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2-05-04 16:37:04
우연과 상상 / 偶然と想像
일본영화 리뷰
우연과 상상 / 偶然と想像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 받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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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작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인만큼 큰 기대를 품고 상영관으로 향했습니다.
/ 줄거리 /
세게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입니다.
첫번째 이야기:
절친의 사랑이야기를 들은 메이코, 근데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한 사람이 떠오른다.
두번째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을 싫어하는 남친.
남친의 간절한 부탁으로 미인계를 사용해 교수에게 다가가는 나오.
복수.. 할 수 있을까?
세번째 이야기:
20년만에 고향에 간 나츠코. 그 곳에서 우연히 아주 그리워하던 고등학교 동창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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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일단, 2시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가나 싶었다.
세개의 에피소드를 넣어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길게 끌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이러한 형식이 '우연'이라는 소재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연'을 말하면서 한사람의 스토리만 다루기에는 심심하니까.
이런 우연이 비단 당신, 한 사람한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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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영화를 보면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우연'이 과연 진짜 우연일까?
어디까지가 우연이고 어디까지 필연이지?
그 우연조차 결국은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면, 그게 바로 필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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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연과 필연 그 사이의 애매하면서 촘촘한 연결고리가
이 영화 속 세개의 에피소드들을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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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상 +
중간중간 특히 두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좀 불필요한 대사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일본영화 특유의 약간 감성적인 대사들..
이런 대사들이 중간중간 나의 몰입을 방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기에 이게 나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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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일까나 필연일까나
YELM
10점 만점에 6.5점 드립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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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메라>의 아무도 없음과 누구도 아님
얼핏 <행복한 라짜로>에 비해 계급성에 대한 고찰은 덜 두드러지고 로맨스 / 로드 무비의 모험적 속성으로 약간의 노선 변경을 감행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서늘하고 직관적인 대비는 여전히 빛난다. 예를 들면 감독의 언니 알바 로르바케르가 연기한 부자 수집가 스파르타코의 대사 같은 것들.
더러운 옷을 입고 도굴꾼인 척 하지만 당신 본질은 그게 아냐. 저들을 봐. 자기가 예술품을 밀매하는 약탈꾼인 줄 알지만 사실 거대한 기계의 부속일 뿐이야. 우리 몸종들이지. 언젠가 완전히 녹슬어 기억 속에서 사라질 거야.
도굴로 먹고 사는 가난한 시골의 톰바롤리 친구들은 우연찮게 찾은 ‘진짜 보물’로 부자들의 유람선에 오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스파르타코의 저주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피로의 삼촌이 괭이를 빌려갈 때 “일만 하다 돌아버렸다”며 노인을 조롱하고 박대한 바 있다. 이 장면은 도시로부터 침투한 자본과 공장의 오염에 밀려나고 자리를 뺏긴 채, 전통적인 육체노동을 경시하며 한 탕을 노리는 80년대 이탈리아 지방 청년들의 세태를 압축적으로 묘사한다. 전 세대 노인들에 비해 훨씬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됐지만, 바라던 대로 졸부가 되는 데엔 결론적으로 실패하는 젊은이들(애초에 그것은 아르투가 찾아준 기회일 뿐이었으니). 결국 노인의 운명이나 자신의 운명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단 걸 검은 머리의 에트루리아 후손들은 모르고, 오만한 금발의 스파르타코는 알았다.
에트루리아의 동물, 풍요, 번성의 여신 키벨레 상으로 인해 톰바롤리도, 스파르타코도 일확천금의 기회를 쥐지만 돌연 환멸을 느낀 아르투는 “인간이 보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야“라며 상의 얼굴 부분을 바다로 던져버리고 만다. 과거에 얽매인 그는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와 곧 잃어버릴 키벨레의 얼굴을 동일시한지 이미 오래다. 한순간에 절망한 피로와 친구들은 이게 무슨 짓이냐며 아우성이지만 스파르타코만은 단말마처럼 숨을 들이킨 후 가라앉는 상을 바라보며 오히려 살며시 웃고 있다. 이천 년 넘게 땅 속에 있었고 이제 일부를 영영 유실한 여신상은 영원히 얼굴 없는 아무개, ‘누구도’ 될 수 있고 ‘아무도’ 아닌 상에 머무를 수 있다. 그 편이 ‘더 낫다’는 건 아르투에겐 고대의 예술을 향한 본능적 감각이었고, 스파르타코에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사업가로서의 이성적 판단일 테다.
이쪽과 저쪽. 지상과 지하. 아르투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꿈속 저승과 그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이승. 배 위의 부자를 위해 일하는 큐레이터들과 산 아래 동굴의 도굴꾼들. 아르투가 수맥을 찾을 때 쓰는 Y자의 나뭇가지와, 이탈리아가 “사람이 머리부터 거꾸로 꽂힌 것 같다”고 웃어댄 나무의 수형(Y자를 반대로 꽂아둔 듯한).
플로라 부인은 폐쇄된 기차역에서 “이쪽은 시골, 저쪽은 도시”라고 반대 방향을 가리켰지만, 실상 불행과 빈곤은 언제라도 구분 없이 공평하게 찾아들며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는 않다. <행복한 라짜로>의 귀족 부인이 과거에 가둬둔 자기 소유의 소작농들을 바라보며 “나는 저들을 착취하고 저들은 가장 약한 소년(라짜로)을 착취한다”고 말했듯이. 반세기 후 그의 아들 탄크레디 역시 귀족 집안의 부와 명예를 이어받지 못하고 문서 몇 장에 집안 땅을 모두 뺏겨 도시 빈민이 되었듯이.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패전했으며 기원전부터 이어진 에트루리아 문명도 로마에 흡수됐다. 파비아나가 장난스레 부르짖은 “통일 이탈리아”를 구축하기 위해 지역 특색의 문화와 언어는 통제되고 소실되며 가치를 잃는다. 과거의 영광은 빛바래고 외부 자본에 의해 싸구려 ’평민의 일상품‘이라며 멸시받는다. 아르투 일생의 마지막 도굴에서 먼저 사금을 찾아낸 젊은이가 이탈리아인이 아니라 아르투와 같은 이방인(아마도 동유럽의 언어를 쓰는)이었던 것처럼, 주인 아닌 자들이 과거의 아름다움을 더 빨리 알아보고 정작 주인된 이탈리아 인들은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해 외부의 도움을 빌려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이것이 에트루리아인들이 남긴 무덤 위에서 뛰놀며 자랐다는 알리체 로르와커가 애수를 품고 조망한 이야기의 첫 번째 골자다.
여기저기 평을 읽다가 이탈리아라는 인물 자체를 그냥 싫어하거나, (그렇게 말하긴 아무래도 너무 여혐적이었는지) 아르투가 이탈리아와 호감을 나누는 관계가 되는 게 거부감이 든다는 반응을 꽤 많이 보았다. 나도 첫 관람 때는 이입하기 힘든 인물이란 인상 정도는 받았지만,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싫어했단 점에서 오히려 갑자기 흥미가 생기고 복잡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아르투가 가진 매력의 대부분은 삶에 전혀 집착하지 않는 듯한, 덤덤하고 버석버석한 태도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이 범상치 않은 초연함에 자꾸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삶의 미련과 생동감을 불어넣고야 마는 이탈리아를 대번에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베니아미아란 과거의 사랑이 너무 선명히 버티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강력한 순정을 가진 아르투에게도 거리낌 없이 성큼성큼 접근하는 (아이 둘 둔) 여자라는 점, 푼수 같기도 당돌하기도 한 성격과 눈치 보지 않는 제멋대로인 면까지. 누군가는 이탈리아를 무척 피하고 싶은 여자, 대책 없이 해맑은 사람으로 기억할 게 뻔하다.
하지만 이 실패한 사랑의 시작을 이탈리아의 시점에서 다시 쓴다면 아주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초목이 우거진 걸 빼곤 좋아할 수 없었던 고향을 떠나, 아버지가 다를지도 모르는 두 아이를 낳고, 그다지 잘할 생각도 없는 노래를 배우는 체하며 딸을 잃고 정신 나간 늙은 여자의 집에 입성해 아이들을 숨겨 키우고, 결국 들켜서 쫓겨났지만 굴하지 않고 같은 마을의 버려진 역을 고치고 꾸며 제 살 곳을 마련하고 같은 처지의 여자들을 불러 모은다. 이 영화는 아르투의 입장에서 보면 방황하고 회피하며 끝내 치유받지 못하는 여정에 관한 비극적 로드무비지만, 이탈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태어난 고향으로부터 유리된/쫓겨난 이가 끝끝내 자기만의 새 집, 새 고향을 일구어내고 새 가족을 만드는 일종의 개척자 영웅 서사다.
고향에 자카란다 나무가 많았다는 언급이나, 라틴 또는 아프리칸계 혼혈로 추정되는 외모의 아이들 콜롬비나와 치릴로의 외모로 미루어보아 그가 떠나온 고향도 어쩌면 타국일지 모른다. 혹은 포르투갈, 멀게는 남미까지도 떠돌며 살아온 (아르투 못지않은) 방황의 시절이 있었을지도.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근거는 이탈리아가 확실히 ‘이방’의 인물에 끌려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음악 선생의 죽은 딸의 남자친구라는 영국인 - 보다도 그가 이방인이라는 점 그 자체, 그가 움막을 살기 좋게 꾸미는 능력, 언어적 소통에 서툴다는 점 등등 -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그 남자는 짜증스럽게도 돌아왔다가 떠나고 찾아왔다가 버리고 가기를 반복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내 뜻대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뿐인데도 이탈리아는 평정과 긍정을 유지하는 드문 사람이다. 아르투를 비롯한 톰바롤리 남자들이 별다른 직업도 없이 스파르타코의 탐욕에 기생하며 과거에 속박된 도굴꾼에 머무르고, 플로라 부인이 페르세포네를 잃은 데메테르처럼 정신을 놓고 딸에 집착할 때, 이탈리아는 홀로 현실을 책임지고 미래를 도모한다. 누구 못지않게 신산한 삶을 산 것처럼 보이는데 그에겐 과거가 별로 중요치 않은 듯도 하다.
영화 중반부쯤, 스파르타코의 조카 멜로디에가 돌연 제4의벽을 뚫고 나와 관객에게 “에트루리아 인들이 로마 제국에 흡수되지 않았다면 이탈리아엔 마초가 없었을 거래요”라고 말하고 에트루리아 민족은 모계 사회였다는 점을 피로에게 일러주는 재미난 순간이 있다.
이 서술은 영화 전반에 존재감을 행사하려 애쓰는 피로의 분투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그처럼 마초가 되려 하는 근현대 이탈리아 남성들의 폭력적 문화를 - “여자가 오줌 눴을 때 모양이 동그랗다면 결혼하라고 했다”는 말에서 즉각 감지되는 ‘처녀성’에의 집착, 카니발에서 춤추는 이탈리아의 모습에 동해 ‘발가벗기자’고 달려드는 관습적 성희롱 등등 - 야릇한 방식으로 조롱하고 있다. 영화가 그 대신 가만히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은 시끄럽고 하찮은 남성 조연들에 비해 훨씬 인상적인 방식으로 ’힘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여성 조연들이다.
빼앗긴 힘의 자리로 가장 먼저 소환되는 건 베니아미아의 어머니 플로라 부인의 기이한 권위다. 플로라는 딸 뿐인 집안에서 폭군으로 군림하며 딸들과 제자를 함부로 대한다. 딸들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낡은 집을 팔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지만 그는 집과 가구들을 팔지 못하게 하며 죽은 막내딸(베니아미나란 이름은 야곱이 요셉만큼 사랑한 유일한 아들이자 막내인 베냐민에서 따왔을 게 분명하다)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버티기 위해 건강과 경제권 그리고 정신을 놓지 않는 것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막내딸의 연인이었던 아르투는 오페라 가수였던 플로라 앞에서 감히 담배를 피워도 되는 유일한 사람인데, 딸들은 ‘남자만/남자라서 가능하다’며 차별 대우에 대놓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사실 아르투가 대접받는 유일한 이유는 그가 베니아미나가 죽은 것을 부정하려는 플로라의 절박함에 군말 없이 동조하는 체라도 하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후 스파르타코가 자기 직원들을 손짓 하나로 몸종처럼 부리는 모습에서도 플로라와 유사한 권위가 발견된다. 스파르타코란 이름을 여성이 쓰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주로 이탈리아 남성형 이름에 붙이는 어미(-co)로 끝나는 점, 그 유명한 투쟁가 스파르타쿠스 또는 아테네를 이긴 스파르타의 군인들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란 점도 그의 특수한 위치성을 짐작케 한다. 그와 친지, 직원들이 전원 새하얀 금발 벽안을 가진 것은 그들이 토종 에트루리아 혈통이 아닌 역사적 침략자의 혈통이리란 사실을 의도적으로 암시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가 일군 대안 가족의 그림을 통해 에트루리아의 모계 사회는 다시 한번 불려 나온다. 이탈리아가 ‘누구의 것도 아니며 모두의 것이기도 한’ (유적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의) 공간을 쓸만한 집으로 만들어내자 그처럼 아비 없는 자식들을 홀로 키우는 젊은 여자 친구들이 모여 거대한 양육 공동체를 이룬다. 아이도 남편도 없는 파비아나가 “짜증만 내고 지시만 하며 부려먹었“던 피로와 남자들을 떠나 여성과 아이뿐인 집에 합류한 결정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아서 집을 고치고 먹을 것을 구하고 자급자족 노동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탈리아의 모습은 앞서 ”가서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 뭐라도 하면서 노래를 불러“라며 온갖 가사노동을 시킨 플로라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만든다. 클래식하고 권위 있는 음악을 가르치면서도 육체가 깨어 있어야 소리가 잘 나온다고 강조하는 것은 젊은 시절 그가 직접 몸으로 배운 교훈 때문일 것이다. 플로라와 이탈리아에게 예술과 생활, 음악과 노동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이는 inestimable한 것을 기어이 estimate하겠다는 외지의 자본, 남성들이 추구하는 협소한 의미의 성공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미학이다. 버려진 기찻길 옆에서 일정한 소음을 만들어내는 노동은 그 자체로 저항 예술의 성격을 띠게 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르투는 톰바롤리와 플로라 대신 이탈리아의 집을 찾아가며 처음으로 ‘다른 미래’를 꿈꾸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베니아미아의 망령을 그리워하며, 사람 대신 새 떼가 노니는 명계의 꿈과 망자들의 부름에 강렬히 사로잡혀 있는 운명이라 이탈리아가 마련해 준 현실 세계의 유토피아에 편히 머물지 못하고 떠나간다. 결국 부장품 하나 없이 제 발로 들어간 무덤에서 그는 비로소 진짜 웃음을 짓고 마음 저린 행복을 찾는다. 그리하여 다음 세대 도굴꾼의 재능이 발견되기 전까지 측정될 수 없는 것, 훼손할 수 없는 것들은 영영 보존될 것이다.
그가 묻힌 땅 위에서 플로라는 계속 베니아미나와 아르투를 기다릴 테지만, 이탈리아는 계속 꿋꿋이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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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선율 속 폭력
천재 피아니스트,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책으로 담으려던 기자 ‘제프 해리스’. 우연히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 주인공 ‘테노리우 주니오르’에 매료된다. 하지만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멈춘 그의 삶은 미스터리로 가득했다. 제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여러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거듭하며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데...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아르헨티나 투어 중 실종되었다는 것!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줄거리
제프 해리스는 우연히 한 앨범에 실린 테노리우 주니오르(Francisco Tenório Júnior)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다. 귀를 사로잡는 음악에 연주자를 살펴보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기억하는 음악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그는 점차 음악인들의 기억 속에 한 조각씩 존재하는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삶으로 빠져든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여느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 잊혀지다 명대로 죽은 걸까? 영화는 1960년대 보사노바를 이끌었던 음악인들 취재에서 점점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적에 대한 조사로 태를 바꾼다.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 역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속 제프 해리스처럼 우연히 듣게 된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연주를 듣게 되고 그에 홀려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적을 조사하게 된다. 그는 150명가량을 인터뷰하며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삶과 실종 이후의 행적을 낱낱이 밝혀낸다.
'보사노바(bossa nova)',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이 단어는 1960년대 브라질에서 탄생한 음악의 한 형식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Antonio Carlos Jobim)이 작곡하고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icius de Morais)가 작사한 카에타노 벨로주(Caetano Veloso)의 'Chega de Saudade'를 최초의 보사노바 노래라 일컫는다. 보사노바는 미국 내에서도 열풍이었는데, 1960년대에 뉴욕 카네기 홀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주앙 지우베르투가 스탄 게츠와 함께 제작한 보사노바 앨범 [Getz/Gilberto]가 미국 빌보드 차트 2위를 기록하며 미국 곳곳에서 보사노바 음악이 울려 퍼졌었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보사노바 황금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제프 해리스는 보사노바 음악인들을 인터뷰하고 애니메이션은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당시를 살았던 이들의 향수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우리를 보사노바 황금기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인다. 보사노바를 영화관으로 데려온 이 영화는 재즈를 사랑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잘 모르던 사람들까지 황금기를 그리워하며 보사노바를 음미하게 만든다.
제프 해리스는 보사노바 황금기에 함께 존재했던 테노리우 주니오르도 조사하는데,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실종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며 영화는 미스터리로 장르가 바뀐다. 제프 해리스는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실종된 그날에 대해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담은 재즈 영화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라면 이때부터 자신이 생각했던 장르와는 달라 당황할 수 있으나 영화는 그 황금기를 살아온 하지만 곧 사라진 테노리우 주니오르 개인의 이야기로 집중된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1976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비니시우스와의 공연 후 사라진다. 그의 친구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를 찾지만 현재까지도 그는 발견되지 못한 채 영영 실종 상태로 남고 만다. 그런데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실종된 지 10년이 지난 1987년, 그의 행적이 아르헨티나 병장 클라우디오 바예호스의 증언에서 발견된다. 그는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그날 그 밤에 군 순찰대에게 체포를 당했고 고문을 당하다 그로부터 9일 뒤 살해당했다고 말한다. 그저 피아노 연주를 하러 온, 브라질 사람인 그가 어째서 아르헨티나에서 살해당한 것일까.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실종된 1976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는 군사정권의 독재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 최소 9천 명에서 최대 3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시 남아메리카 전역이 군사독재로 뒤덮였고,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협동하여 위험분자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민간인들을 탄압한다. 아르헨티나 병장의 인터뷰, 그리고 비니시우스를 비롯한 많은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지인들이 행방을 찾다 발견한 정황증거들이 테노리우 주니오르 역시 이 독재정권의 피해자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제 군사정권 시절을 조명하며 그 시기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비춘다.
보사노바에 큰 획을 그었을지도 모르는 이 피아노 연주자의 삶은 재즈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이제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었다. 이는 독재정권이 관련 없는 민간인에게까지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영화는 군사독재에 대해 상세히 다루며 주변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했고 군사독재가 지난 후에도 가해사실을 어떠한 방식으로 숨겨왔는지 등에 대해 생존자들의 목소리와 재구성한 애니메이션으로 상세하게 보여준다. 보사노바 황금기의 피아노 연주자였던 테노리우 주니오르 한 개인의 삶은 결국 거대한 독재정권의 희생양으로 끝이 난다.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강렬한 색채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으로 화려했던 보사노바 황금기와 폭력이 난무했던 군사독재 시절을 담아냈다. 동시에 이젠 지인들의 말과 사진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은 테노리우 주니오르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살려내며 그의 음악을 귀만으로 듣는 것이 아닌 연주하는 모습과 함께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라는 개인의 삶으로 재즈,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이 모든 장르를 아우른 이 영화는 결국 한 인간이 국가에 의해 어떻게 희생당했고 이 실종으로 남은 희생이 남은 이들에게도 그리고 보사노바 음악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전한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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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또는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고교농구부의 기적같은 실제 이야기를 담은 <리바운드>부터
스티븐 연 주연의 넷플릭스 블랙코미디 드라마 <성난 사람들>까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이번 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리바운드
Rebound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2분
감독: 장항준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등
개봉: 2023.04.05.
배급: (주)바른손이앤에이
시놉시스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하지만, ‘양현’은 MVP까지 올랐던 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팀이었지만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써 내려간 8일간의 기적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할 때, 우리는 ‘리바운드’라는 또 다른 기회를 잡는다.
CINE PICK!
장항준 감독의 신작 스포츠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들이 이룬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공작’, ‘수리남’의 각본을 쓴 권성휘 작가와 ‘시그널’과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각본에 참여했으며, '현실판 슬램덩크'로 불렸을 정도로 극적인 드라마를 쓴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2012년 전국대회 당시 실화를 영화화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에어
AIR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2분
감독: 벤 애플렉
출연: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제이슨 베이트먼 등
개봉: 2023.04.05.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시놉시스
1984년, 업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이키는 브랜드의 간판이 되어 줄 새로운 모델을 찾는다. 나이키의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는 NBA의 떠오르는 루키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시장을 장악한 컨버스와 아디다스가 그와의 계약을 노리는 상황 나이키 팀은 조던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누구에게나 점프하는 순간이 온다!
CINE PICK!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 배급에 참여했으며 벤 애플렉이 감독을 맡은 <에어>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임원이었던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가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과 계약하는 1984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굿 윌 헌팅',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등 만났다 하면 명작을 탄생시키는 맷 데이먼과 멘 애플렉의 3번째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미국의 주간 잡지 버라이어티는 탁월한 연출과 등장 배우들의 연기를 호평하며 <에어>가 내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장기자랑
The Talent Show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대한민국 | 93분
감독: 이소현
출연: 김명임, 김도현, 김순덕, 박유신, 이미경 등
개봉: 2023.04.05.
배급: 영화사 진진
시놉시스
2014년 그날 이후, 집 밖으로 나서기 어려웠던 엄마들은 지나가듯 얘기한 ‘재밌겠다’ 한마디에 연극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연기’라는 뒤늦은 재능을 발견하고 열정을 불태운다 그러나 새로운 연극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엄마들 사이의 질투와 갈등은 깊어지고 급기야 몇몇은 극단을 나가버리는데… 일곱 엄마들의 좌충우돌 연극 도전기! 우리 잘 할 수 있을까?
CINE PICK!
<장기자랑>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일곱 명의 엄마들이 얼떨결에 연극을 시작하며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아이들을 향한 기억을 이어가는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할머니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데뷔작 <할머니의 먼 집>으로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쥐었던 이소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로,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문화상 수상 및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슬프고 무거운 시선에서 벗어나 ‘주인공이 되겠다’는 일념 하에 열정을 불태우고 티격태격 갈등을 빚기도 하는 엄마들의 새로운 도전에 집중하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연극’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추모를 이어가는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와 연대를 환기시킵니다.
성난 사람들
BEEF
ⓒ NETFLIX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부작
감독: 이성진
출연: 스티븐 연, 앨리 웡, 조셉 리 등
공개: 2023.04.06.
채널: 넷플릭스
시놉시스
복수는 날것이 제맛.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두 사람 사이에서 난폭 운전 사건이 벌어지면서 내면의 어두운 분노를 자극하는 갈등이 촉발된다.
CINE PICK!
<성난 사람들>은 <데이브>, <실리콘 밸리> 등의 드라마를 작업한 이성진 감독이 제작 총책임자를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코미디 드라마입니다. 감독이 실제로 겪었던 난폭운전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드라마라고 하는데요, <워킹데드> 시리즈와 영화 <미나리>, <버닝> 등으로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았으며 선공개 당시 많은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아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편, 스티븐 연과 이성진 감독은 마블 코믹스의 신작 영화인 <썬더볼트>에서 또 한번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미끼 파트2
Decoy Part.2
ⓒ 쿠팡플레이
개요: 범죄, 느와르, 스릴러 | 대한민국 | 6부작
감독: 김홍선
출연: 장근석, 허성태, 이엘리야 등
공개: 2023.04.07.
채널: 쿠팡플레이
시놉시스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한 지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
CINE PICK!
<미끼>는 지난 1월 27일 파트 1이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범죄스릴러 드라마로,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한 지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5년만에 복귀한 배우 장근석이 주인공이자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구도한' 역할을 맡았으며, 배우 허성태가 사상 최악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 뒤로 숨어버린 '노상천' 역할을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파트1이 공개된 이후 배우들의 명연기와 다이나믹한 전개로 호평을 받아 파트2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편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OTT 신작 등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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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끝나고 정말이지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각종 활동을 해보기 위해 몇 장의 자기소개서, 몇 차례의 면접 등을 준비하면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단어가 있다. 바로 객관성. 사실을 전달하고, 팩트를 체킹하는 일에는 물론이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작성하는 일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장착해 주관성이 만들어낸 억측의 구렁텅이에 빠져선 안 된다. 이런 객관성과 주관성을 이야기할 때에 꼭 빠지지 않는 소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을 순전히 객관성의 영역으로 치부하기엔 예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창의력과 독창성의 의미가 퇴색된다. 또 예술을 오로지 주관성의 영역이라 하기엔 예술을 창작자들을 비롯한 전체 예술 비평가들의 존재가 무안해지며, 그들의 평가 또한 예술의 한 분야로 평가되는 요즘, 예술의 객관성을 빼놓고 예술을 거론하기엔 무리이다. 이렇듯 예술을 주관성과 객관성의 이분법적 논리로 분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영화 <위플래쉬> 내의 대사에도 이런 관점이 등장해 더욱 재밌었다. 영화 속 "앤드류"가 한 말, 예술과 음악엔 객관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있고, 주관성을 가진 무언가에 내 식대로 생각하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위플래쉬>를 전부 관람한 후 필자의 머릿속엔 단 한가지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난 객관성을 잃었다.' 영화 <위플래쉬>를 분석하고, 나만의 평을 내려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사실은 필자의 뼈 아픈 실수이지만 또 그런 실수를 유도하게끔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뜻으로도 생각된다.
영화 <위플래쉬>는 끌어들임과 매혹 그리고 빨아들임을 영상화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심지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영화예술의 미학적 진수를 담아내 모든 이들의 객관성을 무너뜨리는 굉장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굉장히 무난한 하얀색의 폰트로 작성된 타이틀이 검은 화면을 배경으로 보여지고 뒤에선 본인이 음악 영화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드럼 영화임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스네어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모두 거치고, 어두운 복도 끝엔 빛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좁은 방 안에서 연주하는 한 남자, 주인공 "앤드류"가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달리 인과 줌 인을 통해 카메라는 그에게 다가갔고, 이후 숏에서 그 시점은 카메라의 전지적 시점이 아닌 또 다른 주인공 "플래처"의 시점임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위플래쉬>는 시점과 구도의 미학을 완벽히 이해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프레임 속 황금 비율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프레임의 대각선이 모이는 중앙점과 그 위 쯤일 것이다. 영화는 그 점보다 더 놓은 지점에 인물을 어두운 복도와 외로운 불빛 하나로 이루어진 공간에 배치하여 의도적으로 인물을 작아보이게 하고 연약한 존재로 비춰지게끔 연출했다. 이후 등장한 "플래처"의 시점을 통해 보이는 당황한 "앤드류"의 당황한 눈빛과 불안정한 몸짓, 아직 부족해보이는 연주 실력은 그를 더욱 작게 만들었고, 관객은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각 인물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고, 무슨 입장에 처해있는지 별다른 대사 없이도 눈치챌 수 있다.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군더더기 없이 모든 배경과 사건의 조짐을 시작과 동시에 암시한다.
어떠한 부분을 연습해야하는지 어느정도 알려준 "플래처" 교수의 힌트에 따라 "앤드류"는 더블 타임 스윙을 연습한다. 결국 그는 찾아온 기회에 가뿐히 스카웃되어 "플래처" 교수의 '스튜디오 밴드'로 입성하게 된다. 영화 속엔 재즈 밴드라 일컬을 수 있는 밴드가 총 4개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두 밴드가 바로 "앤드류"의 첫 밴드인 '나소 밴드'와 '스튜디오 밴드'이다. 물론 두 밴드 사이엔 어느 정도 수준 차이가 존재하지만, 실력 차이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밴드 구성의 의미이다. 두 밴드 모두 젊은 20대 청년들이 모여 이뤄진 밴드이기에 교수가 자리에 없을 때나 학교에 도착해 본인 연주를 준비할 때면 공간은 떠드는 소리에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채워진다. 하지만 교수가 들어왔음에도 전혀 그 태도가 변치 않고 유지되며 문제있는 실력에 따끔히 지적하지 않는 교수로 구성된 나소 밴드와 달리 지정된 시각이 되자 문이 부숴져라 세게 열면서 들어오는 "플래처" 교수와 만반의 준비를 끝맺히고 교수의 콜싸인에만 집중한 학생들로 구성된 스튜디오 밴드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표한다. 문제되는 사항이 있는 경우, "플래처" 교수는 한 마리의 야수가 되어 욕설과 분위기로 학생을 압도해 공포감을 조성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앤드류"의 시선을 따라가고, 전지적인 시점에서 카메라 촬영을 한다 하더라도 "앤드류"의 관점과 입장을 따라 움직인다. 이런 카메라의 움직임과 구도는 스튜디오 밴드의 공포서린 분위기를 "앤드류"의 관점에서 담아내 그가 느낄 두려움과 불안함을 관객이 피부에 와닿게끔 유도한다.
영화가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인물 구도는 바로 상하 관계이다. 영화 <기생충>이 보이는 선이나 보이진 않지만 유추할 수 있는 무언의 선으로 인물 간의 구도를 설정하고, 그 구도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출했다면 영화 <위플래쉬>는 두 인물이 잡힌 투 샷 속 각 인물의 고개와 몸이 쏠린 정도 등의 움직임과 서 있는 인물과 앉아있는 인물의 수직적 위치를 통해 상하 관계를 구사하여 인물 간 주종관계를 설정한다. 상대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위치와 발성으로 묵직하게 누르는 "플래처" 교수의 공포스러운 교수법은 영화 <위플래쉬>가 당시 교육계에서 화제의 영화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플래처"라는 인물을 그저 악마의 인간화로만 비춰지게 방치하지 않았다. "앤드류"가 첫 합주를 앞두고 복도에서 대기를 할 때 찾아와 부모님과의 관계를 묻고,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생애 그리고 그 생애 중 가장 인상깊은 사건인 '심벌 던지기'를 말하는 씬을 볼 때면그는 굉장히 좋은 사람, 친절한 교수처럼 보여진다. 물론 이에 대해 양의 탈을 쓴 늑대, 착한 척하는 괴물이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후 경연장에서 동료 지휘가의 딸을 만나 친절히 대화하고, 피아노를 친다는 사실에 아이와 약속까지 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좋은 사람이다. 영화는 공간을 기준으로 "플래처"를 구분한다. 자신의 밴드원들이 존재하는 공간, 음악이 존재하는 공간에선 그 누구보다 치밀하고, 날카로우며, 프로 의식이 투철한 인물이지만, 이후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제자의 죽음, 제3의 공간에선 굉장히 따뜻하고, 온화한 인물이다.
"플래처"라는 인물이 그저 화가 많고, 다혈질적이며,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영화는 답한다. 물론 이를 표출하고 행하는 방법은 충분히 잘못되었지만 영화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재즈와 음악에 진심인 면을 강조했고, 이는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씬의 존재적 의미를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보조 자리에서 메인 자리로, 갖은 고생과 수 많은 일들이 지나고 나서야 그토록 원했던 스튜디오 밴드의 메인 드럼을 꿰찰 수 있었다. 이 점에도 의심쩍은 부분은 있다. 이후 장면에서 언급되듯 "앤드류"가 스튜디오 밴드에 입성할 수 있었던 데엔 "플래처" 교수의 힌트가 있어서였고, 메인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도 타인의 귀책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런 고생 끝에 차지한 메인 자리도 새로운 곡, 새로운 드러머의 합류로 위태로워지기 시작하고, 본인이 자리를 꿰차게 되었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던 난항들이 겹쳐 노력과 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자 "앤드류"는 그동안의 설움이 터져 경연장에서 "플래처"를 덮쳤고, 결국 퇴학당한다.
"앤드류"는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 중 하나이다. 영화의 초반부 혼자 연습실에 남아 외로이 연습하는 씬에서도, 연습을 마치고 향한 자취방에 가는 길, 파티 중인 옆 방을 뒤로한 채 쓸슬히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그의 등에서도 그리고 어느 밴드에 가서도 인정받지 못해 그저 불안한 눈동자만 돌리는 그의 눈빛과 행동에서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위플래쉬> 내엔 보통의 타 영화들처럼 대화가 영화의 전반적인 씬을 지배하거나 서사를 담당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씬, 음악만이 존재하는 씬, 연주하는 씬들이 그 역할을 대체한다. 하지만 그 몇 안되는 대화씬, 세기 좋은 수량의 소통 장면이 영화 전체에 주는 영향력은 수와 반비례한다. 작품 속 대화 씬을 모두 종합해 보면 뮤지션으로서 최선을 다 하고, 죽을 힘을 다해 분투하는 "앤드류"의 노력들을 어쩌면 부정하거나 거부하거나 그 노력들과는 반대되는 이들과 나눈 대화들이 전부다. 여자친구 "니키"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아버지를 만나 영화를 관람하고, 아버지의 지인들과 함께하는 식사하는 그 모든 씬들엔 "앤드류"가 걷고 있는 길들을 무시하려는 눈빛 내지는 음악으로서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권유하고자 하는 시선만이 존재한다. 또한 대비되는 점은 음악이 존해하고, "앤드류"가 드러머로서 존재하는 공간엔 항상 침묵, 압박, 공포만이 존재하지만 인간 "앤드류"로서 존재하는 공간엔 위로, 환영, 평안의 말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앤드류"가 가고자 하는 길엔 대화보단 행동, 위로보단 압박, 평안보다 음악이 더욱 중요해보이고, 이는 영화의 구조 전체를 구성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영화의 종반부 "앤드류"가 내린 선택으로 귀결된다.
영화 <위플래쉬>엔 음악 영화답게 음악이 끊이지 않고,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을 담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들의 퍼포먼스 또한 빈번히 등장한다. 흥미로운 건 영화 <위플래쉬>는 음악을 뮤지컬 영화 속 음악처럼 사용한다는 점이다. "앤드류"는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는 인물로 보이고, 다른 이들과도 막역한 사이로 못 지내는 성격인지라 주인공 치고는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관객은 그의 심정, 배경, 분위기 등을 행동과 눈빛을 통해서만 읽을 수 있는데, 이에 도움을 주려 영화는 인물의 심정이 중요히 드러나야 하는 씬에서 재즈 음악을 들려주어 음악의 분위기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앤드류"를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들 뿐만 아니라 "앤드류"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영상들 또한 관객에게 소리와 함께 보여주게 되는데, 이 때 등장하는 연주법은 영화의 종반부에 나올 연주의 복선이기도 하다. 영화 <위플래쉬>는 이렇듯 음악 하나, 영상 하나 허투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후 등장할 모든 씬, 모든 장면들을 위해 초반부부터 빌드업을 이런 방식으로 쌓아가기 시작하고, 최종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 내에서도 이 지점들을 통해 설명하게 된다.
더블 타임 스윙. 파라디들. 300 비트.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가 이런 음악 용어들을 관객들에게 잘 설명하는 건 아니었을까. 마치 메디컬 장르 영화나 드라마의 좌우측 하단엔 의학 전문 용어에 대한 해설이 등장하게 되는데, 영화 <위플래쉬>는 행동을 통해 설명하겠다고 대답을 이었다. 영화는 그 연주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전 철저한 빌드업을 통해 등장을 대비했고, 등장을 더욱 화려하게 하면서 관객을 설득시켰다. 심지어 영화는 연주를 하는 인물이나 연주를 하고 있지 않는 보통의 인물이나 가리지 않고 그들의 손과 귀 그리고 입에 집중하게끔 유도했다. 손의 방향, 손가락의 움직임 그리고 귀 장식과 귀의 모양 등 신체를 지속적으로 비추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훈련시켰고, 이후 등장하는 연주씬에서 그 모든 요소들을 풀어내 긴장감과 흥미진진함 모두를 겸비한 장면으로 만들어내었다. 연주곡으로 선정한 곡들 또한 예사롭지 아니하며, 굉장히 인상적이다. 재즈에도 종류가 굉장히 많고, 각 종류별 구사할 수 있는 음악적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다. 그 많은 선택지 중 드럼, 일렉 기타, 스케일 별 트럼펫 등의 관악기로 구성된 빅 밴드 음악, 그 중에서도 드럼 연주가 귀에 꽂히는 음악이면서 동시에 각 악기별 독특한 등장 타이밍과 솔로로 만들어진 악기 라이벌링까지 겸비된 음악. 이 모든 재즈의 매력적인 점들을 모인 곡이 바로 영화 <위플래쉬>의 대표곡인 'Whiplash'와 'Caravan'이다. 영화는 이 악기 라이벌링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각 파트별 솔로를 담당하는 악기를 클로즈업하여 비추고, 솔로가 타 악기로 변경하게 되는 때가 오면 샷을 끊지 않고 스위시 팬을 통해 촬영하였으며, 각 악기별 연주자들의 손, 관악기의 경우 입을 익스트림 클로즈업해 황홀한 연주의 황홀한 연출을 구사했다. 모든 솔로가 모두 마쳐져 다시 모든 악기가 하나가 되는 때면 팬을 통해 구성원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마침내 멈춘 카메라는 드럼에 포커스를 맞춰 연주자의 고된 표정, 현란한 손놀림과 발놀림 그리고 앞에서 압박을 주고 있는 지휘자 "플래처" 간의 알 수 없는 신경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일련의 사고가 있고 난 후 모든 드러머로서의 삶을 접고 평범한 한 20대 청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다 우연히 한 재즈 바에서 피아노를 치는 "플래처"를 만난다. 그는 "앤드류"의 증언과 함께 학부모들에게 그의 폭력적인 교수법이 고발되어 교수직에서 쫓겨나 모 프로 밴드에서 지휘를 맡는다고 한다. 그는 "앤드류"를 만나 그 교수법에 대해 스스로가 내린 결론을 이야기한다. 그 때 등장한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 "세상에서 제일 나쁜 두 마디가 있다. 그정도면 됐어."
"앤드류"의 아빠는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아들 "앤드류"에게 음악이 아닌 평범한 삶도 생각해볼 것을 은연 중 틈틈히 주입시켰다. "앤드류"의 여자친구인 "니키"도 평범히 대학교를 다니지만 아직 본인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영화 <위플래쉬> 속 오직 "앤드류"만이 최고가 되기 위해, 위대해지기 위해 아둥바둥, 손이 찢어지는 것도 참아가며 연습했다. 그의 이러한 성격이 과연 "플래처"를 만나 생긴 것일까? 그의 욕망, 링컨 센터에서 연주를 하겠다는 의지, 침대마저 연습실로 옮기고 만나는 여자친구마저 연습에 매진하기 위해 헤어지자 했던 일련의 행동들은 "플래처"를 만나 더욱 강화되었다면 몰라도 그의 집착은 스스로가 만든 것이라 대답한다. 어쩌면 "플래처"와 "앤드류"는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최고가 되기 위해 집착하려는 남자와 최고를 만들기 위해 집착하는 남자가 만났고, 알 수 없는 신경전과 밀당이 오고 갔기에 모종의 동질감이 생기지 않았을까?'그정도면 됐어'의 보통 수준이 아닌 최고가 되기 위한 두 남자의 끝이 다가온다.
"플래처"의 권유로 치웠던 드럼을 다시 꺼내어 그의 공연을 도우러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잘만 하면 이전의 모든 사건, 사고들을 묻을 수 있을 만큼 큰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플래처"는 "앤드류"에게 다가갔고, 모든 일들의 원흉은 "앤드류"라 지목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전한다. 사실 그 공연엔 "앤드류"가 연습하지 않은 곡들이 선정되어있었고, 전혀 알지 못하는 곡들에 "앤드류"는 함정에 빠져 결국 공연장에서 이탈하고야 만다. 공연을 보러와 준 아버지에게 안긴 "앤드류". 포옹도 잠시 결의에 찬 눈빛을 한 그는 앉음과 동시에 신 들린 연주를 펼친다.
영화의 종반부, 영화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이자 러닝타임 내내 공들여 쌓아올린 바벨탑을 화룡점정할 시간이다. 영화 <위플래쉬>는 가장 중요한 그 순간, 대사를 모두 삭제하고 오로지 음악 그리고 "앤드류", "플래처"만 남겨둔다. 초중반부부터 복선으로 이어졌던 버디 리치의 연주와 결을 같이하는 드럼의 현란한 솔로가 이어진다. 그동안 연습해왔던 더블 타임 스윙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소리를 구사한다. 영화는 초중반부에 <Whiplash>와 <Caravan>을 조금씩 들려주기만 할뿐 전체를 들려주거나 연주 전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곡 전체가 궁금했던 찰나 영화는 그 답답함에 시원한 사이다라도 되어주듯 현란하게 칼춤을 춘다. 이미 곡이 끝났어야 할 타임인데도 "앤드류"는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플래처"도 그에게 와 협박을 하고, 방해를 하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연주가 지속되자 "앤드류"에게 다가간 "플래처". 영화는 "플래처"의 눈을 바라보게끔 유도한다. 그의 눈엔 어느새 최고의 뮤지션을 찾았다는 기쁨과 제자의 몰입된 그 순간을 완성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진정한 광기어린 자가 풍기는 아우라에 눌린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마구잡이처럼 이어질 수 있었던 "앤드류"의 연주는 "플래처"의 지휘로 데크레센도 형태를 취하다 "플래처"의 지휘로 다시 크레센도되어 완벽한 드럼 솔로로 변주한다.
해당 씬엔 특별한 대사나 감정을 유발하는 특별한 연출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앤드류"의 연주다. 슬로우 모션, 손의 움직임을 쫓아가는 트래킹 샷, 계속해서 튀겨지는 피와 땀만이 영화의 엔딩을 장식한다. 영화 <위플래쉬>의 종반부가 훌륭한 이유는 말로써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서 그간의 설움, 과정, 노력, 애환, 고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해내었기 때문이다. "앤드류"와 "플래처", 곡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서로 콜싸인을 맞추려 눈을 마주한다. 상하관계, 주종관계처럼 수직 위치로 배치되었던 눈은 동등한 수평선의 위치에 놓여진다. 비록 눈에 익스트림 클로즈업되었지만 우린 "플래처"가 "앤드류"에게 어떠한 말을 전한 걸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그 말을 들은 "앤드류"는 "니코"를 만난 씬을 제외하고 거의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엔딩을 화려히 장식하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100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어떨 때엔 더 도움이 되고,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영화는 더 하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가 아마도 영화의 진수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 <위플래쉬>는 그 진수의 향연이지 않았을까? 본 작품에 대한 평가 내지는 한줄평을 보면 "플래처"의 악랄한 교수법을 비판하고 이를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로 생각해 평가한 평들이 많다. 물론 그 지점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필자의 생각에도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에 그 요소를 결코 무시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만 작품을 관람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재즈와 드럼, 밴드가 운용되고 연주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완벽하게 이해한 감독이 만들어낸 너무도 아름답고도 체계적인 연출 그리고 이를 더욱 빛내는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매력적인 영화음악이 존재하는 영화가 <위플래쉬>이다. 그 어떤 요소로도 본 작품은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는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도, 윤리가 무엇인지도, 내 귀에 들리는게 무엇인지도 잊고 그저 즐기게, 미치게 한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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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영화지만 무섭다, 하지만 재미있다. | 영화 위플래쉬
혹시 음악영화 좋아하시나요?~
보통 음악영화라고 하면 잔잔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멋진 연주와 그에 맞는 사랑을 꽃피워야 할 것 같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잖아요?!
오늘 소개할 위플래쉬 라는 영화는 분명 음악영화이지만, 그 속에는 광기와 피로 물든 노력이 담겨있어요. 지금까지 봤던 음악영화 중 기억에 오래오래 남았던 영화 위플래쉬 입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음악, 스릴러
감독 / 각본 : 데미언 샤젤
출연진 :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개봉일 : 2015년 3월 12일
평점 : 8.88
스트리밍 : tvN , 웨이브, 쿠팡, 왓챠
기획의도
"박자가 안 맞잖아, 다시"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에서
최고의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된 신입생 '앤드류'
최고의 지휘자이지만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레쳐'교수는
폭언과 학대로 '앤드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또 몰아붙인다.
드럼 주위로 뚝뚝 떨어지는 피,
빠르게 달리는 선율 뒤로 아득해지는 의식,
그 순간, 드럼에 대한 앤드류의 집착과 광기가 폭발한다.
최고의 연주를 위한 완벽한 스윙이 시작된다!
여담
영화 위플래쉬는 입소문과 인기에 힘입어 2020년 10월 28일 재개봉을 했다고 한다! (아~ 왜 이때는 몰랐을까~)
영화 위플래쉬는 평론가 이동진의 5점을 받은 영화이다. "JK 시몬스의 명언조차 이 영화의 탁원한 성취 중 일부분일 뿐." 이라는 감상문을 남길 만큼. 이 영화는 단순 음악영화를 뛰어넘은 영화였다.
후기 및 결말
위플래쉬 결말을 살펴보자면 결전의 날, 앤드루에게 플레처가 조용히 다가와 말 한마디를 건네며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네놈이 찔렀잖아"
라는 말과 함께 그동안 연습했던 곡이 아닌 새로운 곡으로 연주는 시작이 된다.
그동안 연습은 "위플래쉬"만 연주했던 앤드류는 잠시 절망에 빠지지만, 플래처가 지휘할 틈도 없이 앤드루가 순식간에 밴드를 장악하며 "캐러번"연주가 시작된다. 연주가 끝났음에도 앤드루는 드럼 솔로를 이어가며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광기의 찬 표정으로 드럼을 연주하며 결국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었음을 확인하며 앤드류의 미소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거대한 스케일이 넘쳐나는 기존 영화는 다르게 오직 두 사람의 심리와 표정 그리고 음악으로 이 모든 것을 다 표현한다.
분명 저예산 영화인데도 그 어떤 영화보다 아름답고 멋지게 잘 만들었다.
이제 재개봉은 당분간 안 할 것 같으니!! 침대 위에서 맛있는 팝콘과 함께 위플래쉬 영화 한편 어떨까 싶다. 이 영화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빨랐을까, 느렸을까"
대사가 절대절대 사라지지 않는 영화
위플래쉬! 꼭 보세요 두번보세요! 세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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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하고 싶은 이들
삶에서 답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현재의 모습. 그 모습을 바꾸려고 이리저리 시도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경우가 많다. 내 노력과 별개로 사회 시스템이나 제도 때문에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경제적인 상황이나 가족 문제가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에서 더 나아갈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되지 않는다면,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시도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런 순간이 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모든 걸 버리고 떠나고 싶어 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다.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생긴다. 하지만 진정한 탈출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신적인 해방과 더 나은 삶을 향한 강한 의지와 결단을 포함한다.
영화 <탈주>의 배경과 주요 인물
영화 <탈주>의 규남(이제훈) 이야기는 북한의 병사 이야기다. 10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그의 모습에서 왜 그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가야 하는지가 먼저 제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규남의 서사가 드러나면서 그가 꼭 탈출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북한이라는 사회의 벽, 그 안에서의 억압된 생활은 그에게 자유를 향한 강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규남에게는 남은 가족이 없다. 제대 후 무언가 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 그리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좀 더 자유롭게 무언가 도전해볼 수 있는 남한으로 가려고 한다. 영화는 규남의 탈출 과정을 통해 그의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규남을 쫓는 현상(구교환)의 이야기도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높은 사회 지도층의 가족으로 보이지만, 동성애자로 보이는 그의 삶은 북한에서 더욱 억압적이다. 그는 유학 후 북한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의 추격은 단순히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억압된 삶을 반영하는 듯하다.
영화는 북한을 하나의 장애물로 다루지만, 그 장애물은 사실 남한에도 존재한다. 남한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빈부 격차와 사회 제도의 벽이 꽤나 크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유학이나 이민을 선택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회적 한계 때문이다. 결국 북한을 탈출하든, 남한을 탈출하든, 그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떠나려는 모습은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보인다.
북한과 남한의 사회적 한계
규남의 탈출 이야기는 북한의 극단적인 억압을 상징하지만, 남한 사회에도 존재하는 여러 한계를 떠올리게 한다.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젊은이들이 겪는 취업난과 주거 문제 등은 모두 그들의 꿈을 제한하는 요소들이다. 탈출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저 더 나은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이지만, 이는 가끔 절망적이기도 하다.
결국 개인의 선택은 주변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더 자유롭게 자신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게 된다. 만약 그것이 한국 안에서 가능하다면, 탈출하려 하지 않겠지만, 현재의 한국 사회는 그런 가능성을 점점 줄이고 있는 듯하다. 나라를 탈출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탈주> 속 인물들의 갈등
규남의 처절한 탈주 장면들을 보면서 우리는 사회적 억압과 개인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본다. 그의 탈출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와 희망을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싸운다.
규남을 쫓는 현상 역시 자신의 내면의 갈등을 끌어안고 있다. 그의 추격은 단순히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도망칠 수 없는 억압을 상징한다. 그의 이야기는 규남의 탈출과는 또 다른 형태의 투쟁을 보여준다.
영화의 사회적 메시지
<탈주>는 단순히 북한에서의 탈출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갈망과 자유를 위한 투쟁을 담고 있다. 규남과 현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억압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그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이해하게 된다.
영화 <탈주>는 북한이라는 극단적인 억압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메시지는 남한을 포함한 모든 사회에 적용될 수 있다. 자유와 억압,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현재까지 이 영화는 한국에서 73만의 관객이 찾았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추격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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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나는 누가 책임져?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최우식 주연 영화 거인입니다.
너무 좋은 영화라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usic
Levity – Johny Grimes#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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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실크 로드> 티저 예고편
지금 당장 마약을 흔적 없이 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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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통제는 억압이라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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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만든다.
‘실크로드’로 돈맛을 알고
세상을 향한 X를 날렸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정체불명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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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나는 그루트다> 공식 예고편
훅- 들어오는 귀여움 주의!! 한 마디면 충분한 히어로가 온다! 아이 엠 그루트?? 아이 엠 그루트! ? 디즈니+ 오리지널 단편 [나는 그루트다] 8월 10일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