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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몽실2021-12-22 12:43:09

Deserter Pursuit

넷플릭스

 D.P를 보게 된 이유는 단 하나 구교환 배우였다.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는 배우 겸 감독으로 알고 있었는데 2020년 연상호 감독의 <반도>로 상업영화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반도>를 시작으로 <킹덤:아신전>, <모가디슈>에도 출연했는데 항상 무언가 아쉬웠다. 아니 신경 쓰였다는 표현이 더 맞다. 나만 느끼는 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자꾸 신경 쓰이는 남자 - 구교환"이라는 글도 봤다. 더 엄청난 매력과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자꾸 입맛만 다시게 했다. <모가디슈>를 본 이유도 구교환 배우였는데 다 보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화도 났다. "아 쫌만 더 나오게 해 주지!" <킹덤:아신전>은 더욱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 넷플릭스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잔뜩 했다. 예고편을 보니 내가 처음 구교환 배우가 나오는 영화 <4학년 보경이>를 봤을 때 느꼈던 '이 남자 뭐지..?' 했던 모습이었다. 능청스럽고 잔망기가 다분한 모습. 내가 보고 싶었던 구교환 배우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8월 27일 개봉하자마자 바로 시청했다.


 드라마는 탈영병을 잡는 군인들인 D.P조 이야기다. 그에 맞게 드라마는 처음부터 군대의 가혹행위를 보여준다. 상급자들이 하급자들에게 군기를 잡으려는 건지 그냥 괴롭히는 건지 모를 얼차려를 시킨다. 못이 길게 박혀 있는 벽에 머리를 박게 하고 로열젤리를 준다면서 하급자 입 안에 가래침을 뱉으려고 한다. 병장 황장수(신승호)가 이병 안준호(정해인)에게 언어폭력을 내뱉을 때, 부대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박 중사(김성균)가 등장한다. 하지만 박 중사는 그런 상황을 아무렇지 않아 한다. 이후에도 쭉 부대 내 상급자들은 가혹행위를 보고도 말리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구교환)은 한 팀이 되어 박 중사(김성균)의 지시 아래 탈영병을 잡으러 다닌다.

그들이 탈영병이 된 이유는 그냥 군대가 싫어서, 치매 걸린 할머니를 보호하기 위해도 있었지만 보통은 군대 내 괴롭힘이었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이 아팠던 탈영병은 조석봉 일병(조현철)이었다. 유도를 배운 조석봉 일병은 사람을 때리는 게 어려워서 유도를 그만두었다. 상급자들에 괴롭힘에도 묵묵히 참고 자신보다 하급자들에게 한없이 친절하다. 하지만 끝이 없는 상급자들의 괴롭힘에 조석봉은 야위어간다.

결국 조석봉은 폭발해 상급자를 때리고 탈영한다. 그리고 자신을 지독히도 괴롭혔던 황장수 병장을 찾아가 납치한다.

그를 막기 위해 박 중사를 비롯한 D.P조들 뿐만 아니라 같은 부대였던 군인들이 무장해 쫓는다. 먼저 조석봉 일병을 발견한 D.P조들은 그에게 온갖 회유의 말을 한다. 한호열은 군대를 믿지 못하는 주석봉에게 우리가 함께 군대를 바꾸자고 말한다. 하지만 주석봉은 그 말에 냉소를 짓는다.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1953...

                                                                            6.25 때 쓰던 거라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무장한 군인들에 둘러싸인 주석봉은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말하고는 황장수가 아닌 자신에 머리에 총을 쏜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고 '왜 네가 죽어'라는 말이 나왔다. 왜 주석봉이 죽어야 했을까. 옆에 있던 황장수는 죽은 주석봉을 보고 죄책감을 느끼긴 했을까. 아니면 살아서 다행이다 안도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선 마음이 무거웠다. 답답하고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나라면 방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군대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이같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우리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안준호, 한호열, 주석봉보다 더 쉽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들은 방관한다. 아니 무시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또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준다.

 

                                       "뭐라도 했어야지. 그들을 그렇게 둬서는 안 됐지."   

 

드라마는 시작 전에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 문장을 띄운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저 문장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D.P조들은  살고 싶어서 도망쳐 나온 탈영병들을 다시 군대로 돌려보낸다. 그들을 ‘살리겠다는’ 이유로.

 

                                                      D.P조들은 그들을 살린 걸까 죽인 걸까..

 


 스토리도 스토리였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음악이 너무 좋았다. 음악감독이 누군지 찾아보니 학창 시절, 닳도록 들었던 프라이머리였다. '자니', '물음표', '시스루', '러버', 'Island' 좋은 노래가 너무 많아 손에 꼽기도 어렵다. D.P가 첫 음악 감독 데뷔작이라고 하셨다. 감각적이고 영한, 한마디로 인스타그램 감성이 느껴지는 음악들이었는데 드라마랑 참 잘 어울렸다. 구교환 배우로 시작했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구멍 없는 연기들에, 연출에 오랜만에 깊이 여운이 감도는 드라마를 만났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작성자 . 김몽실

출처 . https://brunch.co.kr/@teon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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