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0 00:16:35
나에겐 아니야, 굿모닝 에브리원
희망이라는 씨앗이 절망의 땅에 심어질때.
그렇지 않은듯 하다가 희망이 스며들어 변화의 땅을 일궈낸다.
'데이브레이크'는 저와 같아요
가능성을 믿어줄 사람이 필요하죠
아무도 안된다고 끊임없이 절망으로 뒤덮일때도,
끊임없이 가능성을 믿어주며 자신을 희망의 길로 올려놓습니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던 마이크가 전혀 다른 행동을 했을때도 마이크와 칼린 사이에서 등이 터졌을때도 변함없이 웃고 또 올라오죠.
마이크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 비참한 일이였을텐데 베키를 위해 요리를 하며 "계란이 뽀송뽀송하죠" 모습은 웃음을 짓게 했습니다.
베키 풀러의 그 웃는 모습과 활발한 모습들은 힘든 이 시기에 위로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보다 베키풀러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더 좋았던 영화였죠.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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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 공간에 가득 담긴 유년의 설렘과 아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69년의 벨파스트. 날이 좋으면 골목에서 함께 춤추며 놀고, 해 질 녘엔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으며, 거리의 모두가 서로의 가족을 알고 아끼며 지내던 도시. 어느 날, 종교를 이유로 폭력 사건과 격렬한 충돌, 대립, 갈등이 시내에서 발생하자 9살 소년 '버디(주드 힐)'의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런던에서 일하는 '아빠(제이미 도넌)'와 혼자서 육아를 책임져 온 '엄마(케이트리오나 발피)'는 정치, 경제적 이유로 이전과 달리 계속해서 싸우기 시작하고, 재미와 환상이 가득한 공간이었던 벨파스트의 골목에는 장벽이 세워지고 전과 다른 긴장감이 맴돈다. 그저 평범하게 하교를 가고 좋아하는 소녀와 데이트를 하고 가족과 함께 즐겁고 싶었던 버디의 일상과 공간은 그렇게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려낸 자전적 이야기인 영화 <벨파스트>는 아카데미 시상식 즈음에 개봉하는 작품답게 화려한 문구들로 수식된다. 당장 <벨파스트>는 제75회 영국 아카데미 영국 작품상을 수상했고, 제94회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러나 1시간 반 가량 밖에 되지 않는 흑백 영화가 관객과 비평가의 눈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었던 힘은 이처럼 화려한 수식어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1969년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의 평화로운 일상과 예기치 않게 발생한 내전 상황을 담아낸 <벨파스트>의 진짜 힘은 당시 '공간'에 깃들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9살 아이의 시선으로 차분히 담아내는 '진솔함'이다.
<벨파스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오프닝 시퀀스다. 브래너 감독은 현시점 벨파스트의 다양한 공간을 그 어떤 부연 설명도 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가장 먼저 현대적인 조선소 일대를 비춘 카메라는 '타이타닉 호텔'의 표지판을 거쳐 오래된 배 건조장의 흔적을 담고, 고풍스러운 건물과 다양한 유적지를 비춘 후 서서히 아기자기하게 주택이 모여 있는 마을의 모습을 비춘다.
이때 카메라는 주택가 거리마다 위치한 벽들과 그 벽에 그려진 강렬하면서도 상흔이 느껴지는 그림을 보여준 후, 거리를 가로막고 있는 그 벽 너머에서 펼쳐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흑백으로 소개한다. 이러한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태도와 접근법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듯 보인다. 벨파스트라는 공간에 얽히고설킨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묻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오프닝에서 비추는 공간과 건물 하나하나가 벨파스트의 긴 세월을 모두 품고 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우선 가장 먼저 등장한 조선소는 벨파스트의 영광을 보여준다. 벨파스트는 북아일랜드 정치, 경제, 문화의 최대 도시로, 라간(Lagan) 강을 끼고 있어서 조선업이 발달했다. 20세기 초에는 아일랜드 섬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였고, 그 당시에 타이타닉 호가 벨파스트의 할랜드 앤 울프 사에서 건조되기도 했다. 반면에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peace line이라 부르는 벽들은 도시의 상처들이다. 1960년대 말 이후부터 가톨릭교도(친아일랜드) 주민과 신교도(친영국) 주민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서, 충돌 소지가 있는 거주 지역 사이에 장벽이 쳐진 것이다. 그래서 이 장벽에 그려진 정치적, 역사적 벽화와 조선소는 강한 대비를 이룬다.
또한 영화는 시작처럼 마지막도 벨파스트의 공간과 함께 한다. 클로징 시퀀스는 도시를 떠난 이들, 남은 자들, 그리고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점으로 되돌아가 벨파스트의 조선소를 비추면 끝난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1969년 벨파스트 거리마다 생겨난 장벽들과 그 장벽들로 인해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5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도시에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북아일랜드 분쟁'처럼 역사적인 네이밍이 아니라 벨파스트라는 단순하나 명료한 표현이 영화의 제목이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다 보면 당시 거리의 모습과 분위기를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겨 오려는 브래너 감독의 노력이 유달리 절실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브래너 감독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 <아르테미스 파울>, <나일 강의 죽음>을 함께 한 프로덕션 디자이너 짐 클레이와 협업해 언덕과 시골, 부두와 맞닿은 벨파스트의 공간감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도시에서의 촬영이 어려워지자 영국 햄프셔에 있는 ‘판버러(Farnborough)’ 국제공항의 활주로 끝에 세트를 지어 벨파스트를 실제로 옮겨오기도 했다.
이때 <벨파스트>는 공들여 그려낸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9살 소년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를 알 수 있는 영화적 장치는 여러 가지가 있다. 버디는 가족의 이야기를 언제나 부모의 대화를 훔쳐 듣거나 그들의 싸움을 몰래 보는 식으로 알게 된다. 또 당시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영국 내의 정치적 이슈, 또 역사적인 이슈에 대한 정보도 제한적으로 제공된다. 티비 속 뉴스를 통해 단순히 배경과 현황만 알려주며, 당시 격렬했던 북아일랜드 갈등의 원인을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 간의 갈등으로 단순화한다. 교회에서 들은 목사의 설교를 버디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나, 영화는 버디에게 굳이 그 답을 찾지 않으려는 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덕분에 <벨파스트>가 모든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상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북아일랜드의 분쟁은 단순히 종교 갈등이라고 볼 수 없다. 영국의 아일랜드 식민지배가 길어진 결과 개신교도들을 중심으로 한 이주민이 영국 잔류를 희망하고, 가톨릭교도가 다수인 랜드인은 독립국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바라는 것이 기본적인 갈등 구도다. 달리 말해 영화는 어떤 측면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종교 분쟁이 될 수도 있고, 식민 지배를 둘러싼 이념의 싸움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거대한 사건을 가장 미시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접근하여 풀어낸다. 처음으로 폭동을 마주하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의 구호와 외침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저 슬로 모션으로, 또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 속에 버디의 반응을 온전히 담아내려고 한다. 그가 인생 처음으로 맞이한 삶의 전환점을 강조한다. 이 장면은 잉글랜드로 이주하자는 부모님의 말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버디의 모습과도 이어진다. 그는 잉글랜드로의 이사를 격렬하게 반대한다. 사촌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학교에서 썸을 타고 있던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깰 수 없다는 것이다. 버디에게는 폭력과 갈등의 현장이 내전의 공포보다는 그저 일상의 파괴로 다가왔던 것이고, 이는 드라마틱하면서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힘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벨파스트>는 유머만 조금 부족할 뿐,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조조 래빗>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또한 <벨파스트>는 흑백 연출을 통해 위기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감정선을 가능한 진솔하게, 자극적이지 않게 담아낸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분위기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직관적으로 그들의 감정선을 느끼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 도시의 역사에 불과했던 사건 속으로 잠시나마 온전히 빠져들 수 있게 한다. 비록 실제 세상과 다른 옛날 신문 기사 속 흑백 사진에서 오히려 많은 진정성이 느껴지듯이, 흑백이라는 시적인 효과로부터 더욱 현실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는 셈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보다 화려하고 서사시적인 느낌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던 브래너 감독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울 정도로 강인한 엄마는 그 누구보다 따뜻하면서도 엄격하게 버디를 키우고, 런던에서 목수로 일하는 아빠는 함께 지내지 못하지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고 노력한다. 현실적인 유머가 빛나는 '할머니(주디 덴치)'와 반대로 낭만이 넘치는 '할아버지(시어런 하인즈)'는 버디에게 삶의 지혜를 전해준다. 흑백 필름은 이러한 관계성에 담긴 진솔함을 그 어떤 방식보다도 효과적으로 끄집어내고, 강조해주는 듯 보인다.
이에 더해 순간적으로 등장하는 흑백 외의 색채는 그 진솔함에 깊이를 더해준다. 벨파스트의 풍경을 비추는 오프닝과 클로징 장면을 제외하면, 영화에서 색채가 덧입혀지는 순간은 버디가 가족과 함께 연극이나 영화를 보는 순간뿐이다. 이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쌓아 올라가던 버디네 가족 간의 관계성과 감정선에 방점을 찍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가족들이 다 함께 영화를 보는 장면 다음에 가족과의 이별을 그려내는 후반부는 눈물 흘리는 이 하나 없이도, 구슬프다.
그간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사실 들쑥날쑥한 평가를 받아왔다. 본작에서도 버디가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 중 하나인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나일 강의 죽음>은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평가는 미묘했다. 동명의 소설을 영상화한 <아르테미스 파울>은 극장 개봉도 하지 못한 채 디즈니+ 로 직행했다. MCU 페이즈 1에 속한 <토르: 천둥의 신> 역시 독립된 작품으로서는 긍정적인 평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그는 자신의 인생 시작점으로 되돌아가 그 공간에 가득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마침내 그 결실을 보는 듯하다. 즉, <벨파스트>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익숙한 명언이 1승을 추가하는, 그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삶은 공간이고 그 공간은 삶의 거울이다. 영화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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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위 한 스푼, 타란티노는 두 스푼 섞었는데 밋밋해
초대받으면 안 됐을 손님
급한 대로 싼 짐입니다. 일제가 조선을 침탈한 지금 현재. 일제 경찰이 집에 무작정 찾아오는 것이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짐 다 싸 놨습니다. 일본 경찰 졸개가 말했다. 어디론가 차경을 데려간다. 이동하는 차경. 도착한 곳은 어느 외진 호텔이다. 중앙 홀로 들어가니 다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아는 얼굴이 몇몇 보인다. 조선 총독부에서 만난 사람들 같다. 무라야마 쥰지. 천 계장, 총독의 비서, 같은 부서 동료가 같은 이유로 영문도 모른 채 중앙에 앉아있다.
머리를 맞대는 사람들. 다섯 명 모두 나름의 이유를 대고 있다.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 ‘네가 출신 성분이 다르지 않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확실히 위기에 몰렸다. 이 사람들을 호텔에 초대한 사람은 총독의 경호대장 카이토다. 일행 앞에 등장하는 카이토. 카이토는 일본어로 자기의 목적을 말한다. “여러분은 항일단체 '유령'의 구성원이자 스파이로 유력한 용의자들입니다. 여기서 스파이 ‘유령’이 누구인지 고발하는 분들을 먼저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유령이 나오기 전 까지는 못 나갑니다.” 충격적인 말에 술렁이는 호텔. 과연 유령의 정체와 목적은 무엇일까?
'박쥐' 향 첨가
영화를 보면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극의 때깔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 색감 잘 뽑았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소품들을 잘 살렸다. 이 소품들이 떼거지로 있는 세트장 ‘호텔’이 감독의 의도를 잘 살린 좋은 선택지였다. 일단 영화는 1,2부로 이어져 있다. 영화의 핵심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게 1부고, 이 이후에 공간을 옮겨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2부다. 이 1,2부 구성에는 이야기를 이끄는 두 핵심 인물이 차이점을 가진다는 점에서도 구분할 수 있다. 이 <유령>에서 1부는 후반부 영화가 품고 있는 핵심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임무가 있다. ‘유령’이 누구인가?라는 심리/스릴러물이 영화의 흡인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 형식이 바탕이 된 전개를 잘 소화한다. 이를 위해서는 색감으로 인물 간의 처지와 연대도 보여줘야 하며 극에서 개성까지 부여하는 영화 내적의 과제를 소화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비주얼적인 부분을 잘 뽑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무라야마/박차경, 두 인물의 비주얼이다. 설경구 배우는 연기를 그냥 잘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캐릭터를 코디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에 맞게 어울리게 잘 코디했다. 그 가죽으로 된 레더 코트를 입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코디가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면 이 무라야마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캐릭터성을 좀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박차경의 인물 코디는 이하늬 배우가 비율 좋고 미녀라서 잘 살린 감이 있다. 이 인물 역시 무라야마와 유사하게 캐릭터성을 코디 안에서 품어야 한다. 극에서 주요한 사건이 있을 때 박차경의 시각적인 부분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있고, 과하다 싶은 클로즈업을 배우의 카리스마와 비주얼로 넘어가는 장면도 몇 군데 보인다. 사실 좀 박차경의 서사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체감상 이 캐릭터가 매번 비슷한 얼굴연기만 짓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오케이’를 한 감독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를 아웃핏과 비주얼, 경험치로 그나마 끌고 간 이하늬 배우의 연륜이 돋보인다. 그리고 두 사람보다 더 빛난 연기가 있다 바로 박해수 배우다. 이 배우는 이번에도 목소리 톤만으로 다른 악역연기를 보여준다. 이 카이토는 극에서 서스펜스를 담당하며 호텔의 사람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 사람은 <SNL>의 콩트 연기도 잘하고 이런 역할도 잘하는 게 대단하다. 아마 이 영화의 가치 중 많은 부분이 이 배우의 연기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1월 2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마 연말 시상식에 이름을 볼 수 있을 듯?
왕가위와 타란티노 향 첨가
영화를 보며 두 명의 아티스트가 생각났다. 바로 왕가위와 쿠엔틴 타란티노다. 왕가위는 핸드헬드를 활용하고, 조명과 색감을 적절하게 쓴 영화감독이다. 그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데는 이 시각적인 스타일화를 잡은 덕택이 크다. 앞 문단에서도 썼듯 영화는 조명과 빛 활용을 잘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빛을 활용한 연출은 인물 간의 연대와 갈등을 나타내는 데에 있어 나름의 역할을 한다. 특히 이 빛에 관한 연출은 유리코 역을 맡은 박소담 배우 쪽에 집중되어 있다. 또 초반부에 유령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이 장면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의 행적에도 빛을 활용한 강약조절 연출이 돋보인다.
그러나 감독 자체가 이를 보여주기 위한 연출을 좀 얕게 쓴 감이 있다. 너무 주제가 대놓고 다 드러난다/ 왕가위는 이 시각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의 기본이 되기 위해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해피 투게더>가 그렇다. 영화에서 아련하게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랑의 기억을 묘사하는 데 그의 연출방식은 최적화다. 반대로 이 영화는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언어가 부분 부분 희생된 감이 있다. 일단 액션이 그렇다. 영화에서 액션은 굉장히 중요하다. 2부에 들어가면 인물의 액션을 바탕으로 서사를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도 썼던 인물 간의 연대와 대립을 나타내는 것이 액션이기 때문이다. 또 영화에 나타나는 어떤 액션 신은 굉장히 처절해서 극의 다른 분위기를 묘사하기까지 한다. 이 액션 신을 보여주는 방식은 어쩐지 타란티노의 것이 생각난다. 우선 영화가 호텔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 것이 <장고 : 분노의 추격자>와, 인물 간의 갈등을 <데쓰 프루프>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로 표현한 느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액션에서 피가 좀 많이 나오고, 칼이 찔리는 신체 훼손도 그냥 나오는 편이다. 그러나 이 액션이 생동감이 있었는지는 솔직히 의문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뚝뚝 끊기는 느낌은 영화의 콤플렉스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든다. 또 적지 않은 분들이 액션의 핍진성에 대해 의문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극에서 두 사람을 제외하고 액션 신을 보여준다. 어떤 인물들은 액션에 굉장히 능하다. 어떤 분들은 ‘주인공 버프’ 아닌가 싶기도 할 것 같다. 글쓴이는 이에 대해 ‘이 두 인물이 공통점을 갖는 부분’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긴 하지만 좀 더 생동감을 더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외에도 타란티노와 왕가위가 좀 사족같이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영화에서 어떤 소재는 액션과 유사하게 인물의 연대를 드러낸다. 그런데 이 선택지가 과연 영화의 밀도를 높였는지는 의문점이 있다. 아니 포스터랑 예고랑 영화 본 편이랑 안 맞으면 어떡해? 또 2부에 <화양연화>의 빨간색 호텔 내부를 연상케 하는 지점이 있었다. 이 부분도 그냥 화려해서 쓴 건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후반부에 이 장면이 굉장히 중요한데, 공간의 특성 때문에 좀 어지럽다고 생각했다.
그냥 휙 쓰고 말아
영화에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해친다고 해친다고 느낀 부분은 인물이다. 극에서 주인공 롤이 있는 인물들 중에 정말 초반부만 역할을 하고 아예 불필요한 캐릭터가 있다. 이 캐릭터는 이야기 전개의 흐름을 깨며, 좀 위험하다고 생각이 든다. 코미디 하려고 넣었다기엔 안 웃기다. 아예 하드보일드하게 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인물을 아예 돌아이로 만드는 것이 어땠을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함은 영화의 사실상 가장 큰 단점으로 생각이 든다. 또 영화에서 음악이 거의 쉴 틈 없이 계속 나온다. 여기서 설경구 배우가 맡은 무라야마는 대사를 속삭이며 치는 경우가 많다. 이거 설경구 배우 개인기로 넘어간 거지 다른 배우면 소리에 묻혔을 것 같다. 일본어 대사가 몇 개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런 걸까? 이 외에도 유리코 역을 맡은 박소담 배우의 역할은 뭔가 허술하다.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아쉽다. 영화 후반부에 처형의 이미지가 두 번 쓰인다. 첫 번째 처형은 좀 많이 과하다. 이 인물이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끔찍한 걸 드러내기 위해 굉장히 잔혹한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른 잔혹함이야 뭐 액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 나름 괜찮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극의 개연성을 해치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두 번째 처형은 영화가 갑자기 급진적으로 변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연출은 너무 낡았다. 이 처형이 극에서 나름 중요한 위치인데 이게 너무 멋이 없어서 카타르시스가 없다. 차라리 첫 번째 처형을 반복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이 영화에서 사용한 이해영 감독의 영상언어는 좀 난잡하다. 분석적으로 보는 시각이 아닌 ‘그냥 단지 영화에 집중해서’ 보면 편집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느낌이 있었다.
정말 유령이 될 듯
감독의 전작 <독전>을 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 분이 미장센, 스타일리스트의 관점에서는 나름 호평을 받았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 솔직히 모르겠다. 상업적으로는 이 영화가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다. 글쓴이의 관점이 세상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이 영화가 센 한 방이 없다는 것이다. 액션도 계속 있고 건물 불타고 와장창 깨지고 사람 죽고 이러는 와중에도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이상한 액션 신뿐이다. 더 작가주의적인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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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파묘>가 개봉 11일 만에 600만 고지를 넘었습니다. 이어 <듄: 파트2>의 1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있는데요.<파묘>는 올해 첫 천만영화를 기록할 수 있을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파묘>가 삼일절 하루에만 85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하면서 누적 관객수 6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 기록은 <범죄도시>, <서울의 봄> 보다 빠른 흥행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첫 천만 영화가 탄생할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어 장재현 감독은 “관객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시나리고 열심히 빨리 쓰겠습니다”라고 재치있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북미에서는 <듄: 파트2>가 개봉 첫주 312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올해 최고 오프닝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또한 11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하며 1억 7천만 달러 수익을 거두었으며 국내에서는 100만 관객 돌파까지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어 전설의 아티스트 ‘밥 말리’를 다룬 <밥 말리: 원 러브>가 2위, 1994년의 기록적인 폭설로 눈 속에 갇혀버린 사람들의 실화를 다룬 <루이스빌의 천사들>이 3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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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의 슬픔에 줌 인(zoom-in)
상실 이후, 적절한 추모 기간은 얼마일까? 언젠가부터 사건사고, 재난에 희생된 사람들을 다루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을 졸이게 된다. 당장은 모두가 가족‧동료‧친구를 잃은 슬픔에 공감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제 그만하라’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나만의 피해의식은 아닐 것이다.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 중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전개한 이후부터였을까? 우리 사회가 슬픔에도 유통기한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은.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상실이 우리에게 남긴 흔적과 그 흔적이 나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천천히 좇는 영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어린 사야카는 우연히 동네 펫숍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개 ‘루’를 발견한다. 루는 ‘믹스견’이라 품종이 분명치 않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하기로 한 사야카와 루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추억을 쌓아 올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준다. 루가 수개월 만에 심장병에 걸려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다시 혼자가 된 사야카. 그는 루가 떠난 후에도 일상의 모든 공간에 남은 루의 흔적과 마주하며 우울한 기분에 빠져 지낸다. 루와 행복했던 만큼, 그 공백도 크게 느껴져서다. 그러던 중 오래전 아들을 잃은 동네 할아버지 후세와 친구가 된다. 둘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상실이 남긴 흔적이 무엇인지를 차근히, 느린 속도로 마주해나간다.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개월 전 루를 떠나보낸 사야카와 수십 년 전 아들을 먼저 보낸 후세가 느끼는 슬픔의 크기는 같다. 오랜 시간이 후세의 슬픔을 덜어주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제 마을에서는 아들을 잃은 후세의 이야기가 슬픔이 증발한 건조한 소문으로만 떠돌지만, 후세는 여전히 수십 년 전에 머무르며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후세의 슬픔을 '과거'로 흘려보내는 동안, 후세는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홀로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상실의 슬픔은 진정 어린 공감과 연대의 마음으로 승화될 수 있다.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후세와 사야카가 끝내 미소 지을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서로의 슬픔에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난 후에야 사야카와 후세는 상실한 존재를 떠나보낼 수 있었다. 공감과 연대가 어렵다면 상대가 ‘이제 괜찮다’고 말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무엇이든, 타인의 슬픔에 유통기한을 정해놓고 그만하라 닦달하는 것보단 낫다.
영화에는 성인이 된 사야카의 내레이션과 어린 사야카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는 사야카가 루를 잃은 상처와 ‘함께’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슬픔은 ‘극복’되어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상실로 인한 슬픔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성숙한 존재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의 슬픔을 존중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상실의 슬픔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루를 떠나보낸 사야카의 슬픔과 사야카가 이 슬픔을 마주하는 과정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가까이서 보여준다. 내게는 이 영화가 상실의 슬픔에 줌 인(zoom-in)함으로써 슬픔마저 ‘죄’로 몰아가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로 읽혔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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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엠마 (2020), 낭만주의 영국에서 펼쳐지는 하트시그널 (안야 테일러 조이/넷플릭스/영국 시대극/영국 영화)
엠마 (2020)
“낭만주의 영국에서 펼쳐지는 하트시그널”
영화 <엠마> 정보
개봉: 2020.02.27
감독: 어텀 드 와일드 (장편영화 데뷔작)
출연: 안야 테일러 조이, 자니 플린, 미아 고스, 빌 나이, 미란다 하트, 칼럼 터너, 조쉬 오코너 등
원작: 제인 오스틴 소설 <Emma>
중매를 좋아하는 귀족 아가씨의 성장기
중매가 취미인 귀족 아가씨 '엠마 우드하우스(안야 테일러 조이)'는 스물 한 살에 나이에도 아버지(빌 나이)와 단 둘이 살면서 마을 사람들을 이어주는 걸 삶의 낙으로 삼고 있다. 언제나 자신의 뜻대로 모든 일이 잘 풀렸던 그녀 앞에 사생아 출신인 여자 기숙학교 학생 '해리엇 스미스(미아 고스)'가 나타나 그의 짝을 점지어 주려 하는데,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마을의 목사 '엘튼(조쉬 오코너)'과 해리엇의 중매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또다른 상류층 자제 '프랭크 처칠(칼럼 터너)'과 눈에 거슬리는 '제인 페어팩스(앰버 앤더슨)'가 등장하면서 그녀의 계획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해리엇의 중매 실패에 책임을 느낀 엠마는 두 번째 시도를 감행하지만, 관계에 함께 얽힌 '조지 나이틀리(자니 플린)'에게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내적 혼란을 겪는다. 사랑 앞에 자만했던 그녀는 자신의 오만을 인정하고, 한 발짝 더 성장해나간다.
화려한 의상, 아름다운 영상미
<엠마>는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인만큼 독보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과 거주 공간의 장식들, 자연광을 활용한 화사한 풍경의 색감들이 가져다주는 시각적인 효과는 매우 강렬하다. 비주얼적으로 눈길을 끄는 요인들이 많다보니 내용 자체가 극적이거나 사건이 많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귀족 자제인만큼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러운 의상들 수십 벌이 등장하는데, 의상에 보통 신경을 쓴 게 아닌 듯 하다.
<엠마>가 장편영화 데뷔작인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은 그동안 뮤직비디오 위주로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그래서인지 화면을 예쁘게 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마을의 주인공과도 같은 '엠마'를 예쁘게 보이게끔 촬영 기법이나 화면 구도, 색감 톤 배치 등을 세밀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장면 장면의 채도가 높고, 화사하고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어 시각적인 피로도를 줄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한 자연광과 색감 간의 대칭과 조화로 인해 굉장히 자연스럽고 안정적이다. 영국 사극 작품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일 지라도, 영상미와 화려한 비주얼을 감상하기 위해 꼭 봐야 하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유럽여행을 가서 왕립미술관 전시를 관람하거나 오페라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엠마의 하트시그널을 동반한 성장기
중매가 취미인 '엠마'는 마을에서 제일 예쁘고, 부자인 아가씨이기 때문에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매를 할 때도, 자신이 점지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조리 꿰뚫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극 초반~중반까지의 엠마는 예쁘고 똑똑하지만, 다소 오만하고 허영심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자만은 '해리엇'의 중매 실패를 불러왔고,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을 훼방놓을 뻔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던 자신마저도 '프랭크 처칠'과 '제인 페어펙스'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한다.
극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사치스럽고, 허영심이 넘치지만 엠마와 이들이 다른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엠마는 부잣집 자제임에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성장해나간다는 것. 직설적인 언행으로 상처를 줘버린 이웃 '베이츠(미란다 하트)'에게 직접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자신 때문에 사랑에 실패한 '해리엇'을 위해 마지막 큐피트의 일을 수행한다. 그리고 매번 바른 말로 자신을 질책하는 '조지 나이틀리'의 말을 받아들이고, 반성하기도 한다. 시작은 분명 엠마가 날린 잘못된 화살로 관계가 꼬여버린 하트시그널이였지만, 끝은 그녀의 성장기로 마무리된 것이다.
고리타분한 시대극 탈피, 센스와 유머
유럽 배경의 시대극을 생각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고 지루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엠마>는 19세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원작 소설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닌 어느 정도의 각색을 시도했고, 다양한 인물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에서 비롯된 사랑스러운 멜로드라마에 초점을 맞춰 흥미를 쉽게 유발한다. 단순히 영상미에만 시선이 빠져들기에는 스토리의 재미가 크게 뒤지지는 않는다.
극에 등장하는 수많은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퀸스 갬빗>과 여러 스릴러 영화로 이미 얼굴을 충분히 알린 '안야 테일러 조이'는 물론, 시트콤 <미란다>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미란다 하트'는 적은 분량임에도 웃음을 유발한다.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에 '애덤'으로 등장하는 '코너 스윈델스'와 '릴리'로 등장하는 '타냐 레이놀즈' 역시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리고, 극의 그 어떠한 젊은 남성 캐릭터들보다도 매력이 넘치는 '빌 나이'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연기력들이 모두 출중하다보니 극에서 다소 소홀하게 다뤄지는 인물들 간의 사랑과 우정 관계를 연기로 커버하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센스와 유머가 함께 어우러지는 건 덤.
스릴러 주인공에서 벗어난 안야 테일러 조이의 새로운 가능성
<엠마> 이전의 "안야 테일러 조이"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대부분 스릴러나 공포 장르의 작품들로 많이 채워져 있었다. 비슷한 장르에 반복해서 출연한 탓인지 스릴러물에 적합하다는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연기하기 어렵거나 어두운 캐릭터 위주로 섭외를 받는 듯 했다. 하지만, <엠마>를 통해 공감 능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엠마'를 연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에 성공한다. 분명 완벽하게 호감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은 아니지만, 친구에게 사과할 줄 아는 솔직담백한 모습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적극적인 모습을 함께 보이며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엠마>는 곧 그녀에게 밝은 분위기의 작품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작품인 셈이다.
2시간 안에 담기엔 넘치는 스토리
<엠마>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에 등장하는 인물이 상당히 많고, 인물 간의 관계가 복잡하다보니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이야기들을 풀어내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영화가 아닌 미니시리즈 장편이었다면 훨씬 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수월했으리라 본다. '엠마'의 이야기 외에도 이웃과 친인척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사건들이 대사를 통해서만 풀어지다보니 인물 간 관계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극 초반 인물들의 대사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사건들은 아직 관계도의 틀이 머릿속에 제대로 잡히지 않은 관객의 입장에서 지루함과 산만함을 느낄 수 있다. 영상미와 캐릭터 면에서 확실한 장점이 있는 작품이지만, 분량 조절에 실패한 스토리와 페이스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 이미지 출처: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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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
올해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다! 진부하고, 광고성 카피처럼 느껴지겠지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표현할 적확한 문장은 없을 듯하다. 클레어 키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영화는 주인공 빌의 이타적 행동을 통해 유독 춥고, 우울한 우리 사회에 잊고 지냈던 온기를 전한다. 그 온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작지만 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1985년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빌(킬리언 머피)은 작은 석탄 가게를 운영하며 아내, 다섯 딸과 오붓하게 살고 있다. 힘든 세상 속에서도 그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유년 시절의 겪은 트라우마로 힘겹게 살아간다. 어느 날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다가 창고에 홀로 갇혀 있었던 소녀를 발견한 빌은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는 요청에 머뭇거린다. 결국, 그가 소녀를 데려다준 곳은 수녀원 내부. 이 도시는 수녀원의 권력 아래 돌아가는 곳이기에 빌 역시 원장 수녀의 말에 따르긴 한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남긴 죄책감과 부채감에 시달린 그는 크리스마스 날 저녁 집이 아닌 수녀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관객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너무나 힘든 세상 에서 타인을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 물음은 영화의 핵심이자, 관객을 이토록 사소한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다.
극 중 빌은 자기 가족을 지키는 것도 버거운 세상에서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수녀원에 감금당해 노동 착취를 당하는 소녀들을 위해 손 한번 쉽게 내밀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녀원의 눈 밖에 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원장 수녀에게 잘못 걸리면, 그동안 쌓은 평화는 살얼음처럼 쉽게 깨져버린다. 하루아침에 일도 없어지고, 돈이 없어 생활도 못 하며, 아이들의 교육도 중지된다.(빌의 딸들은 수녀원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를 알기에 빌의 고뇌를 아는 아내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고, (소녀를 포함한 가난에 허덕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우리 자식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내의 이런 말이 나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밑바닥부터 시작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며 이 가정을 꾸린 남편의 노고와 지금의 평화가 한순간 깨질 수 있다는 불안은 충분히 이해된다. 아내의 선택적 회피는 어쩌면 온 마을 사람들의 마음처럼 보인다. 추운 겨울, 자신이 어렵게 지킨 온기를 나눠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런 심리를 조장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울리는 수녀원의 종소리는 명확하게 그리고 공포스럽게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빌은 용기를 낸다. 그 이유는 자신도 어려운 환경에 놓였었기 때문이다. 하나밖에 없는 엄마가 죽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어른들이 보살펴 준 유년 시절의 기억은 자신과 비슷한 곤경에 처한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든다. 마치 자신을 위로하듯 그의 시선은 어려운 이들로 향하고, 비록 석탄으로 얼룩졌지만 기꺼이 손을 내민다.영화는 빌의 용기를 담담하고 묵묵하게 그린다. 행복한 순간을 연료 삼아 자신의 마음에 불을 지펴도, 그 온기가 퍼질 때쯤 약속이나 한 듯 꺼져버리는 그의 공허함은 영화 전반에 깔린다. 다른 이들에게 석탄을 배달할지언정 정작 자신에겐 불쏘시개 하나 담지 못하는 그의 삶에 수녀원의 소녀는 자신을 구원할 횃불처럼 보인다. 어려운 이를 구하는 동시에 자신을 구하는 선택, 그리고 용기는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현 사회에 큰 울림을 전한다.
앞서 소개했듯이 영화는 클레어 키컨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동명 소설의 중요 소재는 바로 아일랜드에서 벌어졌던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이다. 1922년부터 1996년까지 약 74년간 종교시설 내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사건으로, 지난 2004년 <막달레나 시스터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바 있다. 영화는 제2의 <막달레나 시스터즈>보단 한 인물을 통해 이처럼 인권이 유린당하고 이를 타파할 기력조차 없는 세상 속에서 ‘용기’를 갖기가 얼마나 힘겨운지, 그만큼 우리 세상에 얼마나 소중한 빛인지를 알려준다. 이는 동명 소설과도 그 궤를 같이한다. 참고로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비유하자면 <화려한 휴가> 보단 <택시운전사>에 가깝다.
원작을 읽은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클레어 키건의 이 책은 한 번 잡으면 놓지를 못한다. 몇 번씩 읽어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이 빼곡한 이 작품은 두께가 얇아서 쉽게 도전했다가 호되게 혼나는 책 중 하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기대를 모았던 건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인 여백 때문. 책을 읽었을 때 독자의 상상력으로 채워졌던 이 부분을 영화는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했을까하는 궁금증이 든다. 원작을 읽은 이들에게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팀 밀란츠 감독은 영화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차갑고 무거운 겨울 풍경과 온도로 분위기를 잡고, 수녀원 종소리 등 빌을 포함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줄 음향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여기에 창문을 소재로 각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이들의 성격과 감정을 잘 표현한다. 창을 통해 밖이 잘 보이는지, 피사체만 보이는지, 아예 보이지 않는지를 공간적으로 비교해 봐도 좋을 듯싶다.빌의 여정을 담은 영화이기에 이 인물을 연기한 킬리언 머피의 모습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이를 아는 듯 그는 대사보단 표정과 눈빛으로 자신 안에서 벌어지는 내적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수녀원 소녀를 도와주지 못한 일 이후, 초점 없이 공허한 눈빛으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은 죄책감은 물론, 가족을 위한 자기 합리화를 거쳐 그럼에도 참된 어른이 되지 못한 미안함이 느껴진다. 그의 연기는 책임감도 느껴지는데, 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자국의 아픔이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을 알리고자 주연은 물론, 제작에도 참여했다.
<이처 사소한 것들>은 개봉 전 부터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극 중 수녀원의 보스 메리 수녀 역을 맡은 에밀리 왓슨이 은곰상 조연상을 받았다. 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초청하고 지지한 건 1980년대나 지금이나 작품이 담고자 하는 그 용기가 절실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작든 크든 한 개인이 가진 선한 영향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 어느 때보다 내적, 외적 강추위가 예상되는 이번 연말, 고용하고 거룩한 밤을 밝힐 작은 용기를 꺼내어 빛을 내어보자.
덧붙이는말: 쿠키는 없지만,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길 바란다. 엔딩크레딧이 시작되면 귀를 휘감는 수녀원의 종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우리가 봐왔던 빌의 여정을 소리로 들려준다. 그리고 다시 수녀원의 종소리가 들린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그의 용기를 마주한 관객이라면 처음들은 종소리와 마지막의 종소리가 다르게 들릴 것이다. 아니, 다르게 들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빌의 용기가 빛을 내는 거니까 말이다.
사진 제공: 그린나래미디어
평점: 4.0 / 5.0
한줄평: 고요하고 거룩한 밤, 밝게 빛나는 선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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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당신이 놓쳐선 안 될 독립영화 5편!!! - 극영화 부문 ( #세자매 #아이들은즐겁다 #낫아웃#나는나를해고하지않는다 #인천스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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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등대 채널을 사랑해주시는 구독자분들 다들 행복한 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지난번 [리뷰하지는 못했지만 추천하는 영화 7작품] 영상에 이어, 영화등대 채널 자체선정 리뷰영상을 남겼던 올해를 빛낸 독립영화 5작품 극영화 부문 영상 시작해볼건데요. 해당 작품들은 모두 VOD서비스를 통해서 관람하실수 있는 작품들만 선정하였으니 영상을 보시고 해당 작품이 궁금하신분들은 한번쯤 관람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작품성이나 관객수로 작품들을 선정하거나 순서를 매기지 않았다는 점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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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행 피해자, 아줌마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지난 20회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공동 대상을 수상한 영화 갈매기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씨네랩의 초청으로 개봉 전 시사회에 참석하고 왔는데요.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데 인디 영화임에도 매우 흥미롭게 본 영화입니다.
한 중년 여성이 가까운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 이후에 피해자의 심리와 행동을 세심히 보여주는데요.
피해를 당하는 모습은 영상에 담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모든걸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중년 여성이라서 그의 피해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하는 장면도 나오는데요.
결국 꿋꿋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우리가 흔히 아줌마라고 부르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이 많이 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 하세요!
영화는 7월 28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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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 둘> 메인 예고편
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은편에 살고 있는 니나와 마도.
마냥 가까운 이웃처럼 보이지만 사실 둘은 20년째 사랑을 이어온 연인이다.
은퇴도 했으니 여생은 로마에 가서 편하게 살자는 니나의 제안에
마도는 가족들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기로 한다.
마도의 생일, 쉽지 않은 고백 과정에서 그녀는 결국 충격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니나는 가족으로부터 마도를 되찾을 플랜을 짜기 시작하는데…
온 세상을 떠나보내도 함께하고 싶은
두 여인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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