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4-06 15:03:06
4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첫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최초 내한하는 ‘가오갤’ 감독과 배우들
오는 5월 3일 개봉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드디어 한국을 찾습니다. 내한하는 멤버들은 제임스 건 감독과 '스타로드' 역의 크리스 프랫, '네뷸라' 역의 카렌 길런, '맨티스' 역의 폼 클레멘티에프인데요, 크리스 프랫은 이전에도 2016년 영화 <패신저스> 홍보를 위해, 폼 클레멘티에프는 2018년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홍보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여러 마블 영화들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출연진들이 다 함께 내한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측은 이들의 내한 일정이 4월 18일이라고 밝히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며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슬픔의 삼각형’ 5월 개봉
2017년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신작 <슬픔의 삼각형>이 국내 개봉을 5월 17일로 확정했습니다. <슬픔의 삼각형>은 호화 크루즈 여행에 초대받은 모델들이 억만장자 부부, 러시아 정치인, 영국 무기 거래상, 알코올 중독자, 선장 등과 함께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예측불가 계급 전복 코미디 영화로, 지난해 5월에 열린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이를 통해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역대 9번째 감독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나홍진 감독 신작,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
<추격자>, <황해>,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영화 <호프>의 캐스팅이 화제입니다. 영화는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항'에서 시작된 의문의 공격에 맞서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스릴러 영화로 알려졌으며 앞서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과 <대니쉬 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그녀의 남편이자 <엑스맨>의 매그니토,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 등으로 그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할리우드의 스타로 떠오른 마이클 패스벤더의 출연소식이 알려져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부부 관계인 두 배우가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합니다.
이어 지난 5일 <본즈 앤 올>의 테일러 러셀과 <마인드헌터>,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카메론 브리튼의 합류 소식 또한 전해져 영화팬들을 더욱 기쁘게 하였는데요, 영화는 홀 하반기부터 한국의 지방 곳곳과 해외에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며 <곡성>에서 손발을 맞췄던 홍경표 촬영감독이 이번에도 함께한다고 합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호프>가 3부작으로 총 10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될 것이란 말도 떠돌았다고 하는데요, 나홍진 감독은 구체적인 제작비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야기를 더 세밀하게 가다듬고 전개하다 보니 3부작으로 구상되긴 했으나 더 확장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하며 우선 1편의 성과가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및 상영시간표 공개
오는 4월 27일부터 다음날 6일에 막을 내리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과 상영시간표가 공개되었습니다. 총 42개국에서 제작된 247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에는 아프리카 난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의 <토리와 로키타>가 선정되었으며, 연출을 맡은 다르덴 형제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 내한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폐막작으로는 7년 만에 한국 영화가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는데요, 중학교 교사 도경이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은 뒤 아내 명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린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그 주인공입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을 프로그래머로 선정해 자신만의 영화적 시각과 취향에 맞는 영화를 선택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섹션인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에는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종합예술가 백현진이 선정되어 본인의 연출작인 <디 엔드>와 <영원한 농담>, 그리고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삼부작 및 장률 감독의 <경주>, 김지현 감독의 <뽀삐>가 상영됩니다. 이밖에도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및 '동아시아 영화 특별전',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개교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KAFA 40주년 특별전' 등의 다양한 특별기획들이 '국제경쟁', '한국경쟁'과 '코리안시네마', '월드시네마', '시네마천국' 등과 같은 기존의 섹션들과 함께 관객들을 반길 예정입니다.
그레타 거윅 신작 ‘바비’ 7월 21일 개봉 확정
미국 장난감 브랜드 마텔에서 출시한 인형 바비의 세계관을 실사 영화로 구현한 영화 <바비>가 7월 21일 미국 개봉을 확정하며 트레일러와 캐릭터 포스터를 공개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영화는 충분히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장난김 사회에서 쫓겨난 인형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을 연출한 배우 겸 감독인 그레타 거윅이 파트너인 노아 바움백 감독과 함께 각본 및 연출을 맡아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서 '바비' 역할을 맡은 마고 로비와 바비의 남자친구 '켄'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의 파격적인 모습이 공개되며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으나 이번 티저와 포스터를 통해 영화 <바비>에는 공개됐던 두 사람을 포함해 여러 명의 바비와 켄이 등장하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대통령, 체조 선수, 외교관, 인어 등 다양한 바비 캐릭터가 출연할 예정이며 이를 맡은 배우들 역시 잇사 레이, 케이트 맥키넌, 니콜라 커그랜, 두아 리파 등으로 다양합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샹치' 역으로 분한 시무 리우의 켄 이미지 역시 적잖은 충격을 선사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존 윅’ 스핀오프 ‘발레리나’ 내년 여름 개봉
매력적인 암살자 세계관을 보여주며 매 시리즈마다 제작비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인 <존 윅> 시리지의 스핀오프 <발레리나>가 내년 6월 7일 북미 극장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발레리나>는 <존 윅 3: 파라벨룸>에서 등장한 암살자를 양성하는 러시아 발레단에 속한 발레리나가 가족의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이브스 아웃>, <블론드>, <007: 노타임 투 다이>에서 액션뿐만 아니라 카리스마와 연기력까지 입증한 아나 데 아르마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기존 <존 윅> 시리즈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와 이안 맥쉐인 역시 출연할 예정이며 이밖에도 안젤리카 휴스턴, 가브리엘 번, 고 랜스 레딕 등이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나 데 아르마스는 지난 1월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해 4개월 동안 프라하에서 촬영 중임을 밝히며 액션 씬 때문에 무척이나 고통스럽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엄청난 액션과 함께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다음 주 수요일 국내 개봉 예정인 <존 윅 4>는 북미 포함 전 세계적으로 개봉 14일 차에 이미 2억 달러의 수익을 돌파하며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6월 애플티비 시리즈로 돌아오는 톰 홀랜드&아만다 사이프리드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크라우디드 룸>이 6월 9일 공개를 확정했습니다. <크라우디드 룸>은 1979년 뉴욕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연루된 '대니 설리반'의 미스터리한 과거를 돌아보며 전개되는 스릴러 시리즈로, 앞서 톰 홀랜드와 아만드 사이프리드의 출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각본을 집필한 아키바 골즈먼이 기획한 10부작 시리즈로, 톰 홀랜드는 총괄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심문관 '리아 구드원' 역할을 맡아 톰 홀랜드가 분한 '대니 설리반'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의 사건들을 밝혀내며 극을 이끌어갈 예정이며 작품은 오는 6월 9일 세 편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7월 28일까지 매주 금요일 새로운 에피소드를 한 편씩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뮤지컬 영화로 제작된 '조커2' 촬영 종료
전 세계에서 10억 7445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반열에 오른 <조커>의 속편이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뒤 4개월 만에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연출을 맡은 토드 필립스 감독은 자신의 SNS에 '할리퀸'으로 분한 레이디 가가의 모습과 전편에 이어 '조커' 역할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두 장을 게재하며 "모든 촬영은 끝났다. 모든 출연진과 최고의 제작진에게 감사하며 이제 편집실로 들어가서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영화의 자세한 스토리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으나 부제는 '감응성 정신병'을 뜻하는 '폴리 아 듀 Folie A Deux'이며 뮤지컬 영화로 제작된 것이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부터 내린 비로 인해 기온이 부쩍 떨어졌네요.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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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 되는 게 무섭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전화기. 컴퓨터. 팩스. 모니터. 프린터. 우리 집이나 회사에서 쓰는 기계는 아주 많다. 작게는 스마트폰 충전기도 있고 좌변기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컴퓨터로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게임도 할 수 있고, 지금의 나처럼 글도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으로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영상을 볼 수도 있고, 전화도 할 수 있으며 카카오톡도 할 수 있다. 프린터는 또 얼마큼 중요해? 우리 일상의 중요한 문서들을 뽑으려면 프린터기가 없으면 말짱 꽝이다. 발달한 현대문명 덕에 우리는 편한 생활을 살고 있다.
근데 이렇게 발달한 현대문명 때문에 많은 문제들에 부딪힌다. 난 감성적인 사람이라 '이거 예쁘다' 싶으면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 얼굴이 보이면 그것이 안 나오게 비스듬히 찍거나 아예 촬영을 안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게 불편한 건 아니다. 모두의 얼굴은 소중하지 않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기 때문에 뭐 귀찮다 말다 할 것도 아니다. '난 이래서 이런 이유가 있어'라고 주장하기보다 타인의 존재부터 인식하는 것이 이 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그렇게 누군가의 얼굴을, 또 신체를 찍어 올리는 것이 본능적인 선에서 꺼려지기도 한다. 나만 이렇지는 않겠지?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으니까 유럽에도, 아시아에도, 아프리카에도 이런 특성을 가진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나름 현대문명이 만든 일상 속의 싫지 않은 페널티쯤 되겠지. 당연한 상식이기도 하고. 자.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이 상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졌다. 이제까지 보기 드물었던 방식으로 우리에게 색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 번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보자.
1.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제목이 <복사기>인 것과는 다르게 스마트폰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극 내내 스마트폰이 굉장히 중요한 도구로 쓰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 있는데 이게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전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연극 팀이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열린 파티다. 주인공 수르는 이 연극팀의 웹사이트 디자인 팀이었다. 팀원들과 파티에서 함께 노는 주인공 수르. 미친 듯이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있는 학교의 장학금 심사에 겨우겨우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심사장에 가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신은 자격에서 탈락했습니다. 왜냐고요? 인스타그램에 술 먹고 노는 사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이다. 근데 이게 그러다 못해 가족들에게 알려지고 수르는 집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그렇게 도망치듯 빠져나와 수르는 베프 아민과 함께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나간다. 그리고 영화의 중후반부에 이르러 우리에게 진짜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반문한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1)에서 쓴 시놉시스를 보면 미스터리/스릴러물로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맞다. 이것은 스릴러 영화가 맞다. 그리고 후반부의 전개를 통해 이 영화가 통념이 만든 혐오와 사회 시스템에 대해 고발하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생활에서 벌어지는 한 에피소드로 시작해, 근 몇 년간을 관통했던 세계의 핫 토픽으로 결론을 마무리짓는다는 뜻이다. 또한 연대. 통념. 혐오. 억압. 보수성. 빈부격차에 의한 권력 차이. 이런 것들에 의해 꽉 잡혀있는 한 국가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이야기하는 탁월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 영화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나면 웅장해지는 기분도 느껴질 것이다. 난 감독이 성격이 따뜻한 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3.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사실 장르영화서도 탁월하기 때문에 어렵다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배드 지니어스>를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코드가 맞는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 중반부에서 사건의 전말이 역전되기까지 살짝 전개가 루즈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형식이 좀 해석이 필요한다던가 그렇지는 않다.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큰 구멍은 없으니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듯.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없으니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하는 게 유일한 방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극장과는 다른 되감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으니 모바일 시청이 가능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떤가요?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언어를 쓰는 나라라고 한다. 난 이 인도네시아를 살면서 처음 들어봤다. 나에게 있어 언어는 영화를 보는데 살짝의 비중이 있다. 한글이나 영어를 쓰는 배우들의 대사는 이해하기가 쉬운데 나머지 영화들은 나에게 있어 몰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난생처음 보는 인도네시아어가 낯설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아. 조연급의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엄청 이질적인 느낌은 아니라서 보는데 역시 이상은 없을 듯. 굳이 저예산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감독의 연기 디렉팅은 충분히 좋았다.
5. 플롯 외의 부분은 어떤가요?
이게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미장센이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촬영을 한 티가 팍팍 나긴 한다. 메시지, 연기 빼고는 이런 점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듯. 아, 스마트폰의 영화라고 해서 제목 <복사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복사기도 나름 핵심 키워드로 작용한다.
6.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없다. 아마 엔딩부의 사건에서 연상되는 몇몇 사건이 있긴 할 것이다. 그런데 그거 굳이 뭐다 설명 안 해도 다들 알고 있잖아? 재미있게 볼 각오만 장전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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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리들리 스콧. 거장이죠
이 글은 영화 [글래디에이터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결혼이나 승진 같은 이벤트일 수도 있고, 인생의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얻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순간이 만약 배우에게 다가온다면. 당연히 자신의 존재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역할을 만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러셀 크로우라는 배우에게는 극 중에서 그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원수인 황제 앞에서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내뱉는 순간이 바로 그렇게도 기다리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검투사들 앞을 스쳐 지나가는 그의 모습은, 화면상에서 봤을 때 상대 배우들에 비해 비교적 작은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압도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의 극 중 이름에도. 그리고 배우로서의 이름에도 남다른 무게감이 생긴 뒤에 느낄 수 있는 후광효과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후광 효과를 만들어 낸 위대한 감독 리들리 스콧에게도 [글래디에이터]는 매우 특별한 영화다. 24년이 지난 지금에도 막시무스의 이름을 들으면 전율을 느끼는 관객들에게 속편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값뿐만 아니라 영화의 이름값도. 게다가 불세출의 영웅 막시무스에게도 톡톡이 값을 치러줘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님 개연성 어디 갔어요
사진출처:다음 영화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해도 겨우 본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그 우려(?)는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현실이 되어버렸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들은 1편에서 따왔지만 안타깝게도 개연성과 임팩트는 24년 전 영화에서 신나게 써 버려 이미 멸종한 것처럼 느껴진다.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는 루시우스(폴 메스칼)의 눈에 분노가 있다고 말한다. 전쟁 중 자신의 아내를 비롯한 시민들을 잃었으니 분노의 계기는 명확하다. 그러나 분노의 방향과 깊이는 애처로울 정도로 얕아서 영화 상에서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힘들다. 그나마 쌓아 올린 나노단위의 분노조차도 결국 마르쿠스(페드로 파스칼)를 경기장에서 만나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덕분에 영화의 초반부에는 이렇게 말 잘 듣는 전쟁노예가 있었던가.라는 어이없는 생각마저 하게 한다.
초반부에서 자신의 뿌리를 다시 한번 알게 된 각성한 주인공이 후반부에는 독자적으로 "로마황제 프로듀스 101"을 찍고 있는 마크리누스에게로 칼끝을 겨누는 과정도 그다지 인상적이라거나 매끄럽지 않다.
그 연결고리로 선택한 것은 쌍둥이 황제의 존재이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그들이 잘못한 것이라 해봐야 화장을 무당처럼 하는 바람에 밤에 마주치면 무섭게 보이겠다 정도일 뿐. 인간성의 잔인함을 강조하는 것 외에 주인공과 크게 관련된 이벤트는 없어 보인다. 그러니 황제의 존재 이유는 마크리누스의 귀걸이보다도 작고 하찮게 보이고, 그로 인해 과연 그만큼의 품을 들여서 이들을 없앨 이유가 있었던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사진출처:다음 영화또한 2편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의 태생적인 한계에서부터 온다.
주인공에게 고유함과 더불어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막시무스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루시우스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아버지의 이름 덕에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등장하는 극초반부의 장면은 정말 많은 정보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그것도 전장을 둘러보는 막시무스를 향해 인사하는 동료 병사들의 표정으로. 그를 향한 믿음과 존경. 전우애와 의지를 꽉꽉 채운 눈빛으로 말이다.
막시무스는 촉망받는 장군이었으며 분노를 장착한 정치게임의 패배자였고. 죽음이 그를 덮친다 해도 무릎 꿇기는커녕 어서 나를 갈기갈기 찢어보라며 포효할 인물이었다. 잔인한 전투 장면이 없이도 그의 걸음걸음마다 위엄이 느껴졌다.
그러나 루시우스에게 주어진 서사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너무도 옅은 데다 유약했고. 그 덕분에 루시우스는 아버지에게 그저 만담실력을 물려받은 호탕한 사람 정도로만 느껴진다.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는 너무도 명백하다. 그는 로마 제국의 단 하나 남은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핏줄을 아무리 영화라지만 살해할 리는 없다.
우리는 막시무스가 그토록 살아남기를 원했고. 화면 속에서 시간이 흐를 때마다 죽어가는 그를 보며 눈물과 안타까움을 삼켰지만. 아들은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온 세상 인물이 다 죽는다 해도 자신은 절대 죽지 않을 테니. 믿는 구석이 애초에 있는 사람의 전투가 간절해 보일 리가 없다.
거장의 장기자랑 타임
사진출처:다음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장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십분 살려내 화면과 남은 시간 가득 채워내는 것.
혼란스럽고 실망스러운 초반부가 지나고 나면 후반부에는 우리가 감독에게 기대했던 모든 장면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관객의 눈에 안긴다. 소위 "큰 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가진 요소들인 거대한 스케일과 장엄한 장면에서 갖추어야 할 카타르시스들을 모조리 느낄 수 있다. 기존의 검투 장면들 역시도 작정한 듯 화려하게 준비되어 있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거의 장면들은 아름답다 못해 심장을 뛰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런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감독은 지구상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 밖에 없을 것이며. 그의 존재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후반부 덕에 앞부분의 불쾌함이 조금은 날아간다.
물론 영화가 주는 장대함과 압도당하는 힘이 스토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장면 자체가 주는 웅장 함이라는 것은 아쉽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보상은 완벽히 가능하고. 정해진 결말로 가는 그 길마저도 조금은 기대로 채울 수 있다.
마치면서
내가 존 스노우 시절(대충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뜻) 두려움이 너를 구할 것이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꽤 오랫동안 내겐 미스터리와도 같았다.
한낱 평범한 사람인 나 조차도 두려움을 이토록 피하고 싶은데. 자신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버린 작품의 감독에게 이번 영화는 얼마나 피하고 싶은 과제였을까.
두려움에서 자신을 구해내기 위해. 거장은 스스로가 가진 모든 "치트키"를 활용했다. 주어진 두려움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한 덕에. 이 두려움의 바다에 빠졌을(?) 거장은 뭍까지는 떠밀려 올 수 있었다.
머금은 모래를 내뱉고 따끔거리는 바닷물이 코에서 흐르는 걸 느끼며 진절머리를 쳤겠지만. 비로소 폐 한가득 신선한 공기를 마실 때는 안심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결과 또한 아마도 조금은 매콤하지만 다행인 평이될 것이다.
또한 다음번에 두려움의 바다에 빠졌을 때 무사할 행운이 다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글의 TMI]
1. 베이글 그만 먹고 싶은데 그게 안 됨
2. 아침 운동 너무 힘들다.
3. 너무 추워서 난로를 사고 싶은데 전기세가 걱정된다.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munal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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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오는 왜 다시 돌아와야만 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있다. 이 균형은 사실 평등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열악한 조건일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만족스러운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느 정도 그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무언의 동의가 포함되어 있다.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구조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규약과 법률을 만들어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다. 가끔 그 평화가 깨지고 전쟁이 일어났던 시기도 있었지만 현대로 들어오면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그 평화는 대체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그 평화와 균형은 그렇게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는 완전한 해결을 위해 저항하고 평화를 위해 그대로 머무르자는 자들을 설득하려 무던하게 애쓴다. 그런 과정에서 사회는 조금씩 변해간다. 어쩌면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업데이트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전한 선악으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시스템 내부에 갈등은 다음 세대의 나은 삶을 보장하고, 사회의 암적인 어떤 존재를 제거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또한 누군가의 희생으로 그 사회적 평화와 균형이 유지되기도 한다.
사회적 평화와 균형을 이야기하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후속편
영화 <매트릭스:리저렉션>은 사회적 평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 그 평화를 깨더라도 좀 더 나은 조건의 삶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의견 대립을 담은 영화다. 과거 1999년에 시작된 <매트릭스> 시리즈는 3편까지 진행되면서 영화의 이야기를 완전히 종결시킨 듯 보였다. 기계가 지배하는 지구에 시온이라는 소수의 인간사회가 대립하는 구도였고, 인간은 거의 기계에 종속되어 살거나 의지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구원자라고 불리는 네오(키아누 리브스)의 등장과 그의 희생으로 시온은 기계의 위협을 받지 않게 되었고 둘 간의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사실 이전 세 편의 영화의 결말만 놓고 보면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는 여전히 기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인간은 소수만을 제외하면 인큐베이터에서 전기 생산으로 소비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 평화는 기계와 소수의 인류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었지만 여전히 대다수 인류의 온기는 기계에 의해 그들이 인지하지도 못한 채 착취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과거 시리즈의 결말은 시리즈의 전반적인 상황을 봤을 때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이지만, 좀 더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결말은 아니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그 틈을 좀 더 파고들어 4편이 기획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매트릭스:리저렉션>은 과거 시리즈의 마지막에서 60-70년 정도 세월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야기의 초반을 이끌어가는 건 벅스(제시카 헨윅)와 모피어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다. <매트릭스 1>의 맨 처음 장면을 살짝 비틀어 보여 주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이후 과거의 기억을 잃은 네오를 등장시키면서 시리즈 1편의 주요 장면들을 비슷하지만 다르게 바꿔 보여준다. 그러니까 영화 초반은 과거 시리즈의 초반 주요 내용을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기 때문에 4편을 보면서 과거의 이야기들을 상기시키거나 이해하면서 새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런 이야기 전개는 새로운 팬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기존 팬들에게는 자칫 지루한 동어반복으로 느껴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패치처럼 구성된 이야기
이런 식의 이야기 구성은 기계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이야기도 추가 패치를 하여 새롭게 구성되는 틀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적으로 매트릭스와 살아있는 인류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와 인류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존재였던 네오는 여전히 그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가진 한계도 드러난다. <매트릭스:리저렉션>에서의 네오는 다시 기억 찾지만 그에게 던져진 화두를 완전히 풀어낼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영화에서 보다 진취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벅스다. 그는 그의 팀원들과 함께 인류가 좀 더 대우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평화 주의자 이자 리더인 니오베(제이다 핀켓 스미스)와 대립한다. 그는 아주 작은 기회이고, 평화를 깨더라도 대다수 인류가 기계에 착취당하고 있는 그 상황을 깨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과거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네오를 찾아내고 그를 다시 논쟁의 중심으로 불러내게 되는데, 네오에게 중요한 존재인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도 현실로 다시 불러들이면서 인류와 기계의 상황을 바꾸게 된다.
기계와 매트릭스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이제 바뀌었다. 애널리스트(닐 패트릭 해리스)라는 프로그램의 우두머리가 등장하고, 그는 네오와 스미스 요원(조나단 그로프)의 기억을 지우고 모달이라는 시뮬레이션 매트릭스 프로그램에 같이 넣어두고 운영해왔다. 그건 벅스 일행에 의해 깨지게 되고 네오와 스미스의 대립과 이어진다. 이 새로운 프로그램인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메인 프로그램이었던 아키텍트에 비해서 똑똑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가 하는 운영방식은 인류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서 온 작은 구멍은 그가 유지해온 평화와 시스템을 다시 한번 혼란 속에 밀어 넣는다.
새로운 화두를 던짐에도 많이 아쉬운 영화
영화는 전반적으로 과거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행복한 환상을 택할 것이냐, 아픈 현실을 택할 것이냐를 질문으로 먼저 던진다. 거기에 더해서 소수와 시스템을 위한 평화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기계에 종속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느냐는 질문을 추가로 던진다. 앞의 질문에 영화가 어떤 선택을 택하는지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은 각자가 가진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평화 주의자인 니오베의 논리가 상대적으로 너무 약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보는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은 틀림없다.
다시 돌아온 <매트릭스:리저렉션>의 러닝타임은 147분이다. 영화 초반 시리즈의 이해와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장황하게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가 많이 늘어졌다. 또한 과거 센세이셔널하게 보였던 액션과 CG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미 많은 세월 동안 더 뛰어나고 발전된 액션을 우리는 많이 접해왔다. 그래서 이번 신작에 포함된 액션 장면들이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는 후반부에 피치를 높여 속도감을 높이지만 그 속도감이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되지는 못한다.
여러 가지 사회적, 철학적 논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새롭고 혁신적인 이야기라고 할 순 없다. 또한 너무 복잡한 이야기 구조 상 이전 시리즈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번 신작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아쉬운 점이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인 네오와 트리니티를 제외하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벅스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스미스 요원이나 모피어스는 배우가 바뀌어 동일한 캐릭터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두 캐릭터 모두 이야기 속에서 겉도는 느낌이 많이 나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는 점도 아쉽다.
영화를 연출한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과거 시리즈를 릴리 워쇼스키와 함께 연출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신작은 라나 워쇼스키 혼자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그러니까 자매가 만든 이야기에 라나 한 명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후속편을 만들어낸 것이다. 여러 가지 전편에 대한 오마주나 대사들, 액션 장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시리즈만큼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오히려 속편을 만들기보다 리부트로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은 안타깝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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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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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아이 대신 교복 입고, 연극 무대에 선다
- 장기자랑The Talent ShowCast감독: 이소현Synopsis중년 여성들이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고 극단을 만들었다. 그런데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연극을 그만둘 수가 없다. (출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Review연기 한 번 해본 적 없는 중년 여성들이 모여 극단을 만듭니다. 그들은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립니다.이 극단의 이름이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무대에 선 배우들은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들의 엄마들입니다. 엄마들은 연극이라는 도구를 통해 열여덟의 나이에 시간이 멈춰버린 아이들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연극의 의미는 비단 애도만은 아닙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자아를 되찾는 세월호 유가족의 연극 도전기 <장기자랑>을 보고 왔습니다.⊙ ⊙ ⊙연극, 애도와 욕망의 매개체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여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임에서 시작했습니다. 괴로운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에 함께 커피를 배우고 희곡을 읽던 엄마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바로 그곳에서 탄생했죠.연극 ‘장기자랑’은 수학여행 장소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완결하는 작품입니다. 엄마들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열여덟의 아이들을 연기하죠. 자신들의 아이는 제주도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연극 ‘장기자랑’ 속 아이들은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아이들의 꿈, 성격, 취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인물들을 연기하는 엄마 배우들은 “아프면서도 좋다”고 말합니다.뭐라도 해보려고 시작한 연극, 그 속에서 엄마들은 색다른 감정과도 마주합니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경험은 아내이자 엄마로 살면서 숨겨왔던 욕심, 욕망, 욕구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주었거든요. 연극을 시작한 뒤, 애진 엄마는 자기주장이 늘어 생전 해본 적 없는 말싸움을 했다고 말합니다. 짜릿한 연극 예술의 마력에 빠진 예진 엄마와 영민 엄마는 하고 싶은 배역을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요. 영화 <장기자랑>이 슬픔으로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영화 속에는 연극을 통해 잠시나마 아이를 잃은 죄책감, 공허함, 슬픔에서 벗어나 자아를 되찾는 여정에 오른 엄마들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더 좋은 배역을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며 싸우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유가족분들도 우리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네.’ 이 메모를 곰곰이 들여다보다가, 제가 지금까지 안경을 끼고 유가족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가족은 종일 슬퍼만 할 거야, 유가족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거야, 유가족은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할 거야. 하지만 유가족이라고 24시간 365일 내내 슬퍼만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유가족에게도, 피해자에게도 일상은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더 나은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사회의 몫이죠.사회가 제 몫을 다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연극이라는 매개체로 연대하며 자기 자신을 돌보아내는 엄마들이 대단하고 멋집니다. 감히, 편견의 잣대로 그들을 바라보려 했던 저 자신을 반성합니다.⊙ ⊙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2016년 4월의 그날 아침은 제 머릿속에도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아침 자습을 하던 중에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 재학생들은 바로 다음 주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었고, 저는 1년 전에 같은 회사의 배를 타고 제주도에 다녀왔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곧바로 핸드폰을 제출하는데, 그날은 왜인지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비롯해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은 몇몇 아이들이 계속해서 세월호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원 구조’라는 최악의 오보를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죠.올해로 벌써 세월호 참사 8주년이 되었습니다. 때때로 나와 비슷한 어른으로 자랐을 친구들을 떠올립니다. 떠나간 사람들은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합니다. 엄마들이 연극 무대에서 자신을 ‘OO 엄마’라고만 소개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렇게라도 아이들의 이름을 한 번 더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죠. 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예진, 영만, 순범, 동수, 수인, 윤민이를 비롯한 304명의 이름을.⊙ ⊙ ⊙추신. 처음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보았습니다. 자막을 켜고 시청할 수 있는 OTT 서비스가 많아져 한글 자막은 익숙했지만, 장면 하나하나 꼼꼼하게 해설해주는 내레이션은 꽤 낯설었습니다. 낯섦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가끔은 의도적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시청해야겠습니다.Schedule in DMZ DOCS2022.09.25(일)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17:002022.09.27(화)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10:302022.09.27(화)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103호 17:00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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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시간을 돌아 도착한 어디에도 없던 여행
난 <아사코>를 좋아한다. 뭐랄까, 난 이 이야기가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과정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같은 순간이 조금씩만 다르게 벌어진다고 해서 사람이 더 나은 선택지만 고른다는 보장이 없다. 굉장히 멀리서 보면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길만 걷는다. <아사코>는 이것이 삶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더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두 인물의 미래를 어마장장하게 긍정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비틀었다는 것이, 바라는 대로는 이뤄진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삶은 기회를 준다는 걸 표현한 것이다. 작품 자체가 워낙 탁월하니 막연하진 않더라도 현실적인 희망을 얻고 싶은 분들은 이 영화를 추천한다.
난 강박이 있는 편이라 사소한 것도 잘 기억하는 성격이다. 이런 나도 이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사람 이름 외워야지' 싶어 암기하는 경우도 몇 있긴 하겠지만 그건 내가 방금까지 하다 온 자격증 공부에나 해당하는 일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경우가 대다수겠지? 한국인이라 그런가? 다른 나라의 감독 작품을 볼 일이 없으니 내 입장에서도 일본 감독들의 이름을 친근하지 못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오며 가며 일본의 제작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퀄리티가 있는 작품을 못 뽑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 나라의 작품 만드는 질 자체도 요즘 영 시원찮은 부분이 있는 셈이다. 자, 이렇게 맞이한 2021년에서, 올해 한 명의 일본 감독이 세 편의 각본을 썼다. 올봄에 개봉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가 첫 번째고, 이 글에서 다룰 <드라이브 마이 카>가 두 번째이며 이제 개봉을 앞둔 <우연과 상상>이 세 번째다. <스파이의 아내>는 역사와 개인 사이의 딜레마를 아오이 유우의 연기력을 200% 뽐내는 디렉팅으로 마무리했다면 이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인간 내면이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보게끔 도와준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무려 봉준호 감독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난 이 일주일 남짓 남은 올해 개봉작 중 최고로 뽑고 있고 이는 나뿐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위대하고 젊은 아티스트가 우리를 데리고 세 시간짜리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한번 같이 출발해보자.
1. 어떤 영화인가요?
이해에 관한 영화다. 과연 나는 나를 이해하고 있을까? 아마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25살의 크리스마스를 맞은 지금 난 그제야 내가 외롭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타인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평생을 살면서도 자신을 알기 어렵다. 이렇게 되니 타인까지 안다고 하면 붙는 조건이 많아지기 때문에 점점 성공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을 쉽게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쉽게 바라고. 쉽게 기대하고. 쉽게 실망하고. 쉽게 판단하고. 쉽게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근데 우리는 복잡한 겹겹이로 이루어져 있어서 무슨 행동의 동기가 하나가 아닌 경우가 부지기수다. 영화는 이렇게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존경심. 사랑. 분노. 애증. 이런 감정의 뒤죽박죽 속에서 어떤 게 인간에게 가까운 지를 탐구한다. 언제는 A처럼 행동했다 다음번에는 B를 취하는 인간의 마음 중 어떤 것에 가까운 지를 제시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질문의 답을 알게 된다. A와 B 둘 다 그 사람에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정말 중요한 건 A 거나 B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그것을 품고 있는 마음 그 자체지. 그리고, 그 행동의 원인에 집착하다간 그 사람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이 작품은 이별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별. 어렵다.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이별한다고 생각하면 무섭다. 또 평범해지는 게 두렵다. 난 그 사람이 특별해서 그분도 나를 특별하게 여겨줬으면 좋겠는 맘이다. 나는 평범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시해지면 끝인 <꿈의 제인> 속 대사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공포가 너무너무 싫은 것이다. 이 마음을 곧이곧대로 다 전하는 건 좀 느닷없을 것 같아서 이걸 카톡으로 말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근데 이런 마음을 품고 살게 되면, 이 잔여물 덕에 사람이 더 아프게 되는 것 같다. 회한이나 궁금증, 풀지 못한 슬픔이 남아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처 떠나보내지 못했던 마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또 이 상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지점에 대해서 질문하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는 아마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솔직함이라고도 답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그 솔루션에 동의했다. 우리가 슬픈 터널 안에 있다면, 더 정면으로 부딪히자. 어차피 이 인생이란 길에 낙원이란 없다. 끝없는 긴긴밤과 낮의 연속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에게 한마디라도 더 하는 삶을 보내자. 이게 하마구치 류스케가 말하는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감독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의 키워드를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며 관객을 설득하니 관객이 두 번째 승객이 된 것처럼 마음의 진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 사전에 알고 가야 할 지식이 있나요?
바로 안톤 체호프가 1889년 집필한 <바냐 아저씨>라는 희곡이다. 사실 나는 이 것에 대한 정보를 단 1도 모르고 가긴 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근데 확실히 이 정보를 알고 나서 봤다면 작품의 이해가 쉬웠을 것 같다.
<바냐 아저씨>는 희곡이다. 주인공 바냐 아저씨가 나오고 그의 매형이 있다. 바냐 아저씨는 문화예술계와 학계에 입문하고 싶어 하는 그냥 소시민 1이다. 근데 막상 본인이 창작을 하라고 한다면 겁이 나서 두려운 바냐 아저씨. 그렇게 위대한 작품을 쓸 거라고 믿었던 바냐 아저씨는 매형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다. 매형은 그냥 돈과 여자를 좋아하는 속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삶의 동기부여까지 잃은 그. 희망을 잃어 자살을 시도하지만 결국 그 마저도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바냐가 거의 딸처럼 키웠던 쏘냐에게 위로를 받는다. 그때 위로받으며 했던 대사는 이 것이다. '어떡하겠어요. 살아야죠! 바냐 외삼촌, 우리 살도록 해요. 길고도 숱한 낮과 기나긴 밤들을 살아나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시련을 참을성 있게 견디도록 해요. 휴식이란 걸 모른 채 지금도 늙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해요. 그러다가 우리의 시간이 오면 공손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내세에서 말하도록 해요. 우리가 얼마나 괴로웠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슬펐는지 말이에요.'다.
이 대사는 영화 전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렇게 나름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도 후원했던 바냐 아저씨. 어떤 벽에 부딪혀 모든 걸 포기하고자 했다. 이때에 자기 자신을 내려놔 쏘냐에게 위로를 받았으니 희곡의 전체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단연 소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출자 가후쿠는 이 연극의 캐스팅을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인부터 시작해서 일본인, 그리고 필리핀 사람까지 아시아에서 모인 사람들이 연극부의 일원이 된다. 심지어는 수어로 대화하는 사람도 합류하게 된다.- 심지어 이 수어로 대화하는 역의 배우는 한국인이다!- 이렇게 소통을 키워드로 하는 연극을 만들며 딱딱한 시나리오 테스트에서 벗어나 배우와 배우가 자연인으로 만나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영화 전부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알게 되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연극 신이, 또 다키츠키와 가 후쿠가 술집에서 벌이는 대화가 이해가 쉬울 것이다.
3. 3시간의 러닝타임! 보는 게 어렵진 않나요?
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 봤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첫 번째 봤을 때는 졸지 않았다. 깔끔하게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이버에서 이런저런 후기를 보니 내가 놓친 구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 후반부의 엔딩 바로 직전 시퀀스에서 주는 감동과 내가 놓친 부분을 다시 보기 위해 오늘(25일) 극장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졸았다. 아침 9시의 조조영화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영화는 사실 느릿느릿한 편이 맞다. 천천히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근데 그 감정선이 대놓고 분출하는 쪽은 아니다. 주인공 가후쿠는 내면을 드러내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갖고 있는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후반부에 보여준다. 그래서 마블 영화라던가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와 같이 로맨스 코미디물에 익숙한 관객들은 지루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첫 번째 관람 때 영화관을 나오며 느꼈던 기분이나, 두 번째 관람 때 초반부를 졸았음에도 영화에게 가졌던 감정은 그 어떤 작품으로도 형용할 수 없었다. 러닝타임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대사량이 많다는 게 영화 초보자분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자체의 플롯, <바냐 아저씨>라는 희곡, 또 가후쿠의 아내가 만든 스토리라인이 있다. 이 뿐인가? 차에서 대화하고, 술집에서 대화하고, 눈 밭에서 대화하고, 대화량이 쏟아지기 때문에 집중 잘 못하면 내용에 못 따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 이 작품 상영관이 정말 적다는 말이 있다. 걸려 있을 때 보시길! 그리고 풍광이 아름다운 신이 몇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4.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어떤가요?
일단 난 한국인이다. 한국인으로 살고 (자칭) 씨네필로 살다 보면 한국인 배우들에 익숙해진다. '너 <낫아웃>의 정재광 배우 아냐?'같이 모를 법한 분들의 이름을 아냐고 물으면 당연히 모르겠지만 난 나름 잘 아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구교환, 이주영 배우 둘 다 <DP>나 <이태원 클라스> 이전에도 알았는걸? 암튼,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배우들을 잘 안다는 이점이 무색하다.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국제적으로 호평받는 감독에 '박유림'이라는 아예 처음 들어보는 배우가 캐스팅됐다! 그리고 심지어 사랑스러운 연기 지망생 역을 꽤나 잘 소화했다! 그뿐일까? 이 사람은 수어로, 눈빛으로 대화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무리가 없다! 중간에 밖에서 어떤 인물과 대화하는 신 보면 '연기하는 연기'가 생동감이 있다. 이렇게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연출력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뽐내는 디렉팅을 통해 잔잔해 마음이 함께 이동하는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미사키-가후쿠 두 배우의 연기 합도 괜찮지만 나머지 조연들도 아주 훌륭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 몰입이 깨질 일은 없을 듯. 난 미사키 역을 맡은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뚱한 표정으로 깊은 슬픔을 가진 사람은 연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잘 소화해내는 배우가 해내는 것 보면 신기하다. 어쩜 저렇게 연기를 하지?
5.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각본이 가진 강점을 뽑아보자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면,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어서다. 난 많이 외로운 사람이다. 말이 많은데 그 대화의 욕구
(?)를 해소할 창구가 없어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다. 책 쓰면 그 나름대로 좋겠지? 아무튼 나는 이런 욕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목적과는 다른 행동을 한다. 내가 느낀 걸 그대로 오롯이 쓰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의식해서 쓰는 것이다. 그럼 보통 읽는 사람들이 알더라고. 집중이 안된다는 걸. 나는 각본을 써본 적이 없어 각본가들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근데 각본가들도 아마 나와 비슷한 딜레마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로 돌아가서, 하마구치 류스케는 사람이 천천히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을 형상화했다. 그니까 '나는 이 영화로 사람의 마음을 묘사할 거야'라고 마음을 먹었겠지? 글을 쓰기 전에? 나 같으면 '이리저리 해서 저렇게 마음이 변하더라고'라고 써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던 과정을 각자가 생각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구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각본을 쓴 감독은 주인공의 잔잔한 일상을 보여준다. 그 일상을 자세하게 풀어줌으로써 인물들의 성향 내면에 있는 한 부분을 보여준다. 정공법이 아닌 비스듬히 스치는 방식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함께 따라가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각본의 힘으로 하마구치 류스케는 '상처와 치유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이러저러해서 그렇게 됐어'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보법이 어떤지를 제시해 알아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난 이걸 따라가다 보니 그런 걸 느꼈다. 후회와 미련으로 나 자신에게 상처를 내는 것,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중요한 건 나의 마음 다른 부분을 쳐다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걸. 영화를 보는 분들에게 100% 확신한다. 아마 많이 다를 것이다. 기존의 문법과는. 극복이라는 키워드를 주지 않는 것도 아니다. 치유한 인물들을 보여주는 것도 맞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어떻게? 각본의 힘으로. 여러모로 고민한 티가 난 각본이 관객에게 그 힘을 보여준다.
6.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생각이 많은 사람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들.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사람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이들에게 더도 없는 시네마 여행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올해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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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처럼 뜨거운 마감 직전의 마음
본 리뷰는 독립예술영화 활성화 캠페인인 '인디플렉스 시즌4'에서 제공된 관람권으로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의 고민에 완전히 빠질 때가 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눈앞에 있을 때 주변을 바라보기 힘들다. 주변 사람이 건네는 도움의 손길도 귀찮은 손길로 보이고, 좋은 조언도 잔소리로 들린다. 그렇게 눈앞의 고민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이 하나 둘 왜곡된다.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 문제는 문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주변과의 관계는 흔들림의 진폭을 늘려간다.
뭔가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더 시야는 좁아진다. 글을 쓰는 작가도 있겠지만 우리가 학교 다닐 때 해야 할 다양한 과제들과 시험들을 떠올리면 그런 일들이 무척 많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그 문제가 다가올 때면 여유를 잃고 감정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이런 히스테리컬 한 반응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지 않고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일이다.
마감을 위해 시골 별장에 방문한 레오와 펠릭스
영화 <어파이어> 속 주인공 레온(토마스 슈베르트)은 글을 쓰는 작가다. 새로운 책을 쓰고 있는 그는 최종적으로 원고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한 곳에 있는 펠릭스(랑스톤 위벨) 부모님의 별장으로 함께 간다. 별장의 분위기는 무척 조용하고 경관은 아름답다. 바닷가가 근처에 있어 수영을 하고 돌아오기도 무척 좋은 위치다. 그래서 그 별장은 레온이 글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여기에 불청객이 있다. 먼저 여행객으로 머무르고 있던 나디아(파울라 베어)는 레온이 방문한 첫날부터 큰 소음을 내고 음식 먹은 그릇을 치우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다.
사실 레온과 펠릭스의 별장 방문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차가 고장 나서 먼 거리를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야 했고 편하게 쉬어야 하는 첫날밤에 나디아가 내는 소음 때문에 편안하게 푹 자지 못했다. 여기에 꼭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원고는 손도 대지 못했다. 어쩌면 그가 시종일관 주변에 짜증을 부리는 건 당연할 것이다.
영화 초반 차가 고장 나 산길로 걸어가다가 친구 펠릭스가 길을 확인한다며 먼저 뛰어갔다 돌아오는 장면이 있다. 레온은 산 중간에서 한참을 기다린다. 그러다 펠릭스가 소리 없이 다가와 레온을 놀라게 한다. 레온은 심각한 표정으로 펠릭스의 목을 조른다. 한 편으론 장난처럼 보이지만 몇몇 순간에 레온의 얼굴에서 엄청나게 화난 모습이 보인다. 그건 실제로 놀라게 한 펠릭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그때도 레온의 마음에는 그런 장난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레온은 주변을 세심하게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고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레온은 별장에 도착한 이후 며칠이 지나서야 나디아를 만나 인사하게 된다. 그리고는 나디아, 펠릭스와 별장 근처에 사는 데비트(엔노 트렙스)와 함께 식사도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레온은 그들이 제안하는 대부분의 놀이나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는 반복적으로 일이 많아서 못한다는 말을 내뱉는다. 흥미로운 건 그가 혼자 남았을 때, 일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혼자 공놀이를 하고 집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낸다.
일도, 노는 것도, 인간관계도 망치게 만드는 레온의 불안
영화 속 레온의 모습은 점점 지질해진다. 주변 사람에게 틱틱 쏘아붙이듯 말을 하거나 퉁명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그는 분명 비호감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삐딱함은 이해할만한 범위에 있다. 마감을 앞두고 있는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집필이 거의 완료된 초고의 완성도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은 산불처럼 그의 마음속을 빨갛게 채우면서 불길이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산불로 빨개진 하늘처럼 레온의 마음도 빨갛다.
레온은 시종일관 그 불안을 보고 있다. 주변에서 불쏘시개로 그 불안을 찌르면 과민반응을 한다. 그의 불안은 그가 쓴 초고에 대한 평가가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 더욱 커진다. 영화 후반부 출판사 사장(매티아스 브랜트)과 나디아가 초고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레온의 마음의 불은 커지고 그 주변까지 태워버린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산불은 마치 레온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산불은 갑작스럽게 레온 일행에게 다가와 레온의 주변을 망쳐버리고 떠난다. 레온은 그 산불에 집중하다 주변의 불행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다.
불안을 가지고 있는 히스테리컬 한 레온의 주변 인물들은 대체로 따뜻하다. 그의 짜증을 받아주면서 그에게 휴식을 자꾸만 권하는 그들 속에서 레온의 모습이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결국 뒤늦게나마 자신이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를 알게 된다. 영화의 전반적인 전개 과정은 레온의 불안에서 짜증으로 넘어가 슬픔과 깨달음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에는 우리의 젊은 시절 성장하는 과정도 떠오르게 하고, 어떤 일이 해결되기까지 겪는 심리적인 상태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레온은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야 주변 인물들의 진심을 보기 시작한다. 그건 마감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압박을 잠시 내려두고 자신의 작품을 봤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은 주변 인물의 상실이라는 큰 트라우마도 큰 영행을 주었다. 큰 산불이 만들어낸 폐허가 된 산의 모습과 큰 불행이 겹쳐지면서 레온에게는 다시 온전한 상태가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산불로 인한 붉은 노을처럼 위험해 보이는 레온의 복잡한 마음
영화 <어파이어>는 4명의 젊은 인물이 자신의 앞에 당면한 문제나 시험을 대하는 태도를 상반적으로 보여준다. 레온은 모든 일에 예민하고 시니컬 하지만 펠릭스는 놀면서 생각하고 영감을 받으려 애쓴다. 서로의 방법이 다를 뿐 두 사람 모두 무언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직면한 상태는 동일하다. 나디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졸업을 위해 논문을 준비해야 하지만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쉬고 있는 상태다. 그 역시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그 과제에 천천히 정리하며 접근한다.
그들이 보는 빨간 하늘은 아름다운 노을 같기도 하지만 뜨거운 젊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뜨거운 산불이 위험한 것처럼 그들의 젊음이 가져다주는 감정도 무척이나 뜨겁고 위험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이 영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과거 <운디네>, <트랜짓>, <파닉스> 같은 사회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영화를 주로 연출했는데, 이번 <어파이어>는 좀 더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들어 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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