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2022-06-21 13:17:38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인사가 주는 힘
영화 <안녕하세요> 리뷰
안녕하세요는 김환희 배우, 이순재 배우, 유선 배우, 이윤지 배우 등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하며 제가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작품입니다.
시놉시스는 보육원에서 자란 수미가 호스피스 간호사 서진을 만나게 되며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을 만나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시놉시스의 내용처럼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그 힘으로 더 열심히 살아라" 라는 말과, 죽는 방법을 알기 위해 호스피스에 찾아가고 부부, 할아버지, 할머니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할아버지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며 사람들과 친해지게 됩니다.
곡성 이후 성장한 김환희 배우의 모습과 이순재 할아버지의 연륜있는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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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어렸을 적, 세상의 중심은 나였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은 건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매번 뽑히던 반장 선거에서 탈락했고, 성적은 예상만큼 좋지 않았으며 나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학교 시절 처음으로 D라는 성적을 손에 받아 들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마음 깊이 깨달았다. 아, 나는 정말로 별거 아닌 존재였구나. 내가 죽어도 세상은 아무 일 없는 듯 잘 돌아가겠구나. 그 사실을 고작 나쁜 성적으로 깨달았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웃긴 일이다.
영화 <지옥의 화원, 2021>은 액션 코미디 장르로, 싸움 실력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대양아치의 시대에 최강의 자리를 노리는 오에루(OL, Office Lady)들의 세력 다툼이 주된 줄거리이다.
이 영화는 관람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아무렇지 않게 관객들을 그들의 세계관으로 멱살 잡고 데려가기 때문에 줄거리 요약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영화관을 뛰쳐나가거나. 관객에게는 두 개의 선택이 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양아치, 오에루
오로지 힘과 싸움 능력만으로 승부하고 서열이 정해지는 양아치의 세계, 그리고 동일한 유니폼과 구두를 신은 여직원, 오에루. 이 조합이 매우 낯설고 신선하다. 싸우는 모습에서 살짝 쾌감도 느꼈고, 영화를 보고 나서는 싸움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여성 액션물이 필요하다. 개인사업자도 언제나 싸우고 싶습니다.
심지어 여직원들은 싸움 대결 후에는 착실히 복사도 하고, 커피도 타고, 얼굴과 온몸에 반창고를 붙이고는 일을 열심히 한다. 양아치도 먹고 살아야 하긴 하니까 그런가보다. 뒤에서 싸우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빼먹는다던가, 밖에서는 소란스럽게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점심을 먹는다든가 하는 영화 특유의 코미디가 웃음을 자아낸다.
#2. 우리의 정의로운 만화 주인공, 호조 란
주인공 나오코(나가노 메이)의 나레이션으로 우리는 이 영화가 학원 액션 만화들의 설정을 많이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후반부에 등장하는 나오코의 방에는 이 영화에서 언뜻언뜻 떠오르는 만화들이 대놓고 등장하기도 한다.
회사에 새로 입사한 호조 란(히로세 아리스)은 싸움의 절대 강자로, 우리가 아는 만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한다. 길거리에서 불량한 양아치를 혼내주고, 혼란스럽던 사내 질서를 실력으로 단칼에 정리하고, 양아치 세계와 접점이 전혀 없는 나오코와 절친한 친구가 된다.
그녀의 실력이 소문나게 되면서 주변에서 싸움 좀 한다고 하는 양아치들이 도전장을 들고 찾아오고, 그마저 호조 란에게는 너무나 쉬운 상대일 뿐이다.
그런데 나오코가 인질로 끌려가게 되면서, 스토리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다. 우리의 히로인이던 호조 란이 싸움에서 진 것이다.
#3. 나오코의 각성
호조 란이 기절하고 난 뒤, 나오코는 당황한다. 물론 나도 나오코 못지않게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란이 최강자 아니었어? 만화에서는 이러지 않았는데? 힘들어하다가도 결국 일어나서 이겨야 하는 거 아니야? 라며 눈동자를 있는 힘껏 굴리고 있는 순간, 이 영화의 진짜 최강자가 등장한다.
(놀랍지 않게도) 나오코다. 그녀는 싸움에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우리의 진짜 주인공이었다. 압도적인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타고난 재능으로 너무나도 쉽게 일대를 평정하고, 지상 최강의 여직원이 된다.
#4. 이 세계의 주인공
나오코가 싸우는 동안 사실 깨어났던 호조 란은 도망친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 아님을. 싸우는 게 좋았고, 어렸을 적부터 싸움을 잘했으며, 주인공 특유의 정의로운 성격까지 갖추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은 결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매우 힘들다.
사부인 '최초의 여직원'을 찾아가 수련을 마치고 나오코에게 정식으로 도전해보지만, 주인공은 이길 수 없다. 나는 내심 란이 이기길 바랬지만, 란도 나도 알고 있었다. 이 세계의 주인공은 나오코다. 재능은 노력으로 이길 수 없다. 나는 살짝 슬펐다.
#5. 그리고, 다른 세계의 엔딩
나오코와의 결투에서 패배한 호조 란은 서럽게 울지만, 갑자기 남직원이 등장한다. 그는 나오코를 포함한 많은 여직원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남직원으로 영화 중간에 약 2초간 등장했던, 존재감이 크지 않은 등장 인물이다. 울고 있는 란에게 그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뜬금없이 사랑을 고백한다. 저 상황에서 나만 웃긴지, 저들은 꽤 진지해서 더 웃음이 났다.
호조 란과 남직원이 껴안는 모습을 바라보며 쓸쓸히 혼자 걸어가는 나오코의 모습 위로 '완패'라는 단어가 띄워지며 영화가 끝난다.
싸움의 세계에서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호조 란은 알고 보니 인기남과 이루어지는 로맨스 장르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떤 세계의 주인공이다.
<지옥의 화원>을 보고 나서 나의 장르는 무엇일까, 잠깐 고민했다.
살다 보면 가끔씩 좌절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과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 기분에, 내가 너무 하찮게 느껴지는 순간들.
그런데 나의 장르가 가족 영화라면?
나에게는 걱정해주는 부모님이 있고, 우리는 가끔 다투기도 하고 서로 서운할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웃으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이 세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아닐까?
내가 주인공이 아닌 세상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지상 최강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나오코가 아니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도 된다.
다른 장르 어딘가에서 나는 분명 주인공이니까.
*본 리뷰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 시사회에 참석하여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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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 - '갈매기를 추락시킨 사랑이란 총성'
갈매기 (The Seagull)
개봉일 : 2018.12.13 (한국 기준)
감독 : 마이클 메이어
출연 : 시얼샤 로넌, 아네트 베닝, 빌리 하울, 코리스톨, 엘리자베스 모스, 메어 위닝햄
'갈매기를 추락시킨 사랑이란 총성'
매끈한 흰 털을 가진 갈매기가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사랑스러운 빛깔을 뽐내며 아주 자유롭게. 탕- 총성이 한발 울린다. 한 남자가 갈매기를 향해 총을 쏜다. 당장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거나 원수를 갚기 위한 총성 따위가 아니었다. 그냥. 화가 나서. 헤집고 싶어서. 갈매기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소유하고 싶어서.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던 갈매기는 그렇게 바닥으로 나가떨어진다.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갈매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갈매기>. 원작은 아직 접해보지 않았지만 원작은 꽤나 다크한 분위기라고 하기에 ‘혹시 멘탈 와장창 스타일인가..?’싶어 걱정을 잔뜩 집어먹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생각만큼 많이 다크하고 깊숙한 영화는 아니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애정에 대한 갈구, 질투와 자기혐오가 적절히 뒤섞인 이 이야기는 꽤나 직선적인 플룻을 갖추고 있다.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그에 얽힌 대가는 직통으로 그들을 관통한다. 연기력을 갖춘 중년의 여배우와 연기는 엉성하지만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 명성이 자자한 작가지만 강박을 갖고 있는 남자와 아직 인정받지 못한 소년.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과 외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그녀의 딸. 그 어디도 온전한 구석이 없는 애정의 방향은 얽히고설켜 새로운 고통으로 다가온다.
“모든 생명은 애절한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버렸네.”
콘스탄틴이 써 내려간 희곡의 한 구절이다. 애절하게 돌아가던 애정의 순환이 멈춘 곳엔 무엇이 남아있을까. 모두 사라졌을까, 추락했을까, 그대로 남아있을까.
갈매기 시놉시스
달빛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호숫가, 무대 뒤에서 첫 공연을 준비하는 ‘니나’(시얼샤 로넌)와 ‘콘스탄틴’(빌리 하울) ‘이리나’(아네트 베닝)처럼 유명한 배우가 되길 원하는 ‘니나’는 촉망받는 작가 ‘보리스’(코리 스톨)의 등장에 설레고, ‘콘스탄틴’은 그런 그녀를 보며 애태우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네 희곡엔 살아있는 인물이 없잖아.”
한적한 시골집에 살며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소년 콘스탄틴, 그리고 콘스탄틴이 애정 해 마지않는 사랑스러운 소녀 니나. 콘스탄틴은 희곡을 쓰고, 니나는 희곡의 주인공이 되어 연기를 펼친다. 습기를 머금은 나무들과 질척이는 진흙이 깔려있는 숲에서 콘스탄틴의 희곡이 처음으로 막을 올린다. 하지만 중년 배우인 그의 어머니 이리나는 아들의 연극에 틈틈이 딴죽을 건다. 어머니의 발언에 마음이 상한 콘스탄틴은 바로 공연을 마무리 짓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앞에 앉아있는 성공한 작가 보리스의 존재도 버거운데, 그 옆에 앉아 내 희곡의 문제점을 짚어대는 어머니의 말은 콘스탄틴의 자존감을 하락시킨다. 마흔도 안된 젊은 나이에 성공한 쉬이 말하는 ‘재능 있는 작가’와 시골에 박혀 흥미롭지 않은 희곡을 만들어내는 작가 지망생인 자신. 게다가 콘스탄틴이 사랑하는 소녀 니나는 보리스의 등장에 설렘을 느끼고 있으니.. 콘스탄틴의 감정은 바닥 저 밑으로 가라앉는다.
보리스는 이리나의 젊은 연인이다. 사실 이 둘의 관계는 완전한 연인으로 표현하기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을 때도 있고, 가벼운 연인처럼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엉성한 연인 사이에 새로이 등장한 ‘사랑스러운 소녀’는 보리스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이리나는 자존감이 꽤 높은 인물이다. 이 정도면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생각과 배우로서의 자부심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녀는 여전히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있겠는가. 내 나이의 절반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뿜어내는 사랑스러움은 자기관리로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 이리나는 보리스와 니나 사이의 분위기가 묘하게 변해가는 걸 눈치채고 니나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그녀는 20살 중반의 나이를 가진 마샤를 옆에 세워놓고 누가 더 젊어 보이냐고 질문하기도 하고, 노래를 들려달라는 청을 거절하다가도 니나에게 관심이 쏠리자 바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니나를 의식해 더 화려한 옷을 찾아 입고 거울 앞에 선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다. 막말로 다 큰 어른이 어린 소녀를 질투해서 뭐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어린 소녀가 나의 사랑을 뺏어가려고 한다면 얘기가 좀 다르다.
질투와 분노의 감정은 갈수록 커다랗게 자라 파괴력을 갖게 된다. 콘스탄틴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멀리 날아가고 있는 갈매기에게 총을 발사한다.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진 갈매기를 손으로 휘감아 올린 콘스탄틴은 무슨 의미냐고 묻는 니나의 앞에 말없이 갈매기를 던져놓는다. 하지만 니나는 콘스탄틴의 행동을 계속해서 궁금해하기보단 바로 앞에 놓인 멋진 작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한다. 꽃무늬 치마를 입은 소녀는 남자와 함께 호수로 향한다.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보리스를 부르는 소리에 이내 뭍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죽은 갈매기의 몸. 보리스는 갈매기를 보고 떠오른 글을 수첩에 적는다.
‘갈매기처럼 행복과 자유를 느끼는 호숫가 소녀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그녀를 파멸시킨다.’
엉켜버린 애정의 방향으로 인한 파멸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마샤는 오랜 외사랑을 미뤄두고, 나를 사랑해 주지만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남자 메드베덴코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콘스탄틴은 우울과 분노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에게 총을 발사하고, 니나는 “내 생명이 필요하시다면 가져가세요.”라는 보리스의 책 속 한 구절을 보리스에게 전하며 사랑에 자신을 바치겠다고 맹세한다.
콘스탄틴의 자살시도 후 일주일이 지났다. 콘스탄틴의 머리엔 작은 상처만 남았지만, 어긋난 감정들은 여전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리나는 보리스를 데려온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보리스를 데리고 떠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보리스와 니나는 이리나의 생각처럼 쉽게 마음을 접지 않았다. 보리스를 보며 무대에 서길 다짐한 니나는 보리스를 따라 모스크바로 떠난다. 콘스탄틴은 그 자리에 남아 니나를 그리워했고, 마샤는 결혼을 결심했지만 여전히 콘스탄틴의 곁을 맴돈다.
“난 그 갈매기야.”
시간은 생각만큼 많은 걸 바꿔놓진 못했다. 콘스탄틴은 작가가 되어 글을 쓰게 되었지만 여전히 니나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그녀의 소식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보리스와 아이를 가졌지만 아이를 잃고, 보리스에게 버려진 소녀는 울거나 죽는 연기만 곧잘 할 뿐이었지, 전체적인 연기엔 영 소질이 없어 배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여름, 그 시기에 모였던 인물들이 모두 모인 날 밤 니나는 콘스탄틴의 방 창문을 통해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온다. 2년 전, 꽃무늬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식탁 의자에 앉던 밝은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고 넘치게 지쳐버린 소녀는 이제 휴식을 바라고 있다. 나를 비웃고, 버린 남자에게 나는 ‘총 한방에 떨어져 버린 갈매기와 같은 존재’인가-? 니나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호기심에 사랑하고, 흥미가 떨어지자 버려진 ‘나’라는 존재는 무심결에 쏜 남자의 총에 맞아 떨어진 갈매기와 같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자니 나 자신의 존재가 너무 슬퍼지는 게 아닌가. 사실이지만 너무도 슬픈 이야기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슬픈 사실은 니나가 아직도 보리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스탄틴은 돌아온 니나를 향해 내 곁에 있어달라며 사랑을 갈구한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상관없으니 그저 곁에 있기만 하면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올 것 같았다. 니나는 사랑을 고백하는 콘스탄틴에게 아직도 보리스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니나의 마음을 들은 콘스탄틴은 더 이상 니나를 잡지 않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다.
“좋았던 때를 기억해?”
처음으로 완성한 희곡을 무대에 올리던 날, 니나는 콘스탄틴의 방에서 나가기 전, 그날을 기억하냐고 묻는다. 첫 연극의 설렘, 사자와 뿔 달린 사슴과 같은 동물들을 만들어 그림자를 연출했던 천막, 높이 떠올랐던 달. 그 기억들은 어느덧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어 순환의 끝에 서있었다. 니나가 다시 이 집을 떠나는 순간, 그것들이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던 건 왜였을까. 왠지 그녀가 이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둘 다 불속에 뛰어든 거야. 너는 작가, 나는 배우”
“우리에게 중요한 건 명예 같은 걸 꿈 꾸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야.”
명예와 영광을 쫓는 작가가 되고자 했던 콘스탄틴, 명예를 가진 작가를 사랑했던 니나, 명예에 쫓겨 강박을 갖게 된 작가 보리스, 명예를 놓지 못한 중년 여배우 이리나. 명예를 좇아 달리던 인물들 사이에서 빠르게 일그러진 사랑과 질투의 감정들은 그들을 한 마리 갈매기로 만든다. 그중 한 마리는 총에 맞아 추락했고, 다른 한 마리는 곧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듯 속도를 늦춘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결혼한 폴리나와 그의 딸 마샤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며 또 다른 새가 되어 행복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헤매고 있다.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사랑과 그에 대한 갈구, 명예와 영광에 대한 욕망과 자신을 끝없이 추락하게 만드는 자기혐오의 감정. 이 모든 것이 호수 표면에 조용히 내려앉은, 출렁이는 물결이 눈부시게 빛나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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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당이 불쌍해 보이는 영화 | 나쁜녀석들 더 무비
드라마의 인기의 힘으로 영화까지 진출한 드라마 겸 영화가 있다?!
그 드라마가 바로 나쁜 녀석들 인데
OCN에서 방영을 시작으로 인기가 많아서 영화까지 나왔어요~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마동석과 김상중이 극의 전체를 이끌어 나가면서
새로운 인물까지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킬링타임으로 딱 좋은 영화라서
가지고 와봤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액션, 느와르, 스릴러, 블랙 코미디, 피카레스크
감독 : 손용호
각본 : 한정훈
출연진 : 마동석, 김상중, 김아중, 장기용
개봉일 : 2019년 09월 11일
평점 : 8.15
스트리밍 : 티빙, 넷플, 웨이브, 왓챠
기획 의도
죄수들이 탈출했다!
교도소 호송차량이 전복되고 최악의 범죄자들이 탈주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경찰은 수감 중인 범죄자가 흉악범을 잡는 극비 프로젝트인 '특수범죄수사과'를 다시 소집한다.
미친개... 다시 풉시다!
'오탁구'반장은 과거 활약했던 전설의 주먹'박웅철'을 찾아가고,
감성 사기꾼 '곽노순'과 전직 형사 '고유성'을 영입해 새로운 팀을 구성한다.
새로운 멤버들이 합류해 더욱 강력하고 치밀하고 독해진 나쁜 녀석들.
이 사건을 파헤칠수록 배후에 거대한 범죄조직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 그들은
더 나쁜 놈들을 소탕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나쁜 녀석들의 법 없는 검거작전!
놈들처럼 생각하고 놈들처럼 행동할 그들이 온다!
여담
OCN 드라마로 처음 방영을 시작하여 나쁜 녀석들의 이야기가 좋아
시즌 1과 시즌 2를 만들었는데 이번 작품은 시즌 1을 배경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드라마를 안 본 상태에서 영화를 봐도 될까요?!
가능합니다. 나쁜 놈들을 잡는다! 가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드라마를 안본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봐도 됩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결마를 살펴보자면...
역시 등장부터 구린내가 풀풀 풍기던 경찰차장은 나쁜 놈들과
결탁하여 나쁜 놈들이 위기에 처하지만, 역시 주인공의 버프로 인하여
믿는 건 박웅철(마동석)의 힘으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차례차례 나쁜 놈을 처리하며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며,
많이 아픈 오탁구(김상중)은 간 이식에 성공하고,
나머지 나쁜 녀석들은 각자의 감옥에 들어가 모범수로 생활을 이어가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새로운 인물과 서로의 티격티격한 케미가 재미있었던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마동석 때문에 나쁜 놈들이 더 불쌍해 보이는
킬링타임 영화였습니다.
한줄평 : 마동석이, 마동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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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모습
매우 독특하면서도 잔혹하다. 인간의 본성을 끄집어내는데 꽤나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올해 넷플릭스 상반기 라인업 중 '기대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The 8 Show'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관상', '더 킹', '비상선언'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기도 하다.
'The 8 Show'는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적절하게 섞어서 드라마로 각색했다. 언뜻 보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오징어게임'과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 다른 결을 띤다. 매우 정교한 게임 속에서 펼쳐내는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다가온다.
'아무도 죽지 않고 정해진 시간을 살아내면 그게 곧 돈이다' 게임의 진짜 룰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훅 빠져든다. 이와 함께 인간의 탐욕과 계급적 교만, 갑을 관계 등이 섞이면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심오한 화두를 던지지만 군데군데 웃음 장치로 심어놓으며 블랙 코미디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다.
이 게임에 참가한 8명의 캐릭터들 또한 'The 8 Show'를 보게 만드는 강점이다. 3층(류준열)을 시작으로 각 화마다 주인공을 달리해 8명 모두 조명하는데, 8개의 전사와 욕망, 성격을 보여주며 이야기 줄기를 흔들어댄다. 끝날 때까지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게 만든다.
첫 회의 문을 연 류준열의 지질한 연기는 짠내를 유발하면서 동시에 웃음을 선사한다. 실제로 'The 8 Show'에서 가장 많은 웃음포인트를 담당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8층을 연기한 천우희는 문자 그대로 '미친 존재감'에 어울린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천우희의 새로운 얼굴이었다.
엘리트 7층 역을 맡은 박정민 또한 'The 8 Show'에서 깊이감 있는 연기를 펼치며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그의 코코더(코로 부는 리코더) 장기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 외 이열음, 박해준, 이주영, 문정희, 배성우도 자신들이 맡은 캐릭터를 찰떡같이 표현한다. 다만, 배성우의 등장에 일부 시청자들이 눈살 찌푸려질 순 있다.
개성 있는 화면 비율이나 미술도 매우 볼 만하다. 다만 드라마 소재나 이야기 등이 자극적이다 보니 호불호를 유발할 수 있다. 1, 2회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전개되는 점 또한 호불호 포인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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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리키에게 "괜찮아요, 리키."
'켄 로치' 감독은 2016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알게된 감독이다. 그때 당시 영화를 보면서 인간이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사회권 속 복지의 모순과 왜곡, 형식주의의 비판을 하는 영화라서 상당히 인상깊은 영화였다. 그리고 <미안해요, 리키> 역시 현대 사회를 꼬집는 또 하나의 영화를 켄 로치는 만들어 냈다. 켄 로치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를 꺼내는 능력도 있지만 어둡고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따뜻한 색을 이용한 촬영으로 대비되어 영화가 흘러간다. 그래서 영화를 볼수록 마음 한 쪽이 더 씁쓸해지고 사회가 미워지게 된다. 이것이 켄 로치의 매력이라 생각한다.#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노동
<미안해요 리키>는 택배 기사 '리키'와 가족간의 이야기로 주로 노동권을 다루고 있다. 사회에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노동을 해야한다. 노동으로 돈을 벌면 다시 사회에 살아갈 수 있고 더 살아나기 위해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살아간다. 하나의 꼬리가 풀렸을 때 그 회로는 위태로워지고 우리는 그 회로에 잠길 수 밖에 없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 잠겨진 사람의 올바른 인권과 노동의 가치를 꼬집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충분히 우리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현실성에 씁쓸한 공감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방안에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
왜 대한민국이 저출산 국가가 되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큰 이유는 맞벌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질과 자본에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칫 물질만능주의로 넘어가려는 사회에 자녀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기 힘든 모습이 매체나 기사를 통해 우리 광경에 더러 보인다. <미안해요 리키>는 각박한 사회에 대한 일면을 꼬집는다. 일과 가족의 충돌을 보여주며 우리가 겪고 있고,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는 선택들을 공감과 생각으로 나누어준다. 그리고 영화가 끝으로 다가서면 물질과 자본에 대한 미움이 든다. 이딴 게 뭐라고 우리는 이렇게 치열하고 각박하게 살아야 하는가. 현재 우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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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외톨이별처럼
아직 내가 서울시민이 아니었던 10년쯤 전,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벌이는 설전을 보았다. 한 후보가 세계 최고의 무엇을 도내에 들이겠다고 했고, 상대 후보는 "왜 최고여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최초, 최고 속도, 이렇게 최(最)가 붙는 것들의 존재가 정말 우리에게 필수조건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법은 아니었다.
그러게, 왜 최고여야 하지? 우리가 왜 꼭 첨단의 첨단을 달려야만 하지? 지켜보던 나도 같은 의문을 품었다. 그가 도지사 후보로 나갔다는 것조차 가물가물해진 지금도 그 말만큼은 마음 한쪽에 남아있다가 가끔 떠오른다. 아마 지금 내가 서울시민으로, 서울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도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는데, 내게 서울은 시간의 첨단을 달리는 도시로 보인다. 앉아있으면 온 도시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첨단의 첨단을 달려야만 한다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좇아야 한다고.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어쩌면 내가 음악이든 영화든 앞에 "인디"가 붙는 것들을 좋아하는 이유 또한, 서울에서 받는 그 메시지에 대한 저항인지 모른다. 독립영화나 인디음악은 자본의 영향력이 적다는 뜻이니 뒤집어 말하면 창작자가 더 극명하게 묻어난다는 소리니까. 창작은 어떻게든 창작하는 이의 시간을 헤집으니까. 혹시 첨단의 첨단 기술을 동원한다 해도 그건 창작의 도구일 뿐 결코 전부가 되지 못한다. 창작자의 시간은 선형으로 흐르지 않아, 현재 아닌 시간의 것들이 어떻게든 묻어나게 돼있다.
도시의 욕망과 나의 욕망 사이에서 제각각의 길을 찾는 것이 창작은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영화나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며 했던 생각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같이 떠오르던, 나는 그런 식으로 글을 써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 그리고 이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은 어쩐지 그런 상념들을 다시 끌어내 준다.
연주하고 곡도 쓰고, 아직 본인의 앨범을 내지는 못했지만 차곡차곡 음악을 쌓고 있는 주인공 태일(홍이삭)은 동료에게 대형 기획사 대표를 소개받는다. 대표는 "뻔한 사랑 노래" 같은 게 좋다고, 트렌디하고 쉬운 게 좋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면서, 태일의 곡을 들어보자고 한다.
실력이 인정받고 있지만 자기 음악을 하기엔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은 애매한 상태. 그 불안한 자리에 있던 태일은 문득 바닷가 마을로 향한다. 오래전 친구들과 밴드를 하던 기억이 스틸 사진처럼 남아있는 곳. 여전히 그곳에 살면서 음악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원(장하은)을 만나, 찬찬히 시간을 보낸다. 잘 풀리지 않던 곡의 후반부를 지원과 함께 쓰고, 중학생 밴드 아이들의 노래를 보아주고. 그렇게 마음의 코드까지 하나하나 짚는 모습을 살뜰히 보여준다.
그들이 만나는 곳- 내부는 따뜻한 노란 조명으로, 바깥은 푸른 보랏빛 조명으로 덮인 음악학원이라는 공간은 과거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다. 동시에 이제 막 음악에 첫 발을 떼는 중학생 밴드 '더 디스트로이어'가 새싹처럼 자라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필름 사진 속 지금 보면 촌스럽기도 하고 투박하지만 즐거웠던 시절의 그들과, 이제 막 밴드라는 작업의 재미와 신뢰를 알아가는 중학생 손에 들린 필름 카메라. 어쩌면 과거는 미래를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다 카포Da Capo,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흘러가는 시간이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성장과 어른들의 성장이 나란히 포개지며 영화는 흘러간다.
음악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글을 쓴다고 컴퓨터나 노트 앞에 혼자 앉아있는 것밖에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중간중간 부러운 대목도 있었다. 악기라는 도구가 있다는 것도, 합을 맞추며 함께한다는 것도, 코드를 짚으며 음악을 언어처럼 사용해 소통하는 것도. 그러나 그렇게 탄탄해 보이고 함께 있는 듯 보여도 결국 사람 속은 다 알 수 없는 거여서. 과거의 어느 날 태일은 갑작스럽게 그 시간과 공간을 떠났고, 그래서 그 시간을 그리워하는 한편 그래도 더 크고 '메이저'한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놓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태일과 닮은 듯 보이는 인물이 덕호다. 기태, 배돌, 북순이라는 다소 직관적인 작명으로 표현될 만큼 파트 색깔이 뚜렷한 아이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누나와 자신의 쓸모와 락에 대한 마음 같은 것에 이리저리 뒤흔들리는 중인 밴드 보컬. 덕호와 친구들을 보면서 태일은 아이들을 격려하고 또 음악을 다듬어준다. 그 '중2병' 감성을 비웃지도 않고, 과장되게 칭찬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창작이란 어떤 걸까. 영화 속 태일은 척추에서 나오듯이, 일기 쓰듯이 그냥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말한다. 그 안에서 덕호는 성장하고, 태일도 자신을 돌아본다. 무언가 만들어내는 삶을 고민해본 이라면 누구든 그 안에서 쉬어갈 수 있는 쉼표 같은 대사들이 녹아 있다.
태일이 그리는 잔잔한 온기가 영화의 한 축이라면, 반대편에는 지원이 가진 단단함이 있다. 욕망하지 않는 소도시의 작은 음악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설정부터도 그렇지만, 태일에 비해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자리를 지켜온 사람의 느낌이 있다. 기죽지 않고 "야" 한 마디만으로 친구를 지켜줄 수 있는 북순도 어떻게 보면 지원과 닮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원 못지않게 북순이 좋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매력은 캐릭터에만 있지 않다. 싱어 송라이터 홍이삭의 노래와 기타, 지원 역을 맡은 기타리스트 장하은의 연주는 물론이고 중학생 아이들의 장면도 매력적이다. 밴드 아이들은 연주 실력이 훌륭하면서도 귀엽고, 각 캐릭터가 파트와 잘 어우러지면서 톡톡 튄다. 특히 지원과 기태의 '배틀' 장면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배틀 못지않게 흥미로운데, 기태 역을 맡은 양태환은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서도 공연했다고 한다. 연기를 해온 사람보다는 음악을 해온 사람 위주의 캐스팅이다. 위험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빛을 발한다.
주연배우인 동시에 음악감독을 맡은 홍이삭이 만든 곡들도 어느 하나 지나치고 싶은 것이 없다. 뮤지컬 <러브 트릴로지> OST로 알고 있던 곡들이 나와 의아했는데, 엔딩 크레디트 보니 심찬양 감독과 홍이삭이 함께했던 뮤지컬 <러브 트릴로지>가 원안이라고 한다. 자이로부터 시작해서 이나우, 박찬영 등 중간중간 <슈퍼밴드>에 홍이삭과 함께 나왔던 반가운 얼굴들도 눈에 띈다. (엔딩 크레디트에서 김하진, 양지완이라는 이름도 봤는데... 어느 장면인지 놓친 것 같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답게, 영화 구석구석을 좋은 음악으로 빼곡하게 채웠다는 느낌이다. 후반부 각본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아쉬움을 음악이 어느 정도 상쇄해준다.
큰 기대 없이 본 영화였는데, 계절에 잘 어울리는 뜻밖의 위로를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기타를 잡고 밴드를 한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직선적인 열정이 있었던 과거와 유려해졌지만 열정이 사그라든 것만 같은 현재를 톺아보는 사람은 많으니까. 우리의 과거는 미래를 닮아있으니, 나의 오늘을 '메이저'하게 쌓는 것 못지않게 과거와 미래를 일정하게 연결하는 단단한 마음도 중요하다. 그게 뜻밖의 위로가 됐다. 큰 무대에 서지 않아도, 어제와 내일을 잘 이어주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가치가 있다는 것이.
하필 요즘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나의 20대에 쓸 수 있을 최선을 쓴 것 같은데, 좋은 평도 꽤 받은 것 같은데, 될 듯 말 듯 어떤 선을 못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 이제 더 글을 쓰려면 새로운 무언가를 살아내야 할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어쩌면 이 영화 속 태일과 비슷한 시기인 것 같다. 그런 때에 훌쩍 떠날 소도시가 있다는 건, 그 도시를 닮은 사람을 안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얼마나 큰 행운인지.
조바심과 불안해하는 마음은 버리기로 했다. 중학생 덕호가 습관처럼 외치는 빌보드가 아니어도, 뮤직비디오 찍고 앨범 내는 가수가 아니어도, 이들에게는 함께 부른 노래가 있었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쓰고 싶은 것들을 소중하게 써내려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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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 동원하는 상업영화부터 아직 개봉하지 못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까지, 빌보드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부터 이제 막 첫 녹음을 한 누군가의 작은 공연까지. 각자의 취향과 자본의 영향력으로 그린 사분면 어딘가에, 지금도 다양한 음악과 영화가 별처럼 흩뿌려지고 있다.
존 버거의 책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우주의 별 절반 이상이 성운에 속하지 않은 외톨이별이라 한다. 가장 많은 빛은 그들에게서 나오는 거라고. 더 다양하고 그래서 더 풍성한, 독립영화와 인디음악의 힘도 그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나직하지만 힘 있게 빛나는 외톨이별이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도 한 외톨이별로서 빛나고 있을 거라 다정하게 도닥여주는 빛. 따뜻한 마음으로 이 영화 음악을 들으며 나의 별을 밝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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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촬영장소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서울 로케이션 답사영상
? 기생충 촬영지 (로케이션) 답사영상
음...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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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올가홀푸드 방이점ㅣ서울 송파구 양재로 71길4
7. 박사장 집ㅣ서울 성북구 선잠로 8길"이 영화는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이다."
- 봉준호, 텐아시아 인터뷰, 2019.05.31.- 기생충의 의의
한국 영화사 최초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두 번째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수상작, 비영어 영화 최초 SAG 미국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그리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 수상작- 스태프
감독: 봉준호
각본: 봉준호, 한진원
윤색: 김대환
원작: 봉준호
제작투자: 이미경, 허민회
제작: 곽신애, 문양권
프로듀서: 장영환
조감독: 김성식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외
촬영: 홍경표
미술: 이하준
음악: 정재일
음향: 최태영
편집: 양진모
장르: 드라마, 블랙코미디, 스릴러
제작 기간: 2018년 5월 18일 ~ 2018년 9월 19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기생충촬영지 #봉준호수상소감 #봉준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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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링 포인트 - 크리스마스 저녁때 손님 100팀을 받은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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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이벤트 공지?]
영화등대 채널 구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8월 4일 개봉'하는 원테이크 키친 서스펜스 영화
[보일링 포인트] 개봉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질주하는 키친 서스펜스 [보일링 포인트],
기대평 남기고 가장 먼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참여방법
1. 보고싶은 이유와 기대평을 댓글로 작성한다! #보일링포인트
2. 추첨을 통해 [보일링 포인트] 시사회 초대권을 드립니다! (1인 2매)
?시사회 안내
일시: 7/23(토) 2:00pm
장소: CGV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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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헬’s 키친!
90분간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현장 스릴러!
365일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
셰프 ‘앤디’는 사고 없이 음식과 직원, 손님 모두를 살펴야 한다.
쏟아지는 주문으로 정신없는 가운데
반갑지 않은 위생 관리관의 급습과
입맛 까다로운 평론가의 눈치까지 보게 되고,
여기에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직원들은 서로 싸우기까지 한다.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현장에
`앤디`는 점점 끓어오르기 시작하는데…
단 한 번의 테이크로 질주하는 키친 서스펜스를 경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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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브리올레> 공식 예고편
[이태원 클라쓰] 조광진 감독 작품 금새록 X 류경수 X 강영석이 보여줄 환장의 청춘 케미⚡️ [카브리올레] 공식 예고편 공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 [카브리올레] 6월 19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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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본> 예고편
한물간 여배우 리나 오닐은 곧 개봉할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의 영화에서 배역을 따내 재기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는 16년 전 출산 도중 사망한 딸을 향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연기에 집중하지 못한다.
한편, 사산되었다가 전기충격으로 되살아난 소녀가 한 영안실 직원에게 납치된다.
감금된 채 성장한 소녀는 16살 생일에 탈출해 친엄마를 찾아 나선다.
소녀는 친엄마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기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을 발휘하여 방해되는 사람들을 하나둘 처리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