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0 00:19:08
데미 무어의 멋진 변신, 지.아이.제인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무언가.
여자 군인이 들어온다는 소리에 군대가 뒤집어집니다.
우리가 보호해야할 대상은 아니지?라고 하며 수근수근 거리죠.
제인이 군대에 들어오고 휘파람 세례를 듬뿍 듬뿍 끼얹고 제인은 그런 분위기에 익숙한듯 훈련에 돌입합니다.
나는 자기 연민에 빠진 들짐승은 보지 못했다.
얼어죽은 새조차도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
극한 훈련이 시작되고 낙오자들이 발생하는데요.
몇배로 노력한 제인은 극한 훈련에서 살아남았기에 언론은 난리가 났죠.
그런 시선에도 개의치 않은 제인은 훈련에 더 집중하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자신을 가로막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몸을 바쳐서 올려줬는데 그 손을 뻗지 않아 힘겹게 올라오면서 제인은 기록을 넘겨버립니다.
제인을 방해했던 그 군인, 조교는 항상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했죠.
"자네가 배워야할 단어가 있다. 그 단어는 '전우'다." 라고 참교육 시전!
다른 군인들과 같은 곳에서 자고 동등해지기 위해 특혜를 거부하는 제인은 머리까지 깎으며 군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전술, 리더십, 영리함 그 모든게 완벽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주변의 거슬린 시선을 온전히 받아야만 했습니다.
제인은 모두의 타겟이었죠.
제인에게 말을 걸었던 그 정치인도, 그 상대편도,
능력을 보여주어도 한계에 막히길 바라며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시대의 한계는 한계를 보여줍니다.
시대에 인정받는 것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오기와 열정을 통해 점점 성장해가는 제인.
"너와 함께라면 언제라도 참전하겠어"
"Welcome abroad men"
그들과 같아지기 위해서 몇10배를 노력해 자신을 인정받은 지.아이.제인. 이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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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자 씨가 합당한 보상을 받는 사회를 꿈꾸며
꿈이야 생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기도 어느 곳에 사는 덕희(라미란)이다. 어느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덕희. 덕희에게 돈이 필요하다. 이유는 얼마 전에 덕희가 보이스피싱을 당했기 때문이다. 3200만 원을 잃은 덕희. 아이들이 묵을 곳이 없어 엄마 덕희는 미안한 맘뿐이다. 마음고생이 심한 덕희. 은행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실신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속에 들끓는 화를 잠재우기란 어려웠다. 위기에 처한 덕희. 그 와중에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다. 김성자 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보이스피싱 사기를 직접 친 사기꾼이다. 받은 전화에서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린다. "저, 저번에 통화했던 손 대리(공명)입니다. 내가 아는 거 다 말할게요. 그냥 신고만 해주세요. 제보할 것이 있어요."
이거 왜 진짜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겪은 일이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된 것이다. 보통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 때 지켜야 할 것들이 몇 있다. 바로 연출로 어디까지 공격하고 누구를 지켜줄 것인가? 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는 후자 ‘지켜줄 것’에 대한 부분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 영화가 정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후반부에 있다. 여기까지 가는 과정을 주인공 덕희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냈기 때문에 실화를 가져온 이유가 나름 충족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 공격할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영화가 실화 전부를 담지 못한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영화 엔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 쓸 수는 없겠으나,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이라면 거의 다 예상할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이 김성자 씨는 이 일을 해결한 후에 경찰 측에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범인은 포스터와 제목
이 영화 <시민 덕희>를 보고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장르적으로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범죄물로서 재미있을만한 요소는 잘 갖춘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범죄물로 재미있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무시무시한 빌런, 선한 주인공, 유쾌한 조연들(사이드킥), 개성 넘치는 캐릭터부터 간단한 플롯까지 <시민 덕희>에는 다 있다. 이런 것들이 그냥 소소한 성취 같아 보이지만 좋은 선택이었다. 이 영화의 기획의도가 뭘까?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그중 하나가 이 실화에 대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잔인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이야기가 어렵다거나 하는 영화였다면 관객들이 극장에서 이 작품을 고르지 않을 것이다. 일단 재미있을만한 건 다 갖춰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당연지사다. 이 <시민 덕희>는 이런 점에서 영리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영리한 영화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극 중 한 명의 캐릭터 때문이다. 이 캐릭터는 사실 첫 등장만 보면 이 작품과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소재가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인물은 캐릭터가 하는 어떤 행동처럼 계속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존재감은 범죄/수사물의 클리셰를 본작이 비튼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실 글쓴이는 보면서 놀랐다. 이 인물이 궤도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시작해 어디에 도착하는지를 잘 맞춰놓은 것이 기능적이지도, 줄거리에서 무의미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전형적인 캐릭터가 등장한 탓에 이 인물의 끝마무리가 살짝 모호한 감이 있긴 하지만 흐름을 깨는 정도는 아니다.
상남자식 연기법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라미란 배우의 연기에서 엄청난 박력이 느껴졌다. 라미란 배우는 장면마다 힘을 주고 풀면서 영화를 끌고 간다. 가령 라미란 배우가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영화는 이 장면마다 중심을 쾅 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실 이 장면이 오기까지 플롯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 에피소드 자체는 100% 실화가 아니기 때문에, 허구의 무언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몇 배우는 뛰어난 감정연기로 서사에 생긴 구멍을 메꾸기도 하는데, 이 <시민 덕희>의 라미란 배우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런 감정연기는 영화 중반부-중후반부에서는 잠잠해진다. 왜? 공간을 바꾸고 난 다음 덕희의 연기는 받아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야 이 환경에서는 이무생 배우의 악랄한 빌런 연기, 손대리의 서사, 장윤주-염혜란 배우의 코미디가 두드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를 앞두고 자기가 전면에 굳이 안 나서도 되는 걸 잘 아는 듯이 라미란 배우는 튀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두 격차는 주인공 덕희가 가진 소시민적인 특징과 함께 영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었다. 보통 이런 류의 실화 바탕 영화/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강단이 센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몇 있는데 이런 류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있을 법한 좋은 퍼포먼스였다.
최소한만 유지하고
좋은 점도 많은 <시민 덕희>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완벽하게 매끄럽지는 않았다. 사실 편의적으로 전개하는 감이 어느 정도는 있다. 가령 영화에 등장하는 두 번의 위기가 그렇다. 첫 번째 위기는 주인공 덕희에게 일어난다. 이런 류의 일이 주인공에게 일어난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이 사건을 삽입하고 싶었더라면 전후 조짐에 대해 살짝만 더 들어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쓴이는 이 두 인물의 퇴장이 밀린 방학숙제하듯 구석으로 밀어 넣기 위해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이는 이 주인공이 공간을 바꾸고 나서 어떤 행보를 보여주는가? 와도 관련이 있다. 이곳이 유럽만큼 경비가 그렇게 많이 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글쓴이는 손 대리 캐릭터에서 현실감도 있었지만 반대로 큰 허점도 느껴졌다. 손 대리 자체가 허술하다. 가령 덕희와 통화하는 처음과 두 번째 장면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 사람의 서사도 빈약하다. 왜? 와 어떻게? 가 없이 그냥 결과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현실적으로 잘 설정됐으면 이야기가 더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도 역시 평범한 사람이고 어느 관점에서는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억척스러운 캐릭터들
이 영화에서 느껴진 두 번째 단점은 인물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글쓴이가 ‘나만 이런가’ 싶어서 몇 후기를 찾아봤는데 많은 분들이 특정 배우의 연기에 대해 코멘트를 했다. 글쓴이는 이 배우 말고 극 중 대다수의 캐릭터에게 느꼈다. 특히 염혜란 배우와 안은진 배우 캐릭터에서 강했다. 염혜란 배우 연기 잘한다. 안은진 배우도 연기 잘한다. 하지만 둘은 전혀 친해 보이지 않는다. 좀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글쓴이는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감정이입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시각적으로도 염혜란 배우가 47세고 안은진 배우가 32세라서 15살의 터울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각본과 연출이 이 둘의 관계를 돈독하게 보이지 못한 것 같다. 장윤주 배우가 맡은 역할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느닷없이 기뻐하고 있다. 이런 각자 자기 색이 강한 영화의 재료들이 적지 않게 보이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이 덜컹거린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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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룰라
탈룰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섬세하고 짜임새 있으며 대화의 중심이 남성이 아닌, 여성의 시각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여성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관객은 이 영화가 해피엔딩일 거라고 어느 정도 알고 본다. 최소한 싸이코, 스릴러, 범죄, 호러 영화는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낡은 밴을 끌고 다니며 전국을 떠도는 젊은 연인 루(탈룰라)와 니코는 소소한 도둑질도 하고, 마음 내키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떠돈다. 그렇게 약 2년을 떠돌다보니 니코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루에게 함께 자기 집으로 가자고, 결혼도 하고, 취업도 하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자고 말한다.
하지만 루는 한심하다는 듯 니코를 바라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얼마나 좋은데, 그런 미친 짓을 하느냐며 타박한다. 밴을 끌고 전국을 다니며 사는 것이 자유롭게 보이고, 니코가 훔쳐온 엄마의 신용카드로 기본 생활은 영위하고 있으니, 이들이 밥을 굶는 경우는 없었고,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며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니코는 뉴욕에서 루를 만나 불쑥 집을 떠난 것처럼,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생겼고, 루가 꿈에서 무중력 상태에 있다가 놀라서 깨던 날, 니코는 말 없이 루를 떠나 집으로 돌아간다.
혼자 남게 된 루는 낡은 밴을 몰아 니코의 집이자 니코의 부모가 살고 있는 뉴욕으로 간다. 가장 먼저 니코의 엄마 마고를 만나지만, 마고는 루를 의심한다. 마고도 남편과 이혼 수속 중이어서 마음이 복잡하다. 루는 거리를 떠돌다 호텔에 몰래 들어가 객실 문앞에 놓인 음식 찌꺼기를 훔쳐 먹다 한 여성에게 들킨다. 이 여성, 캐롤린은 루를 호텔 직원으로 착각하고, 외출할테니 아기를 봐달라며 팁을 100달러나 준다. 캐롤린은 아기가 싫고, 아기를 보는 것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고 불평을 털어 놓는다.
그렇게 하룻밤 아기를 봐주고, 새벽에 돌아온 캐롤린은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잠을 자고, 아침에 호텔을 나가려는 루는 아기가 너무 애처럽게 울어 하는 수 없이 아기를 데리고 나온다. 루는 아기를 데리고 다시 마고의 집으로 가고, 아기를 니코의 아이라고 거짓말한다. 마고는 어쩔 수 없이 아기와 루를 집으로 들이고, 세 사람은 함께 생활한다.
잠에서 깬 캐롤린은 아기와 루가 사라진 것을 보고, 루가 아기를 납치했다고 생각하고, 호텔과 경찰에 알린다. 경찰이 등장하고, 이제 아기 납치 사건이 된 상황에서 캐롤린은 이 일이 너무 크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호텔 직원의 제보로 언론에 보도되고, TV 뉴스에도 아기 납치 사건이 보도된다.
캐롤린은 부자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아기를 낳으면 남편의 관심을 받을까 생각해 임신, 출산의 과정을 겪지만, 아이에게 모성애를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처량하다. 아기는 보모가 대신 키워주고 있었다.
마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루와 아기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루는 아파트 앞에서 레모네이드 장사를 해 돈도 조금 번다. 하지만 마고는 이런 루의 모습이 마땅치 않다. 마고는 지식인이고, 살면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는 중산층 엘리트로, 자존심과 자부심이 강한 여성이다. 마고는 거의 웃지 않으며, 모든 사람에게 차갑고 쌀쌀 맞게 대한다. 그렇다고 그의 내면까지 나쁜 인성의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마고는 자기를 잘 도와주고, 볼 때마다 친절하게 대하는 아파트 수위 마누엘에게 호감을 갖고, 마누엘을 집으로 초대해 와인을 마시자고 제안한다. 물론, 이때 마고는 남편과의 이혼 스트레스, 게이로 커밍아웃한 남편에 대한 복수심 같은 것들이 있었겠지만, 마누엘에게 호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마고의 남편이자 니코의 아빠인 스티븐이 마고와 루를 초대해 점심을 같이 먹는다. 스티븐은 몇 년 전에 커밍아웃을 했고, 다른 게이와 함께 살고 있다. 이 게이 커플은 아이를 입양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캄보디아의 고아를 입양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한다. 캄보디아는 돈만 주면 쉽게 아이를 입양할 수 있으며, 심지어 고아가 아닌 아이도 입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고는 스티븐에게 거의 20년 동안이나 자기를 속였다고 비난한다. 즉, 성정체성이 다른 것을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와 결혼했으며, 결혼 기간 내내 자신(스티븐)의 성정체성을 고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마고의 비난에 스티븐은, 자기가 게이라는 걸 마고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반박한다. 20년 전, 마고는 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 있었고, 스티븐은 돈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고 역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자기의 삶 - 학문 - 에 충실하다보니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고 후회한다.
이쯤에서, 관객은 루와 니코가 왜 집을 뛰쳐나와 집시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철없는 어린 집시인줄 알았던 두 사람에게 깊고 큰 마음의 상처가 있었고, 그것은 모두 부모로 인해 생긴 것임을 알게 된다.
니코는 아버지가 게이라고 커밍아웃하는 걸 보면서 크게 충격 받았을 것이고, 오랜 동안 엄마와 아버지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냉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서적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루 역시 어렸을 때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도망갔다는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늘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마음에 남아 있다. 이 두 청년이 그나마 잘 견디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건, 이들이 마약을 하거나, 마약중독자가 아니라는 것, 니코의 경우 언제든 돌아갈 집(엄마)이 있다는 것이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었기에 범죄자나 마약중독자가 되지 않았다고 보여지고, 그보다 더 직접적 원인으로는 이 청년들이 아직은 순수함을 지닌 사람이라는 점이다.
캐롤린은 호텔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택시에서 우연히 거리에 있는 루와 아기, 마고를 발견한다. 막 지하철을 타려는 그들을 쫓아가지만 놓치고, 집에 돌아온 캐롤린은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과 경찰, 아동보호국 직원 앞에서 남편의 비난을 들으며 괴로워한다.
캐롤린이 본 장면을 통해 정보를 얻은 경찰은 곧바로 루와 아기를 추적하고, 이때 마침 경찰에게 신원을 알 수 없는, 그러나 관객은 다 아는, 제보가 들어온다.
루는 아기와 둘이 처음 니코를 만났던 뉴욕의 부둣가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그때 니코가 다가왔고, 두 사람은 아기를 안고 병원으로 간다. 아기가 아프다고 생각한 루는 병원에서 아기를 치료하려 하지만, 의료보험도 없고, 신원도 명확하지 않아 치료를 거부당하는데, 마고의 집으로 갔던 경찰은 루와 아기가 병원에 있다는 정보를 듣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마고와 캐롤린은 영화 거의 마지막에 만난다. 마고의 주방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캐롤린은 자기가 얼마나 형편 없는 여자인지,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한 엄마인지 처음 본 마고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아기를 낳고도 남편이 자기에게 관심을 두지 않자, 아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아기가 미웠다고 말한다.
마고는 캐롤린의 처지를 충분히 공감하면서, 자기도 아들 니코가 아기였을 때를 떠올리며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마고가 임신한 것은 대학원 때, 박사 논문을 쓰던 당시였고, 마고는 모성애를 느낄 여유도 없이 출산하고, 논문에 매달려야 했다. 그 와중에 아이와 충분한 교감을 나누지 못했고, 아이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키웠다.
병원에 있던 아기와 루와 니코는 달려온 경찰에 체포되고, 아기는 캐롤린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제 캐롤린은 아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기가 아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는다. 그렇게 루는 경찰에 체포당하고, 마고는 걱정말라고 다독인다. 루는 경찰차에 실려가면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뿌듯한 기쁨을 느끼며 혼자 슬며시 웃는다. 루는 자기가 세상에 혼자 버려진 외로운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마고 역시, 혼자 공원을 산책하다 문득 중력이 사라지며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본능적으로 나뭇가지를 붙잡는다.
마고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다시 지상(과거의 현실)으로 내려올 것인가, 아니면 나뭇가지를 놓고 중력이 없는-새로운 세상-삶을 살아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느낀다.
영화는 여성의 시각, 여성의 입장에서 모성애, 부부 관계,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들여다 본다. 여성은 무조건 모성애를 가져야 하고, 모성애를 느끼지 못하거나, 모성애가 없으면 비난받아야 하는가. 캐롤린의 경우, 남자(남편)에게 종속된 수동적 삶을 살아간다. 남편에게 관심을 끌어야 하고, 성적 매력을 잃지 않도록 외모를 꾸며야 하고,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자기가 낳았지만, 아기는 보모가 키우고, 자기는 그 시간에 몸매 관리, 피부 관리를 해야 하고, 남편에게 잘 보이는 것이 지상 목표가 되어 살아왔다. 그럼에도 남편은 자기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아기의 육아에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으며, 아이를 돌보지 않는다고 아내 캐롤린을 비난한다.
대부분의 남성(남편)이 비슷하다. 육아는 아내(여성)가 전적으로 하는 것이며, 남편이 조금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꽤 가정적인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캐롤린은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었지만, 자기가 산후우울증을 겪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출산과 육아에 무지하다. 산후우울증이 심하면 산모는 아기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캐롤린이 삶의 의미, 자기 존재의 가치를 남편의 사랑에 두었다면, 마고는 자기의 학문적 성취에 두었다. 둘은 형식적으로는 다르지만, 본질에서는 같다. 즉,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와 정서적 결합을 해야 할 시기에 아이보다 자기의 욕망에 더 충실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건 자신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정서적 방임이자 아동학대다.
여기에 남성(남편)이 육아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것도 정서적 방임과 아동학대의 책임을 물어야 하며, 마고의 남편은 게이로 커밍아웃하면서 자기의 성정체성, 자기의 삶을 당당하게 드러내지만, 정작 아내 마고와 아들 니코의 삶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성소수자는 항상 사회적으로 약자이므로 보호받아야 하는가의 딜레마가 있다. 니코의 아빠는 마고와 니코에게는 약자가 아닌, 강자로 군림하는 존재다. 그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고, 남성이며, 사회적 기득권에 속하는 백인이다. 그가 단지 게이라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인 마고와 소년인 니코보다 더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루, 마고, 캐롤린은 여성이라는 존재만으로 이미 사회적 약자다. 감독은 세 명의 여성을 각각 사회적 범주의 대표적 캐릭터로 설정한다. 루는 부모의 학대와 방임 속에서 버림받은 여성으로, 마고는 지식인이고 지성인이지만 남성권력 -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 사회 -의 사회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여성으로, 캐롤린은 미인이어서 남성에게 인기가 많지만, 돈 많은 남성과 결혼해 남성(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종속된 삶을 살아가는 여성을 대표한다.
이들은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대로 억압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자각을 하게 된다. 그 시도는 성공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성이 현재의 사회 구조인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늘 소수자, 약자로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생기고, 그런 여성들이 연대해 사회의 조직으로 발전하고, 힘을 갖게 된다면, 여성의 삶은 물론, 모든 인간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세 명의 여성이 지향하는 삶을 중심으로 보여주었다면, 여성과 가족이라는 두번째 주제도 눈여겨 볼 내용이다. 영화에서 '정상적인 가족'은 없다. 여기서 '정상'이라는 말은, 기존의 사회질서,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말하고, 교육하는 '가족'의 의미를 뜻한다. 즉, 이성애를 가진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족 단위를 말한다.
루는 어려서 가족이 해체되었고, 엄마가 자기를 버렸으며,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진 경험이 없다. 그래서 니코가 '정상적인 삶'을 살자고, 결혼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했을 때, 진심으로 짜증을 낸다. 루에게 가족은 트라우마다. 자기가 아이 때 버림받은 것처럼, 자기가 가정을 꾸리고, 가족이 생기면, 또 그런 일이 발생할 것 같은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다.
마고에게 가족은 불행하다. 남편은 커밍아웃하고 떠나가고, 아들 역시 갑자기 집을 나갔다. 그는 이혼하자는 남편의 요구에 몇년째 합의하지 않고 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캐롤린은 다른 사람이 보면 행복한 가족이었지만, 그는 자존심도, 자기애도 없어서 한 가족을 이끄는 '엄마'의 역할을 알아서 포기한다. 즉, 결혼해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지만, 그의 정신적 단계는 아직 어리고 미숙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마고는 루가 아이를 데리고 오자, 그렇게 함께 살면서 한 가족을 이루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루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마고는 루와 아이를 사랑한다. 루는 돌발적으로 캐롤린의 아이를 호텔에서 데리고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가 아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기를 키우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일인지 깨닫는다. 루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임신, 출산도 하지 않았지만, 아기를 키우는 마음은 진짜 엄마만큼이나 애틋하다.
캐롤린은 아이를 잃어버리고 나서부터 진짜 엄마가 된다. 그는 남편에게 버림받을 걸 알고 있지만, 그런 결말과 관계 없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모성이 살아나고, 자신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남편에게 이혼당하면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오히려 독립적이고 자존감 있는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세 명의 여성은 아기를 중심으로 만나게 되었고, 어쩌면 이들은 세 명의 엄마와 한 아기가 가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가족의 형태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마고의 남편이 다른 게이를 만나 가족을 이루고, 가정을 꾸린 것처럼, 인간 집단의 최소 단위인 가족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를 띄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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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의 상영작 <둠둠>의 개봉부터
1984년을 시작으로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래곤볼 시리즈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의 개봉까지!
그럼 9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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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0분
감독: 코다마 테츠로
출연: 노자와 마사코, 후루카와 토시오 등
개봉: 2022.09.14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레드리본군은 손오공의 손에 절멸했다.
그러나 레드리본군의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받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궁극의 인조인간 ‘감마1’과 ‘감마2’를 만들었다.
이들 두 인조인간은 자신을 ‘슈퍼 히어로즈’라 부른다.
이들이 피콜로와 손오반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1984년 만화책으로 선보인 후 수많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인기를 끈 드래곤볼.
지난달 19일 북미에서 개봉과 동시에 <불릿 트레인>과 <탑건: 매버릭>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영화이다.
9명의 번역가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 프랑스 | 105분
감독: 레지스 로인사드
출연: 올가 쿠릴렌코, 알렉스 로더 등
개봉: 2022.09.14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화제의 베스트셀러 ‘디덜러스‘.
이 책의 마지막 장 출판을 위해 9개국의 번역가들이 고용된다.
결말 유출을 막기 위해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지하 밀실에서 작업을 시작한 그들.
하지만 곧 첫 10페이지가 인터넷에 공개된다.
그리고 편집장 ‘에릭’에게 도착한 한 통의 메시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음 100페이지를 공개하겠다.”
‘에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범인을 찾으려 하고,
번역가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번역가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프랑스어부터 그리스어, 러시아어, 이탈리어 등 10개의 언어를
한 영화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로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오! 마이 고스트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한국 | 98분
감독: 홍태선
출연: 정진운, 안서현, 이주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귀신 보는 것이 유일한 스펙인 신입 FD ‘태민’(정진운)은
어렵게 취업한 스튜디오에서 야간 순찰을 돌던 중
갈 곳 없는 붙박이 귀신 ‘콩이’(안서현)를 만나게 된다.
눈만 마주쳤다 하면 티격태격하던 일상 속 어느 날,
이들의 유일한 일자리이자 잠자리인 스튜디오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관전 포인트
인간과 귀신의 팀플레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설정이 매력인 영화이다.
정진운 배우의 제대 후 첫 작품이며, <옥자>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안서현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87분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등
개봉: 2022.09.15
배급: BoXoo엔터테인먼트
줄거리
꺽쇠 까마귀가 일러준 다음 임무지는 남남동.
임무로 향하는 도중 탄지로는 최종 선별에서 만난 동기 검사인 아가츠마 젠이츠를 우연히 만난다.
젠이츠의 소극적인 태도에 애를 태우면서, 탄지로는 산의 오지에 있는 저택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장구로 저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혈귀의 모습이 보이고,
심지어 멧돼지 얼굴의 기괴한 남자가 나타나는데…관전 포인트
지난 달에 개봉했던 <귀멸의 칼날: 아사쿠사 편>의 후속편인 작품이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은 '귀살대' 대표 3인방이 처음으로 결성하는 순간이 나오기에
더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홈리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83분
감독: 임승현
출연: 전봉석, 박정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이사를 앞둔 어린 부부 ‘한결’과 ‘고운’,
하지만 설렘도 잠시, 보증금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된다.
갈 곳이 없어 막막해진 ‘한결’은 ‘고운’을 데리고 어떤 집으로 향한다.관전 포인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CGV 아트 하우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청년 빈곤, 주거 문제, ,노인 고독사 등 사회 이슈를 흡입력 있게 다루었다.
둠둠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1분
감독: 정원희
출연: 김용지, 윤유선, 박종환 등
개봉: 2022.09.15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전부였던 음악을 놓아버린 DJ 이나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온 비트에 디제잉을 다시 하기로 결심하고
베를린에 갈 수 있는 오디션에 참가하는데...관전 포인트
세계 영화제를 휩쓴 단편 <벨빌> 정원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지 못한 일렉트로닉 음악, 디제잉을 소재로 다루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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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여, 영원하라"
영화 <화이트 버드>는 "인류여, 영원하라"라는 문장을 반복해서 말한다. 자연스레 이 문장이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영화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영화 <원더>의 스핀오프작이다. 신선하게 다가 온 점은 <원더>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인간애와 연대를 이야기한다. <원더> 속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던 '줄리안'의 이야기라고 예상했지만, 영화는 그의 할머니 '사라'의 과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의 따뜻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선한 행동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영화의 구조는 마치 탈무드의 한 장면처럼 교훈적이며 감동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섬세한 연출이 더해져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되었다.
영화는 현대의 '줄리안'과 그의 할머니 '사라'의 대화로 시작된다. 줄리안은 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지만, 그곳에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는 자신이 '소외된 무리'에도 속하지 않고, 전 학교에서 처럼 남을 괴롭히지도 않으며 그저 평범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이를 들은 사라는, "친구를 괴롭히고 얻은 교훈이 고작 그것 밖에 되지 않았냐"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사라’의 인생담을 통해 ‘줄리안’을 변화시킨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다. 사라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으며 숨어 지내야 했다. 그런 그녀를 도운 사람은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소년 '줄리엔'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받았지만, 함께하면서 점차 강한 유대감을 형성해 나간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전쟁 영화가 흔히 보여주는 전투 장면이나 처절한 생존 투쟁보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위해 보여주는 용기와 연대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인간애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는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시대에서도 희망과 사랑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그것이 바로 인류가 지켜야 할 가치임을 강조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매우 뚜렷한 선과 악의 구도로 나뉜다. 악한 인물들은 한없이 냉혹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반면, 선한 인물들은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며, 인간애의 가치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도는 다소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려했을 때 오히려 효과적이다. 선과 악을 극명하게 구분함으로써, 우리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연대와 사랑의 힘'을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악을 행하는 이들은 공포와 이기심 속에서 자신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하고, 선한 이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선택을 한다. 이 대조를 통해 영화는 '인류가 진정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증오가 아니라 사랑과 공감'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사라’와 ‘줄리엔’의 관계 변화이다. ‘사라’는 처음에는 ‘줄리엔'을 장애가 있는 친구 정도로만 생각했다. 점차 그가 자신을 보호하고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소소한 순간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줄리엔’이 ‘사라’를 웃게 해주려 노력하는 모습,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보호하려는 장면들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들의 관계는 영화가 강조하는 '연대'의 가장 아름다운 예시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차별과 증오가 만연한 세상에서도 인간애가 어떻게 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타인을 위해 희생했고, 그 작은 선의가 다른 사람의 삶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세대를 거쳐 전달되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인류여, 영원하라'라는 마지막 메시지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가치이다. 세상이 아무리 차갑고 잔혹하더라도,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는다면 인류는 영원할 것이다.
씨네랩을 통해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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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스릴러를 펀하게. [넷플릭스]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이 후기에는 결말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합법적인 약을 마약처럼 활용하는 주인공 애나는 독특하고 처절한 방식으로 딸을 잃은 여자다. 부모님의 직업을 참관하는 미국의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그녀의 딸은 FBI 프로파일러인 아버지의 일터에 방문한다. 그 방문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연쇄 살인마를 인터뷰하는데 딸을 데리고 간 것? 어쩌다 우연히 불운하게 딸과 연쇄 살인마가 한 공간에 갇히게 된 것? 하필 부모님 직장에 방문해야 하는 날이 연쇄 살인마를 인터뷰하는 날이었던 것? 핑계 댈 곳은 많지만, 주인공 애나는 딸을 잃은 슬픔을 그 누구에게도 전가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하고, 슬퍼한다.
그래서였을까? 딸을 보냈던 그날, 내렸던 비에 트라우마가 생긴 애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밖으로 한 발도 딛지 못한다. 혹시 비를 맞게 되면 기절하기 일수. 그녀가 삶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술과 약. 그리고 술과 약을 섞어 먹으며 딸의 환영을 보는 일.
그런 그녀를 견디지 못한 남편은 떠나고, 그의 슬픔을 동정하던 이웃들도 그녀의 파괴적인 행동에 동정 대신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애나의 앞집에 어린 여자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가 이사를 온다. 늘 자신을 돌보지 않던 애나는 앞집의 소녀를 보며 자신의 딸을 떠올리고 손놓았던 그림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앞집의 소녀에게 반한 애나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와 썸을 탄다고 느끼는 순간, 남자의 여자친구가 나타나고 애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남자의 애인은 될 수 없지만, 자신의 딸을 닮은 당돌한 소녀와는 잘 지내고 싶었던 애나. 소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자 하지만, 남자의 애인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틈틈이 소녀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애나는 소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막 전학 온 소녀를 위해서 쿠키를 사주는 일처럼 소녀에게 도움이 되는 일. 그런데 이 과정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소녀는 어딘지 모르게 어른스럽다. 특히 애나와 함께 이웃 여자를 험담하는 장면은 어린아이라기엔 묘하게 이질적으로 보였다. 소녀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둘이 살아서 성숙한 걸까라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하지만 곧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라는 제목을 떠올리며, 이 아이는 곧 모두의 뒤통수를 치겠구나 싶은 깊은 의심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이 드라마는 불안정한 정신의 애나의 시선을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평온한 일상도 불안하게 보여준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극의 진행. 그리고 그 예상처럼 애나는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술을 마신 상태에서. 그동안 이웃의 신임을 잃었던 애나의 말은 아무도 믿어 주지 않고, 살인을 당했다고 추정되는 사람은 여전히 문자로 연락이 된다. 애나 역시 자기 자신을 의심할 정도.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도 애나가 술을 마시고 환각을 자주 보기 때문에 헛것을 본 건 아닐지 같이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애나의 의심은 사실이었고,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나타나게 된다.
아내의 죽음으로 수사를 받은 소녀의 아버지. 애나의 집 앞에서 몇 주가 지나도록 우체통을 고치고 있는 수상한 남자. 살해당한 여자의 숨겨진 애인이자 사업 파트너(사기). 그리고 술에 취하면 필름이 끊기는 애나 자신까지.
치밀하진 않지만, 인과관계는 확실하게 짜인 판의 범인은 애나였다. 애나가 아무리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없고,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사람들은 애나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애나는 전화로만 상담하는 상담사가 있었는데, 그는 스스로를 의심하는 애나에게 당신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말해준다. 그의 말처럼 애나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애나가 또다시 앞집의 살인을 의심하게 된 날. 비 내리는 길로 뛰어든 애나는 소녀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기어서 앞집으로 향한다. 자신의 딸은 잃었지만, 앞집의 소녀만은 잃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가 목격하게 된 것은 자신이 지키려 했던 소녀의 민낯. 아버지를 죽이고, 우편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남자 역시 찌르고, 애나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 시도하는 소녀. 애나는 죽을힘을 다해서 소녀에게 대항하지만, 과할 정도로 소녀는 힘이 셌다.
사실 이 작품을 특별한 해석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극의 종반부에 닿으면 친절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준다. 소녀가 자신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의 애인과 아버지까지 살해한 과정. 모든 죄를 애나에게 덮어 씌우려고 한 상황까지 모두 알려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식상하지 않았던 이유는 30분 단위로 끊어지는 회차의 빠른 진행과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있었다. 특히 보통은 아이를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결말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수사물이나 스릴러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제목 때문에 소녀를 바로 의심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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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하인츠 에미히홀츠 드로잉전: 기울어진 비전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과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공동 주최하는 '기울어진 비전'은 독일의 다큐멘터리 감독 하인츠 에미히홀츠의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해당 전시는 크게 두 가지 갈래를 가진다. 하나는 하인츠 에이미홀츠의 꿈에 기반하여 무의식을 기록한 드로잉 시리즈로, 2차원으로 존재하는 꿈의 이미지를 3차원적 형식으로 부피감 있게 전시한 콘텐츠이다. 다른하나는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그가 작성한 공책과 스케치북, 길가의 나무 등이 비추어진다. 이는 자연에 의한 건축물을 해체를 기록하고 있으며, 다양한 텍스트와 콜라주를 통해 예술가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기울어진 비전>은 영화와 드로잉의 관계성을 가지는 작품들을 위주로 추린 드로잉을 전시한다. 평면적인꿈의 이미지는 전시장 내에서 이리저리 꼬여 입체감을 가지는 3차원적 형태를 가지게 된다. 관람객은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하는 드로잉 배치 형상을 통해 운동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미지의 재현은 관람객의 관람 속도와 거리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해당 전시의 드로잉은 보는 이의 주관적 경험과 판단에 기반한다. 추상적이고 단편적인 장면들의 해석은 관객의 상상에 기댄다. 감독이 일방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주체가 되어 사유할 수 있도록 능동성을 부여함으로써 해당 전시는 관객의 위치를 보다 동등하게 상승시킨다. 영화 연출 기법에서 불연속편집을 통해 흔히 의도되는 ’낯설게 하기‘ 가 전시에 적용된 셈이다.
하인츠 에이미홀츠 감독은 도전적인 전시 행태를 통해 관람객이 ‘기울어진’ 시선으로 새롭게 대상을 바라볼것을 의도하고 있다.
<전시 정보>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 2024. 9. 26. (목) ~ 10. 2. (수) 10:00 ~ 18:00
도슨트 : 14시, 16시(약 15-20분 소요 * 9.29~30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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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메인 예고편
“늦었지만 이제는 해야할 일을 하려고 합니다”
반성 없는 세상을 향해, 그의 복수가 시작된다!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오채근’(안성기)은
소중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광주 출신의 ‘진희’(윤유선)를 만나며 더욱 결심을 굳히게 된 그는
당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기준’(박근형)에게 접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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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파이럴> 티저 예고편
경찰서로 배달된 의문의 소포
그리고 시작된 경찰 연쇄살인
또 다른 살인이 시작되기 전 단서를 찾고 사건을 해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