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파로2022-05-23 19:44:17
이사벨 퍼만의 최고를 향한 강박와 광기, 그리고 집착
영화 더 노비스 리뷰
쿠엔틴 타란티노의 ‘헤이트풀8’, 제임스 완의 ‘컨저링 2’,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와 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믹싱상을 포함해 3관왕을 기록한 ‘위플래쉬’까지 40여 편의 사운드 에디터로 참여하며 빛나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로런 해더웨이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더 노비스 리뷰입니다. 대학 시절 조정 선수로 활동한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출, 각본, 편집까지 도맡아 스포츠의 매력을 기본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극한의 상황들을 감각적인 촬영과 스타일리시한 음악 등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표현합니다. 의도였겠지만, 성공과 우승의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기존의 스포츠 장르와는 달리, 완벽이라는 자학적 세상에 빠져버린 한 인간의 집착과 광기에 집중해 섬찟한 스릴러 느낌을 충실히 전달합니다. 살짝 어긋나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기존의 틀을 파괴하는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신선함과 패기에 다음이 너무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아마 ‘블랙스완’을 좋아하신다면 재미있게 보시리라 생각되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더 노비스 정보
난 수재가 아니라 노력파야
가장 못하는 과목인 물리학을 전공으로 택할 만큼 늘 최고를 갈망하는 웰링턴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후 동급생이자, 체육 특기생으로 들어온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낍니다.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농구, 배구 등 학교 대표팀을 해왔던 제이미에 비하면 체력이나 자질 면에서 부족한 것이 확실한 상황, 그럼에도 알렉스는 조정부 1군에 들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하죠. 그리고 강박에 가까운 심리적 압박과 한계에 다다른 육체를 넘어서려는 그의 행동들은 주변 부원들로부터 서서히 자신을 소외시키는 발단이 되어가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THE NOVICE│감독·각본 : 로런 해더웨이│출연진 : 이사벨 퍼만, 에이미 포사이스, 딜론 외 多│장르 : 드라마, 스포츠, 스릴러│상영 시간 : 97분│개봉일 : 2022년 5월 25일│국가 : 미국│등급 : 15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5.67, 로튼 토마토 신선도 93% 팝콘 74%, IMDB 6.5, 메타 스코어 85점│수상 내역 : 20회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촬영상, 최우수여우주연상, 최우수장편영화상)│수입·배급 : 영화사 진진│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
영상, 음향, 오리지널 스코어까지.. 현란합니다
# 더 노비스, 무엇 좋을까요?
주목받는 신예 제작진들의 조합
애플, 구글, 페이스북, 나이키, 보그 등 세계 최고 브랜드의 광고와 제이 지, 이기 팝, 라디오헤드, 제이 콜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해온 촬영 감독 토드 마틴은 알렉스에게 초점을 맞춘 클로즈업과 접사, 강 위의 풍경과 함께 이어지는 롱샷 등 다양한 방법과 각도로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보여주고 중심이 되는 캐릭터가 처한 극한의 상황과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더불어 조정이라는 스포츠의 호흡을 전달하는 빠른 시퀀스 편집은 극의 몰입과 긴장감을 배가시키죠. 여기에 입봉작이긴 하나 이미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로런 해더웨이의 능력이 빛을 발하며 보편적인 틀을 깨부순 획기적인 음악으로 역동성과 독창성을 부여합니다. 60년대 빈티지 팝을 사용해 조정에 빠져버린 알렉스를 표현하고 이후 광기와 집착에 빠져 주변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고 스스로 파묻혀가는 숨 막히는 완벽주의를 ‘페어웰’ OST의 알렉스 웨스턴이 맡아 고전 클래식의 섬세한 현악으로 이어가죠. 떠오르는 신예들이 뭉친 현란한 영상미와 독창적인 사운드가 부여하는 몰입감은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일 것입니다.
강렬하다는 말로 부족할 만큼의 연기 고작 97년생...
그리고 무섭도록 완벽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알렉스를 연기한 이사벨 퍼만의 소름 돋는 연기는 인간적인 야망으로 가득 찬 캐릭터에 빛을 불어넣습니다. 졸업까지 전액 장학생이라는 사실에도 가장 자신 없기에 물리학을 전공하고, 모든 시험을 세 번이나 풀며, 빈약한 체력 조건에도 조정부 경쟁자들의 기록을 하나 둘 깨부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죠.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부터 남다른 떡잎을 보여줘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너무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인물로 그려져 그런 행동에 대한 연민이나 동요보다는 1등에 사로잡혀있는 정체성 따윈 없는 좀비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맹목적으로 자기만족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과 강박은 음성이 파열되고 찢어지는 듯한 청각적 효과와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예사롭지 않은 영상들이 가세해 더욱 인물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자신의 상처와 웃음을 보이며 퇴장하는 뒷모습이 묘한 여운을 남겨주니 주인공의 완벽함만큼이나 연기 또한 물샐틈없었다는 게 확실하죠.
초보자라는 뜻의 원제처럼 그것이 단순히 대학 조정부의 이름이나 운동 경기에 한정되어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드라마가 끝을 향할수록 오늘날 우리들이 겪는 성취와 만족감, 이를 이루지 못했을 때 연결되는 삶과 죽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성공적인 미래와 행복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미쳐가는 상태를 빗대어 점점 심해져 가는 이기주의와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 구조를 느슨하게 연결한 것처럼 말입니다. 주인공처럼 정상이 아니면 아무 의미도,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한다는 완벽주의적 삶의 가치관, 무조건 1등을 해야 되는 세상이 낳은 폐해의 흔적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래서 기록을 깨고 자기 자신을 이겼음에 웃으며 떠나는 모습이 더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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