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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LAB2022-02-18 13:20:30

어른같은 8살 소녀의 이별 이야기<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영화 리뷰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하시모토 나오키 감독) 영화 리뷰

일본의 고즈넉한 풍경 중에서도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이미지는 바로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사이에 놓인 기찻길 건널목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과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 레터>를 비롯해 수많은 일본의 고요하고 따스한 영화들이 일본 고유의 이 풍경을 활용하곤 했다. 조금은 다르지만 기차역을 배경으로 한 <철도원>과 같은 영화들도 일본의 기찻길을 떠오르게 만들며 최근에는 <가족의 색깔>이나 한국영화 <윤희에게> 또한 일본 철도가 주는 소박하고 포근한 풍경에 꽤나 빚을 졌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또한 기차 건널목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여덟 살의 소녀 사야카(니쓰 지세)는 그곳을 지나가다 문득 반년 전의 기억을 생각한다. 반려견이었던 루와 함께 이곳을 걸었던 사야카.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년 전에 사야카는 작은 동물들을 분양하는 펫샵 앞에서도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강아지 루를 발견했다. 데려가는 사람이 없으면 가게 사장이 이 아이를 곧 내쫓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야카는 부모님을 졸라 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사야카는 학교에서는 친구 없이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지만, 루와 함께면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 전혀 외롭지 않다.

 

 

 

 

어느 날, 함께 동네를 걷던 도중 갑자기 루가 조그만 구멍 틈으로 넘어가고, 루를 따라 힘겹게 몸을 구기고 구멍을 통과한 사야카는 그곳에서 아무도 없이 푸른 들판이 펼쳐진 세상과 만난다. 그들은 매일 이곳에 놀러와 자신들만의 세계를 꾸린다. 소풍 온 듯 맛있는 걸 먹기도 하고, 달리기를 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한다. 어느 날, 킁킁거리며 땅을 파던 루를 따라 사야카 또한 들판의 아래쪽을 캐다 보니 단단한 기찻길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이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주인 시즈카의 소설이 원작이다. 반려동물과 소녀의 우정을 그리면서 삶과 죽음, 관계라는 것을 따뜻하게 탐구하는 영화로, 사야카 외에도 사야카의 할아버지,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는 후세 아저씨(오이다 요시)의 역할을 더해 사야카가 점차 인생의 진실을 깨닫고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이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야카는 주변의 사려깊은 조언과 판타지와 같은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악나다. 동물과 인간의 유대감을 그린 영화는 아주 많았지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일본 특유의 단촐하고 소박한 감성을 통해, 그리고 소녀의 시선을 통해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인생의 진실을 포착한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작성자 . CINELAB

출처 . https://brunch.co.kr/@cinepick/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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