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2-01-20 10:46:14
소통이란 무엇인가?
영화 <증인> 리뷰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대상을 탄 정우성. 사실 수상 당시까지 영화를 보지 않고 무성히 들리는 소문으로만 영화를 판단하고 있어서 과연 받을만했는가? 의심을 했던 수상이었다. 하지만 보고나니 왜 대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 <증인>이 어떠한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는지 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증인> 시놉시스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
마음을 여는 순간, 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우.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증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영화 개봉 직후 김향기와 조승우의 자폐 연기를 비교하는 리뷰들이 많이 올라와서 김향기가 그렇게 연기를 못했을까? 하는 마음에 사실 보기 꺼려졌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김향기는 증인 속 지우의 캐릭터를 정말 매력적으로 잘 표현해냈다. 천재성을 띠고 있는 자폐아적 성향을, 비장애인인척 노력하려는 자폐아의 모습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었다. 과연 이 지우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신과함께에 나온 월직차사라고는 매칭이 안될 정도로 거의 다른 사람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우성의 연기 역시 담백하고 정말 좋았다. 후반부에 갑자기 민변에서 같이 활동했던 수인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캐릭터 붕괴가 온 것만 빼고는 굉장히 담담하게 변호사의 역할을 수행했고, 정우성이 선굵은 연기 뿐 아니라 이런 역할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한 편의 소설처럼 마음에 와닿은 대사들
영화 <증인>을 보고 나서 들었던 감정은 영화를 봤다는 느낌보다 잔잔한 감동의 소설책을 읽었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 이유는 마음에 와닿은 대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면 대사 한 마디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카메라 워팅, 특정 장면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머리를 깎는 장면이라던가 영화 <사바하>에서 이재인이 허물을 벗고 등장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그런게 뇌리에 박히기 마련인데 영화 <증인>은 특정한 장면보다는 대사들이 많이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지우 : 신혜는 웃는 얼굴로 나를 이용하고, 엄마는 화난 얼굴로 나를 사랑합니다.
순호 : 괴롭히는 사람은 친구 아니야.
로펌 대표 :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적당히 때가 묻어 있어야 해.
순수한 대사들도 많이 있었고,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정말 잘 보여주는 대사들도 곳곳에 있어서 순수함에 힐링받다가 순수함 속에 있는 날카로운 송곳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현실에 찌든 대사에 탄식이 나오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의 세계에 다가가다
영화 <증인>을 한 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어떻게 다가가야 하죠?’라고 물었던 인물이 ‘제가 직접 가면 되죠!’라고 대답하는 인물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우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지우와 대화를 하기 위해 담당 검사에게 어떻게 자폐아ㅘ 대화를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물어보는 순호. ‘어떻게 합니까?’하고 물어보던 순호는 지우에게 선물공세와 퀴즈풀기를 통해 점점 친해지고 지우와의 대화에 성공한다.
지우의 목격으로 인해 자신의 의뢰인이 실제 살인범이었음을 알게 되자 변호사자격을 걸고 재판에서 그 비밀을 폭로하며 지우의 증언이 재판에서 활용될 수 있게끔 한다. 그렇게 모든 재판이 끝나고 지우의 생일파티에 놀러 간 그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 지우를 엄마가 부르려 하자 ‘아닙니다. 제가 가면 되죠.’라고 말한다. 이런 순호의 성장을 통해서 타인의 세계에 직접 다가가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영화 <증인>은 잔잔한 감동으로 힐링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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