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27:10
[JIMFF 인터뷰] 생각은 적게, 행동은 바로
'버텨내고 존재하기' 권철 감독 인터뷰
생각은 적게, 행동은 바로. 권철 감독의 버텨내고 존재하기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한국경쟁 부문에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초정하였다. 작품 속 일곱 뮤지션은 광주극장에서 각자의 ‘버텨내고 존재함’을 말한다. 8월 13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권철 감독님을 만나 특별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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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소개해주세요. 이 작품은 뮤지션 최고은님이 2019년부터 진행한 커밍홈 프로젝트의 기록입니다. 고은님은 광주극장에 친한 뮤지션들을 초대하여 광주를 소개하고자 진행하였고 그 연출을 제가 맡았습니다. 광주극장에 가서 준비를 하다보니 극장의 느낌이 좋아서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기획에서 시작한 영화가 아닌, 쌓인 기록을 편집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극장과 뮤지션. 어떻게 보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같아요. 이 영화는 극이 아닌 기록과 나열의 영화입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음악과 함께하는 영화제이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사실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을 거의 해보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출품하고 싶어서 마감 기한에 맞추어 급하게 제출했습니다.
광주극장에는 다양한 공간이 있는데, 뮤지션마다 공연하는 장소를 다르게 한 이유가 있나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기획자이신 고은님이 ‘광주극장에 안 와본 사람들도 마치 와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뮤지션 여덟 팀을 보여주는 단순한 기록의 나열같지만, 나름의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았어요. 영화관에 들어와서 표를 사고, 대기를 하고 극장에 들어선다.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순서대로 입장문, 매표소, 대기실 등의 흐름으로 연출했습니다.
그럼 뮤지션의 장소나 순서는 어떤 기준으로 정하셨는지 궁금해요 뮤지션의 장소나 순서는 음악의 분위기나 주제에 따라 배열했습니다. 시작 주제가 사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김일두, 김사월을 앞에 배치하고, 그 다음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곽푸른하늘, 고상지님의 음악, 마지막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 정우님와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노래로 마무리했습니다.
영화의 독특한 인서트들이 기억에 남아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이 영화는 뮤지션들의 라이브와 그 사이에 인터뷰를 넣은 단순한 구성인데요. 한 편으로 이으려다보니 인서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김일두님이 화분으로 바뀌는 것은 촬영 중 갑자기 김일두님이 싱그러운 화분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즉흥적으로 찍은 장면이에요. 궁금해하셨던 곽푸른하늘님의 ‘포도봉봉’은 제가 캐릭터를 생각해서 준비한 소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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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이 ‘버텨내고 존재하기’인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버텨내고 존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하하. 사실 저는 김일두님의 말씀처럼 생각을 적게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편이어서 버텨낸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만약 제 스타일로 영화의 제목을 정해본다면 ‘광주 극장의 지박령들’이라고 짓고 싶네요.(웃음)
감독님의 앞으로 꿈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저는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영상을 시작했고, 지금도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기획과 연출이 들어간 음악 영화를 만들고 싶네요. 저는 재미있는 걸 좋아해서 다음에는 좀 더 키치하고 막 나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벌써 몇 가지 아이디어도 생각해 놓았습니다. (웃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들여 만들어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또 참여하고 싶습니다.
버텨내고 존재한 광주극장에서 뮤지션의 다양한 음악을 재미있게 풀어내어 보여주며, 영화와 음악을 나란히 선보이는 이 작품은 어쩌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가장 닮아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권철 감독의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만들어 낼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luna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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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 영화는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나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어느 날 문득,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마음이 불쑥 찾아 올 때가 있다.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어 질 때. 나는 영화를 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체로 한가지가 아닌 복잡한 자기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 고민은 때로 세상을 멸망시키거나 구해야 하는 상상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고, 점심메뉴로 다투고 난 뒤, 남자친구와 헤어질까 생각하게 되는 일상적인 것도 있다. 누군가에겐 ‘이게 무슨 고민이라고.’ 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일상을 회복하기 힘들 만큼 어려울 수도 있는 일.
일, 사랑, 가족, 친구…
인생에서 걱정과 고민은 순차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여러 괴로움이 어깨동무를 하고 덮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를 때 영화 속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로 부터, 혹은 별을 지나 우주 저 어딘가의 누군가로부터 뜻밖의 위로를 받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별것 없는 상황 평범한 대사 하나가 마음을 울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새로운 도전할 용기를 내기도 했다. 영화가 가진 힘은 그런 것이었다.
2011년, 나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10년 동안 방송 일을 하며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많이 소모되었던 때였다. 회사에서 긴 휴가를 낼 수 없다면 퇴사를 하고 자발적으로 휴가를 가자 ! 하고 생각 했던 때.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를 보았다.
주인공 두얼은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오랜 바람이었던 누구나 꿈꿀 법한 따스한 카페를 오픈했다. 전직장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며 오픈식도 거창하게 하는데, 열정이 넘치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뜸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카페를 운영하던 여동생 창얼은 개업 선물로 친구들에게 받은 잡동사니들의 물물교환을 제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매의 카페는 타이페이의 명소로 자리잡게 된다. 사실 두얼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이 카페의 분위기가 어쩐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35개의 비누에 담긴 35개의 도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남자와 마음을 주고 받게 되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 물건을 바꾸는 것에 대해 지금 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나아가 공간을 주고 받는 카우치서핑에 대해 알게 되고, 먼 곳에서 온 손님을 카페에 카우치서핑으로 받으며,마침내 자신도 36번째 이야기를 찾기 위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두얼은 미술이 좋아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이모가 상하이로 떠난 다는 소식에 기회를 잡아, ‘진짜 꿈’이라는 자신만의 카페를 시작한다. 영화 시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아한 카페를 하고 싶었던 꿈과 다르게 우아한 카페는 아니네요. 최근에 바뀐 두얼의 가치관을 들어볼까요?” 하고.
두얼이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원했던 카페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 일은 두얼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 “나에게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심리가치다.” 라고 말하는 이 오프닝이 영화에서 내가 좋았던 모든 깨달음을 함축하고 있었다. 삶을 살아나는 것에 정말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정하는 가치와 기준이 아닐까?
인생의 고민이 하나가 아니듯, 꿈도 하나가 아니다. 내가 알던 세상에서 꾸던 꿈이 하나였다면, 꿈을 이룬 세상에서는 새로운 상황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또 새로운 생각과 꿈이 생겨난다. 경험이 다양해질 수록 나의 세계는 확장되고 그렇게 나는 더 커간다는 것.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것을 10년전에는 알지 못했다. 회사 안에서, 지금 하는 일이 최고 인줄 아는 작은 아이였다.
영화 속에서, 차분히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실행해 가는 두얼이 좋았다. 친해지고 싶었다. 세계일주를 떠난 그 어딘가에서 배낭을 메고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타이페이를 다녀오고, 실제 영화 배경이 된 카페도 다녀오고, 당시에는 구할 수 없었던 OST도 구입해왔다. 그리고 2년 뒤, 마침내 세계일주를 떠나 두얼처럼 카우치서핑도 했다. 카우치서핑이라는 것이 마치 돈을 아끼기 위해 남의 집에 자는 것 처럼 보이지만 , 사실 그 집에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마음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그리고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한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세계일주는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덕분에 불편하고 어려워도 여행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쌓여, 두얼처럼 나의 가치관도 많이 변하게 되었다. 십년이 지난 요즘도 넷플릭스에서 자주 이 영화를 본다. 두얼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지금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꿈과 현실 사이를 오르내리며 앞으로 뚜벅 뚜벅 나아가고 있을 그녀를 생각한다. 덕분에 나도 이렇게 달라졌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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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이야기는 거들 뿐
경고: 스포일러 주의!
폴 토머스 앤더슨이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했을 때 들었던 걱정. 유열의 음악앨범 같은 로맨스 영화처럼 추억팔이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리코리쉬 피자는 표면적으로는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을 담고 있는 영화다. 그러나 그 껍질을 벗겨보면 1970년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모습과 남녀끼리 벌이는 처절한 투쟁들로 가득하다.
두 주인공 알라나(알라나 하임)와 개리(쿠퍼 호프먼)의 사이는 키싱구라미 같다. 영화 쉬리에서 암수가 서로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에 사랑의 상징이 된 물고기다. 그러나 이 두 마리는 키스가 아니라 영역 다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쪽 물고기가 죽으면 잡아먹는다고 한다. 사랑이라곤 1도 없는 모습이다.
리코피쉬 피자는 표면적으로는 개리와 알라나의 서툴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내세운다. 그러나 추억팔이를 핑계 삼아 문제 있는 남자들을 닮을 수밖에 없었던 소년 개리, 그리고 당시 사회의 한계 때문에 선택지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던 능력 있는 여자 알라나를 통해 그 속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영화는 그녀가 만나는 문제적인 3명의 남자를 통해 그 한계를 보여준다. 술을 먹고 다른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영화 제작자, 알라나가 다침에도 오토바이 경주를 하는 늙은이 등. 문제적인 남자들 뿐이다. 그 탓에 개리가 정말 착한 남자로 보일 지경이다. 개리도 알라나와 의견이 안 맞았던 탓에 계속 다퉜음에도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결국 개리가 지닌 야망은 성취된다. 알라나는 개리의 부인이 되고, 그들은 함께 거리를 달려나가며 그들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개리의 뒤에는 여전히 3명의 문제적인 남자들이 남아 있다. 개리가 변하지 않는 한 알라나는 이후 개리의 꼭두각시로 남게 될 것이다. 다른 남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씁쓸함을 일으키는 장면이다.
그 씁쓸함은 사랑이 언제나 우리의 뜻대로 될 수 없다는 보편적인 결론을 전달한다. 그러나 폴 토머스 앤더슨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랑 이야기를 통해 시대적 한계와 씁쓸한 현실도 같이 드러낸다. 마치 감초(licorice)와도 같은 달콤씁쓸함이다. 그 감초 껍질 뒤의 달콤씁쓸함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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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원의 안식년을 지켜줘!
줄거리
악몽 같았던 킬러 다리우스의 경호를 맡았던 마이클은, 실제로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트리플 A 면허 복구에 대한 심사 때문에 더욱 압박을 느끼는 마이클에게 상담사는 휴가를 권유한다.
경호에 대해 잊어버리고 이탈리아에서 낭만적인 휴가를 즐기는 마이클 앞에 갑자기 총격사건이 벌어진다.
그의 앞에서 무차별 총질을 해대는 사람은 다름아닌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
"우리 남편이 마피아에 납치당했어! 널 데리고 오래!"
가기 싫다는 마이클의 멱살을 쥐어잡는 킬러보다 더한 킬러의 아내. 이번에는 킬러의 와이프 경호를 맡아라!
감상포인트
전편보다 더 심한 대 환장 코미디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더 재밌게 보고 싶다면 1편을 보고 2편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별 거 아닌 반전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헉소리난다. (반전은 아니지만 헐;;하게 되는)
감상평1편을 본 사람들이라면 2편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에 1, 2편 모두 있으니 참고할 것.
전편에서부터 미친 케미를 자랑했던 부부가 드디어 함께 등장한다. 미쳐버린 케미에 넋을 놓고 있다가 문득 마이클이 불쌍해지는 영화. 참 재수없고도 재수없는 인간이어라. 안식년이라고 총 대신 후추 스프레이와 주머니칼을 챙겼다는 사실이 너무도 웃프다. 저게 경호원의 직업병일까?
어쩌다보니 킬러와 사기꾼과 무면허 경호원의 손에 유럽의 운명이 달린 상황. 그러나 소니아와 다리우스의 목표는 유럽을 살리냐, 마느냐가 아니라 달콤한 신혼여행과 아이 만들기 뿐이다. 그래서인지 소니아는 자신들을 추격하는 뒷차에 대고 총질을 하는 내내 "이게 무슨 신혼여행이야! 이건 그냥 여행이야!" 하고 구시렁댄다.
거침없는 소니아 덕분에 영화가 훨씬 유쾌하다고나 할까. 대신 수위 높은 섹드립은 각오해야 한다. 부모님이나 어린 자녀와 보기에는 살짝 민망할수도...?
마이클은 계속해서 면허에 집착하다가 충격적인 일을 당하고서 다리우스에 의해 정신이 개조(?)된다. 면허와 안전 따위에 집착하는 건 루저라면서 말이다. 그가 미친 사람처럼 차를 몰자 옆에 있던 다리우스가 오히려 안전벨트를 매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1편에 비해 코멘트할 꺼리가 더욱 없긴 하지만, 그만큼 깊게 생각 안 하고 흘러가는대로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 편보다 훨씬 더 높아진 뻔뻔함 수치. 주말을 유쾌하게 마무리하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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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결국 다시 혼자가 될 것이란걸 알기 때문에
업보. 불교에서 쓰는 말이다. 선악의 행업을 말미암아 삼은 과보를 뜻한다. 이 업보의 주체는 상황마다 다르다. 인간관계에 정답이란 없으니 당연하다. 내가 업보를 돌려받을 수도 있고 타인이 누군가에게 줬던 상처를 내가 입힐 수도 있다. 불교를 정의하는 또 다른 가치관이 있다. 윤회다. 생명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내가 지금 태어났다고 한 건 언제쯤 죽는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또 나는 다른 무언가로 태어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좋은 일 나쁜 일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금 하품을 크게 하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업보가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크게 준 상처의 대가를 돌려받고 있는 셈이다.
이 가정을 계속해서 곱씹다 보면 인생이 허무해진다. 공감을 못 받으면 어떡하지. 이겨내도 막상 같은 시련이 덮치면 어떡하지.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지는 일인데. 이러다 내가 받은 상처가 세상의 기준에 끼지 못한 게 된다면 참 외롭지 않을까. 이 감정이 내가 단 1마디도 반박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잘못한 거니까 그런 거겠지.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상대를 모욕할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일어날 일이 일어났고, 나 역시 어떤 것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주변인들에게 더 감사해야 한다는 걸. 갑자기 나더러 화려하다고 했던 내 스승 중 한 명의 얼굴이 떠오른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연락할 일은 없어 마음으로만 그분의 행복을 기원한다. 나는 내가 성공했던 일들보다 훨씬 더 초라한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에 휘둘리는 인간이기도 하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아무것도 없는 영화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눠진다. 한국의 인기 여배우가 유명 영화감독과 불륜설이 난다. 국내 여론은 당연히 난리가 나고 베를린으로 도피한다. 그리고 아는 언니랑 대화를 나눈다. 1부 끝. 2부는 여배우가 한국으로 돌아온다. 불륜이 났던 남자 감독과 만난다. 2부 끝. 이 영화는 줄거리만 단출한 게 아니다. 영화의 화법도 조용하다. 플롯이랄 게 없다. 조명도 제대로 안 된 것 같고. 인물 갑자기 튀어나오고. 대화도 사실 의미가 없다. 난 왕가위를 좋아한다. 왕가위 영화의 핵심은 때깔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왕가위의 감성과는 전혀 딴판이다. 왕가위는 스트릿룩으로 멋을 뽐낸 사람쯤 된다면 (이 영화에서의) 홍상수는 맨투맨에 슬랙스만 입었는데 신발이 짚신인 사람이다. 난 난해한 옷차림인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은 뭘까.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비춰서 과연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없다. 이 사람이 말하고 싶은 건 없다. 2021년 오늘 영화를 다시 보고 나서 알았다. 이 사람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딱히 우리에게 무슨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혼자 밤 해변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말이 아니라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다. 감독은 어떤 감정을 생각하고 이 영화를 쓴 걸까? 난 외로움과 후회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영희가 유일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공간은 해변이다. 그녀는 애인을 좀 많이 신경 쓴다. 친한 언니에게도 애인 이야기를 한다. 지인들과 술 먹을 때도 애인 생각을 한다. 해변에서도 애인의 얼굴을 그린다. 그러다가 해변에서 잔다. 시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에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묘사되지 않는다. 그냥 그녀는 그러고 만다. 아무 일 없는 듯이. 시간이 지나 그녀의 그리움이 어떻게 됐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2부를 보자. 바다에서 지인들끼리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다. 근데 이건 꿈이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2부가 끝났다. 영화 안에서 사랑하는 애인을 만났던 건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다. 모든 게 꿈이었다. 결국 그녀는 혼자서 길을 걷는다. 영화의 시작은 친구와 함께 대화하는 장면이었는데 끝은 혼자다. 갈등의 해결? 그런 것 없다. 주인공의 해피엔딩? 없다. 새드엔딩? 당연히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이 상황은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외로움이란 무엇일까. 이 세상에 나밖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 외로움이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그런 막연함이 외로움이라 생각한다. 영희는 혼자서 소리친다.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냐고 주변인들에게 묻는다. 근데 이게 꿈이다. 내가 진짜 나쁜 년이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 마저도 혼자만의 착각으로 끝났다. 그뿐일까? 영희의 애인인 감독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본인만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다. 결과적으로 비행기 타고 13시간이나 걸리는 베를린에서 남자를 생각했던 것이 헛수고로 돌아가버렸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그리움은 꿈으로 매몰됐다. 남는 게 없는 셈이다. 이게 홍상수가 말하고 싶었던 감정이다. 외로움이다. 우리는 초입 10분 만에 이 영화가 이러다가 끝날 거란 걸 알고 있다. 감독이 홍상수니까. 근데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밤 해변을 보는 것처럼 멍하니 앉아있다. 어차피 세상에 나를 공감할 수 없는 건 나밖에 없단 걸 우리 모두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엔 이유가 없다. 그냥 이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 가장 외로워진다. 그리고 그게 내가 만든 이유 때문이란 걸 알면 걷잡을 수 없이 후회가 커진다. 바닷가에 홀로 누워서 잠을 자고 싶다. 그냥 멍하니 시간만 지나면 좋을 테니까. 좌절과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 그러니까 나 포함한 모든 이들이 어려움이 있으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는다. 아무것도 없을 땐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마지막 엔딩신 바로 전까지를 보니 아마 홍상수 감독도 그런 것 같다. 외로우니까. 이 모든 게 내가 자초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나 보다.
근데 마지막 엔딩신을 보자. 영희는 일어나서 똑바로 걷는다. 이 모든 게 꿈이었단 걸, 다 의미가 없어서 외로워하고 있단 걸 아는데도 앞을 보며 걸어간다. 외롭다는 뜻이다. 근데 1부에서 남자 등에 업혀 가던 모습이 아니었다. 2부는 혼자서 걷는다. 이제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 것 같다. 난 이 영화의 그녀 모습에게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외롭지 않은가 보다. 아무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씩씩해졌나 보다. 영희는 후회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후회는 어차피 우리의 곁에서 영원히 떠나가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게 꿈처럼 사라진다. 타인은 나를 이해할 수 없어서 용서를 해주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녀를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영희는 이 모든 게 허상임을 알고도 이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앞으로만 걷는다. 난 이런 그녀의 모습이 우리의 삶에서 후회가 작동한 후의 방식과도 닮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나라는 인간이 비호감 덩어리라 멀어질 수밖에 없던 모순적인 순간들. 뭐 그런 순간이 우리의 일생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걸 벗어나지 못하면 후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 막상 그걸 세상이 이해해주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면 그냥 방 안에서 가만히 있어야 하나. 우리는 걸을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세상에게 상처를 주고도 앞으로 걷는다는 건 받은 이들의 입장에선 피가 거꾸로 솟는 셈일 테니까. 현실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홍상수는 부인에게 큰 상처를 줬다. 사실 어찌 보면 질이 안 좋은 사람이다. 그는 이런 자기의 모습을 영희에 투영해 우리의 한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 알아. 아무도 날 이해할 수 없단 걸. 그리고 내 애인도 이해할 수 없겠지. 내가 누리던 인기 영희의 주변인처럼 다 꿈처럼 사라지겠지. 사랑도 언젠가 실패할 테고. 그럼에도 영희는 벌떡 일어나서 앞으로 걸었다. 외로움과 후회를 보여줘도 사실 자기는 선택지가 없단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건 홍상수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하다. 사실 어쩔 수 없다. 내가 잘못한 일에 내가 외로움을 느끼던 타인이 나에게 가한 이기심이던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게 인생사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상황이 모순이고 후회 속에 갇혀 나를 이해할 수 없더라도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변명한 셈이다. 나도 외롭고 후회한다고. 이게 내가 느낀 감정들이라는 걸 보여줬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하는 바도 없이 자기 인생의 한 부분을 완벽하게 비유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끊임없는 루틴의 반복 속에 산다. 반복되는 일상 속 비호감 덩어리인 나. 이 세상에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때의 나만 있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게 꿈같아서 즐거웠던 시간은 우리를 아프게 만든다. 그러면 어때. 이 세상은 모순덩어리다. 내가 보이는 것들이 타인은 눈치 못 채는 순간의 연속이다. 타인과 교감하는 순간까지 심지어 꿈같이 사라질 때가 부지기수다. 이건 결국 후회나 외로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잠에서 깨어난 영희처럼 앞에서 걸어갈 수밖에 없다. 시간 속에 우리의 삶을 가만히 놔둘 수밖에 없다. 회의감이 가득한 게 우리의 삶이라고 한들 홍상수는 이 감정 속에서도 자기의 내면세계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여러모로 제정신이 아닌 감독이다. 홍상수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지만 나도 그에게 설득당해버렸다. 처음엔 양홍원의 <오보에>를 리뷰하려고 시작했던 글이 점점 길어졌다. 굉장히 중요한 기획서를 써서 모 교수님에게 내야 하는데 한 3시간 동안 이 글만 썼다. 이제는 해변에서 혼자 배회하지 않아야 할 텐데. 공부도 다시 시작해야 할 텐데. 7월 말의 밤이 조용히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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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이상한 세계로 말려들다
블루 벨벳 (Blue Velvet, 1986)
“이상한 세계로 말려들다”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러닝타임 : 120분
감독 : 데이빗 린치
출연 : 카일 맥라클란, 이사벨라 로셀리니, 데니스 호퍼, 로라 던
개인적인 평점 : 4/5
블루 벨벳 줄거리
미국 작은 도시에 사는 순수한 남학생 제프리(카일 맥라클란)는 산책 중 잘린 귀 한쪽을 발견하고 윌리엄 형사(조지 디커슨)에게 사건을 신고한다. ‘블루 벨벳’을 노래하는 매력적인 여가수 도로시(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자 제프리는 묘한 끌림과 호기심으로 그녀의 아파트에 몰래 숨어들어가지만 곧 들키고 만다. 그때, 갑자기 정체불명의 남자 프랭크(데니스 호퍼)가 들이닥쳐 옷장에 숨게 되고 이내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엿보게 되는데...
2022년 제23회 전주 국제영화제는 22회에 이어 올해도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을 진행했습니다.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영화인이 직접 몇 영화를 선정해 하나의 섹션을 꾸며나가는 프로젝트이며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경계를 허물며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님’이 선정되었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은 상영작으로 데이빗 린치 감독님의 <블루 벨벳>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큐어>, 가타야마 신조 감독님의 <실종>을 선정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연상호 감독님이 <큐어>를 상영작으로 선정해주신 덕분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이 한국, 그것도 전주에서 관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어메이징한 JIFF. 언젠가 꼭 한번 와보시길, 틈새 영업을 해봅니다.
올해의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은 연상호 감독님이 추천하신 세 작품과 연상호 감독님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과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을 포함해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은 좋은 기억으로 남은 영화이면서도 젊은 씨네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 그리고 감독님 자신도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없어 꼭 영화관에서 한 번 보고 싶었던 영화를 기준으로 상영작을 선정했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의 어둡거나 다소 이상한 세계를 그려내는, 그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감독님이 추천하신 이 작품들이 대부분 마음에 드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대로 취향 저격을 당했거든요.
사심대로라면 당연히 모든 작품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저는 시간 관계상 <부산행>을 제외하고 <돼지의 왕>, <큐어>, <실종>, <블루 벨벳> 총 4편을 감상하게 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제대로 감독님께 영업당한 영화 <블루 벨벳>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블루 벨벳>은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보통의, 평범한 세계와 공존하기 힘든 ‘이상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걸 즐기는 컬트의 대가 데이빗 린치 감독의 전성기를 열어준 영화로 심히 도전적이고 강렬하며 이상한 부분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용감함을 가졌습니다. 데이빗 린치 감독님의 많은 작품이 그러하듯 <블루 벨벳>은 간혹 당위성을 뒤로 미뤄버리는 느낌을 주지만, 그 순간 떠오르는 물음표들이 만들어내는 질문이 결국 이 영화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한 세계
<블루 벨벳>은 평소엔 보지 못하는 이상한 세계와 완전한 악인과 선인. 그리고 그 세계를 만나기 위해 넘어선 안 되는 선을 당당히 넘어가는 악인이자 선인인 주인공의 모습을 그립니다.
눈에 띄게 잘 사는 사람도, 못 사는 사람도 없고, 커다란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 경찰들도 방심할듯한 평화로운 마을 림버튼. 어느 날 림버튼에선 마을의 분위기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가 발견됩니다. 그건 바로 사람의 귀. 산책 중 잘린 귀를 발견한 주인공 제프리는 귀를 주워 들고 형사 윌리엄에게로 향합니다. 제프리는 바에서 공연을 하는 여가수 도로시가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게 되자 그녀의 아파트에 몰래 숨어 들어가기 위해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너무 헐거웠던 계획은 곧장 실패로 이어지고, 옷장에 숨어있던 제프리는 충격적인 장면을 엿보게 됩니다.
모든 요소들이 각자의 자리에 알맞게 들어차 있는 작은 마을. 마을은 여느 때처럼 평화롭게 굴러가지만 잘린 귀가 발견된 후, 마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적인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주인공 제프리는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지금껏 본적 없던 것(잘린 귀)을 보며 그것과 얽혀있을 새로운 이야기를 탐색할 생각에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그는 “만약 그녀(도로시)가 범인이라면!?”하는 가정하에 혼자만의 수사 계획을 펼쳐나갑니다.
이상한 사람들
영화가 시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예쁜 빨간색이네”였습니다. <블루 벨벳>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영화가 시작한 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색은 빨간색입니다. 주로 열정과 열망, 욕정과 집착을 상징하는 그 색깔.
제프리는 흰 울타리와 초록 잔디 같은 정갈하고 깔끔한 색들 사이에 숨어있는 빨간색처럼 평범한 일상에선 들여다볼 일이 없었던, 마음 이면에 숨어있던 비정상적인 궁금증과 욕정을 느끼고 사건에 접근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이런 사건을 접해본 적 없는 제프리는 아주 쉽게 발각되고, 한순간에 이상한 세계와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죠. 역하게 느껴질 만큼 질이 안 좋은 범죄자 프랭크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여가수 도로시까지. 보통의 경우라면 학을 떼며 도망을 가야 정상이겠지만 제프리는 그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결정합니다.
누가 봐도 대학생 한 명이 해결하는건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제프리는 도로시와의 밀회를 즐기며 자신의 욕정을 풀어가고 그 와중에 동급생인 샌디와의 만남을 이어갑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프랭크가 정말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미친 인물로 비치는 것에 반해, 제프리는 흐린 눈으로 앞을 보고 있는 이상할 만큼 안일한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용의자라는 한 마디에 여가수의 집에 침입하고 그녀를 지켜보고, 위험한 걸 알면서도 호기심에 이끌려 행동하고.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큰 역할을 하는 완벽한 선인도 악인도 아닌 제프리. 그의 존재가 상당히 이상하게 다가옵니다.
풀지 못한 미스터리가 남은 진짜 미스터리 영화. 과연 이 이야기는 끝난 걸까?
<블루 벨벳>의 장르는 미스터리입니다. 이 영화는 장르의 이름 그대로, 여러 개의 미스터리를 남깁니다.옐로우 맨이라 불리는 사람의 정체는 언더커버 경찰이었던 건지, 범죄 조직의 끄나풀이었던 것인지. 제프리가 도로시를 보며 느꼈던 감정은 정확히 무엇이었을지. 애정이 맞긴 한 건지. 이 상황이 정말 끝난 게 맞는 것인지, 어색한 움직임의 개똥지빠귀는 무슨 의미인지 등등 되새겨봐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욕망과 폭력, 선인과 악인.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이상한 인물, 이상한 상황, 이상한 세계. <블루 벨벳>은 정말 이상한데, 이상하게도 관심을 끄는 영화였습니다.
만일 내가 제프리처럼 일상 속에 숨어있던, 일상과 어울리지 않는 귀를 만나게 된다면?… 그냥 바로 제 3자에게 신고하겠다는 후줄근한 답변을 내놓으며, 길게 이어진 궁금증을 정리해봅니다.
당사자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일상 밑에 숨겨진 끔찍한 폭력과 그 근처에서 불태운 욕정 가득한 상상을 대담하게 풀어놓은 영화 <블루 벨벳>. 추가로 만약 이 영화의 포스터’만’ 보고 관람을 결정하신다면, 포스터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작은 경고를 함께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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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영화로 태어날 수 없다지만...
제목만 봐선 손이 가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하물며, "종교"와 관련된 영화는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판별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눈길이 가는 데에는 주인공 "김대건 신부"를 맡은 "윤시윤"분을 비롯한 화려한 이름들과 얼굴들이다.
"안성기 - 김강우 - 이문식 - 이경영" 외에도 "윤경호 - 정유미" 등의 출연은 '이 영화의 매력이 뭔지?'를 되려 궁금하게 만든다.영화 <탄생>은 조선 최초 천주교 사제 "김대건 신부"의 전기 영화로 "어떻게, 사제가 되었는지?"부터 "순교"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1. 종교도 하나의 방식이었던...
해당 작품에서도 보이듯이 "왜, 천주교를 싫어할까?"에 대한 질문부터 해소되어야 영화 <탄생>이 좀 더 이해가 될 거다.
물론, 이에 있어 "모든 사람이 같다"라는 신분 제도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고대사부터 "종교"는 권력자들이 애용하는 통치 수단 중 하나이다.
흔히, "단군왕검"이라는 칭호부터 "제사장"과 "군주"를 합친 말이고 이후 "삼한"에서는 "천군(제사장)"이 다스리는 "소도"는 하나의 성역으로 작용했으니 '그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라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이를 왕과 소수의 기득권층에게 적용했으니 이외의 종교를 가져온다는 건. "반역"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영화 <탄생>이 선택하고 집중했어야만 했다는 말이다.2. 역시, 재밌게 만들기가...
먼저, 영화 <탄생>은 러닝 타임이 150분으로 일반 영화와 견주어도 상딩히, 많은 분량을 가졌다.
그럼에도, 쌓여지는 설명이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이유에는 주인공 "김대건 신부"의 외적으로 벗어나지 않고, 그에게만 시점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전기"인 만큼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150분 내내 보자니 했던 말 똑같이 반복해 서사를 빼앗긴 다른 캐릭터들은 무미건조하게 말라간다.그래서, "왜?"라는 동기를 꺼내 관객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물론, "마음이 시켰다"라는 이유도 될 수 있지만 해당 종교인이 아닌 필자와 같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 말은 "그냥"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에 "세도정치"로 인한 혼란한 '당시 조선의 상황과 맞물려 설명했다'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을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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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캐스팅에도 아쉬움을 남긴 원더랜드 / 눈과 귀가 즐거운 / 로맨틱 드라마 / 탕웨이 박보검 연기는 굿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원더랜드"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 전 재미난 쿠키영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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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 별점 및 한 줄 평
10:57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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