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4-26 16:28:50
4월 4주차 신작 개봉 영화
4월 4주 개봉영화 5편
2022년 4월 4주 개봉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2022
지금 이 순간도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한 국제 중학교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 사건을 마주한 가해자 부모의 이야기입니다.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가해자 부모들의 민낯을 작정하고 따라다니는 시선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은 자식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부모가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고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민낯을 그린 영화라고 했는데요
대한민국 영화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설경구, 천우희, 문소리의 연기로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예정입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하타사와 세이코의 원작 연극을 바탕으로 영화화를 결정하고 기획부터 시나리오까지 5년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작품입니다.
뻔뻔함, 오만함, 잔인함, 누구도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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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괴담 2022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공포영화
영화 '서울괴담'은 복수, 욕망, 저주에서 시작된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안기는 괴이하고 기이한 10가지 이야기를 다룬 K호러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영화는 '터널' '빨간옷' '치충' '혼숨' '층간소음' '중고가구' '혼인' '얼굴도둑' '마네킹' '방탈출'까지 10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루는데요
배역진 중 대다수를 아이돌 또는 아이돌 출신으로 캐스팅 하며 K-POP의 주역들이 괴담을 보여줍니다.
배우 이영진 부터 골든차일드 봉재현, 더보이즈 주학년, 이호원, 이수민, 오마이걸 아린,
서지수, 이열음, 우주소녀 설아, 우주소녀 엑시, 정원창, 알렉사, 김도윤
K-POP주역들이 K-호러를 만들어 갑니다
유튜브로 공포를 배운 1020세대는 물론이고 일인가구가 보편화 된 3040세대 역시 공감할 수 있는 도시괴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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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의 여왕 QUEENPINS , 2021
사상 최대 규모의 쿠폰 범죄 실화
영화 "쿠폰의 여왕"은 쿠폰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전업주부 코니와 유튜버 꿈나무 조조의 쿠폰 플렉스 범죄 코미디 입니다.
인기 시리즈 '가십걸'의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안나 목소리로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배우 크리스틴 벨과
'와이 우먼 킬' '킬링 이브' 등 인기 시리즈와 영화 '크루엘라'를 통해 대세 배우로 떠오른 커비 하웰-밥티스트가 주연을 맡아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쿠폰으로 일확천금을 얻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본격적인 쿠폰 비즈니스에 착수해 대박을 터트린 코니와 조조!
'명품백, 슈퍼카, 최신 무기까지 모두다 쿠폰으로 플렉스! 믿을 수 없는 쿠폰 범죄 실화!
세번째 추천영화 "쿠폰의 여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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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 2021
웃음, 감동, 위로를 전할 2022년 웰메이드
영화 "봄날"은 한때 잘 나갔던 큰형님 ‘호성’이 다시 한번 재기를 위해 기상천외한 비즈니스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겉으로 봤을 때 나잇값 못하고 마냥 철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호성’의 진심은 오는 봄 전 세대 관객들의 마음에 따스한 공감을 전할 예정인데요
손현주, 박혁권, 정석용, 박소진, 정지환, 손숙 등 베테랑 명배우들과 충무로 기대주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특히 손현주 배우 3년 만의 영화 복귀작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울 그의 연기에 이목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제2의 전성기를 기다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담은 깊이 있는 이야기!
네번째 추천영화 "봄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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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컨트랙터 The Contractor , 2022
전세계를 사로잡은 '존 윅' 제작진의 의기투합!
영화 "더 컨트랙터"는 특수부대 출신 ‘제임스 하퍼’가 극비 임무인 대테러 진압 작전을 수행하던 중,
거대한 음모에 빠져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액션 스릴러입니다.
또한 크리스 파인의 맨몸 액션부터 도로 위 총격전, 아슬아슬한 바이크 추격전, 수중 액션까지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할 전망인데요
첩보 액션의 대표 도시 베를린에서 펼쳐지는 첩보 작전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단숨에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 것입니다.
'본' 시리즈, '007' 시리즈 명성 이을 첩보 액션 스릴러!
다섯번째 추천영화 "더 컨트랙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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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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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클리셰
이 심란한 마음을 어디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할까. 나는 홍콩, 대만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아주 기쁜 마음으로 영화관에 입장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SNS에 해시태그를 단 리뷰를 써서 당첨되면 대만 고량주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당연히 해 봐야지 생각했다. 이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지만, 굳이 한 마디 남긴다면 '일본 영화에서 본 난감한 캐릭터, 중국 영화에서 본 조잡한 CG, 한국 영화에서 본 불필요한 연출'이 마구 섞인, 동아시아 대통합 영화라고 하고 싶다.
영화를 안 봐도 알 수 있는 서사
영화의 시작은 나이 든 동네 아저씨들과 농구를 하던 '샤오룬'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갑자기 비가 오고, 나무 아래에서 사랑을 고백하는데 또 갑자기 번개가 치고, 예상할 수 있듯이 번개에 맞아 죽는다. 그러자 검은색 정장을 입은 저승사자가 샤오룬을 데리고 저승으로 간다. <신과 함께>를 봤다면 대만 저승은 좀 만만하게 느껴질지도.
저승에 가면 몇십 년 된 컴퓨터로 갓 죽은 인간의 삶을 평가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굿플레이스>를 봤다면 저승도 기술발전 속도가 현저히 차이나는구나 싶을 거다. 생의 정보를 이마에 바코드를 대서 알아보는 시스템은 마치 애니메이션 <코코> 같다. 저승에 가면 누구나 염주를 하나씩 받게 되는데, 착하게 살았으면 흰색 염주알, 나쁘게 살았으면 검은 염주알이다. 검은 염주알로는 인간으로 환생할 수 없어 저승에서 일을 돕는다. 염주알이 흰색으로 바뀌어야 인간 환생 확정. 자, 또 떠오른다. 지구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배지를 모으는 <소울>의 아기 영혼들이. 왜 이렇게 비슷한 영화들을 끌어오냐 하면, 무엇하나 놀랍지 않았기 때문이다. 픽션은 상상의 산물일진대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하는 영화에서 판타지도, 로맨스도 놀라움을 안겨주지 않는다.
역시 예상할 수 있듯, 샤오룬은 죄가 많아 사람으로 환생할 수 없다. 그리고 옆방에는 죽음을 수용하지 못해서 억울해 미칠 지경인 여자 '핑키'가 있다. 이들은 갑자기 눈이 마주치고, 초면이면서 갑자기 서로를 비난한다. 둘이 욕하며 싸울 때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저 둘이 뭘 하겠구나.
그렇다. 그들은 죄를 갚기 위해 월노(月老), 우리나라에서는 월하노인이라 부르는 일을 같이 하게 된다. 두 사람의 손가락에서 나오는 붉은 실로 맺어주는 인연은 반드시 이루어지는, 아주 임무가 막중한 역할이다. 핑키는 월노가 되기 전 악귀가 되지 않겠냐는 검은 유혹을 받는데, 잠시 자신을 죽인 자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혔다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샤오룬에 의해 저지당한다. 판타지임에도 저승이라는 배경이 광활하지도 아득하지도 않다.
캐릭터의 존재 이유
귀신도 되었겠다, 핑키는 자기를 죽인 남자를 찾아간다. 남자는 죄책감도 없이 핑키가 죽음으로써(어떻게 챙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챙긴 돈으로 호위호식하며 산다. 샤오룬은 복수를 해주겠다며 그 남자와 밖에 서 있던 오토바이를 묶고, 갑자기 남자는 오토바이와 사랑에 빠져 오토바이에 유사성행위를 한다. 이 영화, 12세 이상 관람가로 해도 될까.
핑키는 자기가 왜 죽어야 했는지도 모르고 죽었으면서, 그렇게 복수의 칼을 갈았으면서 고작 그 정도로 원한이 다 풀린다. 그리고 고작 그 정도로 샤오룬에게 반한다.
번개 맞아 이마에 상처가 생긴 샤오룬은 죽기 전의 삶을 기억할 수 없다. 파트너가 핑키와 샤오룬은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샤오룬이 원래 살았던 동네로 가게 된다. 왜 살았던 동네와 출신 고등학교를 알게 되었는지, 누가 알려줬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다 키우던 개가 샤오룬에게 달려가면서, 별안간 기억이 떠오른다. 세상에...
개를 찾으러 온 여자 '샤오미'를 보며 오열을 하는 샤오룬. 드디어 모든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쉽게 찾아질 기억이란 말인가. 허무하다.
그때부터 샤오룬은 샤오미 주변을 얼쩡거리는데, 저승의 임무를 맡은 귀신들이 너무 태만하다. 샤오룬에게 빠진 핑키는 샤오미와 다른 남자를 엮어주려고 하지만, 샤오미에게는 인연의 실이 묶이지 않는다. 왜겠나. 관객들은 다 알고 영화 속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여기서 도대체 핑키와 샤오미가 왜 존재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핑키는 한 남자에 의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여성, 귀신이 된 후 샤오룬을 좋아하는 여성 이외에 아무런 서사가 없다.
샤오미 역시 '샤오룬이 좋아하는 여성' 외에는 특징이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첫눈에 반한 여자, 샤오미가 모든 게 변한다는 걸 알아야 어른이 된다고 말할 때,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라고 말하게 하는 여자, 싫다고 싫다고 아무리 거절해도 끈질기게 쫓아다니면서 고백하게 만드는 여자, 모든 기억이 사라졌을 때 갑자기 기억을 되돌려주는 여자, 귀신이 되어서도 지켜야 할 여자. 오직 샤오룬을 위해 존재하는 두 여자. 이들은 성격이라 할 것도, 배경이라 할 것도, 서사라 할 것도 없다.
두 여자주인공이 이런 마당에 남자주인공이라고 특별한 서사가 있겠나. 남자주인공 역시 '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져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 사랑하고, 죽고 나서도 한 사람만 사랑하는 동네 까불이'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이따금 일본 로맨스 영화에 등장하는 당황스러운 캐릭터들을 모아둔 것만 같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의 당황스러움 같은.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주인공인 세 사람에 대한 묘사가 이 정도이다.
불필요한 연출
그러다 또 갑자기, 저승에서 원한을 풀지 못한 악귀가 이승에서 사람으로 환생한 과거 인연들을 죽인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박중헌쯤 된다. '파국이다'를 읊조려야 할 상황이 벌어지는데 저승에서는 손 놓고 구경만 한다.
이 악귀가 원한을 품은 것은 500년 전의 일 때문이다. 수많은 살생을 해 오던 도적떼 출신으로, 환생은 커녕 지옥에나 안 떨어지면 다행인 남자. 그런데 여기에서도 서사의 부재가 여실없이 드러난다. 이 도적떼는 왜 도적질을 하는가. 돈 때문인가? 아니다. 이들은 쫄쫄 굶는다. 의로움 때문인가? 전혀 아니다. 이들은 무고한 이들을 가차없이 죽인다. 나라에 대한 역모인가? 그것도 아니다. 설사 그렇다고 한들, 영화에서는 그 무엇도 말해주지 않는다. 악한 자들에게도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
원한을 품고 염라 밑에서 일하게 되지만, 자신을 배신한 자들이 줄줄이 환생하는 것을 보고 그들을 직접 찾아가 복수하기로 한다.
첫 번째 타자는 어린 아이다. 어린 아이에게 '너는 500년 전의 일을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억한다'며 양치하고 있는 아이를 공격하고, 이 아이는 또 수산물 파는 여자를 공격하고, 여자는 또 다른 남자를 공격하고, 남자는 샤오미를 공격한다. 가만히 있다가 샤오미가 공격당하자 그때서야 샤오룬과 기타 저승 인물들이 나서는데, 그 이유도 역시 알 수 없다.
문제는, 왜 보는 사람의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잔인함을 연출했는지이다. 목을 꺾고, 칼로 찌르고, 아기가 조개를 생으로 씹어 먹어서 피를 토해야 하는지 전혀 개연성이 없다. 악귀에게 씌인 이들은 죄다 좀비화된다. 좀비 영화, 좀비 드라마가 유행인 건 알겠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등장해야 했나?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도 있지만 복수심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나. 이 징그러운 복수극은 로맨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이 영화에서 묘사하는 '악'은 스릴감도 주지 않고, 공포심을 주는 것도 아닌, 징그러움뿐이다.
논외로, '인간의 추악한 본성' 어쩌고 하는 인터뷰들을 몇 편 읽어 보았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우리가 왜 영화로 봐야 하는지, 나는 아직 알 수 없다. 우리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은 간접경험을 통한 외연의 확장에 있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은 당장 포털사이트를 켜서 아무 기사나 눌러 보면 경험 가능하다. 굳이 간접경험하지 않아도 직접경험이 가능한 영역이지만 우리는 법과 제도와 문명과 문화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 조심하며 살아간다. 욕망하지만 차마 입밖으로 꺼내면 욕먹을까 봐 속으로만 생각했던 추악함(약자를 타자화, 대상화하는 등)에 픽션이라는 핑계가 하나 생긴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인연'에 대해서만 말한다면
서양영화에서 'God bless you'를 말하는 상황에 이 영화는 '아미타불'을 말한다. 대체로 불교적 관점의 영화이다. 윤회와 환생, 극락과 지옥이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맨스와 복수극은 테마라고 보기도 어렵다. 감독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보여주었던 애틋하고 풋풋한 로맨스가 한 스푼 정도 들어가 있다.
왜 샤오룬이 샤오미를 그토록 쫓아다녔는지, 악귀가 왜 여러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는지, 초반에 뿌려놓은 떡밥들이 뒤에서 조금씩 회수가 되는데(물론 납득이 되지는 않지만), 어찌 되었든 모든 생명에는 인연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이다.
악귀는 매미였던 시절 자신을 살려주어서 고맙다는 샤오룬의 격한 감사 인사에 그만 마음이 스르르 풀려서 사라진다. 윤회고 극락이고 필요없다더니,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못 들어서 그랬던 건가 싶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하나 마음에 담아둘 것이 있다면 인연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것. 내가 함부로 죽인 개미도, 나쁘게 대한 사람도, 나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도 나 나의 인연이니 소중히 대하자. 그들은 어쩌면 전생에 내가 빚진 사람, 나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다.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인연이다. 너무 많이 미워하지도 말고, 너무 많이 사랑하지도 말고, 미안하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아끼지 말자. 언제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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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맛이 없었던 식당을 리뷰하지 않는다. 입맛이 달라서 그렇겠거니 생각하니까. 영화도 마찬가지로, 재미없었던 영화에 악평을 하지는 않는다. 십수년간 <매트릭스> 트릴로지의 열광적인 팬이었지만 <매트릭스4>에 대해서 함구한다.
하지만 시사회에 참석하여 이 영화에 대해 말할 의무가 생겼으니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도 안내할 필요가 있겠다.
관람 포인트1.
예쁘고 잘생긴 주인공들. 대만영화 특유의 풋풋한 로맨스 감상 가능.
관람 포인트2.
인연, 사후세계 등의 요소들과 기괴한 장면들을 좋아한다면 재미있을 듯.
관람 포인트3.
떡밥이 하나하나 회수되는 걸 보는 즐거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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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너머 샹그릴라까지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부모님의 집을 떠난 지 십년도 더 지났고,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스스로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가끔 부모님의 집을 찾을 때, (이제는 개념조차 희미한) ‘집 전화’의 수화기를 집어들 때가 있다. 낯선 목소리가 “집에 어른 계시니?” 할 때면, 습관처럼 안 계신다고 대답하고 나서는 끊긴 전화기 앞에서 잠시 상념에 빠진다. 내게 나는 어른이 아닌가? 문득 내 나이를 깨달은 자의, ‘어른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빠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그 질문에 대한 어느 아름다운 답안을 이 영화, <벨파스트>에서 찾았다.
영화 <벨파스트>는 동명의 도시 벨파스트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에게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록허트 교수, <오리엔트 특급 살인> 포와로의 배우로도 익숙한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만든, 반쯤 자전적인 영화다. 케네스 브래너가 녹아든 주인공 꼬마 ‘버디’는 벨파스트의 한 골목에 살고 있다. 저녁 나절이 되면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이웃들이 끝말잇기처럼 줄줄이 전달해줄 만큼 서로가 서로를 빤히 아는 동네. 그곳에서 쓰레기통 뚜껑을 들고 상상 속의 용을 무찌르면서 놀던 꼬마의 평화로운 세상은, 이내 깨진다.
용을 무찌르는 데 쓰던 방패는, 어느새 실제적으로 눈 앞에 튀는 벽돌 조각을 막아내는 방패가 되고 만다. 아이들이 꿈꾸어야 할 시간을 현실에 매어두는 것, 그게 분쟁이다. 아직 어린 버디에게 더없이 정겨운 고향이었던 벨파스트는, 동시에 폭력과 긴장에 묶인 지역이기도 했던 것이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의 종교 갈등인 동시에, 아일랜드 독립주의 계열과 친영 계열의 갈등까지 뒤섞여 유독 복잡한 분쟁의 양상을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도 분쟁의 내용을 그리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황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을 통해 요약 서술되고 넘어가며, 그나마도 속도가 매우 빠르게 처리된다. 텔레비전에서 군대를 보낸다는 소식이 발표되는 동시에 창밖으로 군인들의 발소리가 들리는 식이다.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얼룩들이 아주 최근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정치적인 관점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거기에 방점을 찍은 영화는 아니다. 관객으로서 나 또한 그보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 한 사람의 이야기로 주목하고 싶다.
#. 정답은 있는가
‘어른’과 유사하게 되어 가면서 점점 느끼는 게 하나 있다면, 거대하고 거창한 하나의 정답을 맹목적으로 외치는 사람 중에는 가짜의 비율이 높다는 것. 목청만 높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직접 사유하고 살아낸 것만이 내게 남지만, 그렇게 삶으로 배운 것조차도 하나의 고정된 정답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생각도 언제 깨지고 바뀔지 모른다.
이건 꽤나 속이 복잡해지고 불안해지는 생각이어서, 가끔은 이 마음 끝에서 툭 큰소리를 내게 되기도 한다. 목청만 높이지 말자는 생각 끝에서 목청이 높아지다니 역설적이지만. 허장성세는 결핍에서 나오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영화 속에는 ‘하나의 정답’을 외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답을 종용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맞부딪치는 일도 서슴지 않는 세계가 그려져 있다. 실제 북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을 떠나, 세계 보편적으로 익숙한 상황이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름의 방법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놓고 끙끙대는 버디에게 “숫자를 애매하게 쓰라”고 하며, 이를 “애매하게 맞추기spread betting”라고 한다. 하나 뿐인 정답을 콕 짚는 대신,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조언을 따른 버디가 반쪽의 성공만 거두고 돌아왔을 때, 할머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같이 하기do the project together”. 경계를 흩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눈을 맞추고 함께하는 것이 해결의 열쇠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와 너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고, 나란히 연대하기. 이것은 정답이 아니다. 다만 정답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 변화보다 기억
구불구불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길처럼, 상황은 계속 바뀐다. 한때 데이트가 끝나고 자신이 집에 데려다 주었을 ‘갈색 스타킹 소녀’가 이제는 평생을 함께한 노년의 여성이 되어, 자신의 노구를 ‘집에 데려와 주겠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잠시 할아버지가 멍해지듯이. "고향을 떠나는leaving home" 행동이 "살아가는moving on" 행위로 해석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듯이. 주부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효소 세제가 한 주부에게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되듯이.
자꾸 모양을 바꾸는 세상에서 변치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할아버지는 “벨파스트 출신의 버디”라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기억하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계속 묻는다. 버디는 그때그때 구체적인 대답을 꺼내는 아이다.
할아버지의 질문들은 버디의 뿌리를 세우는 힘이 될 것이다. 오늘의 버디도 할아버지의 사랑을 풍성하게 느끼지만, 먼 훗날 뒤채고 흔들리는 날에 더욱 느낄 것이다. 이 사랑은 대를 이어 내려온다. 손자의 수학 문제 푸는 법은 도와줄 수 있었지만, 자식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사랑이, 그 자식의 마음에 “많이 도와주셨지”라는 아릿한 사랑으로 남아 있듯이. “가라. 돌아보지 마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단호한 얼굴에서 끈끈한 마음이 묻어나듯이.
“돌아보지 마라”는 할머니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버디는 뒤를 돌아본다. 뒤를 돌아보는 마음, 결국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마음일 것이다.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마음. 구불구불하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앞만 바라보지 않는 마음. 그 마음만이 우리를 바라는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 달까지 가자
우리가 바라는 곳은 어디인가.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달’이 언급된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1969년 7월)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광활한 우주를 소재로 한 텔레비전 방송을 보는 장면도 나오고, 버디와 캐서린이 함께 하는 과제도 달 착륙에 관한 것이다. 달 착륙 숙제를 했는지, 함께하고 싶은지 묻는 문장도 의미심장하다. “Have you gone to the moon yet?” 달에 가보았는지 묻고, “Do you want to, with me?” 같이 하겠는지 묻는 문장에도 ‘숙제’라는 목적어는 없다. 숙제를 마치고 최고점을 받은 아이들에게 아빠가 묻는 말 또한, 달까지 가는 방법이다.
할아버지와 아빠의 대화에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달로 가라Get yourself to the moon”는 말을 한 뒤 할아버지는 “런던은 오직 작은 한 걸음일 뿐”이라며 “벨파스트는 언제든 뒤돌아보면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니까.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벨파스트를 갑자기 떠나야 했던 어린 시절이 자신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뿌리를 뽑혀 옮겨 심기는 감각은, 정도와 상황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로 남는 기억이니까. 그러나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로만 끝나지 않는다. 순진무구한 버디의 시선을 필터 삼아 걸러진 다음, 이야기에 응집된다.
인류가 처음 달을 밟은 것만큼이나, 벨파스트를 벗어난 삶 또한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을 것이다. 달을 밟기까지 우주비행사와 과학자들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듯, 버디의 가족 또한 상당한 역경을 겪었다. 그렇게 도달한 자리는 그전까지 있던 곳과 중력부터 다른 곳, 완전히 다른 법칙이 작용하는 곳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을 다 넘어서서, 이제 반자전적인 영화로 트라우마를 다독인다. 현대사의 얼룩과 다사다난한 개인사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잘 엮어낸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잘 만든 이야기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 주목하게 한다.
영화 속 할머니가 서글프게 내뱉은, “벨파스트에는 샹그릴라로 가는 길이 없단다”는 말에 배인 기억을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벨파스트의 기억을 달 너머 샹그릴라에 마침내 이르게 한다. 흑백의 날들에 유일하게 생생한 색채로 그려진 세상에 그 길을 만든다. 이제 벨파스트에는 샹그릴라로 가는 길이 놓였다. 샹그릴라는 스크린 속에 있다는 할머니의 말은, 360도 돌아 맞는 말이다. 스크린 속 샹그릴라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힘은, 영화에 있다.
이 영화는 불시착처럼 느껴졌을 어떤 순간을 연착륙시킨다. 기억의 재구성에는 그런 힘이 있다. 스웨터를 풀어 그 털실로 다시 뜨개질을 시작하듯, 같은 재료로 새로운 꿈을 그릴 수 있다.
#. 어른이 된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게 뭘까. 정답 없는 질문을 몇 번이고 읊조린다. 매번 다른 답안을 써낼 수밖에 없는 질문, 그때그때 달라질 답안을 아무도 평가해줄 수 없음에도 이게 최선인지 더 나은 답안이 없는지 계속 고민해야 하는 질문.
그래도 <벨파스트>에서 끌어낸 하나의 답안이, 지금은 꽤나 마음에 든다. 어른이 된다는 건, 불시착처럼 느껴지는 과거의 어떤 순간을 연착륙의 기억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것. 그렇게 이야기의 힘으로 나를 지킬 수 있게 된다는 것. 시간의 한 마디를 건너온 사람만이, 분절된 지점을 지나 뒤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란 재료를 얻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니까.
그렇게 달까지 가자. 나의 샹그릴라로. 각자의 기억과 재구성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아폴로 11호 같은 (그리고 누리호 같은) 성공적 발사체를 놓아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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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도 혼자서 싸울 순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 The Queen's Gambit>
재능의 명과 암
'엘리자베스 하먼(안야 테일러 조이)'은 눈에 띄는 사람이다. 남자들로 가득한 체스의 세계에서 여성 선수인 것도 모자라 천재적인 체스 실력으로 그들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붉은 머리와 화려한 옷차림을 한 어린 여성에게 남자들은 승복해야만 했다. 엘리자베스(이하 베스)는 9살에 체스를 시작해 15살에 켄터키주 챔피언에 오른 천재다.
고대 그리스 시인들이 영웅의 이야기를 즐겨했듯 현대의 우리는 천재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천재가 성공해도, 몰락해도 어떤 쪽이든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을 두고 신의 선물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그 선물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뛰어남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끊임없는 평가와 판단에 시달린다. 심지어 이들은 삶조차 마음대로 재단 당해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선망, 동경, 부러움, 질투, 혐오는 다양한 모습으로 이들을 덮쳐 온다.
때문에 천재는 고립되기 쉽다. 이해받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베스는 당연하게도 또래 친구들과 유행하는 노래를 함께 부를 수도 없고, 남자에 대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베스에게 의미가 있는 건 체스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별과 나이가 다르더라도 체스를 하는 사람이 베스에게는 친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베스가 첫 상금으로 산 것은 옷과 체스판이다. 자신이 또래의 아이들과 다르며 현실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은 베스의 콤플렉스다. 베스가 불건강한 상태가 될수록 유행하는 모습으로 치장하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악역, 자신
베스는 9살에 눈앞에서 엄마를 잃었다. 예측할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베스는 머슈언 보육원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보육원의 지하실에서 홀로 체스를 두고 잇는 관리인 샤이벌(빌 캠프)씨를 마주하게 된다. 64개의 칸으로 이루어진 체스판은 베스가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드러낼 수 있으며 지는 것도, 이기는 것도 온전히 자신의 책임 아래에 있는 체스라는 게임에 베스는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베스는 뛰어난 선수였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는 공격수였으며 쉽게 화를 냈다. 샤이벌의 말대로 베스의 '화'는 너무나 깊었고,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베스는 체스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써 안정제의 도움을 받는다. 체스에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했지만 체스는 자신을 승리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체스를 알아가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겠지만 베스에게는 승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다. 그리고 고독함과 패배감이 동시에 몰려오자 약과 술로 자신을 마비시킨다.
이 <퀸스 갬빗>이라는 드라마에는 이렇다 할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베스를 비웃는 같은 학교 학생들도 악당이라고 할 수는 없고, 세계 챔피언 '보르고프(마르친 도로신스키)'도 굉장히 진중한 체스 선수일 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베스가 넘어야 할 벽은 자기 자신뿐이다.
<퀸스 갬빗>은 그 고독과 압박감에서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일어서는 천재의 치유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앨리스와 앨마, 두 엄마가 남긴 것
친엄마 앨리스의 죽음과 양엄마 앨마의 죽음은 베스의 인생에서 큰 변곡점이 된다. 극 중에서 앨리스와 함께 보낸 시간을 많이 보여주지는 않지만 앨리스의 말들이 베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강한 사람은 혼자인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도 그중 하나다.
앨리스의 이런 양육법은 베스를 독립적인 아이로 만들어주었지만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앨리스의 마지막은 심각할 정도로 자기희생적이며 회피적인 태도다. 앨리스는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재능과 독립적인 정신을 준 동시에 베스를 고독하고 자기 파괴적으로 만들었다.
한편, 베스의 양엄마인 앨마(마리엘 헬러)는 체스에 재능을 보이는 베스를 전적으로 밀어준다.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무료한 삶을 살아야 했던 자신과 달리 자신의 능력으로 부와 명성을 얻는 베스를 보며 앨마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행복해한다. 베스의 성취와 성장은 앨마에게도 큰 행복이었다.
하지만 앨마는 베스가 체스에만 매몰될 것을 걱정한다. 엄마와 딸 그리고 매니저와 선수로서 둘의 유대는 특별했다. 베스를 조금이나마 쉬거나 걷게 만드는 것은 앨마였다. 앨마가 원하는 것은 베스가 '삶을 살며 성장하는 것'이다. '인생에 체스가 전부는 아니니까'
베스는 멕시코 시티에서 만난 '조르지 기레브'라는 소년에게 '세계 챔피언이 된 후 어떻게 살고 싶느냐'라고 묻는다. 소년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베스는 이미 그 후를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체스의 자리를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할지를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앨마의 말처럼, 인생에 체스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앨마가 베스에게 남긴 것은 '체스 외의 삶'이다.
외로운 '폰'이 '퀸'이 되기까지
외로움의 구덩이에서 베스를 건져 올려준 사람은 보육원 친구 '졸린(모세스 잉그람)'과 샤이벌씨다. 관리인 샤이벌씨의 부고로 다시 찾게 된 머슈언 보육원은 체스와의 첫 만남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든다. 실제 장례식이 치러지는 교회보다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던 찬송가가 울려 퍼지던 시간의 지하실은 베스에게 큰 울림을 준다. 9살이던 베스와 찍은 사진과 돈을 빌리려 쓴 편지, 그리고 베스의 온갖 기사와 사진들이 붙어있는 그 벽면을 보며 베스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베스에 대한 샤이벌씨의 자부심과 애정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치유였다.
사람을 일으키는 건 주위 사람들의 끈질긴 애정과 믿음이다. 오래도록 너를 지켜봐 왔다고, 당신이 걱정된다고 말해주는 것. 네가 필요할 때 내가, 내가 필요할 때 네가 달려와줄 거라는 확신.
자신을 향한 타인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마주한 사람이 어떻게 스스로를 놓을 수 있을까. 애정과 믿음의 힘은 한낱 약물과 술이 주는 쾌락과 마비의 감각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덕분에 베스는 맑은 정신으로 러시아로 향한다. 하지만 러시아 선수들은 한 팀으로 움직인다. 바르고프와의 대결에서 베스도 혼자는 아니었다. 그동안 베스가 겨뤄왔던 선수들은 한 팀이 되어 러시아에 대항한다.
그러나 아무리 도움을 준다 한들 결국은 홀로 싸워야만 하는 때가 온다. 그 순간 베스는 안정제 없이 차분하게 머릿속으로 다시 수를 어림한다. 맑고 또렷한 정신으로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전력으로 상대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승부를 겨뤘고 마침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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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체스를 사랑하는 나라이다. 냉전시대에 미국에서 온 백인도 훌륭한 체스 선수이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세계 챔피언이 된 후 러시아의 거리를 백색 '퀸'과 같은 모습으로 활보하는 베스는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자신다워 보인다. 대통령과의 만찬, 인터뷰 같은 것들이 아닌 거리에서 이름 모를 할아버지와 체스를 두는 것이 베스가 선택한 챔피언 이후의 삶이다.
체스에서 가장 강한 말은 '퀸'이지만 혼자서 모든 말들을 잡을 수는 없다. 다른 말들이 있기에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역경을 넘어 상대방 진영의 끝까지 다다른 '폰'은 '퀸'이 될 수 있다. 베스는 이기기 위해 자신을 거침없이 내던지는 '퀸'이 아닌 한 걸음씩 전진하여 끝에 다다른 '폰'처럼 마침내 '퀸'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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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러드 심플 - 코엔 형제
블러드 심플 - 코엔 형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이미 데뷔작에서 완성되었다. 이후의 작품은 모두 데뷔작의 변주곡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코엔 스타일’은 처음부터 완벽하다. 이렇게 뛰어난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한 사람은 테렌스 멜릭, 장 뤽 고다르, 짐 자무쉬, 프랑수아 트뤼포, 쿠엔틴 타란티노, 스티븐 소더버그, 장준환 감독 등이 떠오른다.
코엔 형제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이렇다.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둘러싸고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거나 서로를 믿지 못하는 우연한 사건들이 연결된다. 우연과 실수, 난감한 상황 등이 결합하면 드물게 범죄가 발생한다.
그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어처구니 없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보인다. 이것이 코엔 형제가 노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비극과 희극의 구분과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 우연한 사건이 개입 또는 발생하고, 삶은 그런 작은 사건들의 연속을 통해 이어지며, 삶과 죽음의 무게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픈 것이다.
애비(프란시스 맥도먼드)는 남편 마티(댄 헤라야)이 있지만, 남편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일하는 직원 레이(존 게츠)와 불륜 관계다. 이들이 타고 가는 차에서 두 사람의 옆모습은 극도로 클로즈업되어 있고, 그 뒤로 아웃포커스된 유리창으로 빗물이 흐른다. 이 불투명한 유리창처럼 두 사람의 미래는 불안하다.
마티는 사립탐정 로렌 비저(에멧 윌쉬)를 고용해 아내와 직원의 불륜 사실을 확인한다. 보통의 남자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영화 '해피엔드'에서 서민기(최민식)은 학원을 운영하는 아내 최보라(전도연)가 학원강사와 불륜 관계라는 걸 알게 되지만, 자신의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가를 '해피엔드'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데, 더구나 이 부부에게는 어린 자식까지 있는 상황이다. 무능한 남편이라는 자책과 낮은 자존감까지 서민기를 내리누르면서, 배신, 좌절, 분노의 감정이 터지기 직전의 활화산처럼 쌓여간다.
하지만 미키는 그렇게 냉정하거나 잔인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아내가 다시 돌아와 주길 바라고 있고, 직원 레이는 해고하면 그만이다. 그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을 유지하고픈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대화로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가려 하지만, 아내는 미키를 무시하고, 직원 레이는 두 주일치 임금을 달라고 떼를 쓴다. 아내의 뻔뻔한 태도와 시건방진 직원 레이의 행태를 보면서 마티는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다.
미키는 다시 지난 번 의뢰했던 사립탐정 로렌 비저를 찾아가 두 사람(아내와 레이)을 죽여달라고 청부한다. 로렌 비저는 마티에게 한 사흘쯤 낚시나 하고 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밤이 되어, 레이의 집에서 동침하고 있는 현장을 창문으로 바라보고, 장면이 바뀌어 로렌 비저는 미키의 술집 사무실에서 미키에게 흑백사진을 건넨다. 그 사진에는 직전에 보였던 애비와 레이가 침대에 함께 누워 있는 장면에, 총에 맞아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건은 단순하고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우연과 욕망이 개입한다. 미키는 약속대로 사립탐정 로렌 비저에게 1만 달러를 건넨다. 두 사람을 죽이면 1만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현금을 건넸으니 약속을 완벽하게 이행한 것이다. 하지만 로렌 비저는 미키를 살해한다. 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아주 작은 부분, 별 의미 없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서 발단한다. 미키가 사립탐정 로렌 비저에게 첫번째 일을 맡겼을 때, 즉 아내를 미행해 아내와 직원 레이의 불륜 장면을 확인하라고 했을 때, 로렌 비저는 그 일을 잘 해냈고, 미키는 약속한 돈을 주었다. 이때 미키가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 있는데, 그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만, 로렌 비저는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미키가 금고에서 돈을 꺼내는 장면을, 그리고 금고 안에 현금이 꽤 많이 있었던 것을.
로렌 비저는 미키의 부탁으로 애비와 레이를 죽이고, 증거 사진을 미키에게 보여주는데, 이 사진이 조작한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미키는 순순히 1만 달러를 금고에서 꺼내 로렌 비저에게 건네는데, 이것만 봐도 미키는 천성이 나쁜 인간은 아니다. 증거를 완벽히 없애려면 미키가 로렌 비저를 다른 장소에서 살해하는 것이 더 깔끔할텐데, 미키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로렌 비저는 탐욕으로 미키를 살해하고 금고를 털어 달아난다. 그리고 미키의 사무실을 찾아온 사람은 레이. 밀린 주급을 달라고 한밤중에 온 것이다. 심상치 않은 느낌으로 사무실을 들어선 레이는 미키가 총에 맞아 죽은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두 번째 미세한 장치. 로렌 비저가 미키를 죽일 때 쓴 총은 애비의 핸드백에서 꺼낸, 애비의 총이었다. 이건 로렌 비저가 계획한 것으로, 애비와 레이의 뒤를 밟으면서 애비의 핸드백에서 권총을 훔쳤고, 그 총으로 미키를 살해하면, 당연히 애비는 살인범으로 잡혀 처벌받을 것을 계산했다. 로렌 비저는 금고의 돈과 살인청부 비용으로 받은 1만 달러까지 두둑하게 챙기고 사라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레이도 애비의 권총을 알고 있었기에, 미키의 사망과 그의 의자 옆에 놓인 애비의 권총을 보는 순간, 애비가 먼저 와서 미키를 죽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레이가 해야 할 일은? 레이는 미키의 주검을 차에 싣고 밤길을 달려 으슥한 곳에 매장하려는데, 놀랍게도 미키는 죽지 않고 살아난다. 총을 맞아 심하게 부상 당했지만, 어떻든 미키는 의식을 차리고, 차에서 내려 기어가고 있었다. 이 정도면 병원에 데려가 충분히 살릴 수 있지만, 레이는 애비가 죽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키를 살려둘 수 없는 상황이다. 살아 있는 미키를 땅을 파서 산 채로 묻고 새벽에 그곳을 떠나는데, 미키가 묻힌 밭에서 가까운 곳에 집이 있었다. 즉, 레이는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으슥한 곳을 찾아 시신을 묻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누군가의 집앞에 미키를 암매장한 것이다. 이건 의도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보여준다.
레이는 사무실에서 미키가 흘린 피를 닦아내고, 살인의 흔적을 모두 지운 다음, 집으로 돌아간다. 애비가 레이를 찾아왔을 때, 레이는 애비가 한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을 하지만 정작 애비는 레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당연하다. 애비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다는 걸 관객은 알게 된다.
적어도 레이가 애비를 사랑하는 건 맞다. 애비가 남편 미키를 죽였어도 그녀를 위해 증거를 없애려 최대한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미키의 실종이 드러날테고, 그러면 경찰이 수사를 시작해 애비와 레이는 당장 용의자로 지목될 것이 분명하다. 증거는 나오지 않겠지만, 정황으로보면 두 사람은 강력한 용의자가 된다. 어떻게든 두 사람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여기서 세 번째 장치. 사립탐정 로렌 비저는 살인을 청부한 미키에게 사흘 정도 낚시나 하고 오라고 말한다. 미키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다. 로렌 비저가 애비와 레이를 죽이고(사실은 죽이지 않고) 미키의 사무실에서 만나 돈을 받고 나서 미키를 죽일 때, 탁자 위에 로렌 비저는 자기가 아끼는 라이터를 올려 놓았고, 그 위에 미키가 낚시로 잡아온 물고기가 라이터를 덮고 있었다.
미키를 죽이고, 금고를 털어 집에 돌아온 로렌 비저는 담배를 피우려다 라이터가 사라진 걸 깨닫는다. 그리고 라이터는 지금 미키의 사무실 탁자 위에 놓여 있다는 것도. 이 라이터만 잘 보관했다면, 로렌 비저는 깜쪽같이 이 사건에서 사라지고, 애비와 레이가 덤터기를 쓸 것이 분명하지만, 라이터의 존재는 이 모든 인과관계를 흐트러뜨리고 뒤섞이며, 관계와 시공간을 얽히도록 만드는 촉매로 작용한다.
미키의 사무실에서 라이터가 발견되면, 당연히 용의자는 로렌 비저가 된다. 그는 레이의 뒤를 밟아 레이와 애비가 함께 있을 때 두 사람을 모두 죽이려 한다. 두 사람 가운데 누군가 자신의 라이터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짐작한 것이다. 로렌 비저는 레이를 죽인다. 여기서 레이는 미키를 산 채로 매장한 벌을 받는다. 그리고 로렌 비저는 애비의 총에 맞아 죽는다. 미키와 레이를 죽인 벌을 받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한 행위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나 처벌을 받게 된다는 걸 코엔 형제는 인과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미키는 아내와 직원 레이를 죽여달라고 청부한다. 물론 불륜을 저지른 아내와 직원 레이의 행위는 나쁘지만, 그것이 죽어야 할 정도인가를 묻는다. 로렌 비저는 사람들의 뒤를 캐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버는 인간이다. 그가 미키를 죽인 이유도 금고에 있는 돈 때문이었고, 자신의 범행을 감추려고 레이와 애비도 죽이려했다.
영화에서 인물들이 행동하는 배경과 서로의 관계를 추동하는 것은 의외로 작은 물건이다. 사진, 금고, 라이터, 물고기, 세면대에서 떨어지는 물 등 사물의 존재가 인간의 행위를 추동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행위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단지 '합리적 이성'이라고 믿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걸 코엔 형제는 보여준다.
인물들은 모두 자기가 생각하거나 계획 또는 예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이거나 맞닥뜨린다. 뜻하지 않은 상황의 변화 앞에서 어떤 사람은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이고 돈을 훔치거나(로렌 비저), 어떤 사람은 시신을 차로 옮기려다 살아난 사람을 다시 죽이거나(레이), 사람을 죽여달라고 청부했다가 오히려 자기가 죽는(미키) 상황에 놓인다.
이것은 마치 '나비의 날개짓'과 같아서, 어느 한쪽에서 움직인 의도가 파장을 일으키며 다른 쪽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다. 미키의 의도는 로렌 비저를 움직이고, 그 결과에 따라 레이가 영향을 받았으며, 애비에게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간다. 가벼운 말 한 마디, 의도하지 않았던 행동 하나가 사건을 일으키고, 그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거대한 형태로 변한다. 대부분 인간의 삶이 의도나 계획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불특정하고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는 인간의 존재는 규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존재라고 코엔 형제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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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고 못 살던 남자가 죽어도, 여자들은 산다
*이 글에는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여자가 있다. 한 명은 아이를 낳아 정상가족을 이루는 게 인생의 목표인 주디다. 또 한 명은 뺑소니 사고로 남편을 잃은 젠이다. 우연히 만난 이들은 서로의 불행에 공감하며 친구가 된다.
문제는 주디와 젠이 서로의 남자를 죽였다는 사실이다. 젠의 남편을 죽인 뺑소니범은 주디고, 주디가 애착을 끊어내지 못하는 전 애인 스티브를 죽인 건 젠이다. 하지만 주디와 젠은 끔찍한 진실을 안 이후에도 우정을 깨지 않는다. 그 남자들의 죽음으로 또 다른 세계가 열렸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데드 투 미〉 스틸컷 ⓒ넷플릭스
젠의 남편은 그녀가 유방암 예방을 위해 가슴 절제술을 한 이후로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젠은 더 이상 남편에게 '여자'로 인식되지 못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파탄난 관계를 이어간다. 젠은 남편이 죽고 나서야 자신이 잘못된 곳에 에너지를 쏟아왔음을 알게 된다. 물론 슬픔도 크고 현실적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젠은 주디와 함께하는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다.
주디는 아이를 낳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으나 다섯 번이나 유산했다. 게다가 의사로부터 임신은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도 듣는다. 무너지기 직전이다. 그런데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전 애인 스티브가 죽은 이후 다른 세계를 만난다. 자신을 존중하며 사랑해주는 레즈비언도 만났고, 젠의 두 아들은 주디를 믿고 의지한다. 이제 주디에게 중요한 건 '정상가족' 아니라 젠과의 우정에 기반한 '대안가족'이다. 그것이 주디의 새로운 토대가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데드 투 미〉 스틸컷 ⓒ넷플릭스
그래서 젠과 주디는 자신의 남자를 죽인 서로와 계속 같이 산다. 서로의 존재가 기존의 문제적 욕망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젠과 주디의 살인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안겨줬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갈 수 없었던 곳으로 그들을 인도해주기도 했다. 남자들의 죽음은 지금껏 현재를 몽땅 투자한 대상이 오히려 불행의 근원이었음을 깨닫게 해줬다. 즉 젠과 주디는 서로의 살인을 매개로 자기 욕망과 에너지를 투여할 새로운 대상을 찾는다. 두 번째 욕망의 대상은 이전처럼 그들의 존재를 갉아먹지 않는다.
죽고 못 살던 남자가 죽어도(사라져도), 여자들은 산다. 젠과 주디처럼 때로는 더 좋은 삶을 산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불평등한 젠더 권력에 놓인 이성애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지지해주는 관계였다. 범죄, 스릴러, 코미디 요소가 절묘하게 섞인 드라마 〈데드 투 미〉의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ewr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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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최후의 밤 / 地球最後的夜晚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지구 최후의 밤 / 地球最後的夜晚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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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
(최대한 스포를 안하고 쓴..감상)
이 영화는 컨셉(?)이 되게 독특하다.
1막은 기본적인 2D 그리고 2막은 3D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왜 불편하게 처음부터 3D도 아니고 굳이 중간부터 저런 불편한 설정을 하였을까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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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1막은 주인공의 기억더듬기라고 볼 수 있다.
본인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그렇기때문인지 시간이 순차적이지 않고, 과거였다가 현재였다가 한다.
그래서.. 이런 비순차적 플롯나열 덕분에 일단.. 빡집중안하면 중간중간 헷갈리고..
이게 '우리가 모르는' 주인공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다 보니.. 흘러가는 상황이 머릿속에 쏙쏙 박히지 않는다.. 어리둥절 투성이..
그리고 굉장히 지루하다.
어쨌든 이 기억더듬기파트가 한 1시간 10분정도 된다.
이 70분이 굉장한 난관이다.. 이것만 버티면.. 버티면.. 엄청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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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시간 12분쯤 되면 갑자기 뜬금없이 영화 타이틀이 뜬다.
빠밤!!
이때 진짜 소름돋음.
그러면서 카메라 기법(?)이 마치 스팀게임처럼 변하고..
영화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3D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변화였던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진다.
근데 이게 새로운데.. 사실 새로운 사람이 아닌..
뭔가 기억을 곁들인..사람들이다..
아니 분명 아는 사람들인데 다들 몰라
이게 뭐야?
하던 도중 깨달은게.. '아, 이게 주인공의 꿈(상상)이구나..!'
그렇다.
2막은 주인공의 상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이 부분을 3D로 만든것이다!
(만약 내가 극장에서 봤다면 바로 알아챘겠지..난 이게 1,2막 구성인지 몰랐다)
이 꿈에서는 주인공이 1막에서 본인이 되짚어 본 기억들을 바탕으로 그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조합해 나간다.
그리고 이 꿈 자체가 주인공의 상상이다 보니,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얘기해주기보다는 모두 상징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이게 정말 재미있는게, 1막에서 대사로 언급되었던 부분들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면서 진짜 기억을 맞춰나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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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1막이든 2막이든 가장 중요한 심볼은 '시계'이다.
영화를 볼 때 시계를 중심적으로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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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정확한 대사보다 '상징'으로 설명해주는 어찌보면 불친절한 영화이기때문에.. 조금 어렵다..
솔직히.. 한번더 봐야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진짜 영화관에서 3D로 보고싶다..!!
재개봉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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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조난 영화이며 '매즈 미켈슨'의 주연의 영화입니다. 전성기를 맞은 중년 배우 '매즈 미켈슨'의 내면 연기가 100만 점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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