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27:10
[JIMFF 인터뷰] 생각은 적게, 행동은 바로
'버텨내고 존재하기' 권철 감독 인터뷰
생각은 적게, 행동은 바로. 권철 감독의 버텨내고 존재하기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한국경쟁 부문에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초정하였다. 작품 속 일곱 뮤지션은 광주극장에서 각자의 ‘버텨내고 존재함’을 말한다. 8월 13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권철 감독님을 만나 특별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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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소개해주세요. 이 작품은 뮤지션 최고은님이 2019년부터 진행한 커밍홈 프로젝트의 기록입니다. 고은님은 광주극장에 친한 뮤지션들을 초대하여 광주를 소개하고자 진행하였고 그 연출을 제가 맡았습니다. 광주극장에 가서 준비를 하다보니 극장의 느낌이 좋아서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기획에서 시작한 영화가 아닌, 쌓인 기록을 편집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극장과 뮤지션. 어떻게 보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같아요. 이 영화는 극이 아닌 기록과 나열의 영화입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음악과 함께하는 영화제이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사실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을 거의 해보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출품하고 싶어서 마감 기한에 맞추어 급하게 제출했습니다.
광주극장에는 다양한 공간이 있는데, 뮤지션마다 공연하는 장소를 다르게 한 이유가 있나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기획자이신 고은님이 ‘광주극장에 안 와본 사람들도 마치 와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뮤지션 여덟 팀을 보여주는 단순한 기록의 나열같지만, 나름의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았어요. 영화관에 들어와서 표를 사고, 대기를 하고 극장에 들어선다.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순서대로 입장문, 매표소, 대기실 등의 흐름으로 연출했습니다.
그럼 뮤지션의 장소나 순서는 어떤 기준으로 정하셨는지 궁금해요 뮤지션의 장소나 순서는 음악의 분위기나 주제에 따라 배열했습니다. 시작 주제가 사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김일두, 김사월을 앞에 배치하고, 그 다음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곽푸른하늘, 고상지님의 음악, 마지막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 정우님와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노래로 마무리했습니다.
영화의 독특한 인서트들이 기억에 남아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이 영화는 뮤지션들의 라이브와 그 사이에 인터뷰를 넣은 단순한 구성인데요. 한 편으로 이으려다보니 인서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김일두님이 화분으로 바뀌는 것은 촬영 중 갑자기 김일두님이 싱그러운 화분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즉흥적으로 찍은 장면이에요. 궁금해하셨던 곽푸른하늘님의 ‘포도봉봉’은 제가 캐릭터를 생각해서 준비한 소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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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이 ‘버텨내고 존재하기’인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버텨내고 존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하하. 사실 저는 김일두님의 말씀처럼 생각을 적게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편이어서 버텨낸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만약 제 스타일로 영화의 제목을 정해본다면 ‘광주 극장의 지박령들’이라고 짓고 싶네요.(웃음)
감독님의 앞으로 꿈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저는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영상을 시작했고, 지금도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기획과 연출이 들어간 음악 영화를 만들고 싶네요. 저는 재미있는 걸 좋아해서 다음에는 좀 더 키치하고 막 나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벌써 몇 가지 아이디어도 생각해 놓았습니다. (웃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들여 만들어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또 참여하고 싶습니다.
버텨내고 존재한 광주극장에서 뮤지션의 다양한 음악을 재미있게 풀어내어 보여주며, 영화와 음악을 나란히 선보이는 이 작품은 어쩌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가장 닮아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권철 감독의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만들어 낼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luna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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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미란 코미디 원맨쇼
* <정직한 후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정직한 후보 (2020)
감독: 장유정
출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등
장르: 코미디
상영시간: 105분
개봉일: 2020.02.12
진실의 주둥이가 불러온 기상천외 선거전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튀어나오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그녀는 살아계신 할머니의 목숨까지 팔아 선거에 이용할 정도로 뻔뻔한 철면피다. 할머니의 이름을 팔아 설립한 재단을 앞세워 4선 도전도 무리 없이 진행되려던 찰나 손녀의 버릇을 고쳐놓고자 할머니 '옥희(나문희)'가 기도를 하면서 '상숙'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동안 거짓으로 포장했던 속마음들이 마치 생리 현상처럼 입에서 주체없이 튀어나오게 되고, '상숙'의 선거전에 크나큰 차질이 생긴다. 보좌관 '희철(김무열)'이 물심양면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며 어떻게든 리스크를 막아 보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잃은 '상숙'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된다. 이대로 4선의 목표가 좌절되려는 순간,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택하며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 나간다.
뻔하지만 코믹한, 유쾌함에 충실
<정직한 후보>는 '짐 캐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라이어 라이어>를 표절한 의혹이 있는 브라질 영화 <O Candidato Honesto>의 판권을 구매해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의 '변호사'를 '정치인'으로 바꾼 것만 빼면 내용상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선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유력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소재로 써 내려갈 스토리가 워낙 뻔하다보니 작품의 줄거리를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실제 전개 역시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직한 후보>는 코미디 영화이고,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는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본질에만 충실해도 기본은 해냈다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인 설정, 식상한 스토리라인을 차치하고서라도 혼을 빼놓도록 웃기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적어도 가볍고 유쾌한 유머를 날리는데 충실하다. 작품을 이끄는 '라미란'의 역동적인 코믹 연기는 SNL '라미란' 편 혹은 그의 코미디 원맨쇼라 할 정도로 평범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원톱 주연인 '라미란'을 서포트 하는 두 남자, '김무열'과 '윤경호'의 연기도 함께 돋보인다. '김무열'은 중후한 카리스마 혹은 냉혈한 빌런의 모습으로 더 익숙한 배우이지만 극중 열정 넘치는 해결사, 어딘가 부족한 허당, 어리광을 피우는 남동생 등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라미란'과 '김무열'의 케미스트리는 작품의 두 번째 시즌이 탄생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식 전개로 갉아먹은 장점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코미디의 색채는 옅어지고 신파극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중반부까지는 스토리가 엉성하더라도 '주상숙'이라는 캐릭터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방식들이 웃음을 주고, 작품에 속도감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상숙'이 개과천선을 하고,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썩은 정치인들을 징악한다는 결말은 정치에 관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한국영화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즉, 뻔한 줄거리의 코미디 영화에 고리타분한 한국식 결말까지 더해져 인물의 톡톡 튀는 캐릭터성마저 희미하게 만들어버렸다. 오히려 초반부의 B급 감성을 끝까지 밀고 나갔더라면 코미디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나선 배우들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상의 비판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라미란에 의한, 라미란을 위한
<정직한 후보>의 가장 큰 가치는 원톱 주연으로서 코미디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라미란'의 역량과 내공이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여성 원톱 주연 영화는 활발하게 제작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제작되더라도 흥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혜수'가 원톱 주연으로 출연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굿바이 싱글> 정도가 떠오른다.) 그런데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힘든 시국에도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시즌2 제작도 안정적으로 착수했다. 이는 전적으로 수많은 코미디 작품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개척한 '라미란'의 기량이 발휘된 결과이며 그녀가 괜히 '청룡영화제'에서 코미디 원톱 주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게 아니라는 것 역시님 증명했다. 그동안 남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는 수없이 제작되었고 흥행한 사례도 많지만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정직한 후보>가 작품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여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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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과생이 대입한 인생 공식
수학자, 과학자, 이공계열 천재들이 느낀 삶은 어떨까요?
자신의 삶 또한 '정리' 할 수 있을까요?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재학 중인
수학 천재 ‘마거리트’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칠판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마거리트의 정리>가
오는 6월 27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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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지구를 지켜라가 비운의 명작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나는 그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그렇게 다양한 장르의 느낌을 한 영화에 집약시키기 어려운데 그걸 굉장히 잘 해냈다"라고 팬심을 밝힌 <미드소마>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감독 아리에스터가 할리우드 리메이크작품의 제작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오늘의 씨네뉴스 같이 살펴보아요!<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북미 1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북미 공개 첫 주에 1위는 물론 매출액 10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일본에선 지난 7월 공개되면서 83억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국내에선 지난 10월에
개봉해 지금까지 199만명을 기록했습니다.
<거미집> 김지운 감독춘사 영화제 감독상, <올빼미> 4관왕
김지운 감독이 제 28회 춘사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여우주연상은 <밀수> 김혜수,
남우주연상은 <올빼미> 류준열이 가져갔습니다. 특히 <올빼미>는 남우주연상과 함께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 각본상도 거머쥐며 4관왕을 안았습니다.
<서울의 봄> 천만 고지
<서울의 봄>이 누적관객수 700만을 넘어서면서 올해 국내 개봉영화 중 3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국내에
공개된 영화 중 700만명이상 본 작품은 <범죄도시3>, <엘리멘탈>외에는 없으며 이 기세라면 천만영화를
기록할 전망으로 보입니다.
권은비 일본 영화배우 데뷔<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8일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권은비가 내년 가을 개봉 예정인일본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파이널 해킹 게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고 밝혔습니다. 권은비는 이 작품으로 연기에 처음 도전하며,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흑발의 미녀 수민 역을 맡았습니다.
<미드소마> 아리에스터 감독<지구를 지켜라> 제작 참여
2003년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청년 병구가 한 화학품 회사 사장을 외계인으로
의심하고,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놀라운 상상력과 흡입력 있는
연출,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아리에스터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출은 영화의 원작자인
장준환 감독이 맡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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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적으로 착한 인간은 없다
한 여자가 법정에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는 법정복을 입지 않는다. 수많은 재력가, 사교계 셀러브리티들의 환심을 사고, 그들의 돈을 뜯어간 당돌하다 못해 위험한 여자. 이 여자의 이름은 애나 델비. 본명은 애나 소로킨이다. 하지만 이 여자는 자신이 사기를 치고 다녔다는 증거가 이렇게도 많은데, 끝까지 자신은 소로킨이 아니라 애나 델비라고 우긴다.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각기 다른 상반된 입장을 표출하니, 애나를 취재하는 기자인 비비안은 점점 더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가 버린다. 과연 진짜 애나 델비는 어디 있는 걸까, 그리고 그녀의 측근들은 그녀의 어떤 매력에 매료되었던 걸까.
1. 셀러브리티의 시대, 셀럽의 이면.
애나 델비를 두고, 그 주변 인물들이 느꼈던 감정은 복합적이다. 누군가는 불여우로 보았고, 누군가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연약한 여자로 보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거만한 여자로 보기도 했다. 그만큼 그녀는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내릴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를 명확히 정의내릴 수 있는 단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셀러브리티". 그녀는 셀럽이었다.
셀럽이라는 단어는 그녀가 유명하다는 것을 뜻하지만 그녀가 유명하다는 사실은 그녀 한 명을 판단내리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쥐고 흔드는 잣대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녀는 인스타 셀럽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외면을 부러워하며, 그녀를 추종했던 수많은 팔로워들이 있었지만 그녀를 질투하며, 그녀를 까내리려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그녀의 관종력에 박수를 쳤든, 비판을 했든 그녀를 판단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그녀라는 한 사람을 상대로 각자의 경험, 편견을 대입해 그녀를 판단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애나 델비가 제공한 제한된 정보로 그녀를 보고 싶은 대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셀럽들이 보여주는 한정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한 사람을 모두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는데, 우리들은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들이 전부라고 "착각"하고, 그 한정된 정보들을 가지고, 한 사람의 인생, 행동 등을 단정짓는다. 마치 자신이 홈즈라도 되는 듯이, "내가 다 경험해 봤어"라고 으스대며, 경험의 늪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확증 편향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2. 하이에나들이 득실거리는 뉴욕 사교계
애나 델비라는 사람에 대해 각기 평가가 달랐지만 그녀에 대한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그녀는 돈 많은 독일의 상속녀였다는 것이고, 그녀는 항상 자신의 부를 드러내어 상대의 호의적인 태도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항상 도도했고, 높은 수준의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애나의 일부 성격만을 보고, 그녀의 전체를 단정지어 섣불리 판단했던 그들, 이 드라마는 그들이 오히려 주인공인 드라마이다.
상류층들은 그녀의 높은 취향과 도도한 성격에 시선이 사로잡혀 그녀의 거짓말의 맹점을 보지 못헀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확증 편향은 사회적 지위, 경제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범할 수 있는 오류인 것이다. 하지만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사람을 판단할 때, 그들이 범하는 오류는 그들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기에 자신의 판단이 무조건적으로 옳을 것이라는 자신감, 오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를 판단할 때에 내 판단이 전부 옳다는 오만 이전에 열등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경우가 그녀의 친구인 네프였다. 그녀의 친구들 중 하나였던 네프는 그녀의 사기행각의 전말을 눈으로 보고도 그녀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이 되어준다. 그녀의 사기 행적의 증거들을 보고도 끝까지 그녀의 조력자가 되어준다. 그녀는 그 삶이 거짓이었다고 하더라도 애나가 선사한 상류층의 삶을 맛보게 해준 것만으로도 애나에 대한 충성심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애나가 네프에게 충족시켜 준 것은 가난한 자신의 삶에 한 줄기 화려함이었기 때문에 애나가 무너진다는 것은 자신이 누려온 화려함이 끝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애나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혹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그녀가 그 정도의 화려함을 이룩해내었다는 점에서 그녀를 존경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친구로 시작했지만 원수로 끝난 레이첼의 경우도 독특하다. 레이첼이 애나와 친구가 된 동기는 네프와 비슷하다. 애나의 화려한 삶의 일부라도 누리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이첼은 네프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레이첼은 애나와의 관계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둘은 서로를 그저 이용당해 주고, 이용했을 뿐이었다. 애나는 레이첼을 시녀처럼 이용했고, 레이첼은 애나가 가진 이름값을 이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애나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모두 애나에게 이용당했다고 주장헀지만 사실은 그들도 애나를 이용하고 있었다. 사실 애나를 취재했던 비비안조차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알 권리가 있기 때문에 정의로운 글을 쓰는 척했지만 사실 그녀도 자신의 망가진 커리어를 되살리기 위해 애나를 이용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3. 애나를 두고 드러나는 인간의 다양성
애나 델비는 자신이 되고 싶었던 fake self를 현실화하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다. 그 과정이 사기였지만. 그런 그녀의 처절한 노력의 근원에는 그녀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자신이 되고 싶은 fake self를 재창조해내는 사람들이 많다. 애나 델비는 그 수많은 인스타 스타들 중 안 좋은 쪽으로 배짱있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드라마를 보다보면, 상류층의 오만에 어퍼킥을 날렸다는 이유로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비안과 애나의 변호사,네프 등, 그런 사람들이 꽤 많다. 특히 애나의 변호사가 그녀에게 시달리면서도 그녀에 대해 안쓰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상류층의 오만, 판단에 지쳐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질려버린 상류층의 독단적인 태도에 폭탄을 던져버린 애나의 모습에 되려 그가 대신 통쾌함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비비안이 애나를 취재하면서 애나와 싸워가면서 정드는 모습, 그녀에 대해 인간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모습 등을 통해 애나 델비라는 문제적 인물을 두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모두 다르고, 그 감정들이 모두 입체적이라는 데에서 인간은 정말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이 드라마에서 애나델비는 수많은 착한 사람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용서할 수 없는 나쁜 사람으로 설정하지 않고, 그녀에게 당한 사람들도 무조건적인 착한 사람으로 설정하지 않아 도대체 인간에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 나는 오히려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내 자신이 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복잡한 생각을 오래하기 싫어 사람에 대해 쉽고 빠르게 단정지으려고 하지는 않는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이 드라마는 한 여자의 사기극을 관망하기 위해 가볍게 시작하지만 관계에 대한 무거운 고민으로 끝맺게 되는 드라마인 것이다.
한 줄 평
사람은 인간을 평가내릴 때, 빠른 단정적 판단으로 안정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인간이 왜 다른 이들을 한정된 정보로 단정지으려 하는가에 대해 성찰해보면, 결국 인간의 복잡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그에 대해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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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와 사랑에 빠진 남자, 그에게 빠진 세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우연히 보고 띵작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영화 <오스카 피터슨: 블랙 + 화이트>. 메시지의 전달과 음악의 결합이 굉장히 탁월했고, 오스카 피터슨의 생애와 재즈에 대해 더욱 깊이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오스카 피터슨: 블랙 + 화이트> 시놉시스
재즈 아이콘이자 작곡가였던 오스카 피터슨의 사운드와 스타덤, 환상적인 연주를 통해 아티스트의 생애와 그가 남긴 유산을 탐구한 다큐 콘서트 <오스타 피터슨: 블랙 + 화이트>. 명실공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은 피카소나 모차르트처럼 독특한 천재성을 지닌 것은 물론, 거침없는 연주와 개성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천재 재즈 뮤지션의 70년 역사를 담은 영화는 신동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그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완성된 트리오 시절의 녹음, 유명 스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전 세계를 누비며 펼친 솔로 공연뿐 아니라 미국 투어 시절 겪은 인종차별 속에서 그가 보인 불굴의 의지, 그리고 그가 남긴 역사적인 곡 ‘자유를 위한 찬가’(Hymn to Freedom)까지 담고 있다.
* 해당 내용은 전주국제영화제 보도자료집을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오스카 피터슨: 블랙 + 화이트>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음반을 사고 싶게 만들다
취미 중 하나는 집에서 LP를 듣는 것이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LP를 들을 때 특히 아무일 없는 주말에 그러고 있으면 편안해져서 자주 듣는 편이다. 그리고 LP로 들었을 때 가장 좋았던 장르는 재즈였다. 그렇다고 재즈에 대해서 잘 알지도,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어서, 이번 영화를 보면서 재즈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스카 피터슨의 이야기를 접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예매를 했던 작품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재즈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스카 피터슨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그의 곡이 얼마나 훌륭한지 잘 담아내고 있는 영화였다. 오스카 피터슨이 재즈씬에 데뷔한 후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의 업적과 곡들을 순차적으로 담아내고 있어서그 연대기와 흐름을 잘 알 수 있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피터슨의 명반을 구매해봐? 이러면서 바이닐 검색을 엄청 했던 것 같다.
곡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접하다
영화 <오스카 피터슨: 블랙 + 화이트>는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라이브 밴드로 그의 곡을 연주하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다. 밴드 장면 전후로 이 곡이 만들어지고, 이 곡을 가지고 투어를 다닐 때의 피터슨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곡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물론 피터슨의 곡을 조금 더 듣고 싶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건 솔직히 음원이나 앨범에서 찾아 들을 수 있기에 밴드 음악이 흘러나오고 이 음악은 점차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피터슨의 이야기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 그리고 당시 시대상황을 알려주는 인터뷰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접목되어서 솔직히 좋았다. 이러한 이야기가 끝난 뒤 다시 밴드음악이 메인으로 등장하면서 그 음악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된 상태에서 노래를 듣다보니 그 곡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고비를 뛰어 넘은 사람
오스카 피터슨이 언제나 전성기를 달렸던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토록 칭송하기에 은퇴하는 그 날까지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사람이라고 지레 짐작을 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뛰어났기에 전성기 시절보다 떨어진 기량임에도 압도적이긴 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더 발전적인 연주를 보여준 오스카 피터슨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예체능계에서는 기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은퇴를 생각하고 박수칠 때 떠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피터슨의 경우에는 뇌졸증이 와 왼쪽 마비가 오면서 왼손의 기량이 현격하게 떨어졌음에도 이 과정에서 은퇴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피터슨은 기존에 트리오 편성을 쿼터로 바꾸면서 자신의 떨어진 왼손 기량을 받춰줄 기타리스트를 영입해 계속해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간다. 전성기 시절의 피터슨은 왼손으로 베이스를 다 만들었기에 다른 악기의 반주가 없이도 독주가 가능했었다. 이 지점이 다른 피아니스트와의 차별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비 이후 기량이 떨어지자 그만둘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쿼터에 도전함으로써 더 풍부하면서도 기존과는 다른 음악을 만들어내고 연주했다는 그 도전정신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간만에 음악다큐를 보고 그 명반을 찾아 들으면서 영화관을 기분 좋게 나왔던 영화 <오스카 피터슨: 블랙 + 화이트>. 재즈에 관심이 있으신 사람이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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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사랑이 뜨겁지 않을 때
- 프리랜서 작가 마고는 식어버린 남편과의 관계에 슬퍼한다. 스킨십을 하고 애정을 요구하며 잘해보려 노력하지만 5년 동안 같이 지낸 아내에게 남편은 뜨겁지 않다. 그렇지만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흘러나오는 배경 속에 마고와 달리 정적 속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남편의 배경을 번갈아 보여주며 두 사람의 사랑의 온도의 차이를 표현했다.마고가 남편에게 더욱 애정을 요구하는 데는 우연히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마주친 남자이자 이웃집 주민이기도 한 대니얼의 영향이 크다. 첫 만남부터 대니얼과 마고는 서로 끌린다. 마고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애쓰지만 자꾸만 그를 기다리고 찾게 된다. 그와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고 그가 자신을 어떻게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한다.대니얼에게 커지는 마음과 비례하게 남편을 향한 죄책감은 불어났다. 마고는 첫 만남에 대니얼에게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감정이 제일 두려워요.
라는 말을 했다. 마고는 두려울까 봐 쉽사리 남편과 헤어지고 대니얼과 사랑하지 못한다. 남편을 떠날 수 없던 마고는 대니얼에게 30년 후 키스할 약속을 한다. 그녀가 58살, 그가 59살일 때, 남편에게 충실한 30년을 보낸 후, 죄책감 없이 대니얼과 키스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어느 날, 대니얼은 그녀에게 30년 후 만날 날짜가 적힌 카드를 남기고 떠난다. 그가 이삿짐을 싣고 떠나는 모습을 본 마고는 상실감을 느낀다. 대니얼을 보낼 수 없던 마고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고 남편에게 모든 걸 말한다. 결혼생활이 편하고 행복했다고, 우리가 평생 함께 일 줄 알았다고 울고 침착하기를 반복하던 남편은 결국 그녀를 보내준다.다시 만난 마고와 대니얼은 뜨겁게 사랑한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둘은 서로에게 빠졌다. 영화는 마고와 대니얼이 다시 만나고 사랑을 나누고 편해지는 순간을 한 장면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 둘 역시 서로가 편해졌고 '사랑해'란 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게 됐으며, 상대방에게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고는 그게 또 두려워졌다.알코올 중독자로 치료를 받고 있던 남편의 여동생은 오빠를 떠난 마고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기와 내가 다른 게 뭐야? 인생엔 당연히 빈틈이 있게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울 순 없어."
알코올 중독자처럼 마고도 사랑에 중독된 걸까. 마고는 끊임없이 빈틈을 메어줄 강렬하고 짜릿한 사랑을 찾는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걸까?
어둡고 음악도 나오는데 엄청 빨라서 아무 짓도 할 수 없는 놀이기구는 짜릿하고 설렌다.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 우리 둘 밖에 없고, 모든 게 아름답게만 보인다.
하지만 놀이기구는 짧은 시간에 끝나버린다. 아름다운 사랑이 가득한 세상에서 갑자기 현실에 뚝 떨어진다. 그렇지만 마고는 계속, 또, 마냥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 진다. 현실을 부인하고 사랑 가득한 세상에서 영원히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 하지만 뜨거웠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낮아지고 미지근해진다. 영화 속 노인은 마고를 향해 새 것도 언젠가 헌 것이었고, 헌 것은 언젠가 새 것이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뜨겁던 미지근하던 사랑은 사랑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걸까? 개인적으로 사랑이 오래가기 위해서는 사랑의 온도가 변하는 시기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고의 경우처럼 사랑의 온도와 시간이 맞지 않을 때 사랑이 흔들리고 슬퍼진다. 이걸 사랑의 현실이라고 부르는 거 아닐까?대니얼과 마고가 다시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하면서 영화가 끝났다면 그저 그런 로맨스 영화가 됐겠지만, 상대방이 달라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줘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았다. 사랑이 무엇일까. 또 원초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배우들의 연기, 자연스럽고 따듯한 장면들, 감탄사가 절로 나오던 연출들, 영화에서 단점을 꼽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최고의 여름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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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질 결심] 끝장리뷰(ENG) | 내 인생을 ‘붕괴’하러 온 나의 구원자 | 더할 나위 없는 김신영 | 쉬운 해석 + 어려운 해석
[헤어질 결심](2021)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쉬운 해석
Chapter 2 어려운 해석
00:00 깐느 박
01:53 쉬운 해석법
02:58 외도 세 번
05:47 이과적, 엑스레이
06:49 담배, 스마트폰 상징
08:45 어려운 해석
09:40 김신영 캐스팅
10:17 박찬욱이란 사람
11:09 편견, 선입견 타파
13:39 별점 및 한 줄 평
13:5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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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인 예고편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이 선택한 첫번째 뮤지컬 영화! 새롭게 태어난 브로드웨이 명작 뮤지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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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식물카페, 온정> 메인 예고편
종군 사진기자로 일했던 주인공 ‘현재’는
파키스탄 전쟁 당시의 트라우마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다.
퇴사 후 다시 찾은 할아버지의 수목원에서
어린 시절 느꼈던 식물과의 특별한 교감을 떠올린다.
식물로부터 살아갈 용기를 얻은 ‘현재’는
도심 속 <식물카페, 온정>을 운영하게 된다.
본인의 반려식물과 함께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카페를 찾은 손님들에게 ‘현재’는 병든 식물은 물론
병든 마음에 필요한 그만의 식물 처방전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