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29 21:42:43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문제는 누가 들어줄 것인가
<이키루> 영화 리뷰
영화는 주인공이 현재 처한 상황과 그가 근무하고 있는 시청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주인공인 칸지 와타나베는 시청의 시민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쿠로에 동 부인회는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물 웅덩이에서 나는 악취 문제 해결과 공원 설립에 관해 건의를 하고자 시민과에 문의를 하게 된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토목과에서 위생과로 위생과에서 공원과로 즉 부서에서 부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일을 진행함에 있어 어떤 정해진 절차도 기준도 없이 상황이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이 장면과 그 상황 속에서 영화가 개봉한 1950년대 당시 일본의 관료제의 문제점을 읽을 수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부하직원 토요 오다기리는 시청에서 변함없이 정해진 일에 실증을 느껴 일을 그만두고 인형 공장에서 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 또한 시민의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청과 그 부서인 시민과가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부하직원이었던 오다기리 씨가 힘든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자신 또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뿌듯함을 찾고자 노력하기 시작한다.
와타나베가 하고자 했던 일을 바로 쿠로에 동 부인회가 시민과에 재차 건의했던 물 웅덩이 문제와 공원 설립 문제였다. 그가 물 웅덩이와 공원 설립 문제 관련 서류를 꺼내자 다른 부하직원들은 “그건 토목과 혹은 공원과의 일이 아니냐”며 자신들의 일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와타나베는 비단 토목과와 공원과만의 일이 아닌 ‘시민과의 일이기도 하다’며 자신의 부서에도 그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말한다. 어떤 문제나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와 원인을 단 한 가지로만 단정할 수 없듯 쿠로에 동 부인회가 겪는 문제는 어느 한 부서에서만 처리해야 할 사항이 아닌 관련 부서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연관이 있는 부서에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며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들은 다른 부서의 사람들은 시민과의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참견을 하냐며 화를 내고 자신의 부서와는 연관 없는 일이라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거듭되는 거절에도 와타나베는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설득한 결과 결국 물 웅덩이 문제를 해결하며 공원 설립 착수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흘러 공원을 완공한 뒤에야 그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무도 선뜻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않은 문제를 그는 시민과를 비롯해 관련 부서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인지하며 적극적으로 시민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행정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장례식장에서는 그의 이런 노력을 뒤로한 채 그의 성과를 자신이 가져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빴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거리의 쓰레기통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쓰레기통을 가득 채워야 될 만큼의 서류가 필요하다는 대화를 한다.
영화의 주요 사건과 이런 단적인 예시를 두고 볼 때 당시 일본의 행정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효율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부하직원이었을 당시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를 월권행위 취급 받았음을 말하며 고위 직책을 맡기 전까지는 그저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할 수 밖에 없었음을 토로한다. 이 부분을 통해 일본 관료제의 위계질서가 문제 해결에 있어 걸림돌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끝내 직원들은 와나타베의 공을 인정하고 그를 본받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며 대화를 마친다. 그러나 또 다른 행정 문제가 발생하자 그들은 이전에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다시 수동적이고 복잡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나는 영화를 통해 한 사람의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단적으로 생각하며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