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2-10 15:23:53
나만의 영화 캐릭터 MBTI with 씨네픽
영화 캐릭터 MBTI
안녕하세요. 씨나병입니다! ?
여러분께 새로운 이벤트를 가지고 왔습니다!
씨네픽과 씨네랩의 합작 프로젝트!
MBTI를 통해 나만의 영화 캐릭터를 만나보는 특별한 이벤트입니다. ?
나와 닮은 영화 캐릭터는 누구일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신 적 없으신가요?
이번 이벤트에서는 나와 닮은 영화 캐릭터뿐만 아니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한 줄 무비 타입, 닮은 캐릭터, 그리고 어울리는 추천 영화까지 한곳에 담아보았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나만의 영화 캐릭터를 찾으러 가볼까요?
▶ MBTI 테스트 참여하기: https://form.typeform.com/to/fnAi8ltu?typeform-source=62oelbkwiib.typeform.com
Relative contents
-
-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개봉일 : 2021.12.15.(한국 기준)
감독 : 존 왓츠
출연 :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존 파브로, 제이콥 배덜런, 마리사 토메이, 알프리드 몰리나
쿠키 영상 : 2개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처음 등장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개봉 2년이 지난 2021년 12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돌아왔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과연 올해 안에 볼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린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래 기다린 만큼 팬들의 기대감도 컸기에 항간에 떠도는 소문도 참 많았다. 그 소문들을 믿거나 너무 기대하진 않으려고 했다.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할 이유들이 많아지니까.
처음 마블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릴 때쯤, 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푹 담가져 있었다. 큰 눈을 가진 앤드류 가필드의 인간미 넘치는 스파이더맨이 좋았고, 비록 악역이었지만 치명적이었던 데인 드한의 연기가 좋았다. 거기에 삼부작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바람에 아픈 손가락처럼 더 애착이 갔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앤드류를 뒤로하고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등장이라니. 기대도 됐지만 살짝 못 미덥기도 했다. “과연 어떤 스파이더맨이 나오는지 보자-”싶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톰 홀랜드는 자신이 가진 힘을 힘껏 뿜어내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만들어갔고, 관객들은 자연히 그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3대 스파이더맨이 된 톰은 ‘아기 거미’와 ‘톰스파’라는 애칭까지 꿰차며 당당히 어벤져스에 합류했다. 특히 인피니티 워에서는 스파이더맨 때문에 눈물 줄줄 흘리던 관객들도 꽤 많았으니.. 스파이더맨으로서 그의 존재감이 꽤나 톡톡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성장
토니 스타크가 떠나기 전까지 어벤져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이미지는 완전한 히어로라기보단 막내와 어린아이에 가까웠다. 토니에게 수트를 달라고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토니와의 만남에 신나 셀프 카메라를 찍는다거나, 짝사랑하는 MJ 앞에서 어버버 말을 흐린다거나.. 등등. 히어로 캐릭터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어렸던 스파이더맨은 항상 조금씩 어설펐다. 나쁜 뜻은 아니라 딱 그 나이대의 감성이 풍부한, 서툰 소년 같았다는 말이다. (역대 스파이더맨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대인 것도 한몫했다.)
<엔드게임>이후 개봉한 <파 프롬 홈>에서는 멘토였던 토니를 잃은 피터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토니의 뜻을 이을 수 있는 ‘히어로’로서의 길을 선택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 개봉한 <노웨이 홈>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눈앞에 닥친 위협 속에서,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라는 두 개의 인생을 두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모두를 돕는 일이다.” 사실 이 두 마디 말이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음을 살짝 잊어가던 참이었다.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어벤져스 시리즈의 스케일이 범우주적으로 넓어지기도 했고, 상대하는 악당들과 스파이더맨의 슈트 능력치 또한 크게 상승했기에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내가 처음 접했던 스파이더맨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또한 매력적이었고, 가끔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느낌보다는 ‘우주를 구한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느낌이 강했다.
서서히 새로운 스파이더맨에 익숙해지고 있던 찰나, <노 웨이홈>은 피터 파커를 다시 피터 파커답게 돌려놓는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했던 그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사람의 선함을 믿고, 이웃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소박하고 친절한 옆집 청년 같은 그 스파이더맨처럼 말이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
<노 웨이 홈>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마무리로서 완벽했다고 말하고 싶다. 오랜 시간 만나온 친구, 스파이더맨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했던 시절부터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와 오랜 시간을 쌓아왔기에 세 번째 마무리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꾸준히 이야기를 진행해온 프랜차이즈 영화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준 캐릭터가 가진 가장 큰 메리트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시간과 정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하다. 스파이더맨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시간을 이렇게 한 번에 다시 선물 받다니. 이 영화를 어떻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사적인 감정을 모두 제외하고 본다면 영화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너무 많아 일회성으로 소모된듯한 빌런의 존재와 가장 임팩트 있어야 할 장면이 다소 심심하게 그려졌다는 것.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지션이 살짝 아쉬웠다는 것.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인가. 그게 대수인가! 스파이더맨이 이렇게 돌아왔는데. 실망할 시간 같은 것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글의 상단에선 참겠다. 영화를 보기 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 어떤 스포도 듣지 말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감상하라.”정도가 있겠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시놉시스
‘미스테리오’의 계략으로 세상에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하루 아침에 평범한 일상을 잃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각기 다른 차원의 불청객들이 나타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드디어 열린 멀티버스
앞선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어벤져스 시리즈>를 거치며 꾸준히 언급됐던 ‘멀티버스’. 그 멀티버스가 드디어 <노 웨이 홈>에서 열렸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탈을 통해서 말이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란 사실이 온 세상에 퍼지고 피터는 스파이더맨인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의 인생을 망쳤다며 자책한다.
MJ와 네드의 대학 입시가 좌절되고 사람들은 피터의 집에 벽돌을 던진다. 죄책감에 마음 아파하던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부탁한다. 하지만 피터의 의도치 않은 방해로 인해 주문이 흩어지고 그 결과 평행 우주에서 ‘피터 파커’를 아는 온갖 인물들이 몰려오게 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타비우스, 샌드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일렉트로와 리자드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대 스파이더맨 두 명까지. 빌런들이 우르르 등장할 때부터 이 둘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지만, 실제로 앤드류 가필드가 등장하는 순간 “내가 이걸 보려고 이 시간들을 견뎠나 보다..”싶으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끝나버린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이걸 보려고 버텼나 보다.
삼 스파이더맨의 등장
(이하 톰 홀랜드 = 톰스파, 토비 맥과이어 = 샘스파, 앤드류 가필드 = 어스파로 표기)
메타버스를 통해 만난 스파이더맨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하늘로 솟았다 곤두박질치듯 강하게 뛰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 걸까. 벅차오른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었다. 거기에 영화에 가득한 이전작들의 오마쥬 장면들과 고민하고 있는 톰스파에게 건네는 선배 스파이더맨들의 위로까지.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같은 고민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결국엔 성장하는 스파이더맨들
‘두 개의 삶’은 역대 스파이더맨 모두가 공통으로 고민했던 문제다. 히어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 or 평범한 피터 파커로서의 삶. 스파이더맨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없고 피터 파커로 산다면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세상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 거기에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험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선한 히어로이기 전에 분노할 줄 아는 인간의 본성까지 끄집어내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들 속에서 흔들리는 피터와 끝까지 피터를 잡아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한 사람만 노력해도 세상은 달라진다.” 그리고 피터는 누구보다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응원까지. 피터는 사랑하는 이들의 말을 양분 삼아 자신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능력과 선한 본성을 세상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샘스파는 벤 삼촌과 친구 해리를 잃고 슬픔에 빠졌다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어스파는 아버지와 거미에 대해 얽힌 비밀과 두 개의 삶 중에서 고민을 반복하다 선택을 하는 순간에 사랑하는 그웬을 잃게 된다. 포탈을 타고 다시 등장한 그는 여전히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듯한 모습을 보인다. MJ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톰스파를 지켜보는 그의 눈빛이 다소 씁쓸하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한 장면처럼 먼 바닥으로 추락하는 MJ를 구해낸 어스파는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죄책감에서 한걸음 벗어난다.
톰스파는 빌런들을 고칠 수 있다며, 인간의 선함을 믿다 메이 큰엄마를 잃는다. 선함을 믿고 모두를 도와야 한다던 메이의 말을 따르며 많은 이들을 도와온 피터의 믿음이 깨지고 그는 폭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앞서 같은 아픔을 겪어본 선배 스파이더맨들은 톰스파의 분노를 막고, 마음을 되돌려놓는다.
도덕성과 선함은 약점이 아니다
피터가 여러 평행 우주에서 온 빌런들을 되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을 고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람의 본성과 운명은 바꿀 수 없다며 주문을 강행하려 하지만 피터는 달랐다. 피터는 메이 큰엄마의 말을 따라 빌런들을 고쳐놓기로 결심한다.
피터는 모두가 믿지 않고, 모두가 안될 거라 말한 일을 해낸다. 정확히 말하면 세 명의 피터 파커가. “너의 약점은 도덕성”이라고 비웃던 빌런을 고치고, 미스테리우스가 옳았다며 스파이더맨을 비난하는 세상을 한 번 더 구한다. 스파이더맨은 남들이 약점이라 생각하는 ‘선함’을 가슴 중심에 품고 오늘도 묵묵히 누군가를 구한다.
다시 처음으로
막을 수 없을 만큼 몰려오는 평행 우주의 존재들을 보며 피터는 큰 결심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멋진 슈트와 비록 익명이지만 우주를 구한 스파이더맨이라는 명성, 집과 친구들. 모든 걸 포기한 피터는 소중한 친구들이 남긴 흔적을 들고 작은 방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네드와 조립했던 레고 캐릭터와 MJ가 건넨 커피. 그리고 책상에 널브러진 천 조각들과 새로운 스파이더맨 슈트.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스파이더맨이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렇게 자연스레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의 세계관에서 퇴장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발로 뛰고 구르며 다시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이 될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3편을 추가 계약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고, 톰 홀랜드의 말을 보다 보면 그의 피터 파커를 보내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또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노웨이홈>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적절한 쉼표로 기억될 것이고, 이렇게 끝나게 된다면 아름다운 마침표로 기억될 것이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는 어째 항상 짠하고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초월적 힘을 가진 히어로라기보단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인간적이고 친절한 이웃의 느낌이 더 강해서 그런 걸까? 처음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접한 지 10년이 더 지났다. 나의 첫 번째 히어로 스파이더맨, 그와 쌓아온 시간이 내 마음속에 이렇게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어떻게 될진 몰라도, 난 이 영화를 끊임없이 찾고, 또 사랑할 것이다.
-
- 웬디는 왜 네버랜드를 떠났을까, 영화 <웬디>
웬디 (Wendy, 2020)
제작 : 미국, 드라마·판타지 │ 감독 : 벤 자이틀린
출연 : 데빈 프랑스(웬디), 야슈아 막(피터) 외
등급 :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1분‘피터팬의 눈부신 재창조’ - New York Post
피터팬 탄생 110주년 기념, ‘피터팬’ 진짜 주인공 ‘웬디’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모험
네버랜드. 그곳은 영원히 늙지 않는 섬이다. 어릴 적 디즈니 만화영화로 본 <피터팬>은 피터팬과 친구들이 네버랜드에 가서 경험하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하늘을 날아 환상의 섬에 도착하고, 공동의 적 후크를 물리치고, 팅커벨은 웬디를 질투하고.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보았던 그때의 <피터팬>에는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감정을 느낄 새가 없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하면 벤 자이틀린 감독의 <웬디>는 조금 더 어른들을 위한 버전의 피터팬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창가로 날라든 피터팬을 따라 소녀 웬디와 쌍둥이 형제가 네버랜드에 간다는 것까지는 같은 설정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포커스는 아이들이 얼마나 그곳에서 재미난 경험을 하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후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지루한 집을 떠나 어른들의 잔소리가 없는 아름다운 섬에 온 아이들은 처음에는 신이 나서 섬을 휘젓고 다닌다. 하지만 영원히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웬디는 어쩐지 두고 온 것들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네버랜드 섬 밖의 것들 말이다.
섬 밖에는 사라진 아이들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있고, 걱정과 근심을 동반하지만 자신의 시간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나이 듦’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대장 피터팬은 끝까지 늙는 것은 안 좋은 것이라고만 외친다. 처음엔 함께 아름다운 섬을 활보하던 웬디는, 시종일관 늙는 것을 거부하는 피터를 보면서 점점 대항하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의 제목이 ‘웬디’이고, 그러므로 웬디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은, 기존의 피터팬과 이 영화가 다른 정수를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요소였다. 디즈니 영화에서 보았던 것과 달리 웬디는 수동적인 조연의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거침없고 주체적이며, 피터가 꿰뚫어 볼 수 없는 것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웬디였다.
“늙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야”
웬디가 피터에게 건넨 이 한 마디가 이 영화를 대변하는 가장 큰 울림이 아니었을까.
동심을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딱딱해지지 않고 아이처럼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 보다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잃지 말아야 할 좋은 자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을 채워 마땅한 것들이 과연 그런 순수함과 투명함 뿐일까.
웬디는 영원히 늙지 않을 수 있는 섬으로부터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대학을 가고, 아이를 낳고, 결국엔 늙어가면서 현실의 어른이 되기를 선택했다. 그 삶에는 피터팬은 끝내 알지 못했던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부딪치고 울고 실패하고 보다 냉정해지면서, 결국엔 세상을 통찰하게 되는 힘 말이다. 그 깨달음과 통찰을 통해서 영혼의 반쪽을 완벽히 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간의 삶이라는 걸, 웬디는 알았던 것이다.
어른의 삶에 대한 풍부한 통찰로 마무리되던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엔딩이었다. 영화의 말미에 어른이 된 웬디의 모습은, 어쩐지 나의 바람과는 달리 ‘타성에 젖은’ 어른의 모습이다. 찌들고 피곤한 어른의 삶. 동심도 즐거움도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어른의 삶. 그런 웬디의 앞에 어느 날 피터가 다시 찾아온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는, 웬디의 아이들을 데리고 네버랜드로 떠나면서 웬디에게 이렇게 외친다.
“웬디는 (같이 가기엔) 너무 늙었어!”
그 엔딩에서 다시금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과연 어른이 되고 늙는다는 것은, 값진 선물인 동시에 끊임없이 돌아보고 경계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일러주는 것만 같아서.
이 영화는 어린아이다운 순수함과 어른의 고리타분함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조율을 이루며 살아야 할지를 너무도 강력하게 시사한다. 유연함과 투명함을 잃지 않되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나이 들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우리의 영혼을 가다듬고 정비해야만 한다고.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가. 희망보단 절망을 학습하고 있진 않은가. 가능성보다는 불확실함에 초점을 두는 어른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활기차게 남은 내 삶을 바라보는 건강한 어른이 되려면, 내 안의 웬디 그리고 피터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이 영화를 보고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
-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사람의 비애
갈등 1 : 엄마와 꿈 사이에서
예체능은 부모님에게 언제나 홀대받는 장래희망이다. 소위 말해 밥 빌어먹기 힘든 직업. 노래하고, 춤추고, 글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일이 그렇다. ‘이나’는 비트를 믹스하고 가공해 들려주는 DJ를 꿈꾸는 이다. 어르신들이 듣기에 기괴하고 난해할 뿐인 디제잉 음악은, 더구나 교회를 다니는 엄마에게는 이른바 ‘사탄의 음악’에 가깝다. 예체능은 그래서 외롭다. 이나도 그래서 외롭다. 평범하게 살라는 엄마의 말과, 같이 음악을 하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이나를 꿈에서 멀어지게 한다. 결국 이나는, 콜센터에서 영혼 없이 일을 하며 엄마와 현실이 원하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에서 흘러나오는 디제잉 비트에 이나는 발길이 멈춘다. 사랑하고 열망하던 일이 있던 사람의 마음에서, 그 일이 사라지기란 얼마나 어렵던가. 설상가상으로, 같이 음악을 했던 친구 ‘민기’가 거기에 있다. 이나가 빠듯한 현실을 사는 동안 이미 슈퍼스타가 된 민기의 모습이, 또 이나를 자극한다. 그대로 포기하기엔 아직 가득한 열망과 후회. 이나는 그렇게 고민하다, 다시 마음을 먹어본다. 음악을 시작해보기로.
갈등 2 :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모든 일에는, 특히 예체능에는, 이런 딜레마가 존재하나 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추구할 것이냐, 아니면 조금 마이너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밀고 갈 것이냐. 물론 둘 중에서 중간 정도로 타협하는 방법도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나는 마이너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테크노를 지향하는 쪽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별 갈등 없이. 하지만 다시 이나가 음악에 발을 디뎠을 때의 상황은 예전과는 달랐다. 돈을 벌어야 하고 엄마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현실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은 물론, ‘핫’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등을 돌리는 대중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젊은 세대는 현란하고 빠른 것을 쫓고 있었고, 그런 탓에 디제잉의 대세는 이미 EDM이 된 지 오래였다. 약삭빠르고 회전이 빠른 동료 민기는 이미 그것을 좇아 성공을 일군 상태.
이나는 고민한다. 그리고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미혼모의 몸으로 아이를 키우려면 돈 안 되는 테크노보다는 민기처럼 EDM을 쫓아야 할까, 아니면 같이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선배의 곡 파일을 휴지통에 넣어 참가를 망쳐버려야 할까. 그렇게 이나가 갈등하는 모습을 쫓다 보면, 꿈이라는 것의 원형이 무엇이었는지를 자꾸만 잊게 되는 기분이었다.
갈등 3 : 꿈의 원형
그토록 열망하던 이나의 독일 오디션은 결국 불발되었다. 그것만 붙으면 이나도 관객도 환호를 지르며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나에게 기적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엄마와의 갈등은 용암처럼 치솟고, 여전히 막막한 미혼모의 삶이 이나를 재촉하고 있다. 마음이 아팠고, 심히 답답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고 감사하게도 그런 아비규환 속에서 이나는 진정한 삶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아무리 엄마가 내 음악을 싫어해도 엄마를 저버릴 수 없다는 사실, 아무리 대중이 원하는 것이 돈을 가져다준대도 내가 원하는 테크노를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 괴롭고 비정한 것이 어쩌면 ‘꿈’이란 것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하지만 꿈은, 그래서 꿈이 아닐까. 손에 미처 주어지지 않은 상태로 사람을 계속 어디론가 이끄는 것. 목마르게 하는 것. 목마름 그 자체로서 가슴을 뛰게 하는 것.
이나가 독일에서 간지나는 디제잉을 하며 이 영화가 끝났더라면 나는 기뻤을까. 물론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개운치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독일에 가지 않은 채 한국에서 미혼모 DJ의 삶을 살아갈 이나가 대단히 행복했을지 또한 보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기쁨은 있었다. 성공이라는 쾌감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게 된 이나를 보아서. 이나의 곁에는 더 이상 자신의 음악을 ‘사탄의 음악’으로 규정하지 않는 엄마가 있었고, 아기가 있었고, 테크노가 있었으니까. 그것 말고 중요한 게 대체 무엇이냐고 묻는 듯한 이나의 미소에서, 오히려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중이 원하는 글쓰기와 내가 원하는 글쓰기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내게, 이나가 묻는 듯하다. 네 꿈의 원형이 무엇이냐고.
-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무섭고 현실적이지만 어설픈 스릴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일상과 업무 사이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회사원 ‘나미(천우희)’.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과음한 그녀는 집으로 가던 중 버스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린다. 나미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찾기 시작하고, 운이 좋게도 '준영(임시완)'의 도움을 받아 핸드폰을 되찾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나미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준영이 그녀의 핸드폰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했다는 것. 스마트폰 덕분에 나미의 취미, 취향, 직업, 동선, 경제력, 인간관계 등을 모두 알아낸 준영은 자기 정체를 숨긴 채 그녀에게 접근하고, ‘나미’의 일상은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한편,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 ‘우지만(김희원)'은 사건 현장에서 아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을 따라 준영을 몰래 조사하기 시작한다.
사회가 빠르게 디지털화될수록, 해킹과 같은 디지털 범죄 역시 일상에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뉴스는 매일 같이 통신사나 은행, 공공기관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SNS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로그인을 시도했다는 알람을 확인하거나, 해외 결제가 됐으니 확인해 보라며 알 수 없는 링크를 보내는 문자를 받는 일도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것과 별개로 디지털 범죄의 위험성은 간과할 수 없다. 일상에서 누구든 당할 수 있으며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김태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이 불안감을 장르적으로 풀어낸 스릴러다.
사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소재는 신선하지 않다. 작년에 개봉한 <유포자들>처럼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해킹당한 피해자의 두려움을 조명한 작품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성패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과의 차이점에 달려 있다. 실제로 영화는 두 가지 차별점을 내세운다. 우선 초반부에 집중된 피해자 나미의 일상 묘사가 있다. 해킹 피해가 더 이상 특별한 소재가 아니라는 말은, 곧 이 소재를 현실적으로 잘 살려내면 평범한 일상을 공포로 물들이기에 충분하다는 뜻이므로. 두 번째는 범인과 목적이 드러난 후에 전개되는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이다. 범인과 경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얼마나 쫄깃한지, 반전은 충분히 효과적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전자가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는 반면, 후자는 쌓아 올린 긴장감마저 깎아내리기 때문이다.
일단 나미가 버스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가 해킹당한 사실을 깨닫는 과정은 상당히 무섭다. 해킹당한 후 나미가 바로 가시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는다. 보이싱 피싱에 걸린 것도 아니고, 인터넷 뱅킹이 악용되어 모든 돈을 잃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주변 사람을 잃어버린다. 이 대목이 꽤 충격이다. 초반부에 나미의 주변 인간관계가 유달리 세심하게 묘사되기 때문이다. 집 비밀번호도 공유할 정도로 절친한 '은주(김예원)'와의 우정, 시작 단계부터 함께 스타트업 회사를 키워 낸 '오 사장(오현경)'과의 끈끈함, 겉으로는 투덜거려도 속으로는 깊이 이어져 있는 아버지와의 가족애까지. 이 모든 인간관계가 단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친 사소한 일로 인해 무너진다. 이처럼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능에 각인된 두려움을 건드리기 때문에 충격적이다.
특히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해서 생각지 못한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에 더 무섭다. 바로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와 온라인상의 관계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영화는 지금의 사회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의 행적과 말을 더 신뢰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오 사장 몰래 운영한 바이럴 마케팅 인스타그램 계정이 해킹당해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나미는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한다. 하지만 회사 동료들부터 오 사장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나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틱톡이나 인스타에서 함께 장난치고 놀던 은주와의 우정도 서로의 진심을 전하지 못한 대화 끝에 깨진다.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말은 효과가 없어도, 아빠가 누른 '좋아요'는 얼어붙은 딸의 마음을 풀 수 있다.
이는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기에 더 현실적이다.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개봉했던 데이비드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와 비교하면 변화가 더 잘 보인다. <소셜 네트워크> 속 마크 저커버그는 수십억 명을 이어 줄 페이스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 그의 주변에는 친구도, 애인도, 동료도 남아있지 않다. 그의 말로는 온라인상의 관계가 오프라인 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가 파괴되면 온라인상의 관계도 무용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현재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 둘 사이의 중요도나 위계는 역전되었고, 다른 관점에서 인간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화의 초반부가 강한 소구력을 갖는 이유다.
이때 영화의 현실감이 내적 묘사보다는 외적 맥락에서 기인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준영이 나미의 스마트폰을 해킹하고, 나미가 해킹 피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련의 과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지나치게 연극적으로 꾸며진 준영의 핸드폰 AS 센터가 대표적이다. 수리 접수를 할 때 핸드폰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것이나, 나미가 아무 의심 없이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모습도 작위적이다. 다만 준영에게 조종당하는 나미의 불안감은 이 한계를 뚫고 시청자에게 충분히 전달된다. 카메라, 위치 추적, 알람, 메신저, SNS 등의 스마트폰 기능이 적재적소에 활용된 결과, 상상할 수 있는 현실이 먼저 뇌리를 스치고 영화에서도 보이기 때문이다. 즉, 나미에게 몰입하기에 앞서 그녀가 겪을 상황이 누구에게나 펼쳐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개연성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영화적 체험보다 앞서는 사회적 맥락을 상기시키는 영화인 셈이다.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볼 수 있는 인상적인 연출 덕분에 이러한 현실감과 긴장감은 더욱 잘 살아난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구도를 이리저리 활용하거나, SN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화면과 실생활을 오가는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시청자는 손에 쥐고 있거나 주머니에 있을 스마트폰을 곧장 떠올리고, 나미의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이유로 인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의도한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러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영화 내적 논리보다 외적인 맥락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선택이 문제를 일으킨다. 범인인 준영의 활용법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그를 예상보다 빨리 등장시킨다. 또 피해자인 나미의 옆에 위치시킨다. 일반적으로 범인의 정체를 미스터리하게 묘사하면서 추리극의 재료로 활용한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아마도 정체가 드러난 범인의 존재감을 부각하며 현실적인 공포감을 끌어올리려던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도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영화 내적으로 세밀함과 완성도가 부족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보면 준영이라는 캐릭터와 긴밀하게 연결된 경찰 측 스토리가 부실하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의 한 축을 맡은 우지만 형사의 역할은 하나다. 반전 유도다. 우 형사는 또 다른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장소에서 자기만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를 눈치챈다. 그래서 경찰이 허탕 칠 때 그는 준영이 범인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이후 영화는 그의 직감이 적중할지 아닐지를 두고 서스펜스를 조성하고, 반전을 안기려 시도한다. 하지만 반전 자체는 놀랍지만, 의도만큼 충격적이지는 않다. 10명 넘게 연쇄 살인을 저지르면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범인이 '자두나무'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흘린 점, 우 형사가 준영의 집을 아무 근거 없이 수색하는 것처럼 우연에 근거한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정신없이 몰아치던 전반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순간적으로 서프라이즈를 노리는 후반부의 전개도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인다.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미가 해킹 피해 사실을 깨달은 시점과 그녀가 범인을 직접 쫓기로 마음먹는 대목까지의 전개는 부자연스럽다. 영준의 사무실에서 나미와 우 형사가 만나 협력을 약속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서로 다른 맥락에서 노출된 단서와 캐릭터 간의 관계가 한 방향으로 엮어나가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기보다는 과장된 방향으로 급히 진행된 결과다. 덕분에 스릴러적 긴장감은 적잖이 사라지고 만다. 차별성도 약하다. 스마트폰 해킹이라는 소재의 임팩트를 빼면 납치와 협박으로 점철되는 다른 스릴러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장단점이 명확히 갈리는 작품이다. 스마트폰 분실이라는 일상적인 소재가 가진 스릴러적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장점이다. 시청자의 경각심을 고조하고,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은 분명 인상적이다. 그러나 작위적이고 우연적인 전개에 자꾸 기대면서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을 살리지 못한 것은 단점이다. 소재를 더 다양하게 활용하거나, 범인을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긴장감을 살릴 수 있는 다른 방식도 있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한 가지 수확이 있다면,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비상선언> 속 '류진석'의 연장 선상처럼 보이는 준영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임시완이 눈에 띈다. 멀끔한 외관, 깔끔하고 순진해 보이는 미소 이면에서 묘하게 느껴지는 살기. 그 간극이 만들어내는 섬뜩함을 누구보다 잘 살려낸 듯 보인다. 앞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더 다양한 빌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P(Poor, 형편없음)
일상적인 상상력을 건드리는 솜씨에 비해 부족했던 장르적 쾌감
-
- 한판 붙자, 흥미진진한 빅 매치 영화들
한판 붙자, 흥미진진한 빅 매치 영화들
흥미로운 대결로 나온 영화가 있는데 제목에 "vs"를 붙인 영화들로 모아보았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도 흥미로운 대결이긴 하지만, 싱겁고 어이없는 이유로 중단되어서 해당 영화는 제외하기로 했다.
■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엄청나게 거대하고 포악한 퀸 에이리언과, 최강의 전사로써 에이리언을 하나씩 사냥해가는 프레데터 리더 스칼의 어마어마한 전투가 시작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외계종족의 전투지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진 렉스. 그녀는 다시 지구가 초토화되는 비극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만 하는데…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만난다면? 70~80년대 인기를 누렸던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만나는 스핀 오프로 탄생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는 프레데터가 남극에 묻힌 피라미드에서 100년 주기로 에이리언 사냥을 계속해왔고 사냥 일이 되자 지구로 돌아와 에이리언을 만들어 낸 숙주로 이용하기 위해 탐험대를 남극까지 유인하게 되는 내용인데 초반은 지루해도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우는 것만으로도 볼만해서 딱 킬링타임 용이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역시 이런 영화는 스토리, 연출 다 떠나서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만나는 맛에 보는 거다.
■ 보리 vs 매켄로
포커페이스로 완벽한 승리를 이끄는 테니스의 제왕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코트 위의 악동이 라이벌로 만났다.
세계 최초 윔블던 5연패 달성에 도전하는 ‘보리’와 새로운 기록을 꿈꾸는 ‘매켄로’의 박빙 승부!
테니스의 제왕 비외른 보리와 새로운 신계 존 매켄로 두 전설이 펼치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세기의 대결인 <보리 vs 매켄로>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종목과 상관없이 스포츠인이라면 추천하고자 하는 영화이며, 대결 앞둔 두 선수의 상반되는 심리가 누구에게는 공감, 누구에게는 알 수 없지만 이해하게 되는 스포츠심리와 짜릿한 윔블던 경기를 보여준다. 실화 바탕이기에 드라마 장르이지만, 보리 역을 맡은 스베리르 구드나손, 매켄로 역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 이 두 배우 연기가 실제 인물 싱크로율뿐만 아니라 몰입감도 좋아서 좋게 봤던 영화이다.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몰라도 상반되는 이 둘의 심리가 큰 편이라 윔블던 결승 대결이 오기까지 다소 지루할 수 있겠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이 본다면 공감하게 되는 영화이다.
■ 포드 V 페라리
출전 경험조차 없는 ‘포드’는 대회 6연패를 차지한 ‘페라리’에 대항하기 위해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를 고용하고, 그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지만 열정과 실력만큼은 최고인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자신의 파트너로 영입한다.
포드의 경영진은 제 멋대로인 ‘켄 마일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춘 레이스를 펼치기를 강요하지만 두 사람은 어떤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불가능을 뛰어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하는데…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 르망 24 대회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의 만남인 <포드 V 페라리>는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이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포드와 페라리 대결을 리얼리티 하게 살린 실화 영화이다.
우선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면 연기, 박진감 그리고 스토리도 좋았던 영화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이며, 레이싱 좋아하거나 자동차 포드, 페라리에 관심 있다면 흥미진진하게 관람할 수 있다. 르망 24 시간 레이스의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차의 엔진 소리, 실제 레이싱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화면 구도, 레이싱 장면에서 완벽도를 높이기 위해 크리스찬 베일은 실제 레이싱 훈련을 받아 리얼리티 한 레이싱 대결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차의 엔진 소리 부우우우앙, 시동 거는 소리 등 소리부터 예술적이며, 개봉 당시 4DX 스크린으로 관람했었는데 시각적뿐만 아니라 청각도 아주 좋은 영화였다. 돌코비로 관람하고 싶었으나, 관람 시기를 놓쳐 기회가 된다면 돌코비로 재관람하고 싶을 정도이다. 차에 대해 몰라도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의 호흡이 좋았던 배우들 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경기로 인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이다.
■ 고질라 VS 콩
위기 상황 속, 지구 안의 또 다른 지구인 할로우 어스의 에너지원을 찾아야만 인류가 안전할 수 있다는 판단하고 콩의 보호자들은 콩과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아이 지아와 함께 타이탄들의 고향일지 모르는 그곳으로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그러던 중 분노에 찬 고질라의 공격을 받고, 마침내 맞붙게 된 두 전설의 장대한 대결은 앞으로 닥쳐올 대재앙의 서막에 불가했는데…
<고질라 vs 콩> 보기 전, <콩 스컬 아일랜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관람하는 것으로 권장하며, 콩은 스컬 아일랜드를 떠나 인간들의 보호관찰을 받고 있고, 인간들에게 등을 돌린 고질라는 비밀연구회사인 에이펙스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초반부터 쑥대밭으로 만든다.
고질라와 콩은 오래전부터 라이벌 관계였던 이들의 대결은 2차전으로 보여주고. 3차전에서는 미지의 존재와 싸우게 되는 내용인데 스토리는 나름 이유를 보여주고자 했지만, 어차피 큰 스케일과 콩, 고질라 격돌하는 장면을 원했던 것이니 스토리는 가볍게 보면 될 것 같다. 고질라의 브레스, 콩이 도끼를 이용한 2차전 대결은 아주 볼만하니 스트레스에 쌓인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큼직한 화면으로 관람하길 권장한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꼬맹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새로운거 하나 없었던,,, 다만 박정민만 존재했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액션 영화 장르였기 때문에 잔인할 것은 예상했지만 그래도 영화 홍보를 할 당시에 뻔한 액션 장르물은 아니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에 은근히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은근한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왜 제목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였을까... 필자를 악으로 보내버린 작품이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시놉시스
태국에서 충격적인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을 끝낸 암살자 인남은 그것이 자신과 관계된 것임을 알게 된다. 인남은 곧바로 태국으로 향하고, 조력자 유이를 만나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형제가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된 레이. 무자비한 복수를 계획한 레이는 인남을 추격하기 위해 태국으로 향한다. 처절한 암살자 VS 무자비한 추격자. 멈출 수 없는 두 남자의 지독한 추격이 시작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마주도 패러디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
액션영화의 문법이라고 봐야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 항상 다른 액션이라고 홍보하면서 같은 것일까? 스토리라인이 다 한 번씩을 봤던 내용이었다. ‘테이큰’, ‘아저씨’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로 아주 빼다 박아놓았다. 테이큰과 아저씨가 엄청난 걸작이어서 이 작품들을 생각나게 만들려는 오마주였던 것일까?, 나 이장면 어디서 봤는데!! 하며 재미있게 풀어내려는 패러디였던 것일까? 아니면 원본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주지 않길 바라는 표절인 것일까? 이 세 가지의 줄타기를 한 작품이었다.
줄타기를 잘했다고 칭찬을 해줘야하는 것인지 아주 의문스러운 작품이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만의 특색이 있다기 보다는 어디서 다 한 번씩 본 장면과 스토리라인들이 얼기설기 짜여진 채로 그 엉성함을 화려한 액션으로 무마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쉬웠다. 뭐 그래도 액션을 훌륭했다.
갑자기 부성애?
작품을 보는 내내 굉장히 불편했던 이유는 납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인데요. 납치를 하지 않으면 액션 영화는 진행이 되지 않나 봅니다. 그리고 한 번도 본적 없던 딸이 납치가 됐다고 해서 저렇게 갑자기 부성애가 발현해서 스토리라인이 생성된다는 것이 이 어쩜 머리 하나 안 굴린 스토리인가 싶었다.
보는 내내 아가는 얼마나 연기하면서 힘들었을까? 이런 감정이 들다가도 아니 도대체 왜 납치를 스토리라인에 넣었을까? 마지막 대사도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니? 몰라,,, 기억이 안나,,,”라는 대사를 넣을 거였으면 그저 폭력이 일상이 되고 폭력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 힘든 악의 존재들을 보여주면서 그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소재를 좀 다르게 찾아도 좋았을텐데,,, 굉장히 아쉬웠던 선택이었다.
그래도 박정민이 있었다
그래도 박정민 덕분에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아직 트렌스젠더 수술을 하지 못한 남성이지만 여성이 되고 싶은 유이 역할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냈다. 입 벌리고 감탄했던 것 같다. 눈 질끈 감고 보다가 박정민만 나오면 눈이 떠졌달까?
극 속에서 유일한 개그캐였고, 극의 분위기가 무겁게만 흘러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자 결과적으로 박정민이 없으면 영화의 결론이 나지 않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다. 정말 영화를 다 편집하고 박정민이 나온 부분만 살려서 다시 제작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박정민이 나오는 영상만 봐도 영화의 흐름과 주제는 완벽히 파악할 수 있다. 그 말은 영화 스토리라인이 정말 단순하고 오로지 액션을 위한 작품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스토리 건개에 상관 없이 그저 죽고 죽이는 추적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하지만 개연성과 연결 흐름이 중요한 관객들에게는 그닥 추천하지 않는 작품이다.
-
- 「매트릭스4」 예고편에 1초 등장한 이상한 영화 발견..??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예고편 리뷰 프리뷰 | 바운드 결말포함 영화리뷰 | 워쇼스키 감독 입봉작
?《매트릭스4》(2021) 영화 예고편에 1초 등장한
워쇼스키 감독의 입봉작 《바운드》(1996) 결말포함 영화리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2] 사진과 CC 부부에게 영상이란? 📸 (with. 김수연&고중철 감독)
🎙️ Episode 2. 사진작가 김수연&고중철 편 00:00 인트로 03:10 프라이의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사진작가론 12:38 에그의 사진작가론 16:02 영상과 사진의 차이 22:43 에그의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 23:44 시와 사진의 상관관계 & 시에 대한 이야기 28:17 소통으로써의 예술 31:48 영상 일을 하게 된 계기 37:24 솔직한 감정이란? 45:22 음악에 관한 이야기 51:34 아기들은 왜 동요를 좋아할까? 54:48 힙한(!) 가족사진 57:07 사진에 찍힌다는 것 1:07:06 어떤 영상 일을 하시는지? 1:08:20 일을 대하는 태도 1 1:11:09 표현에 대한 니즈는 어떻게 채우는지? 1:19:19 사진에 집중하고 싶은 이유 1:20:59 영화 추천 'La jetee' 1:23:40 마무리, 앞으로의 각오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김수연&고중철 감독 📍instagram @xssu_ @koko.graphy 📍작업 계정 instagram @thatsmywhere_ ◾️ 따옴표 필름 📍 instagram @ddaompyo.film 📍 YouTube @ddaompyofilm 📍 ddaompyofilm@gmail.com
-
- 넷플릭스 <모범가족> 티저 예고편
"내가 가족을 지킬게" 그 돈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죽은 자의 돈때문에 처절하게 얽힌 《모범가족》 8월 12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
- 영화 <이웃사촌> 1차 예고편
적인가, 이웃인가?
낮에는 친근한 이웃집 vs 밤에는 수상한 도청팀백수가장 좌천위기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팀원들과 함께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을 24시간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이웃집으로 위장 이사온 도청팀원들은 라디오 사연 신청부터 한밤중에 나는 부스럭 소리까지 수상한 가족들의 모든 소리와 행동을 감시하면서 새로운 비밀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는데…
담벼락 사이 수상한 이웃사촌들
웃고 울리는 비밀 소통작전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