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12 17:12:32
향긋한 꽃내음과 함께, 꽃이 가득한 영화 -7-
봄
❣️[Cinelab Curation]❣️
이번 주에는 봄을 맞아 꽃내음이 가득한 영화들을 큐레이션 해보려고 해요!
부쩍 날이 따듯해졌어요. 이제야 정말 봄이 왔구나 싶어요!
그리고 벌써 꽃이 하나둘 피고 있죠.
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같은데요.
새해를 맞아 열심히 달리셨던 분들.. 조금씩 지쳐가고 있지는 않나요?
꽃이 가득한 영화로 기분 전환 해보는건 어떨까요?
그럼, 씨네랩 큐레이션과 함께 향긋한 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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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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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한데... 재밌어... 당신의 길티플레져 영화는?
❣️Cinelab Curation❣️
여러분의 길티플레져 영화는 무엇인가요?
유치하지만.. 심장이 울리는 그런 영화요!
절대 안 볼 것 같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끌려 어느새 엔딩크레딧을 보게 되었던 영화들이 있지 않나요?
제게는 어릴 때 봤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그랬는데요!
너무 유치해서 입을 틀어막고 보다가,
나중에 시리즈 마지막 편을 보고 나오는 길에는 너무 섭섭했던 거 있죠?😅
오늘은 이런 유치하고도 사랑스러운 영화들을 모아보았는데요🤍
여러분의 길티플레져 영화도 추천해 주세요!___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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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th BIFF 데일리] 지금도 울리는 목소리
2025년 5월, 칸영화제 개막 직전. 영화인 380여 명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집단 학살에 침묵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수잔 서랜든, 마크 러팔로 등 할리우드 배우, 페드로 알도모바로를 비롯한 유명 감독,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오스카상 수상 직후 떨리는 손으로 가자지구를 언급했던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이름도 들어갔다. 이 이름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름에 마음을 전했다. 팔레스타인 사진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파티마 하수나.
파티마 하수나의 이야기는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에 담겨, 칸영화제 독립영화 병행 섹션(ACID)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상영되었다. 이 영화의 연출자 세피데 파르시 감독을 부산에서 만났다. 이란 출신이자 혁명과 투옥의 현대사를 겪고 18세에 프랑스로 떠나야 했던 사람이자, 파티마 하수나의 친구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담아야 최선일까 많이 고민했지만, 이례적으로 이번 인터뷰는 들은 이야기를 전부 고스란히 담아 넣고 싶었다. 아주 긴 글이 되겠지만, 어떤 이야기는 아무리 길더라도 반드시 약 달이듯 뭉근하게 끓여 찬찬히 마셔야만 하기에.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일들에 마음이 상한 당신,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하고 무력감을 느껴본 당신이라면, 기꺼이 이 긴 글을 읽어줄 거라 기대하기에.
세피데 파르시 감독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뵙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어제 첫 관객과의 대화를 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정말 좋았어요.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적극적이었어요. 한국 관객에게 영화를 선보이는 것도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영화로 세계 곳곳의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데, 아시아 특히 한국에는 처음이네요.
한국도 역사적인 아픔을 겪은 적이 있어 관객들이 이 영화를 가깝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확히 그렇게 느꼈어요. 일제 강점기 때 많은 억압과 고난, 기근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GV에서 나누었습니다. (영화 속 가자지구의 상황과)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해서 보신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결말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결말을 미리 정할 수 없는 게 다큐멘터리의 특성이겠지만, 특히나 마음이 무거운 결말이 되고 말았어요. 기획의도에 없는 결말인데, 처음 시작하실 때에는 어떤 방향으로 기획하셨는지요?
영화의 마지막 몇 분은 나중에 덧붙인 것이고, 그 앞부분까지는 기획대로 마무리한 거였어요. 그러니까 그 직전 장면이 원래 계획된 결말이었던 거죠. 파템(저는 파트마를 친한 친구들이 부르는 애칭인 ‘파템’으로 부릅니다)이 보내준 영상을 본 순간 이 장면이 이 영화의 결말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파템과 1년 정도 함께 작업했지요. 영상통화로 연결된 사이지만, 영화에서 보셨다시피 우리는 순식간에 친해졌습니다. 한 해 동안 저는 파템과 더불어 살다시피 했고, 영화의 틀도 금방 잡혔어요. 인터뷰 형식이지만 사실 우리가 한 건 인터뷰라기보다 대화였거든요. 우리 대화가 영화의 중심축이 됐고, 편집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칸영화제에 출품한 게 이른 봄이었어요. 칸영화제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파템에게도 전했는데, 바로 다음날 파템이 살해당했죠. 사실 이 살해는 이스라엘군의 암살이었습니다. 암살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정밀 조사를 통해 파템이 표적 살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에요. 팔레스타인의 다른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표적 살해와 동일한 방식이었습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고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그렇다고 영화 내용을 바꿀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무엇도 바꾸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마지막의 대화 장면만 붙여 그대로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하기로 결정했어요.암살이라는 표현 뒤에는 후술할 정밀 조사 결과가 있다. '랜덤 타격'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전에, 랜덤 타격으로 사망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미친 폭격이 쏟아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질베르 아슈카르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에서 2023년 11월 25일 뉴욕 타임스 지의 기사를 인용하여, 10월 7일 이후 휴전이 선포된 때까지 15,000회에 달한 폭격을 설명한다. 양도 양이지만 얼마나 의도적으로 잔인했는지를. 너무 큰 숫자라서 감이 오지 않는다면, 아래 내용을 보자. 파템의 세상이 어떤 곳이 되어 있었는지를.
“2차 대전과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이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은 2,000파운드(900킬로그램) 짜리 폭탄을 이스라엘이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서 인용하는 미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세기 들어 이 정도 구경이 사용된 적은 거의 없으며 심지어는 500파운드짜리 폭탄도 피하는 추세다. ISIS와의 전쟁 때 이라크의 모술이나 시리아의 라카가 그랬듯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에 떨어뜨리기엔 500파운드 폭탄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에 시작되어 아홉 달간 이어진 모술 전투 때 ISIS와 미국이 주도한 국제 연합군 양측을 통틀어 약 10,000명이 살해되었다. 이는 7주가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가자에서 살해된 사람 수의 3분의 2 정도다.
이 수치를 더욱 위험하고 끔찍하게 마드는 것은 가자에서 시온주의 학살 기계에 희생된 이들의 약 70퍼센트가 여성과 어린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현대의 어떤 전쟁과도 비할 바 없이 높은 비율이다. 『뉴욕 타임스』 기사는 지난 7주간 이스라엘 폭격 사례에 사망한 어린이 수가 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들(2022년 2월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로 살해된 어린이 수 전체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_《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질베르 아슈카르.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기반 NGO ‘포렌식 아키텍처’의 정밀 조사 결과가 있어요. 이 단체는 여러 나라의 불법 처형, 살해 사건들을 조사하는데,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에서도 많은 연구를 했거든요. 파템이 세상을 떠난 후 촬영된 집 사진과 영상을 확보해, 탄도학적 분석과 3D 모델링 등을 동원해 검토한 끝에, 표적 살해였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드론을 띄우고, 드론이 파템이 살던 건물에 미사일 2기를 떨어뜨렸어요. 이 미사일들은 건물 옥상에 닿았을 때 터진 게 아니에요. 여러 층을 더 내려와서, 파템이 살던 2층에 정확히 도달한 후에 터졌죠. 사진을 보면 건물의 다른 층은 멀쩡해요. 파템이 살던 층에는 콘크리트 기둥이 휠 정도로 큰 충격이 있었고, 집안 전체가 무너졌는데도요.파템의 어머니 한 명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사망했습니다. 그냥 무작위 포격이 아니었어요. 모두가 사망할 거란 결과를 예측해서, 정밀하게 계획해서 한 일이에요. 너무 끔찍하고 사악한 행위라서, 이렇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합니다.
파템이 그동안 올린 사진 때문인지, 아니면 이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선정되었다는 걸 어떻게든 알고 그런 건지, 그건 모르겠어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동안 파템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거든요. 영화에서 보신 장면처럼,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파템을 외부로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죠.폭격을 당한 파템의 집. 2층이 파템 가족이 살던 곳이었다. (출처: 포렌식 아키텍처 보고서 https://share.google/LAJxPYmphqVIqnDk2)
언론인 표적 살해에 대한 기사를 여러 번 보기는 했지만, 집을 알아내어 그곳을 포격하는 정도로 막연히 생각했다. 그것도 끔찍한데... 누군가의 죽음을 이토록 정밀하게 계산해서, 의도를 정확히 반영해 기술을 구현하는 건 너무 끔찍해서 잠시 멍해졌다. 이 작전을 실행한 자는 알까? 자신의 손이 타인의 입장에서 사유할 수 없는 ‘악의 평범성’을 구현했다는 걸.역사는 왜 끔찍한 모양으로 반복되고 있나. “그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던 여성의 일기를 읽던 사람들은 이제 “그저 가자지구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여성의 눈망울을 보았다. 게다가 이 끔찍한 반복은 한 곳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감독님은 파템에 대해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도 그 점이 느껴졌어요.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감독님과, 나고 자란 곳을 떠날 수 없는 파템의 모습 또한 거울처럼 느껴졌습니다. 거울 같은 파템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영화 시작 부분의 대화 장면은 실제로 저희가 처음 나눈 대화인데, 우리가 서로 안에 있는 무언가를 알아봤다는 감각이 있었어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감정적으로는 바로 느껴졌어요.
내 나라 내 땅에서 갇혀 있다는 감각이 어떤 건지 저는 알거든요. 제가 16살 때 거의 1년가량 감옥에 갇힌 경험이 있고, 풀려난 후에도 학교에 갈 수 없었어요. 집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하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한 주 한 번씩은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찾아가 서명을 하고 내가 한 주 동안 뭘 했는지 보고해야 했죠. 18살 때 가까스로 나라를 떠날 수 있게 될 때까지 계속 그렇게 살았어요. 2년 이상을 갇힌 사람으로 산 거예요. 처음엔 감옥에서, 나중에는 집에서도 투옥된 사람처럼. 그래서 갇혀 있다는 감각을 피부로 알아요.오래전에 있던 일이고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과 정확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유사한 경험의 감각을 갖고 있는 거죠. 그리고 저도 16살 때 사진을 시작했거든요. 이런 공통점들로 파템과 연결되는 기분을 금방 느꼈고, 파템도 비슷하게 느껴서 제게 빠른 시간 안에 마음을 열었던 것 같아요.
두 분의 연결된 마음이 관객에게도 잘 보였어요. 또 하나 거울처럼 느껴진 부분은, 감독님이 영화를 매개로 세계 곳곳을 많이 다니시는데 그곳들은 영화에 크게 그려지지 않고, 주로 스크린을 많이 담으셨어요. 반대로 파템이 사는 가자지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닫혀 있는 곳이지만, 파템의 사진을 통해 거리 곳곳을 열어 보여주셨습니다. 그 또한 거울로 반전된 현실처럼 느껴졌고, 파템의 세계를 영화 속에서나마 확장해 열어 주는 느낌이 들어 뭉클했습니다. 파템이 여행을 많이 가고 싶어 했고, 놀이동산이나 로마처럼 가고 싶은 곳들을 언급하는데요. 파템이 언급한 곳들 외에, 만약 감독님이 파템을 어디론가 데려갈 수 있다면, 어디에 함께 가고 싶으신가요?
파템에게 저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 자신도 테헤란에 갈 수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테헤란도 함께 가고 싶었고… 가자지구에 가고도 싶었습니다. 실제로 같이 계획했던 일이기도 하고요.
이런 영화제에도 정말 데려오고 싶었어요. 칸영화제에는 같이 갈 계획이기도 했고요. 파템이 두 눈으로 보았으면 했어요. 물론 파템이 알아온 세계와 너무 선명하게 대조적이라 충격이 클 거라 걱정도 되지만, 살다 보면 다 그런 것이고… 가자지구 외부 세계를 마주하도록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거의 코앞이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두 분의 소중한 관계인 동시에, 두 예술가의 대담이자 이 시대의 광기에 대한 기록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류가 이런 광기를 목도하고 경험하는 건 처음이 아니죠. 이런 상황에서, 감독님의 지금까지의 삶과 경험을 생각하면서, 앞선 세대에게 다음 세대로서 묻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역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으시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41년 전에 프랑스에 도착했어요. 그때만 해도 유럽은 “자유로운 유럽!” 느낌이었죠. 1930-40년대가 지났고 더 이상 독재나 파시즘은 없는 사회, 많은 것들에 열린 사회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유럽에서 이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환영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의 유럽, 프랑스만 봐도... 자유의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유럽의 문이 닫히고 있고, 사실 세상 곳곳이 많이 그렇죠. 제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고, 한국에서 작년 계엄령에 맞서 즉각적으로 일어나 저항하고 막아낸 것처럼 정말 대단한 일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럽과 서구 세계 곳곳에서 이런 감각이 부재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아요. 미국도 보수와 보호를 말하는 사람들의 정치적인 스탠스로 경직되고 있죠.
인류에게 엄청난 기술, 지식, 부와 자원이 있지만… 그 자원이 적절히 분배되고 있나 하면 아니죠. 사회적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집니다. 한쪽에서는 전쟁과 분쟁, 집단 학살이 일어납니다. 기술과 자원이 사람을 위해 쓰여야 하는데, 반대로 사람을 짓누르는 데 쓰이고 있어요.
특히 유럽은 제가 쭉 살아온 곳이고, 유럽적인 가치에 대해 그동안 알아왔던 내용이 매우 공허한 것이었나 싶어, 이 언행불일치에 마음이 많이 복잡합니다. 실망스럽기도 하고요. 깨어나야 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은 반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응답해야 합니다.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있는 상황을 보세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못 본 척하고, 기회주의적으로 반응하죠.
어쩌면 이 시대에 정치란 하나의 직업, 비즈니스나 커리어처럼 되어버렸는지 모릅니다. 예전에는 정치가 일종의 신념 표현이었는데 말이에요. 물론 모든 정치인이 다 위대하다는 건 아니고, 부패한 정치인은 언제나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늘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실망스러운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정치인들을 보면 그렇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더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얼마 전에도 프랑스 배우 아델 에넬이 가자지구를 위한 함대에 올랐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델 에넬처럼 즉각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 너무 끔찍하고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장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라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가자지구를 언급하기만 해도 정치적인 해석이 붙어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만 예외인 것처럼 믿게 됐어요. 팔레스타인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 어디서든 아이들을 죽이고, 아무 잘못이 없는 일반 시민과 민간인을 죽이고, 언론인을 죽인다면 그건 전쟁범죄입니다. 살해당한 사람이 누구든 똑같아요. 법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거니까요.
지금 전 세계가 가자지구에서 보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스라엘만, 팔레스타인만 예외 취급을 받는 것. 팔레스타인 사람이 살해당하면 그건 다른 국적자의 죽음보다 “덜 나쁜” 것이 됩니다. 이스라엘이 사람을 죽이면 “그래야 하니까 죽인 것”, “자기 방어를 위한 권리”가 됩니다. 이게 문제라는 거예요.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에게 있었던 일(홀로코스트)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지만, 학살 피해를 한 번 당했으니 가해를 한 번 허용하자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때 있었던 일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본질적으로 같아요. 게다가 더 끔찍한 건 전 세계가 라이브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저는 우리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자지구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NGO를 찾아 기부할 수도 있고요.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주변과 대화를 나누거나 글을 쓸 수도 있어요. 뉴스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무언가 해야 한다고 촉구할 수도 있죠. 정부에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시위가 있다면 나갈 수도 있고요. 쉬운 일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베트남 전쟁 때를 생각해 보세요. 그걸 멈추는 건 쉬웠을까요? 미국정부가 스탠스를 바꿀 때까지 사람들이 정말 오래 투쟁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또한 수십 년이 걸렸지만 끝내 싸워서 변화를 만들어냈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멀리 떨어진 유럽에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미국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목소리를 낼 때나 이란의 (히잡 시위 이후)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를 부르짖을 때도 많은 지지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더 필요하지만요. 팔레스타인을 위해서도 다르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지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저도 그렇고 기존에 하던 일 바깥의 다른 일을 상상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운 것 같지만, 인류가 겪은 일들 안에 이미 참고 삼을 이야기가 많이 있네요. 감독님이 이런 마음으로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동력은 어디에 있나요? 파템의 경우에는 머릿속에 ‘사진을 찍어(capture)!’라는 목소리가 있다고 했는데, 감독님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프로젝트에 착수하면 뭐에 씐 것처럼 매달리게 돼요. 팔레스타인의 경우, 주류 미디어에서 펼치는 담론이 너무 불편했어요. 마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듯이 말죠. 그들의 권리가 철저히 무시되었고, 당사자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로 대체됐어요. 하다못해 희생자 가족들에게 심경을 묻는 인터뷰조차 하지 않았죠. 다른 사람들만 계속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끝인 거예요. 그게 너무 불편했어요.
그동안 유럽이나 미국의 미디어가 이란을 그런 식으로 다루는 걸 많이 봐왔어요. 이란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추정해서, 우리 대신 그들이 말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생각이 꽉 차올라서, 저 자신을 위해 개인적으로 답을 좀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 제 개인적인 필요에서 기인했지만,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었죠. 대부분의 작업이 이런 식이에요. 제 마음과 본능이 향하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그 과정과 결과물은 세상과 공유하는 거죠.세상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나눠 주신 것 같습니다. 그 마음과 질문이 제 마음에도 전해져 있어요. 마지막으로 파템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묘사해 주세요. 파템에 애정을 가진 감독님의 표현이 관객들 마음에 함께 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저도 아직 영화를 볼 때마다 파템이 살아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요. 아직 이 세상에 살아서,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 파템에 대해 과거형으로 말하는 게 아직 어렵네요. 파템은 신을 믿는 사람이었으니까 부디 그 믿음대로 영원히 살아서, 이 모든 걸 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템은 정말 태양 같은 사람이에요. 파템을 생각하면 저에게는 빛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희망과 회복력을 가득 품은 사람이라서요. 그리고 굉장히 섬세한 눈을 가졌습니다. 파템이 자기 나라와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타협하지 않는 철저한 시각과 부드럽게 품는 시각이 동시에 느껴져요. 파템의 작업물에서는 그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룹니다. 시도 잘 썼죠. 종종 시를 써서 보내줬는데 정말 좋은 게 많았어요. 영화에 넣은 시도 있고요.
저는 파템이 세상에 줄 수 있는 게 정말 많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생각해 보세요, 세상에 호기심도 많고 여행도 하고 싶어 했어요. 마음도 열린 사람이었어요. 파템은 신을 믿는 무슬림이고 저는 신을 믿지 않지만 그런 차이 때문에 거리끼는 기색은 한 번도 없었어요. 우리 사이에 굉장히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그런 차이 때문에 어려웠던 적이 없어요. 삶의 모양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사람이었어요.
굉장히 훌륭한 사람인 동시에 평범한 젊은 여성이기도 했어요. 그 나이대에 흔히 갖는 소망을 가진, 그냥 그 나이대 여성… 그러고 보니 어제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가자지구를 위해 무얼 할 수 있는지 질문 주신 한국인 여성 분이 자기가 파템과 동갑이라고, 파템에게 일어난 일이 더 와닿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우리 대부분이 그렇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삶에서 박탈당한 것들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삶에서 누리고 있어요.
파템은 2000년에 가자지구에서 태어나, 2025년에 가자지구에서 살해당했어요. 그 조그만 땅을 한 번도 떠나보지 못했죠. 지구가 하나의 커다란 건물이라면 가자지구는 아주 작은 쪽방일 텐데, 그 조그만 공간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로 세상에 많은 걸 주었어요. 자기가 한 일, 자기가 배운 것, 다 주었어요. (방에 대한 비유는 파템이 쓴 시에서 사용한 표현이에요. 그 시도 정말 아름다워요.) 우리는 위대한 사람을 잃었어요.파템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하는 파르시 감독의 눈에서 깊은 애정과 슬픔이 읽혔다. 몇 년 전 영화 <너와 나>를 보고 한 주 정도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잠을 청하려고 누웠다가도 ‘아니 내 사랑이 저 바다에 있는데 내가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켜 질질 울던 날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감각 안에서 수년을 살아왔음을 절감했던 시간이,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를 통해 파템과 또 파르시 감독과 눈을 맞추는 동안 되살아났다. 어쩌면 이 날 함께 만나 환한 미소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던, 어쩌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이미 내 친구처럼 느껴지는 파템을 생각한다. 영혼을 손에 품고 걷듯 카메라를 품고 가자지구 골목골목을 걷던 그를 마음으로 그려본다. 세상에 울림을 주고 싶었던 그의 목소리, 아직 남아 쟁쟁한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글을 쓰고 읽는 일 또한 그 목소리에 응답하는 메아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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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025년 1월에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8번째 장편영화
<미키17>의 1차 공식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과 로버트 패틴슨을 비롯해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은 촬영 기간 중 한 인터뷰에서
"〈미키17〉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영화다.”라고 밝혔고
토니 콜렛은 패션지 보그지에서 “아직도 봉준호 감독과 일하게 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나는 그를 오랫동안 존경해왔기 때문에 감독이 나와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을때
거의 터질 듯 했다.”며, “저는 감독과 함께 일했던 것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이게 우리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내게 기회를 준다면 그와 계속해서 협업할 것이다”
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쇼군> 에미상 18부문 수상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 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쇼군>이 주요 부문인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드 18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쇼군>은 제임스 클라벨의 동명 역사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일본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여러 다이묘들이 쇼군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암투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쇼군>은 한국에서 4월 23일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베테랑 2> 손익분기점 돌파
<베테랑 2>가 공개 엿새 만에 누적관객 수 400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베테랑 2>의 상영 점유율은 67.6%에 달했으며, 400만 모객 속도는 <파묘>, <범죄도시 2>, <서울의 봄>보다 빠른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흥행 성적은 좋지만, 실 관람객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빅토리> 사재기 의혹 해명
<빅토리> 배급사 마인드 마크에서 사재기 의혹 해명을 밝혔습니다. <빅토리>는 지난달 14일 개봉해 저조한 스코어로 출발했으나, 개봉 한 달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역주행하자 일부 커뮤니티에서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배급사 마인드 마크는 “현재 일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영화 <빅토리>에 대한 의혹은 사실무근임을 밝힌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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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쁨을 찾다 불안감이 가득해진 슬픈 현대인들에게
위풍당당 13세
이 영화의 주인공은 중학생 소녀 라일리다. 학교 하키 선수인 라일리. 오늘도 땀을 흘리며 운동한다. 라일리는 꽤나 실력 있는 하키 선수다. 좋은 성적을 거둔 라일리. 그런 라일리를 로버츠 코치가 바라보고 있다. 경기가 끝나자 라일리에게 "고등학생 언니들이 참여하는 하키 캠프에 들어오지 않을래?"라고 제안한다. 신난 라일리. 두 친구와 함께 삼총사를 이룬다면 새로운 환경도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라일리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감정들이 있었다. 기쁨, 버럭, 까칠, 소심, 슬픔이는 라일리가 보고 겪고 느끼는 걸 모니터링하며 그녀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섯 감정들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각했다.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음에 따라 4개의 새로운 감정들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따분, 당황, 부럽, 그리고 불안이가 라일리의 머릿속에 새롭게 등장했다. 어수선한 머릿속. 라일리는 하키 캠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형 같은 아우
이 <인사이드 아웃 2>는 전편의 장점을 그대로 승계했다는 점에서 좋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전편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이다. 전편 <인사이드 아웃> 1편은 영화의 시점을 11살 아이 라일리로 설정해 어린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면 어린이에게 공감이 쉽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영화의 목적지는 애초부터 아이들이 아니다. 이야기의 시점만 라일리지 영화가 진짜 담고 싶었던 것은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한 감정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과거를 다룬다고 봐야 할까 현상을 다룬다고 봐야 할까? 글쓴이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보고 듣고 느끼기 이전에 뇌 속에서 처리하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이다. 이 과정이라는 것, 그러니까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이건 이래서 이런 느낌이야’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람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이니 뇌과학이니 뭐니 이런 거 안 가져와도 성인인 모두들 이 명제에 동의할 것이다). 이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 <인사이드 아웃>의 핵심이다. 이 핵심은 나이가 들고 세상에 닳을수록 더 감정적인 여운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감정적인 부분에 화룡점정으로 방점을 쾅 찍는 빙봉이라는 캐릭터도 영화의 목적을 견고하게 만드는 좋은 수였다. 영화가 굉장히 영리하게 목표를 잘 설정한 것이다. 본작 <인사이드 아웃 2>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핵심들의 속성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목적지를 분명하게 설정했다. 일단 대사에서도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두 관계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 두 관계는 가족과의 관계와 가족 외 타인과의 관계다. 이 관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 영화가 선행되어야 할 과제를 설명한다. 이 설명하는 과제는 우리 어른에게 주어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기 때문에 성인 관객들이 공감하기 쉽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가 사춘기를 묘사하는 것이 어른들을 위한 좋은 선택지인 것에 틀림없다. 그 이유? 영화는 고의적으로 ‘터닝 포인트’를 조명하고 있다. 라일리가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날의 치기 아니면 풋풋함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 무슨 감정이었을까 묻는 것이 <인사이드 아웃 2>다.
영화의 두 번째 장점은 이야기의 밀도다. 첫째로 좋았던 것. 영화가 주인공 라일리의 성장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다. 사실 영화에서 라일리가 어떻게 성장할지를 보여준 방식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왜?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유년시기를 다뤘기 때문에.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키던가 / 좋은 방향으로 관객들을 이끌던가’하는 식의 엔딩으로 결론을 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고른 방식은 1차원적인 연출이 아니다. 인물 간의 성장과 감정의 성장을 겹쳐 보이게 연출했다. 이 연출 덕에 영화 안에서 라일리의 성장이 더 입체적이다. 라일리가 화내고 기뻐하고 친구들을 의식하는 일들이 이 인물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 것이다 보니(애초에 이 감정이 라일리의 것이다 보니) 주인공이 감정들을 더 섬세하고 미묘할 거라고 예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이 영화가 고른 선택지가 인물의 성장만을 부각하는 건 아니다. 일단 재미있잖아? 이 영화에서 기쁨 이가 기쁘기만 하고 버럭 이가 버럭 화내기만 한다면 그건 영화가 변명을 대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극적 재미와 캐릭터의 개성을 챙기는 게 연출자의 역할 아니겠어? 본작 <인사이드 아웃 2>는 이걸 잘 잡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가 둘째로 좋았던 건 불안이라는 캐릭터다. 윗문단의 연장선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글쓴이는 불안이를 둘러싼 다른 캐릭터들의 리액션이 마음에 들었다. 불안이는 다른 캐릭터들과 그렇게 협력하는 것 같지 않다. 이 특징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 영화 이야기에 영향이 가는 것과 동시에 불안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쓴이는 불안인형이다. 그래서 불안한 기분이 들 땐 그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미래를 향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좋은 결과 같아보이지만 결국 나에게 역효과로 다가오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이게 다른 감정과 함께 묘사할 수 있지만 불안감이라는 정서만을 강조한 건 캐릭터의 이런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뭐 글쓴이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안의 불안이는 현대인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 포함 내 주위에 제 풀에 지쳐 넘어지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불안함 내지는 걱정을 어깨에 지고 있었다. 이 <인사이드 아웃 2>의 불안이는 이런 현대인들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아마 여러분이 불안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 같다.
피트 닥터도 흐뭇해할 듯
영화 보면서 감탄했던 것 다른 하나는 상상력이다. 많은 관객들이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비아냥 대협곡’에 대해 언급할 것 같다. 하지만 글쓴이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편을 오마주한 장면이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사실적인 질감이 기억이라는 디테일을 잘 살렸다. 이 디테일은 그냥 시각적으로 재밌기만 한 건 아니다. 당연히 영화가 나라는 사람의 기원에 대해 다루니 그 나름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중요했다. ㅇ 캐릭터들을 영화 톤 그대로 보여준다면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화가 사소한 선택지를 살린 좋은 수였다. 그리고 영화가 감정을 캐릭터처럼 묘사한 시각화의 방식이 재밌었다. 가령 영화 안에서 공사장 인부처럼 표현한 캐릭터가 있다. 이 장면도 기억과 감정을 묘사하는 방식과는 또 다르지만 사춘기가 가진 의미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영화가 인간의 내면을 상상력으로 구현하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특히 글쓴이는 라일리가 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이 아주 재밌었다. 예를 들어 타인의 눈치를 본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 상황을 둘러싼 감정들이 하나일 리는 없다.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가 수많은 기억이라는 시리즈의 핵심을 이 장면에도 반영했다. 그냥 단지 불안이가 쨘 하고 그 시퀀스를 혼자 이끄는 게 아니다. 감정들이 어떤 행동을 바탕으로 라일리의 행동을 제어하는데 이 장면을 본 분이라면 피식 웃음이 나올 것이다. 영화가 자아를 묘사하는 방식도 대단하다. 물과 나무의 속성이 뭘까? 그리고 도서관의 속성이 뭘까? 이것들이 한 사람의 세상을 이루고 그 나름의 교훈이 있는 데다 모든 것의 열매와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영화의 비유가 탁월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부럽이는 진짜 부러워할 것 같네
이 영화의 단점은 섬세하지 못한 뒷심이다. 글쓴이는 주인공 라일리와 두 친구 간의 관계가 애매하게 느껴졌다. 이 부분은 일부러 영화가 다방면의 관객을 고려하기 위해 설정한 것으로 보였다. 전체이용가이니 만큼 이런 결론을 내지 않고 다른 측면을 선택하기엔 영화가 상업영화로서의 장점이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부분을 고른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영화가 고른 전략과 크게 충돌한다. 왜? 이 영화는 감정의 발화를 철저하게 분해하며 ‘이땐 이랬어!’ 진단한다. 하지만 이 세 사람사이의 관계는 평면적이다. 친구들의 내면을 바라보는 장면은 부실한 게 그 원인이다. 단지 잘못만 했고 화해하다 끝난다. 전반부에서 토대가 튼튼했던 영화가 후반부에서 힘을 잃는 것이다. 이게 영화가 빠른 템포로 전개되고 극후반부에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이 있어 체감이 덜되지 인물들이 서로 뭉치는 과정이 갑자기 널뛰는 감이 있다. 만약 글쓴이가 각본가였으면 후반부에서 따분이와 부럽이의 비중을 높였을 것 같다. 아니면 라일리의 성장을 더 아름답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마무리를 다르게 지었을 것 같다. 그게 사춘기라는 시기를 더 면밀히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민물장어의 꿈
글쓴이는 전편보다 본작 <인사이드 아웃 2>를 좋아한다. 전편과 본작 차이가 9년이라서?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위에서 쓴 것처럼 어른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아니다. 이 두 시간도 안 되는 영화에는 사람이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고민한 결과가 담겨있는 듯하다. 또 전작 빙봉이의 임팩트를 넘기는 캐릭터가 있지는 않지만 나의 현재와 과거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건 충분하다. 여러분을 만든 기억은 무엇인가? 내 안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기억과 마주칠 때다.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생한 감각으로 받아들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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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지 못한 연인들의 이야기
쿠팡 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로케이션을 오가며 펼쳐지는 한국 유학생(최 홍)과 일본인(아오키 준고)는 일반적인 연인 관계를 보이면서도, 분명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이는 극 중 배경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일본을 부담스럽지 않게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일본이 이국적인 나라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외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최 홍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며 만나게 된 준고와 사랑과 후회를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작중 그녀가 겪는 고립감과 고독함은 연고 없는 타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이 추상적인 감정은 한국과 일본의 물리적인 거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연인 준고에게서도 그 감정을 느낀다.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준고는 일에 몰두하며 최 홍을 외롭게 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던 그녀는 준고의 상황을 이해할 여유가 없다. 그렇게 둘은 후회스러운 사랑을 끝마치고 각자가 속한 위치(한국과 일본)로 되돌아간다.
5년이 지난 후 둘은 한국에서 다시 마주한다. 최 홍이 칭찬하던 준고의 글이 재회의 수단이 되어준다. 준고의 소설은 한국으로 진출하게 되고, 한국 출판사에서 일하는 최 홍은 그 소설로 준고를 만나게 된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은 서로를 원망하고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둘은 서로를 잊지 못함은 확실했고, 단지 이별 할 당시의 감정을 들춰 볼 용기가 없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겨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한겨울 호숫가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 눈처럼, 천천히 주인공들의 서사와 감정을 풀어나간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그 둘의 애절한 기억을 짚어간다. 지하철 출구에서 떨어진 물건을 주워 줬던 때, 돈이 없어 먹지 못했던 몽블랑 케이크, 혼자 뛰던 이노카시라 공원, 홍과 준고의 내레이션이 번갈아 오가는 것을 듣다 보면, 이제는 누구의 잘못으로 이별했는지는 중요치 않아 진다. 그저 이만큼 아파하고 그리워했으니, 이제는 다시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아마 홍과 준고도 이를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함께였지만 혼자였던 과거에서 벗어나서, 진정으로 사랑을 동반할 관계가 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됐을 것이다.
단순히 '사랑에도 국경이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사랑이 본질적인 결핍(특히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가, 우리는 그와 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리즈이다.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서로를 보듬어 주는 홍과 준고를 보면서, 우리의 사랑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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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로 돌아오는 <나이브스 아웃2>, 그리스에서 본격적인 촬영 시작!
라이언 존슨은 지난 월요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리스의 따뜻한 지중해 연안에서 <나이브스 아웃2>의 제작 일정이 시작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촬영장소는 그리스 북동부 펠로 폰 네소스 해안에 위치한 풍요로운 섬 '스페 체스(Spetses)'이며, 영화는 7월 말 또는 8월 중으로 촬영을 마칠 예정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전편에 이어 또 한번 영리한 사립 탐정 브누아 블랑 역을 맡았는데요. 이와 함께 존슨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출연진 또한 선보인다고 합니다. 먼저 <아미 오브 더 데드>의 데이브 바티스타, <버드맨>의 에드워드 노튼, <히든 피겨스>의 제넬 모네, <완다비전>의 캐서린 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레슬리 오덤 주니어에 이어 케이트 허드슨, 매들린 클라인, 제시카 헨윅 등의 배우들까지 새롭게 합류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4천만 달러의 예산을 가지고 시작한 본편 <나이브스 아웃>은 라이온스게이트에서 배급을 맡아 글로벌 박스 오피스에서 약 3억 천 백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는데요. 2020년 2월, <나이브스 아웃>의 속편 제작이 확정되면서 존슨 감독과 공동 프로듀서인 램 버그만은 라이온스게이트를 떠나 약 1년의 시간 동안 그들의 배급사를 찾아 헤맸습니다.
마침내 올 3월,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 시리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HBO Max, Disney Plus, Apple TV Plus, Amazon Prime이 주요 경쟁사로 부상함에 따라 <나이브스 아웃2>, <나이브스 아웃3>의 판권을 4억 5천만 달러 이상에 구입하며 보다 경쟁력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메이저 영화 선점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영화들의 경우 일부 극장과 동시 상영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나이브스 아웃2>의 출시 전략은 과연 어떻게 될지 앞으로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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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스맨이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 #3
환몽(幻夢) CINE 리뷰 3화_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킹스맨 감독과 인물 소개 및 비화
- 킹스맨이 왜 유독 한국에서 성공했을까?
-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
- 기타 영화 관련 썰 - 일루미나티 등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몽's 한줄평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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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르 : 러브 앤 썬더> 팀플레이 30초 예고편
잘들 지냈나? 천둥의 신, 토르가 돌아왔다! ? 신 도살자 '고르'에 맞서 싸울 우주 최고의 팀플레이를 보여줄테니 7월 6일, 극장에서 만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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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브리타니아> 공식 예고편
저주받은 땅이자 드루이드의 영역 카이사르조차도 두려움에 떨며 회군했던 브리타니아를 정복하기 위해 로마의 장군 아울루스 플리우티우스가 병력을 이끌고 상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