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4-04 02:08:08
4월 1주차, 위클리 씨네 뉴스
<코다>, 무주산골영화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
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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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롯데시네마, 2022 아카데미 수상작 상영회 개최
출처 | 네이버 영화
롯데시네마에서 2022 아카데미 수상작 6편을 상영한다고 밝혔다.
작품상을 차지한 <코다>, 감독상을 차지한 <파워 오브 도그>,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킹 리차드>,
각본상을 받은 <벨파스트>, 음악상, 촬영상, 미술상 등 6관왕을 차지한 <듄>,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드라이브 마이 카>까지 상영될 예정이다.
본 상영회는 31일부터 4월 12일까지 진행된다.
무주산골영화제, 서울 팝업스토어 운영
출처 | 무주산골영화제 인스타그램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성수동에서 9일까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영화제 가이드 매거진, 굿즈샵, 카페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돼 있다.
팝업스토어는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5년 만에 개봉 확정

설경구 주연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4월 27일 개봉을 확정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연극을 원작을 한 작품으로,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다.
<미싱타는 여자들>, 1만 돌파
1970년대 소녀 미싱사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작품인 <미싱타는 여자들>이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해외
넷플릭스, 윌 스미스 주연 <패스트 앤 루즈> 제작 미루다
윌 스미스가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폭행을 저지르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2일, 넷플릭스는 이러한 이유로 윌 스미스 주연의 <패스트 앤 루즈> 제작을 미루기로 했다.
브루스 윌리스, 실어증으로 연기 활동 중단
출처 | Rotten Tomatoes
브루스 윌리스의 가족은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윌리스가 최근 실어증을 진단받았고,
인지 능력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연기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짐 캐리, 은퇴 언급
짐 캐리는 <수퍼 소닉2>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출연한 NBC 방송에서
<수퍼 소닉2>를 마지막으로 쉬고 싶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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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워즈 영화 랭킹 Star Wars Film Ranked
조지 루카스가 구상한 [스타워즈 9부작] 혹은 [스카이워커 사가]은 한마디로 '다스 베이더의 비극'라는 거대한 서사시다. 그 비극을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파토스(Pathos, 연민을 자아내는 힘, 측은지심)'을 자아내기 때문에 전설의 위치에 올랐다.
마블과 DC를 포함한 대부분의 장르물이 그렇듯이 [스타워즈] 역시 개연성을 지닌 영화는 아니다. 지난 42년간 [스타워즈]는 MCU처럼 독창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무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이전에 팬들에 의해 대중문화 최초로 ‘확장세계관(EU)’를 정립했다. 그런데 [시퀄 3부작]은 [스타워즈] 특유의 ‘설정 놀음’을 간과했다. 특히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대표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그랬다.
◆평가 기준
1순위 시리즈로써 의의
2순위 공유 세계관 기여도
3순위 단일 작품으로써 완성도
#11 :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Episode IX: The Rise Of Skywalker, 2019)
디즈니는 ‘스카이워커 사가의 종결’을 홍보했지만, 9편의 실제 임무는 ‘브랜드 관리’다. J.J. 에이브람스의 최우선 과제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팬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다. 거기다 자신이 던져놓은 7편의 떡밥을 회수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따지고 보면 라이언 존슨이 8편에서 7편의 떡밥을 싹 무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제작을 맡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팬 서비스’를 핑계 삼아 8편의 아이디어를 깡그리 쓰레기통에 버린다. 속편이 나올 때마다 전편을 부정하는 [시퀄 3부작]은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팬들의 반응만 살피며 돌려 막기 하다 보니까 캐릭터, 설정, 세계관, 스토리 전부 일관성을 잃어버린다. 거기다 캐슬린 케네디가 꺼내 든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 자신이 2014년 4월 25일에 폐기한 레전드에서 가져왔다. 캐슬린 케네디의 '빈곤한 상상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느라 포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만능키)' 되고, 레이는 '메리 수(천하무적)' 화 되어 시리즈 전통을 더더욱 망가뜨린다. 이게 다 라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부 다 수습하려고 노력하면서, 9편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시퀄 3부작 내내 기존 시리즈에 대한 지나친 오마주를 하면서 전통 파괴를 일삼는 모순을 매번 일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도통 [시퀄 3부작]의 주제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세 편 모두 제각각 따라 놀며 [시퀄 3부작]의 정체성과 주제를 전부 잃어버렸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빈곤한 상상력과 방향성의 부재다. 이것이 디즈니가 '새로운 스타워즈'를 내세우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을 의존하는 [시퀄 3부작]의 한계다. 고로 창의적인 비전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제작진이 [스타워즈] 시리즈 자체를 오독하고 있다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실로 안타깝다.
#10 :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 (EPISODE VIII - THE LAST JEDI, 2017)
당연하게도 시리즈물은 단 한 편의 완성도로 평가할 수 없다. 라이언 존슨은 우리가 익히 알던 스타워즈의 영웅 서사를 해체시킨다. 영화 전체에 걸쳐 낡은 스타워즈를 새롭게 갈아엎지만, 5편 [제국의 역습]처럼 하는 일마다 죄다 실패하는 통에 다 보고 나면 허무하다. 왜 [제국의 역습]을 레퍼런스한 [라스트 제다이]는 감흥이 적을까? 비극은 공포와 연민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완수한다. [제국의 역습]은 '부살(父殺·Patricide)' 모티브를 차용해 루크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지만, [라스트 제다이]의 성장 자체가 없는 레이에게 어떻게 연민과 공포를 가지겠는가?
라이언 존슨이 전통에만 기반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미래주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르는 건 좋다. 해체하기에 앞서서 우선 시리즈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했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과거와는 선을 긋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덧붙여서 차라리 [라스트 제다이]를 첫 번째 영화로 내세워 [시퀄 3부작]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되었다면, 훨씬 순조로웠을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일부터 저지르는 8편은 J.J. 에이브람스를 포함한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40년 동안 쌓아왔던 공유 세계관에 대한 '반달리즘'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 존슨은 제다이와 시스로 구분 짓지 말자고 계속 설득하지만, 정작 '저항군 VS 퍼스트 오더' 선악구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또, 영화 내내 탈영웅 서사를 부르짖지만, 결국 시련과 고초를 한 번도 겪지 않는 완전무결한 레이의 영웅 서사를 보면 자기모순처럼 읽힌다. 거기다 서스펜스에 약한 라이언 존슨의 약점이 겹치면서 저항군을 계속 위기로 몰아넣지만,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 긴박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나이브스 아웃]을 보면 그는 미스터리에 강점이 있는 감독이다.) 전부 라이언 존슨이 별다른 설득 없이 시리즈의 요소들을 본인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고 변용한 결과였다. 왜 그랬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의 거두, 자크 데리다는 흔히 '선과 악' 같은 이항대립 체계를 종언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 가르침대로 라이언 존슨 역시 제다이와 시스의 대결을 종식시키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사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의 경계, 울타리를 이야기할 뿐 종언을 고하지 않았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을 해체하되 이항대립 그 자체가 종결될 수는 없다고 봤다. 왜냐하면 성경을 포함한 서구인의 사고체계 전부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언 존슨도 그런 포스트모더니즘의 맹점에 빠졌던 것이다.
결국에는 괜찮은 완성도임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그 즉시 기록 말살 형에 처해진다. 이제 루카스 필름 내부에서조차 ‘흑역사’로 공인된 셈이다. 그러나 조만간 재평가 받을지도 모른다. 현재 라이언 존슨이 집필하는 구 공화국 시점의 신규 3부작(10,11,12편)이 2022년 12월, 2024년 12월, 2026년 12월 개봉 예정으로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케빈 파이기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작품 역시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어 동일한 프로젝트로 예상된다.
#9 :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EPISODE VII - THE FORCE AWAKENS, 2015)
첨 볼 때는 클래식 느낌이 나서 반가웠다. 다시 보니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 4·5]을 리뉴얼했을 뿐 아니라 개봉 당시 과대평가보다 실제 완성도가 떨어지고, 의미 없는 서사가 많았다.
물론 당시에는 이러한 구멍들이 차기작을 위한 떡밥으로 간주하고 넘어갔었는데, 라이언 존슨의 8편 [라스트 제다이]이 떡밥 자체를 무시하고, 세계관 자체를 붕괴시키는 바람에 에이브람스가 직접 연출한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망가진 세계관을 수습하고, 설정 구멍을 막는데 급급하게 되었다.
문득 왜 에이브람스가 ‘떡밥의 제왕’이 되었을까? 가 궁금해진다. ‘쌍제이 특유의 떡밥 투척’은 독창성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가리기 위해서다, 맥거핀(떡밥)을 많이 설정해서 재빨리 흥미를 유발하고, 연속된 위기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며 돌려 막기일 뿐이다. 7편과 9편에서 쌍제이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데, 새로운 맥거핀이 파생될 때마다 또 다른 플롯 포인트가 생긴다는 점이다. 무언가 흥미로운 떡밥을 던지긴 하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전진된 게 없다. 게다가 쌍제이가 캐릭터들조차 도구적으로 정보와 아이템을 주는 용도로 쓴다. 아마 데이지 리들리조차도 레이가 어떤 역할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3편 내내 자꾸 설정이 바뀌니까 말이다. 핀과 포 다메론도 마찬가지다.
디즈니가 안정된 돈벌이를 위해 ‘추억 팔이‘에 안주한 결과, 시리즈로의 신규 관객 유입에 실패한다. 진부한 [시퀄 3부작]으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세대들에게 "개연성도 부족하고 재미없는" 시리즈로 받아질 수밖에 없다. '영혼 없는' 팬 무비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시퀄과 프리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깨어난 포스]에서 레이가 모아 온 고물을 수거하는 배급소 주인 '운카 풀럿'은 뚱뚱한 구두쇠 정도로 단편적으로 묘사한다. 반면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부품가게 주인으로 나오는 '와토'는 어떤가? 이방인 '콰이곤 진'을 경계하지만 장사치답게 흥정을 건다. 자신의 노예인 아나킨의 포드 레이싱 재능을 인정해서 포드를 제공해준 적이 있으며, 경주 도박을 하기도 한다. 또, 자바 더 헛을 두려워하고, 세불바가 아나킨에게 해코지 못하도록 단속한다.
루카스는 '단역'이라고 해도 그 전후 배경와 상호작용을 미리 설정해둔다.
그렇기에 루카스의 형편없는 연출력에도 불구에도 [스타워즈]가 확장세계관의 선구자로 매김 할 수 있었다. 간과하기 쉽지만, 조지 루카스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정할때 입체적 사고로 그린다.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하려면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언뜻 별 관계가 없는 대상과 우리는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와 관습이 있지 않은가? 제임스 카메론도 조지 루카스처럼 인류학적·미학적 맥락을 철저히 따진다. 그는 [아바타]를 제작할 때 나비족 언어와 종교, 규범, 문화, 지리까지 미리 설정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6편 [제다이의 귀환]에서 은하 제국이 멸망하고, 들어선 신 은하 공화국이 어떤 과정으로 붕괴되었는지 7편 [깨어난 포스]가 전혀 설명하지 않아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즉, 정체불명의 퍼스트 오더가 왜 위협적인지를 관객 입장에서 와닿지 않기에 [시퀄 3부작] 내내 ‘긴장감의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부실한 세계관 구현이 2020년 현재 [시퀄 3부작] 관련 작품보다 이전 [프리퀄 3부작] 혹은 [클래식 3부작]에 기반한 미디어 믹스 및 파생상품이 더 많은 이유다.
#8 :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 (SOLO: A STAR WARS STORY, 2018)
크리스 밀러 & 필 로드의 급작스러운 해고로 말미암아 캐슬린 케네디가 싹 다 갈아엎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 간판을 떼고 보면 괜찮은 하이스트 무비다. 다만, 구원투수로 등판한 론 하워드가 산으로 갈 뻔한 작품을 겨우겨우 수습한 티가 난다. 예를 들면, 항공권이 없는 한은 제국군에 의해 수배령이 내려지지만, 정작 제국군 입대 담당관은 그에게 성을 붙여준다. 이렇듯 얼렁뚱땅 넘어가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베테랑 론 하워드가 촉박한 제작 기한 내에서 균열을 최소화했다.
해리슨 포드를 닮지 않은 엘든 이렌리치는 차분하게 연기를 잘했고, 까칠한 드로이드 L3-37과 도널드 글로버의 랜도 칼리시안은 씬 스틸러다. 그럭저럭 즐길만하지만, 애초부터 3부작으로 기획되어서 그런지 속 시원한 기원담을 들려주지 않는다. 꽁꽁 싸맨 채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다 보니 자꾸만 여타의 SF 영화들이 연상될 뿐 특별한 인상을 안겨주지 못한다. 문제작 [라스트 제다이]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프랜차이즈 최초로 적자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이 사단의 원흉인 캐슬린 케네디는 어쩔 수 없이 한 솔로의 속편 계획과 [오비완 케노비], [보바 펫]의 앤솔로지 시리즈를 취소한다.
그러나 [더 만달로리안]에 앞서 시리즈 최초로 '암시장의 밀수와 범죄'를 조명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자바 더 핫이 이끄는 핫 카르텔, 코렐리아 행성에서 제국 전함이 건조되는 장면, 우주 공항의 묘사, 코악시움 광산의 묘사, 츄바카와 우키 종족의 묘사 등 [시퀄 3부작]이 등한시했던 세계관 구현에 노력했다.
#7 :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 1999)
[프리퀄 3부작]의 밑바탕을 깔기 위한 거대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포드 레이스 장면과 다스 몰과의 검투신만 보거나 [보이지 않는 위험]을 통째로 건너뛰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상상력이 결여된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는 위험]의 세계관 확장이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섰다. 살다 살다 [프리퀄 3부작]을 응원하는 날이 오다니
무역협상, 분리주의 연합 등 진지한 정치적 담론, 자자 빙크스의 고통스러운 CG 슬랩스틱, 부재한 주인공, 처참한 대사, 느슨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3부작과는 확연히 차별화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로 로마 공화정이 제국화되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결함으로 인해 자신과 주변인이 파멸로 치닫는 셰익스피어리언 비극을 시리즈에 훌륭하게 이식시켰기 때문이다.
또, [클래식 3부작] 과는 이질적이었던 디자인이 클래식의 변영에 지나지 않는 진부한 디자인을 선보인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지금에 와서는 과감한 도전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끝으로 미디클로리언을 통해 '기(氣)'에서 착안한 포스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이 개념으로 노예 신분인 아나킨을 '선택받은 자'로서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8편 이전부터 누구나 포스를 가질 수 있다는 '포스 에브리웨어' 설정은 이미 존재했었다.
#6 :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EPISODE II - ATTACK OF THE CLONES, 2002)
[클론의 습격]은 조지 루카스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사와 형편없는 연출,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발성 문제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로맨스 영화'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100% 디지털 촬영으로 완성된 첫 블록버스터이며, 이 영화를 기점으로 영화 산업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다와 두쿠 백작의 라이트세이버 결투, 제다이 기사단와 분리주의 연합의 드로이드 간 전투 등으로 액션을 강화했으며, 의회를 장악한 팰버틴 의장이 무역 연합에 대항하고 분리주의자들로부터 은하 공화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비상 권한을 부여받는다거나 보바 펫과 클론 트루퍼를 결부 짓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루카스의 탁월한 기획력에 비해([시스의 복수]을 위해 아껴둔) 드라마의 부재를 막을 캐릭터 묘사에 실패하면서 시리즈 사상 가장 지루하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조지 루카스가 프리퀄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동기인 '클론 전쟁'의 개전만을 알린다는 점이다. 추후 전쟁의 진행 상황은 [클론 전쟁(2003/2008)]로 대체됐다. 있으나 마나 한 ‘제다이의 결혼 금지 규율’ 따위보다 '클론 전쟁' 자체에 포커스를 뒀다면, [에피소드 1·2]가 이리 허무하게 낭비되지 않았을 터,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2편의 숨은 장점은 비극의 단초인 ‘하마르티아(Hamartia)’를 제공했다는 데에 있다. '하마르티아’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화살이 과녁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가다’ ‘길을 잃고 헤매다’이지만, 하마르티아는 주인공이 지닌 결함으로, 아나킨은 금혼 계율을 어기고 파드메와 결혼하고, 제다이답지 않게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 이것이 아나킨의 하마르티아다. 그의 판단 실수는 '비극'이라는 커다란 기계를 작동시킨다. 마치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 자동차의 결함처럼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2편의 빌드업이 있었기에 3편에서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처럼,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일은 어렵다. [제다이의 귀환]은 전편 [제국의 역습]이 근사하게 던져놓았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고, 지금까지 끌어온 시리즈의 결말을 내야 하는 힘겨운 미션이 남아있었다. 그럼 [스타워즈]의 주제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파우스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동일하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넘어간 인간이 어떻게 타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구원을 가능케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제다이의 귀환]라는 제목은 아나킨이 메피스토펠레스(팰 버틴)을 원자로에 던져버리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걸 의미한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들의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부자간의 화해가 이뤄진다. 여기서 그리스 비극과 [스타워즈]의 차이점이 발견한다. 그리스 비극은 신이 정한 운명론에 의존하지만, 팰버틴에게 끌려다니던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의지로 다시금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타락한 영웅이 스스로 선택해서 악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바로 '포스의 균형'이다.
더욱이 6편은 분명히 4편 [새로운 희망]의 아이디어를 재탕하고, 인물 간의 갈등구조가 할리우드 영화답게 안전하다.
그것이야말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게 [배트맨 비긴즈]을 참고하라는 교훈으로 받아졌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제다이의 귀환]는 클래식 3부작이 남긴 수많은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무용담을 장중하고 우아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루크와 레아를 중심으로 레전드 확장 세계관(EU)이 진행되고, 팬들로 하여금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악당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뒤에 팬들의 소원은 마침내 이뤄진다.
#4 :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드디어 디즈니 스타워즈가 재탕을 멈추고, [스타워즈]의 감춰진 이면을 파헤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저항군 특공대들의 희생을 다룬다. 원래 [스타워즈] 자체가 제2차 대전 전쟁 영화들에게서 착안한 작품이었다. 은하제국 군복은 나치 독일과 매우 유사하며, 저항군은 연합 군을 연상시키지 않은가? [로그 원]은 한발 더 나아가 ‘레지스탕스‘의 이미지를 덧입힌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 특유의 유치한 가족영화의 틀을 버리고, 본래 스타워즈 세계관에 지니고 있던 2차 대전 특공대를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과 연결성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가렛 에드워즈의 장단점이 다 발휘됐다. 무미건조한 캐릭터 구축과 초반부의 산만한 드라마가 아쉽지만, 스펙터클하게 규모를 살리는 연출이나 사실성을 강조한 서사구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요즘 미드 [만달로디안]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로그 원]과 동일하다. 기존 스타워즈 설정을 존중하면서도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참신한 시도가 병행되었다는 점이 성공 비결이다.
#3 :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2005)
조지 루카스의 여전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이야기의 본질에 다가선다. 아나킨은 한 개인이 막을 수 없는 불행이 연달아 닥치며 타락하게 되고, 공화국 역시 멸망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가지게 한다. [프리퀄 3부작]을 통해 ‘제다이 vs 시스’로 세계관이 확장하게 되면서 클래식 3부작의 ‘부자간의 골육상잔'은 수 천 년간 이어진 제다이와 시스의 대립 중 하나로 재정립한다.
시스 로드인 황제가 제다이 기사단의 '선택받은 자'를 회유하며 시스의 복수를 완성한다. 스타워즈 팬들은 아니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되는 결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창시자가 새롭게 공개한 사실들에 놀람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승과 제자의 처절한 혈투는 물론이고, 요다가 황제 암살에 실패하면서 은거한다거나 오더 66에 의한 제다이 기사단이 몰락하고, C3P3와 R2D2가 기억을 잃는 과정, 오비완이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요다에게 전수해준다거나 파드메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들쑥날쑥한 [프리퀄 3부작]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도 [클래식 3부작]에서 빠진 빈틈을 세심하게 메웠다.
또, 시리즈 최초의 배드 엔딩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세이버가 누군가에 전해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서사와 액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유일한 스타워즈 작품이며, 밝고 유쾌한 [클래식 3부작]과는 180도 다른 어둡고 진지한 [프리퀄 3부작]을 성공적으로 완결 지었다.
만약 ‘현자 다스 플레이거스의 비극’이 없었다면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의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될 만큼 확장 세계관과 캐릭터 정립에 큰 기여를 한 작품이다.
#2 :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EPISODE IV - A NEW HOPE, 1977)
대중문화를 영원히 바꾼 영화다.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정의 내리고, '콘텐츠 산업'으로의 패러다임을 바꿔, 부가상품을 대중화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영화산업 역시 [스타워즈]를 기점으로 현실의 영역에서 ‘판타지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내에서 [스타워즈]가 유치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원래 조지 루카스가 어릴 적 즐겨본 코믹스 [플래시 고든],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동양의 '기(氣)' 개념을 서양식으로 재해석한 포스 등의 철학적 우화, 전쟁영화, 갱스터, 호러, 뮤지컬, 서부극의 요소를 섞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이자 밝고 경쾌한 어드벤처 SF 영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복합장르 전략은 이후 영화 제작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스타워즈]는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칼로 총알(빔)을 막거나 우주가 배경인데 18세기 라인 배틀을 펼치는 광경이 의아할 것이다. 이는 시대와 문화권에 구애받지 않는 원형 신화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5편부터 '다스 베이더'를 그리스 비극처럼 그리면서 시리즈로써 환골탈태한다. 이때부터 할리우드 극작술에 '원형 신화'가 도입된다.
#1 :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루소 형제의 말마따나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이 관객의 예상과 기대를 배반한 용기는 [제국의 역습]에서 배웠다. 당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모두 "도대체 뭘 본 거지?" 싶었다고 한다. 악에게 패배한 주인공, 어긋난 로맨스, 새드 엔딩은 상업영화의 오래된 금기들이었다.
전편 [새로운 희망]이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완결성을 갖춘 반면에 [제국의 역습]은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선례로 여전히 남아있다. 스타워즈 9부작의 밑그림은 여기서 출발했다. 한편 팬들은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 사이의 설정 구멍을 메우며 [확장 세계관 (EU)]를 만들고 놀았다. 바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기원’인 것이다, 이것이 ‘스타워즈’를 신화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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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비단을 닮아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주요 줄거리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보기 원하시는 분은 나중에 다시 읽어주세요.
1992년 싱가포르. 노이즈가 자글거리는 필름 너머로 습기와 열기가 푹푹 전달되는 것만 같다. 그 안에 안경을 끼고 카메라를 든 십대 여자아이가 웃는다. 영상 속 어린 샌디 탠 감독은 친구들과 로드무비를 찍고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옛 사진과 영상으로 싱가포르 역사와 그 안의 자기 모습을 돌아보며 시작한다.
필름의 질감과 색감을 좋아한다면, 단편소설 속 특색 있는 인물들을 곱씹으며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성 영상과 옛날 사진, 노트 등 오래 간직해온 자료들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편집해 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셔커스: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그 마음 그대로 움직일 만큼 행동력 있던 십대 시절. 샌디는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 복사기로 잡지를 만들고, 콜라주 이미지로 자기 취향을 더덕더덕 붙이고 있다. 그 시절 응당 갖기 마련인 분노와 반항을 자기만의 에너지로 사용하며 성장했다. 검열 아래서도 자기 취향을 확장해 나가는 이들의 생생한 눈빛. 그의 회상대로 "광란은 일상을 앞질렀다" 할 만한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이미 영화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소피와 자스민 두 친구도 함께였다. '조지 카도나'라는 교사가 지도하는 영화 제작 수업을 들었다. 조지는 스스로를 미국 영화 제작자라고 소개했지만, 국적도 출신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수업을 마치면 드라이브를 하며 들개들을 보곤 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사랑하는 십대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력을 남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껌 씹는 것조차 금지했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던, 침묵과 미소를 권장했던 당시 싱가포르 사회에서는 흔치 않은 만남이었다. 누벨바그를 사랑하는, 빛이 변해가는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는 어른이라니.
오래된 영화는 스승에게, 또 이어 제자에게도 영감을 남긴다. 샌디는 조지와 찰떡 같은 호흡을 맞추다가, 싱가포르 배경의 로드무비 시나리오를 일필휘지로 써나간다. 1990년대 초반은 '싱가포르 영화'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낯설던 시절이었다. 아예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조차 많지 않았던, 싱가포르 영화의 떡잎이 돋기 시작하던 즈음이었다. 눈 쌓인 들판에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다닐 생각에 들뜬 아이들처럼, 샌디는 마구 직진하기 시작했다.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소피와 자스민도 영화 <셔커스>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소피는 공손한 메일을 써서 회의를 잡았다. 테이프 하나 기타 하나로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친구도 있었다. 배우 오디션을 치르고, 다들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이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필름과 장비도 제공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이상하다. 회의를 조율한 사람은 소피지만 정작 회의 직전에 조지는 소피를 부엌으로 보낸다. "영화를 믿은" 소피는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리를 순순히 내어준다. 제한된 장비로 정성껏 만든 음악이 담긴 테이프, 그 하나뿐인 테이프도 조지가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았다. 들개를 찍으러 함께 다니던 제자들을 데리고, 조지는 이제 ATM에서 ATM으로 돌아다닌다. 아이들의 모든 저금까지 이 영화에 쏟아부었다. 자스민은 이상한 점을 하나씩 기록하고 지적한다. 영화를 완성시킬 야심에 차서 직진만을 고수하고 있는 샌디에게는 이 모든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 시절의 샌디
우여곡절 끝에 촬영이 끝난다. 성취와 동시에 탈진할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미 외국의 영화학교에 다니고 있던 소피, 자스민, 샌디 모두 각자의 학교로 돌아가고, 조지만이 싱가포르에 남아 필름 작업을 하기로 했다. 샌디는 간절한 마음으로 <셔커스> 완성을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필름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조지와 필름이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다. 모든 이야기를 등에 지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열심을 다했던 셋은, 아니 더 많은 이들은, 충격에 빠진다. 그토록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남은 것은 갈수록 흐릿해지는 기억뿐이다.
그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제작의 내부자가 아니라 외부자였던 것일까? 순식간에 실패로 전락한, 야심만만했던 기획들. 샌디는 괴로운 기억을 닫아두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부터 <셔커스>를 포함한 영상과 사진으로 편집되어 있다. 1992년 촬영과 이 다큐멘터리가 나온 2018년 사이 필름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샌디 탠 감독과 친구들은 <셔커스> 필름을 어떻게 다시 얻게 된 걸까? 조지는 누구였을까? <셔커스>는 잃어버린 필름을 찾는 동시에, 그와 함께 사라진 조지를 찾는 여정이 된다.
조지, 그리고 샌디
조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샌디 탠 감독이 <셔커스> 필름을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샌디 탠 감독에게 조지가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와도 무관하게, 필름에 담긴 시간과 열정까지 절도해간 조지가 이 영화에 갇히면서 체포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샌디 탠 감독의 작품 소재가 되었으니까.
영화를 사랑한다고 영화 속 인물이 되는 건 아니다. 창작을 업으로 삼을 거라면 이야기 바깥에 사는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야기 바깥을 부단히 걸어다니며 자기 길을 만들고 자기 이야기를 쌓아야 한다. 그러나 조지는 그렇지 못했다. 평생 한 편의 영화 감독도 되지 못했고, 오히려 누군가의 이야기의 소재로만 남고 말았다. 소재가 된다고 나쁜 삶은 아니지만, 추측하건대 아마 그가 진정 원한 삶은 아니었을 듯하다.
변죽만 울리다 보면 진정 자기가 원하는 중심으로 들어갈 수 없다. 자신의 세계를 확고히 쌓아가는 이, 조금씩이라도 자기 이야기를 자기 방법으로 표현하는 법을 익혀가는 이에게 이길 재간이 없다. 조지는 그렇게 샌디의 영화 소재, 등장인물로만 이름을 남겼다.
진짜 조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알 수 없지만, 나의 추측에는 내가 반영된다. 자신의 영화는 만든 적 없는 이가 다른 이의 영화를 향해 던지는 비릿한 시선에서 나는내 비겁함을 발견한다.
취미라는 단어에 가둬 두기엔 내게 글쓰기란 너무 의미가 깊은 일이다. 그러나 본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밀려난다. 맹렬하게 고민하고 애쓸 때도 있지만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모르겠는 마음이 더 크다. 그러다가도 특별한 재능을 특별하게 인정받는 남들을 보면 부럽고, 은연 중에 내게도 그런 "한 방"이 찾아와주길 꿈꾸는 마음이 슬쩍 고개를 든다.
그 마음은 망상에 지나지 않단 걸 안다. 어떤 계기를 만나 반짝 주목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꾸준히 해나가는 과정의 한 순간일 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더듬더듬 확인하고, 이게 최선일까 불안해하면서도 차곡차곡 모자이크화처럼 시간을 채워가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는 걸.
그러다 보면 뭐라도 담겨있을 것이다. 그 시절의 건물과 패션의 색감마저 아름다웠던, 지금은 사라져버린 싱가포르 풍경조차 특별하게 느껴지는 <셔커스> 필름 컷들처럼. 특별하기보다 특이한 인물들로 가득한,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색깔로 꽉 차 있는 컷들이었다.
거칠고 투박해도, 온 세계가 공감할 수 없어도, 앞선 시간에서 알게 모르게 배운 것들이 녹아 있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들. 샌디 탠 감독은 필름을 빼앗기고, 이후의 커리어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오랜 시간 끝에 결국 <셔커스>를 영화라는 방법으로 완성했다.
타의에 의해 끊긴 피륙은 무명도 비단이 된다고, 박완서 소설 어딘가에서 읽었다. 이건 그 비단을 닮은 이야기였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을, 지금 여기서도 다시 감싸안을 수 있을 만큼 힘 있는 비단. 피륙을 끊은 가위조차 휘감고 계속 너울너울 이어져가는 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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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1월 3주 개봉영화!
데시벨 Decibel , 2021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한다
영화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입니다.
2022년 가장 독특한 소재와 장르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데시벨" 속 '소음 반응 폭탄'은 주변의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어가면 폭발까지 남은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거나,
주변의 소음이 특정 데시벨을 넘으면 폭탄이 터지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여기에 소음을 통제할 수 없는 도심 한복판이라는 설정으로 재미가 배가됩니다.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이상희, 조달환, 차은우 그리고 이민기까지!
극장을 압도할 다채로운 매력의 대체 불가 라인업!
이번주 추천영화 "데시벨" 입니다.
동감 Ditto , 2022
2022년 새로운 동감
영화 "동감"은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입니다.
2000년 한국 로맨스 영화의 흥행을 주도한 동명 작품에 완전히 새로워진 감성을 더해
2022년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인데요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개성을 새롭게 탈바꿈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 등 20대를 대표하는 청춘 배우들의 찰떡 캐스팅으로 몰입도를 선사하고
1999년과 2022년의 시대적 포인트를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다양한 볼거리와 감성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입니다.
한국 청춘 로맨스의 흥행을 주도한 '동감'의 2022년 버전!
이번주 추천영화 "동감" 입니다
폴: 600미터 The Fall , 2022
'47미터' 제작진의 초특급 프로젝트
영화 "폴: 600미터"는 내려갈 길이 끊겨버린 600미터 TV 타워 위에서 두 명의 친구가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상 최초의 고공 서바이벌 입니다.
지난 8월 12일 미국에서 개봉하며 화제를 모은데 이어 캐나다, 멕시코, 영국, 브라질, 홍콩, 호주, 대만, 싱가포르 등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며
멕시코와 러시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47미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레지던트 이블 2'까지
할리우드 베테랑 제작진들이 참여하고 '스티븐 킹'의 극찬까지 더해지며 관람 욕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사상 최초 고공 서바이벌!
이번주 추천영화 "폴: 600미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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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 보면 좋은 영화.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모든 어린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바로 내일이 '어린이날'인데요!
그래서 어린이날을 맞이해 아역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어린이날 보면 좋은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4등
4th Place,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재능있는 초등부 수영선수 준호가 대회에선 늘 4등만 하자,
엄마 정애는 새 코치 광수에게 준호를 맡긴다.
광수는 1등을 하게 해주겠다며 정애의 수영장 출입을 금한다.
cine pick!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12번째 인권 영화로
사회의 인권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이다.
아역 배우 '유재상'은 혹독한 수영 훈련을 실제로 해내야 했는데
감독과 스탭들이 미안해할 정도로 악착같이 연기에 임했다고 한다.
우리들
THE WORLD OF US,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방학식 날 만난 외톨이 선과 전학생 지아는 비밀을 나누며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되어 반짝이는 여름을 보낸다.
그러나 개학 후, 지아는 어째선지 선에게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cine pick!
<우리들>은 베를린 영화제 2개 부문 노미네이트작이자,
8개 국제영화제 초청된 화제의 영화이다.
극을 주로 이끌어 가는 세 아역 배우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에 대해
외신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배우들의 열연'이라고 극찬을 보내기도 하였다.
보희와 녹양
A Boy and Sungreen,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모든 것이 두렵고 어려운 소심한 중학생 보희,
두려운 것 하나 없는 씩씩하고 당찬 녹양.
한날한시에 태어나 둘도 없는 친구인 두 사람은 보희의
생물학적 아빠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cine pick!
<보희와 녹양>은 8개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다.
두 아역 배우 '안지호'와 '김주아'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벌새
House of Hummingbird,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1994년 서울,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궁금한 중학생 은희.
집과 학교 어느 곳에서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던 어느 날,
은희는 새로운 한문 학원 선생님 영지를 만나게 된다.
cine pick!
<벌새>는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5관왕을 달성하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주인공 '은희' 역을 맡은 '박지후' 배우는 제18회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넓은 폭과 복잡성을 내포한 미묘한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집
The House of Us, 2019
ⓒ 네이버 영화
synopsis
매일 다투는 부모님이 고민인 12살 하나와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게 싫은 유미, 유진 자매.
여름방학,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터놓으며 단짝이 된 셋은
무엇보다 소중한 각자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cine pick!
<우리들> 윤가은 감독의 새로운 영화 <우리집>
'가족'을 주제 삼아 능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역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몰입감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남매의 여름밤
Moving On, 2020
ⓒ 네이버 영화
synopsis
옥주와 동주 남매는 여름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가 사는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 지내게 된다.
한동안 못 만났던 고모까지 집으로 들어오면서
가족은 각자의 사정을 숨긴 채 함께 여름을 보낸다.
cine pick!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는 <남매의 여름밤>을
'관계와 감정의 핵심으로 직진하는 사려 깊은 초상화'라고 평했다.
최정운 배우의 밀도 높고 섬세한 연기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아이들은 즐겁다
Kids Are Fine,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파서 병원에 있는 엄마와 항상 바쁜 아빠로 인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9살 다이.
어느 날, 엄마와의 이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다이는
친구들과 함께 엄마를 만나러 어른들 몰래 여행을 떠난다.
cine pick!
<아이들은 즐겁다>는 동명의 웹툰을 영화한 작품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만큼 특별히 5월 5일 '어린이날' 개봉을 했다.
아역 배우들의 꾸밈 없는 진짜 모습을 담기 위해 별도의 시나리오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개개인의 연기력이 뛰어난 아역 배우들이 만나 뛰어난 케미를 보여줬다.
언프레임드 - 반장선거
Unframed,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른의 세계만큼 치열한 5학년 2반 교실의
반장선거 풍경을 담은 초등학생 누아르.
cine pick!
<반장선거>의 아역 배우 김담호, 강지석, 박효은, 박승준 배우는
모두 독립 영화, 단편 영화, 드라마 등에서 활약하며 연기력을 쌓아온 배우이다.
아이들의 시선, 그리고 분위기에 압도되는 영화였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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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예상이 안된다고요? 네 맞아요
한 여성이 이상한 기계에 들어갔다가 떨어지는 닭강정을 보며 "어, 닭강정!"이라고 외쳤다가 닭강정으로 변했다. 여성이 갑자기 사라지고 닭강정 하나가 덩그러니 남겨진 것을 보고 두 남자는 절규하면서 짠한 되돌리기 프로젝트에 오른다.
시놉시스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 그 기운을 이어받아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예상을 뒤엎는 전개를 그린다. 게다가 이 작품에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 그리고 안재홍이 의기투합했으니 호기심이 샘솟을 수밖에.
'닭강정'을 보기 전에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서사의 개연성을 생각하고 시청하면 안 된다. 간략한 시놉시스도 그렇고, 이 작품 자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명 원작 웹툰을 그대로 살렸기에 이성과 상식(?)으로 시청하면 '이게 대체 무슨 드라마야?'라고 당황하게 된다. 그렇기에 오픈 마인드로 볼 것을 당부한다.
개방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닭강정'은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스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등 이전작에서 특유의 병맛과 말맛이 곁들여진 'B급 코미디'로 강점을 드러냈던 이병헌 감독은 '닭강정'에서 제대로 코미디를 말아서 떠먹여 준다. 특히 '멜로가 체질'의 유일한 옥에 티(?)인 저조한 시청률에 한이 맺혔는지, 이를 활용한 개그를 뻔뻔하게 선보여 웃게 만든다.
여기에 이병헌 감독은 원작 특유의 기 막히고 코 막히는 세계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배우들의 연기력과 알록달록한 색감에 힘을 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 킹 받게 만드는 '닭강정' 세계관에 스며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병헌 감독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류승룡, 안재홍이 만들어내는 연기 합이 인상적이다. '닭강정'이 은퇴작인가 의심할 정도로 이들은 무한한 코믹 시너지를 일으켜 매 장면마다 빵빵 터뜨리는 웃음을 선사한다.
두 배우뿐만 아니라 '닭강정'에 조연 혹은 특별출연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또한 '장난 아니다'. 김유정, 정호연, 유승목, 정승길, 김남희, 김태훈, 문상훈 등 이들의 연기 파티에 헤어 나오지 못한다. 게다가 회차당 러닝타임이 30분 대여서 다음 회차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다만 웹툰의 코미디 해법을 그대로 옮겨오다 보니 사전 정보 없이 '닭강정'을 시청한다면 난해함을 느낄 수 있어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이병헌식 B급 코미디가 취향이 아니라면 중도하차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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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사춘기 소녀의 한여름날 로드 무비
Summary
부모님의 이혼 후 떨어져 살던 자매가 여름방학을 맞아 외할머니집에서 조우한다. 마치 단편소설을 읽는 듯 담백하고 따뜻한 이야기 (출처: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Cast
감독: 이바야시 유카
출연: 노기시 코노하, 이케다 노노카, 이와이도 세이코
'여름방학' 하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개학 일주일 전 몰아 쓰던 일기, 왠지 모르게 붕 뜨는 마음, 특별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대감, 그리고 눈 깜짝할 새 찾아오던 개학 날 아침 같은 것이 생각납니다.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영화 마루 섹션에 출품된 <환상의 반딧불>은 사춘기 소녀의 기본값 표정을 장착한 '카나타'라는 친구의 여름방학 이야기입니다. '카타나'에게 중2 여름방학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요? '카나타'와 같은 표정을 지었던 어린 날이 있다면, 말 못 할 고민을 참고 견딘 사춘기 시절이 있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환상의 반딧불>의 여름날로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 ⊙ ⊙
'카나타'는 사춘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15살 소녀입니다. 그의 사춘기는 질풍노도와는 사뭇 거리가 멉니다. 함께 당번을 맡은 친구가 자리를 비워도 군말 없이 맡은 구역을 다 청소하고, 엄마가 일하는 가라오케 바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묵묵히 일손을 돕는 그런 어린이죠. 선생님이 우스갯소리로 던진 "당번의 일이라면 곰도 퇴치하겠네!"라는 말에 "최선을 다해봐야겠죠."라고 담담하게 답하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맡은 일에만 성실히 집중하는 것이 바로 '카나타'의 일상입니다.
그렇게 엄마의 가게 일을 도우며 방학을 보내던 '카나타'는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한 대의 자동차를 목격합니다. 차 안에는 화기애애한 모습의 아빠와 어떤 여성, 그리고 동생 '스미레'가 있었죠.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나가던 '카나타'는 그렇게 한동안 가만히 멈춰 서 있습니다.
불평불만이 하나도 없는 이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면, 자기주장은 뒤로 한 채 어른들의 말만 곧이곧대로 따르는 수동적인 아이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카나타'의 여름방학을 차분하게 담아내면서 이 아이가 체념의 태도를 통해 결핍과 허전함을 견뎌내고 있었다는 걸 드러냅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아빠 그리고 동생과 따로 살게 된 '카나타'는 반으로 갈라진 가족의 한 켠에서, 우주선처럼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전학 온 학교에서, 외로움과 쓸쓸함을 겪습니다.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상황을 애써 모른 척하기 위해 '카나타'가 택한 방법이 남들의 부탁을 고스란히 들어주는 것이었죠. 어차피 자신이 바라는 일이 이뤄지지 않을 거라면, 적어도 다른 사람이 바라는 일은 이뤄주자는 마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카나타'는 자신이 바라는 일들을 꾹 참습니다. 이를테면 아빠의 햄버그스테이크를 다시 먹어보는 것과 같은 아주 작고 소박한 바람들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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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타'의 결핍이 드러나는 영화의 전반부를 지나면, 할머니 댁을 찾은 언니 '카나타'와 동생 '스미레'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말 없는 언니 '카나타'와 달리 동생 '스미레'는 밝고 명랑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그저 반갑기만 한 '스미레'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반딧불이를 보고 싶어 하던 '스미레'의 바람으로, 자매는 할머니 댁에서 짙은 여름 속으로의 여행에 나섭니다. 언니와 동생의 로드 무비가 시작되는 시점이죠.
반딧불이가 없는 시기라는 걸 알면서도 동생의 애원으로 길을 나선 '카나타'는 힘들어 주저앉은 '스미레'를 보고, 결국 쌓인 울분이 터져 버리고 맙니다. '카나타'의 눈에는 '스미레'가 참는 법 없이 제 하고 싶은 대로만 응석 부리는 것으로 보였죠. 그러나 '스미레'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핍의 상황을 이겨나가고 있었습니다. '카나타'는 체념으로, '스미레'는 명랑함으로, 그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이죠.
'스미레'와의 여정을 통해 굳게 닫아둔 마음의 문이 슬며시 열린 언니 '카나타'는 반딧불이를 보고 싶어 하는 동생을 위해 손전등으로 '환상의 반딧불'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결핍되었던 웃음과 미소를 오래간만에 되찾습니다. 짧고 작은 여행을 마친 '카나타'는 더는 꾹 참지 않기로 합니다. 자매를 찾으러 온 부모님을 보고, 아빠에게 달려가 안기는 용기를 내보기도 하죠. 동생과 함께 놀던 장난을 혼자 다시 해보며 피식 웃음 짓기도 하고요.
영화는 국내에 <환상의 반딧불>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으나, 개인적으로는 영제인 <The Wonder of a Summer Day>가 작품 전체의 흐름과 더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표정 하나 없이 늘 참기만 하던 한 아이의 외로운 나날들에 반짝임을 채워 준, '단 하루의 어느 멋진 여름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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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반딧불>은 색감과 대비를 활용해 녹음이 우거진 여름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차분하고 따뜻한 연출이 여름방학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묘한 느슨함의 분위기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앞으로 '여름'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Schedule in SICFF
2023.09.15(금) 롯데시네마 은평 7관 11:00
2023.09.18(월) 롯데시네마 은평 7관 13:30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기간: 09월 13일 -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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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1부] 감상평 - 팝콘무비로써는 합격이지만, 어딘가 헐거운 l 아주 약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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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팀업무비의 특성상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몇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매력적인 빌런, 혹은 적대자일 것,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능력들을 최소 한 번이상 임팩트있게 연출할 것. 작품이 그려내는 세계관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될 것. 그밖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제가 말씀드린 이 세가지만 갖춰져도 분명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일정 부분 긍정하게 만들 수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어땠을까요? 오늘 영상은 스토리보다는 전체적인 감상평으로 이뤄져있으나, 리뷰의 특성상 캐릭터, 혹은 개연성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는 선에서 작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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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후기 / 최민식이 다했나? / 감동이 살아있음 /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 / 파이송이 뭐지?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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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 운영을 맡게 된 협상 전문 변호사 ‘켄’(마이클 키튼)은
주어진 시간 안에 피해자들을 설득해 보상 기금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진심의 협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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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티저 예고편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억 속 친구를 떠올리고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자신의 꿈은 찾지 못한 채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언니 ‘소연’에게 도착한 ‘영호'의 편지를 받게 된다.“몇 가지 규칙만 지켜줬으면 좋겠어.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소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보내고
두 사람은 편지를 이어나간다.
우연히 시작된 편지는 무채색이던
두 사람의 일상을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영호'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제안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