 전 시즌, 왓챠
시트콤 | 미국 | 전 시즌(10개 시즌) 순차적 공개
감독 : 데이비드 크레인, 마르타 카우프만 | 출연 : 제니퍼 애니스톤, 코트니 콕스, 리사 쿠드로, 맷 르블랑, 매튜 페리, 데이비드 슈위머 등
방송기간 : 1994년 9월 2일 ~2004년 5월 6일
왓챠 공개일 : 2022년 2월 25일 (금요일)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6명의 친구들과 삶과 우정을 다룬 훈훈하고 코믹한 내용의 시트콤 시리즈 "
*관전 포인트* :
미국의 시트콤 <프렌즈>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방영 기간 내내 최고의 인기를 끌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시트콤으로 평가받는 작품인데요. 최근에는 원년멤버들이 모두 모여 <프렌즈: 더 리유니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프렌즈>는 시즌 내내 각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 패션, 각 에피소드의 소품 등 모든 것이 화제를 모았고 특히 '레이첼'(제니퍼 애니스톤)의 헤어 스타일은 미국 여성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또한 시트콤의 대단한 인기를 증명하는 수상실적들, 특히 에미상 “최고의 코미디 시리즈” 부문을 포함하여 다양한 상을 받았고, 국내외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의 애정과 무한한 사랑을 받은 레전드 작품입니다. 국내 OTT플랫폼 왓챠에서 전 시즌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기회에 정주행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3. 주디, 넷플릭스
영화ㅣ드라마 | 미국
감독 : 루퍼트 굴드 | 출연 : 르네 젤위거, 제시 버클리, 핀 위트록 등
영화 개봉일 : 2020년 3월 25일
넷플릭스 공개일 : 2022년 2월 25일 (금요일)
"<오즈의 마법사>의 영원한 ‘도로시’
시대를 초월한 히트송 ‘오버 더 레인보우’의 주인공
20세기 최고의 여배우 주디 갈랜드!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생애 마지막 무대를 런던에서 준비하는데…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막이 오르고 레전드 쇼가 시작된다. "
*관전 포인트* :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여우주연상
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여우주연상)
40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여우주연상)
26회 미국 배우 조합상(영화부문 여우주연상)
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여우주연상)
등의 수많은 여우주연상 수상실적이 보여주듯이 배우 '르네 젤위거'의 그 자체, 인생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실제인물 <오즈의 마법사>의 배우 '주디 갈란드'를 연기했는데요.
할리우드 안에서 엄청난 성공과 불행을 겪은 한 인간의 삶을 연기하며 르네 젤위거에게 얼마나 많은 노력이 따랐을까요? 외모부터 헤어, 의상, 그리고 노래까지 '르네 젤위거'는 마치 그 당시의 숨쉬는 '주디 갈란드' 같았습니다.
영화 <주디>는 한 인물이 겪은 불행과 고통을 통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주는 드라마입니다. 거기다가 극 중에 나오는 아름다운 노래와 음악을 듣는 것 또한 영화를 보는 하나의 기대 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나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르네 젤위거'의 모습과 정반대되는 배우의 연기변신과 그녀의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고싶은 분들에게도 추천드리는 작품입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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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 제 8일의 밤, 실망스러운 오컬트 영화
넷플릭스에 한국 공포영화 제8일의 밤이 공개되었어요.
예고편에서 오컬트 분위기를 한껏 뽐냈기 때문에 꽤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았을텐데요.
영화는 생각보다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불교의 세계관을 가지고와서 번뇌와 번민을 요괴화 하여 전개되는 이야기인데요.
생각보다 오컬트의 분위기도 약하고 그렇게 무섭지도 않아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이성민 배우가 열연하고 있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이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네요.
보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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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후기 / 최민식이 다했나? / 감동이 살아있음 /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 / 파이송이 뭐지?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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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메인 예고편
9살 ‘다이’가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친구들과 함께 어른들 몰래 떠나는 여행과 마지막 인사를 담은 전지적 어린이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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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 메인 예고편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을 팔기 위해
아름다운 토스카나에서
뜻밖의 한 달 살기를 시작한 아버지와 아들
이탈리아에서의 낭만적인 일상이
잊고 있던 두 사람의 행복을 되찾아주고
새로운 사랑도 가져다 주는데…
우리 여기서 다시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