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2-02-10 11:20:04
우리말이 있다는 행복과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
영화 <말모이> 리뷰
영화 <말모이>의 배경이 일제강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조선어학회의 사전만들기 과정이라는 사실 역시 알고 있어서 약간 흔히 말하는 국뽕의 노선을 타거나 신파로 흐르면 어쩌나 굉장히 걱정했으나, 평론가들의 ’착한 영화‘라는 평답게 그런 요소들은 잘 걷어낸 작품이었다.
영화 <말모이> 시놉시스
까막눈 판수, 우리말에 눈뜨다! vs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 ‘우리’의 소중함에 눈뜨다!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말과 마음이 모여 사전이 되다.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판수. 하필 면접 보러 간 조선어학회 대표가 가방 주인 정환이다.
사전 만드는데 전과자에다 까막눈이라니! 그러나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에 밀려 정환은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돈도 아닌 말을 대체 왜 모으나 싶었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뜬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바짝 조여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말모이’를 끝내야 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말모이>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글을 읽는 즐거움을 표현하다
글을 읽고 쓸 줄 몰랐던 판수는 조선어학회의 일원이 되면서 글을 배우게 된다. 처음에 이걸 왜 하나 싶으면서도 우선은 아들의 학교 회비를 내기 위해 꾸역꾸역 공부를 이어나간다. 억지로 시작한 공부였지만 조금 익힌 글자만으로도 길거리의 간판을 읽으며 신나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아이들이 차를 타고 갈 때마다 간판을 읽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내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괜한 뿌듯함이 들었다.
그리고 <운수좋은날> 소설을 읽으면서 펑펑 우는데, 정말 슬픈 소설을 읽으며 펑펑 우는 판수를 보면서 되려 웃음코드로 이용하는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출의 센스에 박수를 쳤다. 그만큼 글을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판수를 통해서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우리의 가치
영화 <말모이>는 초반 엘리트주의적인 조선어학회의 수장인 정환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민중보다는 전문지식인의 말을 더 귀기울이는 편이다. 엘리트들의 참여가 더디게 흐르자 판수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정환에게 큰 도움을 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환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의 의미를 확신하고, 판수와 함께 사전 편찬에 몰두한다.
사투리를 몹기 어려울 때 판수의 도움을 받으면서 잘난 것 없는 민중의 도움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잡지의 광고물을 보고 쌈짓돈과 단어의 풀이를 편지로 보낸 수많은 조선 사람들을 보면서 백성의 힘이 얼마나 큰지 ’우리의 가치‘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 중 거의 유일하게 자국어를 회복한 나라
사실 몰랐다. 영화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우리나라는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 중 거의 유일하게 자국어를 회복한 나라라는 글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사실 한국어를 쓰고 있으니 다른 식민지배를 당한 국가들도 자연스럽게 자국어를 회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거의 없었다. 필리핀의 공식언어는 영어고, 인도 역시 공용어는 영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각각 지배를 받았던 포르투갈어과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뭉클하면서도 뿌듯했달까? 영화의 마지막 글가지 이렇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줄 몰랐다. 지금 쓰고 있는 한글을 당연하게 생각해썼는데 일제 지배 기간 동안 사라졌던 언어였고, 그걸 회복하기 위해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선조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해줘서 이 영화를 착한 영화라 모두들 평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 <말모이>는 잔잔한 감동과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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