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1-03 17:18:53
1월 첫째 주 OTT 추천신작 <마더/안드로이드>, <황무지의 괴물>, <네 명의 저녁 식사>
1월 첫째 주 넷플릭스 신작 소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2022년 새해 첫 인사드립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 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OTT 플랫폼의 신작 소개를 하는 시간!
2022년의 새해를 여는 신작은 무엇이 있을지 다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네 명의 저녁식사(4 meta), 넷플릭스
로맨틱 코미디 | 이탈리아 | 90분
감독 : 알레시오 마리아 페데리치 | 출연 : 일레니아 파스토렐리, 마틸데 졸리, 주세페 마조, 마테오 마르타리
넷플릭스 공개일 : 2022년 1월 5일 (수요일)
"소울 메이트가 부질없다는 로맨틱 코미디가 왔다. 가상의 현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친구들의 색다른 커플 이야기.
다양한 커플 조합을 들여다보면 진짜 사랑의 모습이 보인다!"
*관전 포인트* : 로맨틱 코미디의 주요 소비층은 항상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배경으로 만약에 '나에게 사랑이 온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벌어지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요.
소재가 비교적 독특하며 남녀배우들의 다채로운 커플 연기와 매력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녀 커플의 조합으로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 같습니다.
2. 황무지의 괴물 (The Wasteland), 넷플릭스
공포, 드라마 | 스페인 | 92분
감독 : 다비드 카사데문튼 | 출연 : 인마 쿠에스타, 아시에르 플로레스
넷플릭스 공개일 : 2021년 1월 6일 (목요일)
"19세기 전쟁 중의 스페인. 외딴 황무지에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전쟁과 무관하게 평온하게 황폐한 오지에서. 괴물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가족은 시험에 들게 된다.
가족의 어린 아들 '디에고'는 공포심을 먹고 사는 사악한 괴물로부터 자신과 어머니 '루시아'를 지켜낼 수 있을까?"
*관전 포인트* : 공포 드라마 장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스페인 작품. 92분의 러닝타임으로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집중력있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예고편에서 나와있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심을 먹고 사는 사악한 괴물의 존재가 어떻게 그려질 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인데요.
엄마와 그의 어린 아들이 사건을 헤쳐나가는 연기 호흡이 기대됩니다. 어린 아들의 디에고 역은 스페인 영화 <페이 앤 글로리>의 '아시에르 플로레스'가 맡았으며, 이 아역배우의 연기 또한 무척 기대됩니다.
3. 마더/안드로이드 (Mother / Android), 넷플릭스
SF,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10분
감독 : 맷스 톰린 | 출연 : 클로이 모레츠, 알지 스미스
개봉 : 2021년 12월 17일(북미 외)
넷플릭스 공개일 : 2021년 1월 7일 (금요일)
"인간의 일상생활에 안드로이드가 필수가 된 미래의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조지아(클로이 모레츠)는 남자친구 샘(알지 스미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조지아는 엄마가 될 자신이 아직 없었고 결국 부모님에게는 비밀로 한 채 대학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조지아는 폭력적으로 변한 안드로이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샘과 조지아는 숲으로 달아나게 된다. "
*관전 포인트* : <더 배트맨>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맷슨 톰린'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안드로이드들의 공격을 받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SF장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주연 배우인 '클로이 모레츠'의 임신을 한 모습은 물론 SF장르 안에서의 클로이 모레츠의 연기 또한 기대하게 됩니다.
감독은 1989년 루마니아 혁명을 경험했던 부모님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더 흥미가 가는 포인트인데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하고 바쁜 작가 중의 한 명인 '맷슨 톰린'의 감독 데뷔작을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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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고스트 버스터즈 다시 출동!!!
1980년대 두 편이 개봉했던 고스트 버스터즈의 세 번째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2016년에 만들어진 여성 중심의 고스트 버스터즈가 있었지만 좀 실망스러웠는데요.
이번에 개봉하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기존 시리즈를 정식으로 이어가는 영화입니다.
기존 시리즈의 감독인 이반 라이트만의 아들인 제이슨 라이트만이 감독을 맡아 기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요.
먹깨비나 머쉬멜로우맨 같은 유령들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오리지널 멤버들도 등장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리뷰 영상을 봐주세요!! :)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Ghost Busters' third film, which was released in the 1980s, was released.
There was a women-centered Ghost Busters created in 2016, but it was a little disappointing.
Ghost Busters Afterlife, which will be released this time, is a film that officially continues the existing series.
Jason Reitman, the son of Ivan Reitman, the director of the existing series, is the director and captivates the hearts of existing fans.
Ghosts such as Muk-Kae-bi and Mushmallowman also appear as they are.
The original members are coming out, so if you're curious, please watch the review video! :)
Please subscribe to my Rabbitgumi channel and lik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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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랙 위도우> 파이널 예고편
"모든 것을 바꾼 그녀의 선택”
어벤져스의 운명을 바꾼 블랙 위도우, 그녀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어벤져스의 히어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 (스칼렛 요한슨)는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거대한 음모와 실체를 깨닫게 된다.
상대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와 새로운 위도우들의 위협에 맞서
목숨을 건 반격을 시작하는 ‘나타샤’는 스파이로 활약했던 자신의 과거 뿐 아니라,
어벤져스가 되기 전 함께했던 동료들을 마주해야만 하는데…
폭발하는 리얼 액션 카타르시스!
MCU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할 첫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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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더스 인스팅트> 메인 예고편
‘알리스’는 다정한 남편, 8살 아들 ‘테오’와 함께 산다.
옆집에 사는 이웃 ‘셀린’에게도 남편과 8살 아들 ‘막심’이 있다.
자매처럼 친한 친구로 서로의 아들을 아끼는 ‘알리스’와 ‘셀린’.
어느 날 ‘막심’이 실수로 지붕에서 떨어져 죽고
‘셀린’은 이 사고를 목격하고도 막지 못한 ‘알리스’를 원망한다.
한편, ‘막심’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힌 ‘알리스’는
아들 ‘테오’와 가족들에게 안 좋은 일이 연달아 발생하자
급기야 ‘셀린’이 자신에게 복수를 꾀한다는 의심의 굴레에 빠진다.
완벽한 삶은 비극적인 사고로 사라지고
깨져버린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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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탕한 여성'을 단죄하라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1961)이 재개봉했다. 개봉 당시 파격적인 기법과 아름다운 화면 등으로 화제가 된 영화라 한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이 영화의 가장 의미심장한 요소는 줄거리와 여성 캐릭터 재현이다. 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이는 요즘, 기법이나 화면이야 상대적으로 ‘낡은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줄거리와 여성 캐릭터 재현은 그렇지 않다. 전자가 영화사에 관심 있는 사람에 한정된 이야깃거리라면, 후자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1912년 파리다. 독일에서 온 쥴과 프랑스인 짐은 문화·문화적 취향이 맞아 금세 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 절친한 두 사람 사이에 까트린이라는 여성이 나타난다. 까트린은 매력적이면서도 당돌한 인물이다. 언젠가 쥴, 짐과 함께 연극을 본 후에는 여성 주인공이 숫처녀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쥴은 지속적으로 정숙한 여인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와 짐이 까트린을 만나기 전에 무수히 많은 여성을 서로 소개해주고 종종 성매매를 했음에도 말이다. 쥴에게 ‘정숙함’은 젠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 가치다.
논쟁을 이어가던 까트린이 돌발 행동을 한다. 갑자기 강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자 쥴은 크게 당황하고 까트린은 그제야 그런 쥴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여기까지는 까트린의 당돌함이 나쁘게만 묘사되지 않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논쟁을 마주하자, 자기 의견을 독특한 방식으로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매혹적’이다.
전쟁으로 인한 잠깐의 공백을 거친 후, 쥴은 까트린과 결혼한다. 역시 까트린을 욕망했던 짐은 낙심하지만 우정의 이름으로 쥴과 까트린을 축복하고 그들의 집에 방문한다. 그러나 짐은 행복하지 못한 쥴과 까트린을 목격한다. 쥴은 짐에게 까트린이 결혼하면 정숙해질 거라 믿었으나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까트린이 자신과의 관계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 애인을 두고 있다는 점도 고통스레 털어놓는다. 까트린의 당돌함이 본격적으로 악마화되는 건 여기서부터다. 여성에게만 정조 관념을 강요하는 남자에게 도발적으로 반격했던 까트린이 한 남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쉽사리 변덕에 휩싸이는 존재, 즉 늘 욕망의 결핍에 시달리는 여자로 재현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까트린을 놓칠 수 없는 쥴은 짐이 여전히 까트린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래서 다소 놀라운 결단을 내린다. 까트린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운 쥴이 짐에게 까트린과의 결혼을 제안하는 것이다. 까트린의 자유분방함을 비난하면서도 그녀를 향한 욕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쥴의 고육지책이다. 이 과정에서 까트린에게는 점차 남자를 홀려 망가뜨리는 ‘팜므파탈’, ‘요부’라는 이미지가 더해진다.
까트린은 쥴, 짐과 함께 지내면서 잠시나마 ‘두통이 올 정도의 완벽한 조화’를 느낀다. 까트린의 욕망은 남자 둘이 있어야 겨우 채워질 정도로 거대하다는 식이다. 여기에 그녀에게 구애하는 또 다른 마을 남성 알베르까지 더해진다. 문제는 까트린이 크게 변덕을 부려 끝내 만족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통제할 수 없는 여성의 욕망은 얼마나 위험한가’를 질문한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진다.
결국 짐은 오락가락하며 여러 남자를 탐닉하는 까트린을 떠난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했던 또 다른 여자와 서둘러 결혼한다. 짐이 떠나자 거대한 욕망으로 비틀거리던 까트린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짐에게 총을 들이대며 협박해도 짐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자동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해버리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여성의 운전은 자율성(혹은 통제되지 않음)으로 해석되어왔다. 때문에 까트린이 거칠게 운전한다는 건, 그녀 욕망이 끝내 무언가를 파괴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동반자살은 필연이었다.
이 장면은 결혼 전의 까트린이 쥴과 논쟁하며 강물에 뛰어든 장면과 겹친다. 그리고 두 장면 사이에는 주체적 욕망의 소유자였던 여성이 자기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파멸하는 과정이 있다. 쥴이 둘의 죽음을 회고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그는 까트린과 짐의 사랑이 자신과 짐 사이의 우정만 못했다고 자위하며 마지막까지 까트린을 우정을 파괴한 여자라고 비난한다. 자신이 그런 까트린을 그토록 간절히 원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은 것처럼 말이다.
〈쥴 앤 짐〉은 자기 욕망을 소유한 여성을 단죄함으로써 두 남성의 우정을 상찬하는 이야기 구조를 취한다. 그러나 그토록 ‘위대한’ 쥴과 짐의 우정은 여자 없이는 불가능한 공허한 것이었다. 쥴과 짐은 예술과 사회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는 데서 우정의 근거를 찾지만 이는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들의 우정은 여자를 탐하며 파리를 돌아다니며 깊어졌을 뿐이다. 작가인 짐은 쥴과의 우정을 담은 자전적 소설에서 둘의 관계에 ‘동성애’적 요소도 있다고 말하는데, 이 둘의 관계는 동성애라기보다는 여성을 타자화함으로써 남성 연대를 도모하는 호모소셜에 가깝다. 이를 ‘퀴어적 관계’로 재현하고자 하는 것은 예술적 기만이다.
영화 속 모든 여성 캐릭터가 부정적으로만 그려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쥴과 짐에게 여성은 하룻밤 상대이거나,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상대, 지독한 수다쟁이, 언제까지나 자신을 기다려주는 지고지순한 사람, ‘아름다운 물건’일 뿐이다. 그들이 까트린에게 매혹된 건 그녀가 단일한 이미지로 뭉뚱그려져 타자화된 여성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가 정해놓은 안전한 영역을 벗어난 여자(팜므 파탈, 요부)는 ‘위험’하다. 그래서 쥴은 애타게 까트린을 욕망했음에도 역시 남자들 간의 우정만 한 게 없다고 뒤늦게 주절거린다. 놀라운 정신승리다.
요컨대, 〈쥴 앤 짐〉은 여성을 타자화한 것을 예술적 성취로 포장해온 오랜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영화다. 〈쥴 앤 짐〉의 관람을 강력히 권한다. 이 작품이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명작’이어서가 아니다. 〈쥴 앤 짐〉은 남자가 예술을 빌미로 여성의 삶과 욕망을 제멋대로 재단해온 역사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한 텍스트다. 갖지 못할 바엔 죽이겠다는 까트린의 태도를 영화가 그려내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욕망하여 저항하는 여자’의 계보에 까트린을 추가하여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이 영화를 재독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쥴 앤 짐〉이 ‘명작’이라면, 오직 시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만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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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폐적이고 음울한 세계관 영화 8선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복잡 미묘한 낯선 컨셉, 퇴폐적이면서 음울한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한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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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스톤지 선정 2017년 최고의 영화 TOP 10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담담하면서도 폭발적인 감정 열연을 선보여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제74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및 유수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쓴 케이시 애플렉이 고스트 역할을, <그녀><캐롤>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루니 마라는 사랑을 잊기 위해 떠나는 여자 M으로 변신했습니다. '유령'관점에서 진행되는 영화로 독특한 소재인데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수년간 전 세계에 있는 누가 보더라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전통적인 고스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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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상상력의 총아’라는 평가를 받아 온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칸 영화제에서 상영 직후, 영화를 관람한 전세계 기자들이 일제히 수상 예상작으로 손꼽았던 화제작입니다. 상영 후 22분동안 기립박수를 받고 특수효과와 기발한 판타지에 대한 부분이 많은 호평을 받으며 웰메이드 판타지에 대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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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10년 전부터 <박쥐>를 기획하며 설계해 왔다고 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당시부터 송강호에게 출연제의를 했고, 이후 완성된 박쥐는 '신부’, ‘뱀파이어’, ‘살인’의 문제를 들어 윤리와 구원, 폭력의 문제를 그리며 메시지와 스타일, 모든 면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세계를 집약해 놓은 영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CINEPICK
라스폰트리에 감독 본인이 수위높기로 유명한 <안티크라이스트>보다 보기 힘든 영화라고 언급했고, 감독은 행성 충돌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라 우울증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많이 반영한 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CINEPICK
10여 년의 시간이 걸려 완성된 극비 프로젝트 <스플라이스>
‘퍼즐 스릴러’라고 불리는 똑똑한 SF <큐브>를 통해 장르적인 개척을 이룬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스플라이스>의 시나리오 구상과 사전 조사, 프로덕션 디자인과 스토리 보드까지 직접 준비하며 공을 들였다고합니다.
<스플라이스>는 프랑켄슈타인과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현대적인 변주이며 두 개의 이야기 속에 담긴 과학적인 상상과 철학적인 사상을 SF 장르 속에 담아낸 영화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CINEPICK
인도 출신의 감독 타셈 싱은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뮤직비디오 및 유명 기업들의 광고를 제작하며 영상 감각을 쌓았고 영화계까지 도전하며 첫 결과물로 완성한 것이 바로 <더 셀>입니다. 광고 감독이었던 만큼 뛰어난 영상미, 미장센으로 주목받으며 좋은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CINEPICK
제 71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수상한 <경계선>은 해외의 권위있는 영화제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인간 세계에서 공존하는 트롤들의이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기묘하면서 매혹적인 스토리로 비현실적인 장르를 관통해 남녀의 성, 인종, 사회적 신분 등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오드 판타지 로맨스입니다.
CINEPICK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작이었던 2015년 화제작 <더 랍스터>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특유의 낯설고 기괴한 설정의 영화입니다.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과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영향을 받아 비현실적이고 우화적인 설정과 서사, 정교하고 인공적인 미장센, 무미건조하면서도 신경을 긁는 영화의 특징이 있고 파격적이고 금기의 선을 넘는 소재를 자주 쓰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삶은 매우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난해한 영화 역시 허락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데이빗 린치 감독의 말처럼 영화의 세계는 넓고 다양합니다. 오늘 추천한 영화들은 호불호가 갈려 쉽게 다가서기 어렵지만 보고나면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영화들인데요. 클래식한 영화들 대신 가끔은 색다른 컨셉의 영화를 경험해보는게 어떨까요? 그 영화 역시 우리 삶의 일부분을 가져왔을테니까요
주말 비소식이 있습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주말되시고 다음주 영화추천으로 또 만나요
영화 큐레이터 AMY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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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액션도 미처 못 담은 회색지대의 삶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징역형을 감형하는 조건으로 CIA의 기밀 프로젝트인 '시에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코드네임 '식스(라이언 고슬링)'. 일명 '그레이 맨'이라 불리는 첩보 요원이 된 그는 여느 때처럼 방콕에서 타깃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기 직전 자신을 시에라 프로그램 참여자라고 밝힌 코드네임 '포(four)'로부터 메모리 카드를 건네받는다. 그 안에 CIA의 기밀 정보가 든 것을 알게 된 후 식스는 상관인 '카마이클(레게장 페이지)'에게 메모리 카드를 넘기는 대신 그 기밀을 파헤치기로 결정하고, 이에 카마이클은 전직 CIA 요원이자 소시오패스인 '로이드(크리스 에반스)'를 보내 그를 추적한다. 식스는 전직 상관인 '피츠(빌리 밥 손튼)'와 방콕에서 만난 요원 '대니(아나 데 아르마스)'의 도움을 받아 로이드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조금씩 숨겨진 진실에 가까워진다.
7월 13일에 극장에서 개봉했고, 22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인 영화 <그레이 맨>은 베스트셀러 시리즈인 마크 그리니의 '그레이맨' 시리즈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레드 노티스>와 함께 넷플릭스 역사상 최다 제작비인 2억 달러가 투입된 <그레이 맨>은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반스, 아나 데 아르마스, 레게장 페이지 등의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개봉과 공개 전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다. 특히 <그레이 맨>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통해 비평과 흥행을 모두 잡은 루소 형제의 연출작이었기에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레이 맨>은 그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화려한 액션 시퀀스와 오락성은 액션 영화를 다룰 줄 아는 루소 형제의 장점을 제대로 선사한 반면,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그들의 스토리텔링은 첩보영화로서의 독특함과 '그레이 맨'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온전히 살리지 못하는 단점을 고스란히 노출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레이 맨>은 시작부터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로 눈을 사로잡는다. 루소 형제가 만든 MCU 작품들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유달리 액션의 퀄리티가 높기로 소문나 있었는데, 이번에도 거액이 투자된 게 단숨에 느껴질 정도로 그 솜씨를 발휘한다. 방콕에서 타깃인 '시에라 포'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식스는 고층 빌딩 한가운데서 미션을 이행하는데, 신년을 기념하는 불꽃놀이는 그 시작을 더 화려하게 꾸며준다. 뒤이어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의 사투와 폭발하는 건물, 프라하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트램을 배경으로 한 총격전까지 영화는 끊이지 않는 액션씬을 선보인다.
이처럼 스트리밍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볼 충분한 이유가 되는 <그레이 맨>의 액션은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아날로그적이고 육체적 쾌감이 돋보이는 액션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클리셰를 역이용 한다는 점이다. 타깃을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대신 나이프와 주먹으로 직접 제압하면서 시작된 <그레이 맨>의 액션씬들은 가급적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맞부딪히는 형태의 액션을 고수하며, 마지막 대결도 주먹싸움으로 귀결된다. 이는 도시나 배경이 바뀔 때마다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스타일리시한 도입 샷과 대비를 이루며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일전에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MCU 내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액션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히어로 대신 첩보 요원을 내세우면서 그 특징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루소 형제가 제작하고 그들과 협업했던 무술 감독 샘 하그레이브가 연출한 넷플릭스 작품인 <익스트랙션>이 국제적으로 확장된 듯한 느낌도 든다.
한편 대놓고 007을 언급하는 <그레이 맨>은 여러 클리셰의 방향성을 살짝 역이용하는 영리함으로 무장한다. 우선 카 체이싱이나 추격전처럼 액션 영화의 감초나 다름없는 액션 시퀀스는 배제시킨다. 대신 원거리 저격 대신 육탄전을 벌이는 초반부 방콕에서의 장면처럼 예상을 조금씩 벗어나는 길을 걷는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미로 속에서도 오히려 식스와 로이드를 정면으로 대결시켜 버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물론 한계점이 없지는 않다. 프라하 시내에서 펼쳐지는 액션이나 다수의 적이 기다리고 있는 적군의 본부에 소수 인원이 침투하는 장면 등은 루소 형제의 전작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연상시킨다. 즉, 액션 시퀀스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구성이 매우 유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액션을 통해 감정과 드라마까지도 전달하면서 기시감을 잊게 만드는 점에서 이들의 탁월함은 다시금 빛난다. 수류탄을 이용한 속임수를 한 번은 유머스럽게, 다른 한 번은 뭉클하게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첩보 영화로서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클리셰의 역이용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냉전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에스피오나지 장르는 냉전이 저물며 활력을 잃은 후 다양한 변주를 해 왔고, 새로운 클리셰들을 만들어 냈다. 소련으로 대변되는 외부의 적을 대신하기 위해 첩보 조직 내부에 적이 있다는 방식으로 새로운 적을 상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이슨 본처럼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의 등장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왜 첩보 요원으로서 활동하는지, 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까지 국가의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지, 왜 국가의 이익이 다른 가치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자신의 행동이 왜 옳은지 혹은 잘못된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는다. 첩보 영화의 대표주자인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최신작인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심지어 복잡한 이론적 배경을 제치고 나면 <테넷> 역시 싸워야 하는 이유를 갈구하는 첩보영화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레이 맨>은 지금까지 많은 첩보물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뻔뻔해 보일 정도로 간단히 답하면서 클리셰를 반바퀴 비튼다. 영화는 스파이의 존재 의의와 목적, 그리고 정당성에 대해 깊이 고찰하지 않는다. 대신 손에 이미 피를 묻힌 이상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이 무의미하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식스는 감옥에서 꺼내 주는 조건으로 합류한 시에라 프로젝트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피츠의 말에 분노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에 수긍하고, 지금의 삶이라도 지속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한다. 사실 재소자 중에 가능성 있는 이들을 스파이로 활용한다는 콘셉트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클리셰다. 그런데 스파이가 될 재소자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레이 맨>은 다른 첩보물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신 <그레이 맨> 속 인물들은 '어떻게?'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방콕에서의 첫 번째 임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식스는 코드네임 시에라 포를 죽여야 하는 이유를 전혀 묻지 않는다. 그가 CIA에 위협이라는 최소한의 정보만 들은 채 미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그는 타깃 제거 방식을 두고서는 책임자인 카마이클과 충돌한다. 민간인과 어린아이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임무를 수행하라는 카마이클의 명령을 식스는 거부한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어떻게'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그레이 맨'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재고될 수 있다. 영화 속 그레이 맨은 피츠가 만든 비밀 첩보 요원을 뜻한다. 그러나 회색은 흑과 백 사이에서 경계가 불분명하기에, '그레이 맨'은 선과 악, 옳고 그름의 선이 불분명하고 이를 구분하려 하지도 않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도 들린다. 이는 식스가 포에게서 건네받은 메모리 카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자료에는 카마이클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로이드를 고용했고, 다수의 민간인 희생자를 내면서까지 첩보 임무를 진행했다는 증거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정보를 접한 인물들 중 CIA의 존재 이유나 임무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는 없다. 그들은 그저 임무를 진행할 때 어느 수준까지 윤리적 기준을 지킬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는 작중 식스와 로이드의 관계가 가장 두드러지는 대립 구도인 이유다. 매사에 침착하고 냉정한 첩보 요원 식스와 기분파이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민간 청부업자 로이드는 얼핏 보기에 상극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통점이 있다.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학대에 인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아버지를 총으로 죽인 자신의 행동이 칭찬받을 일이었다고 회고하는 식스의 모습에서는 왜 그가 '그레이 맨'인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애초에 도덕적 기준을 준수한 적이 없는 사이코패스인 로이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 대결은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한 사투다. 아버지에게 받은 학대의 경험을 동력 삼아 식스가 로이드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만 보더라도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문제는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이유 대신 삶의 방식에 주목하는 <그레이 맨>의 스토리가 지닌 깊이를 루소 형제가 온전히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어떤 방식의 삶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 고민한 바가 드러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작중 식스와 대니를 로이드와 카마이클로부터 구분 짓는 유일한 차이는 보편타당한 윤리적 선을 준수하는지 아닌지에 불과하다. 민간인과 어린 아이를 죽이지 않는 것,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것, 그리고 사랑과 신뢰의 의미를 아는 것.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전제 위에서 행동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영화는 그 선을 넘는 사람은 부적절하고, 그렇지 않은 이는 적절하다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 결과 평면적인 '그레이 맨'들의 이야기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굳이 인물들의 과거사나 심리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아도 그들의 손쉽게 편 가르고 대립시켜 이야기를 전개할 최소한의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과거사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식스의 과거사는 운을 띄우는 감옥에서의 초반부, 중반부의 플래시 백 장면, 그리고 대니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진상까지 딱 세 대목에 불과하다. 로이드 역시 카마이클과 하버드 동창이었고, 소시오패스라서 CIA에서 퇴출되었다는 것 외에는 과거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빈 공간은 끝없는 액션과 익숙한 관계성이 대신한다. 식스가 자신과 같은 처지인 포를 제거하는 것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유사 가족인 식스와 클레어의 관계는 <레옹>을, 식스와 대니가 수십 명이 지키는 성을 공략하는 모습에서는 <존 윅>과 <윈터 솔져>가 보인다. 그래서 결코 간단할 수 없는 식스의 복잡한 내면, 다른 첩보 영화들과 비교되는 차별점은 깊은 우물 속으로 가라앉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는 대중성과 오락성을 위해 <그레이 맨>의 잠재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선택처럼 보인다. 주어진 상황과 현실을 깊이 고찰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는 순응하고, 대신 그 안에서 최선의 방식을 찾으려는 삶의 태도. 이러한 태도는 나날이 퍽퍽해지는 현실의 삶을 사는 많은 관객 혹은 시청자들이 불가피하게 선택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모순된 사회 구조와 권력 관계의 본질적인 원인을 찾고 개선할 수단이 개개인에게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요 인물들의 서사를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면, 시청자들의 동병상련을 유도하고, 극의 몰입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흔히 보여주는 단점의 연장선이다. 창작자들의 자유와 재량을 최대한 보장하는 넷플릭스의 원칙은 창작자들의 단점을 극대화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데, <그레이 맨>이 정확히 그 사례에 해당한다. 루소 형제는 이미 전작들에서 오락성과 대중성을 위해 드라마적인 측면을 희생시킨 전적이 있다. <윈터 솔져>는 안전을 위한 자유의 통제라는 사회비판적 주제를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도로 풀어낸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빌 워>는 자유와 통제 사이에서 벌어진 상이한 정의관의 충돌을 두 주인공의 개인사와 감정적 충돌에 국한시키는 측면이 있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도 하나의 이어지는 작품으로 본다면, 생명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어벤져스의 철학과 극단적 공리주의자인 타노스의 신념 간의 논쟁에 대한 결론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대중성과 오락성에 집중하는 루소 형제의 작품이 세련되지만 항상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고, <그레이 맨>도 다르지 않다.
그나마 단순해질 수 있는 흐름에 화려한 액션만큼이나 변주를 주는 대목을 꼽자면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우선 크리스 에반스는 <나이브스 아웃>에서 보여준 양아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선보인다. 감정을 전혀 숨기기 못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광기 어린 인물인 로이드를 영화의 톤에 알맞게 표현해낸다. 그가 보여준 로이드의 매력은 정반대의 매력을 뽐내는 식스와의 조화 속에서 더욱 빛나기도 한다. 라이언 고슬링은 정적이고 여유로우면서도 한 끗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고, 또 상당한 지략과 언변을 자랑하는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잠깐 동안 <드라이브>에 등장한 라이언 고슬링을 보는 듯한 인상도 준다. 이에 더해 <노타임 투 다이>에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바 있는 아나 데 아르마스가 또 한 번 조력자로 등장한 점 역시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조차도 단순한 오락 영화 그 이상일 수 있었던 <그레이 맨>의 잠재력을 살리지는 못하며, 영화를 압축한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남는 아쉬움도 끝끝내 달래지 못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넷플릭스를 만나 극한으로 발현된 루소 형제의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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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왜 272kg이 되었는가
- 더 웨일(The Whale, 2023)
장르 : 미국·드라마 │ 감독 : 대런 애러노프스키
출연 : 브렌든 프레이저(찰리), 세이디 싱크(엘리), 홍 차우(리즈)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7분그는 왜 272kg의 거구가 되었는가
자기혐오를 유발하는 순간들 중 하나가 바로 ‘식탐을 절제하지 못할 때’가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를 받아 절제력을 상실한 채 입안 가득 음식들을 밀어 넣고 나면, 배부름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혐오가 밀려오곤 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이 찌고, 그렇게 스스로를 미워하고 있으리라. <더 웨일>의 주인공 ‘찰리’도 그 과정을 반복한 끝에 272kg의 거구가 되었다.
하지만 찰리가 소파에서 혼자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겨운 상태의 비만이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에게는 가정을 저버릴 만큼 사랑했던 연인이 있었는데, 그 연인이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물리적으로 잃은 것도 괴롭지만, 그 사랑을 위해 포기한 원래의 가족 또한 잃은 셈이니 찰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너진 그의 세상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삶의 고통을 식음을 전폐하는 방식으로 견디듯, 그는 끊임없이 음식을 채워 넣으며 견뎠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맛’이 아니라 그저 먹는 ‘행위’를 추구했는지도.
집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 다양한 주제
영화는 한 발짝도 제 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거구의 남성이 집안에서 어떻게 삶을 비관하고 죽어가는지를 보여주기에, 화면 자체는 단조롭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세상은 온통 집뿐이다. 그럼에도 플래시백을 통해서조차 과거를 보여주지 않고 집안만을 조명하는 것은, 어쩌면 272kg의 찰리가 겪을 단조로움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영화가 다루는 주제들은 화면과 달리 결코 단조롭지 않았다. 퀴어와 종교,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나아가 자기 파괴와 구원까지도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272kg의 거구를 아무런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물론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겠지. ‘그래도 그렇지 얼마나 자기 관리가 안되면 저 지경이 돼?’ 사실은 나도 도입부의 찰리를 보고 함부로 그를 판단했다. 어쩌면 세상 모두가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찰리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깨닫고 난 이후부터는 그가 단순한 ‘비만인’으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자기 관리의 부재’, ‘절제력 부족’이라는 말만으로 한 인생을 가볍게 판단하기에 사람에게는 누구나 복잡다단하고 커다란 세계가 있음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되었을 뿐.
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단순한 스트레스를 찰리의 고통에 견줄 수야 없겠지만,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부정적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입으로 음식을 밀어 넣고 있다. 나 또한 자주 그렇다. 세상은 그런 우리에게 자주 이런 잣대를 들이댄다. “정말 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구나. 살을 빼야지! 건강해져야지! 이겨내야지!” 그리고 정신력을 발휘해 비만을 탈출하는 것만이 제대로 된 구원이라고 믿게 만든다. 물론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였다면 아마도 찰리는 사랑하는 딸과 친구를 위해 열심히 살을 빼고 다시 리즈시절의 몸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르지만, <블랙스완>의 ‘대런 애러노프스키’가 연출한 이 작품은 고요하게 현실적이었다.
그는 오히려 그 육신을 포기함으로써 구원받았다. 종교로도 그 무엇으로도 떨쳐내지 못한 이 생에서의 슬픔은, 그렇게 홀연히 껍데기를 벗으면서야 마무리 된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다. 나를 과연 내 육신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진정한 구원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역겨워?”라고 묻던 찰리의 처연한 눈동자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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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타임 루프물 모음
안녕하세요. 씨나병입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재밌는 타임 루프만 잔뜩 모아~모아 왔습니다!
씨나병처럼 넷플릭스 고르다가 유튜브로 넘어가지 않게! 씨네픽이 재밌는 영화만 PICK! 했습니다 :-)
엣지 오브 투모로우 (2014) - 더그 라이만
스릴러 | 15세 관람가 | 88분
SF와 타임루프의 만남! 톰 크루즈의 죽어야만 더 강해지는 타임 루프!
"가까운 미래, 미믹이라 불리는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인류는 멸망 위기를 맞는다.
빌 케이지(톰 크루즈)는 자살 작전이나 다름없는 작전에 훈련이나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로 배정되고 전투에 참여하자마자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
그가 다시 그 끔찍한 날이 시작된 시간에 다시 깨어나 다시 전투에 참여하게
되고 다시 죽었다가 또 다시 살아나는 것.
외계인과의 접촉으로 같은 시간대를 반복해서 겪게 되는 타임 루프에 갇히게 된 것이다.”
ARQ (2016) - 토니 엘리엇
스릴러 | 15세 관람가 | 88분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임루프 영화! 레이첼 테일러 주연!
“어느 날 새벽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납치 당한 헨튼과 그의 여자친구는 이상한 연구소에 갇혀 반항하다가 총에 맞게 된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납치 당하기 바로 전 아침, 그렇게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에 갇힌 렌튼은 반복되는 시간이 자신이 개발한 무한동력기인 아크(ARQ) 때문에 생긴 문제임을 깨닫게 되는데..."
트라이앵글 (2009) – 크리스토퍼 스미스
공포,미스터리,스릴러,드라마 | 15세 관람가 | 99분
멜리사 조지, 리암 헴스워스 주연의 공포/스릴러 타임루프 물!
“친구들과 요트 여행에 오른 싱글맘 제스.
갑작스러운 폭풍을 만나 일행 모두 바다에 표류하지만
운 좋게도 호화 유람선을 발견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승선한다.
하지만 배 안에는 사람의 흔적만 느껴질 뿐 아무도 보이지 않고 바다 위,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거대한 크루즈 안에서 일행들은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끝을 알 수 없이 계속 반복되는 죽음과 공포의 순간, 정해진 운명의 패턴을 바꿔야만 탈출에 성공할 수 있는데... 과연 제스는 반복되는 시간의 고리를 끊고 운명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소스코드 (2011) – 던칸 존스
액션,SF,스릴러 | 12세 관람가 | 93분
주어진 시간은 단 8분!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타임 루프의 정석 영화
“도시를 위협하는 열차 폭탄 테러 사건 해결을 위해 호출된 콜터 대위. ‘소스 코드’에 접속해 기차 테러로 희생된 한 남자의 마지막 8분으로 들어가 폭탄을 찾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이 임무가 성공해야만 6시간 뒤로 예고된 시카고를 날려버릴 대형 폭탄 테러를 막을 수 있다. 그는 모든 직감을 이용해 사건의 단서와 용의자를 찾아야 하는데……”
어바웃 타임 (2013) – 리차드 커티스
멜로/로맨스, 코미디 | 15세 관람가 | 123분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 로맨스+타임루프 = 환상 !
"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것이 비록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는 없지만,
여자친구는 만들어 줄 순 있으리..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팀.
어설픈 대시, 어색한 웃음은 리와인드! 뜨거웠던 밤은 더욱 뜨겁게 리플레이!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이 완벽해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어떠한 순간을 다시 살게 된다면, 과연 완벽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
+ <팜 스프링스> - 맥스 바바코우
2021.08.19 개봉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 무한 타임 루프 로코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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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한 존재감의 선을 느끼는 방법
성선설과 성악설은 인간의 심성이 본래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관한 대표적인 두 가지 학설입니다. 여러분은 성선설과 성악설 중 어느 것을 더 지지하시나요?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건한 성악설 지지자였습니다. 인간은 악하고 이기적으로 태어나지만, 사회화를 거쳐 선함을 익힌다고 믿었어요. 그러나 최근에 가치관이 바뀌었습니다. 선은 만들어질 수 없지만, 악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간의 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도, 이 주장들 속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에게는 선함과 악함이 모두 있다는 거죠. 어느 것이 먼저였든지 간에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악만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악에 비해 선은 너무나 사소하고 희미한 존재감을 가졌기 때문이겠지요.
바로 이럴 때, 선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예리하고 뾰족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겁니다. 그 안에는 그들이 포착한 제각각의 선이 담겨 있거든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2024년 12월 11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Small Things Like These
Summary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 '빌 펄롱'은 석탄을 팔며 아내, 다섯 딸과 함께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지역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간 '빌 펄롱'은 숨겨져 있던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팀 밀란츠
출연: 킬리언 머피, 아일린 윌시 외
선, 사소하지만 묵직한 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수녀원에 석탄을 납품하러 간 '빌'이 그곳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진실을 마주한 빌이 '방관'과 '행동' 사이에서 고뇌하는 과정이 채우고 있는데요. 영화 내내 깊은 고통, 불안과 불편 속에 있던 '빌'은 끝끝내 악에 저항하는 작은 행동 하나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바로 수녀원에 버려져 학대받던 소녀 '사라'를 구하는 일입니다.
'빌'이 '사라'를 데리고 나오는 과정에는 아무런 스펙터클이 없습니다. '사라'가 갇힌 곳에 접근하기 위한 잠입도, 악의 축인 수녀원장과의 대립도 없어요. 오히려 수녀원장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그는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유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행한 구원은 여느 때와 같이 수녀원의 석탄 창고 문을 열고, 그 안에 쪼그리고 있는 소녀를 부축해 나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러닝타임의 90% 이상을 할애한 고뇌에 비하면 무척이나 짧고 허무하지요.
하지만 영화의 길이가 길지 않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약한 것은 아니듯이,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구성이 관객에게 선의 형태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거든요. 기나긴 숙고 끝에 내린 사소한 결단 하나, 그것이 바로 선이지요. (마침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98분, 동명의 원작 소설은 쪽수가 132쪽으로 짧습니다. 이마저도 하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지네요.) 그가 한 행동은 그저 손을 내미는 것뿐이었지만, 우리는 그 안의 묵직한 힘을 느낍니다. <이토록 사소한 것들>은 선의를 과장하여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그 힘을 더 강하게 전달합니다.
'빌'의 선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의 삶에 켜켜이 쌓인 또 다른 선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구성을 통해 외로움과 결핍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빌'의 과거를 조금씩 보여주는데요. 그의 어린 시절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지만, 그 속에도 분명한 선들이 있었습니다. 상주 고용인의 자식을 받아주고, 가난한 엄마 대신 갖고 싶었던 직소 퍼즐을 선물했던 집주인이 대표적이죠. '빌'이 아무리 고되어도 손에 묻은 재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아이들이 있는 식탁에 앉는 것, 부하 직원에게 노동 그 이상의 값을 지불하는 것, 그리고 '사라'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된 것은 유산처럼 남은 선의 영향입니다.
⊙ ⊙ ⊙
고민에 빠진 '빌'이 아내 '아일린'에게 '사라'의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 아이들과 같은 아이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가 선을 베풀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대사에 담겨 있는 듯해요. 우리 인간은 모두 특별한 보편성을 가졌지요. 개개인은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이나, 그 특별함 속에는 부정할 수 없는 보편들도 있습니다. 같은 종으로서의 보편, 같은 정체성으로서의 보편, 같은 문화권에서 비롯되는 보편, 같은 이념과 가치관이 만드는 보편... 우리는 모두 다르면서도, 모두 같습니다. 그러니 선을 베풀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모두가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희미하지만 강한 선의 마음이 이야기 밖에서도 어렴풋이나마 느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One-Liner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용기 하나를 위한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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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고스트 버스터즈 다시 출동!!!
1980년대 두 편이 개봉했던 고스트 버스터즈의 세 번째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2016년에 만들어진 여성 중심의 고스트 버스터즈가 있었지만 좀 실망스러웠는데요.
이번에 개봉하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기존 시리즈를 정식으로 이어가는 영화입니다.
기존 시리즈의 감독인 이반 라이트만의 아들인 제이슨 라이트만이 감독을 맡아 기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요.
먹깨비나 머쉬멜로우맨 같은 유령들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오리지널 멤버들도 등장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리뷰 영상을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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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 Busters' third film, which was released in the 1980s, was released.
There was a women-centered Ghost Busters created in 2016, but it was a little disappointing.
Ghost Busters Afterlife, which will be released this time, is a film that officially continues the existing series.
Jason Reitman, the son of Ivan Reitman, the director of the existing series, is the director and captivates the hearts of existing fans.
Ghosts such as Muk-Kae-bi and Mushmallowman also appear as they are.
The original members are coming out, so if you're curious, please watch the review vid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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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랙 위도우> 파이널 예고편
"모든 것을 바꾼 그녀의 선택”
어벤져스의 운명을 바꾼 블랙 위도우, 그녀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어벤져스의 히어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 (스칼렛 요한슨)는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거대한 음모와 실체를 깨닫게 된다.
상대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와 새로운 위도우들의 위협에 맞서
목숨을 건 반격을 시작하는 ‘나타샤’는 스파이로 활약했던 자신의 과거 뿐 아니라,
어벤져스가 되기 전 함께했던 동료들을 마주해야만 하는데…
폭발하는 리얼 액션 카타르시스!
MCU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할 첫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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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더스 인스팅트> 메인 예고편
‘알리스’는 다정한 남편, 8살 아들 ‘테오’와 함께 산다.
옆집에 사는 이웃 ‘셀린’에게도 남편과 8살 아들 ‘막심’이 있다.
자매처럼 친한 친구로 서로의 아들을 아끼는 ‘알리스’와 ‘셀린’.
어느 날 ‘막심’이 실수로 지붕에서 떨어져 죽고
‘셀린’은 이 사고를 목격하고도 막지 못한 ‘알리스’를 원망한다.
한편, ‘막심’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힌 ‘알리스’는
아들 ‘테오’와 가족들에게 안 좋은 일이 연달아 발생하자
급기야 ‘셀린’이 자신에게 복수를 꾀한다는 의심의 굴레에 빠진다.
완벽한 삶은 비극적인 사고로 사라지고
깨져버린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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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탕한 여성'을 단죄하라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1961)이 재개봉했다. 개봉 당시 파격적인 기법과 아름다운 화면 등으로 화제가 된 영화라 한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이 영화의 가장 의미심장한 요소는 줄거리와 여성 캐릭터 재현이다. 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이는 요즘, 기법이나 화면이야 상대적으로 ‘낡은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줄거리와 여성 캐릭터 재현은 그렇지 않다. 전자가 영화사에 관심 있는 사람에 한정된 이야깃거리라면, 후자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1912년 파리다. 독일에서 온 쥴과 프랑스인 짐은 문화·문화적 취향이 맞아 금세 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 절친한 두 사람 사이에 까트린이라는 여성이 나타난다. 까트린은 매력적이면서도 당돌한 인물이다. 언젠가 쥴, 짐과 함께 연극을 본 후에는 여성 주인공이 숫처녀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쥴은 지속적으로 정숙한 여인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와 짐이 까트린을 만나기 전에 무수히 많은 여성을 서로 소개해주고 종종 성매매를 했음에도 말이다. 쥴에게 ‘정숙함’은 젠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 가치다.
논쟁을 이어가던 까트린이 돌발 행동을 한다. 갑자기 강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자 쥴은 크게 당황하고 까트린은 그제야 그런 쥴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여기까지는 까트린의 당돌함이 나쁘게만 묘사되지 않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논쟁을 마주하자, 자기 의견을 독특한 방식으로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매혹적’이다.
전쟁으로 인한 잠깐의 공백을 거친 후, 쥴은 까트린과 결혼한다. 역시 까트린을 욕망했던 짐은 낙심하지만 우정의 이름으로 쥴과 까트린을 축복하고 그들의 집에 방문한다. 그러나 짐은 행복하지 못한 쥴과 까트린을 목격한다. 쥴은 짐에게 까트린이 결혼하면 정숙해질 거라 믿었으나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까트린이 자신과의 관계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 애인을 두고 있다는 점도 고통스레 털어놓는다. 까트린의 당돌함이 본격적으로 악마화되는 건 여기서부터다. 여성에게만 정조 관념을 강요하는 남자에게 도발적으로 반격했던 까트린이 한 남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쉽사리 변덕에 휩싸이는 존재, 즉 늘 욕망의 결핍에 시달리는 여자로 재현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까트린을 놓칠 수 없는 쥴은 짐이 여전히 까트린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래서 다소 놀라운 결단을 내린다. 까트린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운 쥴이 짐에게 까트린과의 결혼을 제안하는 것이다. 까트린의 자유분방함을 비난하면서도 그녀를 향한 욕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쥴의 고육지책이다. 이 과정에서 까트린에게는 점차 남자를 홀려 망가뜨리는 ‘팜므파탈’, ‘요부’라는 이미지가 더해진다.
까트린은 쥴, 짐과 함께 지내면서 잠시나마 ‘두통이 올 정도의 완벽한 조화’를 느낀다. 까트린의 욕망은 남자 둘이 있어야 겨우 채워질 정도로 거대하다는 식이다. 여기에 그녀에게 구애하는 또 다른 마을 남성 알베르까지 더해진다. 문제는 까트린이 크게 변덕을 부려 끝내 만족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통제할 수 없는 여성의 욕망은 얼마나 위험한가’를 질문한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진다.
결국 짐은 오락가락하며 여러 남자를 탐닉하는 까트린을 떠난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했던 또 다른 여자와 서둘러 결혼한다. 짐이 떠나자 거대한 욕망으로 비틀거리던 까트린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짐에게 총을 들이대며 협박해도 짐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자동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해버리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여성의 운전은 자율성(혹은 통제되지 않음)으로 해석되어왔다. 때문에 까트린이 거칠게 운전한다는 건, 그녀 욕망이 끝내 무언가를 파괴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동반자살은 필연이었다.
이 장면은 결혼 전의 까트린이 쥴과 논쟁하며 강물에 뛰어든 장면과 겹친다. 그리고 두 장면 사이에는 주체적 욕망의 소유자였던 여성이 자기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파멸하는 과정이 있다. 쥴이 둘의 죽음을 회고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그는 까트린과 짐의 사랑이 자신과 짐 사이의 우정만 못했다고 자위하며 마지막까지 까트린을 우정을 파괴한 여자라고 비난한다. 자신이 그런 까트린을 그토록 간절히 원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은 것처럼 말이다.
〈쥴 앤 짐〉은 자기 욕망을 소유한 여성을 단죄함으로써 두 남성의 우정을 상찬하는 이야기 구조를 취한다. 그러나 그토록 ‘위대한’ 쥴과 짐의 우정은 여자 없이는 불가능한 공허한 것이었다. 쥴과 짐은 예술과 사회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는 데서 우정의 근거를 찾지만 이는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들의 우정은 여자를 탐하며 파리를 돌아다니며 깊어졌을 뿐이다. 작가인 짐은 쥴과의 우정을 담은 자전적 소설에서 둘의 관계에 ‘동성애’적 요소도 있다고 말하는데, 이 둘의 관계는 동성애라기보다는 여성을 타자화함으로써 남성 연대를 도모하는 호모소셜에 가깝다. 이를 ‘퀴어적 관계’로 재현하고자 하는 것은 예술적 기만이다.
영화 속 모든 여성 캐릭터가 부정적으로만 그려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쥴과 짐에게 여성은 하룻밤 상대이거나,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상대, 지독한 수다쟁이, 언제까지나 자신을 기다려주는 지고지순한 사람, ‘아름다운 물건’일 뿐이다. 그들이 까트린에게 매혹된 건 그녀가 단일한 이미지로 뭉뚱그려져 타자화된 여성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가 정해놓은 안전한 영역을 벗어난 여자(팜므 파탈, 요부)는 ‘위험’하다. 그래서 쥴은 애타게 까트린을 욕망했음에도 역시 남자들 간의 우정만 한 게 없다고 뒤늦게 주절거린다. 놀라운 정신승리다.
요컨대, 〈쥴 앤 짐〉은 여성을 타자화한 것을 예술적 성취로 포장해온 오랜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영화다. 〈쥴 앤 짐〉의 관람을 강력히 권한다. 이 작품이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명작’이어서가 아니다. 〈쥴 앤 짐〉은 남자가 예술을 빌미로 여성의 삶과 욕망을 제멋대로 재단해온 역사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한 텍스트다. 갖지 못할 바엔 죽이겠다는 까트린의 태도를 영화가 그려내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욕망하여 저항하는 여자’의 계보에 까트린을 추가하여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이 영화를 재독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쥴 앤 짐〉이 ‘명작’이라면, 오직 시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만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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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폐적이고 음울한 세계관 영화 8선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복잡 미묘한 낯선 컨셉, 퇴폐적이면서 음울한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한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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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스톤지 선정 2017년 최고의 영화 TOP 10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담담하면서도 폭발적인 감정 열연을 선보여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제74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및 유수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쓴 케이시 애플렉이 고스트 역할을, <그녀><캐롤>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루니 마라는 사랑을 잊기 위해 떠나는 여자 M으로 변신했습니다. '유령'관점에서 진행되는 영화로 독특한 소재인데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수년간 전 세계에 있는 누가 보더라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전통적인 고스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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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상상력의 총아’라는 평가를 받아 온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칸 영화제에서 상영 직후, 영화를 관람한 전세계 기자들이 일제히 수상 예상작으로 손꼽았던 화제작입니다. 상영 후 22분동안 기립박수를 받고 특수효과와 기발한 판타지에 대한 부분이 많은 호평을 받으며 웰메이드 판타지에 대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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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10년 전부터 <박쥐>를 기획하며 설계해 왔다고 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당시부터 송강호에게 출연제의를 했고, 이후 완성된 박쥐는 '신부’, ‘뱀파이어’, ‘살인’의 문제를 들어 윤리와 구원, 폭력의 문제를 그리며 메시지와 스타일, 모든 면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세계를 집약해 놓은 영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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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폰트리에 감독 본인이 수위높기로 유명한 <안티크라이스트>보다 보기 힘든 영화라고 언급했고, 감독은 행성 충돌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라 우울증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많이 반영한 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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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의 시간이 걸려 완성된 극비 프로젝트 <스플라이스>
‘퍼즐 스릴러’라고 불리는 똑똑한 SF <큐브>를 통해 장르적인 개척을 이룬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스플라이스>의 시나리오 구상과 사전 조사, 프로덕션 디자인과 스토리 보드까지 직접 준비하며 공을 들였다고합니다.
<스플라이스>는 프랑켄슈타인과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현대적인 변주이며 두 개의 이야기 속에 담긴 과학적인 상상과 철학적인 사상을 SF 장르 속에 담아낸 영화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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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의 감독 타셈 싱은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뮤직비디오 및 유명 기업들의 광고를 제작하며 영상 감각을 쌓았고 영화계까지 도전하며 첫 결과물로 완성한 것이 바로 <더 셀>입니다. 광고 감독이었던 만큼 뛰어난 영상미, 미장센으로 주목받으며 좋은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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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수상한 <경계선>은 해외의 권위있는 영화제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인간 세계에서 공존하는 트롤들의이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기묘하면서 매혹적인 스토리로 비현실적인 장르를 관통해 남녀의 성, 인종, 사회적 신분 등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오드 판타지 로맨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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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작이었던 2015년 화제작 <더 랍스터>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특유의 낯설고 기괴한 설정의 영화입니다.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과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영향을 받아 비현실적이고 우화적인 설정과 서사, 정교하고 인공적인 미장센, 무미건조하면서도 신경을 긁는 영화의 특징이 있고 파격적이고 금기의 선을 넘는 소재를 자주 쓰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삶은 매우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난해한 영화 역시 허락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데이빗 린치 감독의 말처럼 영화의 세계는 넓고 다양합니다. 오늘 추천한 영화들은 호불호가 갈려 쉽게 다가서기 어렵지만 보고나면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영화들인데요. 클래식한 영화들 대신 가끔은 색다른 컨셉의 영화를 경험해보는게 어떨까요? 그 영화 역시 우리 삶의 일부분을 가져왔을테니까요
주말 비소식이 있습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주말되시고 다음주 영화추천으로 또 만나요
영화 큐레이터 AMY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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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액션도 미처 못 담은 회색지대의 삶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징역형을 감형하는 조건으로 CIA의 기밀 프로젝트인 '시에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코드네임 '식스(라이언 고슬링)'. 일명 '그레이 맨'이라 불리는 첩보 요원이 된 그는 여느 때처럼 방콕에서 타깃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기 직전 자신을 시에라 프로그램 참여자라고 밝힌 코드네임 '포(four)'로부터 메모리 카드를 건네받는다. 그 안에 CIA의 기밀 정보가 든 것을 알게 된 후 식스는 상관인 '카마이클(레게장 페이지)'에게 메모리 카드를 넘기는 대신 그 기밀을 파헤치기로 결정하고, 이에 카마이클은 전직 CIA 요원이자 소시오패스인 '로이드(크리스 에반스)'를 보내 그를 추적한다. 식스는 전직 상관인 '피츠(빌리 밥 손튼)'와 방콕에서 만난 요원 '대니(아나 데 아르마스)'의 도움을 받아 로이드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조금씩 숨겨진 진실에 가까워진다.
7월 13일에 극장에서 개봉했고, 22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인 영화 <그레이 맨>은 베스트셀러 시리즈인 마크 그리니의 '그레이맨' 시리즈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레드 노티스>와 함께 넷플릭스 역사상 최다 제작비인 2억 달러가 투입된 <그레이 맨>은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반스, 아나 데 아르마스, 레게장 페이지 등의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개봉과 공개 전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다. 특히 <그레이 맨>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통해 비평과 흥행을 모두 잡은 루소 형제의 연출작이었기에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레이 맨>은 그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화려한 액션 시퀀스와 오락성은 액션 영화를 다룰 줄 아는 루소 형제의 장점을 제대로 선사한 반면,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그들의 스토리텔링은 첩보영화로서의 독특함과 '그레이 맨'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온전히 살리지 못하는 단점을 고스란히 노출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레이 맨>은 시작부터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로 눈을 사로잡는다. 루소 형제가 만든 MCU 작품들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유달리 액션의 퀄리티가 높기로 소문나 있었는데, 이번에도 거액이 투자된 게 단숨에 느껴질 정도로 그 솜씨를 발휘한다. 방콕에서 타깃인 '시에라 포'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식스는 고층 빌딩 한가운데서 미션을 이행하는데, 신년을 기념하는 불꽃놀이는 그 시작을 더 화려하게 꾸며준다. 뒤이어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의 사투와 폭발하는 건물, 프라하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트램을 배경으로 한 총격전까지 영화는 끊이지 않는 액션씬을 선보인다.
이처럼 스트리밍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볼 충분한 이유가 되는 <그레이 맨>의 액션은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아날로그적이고 육체적 쾌감이 돋보이는 액션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클리셰를 역이용 한다는 점이다. 타깃을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대신 나이프와 주먹으로 직접 제압하면서 시작된 <그레이 맨>의 액션씬들은 가급적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맞부딪히는 형태의 액션을 고수하며, 마지막 대결도 주먹싸움으로 귀결된다. 이는 도시나 배경이 바뀔 때마다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스타일리시한 도입 샷과 대비를 이루며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일전에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MCU 내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액션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히어로 대신 첩보 요원을 내세우면서 그 특징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루소 형제가 제작하고 그들과 협업했던 무술 감독 샘 하그레이브가 연출한 넷플릭스 작품인 <익스트랙션>이 국제적으로 확장된 듯한 느낌도 든다.
한편 대놓고 007을 언급하는 <그레이 맨>은 여러 클리셰의 방향성을 살짝 역이용하는 영리함으로 무장한다. 우선 카 체이싱이나 추격전처럼 액션 영화의 감초나 다름없는 액션 시퀀스는 배제시킨다. 대신 원거리 저격 대신 육탄전을 벌이는 초반부 방콕에서의 장면처럼 예상을 조금씩 벗어나는 길을 걷는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미로 속에서도 오히려 식스와 로이드를 정면으로 대결시켜 버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물론 한계점이 없지는 않다. 프라하 시내에서 펼쳐지는 액션이나 다수의 적이 기다리고 있는 적군의 본부에 소수 인원이 침투하는 장면 등은 루소 형제의 전작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연상시킨다. 즉, 액션 시퀀스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구성이 매우 유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액션을 통해 감정과 드라마까지도 전달하면서 기시감을 잊게 만드는 점에서 이들의 탁월함은 다시금 빛난다. 수류탄을 이용한 속임수를 한 번은 유머스럽게, 다른 한 번은 뭉클하게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첩보 영화로서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클리셰의 역이용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냉전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에스피오나지 장르는 냉전이 저물며 활력을 잃은 후 다양한 변주를 해 왔고, 새로운 클리셰들을 만들어 냈다. 소련으로 대변되는 외부의 적을 대신하기 위해 첩보 조직 내부에 적이 있다는 방식으로 새로운 적을 상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이슨 본처럼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의 등장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왜 첩보 요원으로서 활동하는지, 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까지 국가의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지, 왜 국가의 이익이 다른 가치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자신의 행동이 왜 옳은지 혹은 잘못된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는다. 첩보 영화의 대표주자인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최신작인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심지어 복잡한 이론적 배경을 제치고 나면 <테넷> 역시 싸워야 하는 이유를 갈구하는 첩보영화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레이 맨>은 지금까지 많은 첩보물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뻔뻔해 보일 정도로 간단히 답하면서 클리셰를 반바퀴 비튼다. 영화는 스파이의 존재 의의와 목적, 그리고 정당성에 대해 깊이 고찰하지 않는다. 대신 손에 이미 피를 묻힌 이상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이 무의미하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식스는 감옥에서 꺼내 주는 조건으로 합류한 시에라 프로젝트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피츠의 말에 분노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에 수긍하고, 지금의 삶이라도 지속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한다. 사실 재소자 중에 가능성 있는 이들을 스파이로 활용한다는 콘셉트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클리셰다. 그런데 스파이가 될 재소자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레이 맨>은 다른 첩보물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신 <그레이 맨> 속 인물들은 '어떻게?'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방콕에서의 첫 번째 임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식스는 코드네임 시에라 포를 죽여야 하는 이유를 전혀 묻지 않는다. 그가 CIA에 위협이라는 최소한의 정보만 들은 채 미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그는 타깃 제거 방식을 두고서는 책임자인 카마이클과 충돌한다. 민간인과 어린아이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임무를 수행하라는 카마이클의 명령을 식스는 거부한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어떻게'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그레이 맨'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재고될 수 있다. 영화 속 그레이 맨은 피츠가 만든 비밀 첩보 요원을 뜻한다. 그러나 회색은 흑과 백 사이에서 경계가 불분명하기에, '그레이 맨'은 선과 악, 옳고 그름의 선이 불분명하고 이를 구분하려 하지도 않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도 들린다. 이는 식스가 포에게서 건네받은 메모리 카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자료에는 카마이클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로이드를 고용했고, 다수의 민간인 희생자를 내면서까지 첩보 임무를 진행했다는 증거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정보를 접한 인물들 중 CIA의 존재 이유나 임무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는 없다. 그들은 그저 임무를 진행할 때 어느 수준까지 윤리적 기준을 지킬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는 작중 식스와 로이드의 관계가 가장 두드러지는 대립 구도인 이유다. 매사에 침착하고 냉정한 첩보 요원 식스와 기분파이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민간 청부업자 로이드는 얼핏 보기에 상극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통점이 있다.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학대에 인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아버지를 총으로 죽인 자신의 행동이 칭찬받을 일이었다고 회고하는 식스의 모습에서는 왜 그가 '그레이 맨'인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애초에 도덕적 기준을 준수한 적이 없는 사이코패스인 로이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 대결은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한 사투다. 아버지에게 받은 학대의 경험을 동력 삼아 식스가 로이드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만 보더라도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문제는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이유 대신 삶의 방식에 주목하는 <그레이 맨>의 스토리가 지닌 깊이를 루소 형제가 온전히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어떤 방식의 삶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 고민한 바가 드러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작중 식스와 대니를 로이드와 카마이클로부터 구분 짓는 유일한 차이는 보편타당한 윤리적 선을 준수하는지 아닌지에 불과하다. 민간인과 어린 아이를 죽이지 않는 것,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것, 그리고 사랑과 신뢰의 의미를 아는 것.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전제 위에서 행동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영화는 그 선을 넘는 사람은 부적절하고, 그렇지 않은 이는 적절하다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 결과 평면적인 '그레이 맨'들의 이야기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굳이 인물들의 과거사나 심리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아도 그들의 손쉽게 편 가르고 대립시켜 이야기를 전개할 최소한의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과거사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식스의 과거사는 운을 띄우는 감옥에서의 초반부, 중반부의 플래시 백 장면, 그리고 대니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진상까지 딱 세 대목에 불과하다. 로이드 역시 카마이클과 하버드 동창이었고, 소시오패스라서 CIA에서 퇴출되었다는 것 외에는 과거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빈 공간은 끝없는 액션과 익숙한 관계성이 대신한다. 식스가 자신과 같은 처지인 포를 제거하는 것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유사 가족인 식스와 클레어의 관계는 <레옹>을, 식스와 대니가 수십 명이 지키는 성을 공략하는 모습에서는 <존 윅>과 <윈터 솔져>가 보인다. 그래서 결코 간단할 수 없는 식스의 복잡한 내면, 다른 첩보 영화들과 비교되는 차별점은 깊은 우물 속으로 가라앉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는 대중성과 오락성을 위해 <그레이 맨>의 잠재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선택처럼 보인다. 주어진 상황과 현실을 깊이 고찰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는 순응하고, 대신 그 안에서 최선의 방식을 찾으려는 삶의 태도. 이러한 태도는 나날이 퍽퍽해지는 현실의 삶을 사는 많은 관객 혹은 시청자들이 불가피하게 선택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모순된 사회 구조와 권력 관계의 본질적인 원인을 찾고 개선할 수단이 개개인에게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요 인물들의 서사를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면, 시청자들의 동병상련을 유도하고, 극의 몰입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흔히 보여주는 단점의 연장선이다. 창작자들의 자유와 재량을 최대한 보장하는 넷플릭스의 원칙은 창작자들의 단점을 극대화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데, <그레이 맨>이 정확히 그 사례에 해당한다. 루소 형제는 이미 전작들에서 오락성과 대중성을 위해 드라마적인 측면을 희생시킨 전적이 있다. <윈터 솔져>는 안전을 위한 자유의 통제라는 사회비판적 주제를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도로 풀어낸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빌 워>는 자유와 통제 사이에서 벌어진 상이한 정의관의 충돌을 두 주인공의 개인사와 감정적 충돌에 국한시키는 측면이 있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도 하나의 이어지는 작품으로 본다면, 생명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어벤져스의 철학과 극단적 공리주의자인 타노스의 신념 간의 논쟁에 대한 결론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대중성과 오락성에 집중하는 루소 형제의 작품이 세련되지만 항상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고, <그레이 맨>도 다르지 않다.
그나마 단순해질 수 있는 흐름에 화려한 액션만큼이나 변주를 주는 대목을 꼽자면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우선 크리스 에반스는 <나이브스 아웃>에서 보여준 양아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선보인다. 감정을 전혀 숨기기 못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광기 어린 인물인 로이드를 영화의 톤에 알맞게 표현해낸다. 그가 보여준 로이드의 매력은 정반대의 매력을 뽐내는 식스와의 조화 속에서 더욱 빛나기도 한다. 라이언 고슬링은 정적이고 여유로우면서도 한 끗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고, 또 상당한 지략과 언변을 자랑하는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잠깐 동안 <드라이브>에 등장한 라이언 고슬링을 보는 듯한 인상도 준다. 이에 더해 <노타임 투 다이>에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바 있는 아나 데 아르마스가 또 한 번 조력자로 등장한 점 역시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조차도 단순한 오락 영화 그 이상일 수 있었던 <그레이 맨>의 잠재력을 살리지는 못하며, 영화를 압축한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남는 아쉬움도 끝끝내 달래지 못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넷플릭스를 만나 극한으로 발현된 루소 형제의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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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왜 272kg이 되었는가
- 더 웨일(The Whale, 2023)
장르 : 미국·드라마 │ 감독 : 대런 애러노프스키
출연 : 브렌든 프레이저(찰리), 세이디 싱크(엘리), 홍 차우(리즈)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7분그는 왜 272kg의 거구가 되었는가
자기혐오를 유발하는 순간들 중 하나가 바로 ‘식탐을 절제하지 못할 때’가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를 받아 절제력을 상실한 채 입안 가득 음식들을 밀어 넣고 나면, 배부름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혐오가 밀려오곤 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이 찌고, 그렇게 스스로를 미워하고 있으리라. <더 웨일>의 주인공 ‘찰리’도 그 과정을 반복한 끝에 272kg의 거구가 되었다.
하지만 찰리가 소파에서 혼자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겨운 상태의 비만이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에게는 가정을 저버릴 만큼 사랑했던 연인이 있었는데, 그 연인이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물리적으로 잃은 것도 괴롭지만, 그 사랑을 위해 포기한 원래의 가족 또한 잃은 셈이니 찰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너진 그의 세상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삶의 고통을 식음을 전폐하는 방식으로 견디듯, 그는 끊임없이 음식을 채워 넣으며 견뎠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맛’이 아니라 그저 먹는 ‘행위’를 추구했는지도.
집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 다양한 주제
영화는 한 발짝도 제 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거구의 남성이 집안에서 어떻게 삶을 비관하고 죽어가는지를 보여주기에, 화면 자체는 단조롭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세상은 온통 집뿐이다. 그럼에도 플래시백을 통해서조차 과거를 보여주지 않고 집안만을 조명하는 것은, 어쩌면 272kg의 찰리가 겪을 단조로움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영화가 다루는 주제들은 화면과 달리 결코 단조롭지 않았다. 퀴어와 종교,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나아가 자기 파괴와 구원까지도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272kg의 거구를 아무런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물론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겠지. ‘그래도 그렇지 얼마나 자기 관리가 안되면 저 지경이 돼?’ 사실은 나도 도입부의 찰리를 보고 함부로 그를 판단했다. 어쩌면 세상 모두가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찰리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깨닫고 난 이후부터는 그가 단순한 ‘비만인’으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자기 관리의 부재’, ‘절제력 부족’이라는 말만으로 한 인생을 가볍게 판단하기에 사람에게는 누구나 복잡다단하고 커다란 세계가 있음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되었을 뿐.
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단순한 스트레스를 찰리의 고통에 견줄 수야 없겠지만,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부정적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입으로 음식을 밀어 넣고 있다. 나 또한 자주 그렇다. 세상은 그런 우리에게 자주 이런 잣대를 들이댄다. “정말 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구나. 살을 빼야지! 건강해져야지! 이겨내야지!” 그리고 정신력을 발휘해 비만을 탈출하는 것만이 제대로 된 구원이라고 믿게 만든다. 물론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였다면 아마도 찰리는 사랑하는 딸과 친구를 위해 열심히 살을 빼고 다시 리즈시절의 몸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르지만, <블랙스완>의 ‘대런 애러노프스키’가 연출한 이 작품은 고요하게 현실적이었다.
그는 오히려 그 육신을 포기함으로써 구원받았다. 종교로도 그 무엇으로도 떨쳐내지 못한 이 생에서의 슬픔은, 그렇게 홀연히 껍데기를 벗으면서야 마무리 된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다. 나를 과연 내 육신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진정한 구원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역겨워?”라고 묻던 찰리의 처연한 눈동자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