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토로2021-04-17 17:37:21
기후변화, 일본스러움, 혹시... 나도?
아름다운 별(2018)
* 이 리뷰는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지금은 기후위기라고 쓰지만 그 당시에는 기후변화가 더 익숙했기에 기후변화라고 씁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지칭했다. 나의 영감 노트는 'Inspiration of Alien(외계인의 영감)'였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은 출석을 부를 때 공식적으로 외계인이라고 한 적도 있다. 그리고 재밌게도 나의 장래 직업에 꽤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천문학자였다.
사실 이 영화는 알고 본 영화가 아니었다. 원래는 영화를 보기 전에 그래도 사전 탐색을 좀 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책(영화의 원작을 쓴 작가의 다른 책)을 구매하면서 쓴 기대평이 당첨되면서 보게 되었다. 그래도 조금 찾아보긴 했다.
감독이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것, 원작에 핵에 관련된 것을 기후변화로 변경했다는 것 정도, 작가의 다른 책인 '목숨을 팝니다'를 읽어본 바로는 이 영화도 좀 난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 정도였다.
시사회였지만 시사회 같지 않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영화는 시작되었다. 아무런 광고도 없이 시작되었다. 그런 시작은 처음이었다. 왜 청소년 관람불가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청소년 관람불가라고 할 만한 장면은 한 장면뿐이었데 잘라내도 무관한 장면이어서 오히려 잘라내고 등급을 낮추는 게 흥행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잘라내고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싶었다.
일본식 유머 코드가 잔뜩 배어 있으면서 끝으로 가면서 그 웃음기가 사라져 버리는 그런 영화다.
아빠는 화성인, 엄마는 지구인, 아들은 수성인, 딸은 금성인.
진짜인지 아닌지 끝까지 애매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느낌이었다. 근데 아마 책을 읽어도 비슷했을 거다. 목숨을 팝니다의 결말도 비슷했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생각은 다른 곳에서 왔다.
지난 환경의날에 환경영화를 본다고 <킹 오브 썸머>라는 영화랑 <판도라>를 봤다. 그런데 환경영화제에서 상영을 했다던 <킹 오브 썸머>보다 이 영화가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해 더 잘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인은 지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 그 다양한 고민들을 영화 속에 모두 담고 있었다. 사실 그게 재미있다.
기후변화는 인간에 의해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원래 지구가 가지는 속성(간빙기)에 의해서 나타난 것이라는 주장(나는 사실 이것도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을 수성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외운 것이 아니니까 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지구인은 오만하다. 지구를 자기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자기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것처럼 생각한다.
자신들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인인 아빠는 모든 것(직장, 가족)을 포기하면서 지구인들이 변해야만 지구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주 연합이었던가!?
위에서도 언급했듯 원작은 기후변화 대신 원자력발전소와 핵전쟁에 대한 이야기로 되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책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가까운 시일에 누군가 나에게 환경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아름다운 별'을 추천해 줄 것 같다.
덧 1. 하지만 일본식 개그가 재미없다면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덧 2. 은근 유명한 배우들 많이 나온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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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액션 / 역시 퓨리오사 / 안야 테일러 조이의 강렬한 카리스마 / 아역 배우의 독기어린 눈빛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으로 엔드크레딧 전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상이 잠시 나옵니다.
엔드크레딧 후에는 있나 싶은 허무한 영상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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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60초 예고편
끝없는 차원의 균열,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의 멀티버스가 열린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60초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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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메인 예고편
<캐리비안의 해적> 디즈니 제작! 이번엔 아마존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지는데…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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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마에스트로의 이중성
모든 것이 다 잘될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성취했고,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위치에 서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좀 더 완벽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려 할 것이고 조금은 탐미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나갈 것이다. 어쩌면 조금은 거만하게 주변에 자신감을 비추면서 자신이 일하는 스타일 대로 밀어붙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올라간 위치가 그 사람의 성향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그 거만함 자체는 이미 마음속 깊이 내재된 나만의 욕망이다.
그 욕망은 성공을 위한 욕망과는 다를 것이다. 이미 성공한 이후에 찾아오는 욕망은 좀 더 직접적이다. 안정적인 배우자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돌리고 또 데이트를 하고 다른 사람을 낮게 깔보면서 그런 욕망을 채워나간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돕던 다른 사람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발견되면 그 사람을 외면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성공 후에 찾아오는 이런 거만함과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공한 마에스트로 타르의 멋진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
영화 <타르>는 성공적인 위치에 있는 타르(케이트 블란쳇)가 가지고 있는 거만함을 천천히 보여준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지휘자다. 무대를 휘어잡는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그의 모습은 무척 자신감 넘치고 위트 있다. 그가 하는 긴 인터뷰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해 냈고 대단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보인다. 자신의 확고한 의견을 내세우고 위트 있게 청중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무척 멋져 보인다.
영화가 두 번째로 보여주는 타르의 모습은 강의실에서 특강을 하는 장면이다. 타르는 한 학생을 타깃으로 여러 질문을 하며 작곡가의 개인적인 성향과 음악 작품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무척 단호하게 학생의 말에 반박하던 타르는 그 장면에서 학생에게 무안을 주고 결국 그가 교실을 나가게 만든다. 첫 인터뷰 장면 이후에 이어지는 강의 장면은 타르라는 캐릭터가 능력을 중시하고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견해가 평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는 동성애자로서 아내(니나 호스)와 함께 살면서 입양한 것으로 보이는 딸을 키우고 있다. 아내는 타르와 같이 필하모닉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같이 일을 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생활해 나가는 것 같지만, 타르는 이상하게 새로운 연주자에게 관심을 돌린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타르의 진짜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긍정적인 성취와 성향을 보여주는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서서히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바다 위에 솟아있는 아름다운 빙산 조각을 먼저 보여주고 점점 바닷속 어두운 곳에 있는 거대한 빙산의 뿌리 쪽으로 내려가면서 그 실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서서히 드러나는 마에스트로의 진짜 모습
다르게 이야기하면 타르의 이중성에 대한 것이다. 타르는 직업적인 성공 이후 마음에 들지 않는 조력자가 직원을 한순간에 교체하고 또 상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퇴사한 직원이 다시 취업할 수 없도록 모든 관련 악단에 메일을 보내 해당 직원의 정신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런 타르의 행동은 그가 가진 자만심과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얻으려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바로바로 쳐내기 바쁘다. 특히나 부단장이나 그의 비서(노에미 메랑)를 쳐내는 모습이 그가 주변사람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영화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작해 무척 빠른 속도로 결말에 이른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야말로 역겹게 느껴지는 타르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가 초반에 보여줬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인식 그리고 위트 있는 모습은 후반부의 진짜 모습 속에 완전히 묻혀버린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꽤 통쾌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끝까지 자만심으로 가득한 주인공 타르를 자연스럽게 비웃게 만드는 멋진 장면이다.
영화 속 타르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 있는 성공한 위선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이 온전히 자신만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공의 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에게 소홀해지고 외면한다. 완전히 자신만이 중요해지는 자아도취의 마약은 계속 자만심과 자신감 속에서 살고 싶게 만드는 욕망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이고 성공한 예술가인 그들은 다양한 매체에 등장해 긍정적인 이미지와 말들을 전달하지만 그 모든 공을 자기 자신이 가져간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타르는 그 자만심 가득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즉, 한 번 크게 성공한 그 인물이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경력을 포함해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그는 자신이 겨우겨우 다시 맡은 오케스트라 앞에서 거만하게 연설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실패 앞에서도 그가 가진 욕망은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관객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온 세상 성공한 위선자들에게 전하는 일침
타르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은 그가 왜 최고의 배우인지를 보여준다. 성공적인 경력을 가진 자신감 넘치는 마에스트로와 굉장히 잘 어울리고, 그런 그가 조금씩 몰락해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초점을 잃어가는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그렇게 초점을 잃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능력을 과시하려는 성향을 지우지 못한 타르를 무척이나 잘 표현해 냈다. 영화를 연출한 토드 필드 감독이 타르 역에 케이트 블란쳇의 캐스팅만을 생각하면서 각본을 쓴 것이 충분히 이해 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꽤 길다. 158분의 러닝타임이 초반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진짜 타르의 모습이 드러나고 과연 타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게 될지를 쫓아가는 후반부는 꽤 긴장감 넘치고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타르가 가진 잘못된 욕망의 표현 방식과 거만함은 그의 주변에서 모든 사람을 떠나게 하고 관객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다. 어쩌면 이 영화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위선자들에 대한 권선징악의 결말을 대리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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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한국 영화계 3대 거짓말 중 하나
이창동 감독 “시나리오 다 썼다”
이창동 감독은 작품의 텀이 긴 과작 감독으로 유명한데요.
그런 감독님이 무려 2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요?
이번주 씨네뉴스 같이 보아요.
이창동 감독 신작 2작품 준비 중
이창동 감독이 다음 작품에 관해 입을 열었습니다. 요미울 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다음 작품에 관해서는 지금 시나리오를 쓰는 중입니다. 언제 촬영에 들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가급적 내년 상반기에는 촬영에 들어가길 희망합니다.”라고 전했으며 이어 전주국제영화제 기자 간담회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칸영화제 1.5억 피소
제77회 칸 국제 영화제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인 사와 폰티이스카는 레드카펫에서 경호원이 자신을 제지한 일로 칸 영화제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폰티아스카는 경호원에게 난폭하게 제지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이 일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고 자신의 평판도 실추됐다며 영화제 측에서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경호원은 소녀시대 윤아를 경호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추가 재촬영 돌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5의 다섯 번째 영화이자 캡틴 아메리카 실사영화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내부테스트에서 부정적인 점수를 받은 후 개봉일이 2025년 2월로 연기되었습니다. 세 가지 주요 시퀀스가 편집되며 광범위한 재촬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작품은 드라마에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등극한 샘 윌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합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2주 연속 1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개봉 2주 차 주말 3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으며 1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지난 5월 29일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 개봉 후 이틀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줬으나 주말에 1위 자리 탈환에 성공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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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베테랑2>가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류승완 감독 "영화를 칸에서 상영하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칸에 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 짧을 것 같다"
"칸 영화제 관계자분들과 오늘 극장을 찾은 관객분들, 이 영화를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의 관객분들,
그리고 이 영화를 함께해준 배우들과 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베테랑은 오는 하반기에 개봉 예정이며, 1편 개봉 이후 9년 만에 나오는 시리즈 작품
? 아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 될 것이며 정해인이 멋지게 나온다고 힌트를 남김
?칸 영화제 초청 후 시놉시스가 유출되며 메인 빌런은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짐
5월 4주차 씨네뉴스 함께 해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50년 만에 칸 입성
<베테랑2>가 칸국제영화제에 입성했습니다.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베테랑2>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상영 후 10분간 관객의 기립박수가 이어졌으며 영화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여러분은 칸까지 오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셨나요? 저는 50년이 걸렸습니다”라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디즈니랜드 비공개 레스토랑 <클럽 33> 영화화
디즈니랜드 내에 비밀리에 존재하는 회원제 비공개 레스토랑 <클럽 33>이 영화화됩니다.
<클럽 33>은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상하이, 도큐 부지 내의 레스토랑으로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주로 스폰서인 법인 회원과 개인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실사판 영화는 미스터리한 극비 클럽 33에 초대장을 받은 탐정 지망생 청년이 주인공으로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 단골손님들이 젊은 탐정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하는 이야기입니다.
트럼프 전기 영화 칸 영화제서 기립박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습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며 이 영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려이 첫 부인 이바나를 상대로 강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겨있어 가장 주목받는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시사회 참석한 관객들로부터 약 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부고니아> 요르고스 감독 연출 확정
한국의 SF 코미디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 연출을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맡게 되었습니다.
주연은 <라라랜드>, <가여운 것들>에 출연한 미국의 대표 배우 엠마스톤과 <파워 오브 도그>, <시빌 워>로 얼굴을 알린 미국의 배우 제시 플레먼스가 주연에 캐스팅되었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엠마스톤과 <더 페이버릿>, <가여운 것들> ,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부고니아>는 음모론에 빠진 두 젊은이가 대기업의 CEO가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그를 납치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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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 생물들 사이에서 믿음과 인류애를 외치다.
주요 내용
- 진부한 전개와 신파 등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아쉬움을 극복한 연상호 감독
- <반도>의 서대위에 이어 또 한 번 구교환 배우에게 딱 맞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물한 연상호 감독
- 사회에 불신과 두려움을 심어준 기생 생물. 기생 생물의 등장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 믿음을 지키려는 자 vs 믿음을 잃은 자의 대립과 상반되는 기생 생물을 대하는 태도
- 준경이 남편의 기생 생물에게 씌운 특수 가면의 의미
- 배신보다 큰 힘을 가진 믿음과 희생. <기생수: 더 그레이>가 말하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기생수: 더 그레이 (Parasyte: The Grey, 2024)
기생 생물들 사이에서 믿음과 인류애를 외치다.
개봉일 : 2024.04.05.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SF, 액션, 크리처, 판타지
러닝타임 : 6부작, 총 300분
감독 : 연상호
출연 :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문주연, 유용, 이현균, 윤현길
개인적인 평점 : 3.5 / 5
연상호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 느껴졌던 아쉬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는 크리처 장르의 신기원이었던 애니메이션 <기생수>의 세계관을 차용한 리메이크작이다.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 <지옥>, <괴이>, 영화 <부산행>, <반도>, <정이>, <염력> 등의 매력적인 크리처, SF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그가 연출, 각본을 맡은 작품들은 신선함과 상업성을 갖췄다는 호평과 진부한 전개와 신파가 너무 심하다는 혹평을 동시에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생수: 더 그레이>는 다행히도 취향 차를 제외하면 혹평을 받을 일은 크게 없을 것 같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을 모두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끔 분위기를 깨는 과도한 감정, 액션이 나오거나, 감정을 챙기느라 개연성을 놓치는 부분이 보일 때면 참 아쉬웠다. 그런데 <기생수:더 그레이>에선 이런 부분들을 최소화하여 이전 작품에서 느꼈던 아쉬움 들을 잘 만회해냈다. 크리처 물이라면 보통 누군가의 희생과 그에 따른 각성 과정이 나오기 마련인데 여기서 감정과 액션을 너무 폭발시켜버리거나 질질 끌게 되면 매번 봤던 신파라고 욕먹기 딱 좋지만, 이번엔 적당하게 잘 잘라냈다. 약간의 개연성 공백들은 회상과 대사를 활용해 친절하게 채운다. 멋있는 방법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빈틈은 잘 막아냈다. 덕분에 초반부엔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캐릭터의 분노와 공황도 후반부에 가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개연성과 감정 다음으로 걱정했던 건 액션과 비주얼이었다. 손이 아닌 머리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생 생물이라니. 이런 설정 탓에 캐릭터의 외관이나 액션이 좀 바보같이 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했으나 그 부분도 잘 극복했다. 개인적으론 신체가 변형되는 것과 촉수 괴물을 싫어해서 초반부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불쾌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구현해낸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 촉수와 총만을 이용한 액션이었음에도 작위적이거나 속도가 떨어지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아 액션 또한 괜찮은 편이다.
캐릭터의 밸런스도 좋다. 전체적으로 출연 배우들의 능력치가 좋아서 연기 구멍이 크게 없고 극 중 캐릭터의 설정과 합도 좋다. 특히 구교환 배우의 강우 캐릭터가 공감이 될 듯 말 듯하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인 게 딱, 배우와 잘 맞았다. 배우가 캐릭터를 잘 소화해서 매력적이었던 걸수도 있지만, 애초에 이 캐릭터 자체가 배우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이전에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맡았던 <괴이>에선 구교환 배우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번엔 <반도>때처럼 배우에 딱 맞는 캐릭터 구성을 제대로, 매력적으로 해낸 것 같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다양한 크리처가 나오는 박력 있는 액션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보다는 그 안에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집중하는 걸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크리처 물로서 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넓은 세계관과 다양한 기생 생물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조금 아쉽게 다가올 것 같다. 그리고 기생수 설정만을 가져와 이야기 자체를 새롭게 만든 거라 원작과 비스무리한 리메이크작은 아니니 이 부분을 고려하여 선택하길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기생 생물과 함께 사회에 파고든 강력한 불신
인간은 강하지 않다. 신체적인 장점이 없어 커다란 짐승 한 마리를 만나면 무조건 도망을 쳐야 살아남을 수 있고, 자연재해 앞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사회라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한곳에 똘똘 뭉친 인간들은 각자의 생각과 능력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와 자신의 삶을 지켜왔다. 사회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사회에 종속되어 살고 있다. 어쩔 땐 든든하고 어쩔 땐 불안하지만 그래도 가까운 누군가를 믿으며, 이 사회가 아직은 살만한 것이라 애써 믿으며 대한민국이란 사회와 그 아래의 작은 사회들을 지켜가고 있다. 사회를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건 각자의 힘이 아닌 서로를 향한 믿음이다. 인간이 서로를 믿지 않고 미워한다면 사회는 금방 와해되고 말 것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 ‘믿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생 생물들이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기생 생물은 사람의 뇌를 먹어 그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한다. 감염되기 전과 생김새는 달라지지 않지만, 정신과 신체적 능력치는 기생 생물과 동기화된다. 기생 생물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자신의 강력한 힘을 드러내며 명령받은 대로 인간을 먹어치운다. 얼굴에 변형이 일어나기 전까진 누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기생 생물을 인식한 순간,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워지는 건 당연하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끝까지 믿음을 지켜가는 인물들과 믿음을 잃은 인물
준경이 기생 생물에게 씌운 특수 가면의 의미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이런 삭막한 배경과 여러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을 잃지 않고 공생하는 인물들을 통해 믿음과 공생의 가치를 보여준다.
주인공 수인은 어릴 때 가정 폭력을 당했다. 사람들은 어린 수인을 ‘자기 아빠를 신고한 독한 애’라며 손가락질한다. 그래도 수인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어른이 되어 열심히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이번엔 또 어떤 미친놈이 수인을 죽이려 뒤따라온다. 수인은 언제나 불행하고 외로웠고, 수인을 둘러싼 세상은 항상 그녀를 배신했다. 강우는 돈을 벌기 위해 조폭 조직 망나니파에 들어갔다가 한순간에 배신을 당하고 만다. 조직의 리더뿐만이 아니라 끝까지 믿었던 조직의 동생마저도 그를 배신한다. 수인을 구해준 형사 철민은 가까운 사이였던 원석에게 배신당해 목숨을 잃는다.
세 사람은 모두 세상에, 자기가 속해있던 조직에서 배신을 당한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누군가를 배신하지 않고 오히려 믿음을 보인다. 수인은 믿을 구석 없어 보이는 강우를 살리기 위해 절벽 끝에서 손을 뻗었고 하이디는 자신을 죽이려 끝까지 쫓아온 준경을 살리기 위해 뒤에서 다가오는 기생 생물을 타격한다. 강우는 배신당했단 걸 알면서도 죽어가는 규민(조직원 동생)을 챙기려 했고 더 이상 엮이지 않아도 될 수인의 일에 뛰어들어 수인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수인에게 손을 뻗는다. 철민은 수인이 기생 생물이 되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있지만 끝까지 수인을 지키려 했으며 원석이 괴물이라는 제보를 듣고도 그를 바로 고발하지 않는다. 철민은 수인과 원석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의심은 갖고 있지만 끝까지 둘을 믿으려고 노력했다.
수인, 강우, 철민과 반대쪽에 서있는 인물은 더 그레이 팀의 팀장 준경이다. 준경은 기생 생물에 감염된 남편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고, 그에게 공격을 당해 귀 한쪽을 잃는다. 남편을 빼앗았기 때문일까, 준경은 기생 생물에 대한 엄청난 분노를 갖고 있다. 그래서 기생 생물을 박멸하기 위해 기생 생물이 된 남편을 미끼로 이용한다. 단, 얼굴이 보이지 않게 가면을 씌운 채로 말이다. 경찰서에서 상황 설명회를 가질 때, 서장이 ‘그래도 사람(준경의 남편)을 저렇게 괴롭혀도 되냐’고 말하자 준경은 “그들을 인간으로 생각해선 안돼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잘린 귀와 손등의 상처를 보여준다. 기생 생물이 된 남편을 목격한 순간부터 준경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가장 믿었던 남편이 괴물이 되었는데 과연 누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수인과 하이디는 끝까지 준경에게 믿음을 보여준다. 원석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하이디는 특수 가면을 쓰지 않은 모습 그대로 준경을 바라보고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 준경을 지키기 위해 기생 생물을 타격한다. 준경은 이런 하이디의 모습을 보고 마지막엔 ‘정수인은 괴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마 수인이 강우의 도움을 받지 못해 특수 가면을 벗지 못했다면 이러한 극적인 화해 장면은 보지 못했을 거다.
준경은 남편의 모습을 한 기생 생물에게 특수 가면을 씌워 얼굴을 가리고 사냥개로 이용한다. 이제 그는 남편이 아닌 괴물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이지만 너무도 냉정한 모습이다. 보통 좀비물엔 “내가 아는 가족의 모습 그대로인데, 어떻게 죽이지? 얘가 진짜 괴물/좀비라고?”하는 딜레마와 슬픔이 등장한다. 극 중에서 철민도 잠시 이런 딜레마에 빠져 준경과 대립을 이루는데 준경은 단호하게 남편을 괴물로 분류한다. 그런데 남편이 원석에게 죽은 후 그의 가면을 벗겼을 때 준경은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괴물에게 씌워둔 가면을 벗겨보니 내가 알던 남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기생 생물에게 씌워둔 가면은 준경을 단호하고 강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인격이 그대로 남아있는 수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준경과 수인이 처음 창성랜드에서 마주쳤을 때 원석이 남편을 공격하는 바람에 준경은 급하게 차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준경은 수인과 얼굴을 오래 마주하지 못했고 다시 돌아왔을 때도 수인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 바로 가면을 씌운다. 마지막쯤에 와서야 준경은 가면을 쓰지 않은 수인/하이디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한다. 그리고 무조건 인간을 해하는 게 아닌, 인간에게 믿음을 주는 기생 생물 하이디를 목격하고 마음을 바꾼다.
배신보다 큰 힘을 가진 건 믿음
원석은 개인의 이득을 위해 인간 사회를 배신하고 기생 생물들에게 빌붙는다.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도 매일 비슷한 월급만 받고 신세도 못 펼 바엔 기생 생물 하나를 인간 사회의 머리, 꼭대기 쪽에 앉히고 자신도 한몫 받아먹으려는 속셈이다. 이기적이고 멍청해 보이지만, 왜 배신을 했는지는 이해가 간다. 원석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배신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원석과 목사의 기생 생물은 배신을 반복하며 인간에게도 기생 생물(경희)에게도 적이 되었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목이 날아가고 만다.
수인과 하이디, 강우는 본인에게 하나도 이득 될 것이 없지만 사회를 위해 희생한다. 누가 죽든 누구 머리에 기생 생물이 앉든, 그건 수인과 하이디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사회는 그들을 괴물이라 칭하며 공개 수배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수인, 하이디는 기생 생물을 잡기 위해 풍물축제 현장으로 향하고 강우는 그들의 뒤를 따른다. 그저 조용히 살아만 있는 것이 목적이었던 하이디는 수인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결국 수인에게 물들어 그녀의 믿음을 따라 해보기에 이른다. 어차피 내 알 바도 아닌데 왜?라는 의문이 드는 비합리적인 선택과 믿음이었지만 이 선택과 믿음은 수인과 하이디, 강우. 그리고 여러 사람들을 구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희생과 믿음이지만 그럼에도
원석의 기생 생물은 최용재 의용대장 기념관에서 ‘사람들은 이 전쟁 기념관처럼 머리만 기억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전쟁에서 승리했으나 후대 사람들은 최용재 의용대장만 기억한다. 사실 사회가 그렇다.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만 기억하고 그 밑에 있는 이들의 노력, 희생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여전히 누군가는 사회를 위해 타인을 위해 나를 희생한다. 비합리적인 일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두 종류의 생명체와 극중 사회의 모습을 통해 이러한 믿음과 희생이 이 사회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공생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반복해 이야기한다.
어디선가 툭 나타난 기생 생물처럼 언제부턴가 나타난 불신과 혐오가 사회 여기저기에 스며들었고 우리는 큰 불안감과 분노를 느끼며 살고 있다. 우리가 <기생수: 더 그레이>를 보며 느껴야 하는 건 단순한 장르적 쾌감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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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에 홀린 듯, 살벌하게 웃게 되는 마력
귀신에게 홀렸다. 웃음 귀신에게.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온갖 장르를 믹싱해 전달하는 기묘한 웃음은 뭔가에 씐 듯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아마도 이 마력이 개봉 당시 177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동력이었을 터. <핸섬가이즈>는 올해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중 마음 놓고 신선하게 웃은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일단 무섭게 생겼다. 가까이 가면 멀어지고 싶게 만드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은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 시골 숲속 오두막집으로 이사를 온다. 부동산 웹사이트 이미지와 전혀 다른 집 상태에도 상구는 덜컥 계약하고, 재필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집을 고쳐 살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친구들과 여행을 온 미나(공승연)는 마음에 있던 골프 선수에게 배신당한 후, 강가에 있다가 물에 빠진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재필과 상구는 미나를 새집으로 데려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반대로 여행을 함께 온 친구들은 미나를 납치했다고 오인한다. 그 사이 이 오두막 지하실에서는 오래 잠들어 있던 악령이 깨어난다.
<핸섬가이즈>는 한 가지 장르로 귀속되는 걸 거부한다. 오컬트, 슬래셔, 스플래터, 슬랩스틱 코미디 등 철저하게 장르를 뒤섞는다. 그것도 B급으로. 원작 <터커 & 데일 Vs 이블>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각색한 영화는 호러와 코믹 수위를 조절하고, 오두막집에 악령을 부활시킨다. 국내 관객들에게 황당무계한 영화의 설정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계속해서 웃게 만드는 건 이 골때리는 스토리에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를 담았기 때문이다.
관객도 알고 주변인들도 알지만, 극 중 재필과 상구만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이 되게 잘생기고, 섹시하다고 믿는다. 이 세상 긍정마인드로 살아가는 이들은 생김새 때문에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마트에서 조우한 미나와 친구들에게 강인한 첫인상을 전하는 건 기본, 동네 경찰 최 소장(박지환)의 검문도 받는다. 정작 이들은 그냥 가만히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오해다. 무섭게 생긴 이들이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은 곧 죽음의 길로 인도한다. 오두막에 와서 박히고, 찔리고, 감전되는 등 부상을 입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두 주인공을 오해해서 그 일을 당한다. 이렇듯 영화는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시선에 벌을 주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이 메시지가 전반에 깔린 영화는 자책골처럼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주변인들의 죽음을 연속해서 보여준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납득하기 힘든 각 상황은 뜨악함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이 장면들은 단순 휘발되지 않고 그 연속성을 갖는데, 이는 알게 모르게 준비한 빌드업에 있다. 감독은 한 컷도 낭비하지 않고 특이한 상황의 개연성을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코너를 돌던 차에서 장비가 떨어진다거나, 나무에 피스를 과하게 박거나, 전기선이 자주 빠지는 등 기막힌 장면을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설정은 곳곳에 뿌려진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다 회수하며 관객에게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전한다는 점이다.
장르를 타는 영화라는 점에서 <핸섬가이즈>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인물들이 관객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있다. 호러 장르 경우, 인물들이 현실에서 붕 뜬 느낌을 주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 균형을 잘 잡는다.
그 중심에는 이성민, 이희준이 있다. 절대 과장하지 않고, 최대한 현실적이고 진중하게 연기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을 자아낸다. 진중할수록 그 웃음의 크기가 커지는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는 이들의 연기는 관객이 이 특이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게 한다. 홍일점으로 두 배우와 멋진 케미를 보여주는 공승연의 연기도 발군이다. 각 장르에 걸맞게 다른 옷을 입은 것처럼 잘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주는 가운데, 초반엔 주변인이었다가 후반부 여성 히어로의 면모도 발휘하는 등 다채로운 매력을 전한다.
물론, 상황이 주는 시끌벅적함과 독특한 설정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음 열고 대환장 호러 코미디를 받아들인다면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이게 바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영화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상류사회> <티끌모아 로맨스>의 조감독 출신으로 첫 데뷔작을 성공시킨 남동협 감독의 뚝심 덕분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핸섬가이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신나게 웃어보자. 참고로 영화의 신스틸러인 반려견 봉구의 매력은 덤이다.사진 제공: NEW
평점: 3.5 / 5.0
한줄평: 귀신에 홀린 듯, 살벌하게 웃게 되는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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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 할 텐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다 너머, 인간이 사는 육지 세상이 궁금한 인어공주 '에리얼'(할리 베일리).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바다 위로 올라갔다가 폭풍우를 만나 난파된 배에서 '에릭 왕자'(조나 하워킹)의 목숨을 구한다. 에리얼은 첫눈에 그와 사랑에 빠지지만, 아버지이자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은 절대로 바다 위 인간 세상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엄명을 내린다. 이에 에리얼은 바다 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와 거래해 목소리를 잃는 대가로 다리를 얻어 육지로 향하고, 새로운 운명을 찾아 나선다.
모두를 실망시킨 <인어공주> 재해석
2010년대 초중반부터 디즈니는 자사 애니메이션 영화를 실사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흥행작을 만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정글북>, <알라딘>,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는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하지만 논란이 가장 많은 영화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인어공주>다.
<인어공주>는 제작 단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작 파괴가 문제였다. 주연을 맡은 할리 베일리는 애니메이션 원작 속 에리얼과 달리 흑인이었다. 에리얼의 빨간 머리도 흑인 특유의 드레드 머리로 바뀌었다. 한쪽에서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재해석이라고 옹호했다. 반대쪽에서는 원작 파괴라고 비판했다. 에리얼을 닮지 않은 배우가 출연해 리메이크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영화를 보니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일단 흑인 인어공주는 나름 자연스럽다. 덴마크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를 식민지로 삼은 역사를 반영해 배경을 카리브 해로 바꿨기 때문이다. 에리얼을 닮은 외모는 아니지만, 할리 베일리의 연기와 노래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원작 설정을 재해석하고 변경한 이유를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당위와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을 외면한다. 그렇게 월트 디즈니 컴퍼니 100주년 기념작 <인어공주>는 새로운 해석을 기대한 관객도, 원작의 실사화를 바란 관객도 모두 실망시킨다.
공허한 재해석
새로운 <인어공주>가 힘을 준 대목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양성이다. 에리얼과 에릭의 로맨스는 소통과 다양성을 추구하자는 이야기다. 영화는 에리얼과 트라이튼의 갈등을 통해 다른 문화를 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에릭 왕자의 서사를 더해 메시지를 뒷받침한다. 그와 '셀리나 여왕'(노마 두메즈웨니)의 대립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편견과 선입견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에리얼과 에릭의 로맨스는 동병상련에서 시작된다. 편견과 선입견으로 무장한 부모는 자녀를 억압한다. 트라이튼은 인간이, 셀리나는 바다의 신과 인어가 잔인하고 야만적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두 주인공은 그들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동경한다. 다른 문화를 궁금해하고 기꺼이 수용하려 한다. 두려움 없는 그들은 서로의 세상을 배우면서 사랑을 싹 틔운다. 더 나아가 완고한 부모까지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인어공주>의 재해석은 공허하다. 원작과 다른 이야기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메시지가 밋밋하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트라이튼 왕은 인간이 에리얼의 엄마를 죽였다고 암시한다. 인간 왕국의 왕도 바다 때문에 죽었고, 에릭 왕자도 표류하다가 구조됐다고 언급된다. 영화는 육지와 바다 사람이 서로 배타적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갈등을 극복하는 로맨스를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이 너무 평이하다. 육지와 바다 사이에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대사 몇 마디로 그친다. 그러다 보니 추가된 서사는 뇌리를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전반적인 흐름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결국 영화는 인어와 인간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큰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과 인어가 화해하는 결말도 그저 동화다운 교훈을 주는 결말에 그치고 만다.
흑인과 카리브해의 역사
더구나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소재를 손에 들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흑인 인어공주를 비롯해 카리브 해라는 공간적 배경과 드레드 머리는 손쉽게 소비된다. 이들을 이용해 다양성과 관련된 사회적, 역사적 문제를 깊숙이 살펴보려는 시도는 없다. 그저 관객의 상상력과 지식에 맡길 따름이다.
카리브해는 역사적 맥락이 깃든 장소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이 <인어공주>의 원작 동화를 썼고, 덴마크는 제국주의 시대에 카리브해 일대를 식민지로 삼은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가 대표적이다. 중심지인 '샬럿아말리에이'만 해도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5세의 왕비인 헤센카셀의 '샤를로트 아말리에'로부터 이름이 유래했다. 작중 에릭 왕자가 유럽과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총리를 비롯한 지배층 대다수가 백인으로 묘사되는 이유다.
이때 덴마크와 카리브해, 그리고 흑인 주인공이라는 조합은 곧장 한 가지 역사적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노예무역이다. 구체적으로는 아프리카, 유럽 열강,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어지는 삼각 노예무역이다. 덴마크는 영국, 포르투갈 등과 함께 노예무역 당사자 중 하나였다. 카리브해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들의 종착지 중 하나였다. 19세기에 법적으로 금지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인어공주>는 이런 역사적 맥락을 제거한다. 흑인 노예가 수입되는 시대에 흑인 여왕은 백인 왕국을 통치하고, 백인 왕자는 흑인 인어공주와 결혼한다. 시대상을 고려하면 어색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흑인 인어공주를 등장시키고 배경을 카리브 해로 변경해 놓고도 마치 제작진이 그 함의나 맥락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도 보인다. 영화가 흑인이라는 키워드를 고민 없이 편의적으로 활용하는 듯한 인상이 남는다.
드레드 머리는 단순한 헤어스타일이 아니다
이에 더해 <인어공주>는 에리얼의 머리도 표피적으로 활용한다. 사실 드레드 머리는 단순한 헤어 스타일이 아니다. 아메리카에 정착한 흑인 노예들에게 아프리카 특유의 헤어 스타일은 부끄러운 대상이었다. 드레드(Dread)라는 용어 자체가 '끔찍하다(Dreadful)'는 단어에서 비롯될 정도였다. 그래서 그들은 백인 헤어 스타일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약품을 동원해 머리를 피다가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흑인 인권 운동이 힘을 가지면서 흑인들은 자기 본연의 헤어 스타일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드레드 스타일도 이맘때 퍼져 나갔다. 즉, 드레드 머리는 백인 중심 사회에 동화, 통합되지 않겠다는 흑인 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상징이다. 동시에 아메리카 흑인들의 아픈 역사를 함축한 상징이다. 따라서 카리브해, 흑인 인어공주, 드레드 머리라는 헤어 스타일이라는 소재를 종합하면 새로운 인어공주는 흑인 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강력한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이러한 복합적인 의미에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 의미심장한 소재를 그저 표피적인 의도로 활용할 뿐이다.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목적으로. 포크 사용법을 모르는 에리얼이 포크로 드레드 머리를 다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대신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안전한 스토리에 의존한다. 캐스팅 논란이 무색할 정도다. 흑인 인권 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쟁점을 영화에 녹여낸 <블랙팬서>와 비교해 보면 새로운 <인어공주>는 더 안일해 보인다. 칼을 뽑았는데, 무도 자르지 못한 셈이다.
큰 도움은 되지 않는 완성도
심지어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점보다 단점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우선 <라이온 킹>과 비슷한 문제점이 있다. 동물을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하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심지어 이번에는 포유류가 아닌 해양 생물이라서 더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화면도 어둡다. 실사 영화로 구현된 어두운 바닷속은 광원이 부족해서 어둡다. 장면을 부각할 조명도 마땅치 않다. 결국 흑인인 에리얼은 어두운 배경 속에 갇혀 버린다. 그녀를 지켜보기가 어렵다. 할리 베일리에 맞추어 연출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이는 대목이다.
그래도 디즈니 영화로서 최소한의 재미는 갖췄다. 에리얼과 에릭이 거대해진 울슐라와 맞서 싸우는 후반부 해상 전투신은 인상적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경력자답게 롭 마샬 감독이 클라이맥스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그려냈다.
울슐라와 트라이톤 왕의 역할도 지대하다. 코미디 배우로 알려진 멜리사 맥카시는 선입견을 제대로 깼다. 오빠 트라이톤의 권력을 갈망하고 복수를 꿈꾸는 마녀 울슐라라의 광기와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준다. 하비에르 바르뎀도 무게를 잡아준다. 그의 연기 덕분에 가족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의 슬픔과 외로움은 극대화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디즈니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영화는 디즈니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20세기 중후반 침체기를 겪은 디즈니가 새로운 전성기인 '디즈니 르네상스'를 알린 시작점이 <인어공주>였기 때문이다. 이는 디즈니가 창사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에 <인어공주>를 공개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인어공주>는 그 상징성과 중요도에 미치지 못했다. 과감하지 않은 사회적 메시지는 원작의 도전 정신에 미치지 못한다. 1989년에 애니메이션이 보여준 능동적인 여성상에 비하면 이번 영화가 무슨 메시지를 담았는지 의문스럽다. 만듦새와 볼거리 역시 현재 디즈니의 위상과 자본력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그 결과 100주년을 맞이해 더 화려하고 세밀해진 디즈니 성의 미래는 마냥 밝지 않아 보인다.
Dreadful 끔찍한
충분한 고민 없는 재해석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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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액션 / 역시 퓨리오사 / 안야 테일러 조이의 강렬한 카리스마 / 아역 배우의 독기어린 눈빛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으로 엔드크레딧 전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상이 잠시 나옵니다.
엔드크레딧 후에는 있나 싶은 허무한 영상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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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60초 예고편
끝없는 차원의 균열,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의 멀티버스가 열린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60초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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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메인 예고편
<캐리비안의 해적> 디즈니 제작! 이번엔 아마존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지는데…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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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마에스트로의 이중성
모든 것이 다 잘될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성취했고,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위치에 서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좀 더 완벽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려 할 것이고 조금은 탐미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나갈 것이다. 어쩌면 조금은 거만하게 주변에 자신감을 비추면서 자신이 일하는 스타일 대로 밀어붙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올라간 위치가 그 사람의 성향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그 거만함 자체는 이미 마음속 깊이 내재된 나만의 욕망이다.
그 욕망은 성공을 위한 욕망과는 다를 것이다. 이미 성공한 이후에 찾아오는 욕망은 좀 더 직접적이다. 안정적인 배우자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돌리고 또 데이트를 하고 다른 사람을 낮게 깔보면서 그런 욕망을 채워나간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돕던 다른 사람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발견되면 그 사람을 외면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성공 후에 찾아오는 이런 거만함과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공한 마에스트로 타르의 멋진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
영화 <타르>는 성공적인 위치에 있는 타르(케이트 블란쳇)가 가지고 있는 거만함을 천천히 보여준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지휘자다. 무대를 휘어잡는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그의 모습은 무척 자신감 넘치고 위트 있다. 그가 하는 긴 인터뷰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해 냈고 대단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보인다. 자신의 확고한 의견을 내세우고 위트 있게 청중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무척 멋져 보인다.
영화가 두 번째로 보여주는 타르의 모습은 강의실에서 특강을 하는 장면이다. 타르는 한 학생을 타깃으로 여러 질문을 하며 작곡가의 개인적인 성향과 음악 작품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무척 단호하게 학생의 말에 반박하던 타르는 그 장면에서 학생에게 무안을 주고 결국 그가 교실을 나가게 만든다. 첫 인터뷰 장면 이후에 이어지는 강의 장면은 타르라는 캐릭터가 능력을 중시하고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견해가 평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는 동성애자로서 아내(니나 호스)와 함께 살면서 입양한 것으로 보이는 딸을 키우고 있다. 아내는 타르와 같이 필하모닉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같이 일을 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생활해 나가는 것 같지만, 타르는 이상하게 새로운 연주자에게 관심을 돌린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타르의 진짜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긍정적인 성취와 성향을 보여주는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서서히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바다 위에 솟아있는 아름다운 빙산 조각을 먼저 보여주고 점점 바닷속 어두운 곳에 있는 거대한 빙산의 뿌리 쪽으로 내려가면서 그 실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서서히 드러나는 마에스트로의 진짜 모습
다르게 이야기하면 타르의 이중성에 대한 것이다. 타르는 직업적인 성공 이후 마음에 들지 않는 조력자가 직원을 한순간에 교체하고 또 상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퇴사한 직원이 다시 취업할 수 없도록 모든 관련 악단에 메일을 보내 해당 직원의 정신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런 타르의 행동은 그가 가진 자만심과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얻으려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바로바로 쳐내기 바쁘다. 특히나 부단장이나 그의 비서(노에미 메랑)를 쳐내는 모습이 그가 주변사람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영화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작해 무척 빠른 속도로 결말에 이른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야말로 역겹게 느껴지는 타르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가 초반에 보여줬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인식 그리고 위트 있는 모습은 후반부의 진짜 모습 속에 완전히 묻혀버린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꽤 통쾌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끝까지 자만심으로 가득한 주인공 타르를 자연스럽게 비웃게 만드는 멋진 장면이다.
영화 속 타르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 있는 성공한 위선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이 온전히 자신만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공의 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에게 소홀해지고 외면한다. 완전히 자신만이 중요해지는 자아도취의 마약은 계속 자만심과 자신감 속에서 살고 싶게 만드는 욕망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이고 성공한 예술가인 그들은 다양한 매체에 등장해 긍정적인 이미지와 말들을 전달하지만 그 모든 공을 자기 자신이 가져간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타르는 그 자만심 가득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즉, 한 번 크게 성공한 그 인물이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경력을 포함해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그는 자신이 겨우겨우 다시 맡은 오케스트라 앞에서 거만하게 연설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실패 앞에서도 그가 가진 욕망은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관객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온 세상 성공한 위선자들에게 전하는 일침
타르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은 그가 왜 최고의 배우인지를 보여준다. 성공적인 경력을 가진 자신감 넘치는 마에스트로와 굉장히 잘 어울리고, 그런 그가 조금씩 몰락해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초점을 잃어가는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그렇게 초점을 잃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능력을 과시하려는 성향을 지우지 못한 타르를 무척이나 잘 표현해 냈다. 영화를 연출한 토드 필드 감독이 타르 역에 케이트 블란쳇의 캐스팅만을 생각하면서 각본을 쓴 것이 충분히 이해 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꽤 길다. 158분의 러닝타임이 초반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진짜 타르의 모습이 드러나고 과연 타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게 될지를 쫓아가는 후반부는 꽤 긴장감 넘치고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타르가 가진 잘못된 욕망의 표현 방식과 거만함은 그의 주변에서 모든 사람을 떠나게 하고 관객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다. 어쩌면 이 영화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위선자들에 대한 권선징악의 결말을 대리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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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한국 영화계 3대 거짓말 중 하나
이창동 감독 “시나리오 다 썼다”
이창동 감독은 작품의 텀이 긴 과작 감독으로 유명한데요.
그런 감독님이 무려 2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요?
이번주 씨네뉴스 같이 보아요.
이창동 감독 신작 2작품 준비 중
이창동 감독이 다음 작품에 관해 입을 열었습니다. 요미울 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다음 작품에 관해서는 지금 시나리오를 쓰는 중입니다. 언제 촬영에 들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가급적 내년 상반기에는 촬영에 들어가길 희망합니다.”라고 전했으며 이어 전주국제영화제 기자 간담회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칸영화제 1.5억 피소
제77회 칸 국제 영화제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인 사와 폰티이스카는 레드카펫에서 경호원이 자신을 제지한 일로 칸 영화제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폰티아스카는 경호원에게 난폭하게 제지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이 일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고 자신의 평판도 실추됐다며 영화제 측에서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경호원은 소녀시대 윤아를 경호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추가 재촬영 돌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5의 다섯 번째 영화이자 캡틴 아메리카 실사영화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내부테스트에서 부정적인 점수를 받은 후 개봉일이 2025년 2월로 연기되었습니다. 세 가지 주요 시퀀스가 편집되며 광범위한 재촬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작품은 드라마에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등극한 샘 윌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합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2주 연속 1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개봉 2주 차 주말 3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으며 1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지난 5월 29일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 개봉 후 이틀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줬으나 주말에 1위 자리 탈환에 성공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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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베테랑2>가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류승완 감독 "영화를 칸에서 상영하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칸에 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 짧을 것 같다"
"칸 영화제 관계자분들과 오늘 극장을 찾은 관객분들, 이 영화를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의 관객분들,
그리고 이 영화를 함께해준 배우들과 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베테랑은 오는 하반기에 개봉 예정이며, 1편 개봉 이후 9년 만에 나오는 시리즈 작품
? 아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 될 것이며 정해인이 멋지게 나온다고 힌트를 남김
?칸 영화제 초청 후 시놉시스가 유출되며 메인 빌런은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짐
5월 4주차 씨네뉴스 함께 해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50년 만에 칸 입성
<베테랑2>가 칸국제영화제에 입성했습니다.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베테랑2>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상영 후 10분간 관객의 기립박수가 이어졌으며 영화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여러분은 칸까지 오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셨나요? 저는 50년이 걸렸습니다”라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디즈니랜드 비공개 레스토랑 <클럽 33> 영화화
디즈니랜드 내에 비밀리에 존재하는 회원제 비공개 레스토랑 <클럽 33>이 영화화됩니다.
<클럽 33>은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상하이, 도큐 부지 내의 레스토랑으로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주로 스폰서인 법인 회원과 개인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실사판 영화는 미스터리한 극비 클럽 33에 초대장을 받은 탐정 지망생 청년이 주인공으로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 단골손님들이 젊은 탐정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하는 이야기입니다.
트럼프 전기 영화 칸 영화제서 기립박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습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며 이 영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려이 첫 부인 이바나를 상대로 강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겨있어 가장 주목받는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시사회 참석한 관객들로부터 약 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부고니아> 요르고스 감독 연출 확정
한국의 SF 코미디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 연출을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맡게 되었습니다.
주연은 <라라랜드>, <가여운 것들>에 출연한 미국의 대표 배우 엠마스톤과 <파워 오브 도그>, <시빌 워>로 얼굴을 알린 미국의 배우 제시 플레먼스가 주연에 캐스팅되었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엠마스톤과 <더 페이버릿>, <가여운 것들> ,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부고니아>는 음모론에 빠진 두 젊은이가 대기업의 CEO가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그를 납치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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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 생물들 사이에서 믿음과 인류애를 외치다.
주요 내용
- 진부한 전개와 신파 등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아쉬움을 극복한 연상호 감독
- <반도>의 서대위에 이어 또 한 번 구교환 배우에게 딱 맞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물한 연상호 감독
- 사회에 불신과 두려움을 심어준 기생 생물. 기생 생물의 등장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 믿음을 지키려는 자 vs 믿음을 잃은 자의 대립과 상반되는 기생 생물을 대하는 태도
- 준경이 남편의 기생 생물에게 씌운 특수 가면의 의미
- 배신보다 큰 힘을 가진 믿음과 희생. <기생수: 더 그레이>가 말하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기생수: 더 그레이 (Parasyte: The Grey, 2024)
기생 생물들 사이에서 믿음과 인류애를 외치다.
개봉일 : 2024.04.05.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SF, 액션, 크리처, 판타지
러닝타임 : 6부작, 총 300분
감독 : 연상호
출연 :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문주연, 유용, 이현균, 윤현길
개인적인 평점 : 3.5 / 5
연상호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 느껴졌던 아쉬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는 크리처 장르의 신기원이었던 애니메이션 <기생수>의 세계관을 차용한 리메이크작이다.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 <지옥>, <괴이>, 영화 <부산행>, <반도>, <정이>, <염력> 등의 매력적인 크리처, SF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그가 연출, 각본을 맡은 작품들은 신선함과 상업성을 갖췄다는 호평과 진부한 전개와 신파가 너무 심하다는 혹평을 동시에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생수: 더 그레이>는 다행히도 취향 차를 제외하면 혹평을 받을 일은 크게 없을 것 같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을 모두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끔 분위기를 깨는 과도한 감정, 액션이 나오거나, 감정을 챙기느라 개연성을 놓치는 부분이 보일 때면 참 아쉬웠다. 그런데 <기생수:더 그레이>에선 이런 부분들을 최소화하여 이전 작품에서 느꼈던 아쉬움 들을 잘 만회해냈다. 크리처 물이라면 보통 누군가의 희생과 그에 따른 각성 과정이 나오기 마련인데 여기서 감정과 액션을 너무 폭발시켜버리거나 질질 끌게 되면 매번 봤던 신파라고 욕먹기 딱 좋지만, 이번엔 적당하게 잘 잘라냈다. 약간의 개연성 공백들은 회상과 대사를 활용해 친절하게 채운다. 멋있는 방법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빈틈은 잘 막아냈다. 덕분에 초반부엔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캐릭터의 분노와 공황도 후반부에 가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개연성과 감정 다음으로 걱정했던 건 액션과 비주얼이었다. 손이 아닌 머리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생 생물이라니. 이런 설정 탓에 캐릭터의 외관이나 액션이 좀 바보같이 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했으나 그 부분도 잘 극복했다. 개인적으론 신체가 변형되는 것과 촉수 괴물을 싫어해서 초반부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불쾌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구현해낸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 촉수와 총만을 이용한 액션이었음에도 작위적이거나 속도가 떨어지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아 액션 또한 괜찮은 편이다.
캐릭터의 밸런스도 좋다. 전체적으로 출연 배우들의 능력치가 좋아서 연기 구멍이 크게 없고 극 중 캐릭터의 설정과 합도 좋다. 특히 구교환 배우의 강우 캐릭터가 공감이 될 듯 말 듯하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인 게 딱, 배우와 잘 맞았다. 배우가 캐릭터를 잘 소화해서 매력적이었던 걸수도 있지만, 애초에 이 캐릭터 자체가 배우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이전에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맡았던 <괴이>에선 구교환 배우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번엔 <반도>때처럼 배우에 딱 맞는 캐릭터 구성을 제대로, 매력적으로 해낸 것 같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다양한 크리처가 나오는 박력 있는 액션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보다는 그 안에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집중하는 걸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크리처 물로서 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넓은 세계관과 다양한 기생 생물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조금 아쉽게 다가올 것 같다. 그리고 기생수 설정만을 가져와 이야기 자체를 새롭게 만든 거라 원작과 비스무리한 리메이크작은 아니니 이 부분을 고려하여 선택하길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기생 생물과 함께 사회에 파고든 강력한 불신
인간은 강하지 않다. 신체적인 장점이 없어 커다란 짐승 한 마리를 만나면 무조건 도망을 쳐야 살아남을 수 있고, 자연재해 앞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사회라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한곳에 똘똘 뭉친 인간들은 각자의 생각과 능력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와 자신의 삶을 지켜왔다. 사회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사회에 종속되어 살고 있다. 어쩔 땐 든든하고 어쩔 땐 불안하지만 그래도 가까운 누군가를 믿으며, 이 사회가 아직은 살만한 것이라 애써 믿으며 대한민국이란 사회와 그 아래의 작은 사회들을 지켜가고 있다. 사회를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건 각자의 힘이 아닌 서로를 향한 믿음이다. 인간이 서로를 믿지 않고 미워한다면 사회는 금방 와해되고 말 것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 ‘믿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생 생물들이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기생 생물은 사람의 뇌를 먹어 그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한다. 감염되기 전과 생김새는 달라지지 않지만, 정신과 신체적 능력치는 기생 생물과 동기화된다. 기생 생물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자신의 강력한 힘을 드러내며 명령받은 대로 인간을 먹어치운다. 얼굴에 변형이 일어나기 전까진 누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기생 생물을 인식한 순간,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워지는 건 당연하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끝까지 믿음을 지켜가는 인물들과 믿음을 잃은 인물
준경이 기생 생물에게 씌운 특수 가면의 의미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이런 삭막한 배경과 여러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을 잃지 않고 공생하는 인물들을 통해 믿음과 공생의 가치를 보여준다.
주인공 수인은 어릴 때 가정 폭력을 당했다. 사람들은 어린 수인을 ‘자기 아빠를 신고한 독한 애’라며 손가락질한다. 그래도 수인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어른이 되어 열심히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이번엔 또 어떤 미친놈이 수인을 죽이려 뒤따라온다. 수인은 언제나 불행하고 외로웠고, 수인을 둘러싼 세상은 항상 그녀를 배신했다. 강우는 돈을 벌기 위해 조폭 조직 망나니파에 들어갔다가 한순간에 배신을 당하고 만다. 조직의 리더뿐만이 아니라 끝까지 믿었던 조직의 동생마저도 그를 배신한다. 수인을 구해준 형사 철민은 가까운 사이였던 원석에게 배신당해 목숨을 잃는다.
세 사람은 모두 세상에, 자기가 속해있던 조직에서 배신을 당한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누군가를 배신하지 않고 오히려 믿음을 보인다. 수인은 믿을 구석 없어 보이는 강우를 살리기 위해 절벽 끝에서 손을 뻗었고 하이디는 자신을 죽이려 끝까지 쫓아온 준경을 살리기 위해 뒤에서 다가오는 기생 생물을 타격한다. 강우는 배신당했단 걸 알면서도 죽어가는 규민(조직원 동생)을 챙기려 했고 더 이상 엮이지 않아도 될 수인의 일에 뛰어들어 수인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수인에게 손을 뻗는다. 철민은 수인이 기생 생물이 되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있지만 끝까지 수인을 지키려 했으며 원석이 괴물이라는 제보를 듣고도 그를 바로 고발하지 않는다. 철민은 수인과 원석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의심은 갖고 있지만 끝까지 둘을 믿으려고 노력했다.
수인, 강우, 철민과 반대쪽에 서있는 인물은 더 그레이 팀의 팀장 준경이다. 준경은 기생 생물에 감염된 남편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고, 그에게 공격을 당해 귀 한쪽을 잃는다. 남편을 빼앗았기 때문일까, 준경은 기생 생물에 대한 엄청난 분노를 갖고 있다. 그래서 기생 생물을 박멸하기 위해 기생 생물이 된 남편을 미끼로 이용한다. 단, 얼굴이 보이지 않게 가면을 씌운 채로 말이다. 경찰서에서 상황 설명회를 가질 때, 서장이 ‘그래도 사람(준경의 남편)을 저렇게 괴롭혀도 되냐’고 말하자 준경은 “그들을 인간으로 생각해선 안돼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잘린 귀와 손등의 상처를 보여준다. 기생 생물이 된 남편을 목격한 순간부터 준경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가장 믿었던 남편이 괴물이 되었는데 과연 누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수인과 하이디는 끝까지 준경에게 믿음을 보여준다. 원석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하이디는 특수 가면을 쓰지 않은 모습 그대로 준경을 바라보고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 준경을 지키기 위해 기생 생물을 타격한다. 준경은 이런 하이디의 모습을 보고 마지막엔 ‘정수인은 괴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마 수인이 강우의 도움을 받지 못해 특수 가면을 벗지 못했다면 이러한 극적인 화해 장면은 보지 못했을 거다.
준경은 남편의 모습을 한 기생 생물에게 특수 가면을 씌워 얼굴을 가리고 사냥개로 이용한다. 이제 그는 남편이 아닌 괴물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이지만 너무도 냉정한 모습이다. 보통 좀비물엔 “내가 아는 가족의 모습 그대로인데, 어떻게 죽이지? 얘가 진짜 괴물/좀비라고?”하는 딜레마와 슬픔이 등장한다. 극 중에서 철민도 잠시 이런 딜레마에 빠져 준경과 대립을 이루는데 준경은 단호하게 남편을 괴물로 분류한다. 그런데 남편이 원석에게 죽은 후 그의 가면을 벗겼을 때 준경은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괴물에게 씌워둔 가면을 벗겨보니 내가 알던 남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기생 생물에게 씌워둔 가면은 준경을 단호하고 강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인격이 그대로 남아있는 수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준경과 수인이 처음 창성랜드에서 마주쳤을 때 원석이 남편을 공격하는 바람에 준경은 급하게 차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준경은 수인과 얼굴을 오래 마주하지 못했고 다시 돌아왔을 때도 수인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 바로 가면을 씌운다. 마지막쯤에 와서야 준경은 가면을 쓰지 않은 수인/하이디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한다. 그리고 무조건 인간을 해하는 게 아닌, 인간에게 믿음을 주는 기생 생물 하이디를 목격하고 마음을 바꾼다.
배신보다 큰 힘을 가진 건 믿음
원석은 개인의 이득을 위해 인간 사회를 배신하고 기생 생물들에게 빌붙는다.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도 매일 비슷한 월급만 받고 신세도 못 펼 바엔 기생 생물 하나를 인간 사회의 머리, 꼭대기 쪽에 앉히고 자신도 한몫 받아먹으려는 속셈이다. 이기적이고 멍청해 보이지만, 왜 배신을 했는지는 이해가 간다. 원석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배신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원석과 목사의 기생 생물은 배신을 반복하며 인간에게도 기생 생물(경희)에게도 적이 되었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목이 날아가고 만다.
수인과 하이디, 강우는 본인에게 하나도 이득 될 것이 없지만 사회를 위해 희생한다. 누가 죽든 누구 머리에 기생 생물이 앉든, 그건 수인과 하이디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사회는 그들을 괴물이라 칭하며 공개 수배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수인, 하이디는 기생 생물을 잡기 위해 풍물축제 현장으로 향하고 강우는 그들의 뒤를 따른다. 그저 조용히 살아만 있는 것이 목적이었던 하이디는 수인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결국 수인에게 물들어 그녀의 믿음을 따라 해보기에 이른다. 어차피 내 알 바도 아닌데 왜?라는 의문이 드는 비합리적인 선택과 믿음이었지만 이 선택과 믿음은 수인과 하이디, 강우. 그리고 여러 사람들을 구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희생과 믿음이지만 그럼에도
원석의 기생 생물은 최용재 의용대장 기념관에서 ‘사람들은 이 전쟁 기념관처럼 머리만 기억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전쟁에서 승리했으나 후대 사람들은 최용재 의용대장만 기억한다. 사실 사회가 그렇다.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만 기억하고 그 밑에 있는 이들의 노력, 희생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여전히 누군가는 사회를 위해 타인을 위해 나를 희생한다. 비합리적인 일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두 종류의 생명체와 극중 사회의 모습을 통해 이러한 믿음과 희생이 이 사회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공생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반복해 이야기한다.
어디선가 툭 나타난 기생 생물처럼 언제부턴가 나타난 불신과 혐오가 사회 여기저기에 스며들었고 우리는 큰 불안감과 분노를 느끼며 살고 있다. 우리가 <기생수: 더 그레이>를 보며 느껴야 하는 건 단순한 장르적 쾌감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