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0 00:18:18
믿기지 않지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 돈 룩 업
아무리 사실을 말해도 듣지 않으면 진실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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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발견은 위기의 발견이 됩니다.
지구에 큰 위기가 닥쳤고 그것을 처음 알아챈 과학자들은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명문대의 과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선거에 지장이 갈까 걱정하기 바쁜 정부를 뒤로하고 세상에 알려보지만 정치와 자극적인 이미지로 뒤덮인 세상은 실체적 진실이 눈 앞에 있는데도 '돈 룩 업'이라고 외칠 뿐이었죠.
그렇게 묻혀버린 진실은 눈깜짝할새없이 현실로 다가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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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을 넘는 우리의 행동력은 소수에서 다수로 옮겨가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이 세상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눈 앞의 이미지와 쇼의 즐거움만을 쫓고 지도자는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그런 세상이 영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여서 더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아마 다른 지구가 있다고 해도 여기서 생존한 인간들이 있는 한 같은 세상이지 않을까요.
적어도 우린 '룩 업' 했으면 좋겠네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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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베르트랑 보넬로가 부산에 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3일차인 19월 6일.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더 비스트>의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이 KNN 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세계적인 화제작 중 감독이나 배우가 영화를 직접 소개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 섹션이다. <더 비스트>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 ‘정글의 짐승’을 각색한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을 비롯해 토론토영화제와 뉴욕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생 로랑> 이후 9년 만에 두 번째로 부국제에 방문한 보넬로 감독은 “(부국제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면서 “<더 비스트>가 부국제에서 상영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멜로, 공포, 그리고 SF의 만남
보넬로 감독은 <더 비스트>를 ‘멜로 드라마’로 정의했다. 그는 “멜로 드라마를 생각하면서 자연히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떠올렸다”면서 “사랑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밀어붙임과 동시에 여러 장르를 섞어서 한 세기 이상의 시간을 탐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1910년, 2014년, 2044년 세 시간대에서 진행된다. 보넬로 감독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 번째 시간대(1910년)은 소설을 따라갔습니다. 20세기가 시작될 때 20세기가 평화와 진보가 가득찬 시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홍수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2014년이라는 시기는 공포 영화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또 엘리엇 로저 사건이 있는 해였기에 골랐습니다. (엘리엇 로저는) 생각으로만 사랑을 나누는 비자발적 독신자, 인셀이라고 할 수 있죠. 극 중 꿈에서만 사랑을 나누는 존재인 '루이'(조지 맥케이)는 그로부터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에 더해 미래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AI는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힘든 개념입니다. 사랑의 가능성까지 따질 수 있는 복잡한 개념이죠. 극본 작업을 4-5년 전에 시작하면서 AI가 동시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에게는 큰 두려움이 되고 있죠. LA와 할리우드에서는 작가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파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미래가 동시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미래를 보여줄지 고민했습니다. SF가 될 수도 있고, 테크놀로지에 치중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20년 후를 내다 봤을 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그리고 싶었습니다.”
사랑, 두려움, 불안함
먼저 만난 <더 비스트>는 자칫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영화다. 여러 시간대, 다양한 장르, 총 6명이 인생이 뒤엉켜 있기 때문. 하지만 보넬로 감독은 감정선만 잘 따라가면 “복잡하면서도 아주 단순한 영화”라고 단언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이 영화의 전반적인 주제입니다. 소설에도 나오죠. 이것은 가브리엘이 비스트라고 부르는, 내면의 무언가를 파괴하는 두려움을 말합니다. 끝내 이 두려움은 사랑에 대한 두려움, 달리 말해서 그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10년에는 가브리엘이 두려워하고, 2014년에는 루이가 두려워하죠.”
그는 <더 비스트>가 사랑, 두려움, 불안함에 관한 영화인 것 같다는 질문에 “이 영화는 그 세 개의 감정이 맞다”면서 “제가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강렬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영화 삽입곡으로 수잔 잭스의 'Ever Green'을 선택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가사 때문이죠. 멈추지 않는 사랑. 상록수처럼 계속되는 사랑. 멈추지 않는 사랑이 제 영화의 주제입니다. 캐릭터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이 계속되죠. (…) 그리고 최악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 중심에는 두려움이 있었죠. 비스트는 사랑에 대한 공포이고, (두 주인공은) 이를 뒤늦게 깨닫죠.”
레아 세이두와 조지 맥케이의 만남
<더 비스트>에서는 레아 세두와 조지 맥케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스타와 라이징 스타의 만남. 보넬로 감독은 두 배우를 선택한 각각의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레아 세두는 프랑스 배우 중 이 세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세 시대를 아우를 수 있죠. 영속적인 것도, 현대적인 것도 다 아우를 수 있습니다. (…) 그녀를 보면 사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카메라는 이 미스터리한 부분을 좋아합니다.”
조지 맥케이 캐스팅에 관해서는 가슴 아픈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본래 루이 역할을 맡기로 했던 배우 가브리엘 울리엘이 사망한 것.
보넬로 감독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영국 배우, 미국 배우를 찾기 시작했다”면서 “런던에서 조지를 만나고 잠깐 이야기를 하자마자 적임자라고 생각했고 (…) 영화 제작 중에도 완벽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두 배우에 대해 상반된 견해도 남겼다. 레아 세두에 대해선 "세트장에선 바로 연기에 들어가길 원하는 스타일"이라며 "강력하게 본능적인 게 있다"고 평가했다.
맥케이의 스타일은 이와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맥케이는 촬영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한다"며 "세트장에 도착할 땐 이미 모든 게 그의 마음속에 그려져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보넬로 감독은 관객의 반응이 몹시 궁금하다며,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선 다양한 해석을 기대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더 비스트>를 즐길 팁 한 가지도 소개했다.
“이 영화가 감정적인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센세이션도 느끼면서요.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을 내려놓고 영화에 몰입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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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팔씨름 금메달 리스트가 FML을 극복하는 법
동생이 팔씨름 선수라고 생각해 보세요. 아시다시피 팔씨름은 공인된 경기 스포츠는 아닙니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오히려 돈을 내야 하죠. 돈을 내지 않으면 우승해도 메달을 주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당신의 동생은 어찌나 팔씨름에 진심인지, 코치까지 쓰면서 팔씨름 경기를 준비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생의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응원해 줄 수도 있고, 쓸데없는 일에 왜 이렇게 열중이냐며 나무랄 수도 있겠죠. 어쩌면 그런 동생의 삶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팔씨름의 모든 것>은 바로 그렇게 탄생한 작품입니다. 자신의 동생이자 팔씨름 선수인 '파노스 구시스'를 관찰하는 요르고스 구시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형 또는 누나의 마음으로 '파노스'의 삶을 같이 들여다볼까요?
팔씨름의 모든 것
ARM WRESTLER
이 작품은 <팔씨름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처럼 '파노스'의 일상을 좇으며 낯선 팔씨름 선수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합니다. 순간적인 팔심으로 상대를 압도해야 하는 팔씨름 경기는 1초 만에 승부가 갈리기도 하는 폭발적인 힘겨루기 시합입니다. 그런 만큼 선수와 심판은 모두 규칙에 따라 자세 하나하나를 바로잡으며 대회에 임하죠. 그러면서도 메달은 도떼기시장보다 정신이 없는 곳에서 대충 수여해 버리는 어딘가 이상한 세계이기도 합니다.
"내 동생이 팔씨름 선수라면?"이라는 앞선 질문에 혹시 '잔소리할 것 같다'와 같은 부정적인 답을 떠올리셨나요? 그렇다면 이 영화를 한 번 시청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아마도 그런 말이 쏙 들어갈 거예요. 팔씨름을 향한 '파노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거든요. 그에게 '팔씨름 선수'라는 정체성은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게 하는 힘인 듯 보이기도 합니다.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들의 눈은 언제나 반짝거리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도 저렇게 열정과 애정을 쏟는 것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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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스'는 팔씨름 선수이면서 동시에 카페 주인, 광대, 마술사, 심지어 배우 지망생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팔씨름 선수가 아닐 때 그의 삶은 왠지 자꾸 꼬이기만 합니다. 카페 운영은 지치고, 하고 싶은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죠. "FML(Fuck my luck)"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날들이 반복됩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집중하고 몰두하여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일이 바로 팔씨름이죠.
'파노스'는 꽉 막힌 인생의 해답을 찾지 못합니다. "내가 문제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죠. 그러나 형이 바라본 동생의 모습은 조금 달랐습니다. 형의 카메라에 담긴 '파노스'는 분명히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팔씨름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매일 조금씩 자신을 단련해 가듯이 말입니다. 이따금 허탈해하고 분노하고 짜증내면서도, '파노스'는 계속 해서 부딪히며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경기 스포츠는 고통과 한계를 넘어 우승을 쟁취해야 하는 싸움입니다. 다양한 고통과 한계가 산재한다는 점에서 우리네 삶은 경기 스포츠와 비슷한 면모가 있죠. '파노스'는 경기 스포츠를 치르는 것처럼 근성과 노력으로 그러한 일상의 문제들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팔씨름의 모든 것>은 '팔씨름 선수의 일상'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실은 우리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삶의 모습을 포착합니다. 팔씨름 선수인 동생의 내면에 자리한 경기 스포츠인의 자질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형의 마음까지도 함께 담고 있고요.
⊙ ⊙ ⊙
<팔씨름의 모든 것>를 보면서 때때로 다큐멘터리 형식을 띤 극영화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곤 했습니다.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촬영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극영화의 모양새를 갖춘 장면이 많았고, 현실을 향한 불만 가득한 한탄이나 카페 손님을 향한 짜증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들도 서슴없이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형제가 촬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삶의 권태를 느끼는 '파노스'의 모습에서 실패로 점철된 삶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던 <성난 사람들>의 '대니'가 겹쳐 보이기도 했는데요. <성난 사람들>에서 다룬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한 번 감상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하지만 단지 팔씨름 선수의 세계를 알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작품을 고르셔도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니까요.
Summary
팔씨름꾼 '파노스'는 살던 마을을 떠나 아테네로 돌아온다. 이 여정에서 '파노스'는 진정한 자신을 억압하는 근육질 남성을 직면한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요르고스 구시스
출연: 파노스 구시스
Schedule in JIFF
2023.04.29(토) CGV전주고사 2관 20:00
2023.05.02(화) CGV전주고사 3관 10:30
2023.05.05(금) CGV전주고사 8관 10:30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4월 27일 -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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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핫 Too Hot>, 성욕보다 더 뜨거운 것!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투 핫 too hot>
미국 편, 브라질 편, 라틴 아메리카 편... 이제 미국 편은 시즌3 방영을 앞두고 있다.
프로그램의 배경은 이렇다.
서로 섹스해라! 해라! 하는 분위기를 대놓고 만들어 놓은 후, 섹스는 절대 안 된다!라는 룰이 적용되는 곳.
성적인 접촉은 '규칙 위반'이며, '벌금'으로 이어진다!
어머어마한 액수의 상금을 걸고, 섹스를 포함한 어떠한 성적인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면 벌금 형식으로 상금이 깎인다. 출연자들은, 난잡한 성교 파티를 상상하며 모였다가 모두 멘붕!
이국적인 장소에서, 매력적인 젊은 남녀가 거의 옷을 입지 않고 24시간 붙어 지낸다.
당연히 규칙 위반은 수시로 벌어진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규칙 위반을 하던 출연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한다.
"그냥 할까? 아님 상금을 위해 참을까?"
물론 스킨십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상금'이다.
그런데, 어차피 그 상금은 처음부터 이들의 목적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상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로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저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싶어 모인 것이다.
상금은, 참가자들의 성욕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갑자기 폭탄처럼 터지는 반전이다!
그보다 더 강력한 원동력,
이들이 자신들의 본성을 억누르고, 매력적인 이성과의 스킨십을 자제할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내 옆사람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 다른 사람에게 욕먹고 싶지 않은 마음"
이다.
<투 핫> 브라질편 참가자들
세상 쿨하기 그지없는 <투 핫> 브라질 편 참가자들이, 사실은 그 어느 편에 출연한 참가자들보다 훨씬 더 '주변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추구할 것 같은 그들이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다!<투 핫> 브라질 편에서는, 참가자들이 '규칙 위반'하는 내용 중에 '섹스'가 포함된다.
한밤중에 여자들은 상의 탈의, 남자들은 하의 탈의를 한 채로 다 같이 수영장 물에 들어가 파티를 벌인다.
(대체 누가, 넷플릭스 <솔로 지옥>이 한국 판 '투 핫'이라고 했던가!)
브라질 편 출연자들은 확실히 더 핫hot 했다! 진짜 프로그램 제목처럼, TOO HOT!
그런데, 재미난 것은, 다른 어느 시리즈에서보다도 '주변 사람의 눈치, 아는 사람의 눈치, 친구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는 것 또한 바로 브라질 편 참가자들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넘치는 성욕보다 더 참을 수 없어한 것은,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상금이 깎여서 친구들이 실망하고 비난할 때,
또는 나의 행동이나 말이 누군가에게 불쾌감이나 불편감을 주었을 때,
나에게 가해지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과 비난이다.
나를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여론, 나의 잘못에 대한 재판의 현장!
모두가 함께 생활하기에 나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은 즉석에서 바로바로 전달된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눈물도 가장 많이 터져 나온 시리즈가 되었다!!!
친구 눈치, 다른 참가자 눈치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그전의 당당하고 쿨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그 어떤 것보다 이들의 본성과 욕구를 자제시키고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상금 자체도 아니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바로, 그들의 옆 사람, 같이 있는 다른 참가자들이었다.
최근 동네 커뮤니티 카페에 가입하여 몇 번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주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무난한' 주제의 글이었다.
무난한 주제에는 편안하고 평화로운 댓글들만 달린다.
그런데, 종종 '무난하지 않은 주제'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면 격렬한 댓글들이 달린다.
심한 욕까지는 하지 않지만, 글에서도 격한 감정들이 느껴진다.
나는, 무난한 주제만 골라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격렬한 싸움은 지켜보는, 그런 축에 속했다.
격렬한 싸움에는 말리고 싶지 않다....
애초에 무난하지 않은 주제는 올릴 생각도 하지 않고, 무난하지 않은 주제에는 댓글도 달지 않는다.
<투 핫> 참가자들이 대단한 것은,
그 전쟁 같은 '무난하지 않은'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행동한다는 점!
그 결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사랑"을 찾는 것!다른 사람의 부정적 의견을 듣는 것,
나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듣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고 고통스럽다.
이것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적응될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의 진심을 표현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
이러한 용기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투 핫> 참가자들이, 마냥 다른 참가자들의 비난과 감시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면, 사랑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욕을 많이 먹었지만, 유일하게 '찐 커플'이 된 '브렌다'와 '마테우스'
<투 핫> 브라질 편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었던 '브렌다'와 '마테우스' 커플.
규칙 위반을 가장 심하게 많이 하면서,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미움을 많이 샀다.
그로 인해 눈치도 많이 보고, 눈물도 보였지만,
결국 이들은 최종 선택에서, '찐 커플'로 거듭났다.
<투 핫>이 보여준 것,
첫째, 세상 쿨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
둘째, '다른 사람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 욕먹기 싫은 욕구'에만 몰두하다 보면, 또 다른 중요한 욕구, 이를 테면 '사랑'에 대한 욕구는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
세상에 쿨한 사람은 없다.
욕먹고도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만, 욕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위축되어, 더 중요한 가치를 놓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나 자신을 던져야 하는 그런 순간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남에게 욕먹기 싫어서 욕먹지 않을 행동만 골라서 하는 사람만 존재한다면,
과연 이 세상이 움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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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고립과 정박, 그러나 실재
DIRECTOR. 루루 헨드라(Loulou HENDRA)
CAST. 셰니나 시나몬(Shenina CINNAMON), 아르스웬디 베닝 스와라(Arswendy BENING SWARA), 앙가 유난다(Angga YUNANDA), 유수프 마하르디카(Yusuf MAHARDIKA) 외
PROGRAM NOTE.
마이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은 바다 위에 부유하는 허름한 수상가옥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오래전 땅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던 다약 원주민인 그녀는 광산 개발로 인해 땅을 빼앗기고 한 노인에 의해 구조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도 잃고 친척들과의 연락도 끊기게 된다. 십 년 넘게 바다 위에서 생존하지만 뭍에는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땅에 발이 닿기만 해도 혼절해버리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불길한 장소가 돼버린 땅이지만 그녀는 땅과 그 위의 생명들을 그리워한다. 낡고 무너져가는 집이 언제까지 물 위에서 버텨줄지도 알 수 없다. 인도네시아의 신예 루루 헨드라 감독의 <생존자의 땅>은 트라우마에 갇힌 인간의 몸부림과 내면적 성장에 대한 영화적 고찰이다. (박성호)
감독은 탄광 지역 개발로 삶이 불안해진 인도네시아의 한 도시를 보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불안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해졌다. 영화는 소음에 가까운 거대한 기계음만 들어간 까만 화면으로 시작해, 이내 기울어진 물 위의 집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그 불안과 그에 맞서는 인간의 힘을 세밀히 흘려 보낸다.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집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마이와 할아버지의 노력으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대다수의 한국인은 자신이 섬에 속한 존재가 아님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한 면이 막힌 반도에서의 삶은 이따금 섬의 생활을 그려보게 하는 측면이 분명 있지만, 온전히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 사는 삶과는 분명 감각이 다르다. 여기에 재해처럼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일들까지 더해지면 불안은 배가된다.
심지어 이 영화의 주인공 마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물러난 곳에 있다. 땅을 밟으면 코피를 쏟으며 기절하는 마이의 증세는 심리적 사유 외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영화는 이러한 증세가 찾아오기까지 마이의 삶에 있었던 굴곡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따금 대화에서 드러나는 할아버지의 삶과 마이 부모님의 죽음 이야기를 통해 막연하게 짐작하게 할 뿐이다. 확실한 건 현재 마이가 거의 유령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인간들이 쉽고도 자연스럽게 하는 행위에 제약을 얻은 존재.
그 때문에 마이의 집은 물 위에 배로 떠올린 곳이다. 기본적으로 고립을 특성으로 하는 공간이다. 키우는 닭 또한 흙 없이 갑판 위에 뿌린 모이를 쪼는 것밖에 할 수 없고, 많지 않은 마이의 대사는 대부분 할아버지를 향해 집에 대한 불안이나 욕구를 표현하는 내용으로, 거칠고 짤막하게 구성된다. 마이의 세계는 말로 재구성되는 양이 많지 않다.
할아버지 친구의 손자이자 마이에게 계속해서 친절한 손을 뻗어 오는 유스, 인도네시아의 군사문화 잔재의 기운이 드러나는 제복을 입고 외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라와, 두 사람을 만날 때에도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마이의 욕구는 단순하다. 다친 물소를 돌보고 싶고, 땅을 밟고 싶다. 이외에 대사로 발화되지 못한 마이의 마음들은 배를 타고 나가서 만날 수 있는 고목에 속삭임으로 전달된다.
고목 옹이에 입을 대고 마음을 전하는 마이는 결국 뭍의 존재들을 믿지 말라던 할아버지의 손녀다. 조상을 향한 할아버지의 기도는 비록 원하는 방향으로 응답된 적이 없지만, 조상들이 자신의 언행을 지켜보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현실에 손길도 미치고 있다고 믿는 마음 또한 실재(實在)를 중시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물소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야기할 때 사진을 보여주는 라와와 달리, 실재만을 믿고 증거로 채택하는 유스 또한 같은 할아버지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래서일까? 이들을 땅 너머로 몰아낸 자들의 존재는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탄광 회사는 두어 장면을 제외하면 말 속에서만 존재하고, 영화는 그들을 묘사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실재를 믿는 사람들의 영화에 실재하지 않음으로써 탄광 회사의 위치는 명확해진다. 그리고 더더욱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존재감을 갖게 된다. 마이와 할아버지가 처한 답답한 고립과 정박의 상황을 그들은 알지도 못한다. 검은 화면에 기계음만 들어가 있던 첫 장면과, 바로 이어진 마이의 집 장면의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
사진으로 증거를 삼는 라와, '자기 인생은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면서 할아버지의 결정은 들어주지 않는 삼촌의 존재는 마치 그 탄광 회사의 그림자 같다. 자기 이득을 위해 말을 이리저리 가져다 붙이고, 실재하는 것을 직면하기보다는 말이나 사진으로 재구성된 것들을 믿고 싶어 한다. 얼핏 보면 합리적이고 무고해 보이는 선택들이지만, 이 선택들이 누군가를 땅 끝으로, 땅 너머로 몰아내고 있음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영화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탄을 가득 실은 거대한 콘테이너 배가 스크린을 가로지를 때, 그 앞에 작은 조각배를 띄우고 두 다리 단단하게 선 사람의 뒷모습이다. 마치 이 영화 자체 같은 장면이었다. 환상의 악기 연주와 아름다운 춤처럼, 이 영화처럼, 불안을 흩뿌리는 탐욕에 맞서 고립되고 정박된 존재들은 늘 유약하다. 그러나 인간적이고, 그래서 아름답다. 고립되고 정박되었어도 이들은 두 다리로 여기에 실재한다. 현실 속의 마이와 같은 존재들이 어디 있는지, 나는 또 어디에 있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였다.
10/04 16:00 영화의전당 소극장 (상영코드 078)
10/05 10:00 CGV센텀시티 3관 (상영코드 157)
10/09 10:00 CGV센텀시티 7관 (상영코드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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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지만
내게 <러브레터>는 겨울날 아득히 보이는 오두막, 불 밝힌 창문 같은 영화다. 보는 것만으로도 추운 밤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인물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고 느껴서 그렇다. 이츠키에게는 언젠가 반짝이는 사랑을 받았던 기억, 히로코에게는 있는 힘껏 후회 없이 사랑한 기억. 그 힘을 이따금 떠올리며 잘 살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마음도 그런 힘을 찾고 싶어 자꾸 들여다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찬 바람 불면 한번 보고, 겨울 깊어가면 또 보고, 겨울 다 가기 전에 아쉽다고 본다. 더운 여름 날도 눈발 내리는 풍경이 그립다고 보고, 문득 떠올리면 아무 때나 본다. 그 버릇이 10년도 넘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봐서, 아는 사람들의 옛 사진 앨범을 보는 기분이 든다. 가본 적 없는 공간임에도 가본 듯이 그려보게 되고, 만져본 적 없는 옷의 촉감까지 생생하다. 동시에 딱 그만큼 멀기도 하다. 성에 낀 유리창 너머 들여다보이는 오두막 내부 풍경은 결코 닿지 않듯이. 내쉬는 내 숨결에 성에만 더 짙어지듯이.
그러던 차에 또 한 번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번에는 <라스트 레터>다. 다시 한번, 편지의 마법에 걸리고 만다.
제목에서 예상되듯이 이 영화는 편지를 타고 흘러간다. 언니 미사키의 장례식을 마치고, 유리는 조카 아유미에게 편지봉투 하나를 건네받는다. 동창회 초대장이다. 언니의 부고를 알리려고 참석한 동창회 자리에서 동문들은 유리를 미사키로 착각한다. 그 시절 모두가 사랑했던 미사키, 오랫동안 보지 못한 미사키를 모두가 반가워한다. 유리는 차마 언니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곧 철거될 학교 건물 사진을 보고, 정리하다 발견했다는 테이프 속에서 졸업생 대표 인사를 읊는 미사키 목소리를 들으며 유리는 먼저 자리를 뜬다.
그런데 동창회 장소에서 누군가 유리를 따라 나온다. 유리가 좋아했던, 미사키를 좋아했던 쿄시로. 자신을 미사키로 알고 있을 쿄시로에게 유리는 편지를 한 장 남기고, 두 사람은 편지로 재회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편지 하나가 미사키의 딸 아유미에게 닿으면서, 이들 모두는 편지를 통해 지금은 죽고 없는 미사키를, 그리고 그 시절의 마음들을, 각자의 오늘을 훑기 시작한다.
잘못 전달된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시놉시스만 보아도 <러브레터> 냄새가 난다. 감독은 아예 이 영화가 <러브레터>의 쌍둥이 영화라고 직접 밝혔는데, 곳곳에서 데칼코마니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겨울 눈밭의 추도식으로 시작하는 <러브레터>와 빛 고운 여름날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라스트 레터>, 학교의 사진을 찍는 장면, <러브레터>의 이츠키처럼 <라스트 레터>의 유리도 도서관에서 일한다는 점 등등. 편지가 잘못 닿는 오래된 집의 분위기도 비슷하고, 교복 입은 회상 장면과 현재가 교차한다는 점도 겹친다.
<러브레터>뿐이 아니다. 소위 '화이트 이와이'로 대변되는 영화를 모조리 담은 종합 선물세트 느낌이다. <4월 이야기>에서 선배가 좋아 '사랑의 기적'을 만들었던, 배우 마츠 다카코가 유리 역을 맡았다. 도서관에서 일하며 선배를 좋아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얼굴에서, 서점을 서성이다 빨간 우산 아래 말갛게 웃던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유리의 딸 사야카와 미사키의 딸 아유미가 함께 있는 모습에서는 어쩐지 <하나와 앨리스> 느낌도 난다. 연락처를 주고받는 SNS는 <립반윙클의 신부>에서 사용된 가상 SNS 플래닛이다.
다만 <러브레터>에서 한 발짝 달라진 점은, 오타루까지 가서 이츠키를 만나지 못하고 뒤돌아섰던 히로코와 달리 쿄시로가 로드무비 느낌이 들 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모로 히로코와 다르다. 끝의 끝까지 사랑에 최선을 다했던 히로코와 달리, 미사키와의 관계에서 일찌감치 물러나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츠키의 기억을 편지로 받았다가 되돌려준 히로코와 달리, 그는 미사키의 기억을 아예 <미사키>라는 제목의 소설로 펴내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첫사랑에 매여있다는 점에서 남자 이츠키를 떠올리게도 한다. 어떻게 보면 남자 이츠키의 순정은 그의 죽음으로 박제되고 완성된 것이기도 하기에, 처음에는 쿄시로가 미사키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의구심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미사키> 이후 어떤 소설도 더 쓰지 못한 소설가라서 더욱 그랬다. 자신의 이야기를 위해 미사키를 찾는다면 그 또한 사랑일까? 더 이상 손 닿을 수 없는 사랑을 찾아다니는 그의 마음은 사랑일까 아니면 소재에 대한 집착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마음만큼이나 내 비뚜름한 시선도 흔들렸으나, 끝내 미사키의 영전에 선 그와 함께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25년이나 지난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면 믿겠느냐는 질문은 미사키가 아니라 관객에게 던진 것인지도 모른다. 순정이라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순정을 더 믿지 않게 될 뿐이다. 십대 때 이와이 슌지가 '영원한 십대들의 내부자'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고 십대들의 내부자가 아니게 되어버린 나는 이제 오랜 사랑 앞에 의구심부터 던진다. 하지만 그는 변치 않았다.
단순하지만 잔잔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피아노 선율에, 어쩐지 눈물 날 듯 아름다운 빛. 이전과 똑같은 도구들로 이와이 슌지는 순정을 말한다. 늘 그랬듯 마음을 선물처럼 곱게 담아 전한다. 마음을 담은 상자가 편지일 때도, SNS일 때도 있지만 도구가 어떻든 늘 순정을 간직한 채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상자의 모양이 바뀌어도, 그 안의 것들은 세파에 좀먹지 않고 아스라이 빛난다. 그래서 그의 편지에는 여전히 힘이 있다.
그의 순정에는 한 세월이 묻어 있다. 그의 영화 속 십대들이 애틋한 이유다. 지금 이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갛게 웃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아는 우리로서는 애틋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순간의 설렘, 사소한 일상 뒤에서도 삶과 죽음은 아른거리고 있다는 진실을, 우리가 모두 알고 있지만 잊고 사는 사실을 일깨우기에. 이런 점에서 <라스트 레터>는 분명 그의 전작들에서 직선으로 이어진 연장선이다.
그 연장선에서 뜻밖의 한 걸음을 내딛는다. 이후의 이와이 월드가 어떤 색깔로 펼쳐질지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러브레터>에서 이츠키/히로코와 아키바를 각각 맡았던 나카야마 미호와 토요카와 에츠시가 출연하는데, 한때 이야기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의 얼굴을 빌어서 하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잠시 눈을 의심해야 할 만큼 폭삭 늙은 토요카와 에츠시의 얼굴로, 조금은 지치고 피로한 나카야마 미호의 표정으로, 두 사람은 말한다. 이야기는 이야기고 현실은 현실임을. 인간은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피아노 선율과 고운 빛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먼 이야기를, 온갖 세파에 지치고 닳아버린 얼굴로 건넨다.
그래서 내게는 이 작품이 소위 '화이트 이와이'로 분류되던 영화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오래 전의 그들에게 인사를 건넬 기회를 준 느낌. 과거가 아닌 앞을 보고 나아가기 위해 가장 아름답게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하나하나 기억을 포개 놓은 느낌이다. 그렇게 그 자리를 떠나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느낌이다. 미사키의 기억을 되찾은 쿄시로에게, 비로소 엄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한 아유미에게, 그의 영화를 내내 돌아보며 살아온 관객인 내게도.
영화가 시키는 대로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지금은 잃어버린,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 소중한 사람들을 향한 기억을 고이 갈무리한다. 이제 그 자리를 과거에 내어주고 현실을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도록. 오랜 세월 꾹꾹 담아둔 향기로운 마음이라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순정을 누군가의 죽음으로 얼려 잡아두었다 해도, 그 마음은 오래된 편지처럼 접어두어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을 뚜벅뚜벅 살아가야 할 것이다. 잘 알고 있는데 여전히 그의 순정은 다정한 유리창처럼, 자꾸 돌아보고 싶게 만든다. 기억의 시공간은 돌아봐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지만, 또 계속 돌아볼 것이다. 아직은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슬프고 두렵지만은 않다. 사랑의 잔상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따뜻하게 불 밝힌 유리창으로 존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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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아주담담 & 짧은 영화, 긴 수다
아주담담 & 짧은 영화, 긴 수다는 다양한 작품과 게스트들이 하나의 주제 하에 모여 활발하게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10월 7일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 6층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진행된 한국 영화의 오늘 - 비전 2에 참여하여 영화를 더욱 깊이 들여보는 시간을 가졌다.
<홍이>, <파동>, <3학년 2학기>, 이 세 작품의 감독 황슬기, 이한주, 이란희, 배우 변중희, 박가영이 함께했다.
<홍이> 황슬기 감독, 변중희 배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개막한 10월 2일부터 계속 머물고 있다는 황슬기 감독은 틈틈이 영화도 챙겨보고 이번에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추천할만한작품으로는 박송열 감독의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를 추천했다.
영화를 소개하기를 홍이는 30대 후반 경제난에 시달리는 한 여자가 자신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요양원에 있는 엄마를 데려오면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이며,
제가 어떤 겪었던 경험담과 그런 걸 듣고 보고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쓰고 영화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황슬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홍이>. 이번 작품을 제작할 때를 되돌아보면 즐거운 순간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함께 만드는 영화를 함께 만드는 동료의 소중함을 정말 많이 느꼈다고 한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과거와는 달리 첫 장면을 찍으면서 스태프들이랑 얘기하고
각자가 일을 나누어서 더 얼마만큼 마음을 쓰고 신경을 쏟느냐를 같이 나누는 작업이 영화의 완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중희 배우는 홍이 엄마로서 딸이 듣는 엄마의 목소리 그리고 딸이 살짝 보는 엄마의 표정이 엄마의 다가 아니라는 것과
모성에 대한 것들을 표현하는 방법이 반어법적으로 나오는데, 그것을 중점적으로 보며 그 마음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황슬기 감독은 홍이에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미워할 수도 없고 더 사랑할 수도 없는 모습인데,
화학 작용을 내는 게 저 영화에 잘 담겼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10월 9일 10시에 마지막으로 상영하는데 그 모습들을 보러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파동> - 이한주 감독, 박가영 배우늘 배우로 영화제를 참가했던 이한주 감독이 <파동>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그의 첫 연출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물결 파에 겨울 동을 써 파동이라고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서울에서 철도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문영이라는 인물이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기억을 쫓아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상호라는 인물이 문영의 고향을 내려가게 되면서 두 가지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면서 조금씩 교집합을 만들어내고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파동>은 의도적으로 파편적이고 불친절하게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이러한 장르를 선호한다는 이한주 감독은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생각하며,이미지로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자신에게는 인상 깊었기에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으며 파동에서 그런 부분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전부터 이한주 감독과 여러 작품을 같이 했다는 박가영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에 대해서, 그리고 영화의 창작에 대해서 많은 소통을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같이 기획을 하는 과정에서 장편으로 써져 있는 글들이 자신이 좋아했던 어떤 시기를 구현할 수 있는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박가영 배우는 이 영화의 관람포인트로 풍경을 꼽았다. 전북 남원의 지리산 쪽에 있는 작은 동네에서 촬영을 했다는 <파동>.사라져가는 동네를 추억할 수 있고, 누군가들이 떠오를 수 있는 공간, 쓸쓸하지만 그럼에도 존경할 수 있는 것들,
그런 풍경들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한 흔적들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 그 풍경들을 인물이 나오지 않은 순간에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이한주 감독은 넓은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봐 달라 청했다.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복잡하고 힘든 영화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속 3명의 인물이 각자 다른 위치에서 개인적인 성장을 이룬다.
영화를 볼 때, 각기 다른 세 명의 인물들을 통해 개인의 어떤 시절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을 꼭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유이하 배우, 김성국 배우첫 장편 영화 <휴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이란희 감독은 두번째 장편영화 <3학년 2학기>로 다시 부산을 찾았다.늘 청소년 노동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란희 감독은 뉴스에 현장 실습생들 사고 소식을 듣게 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연히 첫번째 장편 영화 <휴가>를 통해 만난 현장 실습 하다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부모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두번째 장편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김성국 배우는 <3학년 2학기>는 실습생들의 성장과정을 많이 보여주는 영화라고 한다.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행동하는 부분이 재미있는 관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유이하 배우는 결말을 다 알면서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보며 "한 번만" "한 번만" 하며 응원하게 되는데, 자신과 같은 지점에서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이 했던 말들을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란희 감독은 현장 실습생 사고 소식은 보통 뉴스로 접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실습을 같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직업계 고등학생들에 대해 글자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학생들로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
[상영시간표]
<홍이>
10/6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7 10: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10/9 10:0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파동>
10/6 12: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7 09: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8 15: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3학년 2학기>
10/6 16: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8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9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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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광주 민주화운동]택시운전사와 화려한휴가/5.18 영화이야기/ 5.18 40주년
#화려한휴가#택시운전사#518광주민주화운동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여 영화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1.25배속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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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가수:서영은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oWj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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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상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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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 티저 예고편
2023년 5월, 가디언즈를 마주할 시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